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장 2

 

제 11 장

2

 

이튿날아침, 박대동네 집에선 박대동이 마누라의 기광이 벌어졌다. 그는 어제밤 마당에 굴려내던진 분임이의 의롱속에 있는 옷들을 온통 들어내다 불지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 집엔 경기도내기 머슴 한명이 있는데 박대동의 마누라는 그 리서방을 찾느라고 안팎에 대고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일을 나갔는지 리서방은 대답이 없다.

《아니 리서방 없나? 게 밖에 리서방 없어?》

박대동의 마누라는 대청기둥을 붙잡고 성이 나서 펄펄 뛰였다.

《부엌에 어멈 있나? 밖에 나가서 리서방 좀 찾아보게.》

부엌에서도 대답이 없다. 동작이 굼뜬 부엌데기어멈은 한마디나 불러가지곤 꿈쩍을 않는 성미다.

《아니 부엌에 어멈이 없어?》

《예···》

《온 삶은 소대가리같은것, 대포를 한방 꽝하고 쏴야 띠끔해하겠나? 빨리 나오지 못할가?》

그제야 부엌문밖으로 머리가 희슥희슥 센 퉁퉁한 아낙네가 나섰다. 그는 행주치마에 손을 씻으며 대청에 선, 머리를 반드럽게 빗어넘긴 《진주기생》을 쳐다보았다.

《아니 임잔 집안에 이렇게 흉조가 들이닥쳤는데 속이 뜨끔칠 않아? 그년의 의롱을 아직 마당에 놔두고도 숨결이 편안해?》

《그럼 어떻게 하겠어요?》

《아따 온 저렇게 볼따귀를 잡아흔들고싶게 늘어져서야 어떻게 사나? 아니 저속에 있는 그년의 옷을 죄다 들어내다놓구 불을 못질러?》

《끼니가 늦어지는데 언제 그런 일을 하겠어요?》

《그러게 빨리 나가서 리서방을 찾으란말야.》

그제야 어멈은 총총히 걸어서 대문밖으로 나간다. 박대동의 마누라는 속이 활랑거려서 숨을 후후 내불며 손부채질을 했다. 며느리가 물에 빠져죽었다고 하는것은 꼭 집안에 무서운 재앙을 들씌우겠다고 선고를 내리는것 같은, 사지가 까드라지는 생각을 던져주었다. 그러지 않아도 서울 간 아들이 페가 나빠진다 어쩐다 하는 편지도 보내왔다.

박대동의 마누라는 분임이의 원귀 생각을 하니 치가 떨려왔다.

(어이구 맙시사, 하느님 내려다봅시사. 그저 그 귀신이 제발 이 집에 거접을 못하도록 물리쳐줍시사.)

그는 허공에 대고 두손을 싹싹 비볐다.

이러는데 어멈이 들어왔다. 그는 리서방이 어데로 나갔는지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엥이 그만둬라. 리서방 손을 빌어선 뭘 하겠나? 조반이고 뭐고 어멈하고 나하고 그년의 옷을 죄다 불에 사르세. 귀신 거접할 물건을 집안에 둬선 안돼···》

대청에 서있던 박대동의 마누라는 잉그르르 마루에서 떨어졌다. 그는 마당으로 달려내려가 의롱의 자물쇠를 거머쥐고 힘을 쓰며 비틀어보았다. 쇠가 비틀리질 않았다. 그는 얼굴이 동해오르도록 몇번 더 욱욱 힘을 썼다. 그곁에 서있는 어멈은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지 않아도 한부엌에서 서로 위로를 하며 고생하던 며느리가 죽은 일이 하늘이 무너진것도 같은데 이 독사가 그 불쌍한 며느리를 재차 잡아죽이는것 같기도 해서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했다.

《안되겠구나. 쌍 죽일년!》

박대동의 마누라는 숨이 차서 헐떡거렸다.

《그 죽일년이 무슨 지랄로 열대는 늘 괴춤에 찌르고 다니는구? 어멈, 집안에 들어가 식칼 가지고 나오라구. 아니 식칼 가지군 안되겠어. 도끼를 가져오라구.》

어멈이 도끼를 찾으러 갔다. 박대동의 마누라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버티고 서있다. 키는 작은데 무섭게 암팡진 독종이였다. 얼마후 어멈이 도끼를 얻어들고 왔다. 박대동의 마누라는 도끼를 받아쥐더니 자물쇠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붕어형태로 만든 자물쇠가 얼른 비틀려 떨어지지 않고 절라당절라당 소리를 내였다.

열번도 더 쳐서야 자물쇠가 의롱의 고리를 잡아뜯으며 땅에 뚝 떨어졌다.

《쌍 매밥을 할년같으니라구···》

박대동의 마누라는 도끼를 집어던지고 화들화들 휘저어대는 손으로 농문을 열어제꼈다. 그리고는 옷을 꺼내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바로 이런 시각 대문간으로는 리서방과 박대동이 들어섰다. 둘이는 분임이가 빠졌다는 강가에 나가서 쏘다니다가 돌아오는길이였다. 박대동은 며느리의 시체를 보기전엔 아무래도 동네사람들의 소문을 믿을수가 없었다. 어찌 보면 자기를 희롱하는것 같은 눈치이기도 해서 오늘아침엔 리서방을 데리고 강가로 나갔었다. 그러나 아무리 돌아보아야 알수 없었다. 소에 빠져들어간 며느리가 밤에 물우로 떠올라 떠내려가다가 여울목에라도 걸려있지 않는가 해서 여울물을 건너갔다오기도 했다. 그러나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박대동은 아래도리까지 죄다 젖어 분기가 뻗쳐 돌아섰다. 죽으려면 앓다가나 죽을 일이지 이렇게 소문을 내놓고 죽을건 무언가. 박대동네가 며느리를 구박해서 물에 빠져 죽게 했다느니 하는 소문이 돌게 된다면 이 무슨 창피인가. 그러지 않아도 지금 공산당이 자기를 꼬집어서 박돼지라느니 인간백정놈이라느니 별별 악담을 다 퍼뜨리고있는 이때에 이건 막 내놓고 험구를 해도 입을 틀어막을수 없게 되지 않았는가. 고현년, 죽어도 더럽게 죽은년. 박대동은 죽은 며느리의 송장이라도 눈앞에 있다면 짓밟아 한번 더 죽이고싶은 생각이 불끈불끈 치솟아올랐다.

이런 분감을 안고 집에 들어선 박대동의 눈앞엔 또 기절초풍을 할 광경이 벌어지지 않았는가. 그는 어제밤 며느리를 찾아 동네를 밟아치느라고 자기 마누라가 어멈과 작당을 해서 며느리의 의롱을 마당에 내굴린줄도 모르고있었다.

《이 이건 무언가?》

안마당으로 들어선 박대동은 굵은 다리를 우들우들 떨며 자기 마누라에게 물었다. 어멈은 벌써 박대동의 기상을 보고 슬금슬금 피해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무언 무어겠소. 수사귀가 붙은 입성들을 그냥 두어둘테요? 불에 집어넣어야지.》

《수사귀? 수사귀가 무어야?》

《수사귀가 수사귀지. 물에 빠져 죽은 귀신을 모르오? 그년이 물속에서 숨이 떨어졌다면 대바람으로 의롱속에 기여들어왔을것 아니요. 그래가지군 이놈의 집에다 별별 액운을 다 끌어들이자고 지랄을 할텐데 이걸 그냥 둬요?》

《예끼, 이년 이 괴악스런년, 갖은 창피를 다 시키는구나. 이년, 아까운 입성을 불속엔 어째서 집어넣는단말이냐? 이년 이년!》

박대동은 힝 손을 뻗치더니 마누라의 끄뎅이를 거머쥐였다. 그는 밭은 활개로 제 마누라의 뺨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그저 찰싹찰싹 소리가 연거퍼 울린다. 마누라는 죽는다고 아우성을 쳤다.

얼마후 마누라를 때려눕힌 박대동은 채머리를 후들후들 저으며 사랑으로 걸어나간다. 박대동의 마누라는 머리를 풀어던지고 옷더미우에서 손바닥을 짝짝 치며 통곡을 했다.

사랑으로 나온 박대동은 고서가 가뜩 쌓여있는 책상우에서 큰 유지부채를 들어다가 활랑활랑 부치였다. 시뻘겋게 피빛이 오른 대머리에선 땀이 쭈룩쭈룩 흘러내린다.

《괘씸한것들, 밖에선 공산당이 들이치고 안에선 계집년들이 화단을 일구니 이놈의 집이 안망해?》

박대동은 이발이 갈려서 우들우들 떨었다. 그는 이 순간처럼 자기네 집이 겉만 뜨르르하고 속은 벌써 결단이 나가고있다는 느낌이 절실해진적은 없었다. 공산당바람에 고리대를 널어놓았던 돈도 거의다 떼울것 같은 형편에 이르렀다. 고리대장사가 땅을 사서 소작을 주는것보다 몇갑절 리득이 있는 놀음이여서 이때까지 그 놀음으로 치부를 해왔는데 작년가을엔 리자도 몇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상촌 큰벌땅도 인젠 공산당한테 떼우고말았다. 땅만 떼운게 아니라 리서방따위는 그 발뒤꿈치에도 못따를 경상도 심복은 조선인민혁명군에게 붙잡혀 숨주머니가 없어졌다. 경상도 심복이 없으니 인젠 돌아다니며 빚채근을 해줄놈도 없다. 어쨌든 이게 인패재패로 바닥이 드러나는판이 아니고 무언가.

바로 이런 때 박대동네 마당으로는 마차가 한대 굴러들어왔다. 말방울소리를 들은 박대동은 괜히 또 얼굴이 동해올랐다. 자전거소리가 아니고 말방울소리인걸 보면 경찰은 아닌것 같은데 어느 시럽의 아들놈이 울음소리가 진동하는 집으로 식전에 달려들고있는가? 일은 점점 더 꾀여져 동네방네에 소문만 들썩하게 됐다.

박대동은 쌍창미닫이를 드르르 열어제끼고 밖으로 닫혀있는 덧문을 열어던졌다. 누구인가 회색양복에 밤색 중절모를 쓴 사람이 단장을 내짚으며 마차에서 내리고있다. 얼굴 돌리는걸 보니 민태설이다. 얼마나 급히 달렸는지 땀에 뜬 말잔등에선 김이 문문 풍겼다.

《박선생, 그새 안녕하시우?》

《어떻게 이렇게 식전에 왔소?》

박대동은 일어서지도 않고 한마디 뱉었다. 그는 하필이면 민가가 이런판에 달려들건 무언가고 피대가 더 뻗쳐올랐다. 작년여름 민가네 집에서 수모를 당한 일은 죽어 백골이 돼도 잊혀지지 않을것 같다.

그러기에 그뒤엔 태봉시를 다녀도 거리바닥에만 들어서면 민가네 집쪽에 대고 퉤하고 침을 뱉군했다. 그런놈이 무슨 일로 울음소리가 랑자한 때 찾아들었는가.

《들어오시오.》

박대동은 얼굴이 댕댕해 앉아서 민가를 들어오라고 했다.

《집안에 무슨 불상사라도 있습니까?》

《불상사는커녕 아무것도 없소. 내 집은 언제든지 이렇게 소란스럽소.》

박대동은 역증을 내며 대답했다. 그따위 수작은 말고 들어오려거든 들어오고 가려거든 가라는 배포가 드러나뵈였다. 안해의 울음소리는 인젠 대청마루쪽에서 들려왔다. 무얼로 마루바닥을 치는지 자끈자끈하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그러나 인젠 안해에 대한 분감까지도 민가에게로 쏠려넘어갔다. 안해가 당장 사랑방으로 달려들어와 마루바닥을 치는 몽둥이인지 장작개비인지 하는것으로 민가의 등줄기가 부러져나가게 패주었으면 시원할것도 같았다.

민가는 괜히 기침을 깇으며 사랑방으로 들어가앉았다. 그는 얼굴이 온통 수세미오이같이 주글주글했다. 눈깔이 튀여나온 아들의 송장을 본 뒤엔 이어 상판대기가 이렇게 된 민가였다. 우묵한 눈속에서 굴고있는 눈동자도 정기가 없고 뿌옇게 흐려뵈였다.

박대동은 담배를 피우라는 말도 없이 저만 대통에 한대 쑤셔담아 피웠다. 그는 조끼주머니에 권연갑이 있었으나 그걸 피우면 아무래도 한대 피우라고 권해야 할것 같아서 아예 그건 꺼내지도 않고 대통에다 기새미를 쑤셔담아 피웠다. 민가는 민가대로 제 주머니의 담배를 꺼내서 한대 피워물었다. 둘이는 잠간동안 소닭보듯하며 민가는 창문쪽에 대고 박대동은 뒤문쪽에 대고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이러는데 뒤문이 쩡 열리며 머리를 풀어헤친 박대동의 마누라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건 무슨짓이냐, 엉?》

박대동이 그냥 내버려두었으면 좋겠으나 체면이 있는지라 벽력같이 소리를 질렀다. 《진주기생》은 또 한바탕 해낼 잡도리로 문을 열어제끼긴 했으나 웬 양복쟁이가 앉아있는걸 보고는 주춤 서서 악담도 꺼내지 못하고 떨기만 했다. 치마가 흘러내려가고 옷고름이 풀어지고 온통 미치광이 행색이였다. 그는 집이 흔들리게 문을 쾅 후려닫고는 물러섰다.

《이따가 보자. 손님 간 담에 보잔말야.》

밖에서 독을 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허허, 박선생은 아직 늙지 않으셨습니다.》

민태설이 한마디 하며 웃었다. 박대동은 못들은척하며 시뻘건 눈동자를 뒤문쪽에 보낸채 앉아있었다.

《늙었다 할지라도 정력이 이쯤 돼야 합니다. 내외싸움이란 정력놀음입니다.》

박대동은 여전히 민가의 소리에 대꾸를 안했다.

《헌데 박선생.》

《무슨 말이요?》

박대동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요새 소식을 듣고계십니까?》

《무슨 소식이요?》

《아마 이 이야기를 들으면 박선생도 가슴이 쑥 열리리다. 나두 박선생이 상촌땅 열리기를 얼마나 학수고대하고있는지를 알고있습니다.》

박대동은 이 요사스런놈이 무슨 말을 하려기에 이러는가 해서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민가의 얼굴은 수세미오이같을뿐만아니라 이마에 거밋거밋한 반점까지 돋아났다. 민가의 아들이 죽은줄 모르는 박대동은 이놈의 몰골이 왜 이렇게 비루먹은것 같이 됐을가고 이상히 여겼다.

《박선생, 상촌쪽으로 일본의 대무력이 밀고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조선에 와있는 사단도 공산당무력을 진압하기 위해서 강을 건너왔답니다. 그래서 왕청쪽에서도 큰 싸움이 벌어지고 어제부터는 태봉시로도 일본군대가 물밀듯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월평시에서 금페, 부암지역을 거쳐 직통 상촌으로 떠나가는 부대도 있답니다.》

민가의 소리에 박대동은 당장 긴장해졌다. 민가가 무슨 수작을 하자고 먼저 이런 소리를 꺼내는지는 모르겠으나 절대로 허튼소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자기 집에 각근히 드나들고있는 고바야시니 이께다니 하는 경찰들도 늘 불원간 대공격이 시작된다는 말을 해왔다.

《한숨 마음을 놓으십시오. 상촌에 있는 박선생 땅도 곧 박선생 수중으로 도루 들어올것입니다. 작년에 소작료를 못받았겠지요?》

《못받았지요. 소작료가 다 무어요?》

박대동은 얼른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민가를 가재미눈으로 보던 표정도 당장 고치였다. 일본군력이 밀려올라가서 공산당군대만 녹여낸다면 자기에겐 곧 행운이 탁 터지는판이다. 상촌땅을 도로 찾을수 있는건 물론이지만 고리대로 주었던 돈도 일조에 걷어들일수 있다. 돈을 못물겠다는 놈이 있으면 당장 불러다놓고 주리를 틀수도 있고 목을 벨수도 있을것이다. 이놈들이 이때까지는 공산당군대를 믿고 이 박대동이를 우습게 알고 뒤로는 별별 악담들을 다하고 다녔지만 그 공산당군대만 녹아난다면 땅바닥에 코를 박았지 별수가 없을것이다.

박대동은 온몸이 후끈후끈해지고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는 어험어험 기침을 하며 일어서서 뒤문을 열었다.

《게 어멈 있느냐?》

그는 어멈을 불렀다. 잠시 대답이 없었다. 인젠 마누라도 울음을 그쳐 안방쪽이 조용했다.

《게 어멈이 없느냐?》

박대동은 또 한번 불렀다. 그제야 부엌안에서 대답소리가 나며 어멈이 마당으로 달려나왔다.

《빨리 술 한상 차려라.》

《아침진지가 다 되였는데요.》

《밥은 그만둘테니 술상만 보아오너라.》

박대동은 또 헛기침을 하면서 문을 닫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제야 그는 자기의 조끼주머니에서 권연갑을 꺼내 민가앞에 내놓았다. 사람을 능갈쳐먹을줄 아는 민태설은 박가의 심리가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있다는것을 력력히 읽으며 권연갑에서 담배 한대를 뽑아갔다.

《참, 박선생이나 내나 저 일본사람들 아니면 신세가 어떻게 되였겠습니까? 공산당이 우리를 그냥 내버려두었겠습니까?》

《기가 터지는 소리는 그만하시오.》

박대동이도 권연을 한대 꺼내서 붙여물며 말했다.

《그런데 박선생, 내 식전에 찾아온 용건이 있소이다.》

《무슨 용건이요?》

《다른게 아니구 난 지금 금광에다 온 힘을 떠밀어넣고있는데 재력이 좀 부칩니다. 요새두 갱 하나를 또 손에 넣자고 하는데 돈이 좀 모자라는군요. 그래서 박선생은 현금을 많이 주무르는분이니 어떻게 방법을 좀 세워줍시사 해서 달려왔습니다. 방법이란 다른게 아니고 박선생이 기왕 토지개발에 한몫 가담하자고 했던 사실도 있었으니만치 그 개발공사에 넣은 내 자금을 명의를 고쳐서 넘겨맡으시고 그 자금만한 현금을 나한테 줄수 없겠는가 하는 그것입니다.》

박대동은 입으로 가져가던 담배를 멈춰세우고 민태설을 치떠보았다. 그의 큰 눈으로는 날카로운 빛이 지나갔다.

《명의를 쉬 고쳐낼수 있겠소?》

《혼다가 그렇게 들어주겠다고 미리 약속이 있었습니다.》

《약속이 있었다···》

박대동은 시답잖은듯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는 속으로 회심의 웃음을 웃고있었다. 자기도 그 농장에 자금을 밀어넣어보자고 발바닥이 닳게 뛰여돌아다니다가 결국은 이 민가한테 발등을 밟혀 싸우기도 했었다. 그런데 인젠 민가가 제발로 걸어들어와 자기가 넣은 자금을 넘겨주겠다는것이다. 박대동은 자기가 현금을 내놓긴 하겠지만 이것도 뜻밖의 호박이다. 박대동은 어험어험 기침을 했다.

(네 이놈, 돈에 기갈이 난 모양이구나, 허지만 내가 네 주권을 본값으로는 넘겨맡지 않으렸다. 이놈의 주권을 어떻게 해야 반값으로 떼내나?)

박대동은 당장 도적심사가 생겨 민가의 농장주권을 반값으로 떼낼 생각을 했다.

《어험, 한잔 드시오.》

술상이 들어오자 박대동은 통통한 손으로 술을 부어 민가에게 권했다. 민가는 술잔을 들어 마시더니 카 소리를 질렀다. 민가는 민가대로 박대동이 자기 말에 맘이 움직이는것 같아보이자 은근히 신바람이 났다.

(넨장 인젠 광굴을 또하나 손에 넣었다. 그놈의 광굴에선 노다지가 난댔지.)

민가는 골속에 들어간 우묵한 눈이 번쩍번쩍 빛을 뿜었다. 눈깔이 튀여나온 아들의 송장이 인제야 눈앞에서 훌 날아가버리는것 같았다. 박대동이는 박대동이대로 자기의 도적심사를 실현할 꿈을 좇으며 술잔을 들어다 입술에 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