제 3 장 3

 

제 3 장

3

 

길녀가 체포되여간 뒤 회령집 생활은 말이 아니였다. 어머니는 이어 몸져누워서 앓았다. 타격이 너무도 컸던것이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고 골이 친다고 하면서 신음소리를 내였다. 김정숙동지께서 곁에 앉아 찬물찜질을 해드려서야 달아올라 허둥대던 눈동자가 좀 안정을 하며 큰숨을 후유 내불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앓는 어머니도 걱정이지만 젖먹이 어린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캄캄하시였다. 올케가 붙잡혀 떠나갈 때 이야기를 했다고 하니 갑산집에 가서 쌀을 한되박 꾸어다가 암죽을 만들어 먹여보시긴 했는데 몇숟같 받아먹지 않고 종주먹을 휘두르며 울었다. 어머니의 젖이 아니라고 그러는 모양이였다. 야학방에 업고 나가시면 이 얼굴 저 얼굴 쳐다보며 엄마를 찾았다. 애기엄마들이 더러 끌어다가 젖을 물리면 몇모금 빨다가도 얼른 쳐다보고는 아니라는듯 떠밀며 울어댔다. 잠에 취했을 때에라야 잠결에 젖을 좀 빨군했다. 그러나 얻어먹일 젖이 그렇게 흔한것도 아니였다. 다 구차하게 사는 형편이라 아이 가진 아낙네들은 누구나 젖이 발라서 고생들을 했다.

올케가 없고보니 아이의 일만 이렇게 안타까우신게 아니였다. 어느날 아침엔 홍달수가 방아간에 나오지 않았다고 찾아왔다. 놈은 해놓은짓이 있는지라 그게 켕겨서 그러는지 눈을 부라리지는 못하고 민가네가 태봉거리로 실어가야 할 쌀이 급하니 손포 하나를 떼운 형편이라고 하더라도 어서 나와서 방아를 찧어달라고 했다.

어쨌든 김정숙동지께서는 짐이 무거워지셨다. 인제는 모든 일이 다 그이의 연약한 어깨우에 와서 실리게 되였다. 앓는 어머니, 어린 애기, 농사일과 연자방아···

그이께서는 몰래 숨어서서 한숨을 짓기도 하시였다. 벗어던질수도 없는 이 무거운 짐을 지고 어데로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알수가 없으시였다. 불행한 생활이 물고늘어진다 해도 이렇게 혹독히 물고늘어질수가 있을가.

김정숙동지께서는 이런 고생이 덮치는속에서도 잡혀간 올케가 불쌍해서 이어 산나물을 약간 섞은 수수밥 한함박을 해이고 월평경찰서로 달려가시였다. 무섭게 고문을 받을것도 받을것이지만 배가 고파서 어떻게 견디는지 알수가 없으시였다. 죽으면 죽고 살면 살아라 하는식으로 사람을 다룰테니 먹을걸 제대로 주기나 할텐가. 이런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무슨 사식이라는것을 넣어주는법도 있다고 하기에 밥을 해이고 달려가시였다. 그런데 그이께서는 경찰서정문앞에 거의 가서야 사슴골사람을 만나서 올케가 월평경찰서가 아니라 태봉시로 끌려갔다는것을 알게 되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기가 탁 꺾여 잡화가게 처마밑에 들어앉아 한숨을 지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밥함박을 도로 이고 불볕이 쏟아붓는 삼십리길을 되짚어 돌아오시였다. 돌아오는길엔 그저 눈물과 땀이 범벅이 되여 흘러내리시였다. 이날밤 그이께서는 밤새 다리를 뒤적이며 앓으시였다. 그러면서도 이어 태봉시로 찾아갈 생각을 또 하시였다.

그런 어느날밤 불덩어리같이 열이 오른 어머니가 자기의 곁에 가까이 와 앉으라고 하였다.

《얘, 아에미가 큰일을 그르칠것 같구나!》

《어머니, 무언데요?》

《넌 오래비가 어데 가있는지를 알구있니?》

《제가 어떻게 알아요.》

《음···》

어머니는 달아오른 눈으로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어머니, 무엇때문에 그러세요?》

《걱정이 있어서 그러질 않니.》

《뭐가 걱정이 되세요?》

《너의 올케는 남편이 어데 가있는걸 알구있단다.》

《언니가 그걸 어떻게 알구있어요?》

《알구있게 여름살이옷을 두벌이나 날라갔지···》

김정숙동지께서도 이제야 모든것이 짐작이 가시였다. 언젠가 야학선생 희섭이도 오빠의 행방에 대해 올케한테서 무슨 말을 못들었느냐고 물은 일이 있다. 인제 생각해보니 이것이 다 올케가 자기의 비밀을 아무에게나 말하지 않았는가 해서 중떠본 말이 분명했다. 그러고보면 놈들이 올케를 매나 몇개 때리다가 내놓아주려고 끌어간것은 아니였다. 올케의 입에서 오빠의 거처를 알아내려고 체포해간것이 틀림없었다.

《그래 옷은 어디로 날라갔어요?》

《내 짐작엔 태봉으로 날라간것 같구나.》

《그럼 오빠가 태봉시에 있어요?》

《글쎄 그걸 뉘 알겠니? 내가 아에미를 허술히 믿진 않지만 저놈들이 숨이 넘어가게 달구치고 사람을 지치게라도 만들면 헛소리를 할가봐 겁이 나는구나.》

김정숙동지께서는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떨리시였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어머니를 위로하시였다.

《어머니, 아무렴 언니가 헛소리를 하겠어요? 그리고 또 언니가 잡혔다는 기별이 어데든 갔을텐데 오빠가 뭐 한곳에만 가만히 있겠어요.》

《어허이구. 너처럼 생각이 한뽐만 했으면 좋지 않겠니? 네 오빠 일이란것이 어데 있다가도 훌 떠나버리면 아무 흔적두 없구 다 되는 그런 일이겠니? 숱한 비밀이 있을것 아니겠니? 네 오빠가 떠나도 피해를 받을 일이 얼마나 많을것 같니? 난 그게 무섭구나!》

역시 어머니의 생각은 깊었다. 올케가 오빠의 일에 대한 더 깊은 비밀을 알고있을가보아 두려워하는 말이기도 하고 또한 올케가 헛소리라도 한마디만 비쳐놓으면 저놈들이 열가지 비밀을 알아낼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하는 말이기도 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밤에 잠이 오지 않으시였다. 류치장에 들어간 올케가 정말 꿈에라도 헛소리를 할가봐 겁이 나시였다. 정말 비밀이란 한고리가 튀면 다른 고리도 튈수 있지 않겠는가? 아니 올케가 오빠의 비밀을 깊이 모른다쳐도 이 부암비밀을 알고있는건 얼마일가? 김정숙동지께서는 이마에 땀발이 서시였다. 어머니도 열이 있는 가위에 근심이 더해서 밤새 불같은 단김을 뿜으며 신음소리를 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생각하고 생각하시던끝에 이튿날아침엔 좁쌀 한되를 구해다가 절구에 찧어 그것으로 줴기떡을 만드시였다. 그리고는 떡속에 올케더러 정신을 잃지 말라는 쪽지를 말아서 박아넣으시였다.

《그게 더 위험하지 않겠니? 저놈들이 그걸 띄여보면 자는 범 코구멍 쑤시는 격이 되지 않을테냐?》

어머니가 수건을 동이고 일어나앉아 떡속에 성냥개비같은 쪽지를 박아넣는걸 보고는 걱정을 하였다.

《그놈들이 못보게 들이밀고 오죠뭐. 올케가 나와서 떡꾸레미를 받으면 눈짓을 하든가 아예 쪽지고 뭐고 직판 말을 하겠어요. 어떤 일이 있어도 비밀을 지키고 정신을 잃지 말라구요.》

《조심해라.》

어머니는 맘을 놓는것 같은 얼굴이다. 오늘아침엔 열도 좀 내려서 인남이를 업고 다둑다둑 두드리며 방안을 거닐기도 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도 어지간히 기운이 솟으시였다. 이것만 들이밀어주면 아무런들 올케에게 무슨 실수가 있을가싶으시였다. 아직도 경찰서니 류치장이니 하는데가 어떤데인지를 딱히 모르고계시는김정숙동지께서는 떡을 해가지고 가면 올케가 나와서 받아주든가 아니면 경찰이 받아서 올케에게 전해주든가 할줄로만 믿으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나는듯이 동구를 벗어나시였다. 월평시보다 훨씬 더 먼곳인데 그만 떡을 하느라고 늦어 떠났기때문에 해가 기울기전에 가닿지 못할것 같은 생각도 드시였다. 그이께서는 뜀박질하듯 바삐 걸으시였다. 오늘은 해빛도 더 지글지글 뜨거웠다. 한나절이 되기전인데 풀잎이 죄다 늘어졌다.

그이께서는 점심때가 거의 됐을 때 태봉어구 동발막이 있는 아래골짜기 큰길에 들어서시였다. 적삼이 땀에 함빡 젖었다. 나무그늘에 들어서서 새빨갛게 된 얼굴을 한참 식히니 좀 시원하시였다. 떡꾸레미도 고쳐 단단히 싸시였다. 날이 불같이 더워 떡이 쉴것 같기도 했다. 제발 쉬기전에 올케의 손에 가닿아 한개라도 맛있게 입에 넣어주었으면싶으시였다.

얼마후 김정숙동지께서는 고개를 넘어서 첫째봉기슭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앉아있는 거리를 바삐 걸어내려가시였다. 아직도 한참 걸으셔야 다리가 나타나겠는데 무슨 일이 있는지 로동자들 수십명이 왁짝 떠들며 거리로 밀려내려간다. 김정숙동지의 뒤에서도 로동자들이 밀려왔다. 앞선 로동자들이 뒤에 오는 로동자들에게 빨리 오라고 고함을 질렀다.

《최가놈을 붙들어냈대?》

《아직 모르겠어, 지금 둘째봉쪽에서도 막 밀려내려오는것 같네.》

《빌어먹을, 오늘은 아예 결판을 내야 해. 숱한 광주놈들이 본때를 보고 정신이 들게···》

앞뒤에서 떠들어댔다. 골목에서도 광부들이 달려나온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가슴이 두근두근 뛰시였다. 최가놈이란 누구를 말하는것일가? 최가를 어떻게 하겠기에 숱한 광주들을 정신이 들게 한단말인가? 뒤따르던 로동자들이 자꾸만 앞선다. 모두 빈손이 아니였다. 막대기, 도끼, 정대 어떤 사람은 낫가락을 들고 뛰기도 하였다. 다리를 건너선 로동자들은 웃거리로 올리뛰였다. 태봉앞에서도 수십명의 광부들이 밀려나왔다. 그들은 다리 이쪽에서 건너간 광부들과 한무리가 되여 국수집앞으로 밀려올라가며 뭐라고 웨쳐댄다. 구경군들도 수태 밀려나왔다. 거리를 한참 올라가 둘째봉쪽으로 구부러진 길목부터는 사람이 하얗게 들어섰다. 온통 광굴속에서 일하는 광부들같은데 거기선 무시무시한 고함소리가 울려왔다. 불시에 땅하는 총소리가 났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사람을 쏴죽이는것 같아 흠칠 놀라시였다.

그이께서는 뙤약볕속에 서서 잠간 바라보시다가 경찰서가 있는 아래거리로 발길을 돌리시였다. 웃거리에서 벌어진 일이 무슨 일인지 무척 궁금했으나 우선 빨리 경찰서로 가서 줴기떡을 올케에게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급하시였다. 어쩐지 떡이 벌써 쉬였을것 같기도 하시였다. 가슴에 안으신 꾸레미가 폭양에 화독처럼 뜨끈뜨끈하였다.

경찰서앞으로 오시니 경찰서는 또 경찰서대로 숱한 경찰놈들이 무장을 갖추고 담장밖을 에워쌌다. 정문앞에도 십여명 늘어서서 거리쪽을 지켜보고있다. 모두 총들을 겨누고있는데 어느 순간에 땅 하는 총소리가 울릴지 알수 없었다. 그러기에 경찰서 앞거리엔 사람의 그림자 하나 뵈질 않는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거리로 내려가시다가 아직 경찰서앞거리에 이르기도전에 되알진 고함소리에 부딪치시였다.

《야앗 가라!》

정문앞에 서있는 한놈이 총대를 김정숙동지쪽으로 돌려대며 소리를 지르는것이였다.

《더 내려오지 말라는걸세. 이리로 얼른 들어서게.》

양철집추녀밑에서 웬 로인이 내다보며 말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로인이 서있는 추녀밑으로 들어가시였다. 가슴이 몹시 뛰시였다.

《할아버지, 무슨 일이 있어요?》

《둘째봉 광굴에서 굴이 무너져 사람이 수태 죽었다누만. 그래서 광부들이 들고일어나니까 저놈들은 경찰서라도 들이칠것 같아서 저러질 않나.》

김정숙동지께서는 호 한숨을 지으며 적삼소매로 땀을 씻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떨리는 손으로 떡꾸레미를 토방우에 놓고 목으로 흘러드는 땀을 자꾸 씻으시였다.

《어데서 왔기에 그렇게 땀투성이가 됐나?》

《부암에서 왔어요. 할아버지, 지금 류치장에 갇혀있는 사람한테 이 떡보자기를 들여보낼수 있을가요?》

《아니 류치장엔 누가 갇혀있게?》

《우리 올케가 갇혀있어요.》

《올케가 어째서?》

《모르겠어요. 아무 죄도 없는데 그저 붙잡아오지 않았어요.》

《괘씸한놈들···》

로인은 한마디 이러더니 이어 떡보자기는 들여보낼 엄두도 내지 말라고 했다.

《사식을 받아주는 법두 있다지 않아요?》

《사식이구 뭐구 아예 그런 말 말구 어서 집으로 돌아가게. 정문앞에 가서 어정대다간 총알에 맞네. 아까두 거리로 지나가는 사람 하나를 쏴서 하마트면 죽을번했느니.》

로인은 부채질을 하며 노기가 오른 기상으로 경찰서정문쪽을 쏘아본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생각이 안나시였다. 아무리 생각해야 도로 돌아설수밖에는 없을것 같으시였다.

웃거리에선 사람들이 더욱 들끓었다. 광부들이 계속 물밀듯 모여드는것 같다. 무얼 어떻게 하자고 저렇게 사람사태를 이루는지 알수 없으시였다. 정말 경찰서를 들이칠 준비를 하느라고 저러는것은 아닐가? 경찰서를 들이친다면 얼마나 좋을가. 그럼 떡을 들여보내겠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사람들과 함께 류치장문을 열어제끼고 들어가 올케를 구해낼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후둑후둑 뛰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한참 서있다가 부리나케 거리로 달려나오시였다. 웃거리의 군중이 경찰서로 내리밀리면 거기 한몫 끼여들 생각을 하시였다. 얼른 생각하니 그 군중속엔 오빠도 있을것 같으시였다. 오빠가 있다면 올케를 찾기 위해서라도 바로 민가네를 들이칠 때처럼 군중의 선두에 서서 경찰서를 들이칠것 아닌가!

김정숙동지께서는 떡꾸레미를 안고 바삐 웃거리로 올라가시였다. 올라갈수록 사람들이 다밀었다.어데선가 또 총소리가 울린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걸음을 주춤거리시였다. 그러자 뒤따르는 로동자들이 마구 내밀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하마트면 넘어질번 하다가 밀려나가시였다. 땀이 질퍽한 담벽같은 잔등판들이 앞을 메웠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군중의 소용돌이속에 빠져 이리밀리고 저리밀리고 하시였다.

《최가, 이놈 나서라!》

《사람을 수십명 죽여놓고 어디로 내뺐느냐?》

여기저기서 고함소리가 일어난다. 김정숙동지의 앞에 막아선 장정 두사람도 땀이 줄줄 흐르는 시뻘건 목을 솟구며 최광주 나서라고 고함쳤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매돌새에 든것 같이 숨이 확확 막히시였다. 한참 신고를 해서야 사람들속에서 몸을 뽑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달음박질을 해서 사람이 좀 설핀 저편 공지로 나가시였다. 나가서 보니 결국 사람들 물결에 밀려 맨 웃거리 둘째봉 가까운곳에까지 올라오셨다. 여기는 큰 거리뿐만아니라 골목골목에까지 사람들이 꽉 차있다. 골목 뒤쪽 높은 벽돌담장을 둘러친 집엔 사람들이 겹겹으로 둘러쌌다. 뭐라고 함성을 지르는지 그저 우야우야 하는 소리만이 들리신다. 그게 아마도 최광주네 집인것 같으시였다. 거기서 바로 땅 하는 총소리가 또 울렸다. 담장앞에서 경찰들이 칼을 휘두르는것도 보이신다.

갑자기 공중에서 무엇인가 반짝반짝하는것이 떨어져내렸다. 삐라다. 첫째봉쪽에서 떠넘어오는 삭도바가지가 삐라를 뿌려던진다. 사람들이 삐라를 줏느라고 야단이 났다. 서로 발돋움하며 날아내리는 삐라를 공중에서 붙들기도 한다.

김정숙동지께서도 날아내리는 삐라를 한장 손에 붙잡으시였다. 등사로 찍은 삐라인데 먹글씨같이 큼직큼직 썼다.

 

광부들이여!

《모작금점》을 반대해서 일어나라!

동발을 들이지 않는 굴에선 일손을 잡지 말라!

밀린 임금을 당장 받아내라!

이에 응하지 않는 광주에겐 철추를 내리라!

 

힘이 우쩍우쩍 솟는 글발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숨이 가쁘시였다. 어쩌면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가싶으시였다. 굴속에서 버럭을 지던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 들고일어나 이렇게 삐라를 뿌리며 와와 웨쳐대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른봄 민태설네를 둘러쌀 때엔 그래도 총 한자루 없는 민가를 상대해서 들고일어났지만 이건 총이 수십자루 아니 수백자루가 있을지도 모르는 경찰의 코앞에서 이렇게 대낮에 들고일어나 싸우고있다. 이래서 혁명 혁명 하는 그 말뜻이 그처럼 크게 울리는것인가. 쪽지를 나르고 련락을 하고 하는 일이 바로 언젠가는 이렇게 들고일어나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데 우리 오빠는 지금 어디에 있을가. 태봉에 와있는 오빠라면 틀림없이 이 군중속에 섞여있을것이다.

별안간 사람들이 몰려서있는 저쪽 거리우에서 웬 사람이 달구지우에 올라서서 무슨 연설을 했다.김정숙동지께서는 그게 오빠가 아닌가 해서 달려가시였다. 그러나 오빠는 아니였다. 코대가 날카로운 사람이 광주놈들이 굴에 동발을 들이지 않고 광부들을 잡는다고 주먹을 들어흔들며 웨쳤다.

《당신들도 저 동발막에 올라가보았겠지만 지금 동발막엔 동발목 낟가리가 얼마든지 쌓여있소. 그런데 광주놈들은 돈이 아까와 동발목을 안사간단말이요. 넨장, 동발목 하나에 돈이 합쳐 얼만가. 노다지를 캐서 제 호주머니에 넣는 돈 몇천분지 일도 안들이고 동발을 들일수 있는데 그걸 안들이고 붕락이 되여 저렇게 사람을 수십명씩 죽게 만들어?》

동발목 목재상의 서사로 있으면서 혁명을 하는 한기천이는 화약더미에 불을 지르듯 연설했다.

《이사람, 그만하고 내려오게. 너무 그러다간 공산당이 선동을 한다는 혐의를 받을수 있네.》

맥고모를 쓰고 흰 양복을 입은 목재상이 사람들속에서 단장을 들어흔들며 말했다.

《공산당이라니요? 그래 동발목을 팔아먹자고 연설하는것이 공산당이란말이요? 이런 기회에 광주놈들한테 타격을 가하고 나무값도 버쩍 올려야 합니다.》

《그 그건 나도 반대가 없어. 그렇지만 인젠 그만하구 내려오라니까···》

목재상은 맥고모를 벗어 훌렁훌렁 부채질을 하며 걸어갔다. 그는 로동자들이 최광주를 반대해서 일어난다는바람에 동발목값이라도 더 비싸게 받아먹을 구멍수가 생길것 같아 거리에 나왔댔는데 분위기가 너무 엄청나게 번져지는바람에 겁을 집어먹고 꽁무니를 빼는것이였다. 목재상이 가버린 뒤엔 한기천의 연설이 더 격동적으로 시작되였다. 그는 이때까지는 목재를 팔아먹는 장사군의 불평소리같은 연설을 했는데 인젠 아주 무산계급해방을 부르짖는 웅변으로 넘어갔다.

《음, 인제 진짜소리를 하는군.》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한기천을 올려다보았다. 복녀가 있는 밥집 상고머리좌상이 사람들뒤에 서서 떠들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연설을 한참 듣다가 붐비는 사람들속에 떠밀리여 큰 황철나무가 서있는 공지로 나오시였다. 공지 아래쪽에서도 웬 청년이 주먹을 흔들며 연설을 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또 그리로 달려가시였다. 그러나 그것도 역시 오빠는 아니였다.

지금 김정숙동지의 오빠는 삐라를 찍던 첫째봉기슭 고갱속에 있었다. 간데라불앞에서 대여섯명이 긴장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투쟁지휘부성원들이였다. 지금 여기서는 고조된 로동자들의 투쟁을 어떻게 끌고나갈것인가 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한창 론의가 벌어졌다.

사실 김기준동지는 파업투쟁을 조직하면서도 오늘과 같은 사태를 예견하지 못하였다. 파업으로 들어가자는 결정을 짓고 준비를 진척시켜오던중 최가갱속에서 암반이 무너져내려 광부들이 수십명 치워죽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최가갱앞에선 덕대놈을 때려눕히는 소동이 일어나고 광주를 쳐죽이겠다고 광부들이 시내로 모여들어와 이런 사태를 이루었다.

《인젠 부득이 경찰과 정면충돌을 각오해야 합니다. 사실 경찰을 때려부시지 않고는 최덕신이도 잡아낼수 없습니다.》

김기준동지를 둘러싼 사람들은 누구나 다 경찰을 짓부시자고 주장해나섰다. 모두들 눈에 불이 일었다. 어떤 사람은 경찰서를 때려부셔야 길녀아주머니도 구해낼수 있다고 했다. 덩지가 크고 짐작이 많은 조덕하까지도 길녀아주머니를 구해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경찰과의 정면대결을 주장했다.

김기준동지는 버럭우에서 앉았다일어섰다 하며 생각을 더듬었다. 모두들 그의 얼굴만 쳐다보았다.김기준동지가 그렇게 해보자고 한마디만 던지면 죄다 고갱속에서 달려나갈판이였다. 그러나 김기준동지는 지금 경찰서를 들이쳐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모대기는건 아니였다. 그런 폭동은 현재 형편에선 무모한 일일뿐만아니라 오히려 조직앞에 큰 손실을 가져오리라는것을 내다보고있었다.

지금 혁명조직을 꾸려나가며 군중을 각성시키는 단계에서 타산이 없이 마구 내몰았다간 무의미한 희생을 낼뿐만아니라 당장 조직이 해결해야 할 과업도 해결하지 못하고말것이였다. 지금 김기준동지가 생각하는건 바로 조직이 준비해온 그대로 이 기세를 발판으로 온 광굴을 파업으로 넘어가게 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오늘 당장 최덕신을 군중앞에 무릎을 꿇어앉히고 모든 광주들이 초풍을 일으키도록 일대 타격을 가하며 현재 광부들의 생활에 조성된 난관들이 활 풀리도록 만들수 없겠는가 하는 생각이였다.

《경찰이 접어들건 뻔하지요. 그렇다면 마주 들이치잔말입니다.》

《안됩니다. 지금은 그럴 시기가 못됩니다.》

김기준동지는 완강히 거부하였다.

《아니 그럼 류치장에 갇혀있는 아주머니를 이런 기회에 빼내오지 못하면 어떻게 구해냅니까?》

《아주머니요? 지금 우리 혁명에 아주머니가 문제로 제기되였습니까?》

김기준동지는 엄격한 눈으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담엔 누구도 대꾸를 못했다. 잠간 침묵이 흘렀다. 간데라불빛이 시뻘건 얼굴들과 우죽뿌죽 뿔이 난 암벽앞에서 어룽어룽 춤을 췄다. 김기준동지의 얼굴에선 땀이 번질번질 빛났다.

이러는데 또 한명의 청년이 땀을 흘리며 굴속으로 기여들어왔다.

《무슨 련락입니까?》

김기준동지가 물었다.

《방금 최덕신을 붙들었습니다. 제집 광속에서 독안에 들어가 있는걸 덜미를 잡아 끌어내왔습니다.》

《잘했습니다. 아주 잘했습니다. 바로 그놈의 숨통을 죄여야 합니다.》

김기준동지는 가슴을 들먹거리며 말하였다.

《그래 훼방하던 경찰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대여섯놈 나와서 총을 쏘며 막아나서다가 꽁무니를 뺐습니다.》

《그럼 빨리 가서 인젠 최가를 군중의 면전에서 숨통을 조이며 장례비문제, 위자료문제, 〈모작금점〉페지문제, 밀린 임금의 지불문제에 대한 다짐을 받으십시오. 그리고는 지금 곡성이 진동하는 광굴로 이끌고 올라가 그놈의 어깨우에 질통을 지우고 파묻힌 시체를 제손으로 파서 끌어내도록 달구치십시오.》

《알겠습니다.》

청년은 저편으로 가더니 넙적 엎드려 얼음같이 찬 석수를 꿀꺽꿀꺽 들이켰다.

얼마후 사람들은 모두 굴속에서 기여나갔다. 김기준동지는 잠시 생각에 잠겨 서성거리였다. 그는 문득 류치장에 쓰러져있는 안해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미 숨기가 없을것 같은 얼굴, 속눈섭을 내리깐 가긍한 얼굴, 불쌍한 얼굴··· 그는 그 얼굴을 밀쳐버리며 두눈을 부릅뜨고 간데라불빛앞을 빙빙 돌았다. 그러다가 석수가 있는데로 걸어가 수건을 물에 잠가서 비틀어짰다. 그것으로 불같이 달아오른 목과 얼굴을 문질렀다.

광부들은 바다같이 둘러싸고 서서 최가의 숨통을 죄였다. 몸집이 황소같은 최가는 뒤통수와 볼편이 터져서 피가 흘렀다. 와이샤쯔와 양복바지도 피자박이 되였다. 광부들이 끌고나오며 마구 땅바닥에 짓뭉개놓아서 기름을 바른 머리는 겨섬에 박았던 개대가리같이 되였다. 놈은 다짐을 받는 군중앞에서 벌벌 떨었다. 살진 잔등판을 구부리고 두손을 맞비비기도 했다. 군중은 최가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고함을 질렀다. 언덕우에 세워놓고 문초를 하긴 하나 사람들이 에워싸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놈 좀 앞에 내세워라! 기름진 상판대기를 보게···》

《음성을 높이게 볼따귀를 쥐여박아라!》

군중속에선 별별 소리가 다 일어났다. 모두 손에 든 쟁기들을 쳐들어흔들었다. 그냥 내버려두면 일순간에 짓밟아죽이거나 때려죽일것 같았다.

김정숙동지께서도 온몸을 화들거리며 언덕우의 광경을 바라보시였다. 그저 지진이 일어난 땅을 밟고 서있는것 같기도 하시였다. 그놈의 죄행을 들으시자 그이께서는 이가 갈리게 증오가 가시였다. 동발목 살 돈이 아까와 동발을 안들이고 일을 시키다가 사람을 수십명씩이나 죽게 했으니 저런놈이 부암의 민가와 다른게 무언가? 참 민가도 태봉에서 금광을 시작한다고 했지. 그놈도 붙들어내다가 저렇게 문초를 못하는가? 김정숙동지께서는 한참 이런 생각을 하다가 가슴에 안은 떡보자기 생각을 하시였다. 인젠 정말 떡이 무어가 됐을지 알수 없으시였다. 떡보자기는 사람사태속에서 지질리워 납작하게 되였다. 아무리 보아야 군중속에 오빠는 보이지 않으시였다. 이젠 별수없이 이걸 도로 안고 부암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당장 까마득해지며 서럽고 분한 생각이 드시였다. 눈앞에 있는 군중도 아무것도 안보이시였다. 최가놈을 문초하느라고 왁왁 들끓는 언덕우의 사람들도 눈물고인 눈에 어룽어룽 보이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사람들을 비집고 돌아서 힘없이 걸으시였다.

《아니 이게 누구야요? 정숙동무 아니야요?》

누가 앞에 다가와서며 물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얼른 눈구석에 맺힌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쳐다보시였다. 웬 처녀다. 누군지 감감 생각이 안나신다.

《왜 쳐다보기만 해요? 난 언젠가 부암 민가네 집에 갔던 복녀야요.》

김정숙동지께서는 그제야 얼른 생각이 나시였다. 태봉시에 있는 민가첩네 부엌데기노릇을 한다면서 연자방아간에 뛰여들어와 방아의 멍에를 씽씽 밀어주던 처녀다. 그날 민가의 본댁한테 무슨 심부름을 왔댔는지 드센 힘으로 연자멍에를 한참 밀어주며 자기는 열살도 먹기전에 어머니, 아버지를 다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도 했다. 힘이 세고 머리태가 굵은 처녀, 이것이 그때에 받은 이 처녀의 인상이였다.

《이게 정말 얼마만이야요?》

복녀는 덮치듯 김정숙동지를 부둥켜안는다. 그의 큰 눈엔 눈물까지 글썽거린다. 다같이 민가네 집에서 구박받는 신세란 생각으로 그러는지 모른다.

《지금두 연자방아를 찧어요?》

《찧어요.》

《그런데 뭘하러 여기에 왔어요? 이렇게 복새가 터진 날···》

《그저 좀 왔죠뭐.》

복녀는 김정숙동지를 이끌고 사람들이 설핀데로 걸어나왔다.

《가슴에 안은건 뭐야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얼른 대답을 못하시였다. 어쩐지 줴기떡보따리란 말을 하기가 부끄러운 생각도 드시였다.

《뭘 팔러 왔어요?》

《팔긴 뭘 팔겠어요. 우리 올케가 지금 경찰서 류치장에 갇혀있지 않아요. 그래서···》

《아니 올케가? 가만 올케가 누군데?》

《누구라면 알겠어요?》

《길녀아주머니 아니야요?》

《어떻게 우리 언니를 알아요?》

《어마나··· 내가 왜 몰라? 그럼 동무가 바로···》

복녀는 또 한번 와락 달려들어 김정숙동지를 부둥켜안는다. 그는 그럼 동무가 바로 김기준동지의 누이동생이였구나 하는 말을 하려다가 얼른 그건 움츠려버렸다. 그도 인젠 아무 말이고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걸 알고있었다.

《그래 올케한테 뭘 가지구 왔어요?》

《떡을 좀 해가지고 왔는데 경찰놈들이 담장밖과 정문앞에 에워싸고 서서 총질을 땅땅 하지 않아요. 그래서 들여보내질 못하고 이렇게 안고다녀요.》

복녀는 혀를 끌끌 찼다. 그리더니 《여기 좀 서있어요. 그 먼데서 떡을 해가지고 왔다가 도루 안고가겠어요? 내 볼일이 있어서 저기 좀 갔다올게 여기 서있어요···》하고는 사람들속을 비집고 달리였다. 바로 이런 때 언덕우에서 최가를 둘러싸고 떠들던 군중이 와 내려밀렸다. 사람들은 최가를 겹겹이 둘러싸고 큰거리를 가로질러 둘째봉기슭으로 통한 나무우거진 길로 들어갔다. 바로 김기준동지가 지시한대로 곡성이 진동하는 광굴로 끌고들어가는것이였다. 거리를 덮었던 광부들도 모두 따라섰다. 왁왁 떠들며 사람사태가 밀린다.

어데를 다녀왔는지 땀에 뜬 복녀가 나타났다.

《정숙동무, 가봐요. 아무렴 먹을거야 안받아주겠게? 류치장사람들한테 들어가는 음식은 받아준다는 말이 있어요.》

복녀는 떡꾸레미를 빼앗아안고 앞섰다. 그는 길녀의 정상을 생각하면 정말 자기자신이 음식을 해서라도 류치장에 들여보내줘야 할 일인데 이 떡보따리를 어떻게 도로 안고 가도록 내버려둘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방금 민가네 동정이 어떻다는걸 적은, 대걸이가 내밀어주는 통신쪽지를 밥집의 고수머리좌상한테 갖다주고는 부리나케 도로 달려온것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복녀와 함께 바삐 걸어서 경찰서앞으로 내려오셨다. 뜻밖에도 경찰놈들이 아까처럼 담장밖을 둘러싸진 않았다. 정문쪽에만 댓놈 모여서서 앞을 노리며 쏘아보았다. 아마 놈들도 군중이 경찰서로 밀려내려오지 않으리라는걸 아는 모양이였다. 복녀는 다짜고짜로 경찰서정문앞으로 걸어들어갔다. 김정숙동지께서도 뒤를 따라들어가시였다.

《모야 모야?》

경찰놈들이 기급해서 고함을 쳤다.

《류치장에 떡 좀 들여보내자고 그래요.》

복녀는 굵은 머리태를 흔들며 끄떡없이 걸어들어갔다. 그는 마치 경찰놈들이 류치장에 떡을 들여보내라고 머리라도 끄덕거릴줄 알고 그러는것 같았다.

《모야 앙?》

《류치장에 떡을 들여보내자구 왔어요.》

《모 도꾸?》

《아이참 혀두 별나겐 놀리네. 떡이라는데 도꾼 또 뭐야요?》

한놈이 나서더니 떡보자기를 풀어보았다. 놈은 보자기속에 그 무슨 딴 물건이라도 있는가 해서 그러는지 검은 털이 부시시한 징그러운 손가락들로 줴기떡을 마구 헤쳐보았다. 그러더니 가라고 복녀의 뺨을 후려쳤다.

《아니 이 개놈들이···》

복녀는 당장 두눈이 화등잔같아져서 놈을 마주 쏘아보았다. 그러자 놈은 또 주먹으로 머리를 쥐여박으며 나가라고 고함을 질렀다.

《복녀동무, 그만두고 가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낯빛이 파랗게 질려 얼른 보자기를 싸들고 복녀를 이끄시였다. 그이께서는 어디를 디디는지도 모르게 경찰서앞을 걸어나오셨다. 복녀는 이발을 악물고 굵은 눈물을 뚝뚝 떨구며 울었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세요.》

거리로 나온 김정숙동지께서는 두눈에 눈물이 어려 말씀하시였다.

《난 가겠어요. 이길로 부암으로 갈테야요?》

《네···》

《그럼 잘 가요.》

김정숙동지께서도 눈물을 씻으며 복녀와 갈라지셨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쓸쓸해진 거리로 한참 올라가시였다. 바람이 불어 먼지가 일어나고 찢어진 삐라장들이 날았다. 폭풍쳐간 한산한 거리도 가느다란 비애를 체험시켰다. 오빠는 어디로 갔기에 함성이 터진 이 거리엔 없단말인가! 정말 언니가 잡혔다는걸 알기나 하고있는가!

다리를 건너오시던 김정숙동지께서는 줴기떡을 강물에 훌 털어 던지시였다. 경찰의 징그러운 손이 주물렀던 떡을 그대로 가지고 갈 생각은 없으시였다. 떡속에 찔러넣은 쪽지가 없었더라면 그자리에서 털어던지고 나오셨을 줴기떡이였다.

다리를 건너온 김정숙동지께서는 해가 진 산기슭에 앉아서 한참 우시였다. 꾸겨쥔 보자기에 눈물을 씻으며 흐느끼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