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2

 

제 5 장

2

 

놈들의 공격이 시작되는 날 김정숙동지께서는 즉시 공청원들을 동원시켜 전방으로 내보내고 한편으로는 아낙네들로 작식대를 조직하시였다.

작식대는 김정숙동지자신께서 지휘를 하며 첫날은 미처 손쓸새가 없어서 동네에서 밥을 지어 전방으로 날라내가게 하시였다. 그러나 적의 포탄이 날아넘어오고 비행기가 날아들어 샅샅이 훑는 위험한 정황속에서 내처 밥임을 이고 동네에서 전방으로 뛸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음날엔 아예 아낙네들과 함께 큰 가마들을 뽑아 이고 검산뒤 산중으로 나가시였다. 돌이 많은 산골짜기였다. 깊은 골에선 개울물이 흘러내리고 개울옆으로는 큰돌 작은돌이 가뜩 널려있었다. 더구나 두꺼비같이 생긴 바위가 하나 엉거주춤이 일어서 있어서 그밑에 들어가면 비를 피할수 있을것 같고 놈들이 퍼부어대는 포탄도 피할수 있을것 같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바로 그 바위앞에 자리를 정하고 주변의 나무를 깎아눕히기 시작하시였다. 모두 이악스럽게 낫질을 했다. 음전이, 금실이, 을손에미, 그밖에도 상촌아낙네들과 능수리토배기아낙네한명이 끼였다. 상촌을 떠나면서 속앓이를 하던 아낙네 장보배는 요새엔 몸이 충실해져서 김정숙동지께서 련락을 하시기 바쁘게 큰벌에서 달려내려와 작식대에 들었다.

음전이는 아직 몸이 추서지 못했으나 어떻게 누워있겠느냐고 머리를 들고일어났다. 그는 누런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을 연방 손등으로 훔치면서 싸리숲에 낫질을 했다. 어데서 나무는 그렇게 많이 해보았는지 싸리숲을 아예 밑그루까지 바투 베여나가며 눞도 잘 쳤다. 제일 바삐 돌아가는게 금실이였다. 그는 치마를 휩싸찌르고 중둥매끼를 동였는데 혀가 긴 낫가락으로 팔뚝같은 가둑나무도 우드득 하고는 베여넘겼다. 그의 얼굴도 이제는 새까맣게 탔다. 다닥다닥 표나게 보이던 주근깨도 아예 살빛갈과 같이 되였다.

나무를 다 깎고나선 돌을 주어들여 가마를 거는 일이 벌어졌다. 모두 큰 돌멩이를 안아들였다. 을손에미가 그중 힘이 장사였다. 쓸모가 없다고 해도 한아름씩 되는 큰돌을 자꾸 안아들였다. 그는 아직도 김정숙동지에 대한 미안한 생각, 한기천에 대한 송구한 생각, 명치에 그득한 생각이 내려가지 않아 원쑤와의 싸움에 제 한목숨을 내대고싶은 생각도 우쩍우쩍 솟았다. 그는 굵은 새 베적삼이 푹 젖도록 땀을 철철 흘리며 일했다.

《인젠 참 쌈터 뒤통수에다 가마를 거니 밥날라가긴 엿먹기겠수.》

《그러게말임둥, 래일아침부턴 대가리소대장의 도끼눈질은 안받겠음매.》

을손에미의 말을 함경도내기 상촌아낙네가 받았다. 아낙네들이 웃어댔다.

《대가리소대장이 뭐예요? 대걸소대장이라우.》

《대걸이나 대가리나···》

그 소리에 또 와그르르 웃음이 터졌다. 오늘아침 밥을 늦게 가지고 나갔다가 대걸이한테 되게 눈총을 받았던것이다.

가마 둘을 걸고난 아낙네들은 두껍바위앞에 앉아 한참 쉬였다. 모두 가둑나무잎을 뜯어가지고 부채질을 했다. 음전이는 능수리 토배기아낙네가 업고 나온, 돌을 갓 지난 어린애를 빼앗아다 품에 안았다. 꼭 장동마을 오두막 울바자밑에 눕혀놓고온 제 어린것만하다. 손도 그렇게 토실토실하고 엄지발가락이 길고 작은 발가락들이 대추씨같이 자름자름하고 발바닥이 통통하게 살이 진것도 꼭 같다. 굶주림에 시달리면서도 어떻게 아이를 이처럼 축이 안가게 길렀는지 모른다. 음전이는 담직하게 무거운것을 젖가슴에 품고 앉아 눈물이 글썽해졌다. 아이는 적삼 앞자락밑에 내놓인 젖꼭지를 자꾸만 주물렀다. 한해도 못되는 사이 쪼그라붙은 젖꼭지다. 여기 와서 두어달동안은 끼니를 설치며 살아도 하루 한번씩은 울며 젖을 짜버려야 했다. 그런 젖꼭지가 인젠 아주 말라붙어버렸는데 어린것은 자기 이마우의 눈물글썽한 얼굴이 제 엄마의 얼굴은 아니라도 젖이 소중한지 자꾸 매만지며 두손가락새에 넣고 비틀기도 한다. 음전이는 온몸이 짜릿해졌다. 오장륙부가 불에 지지우는것도 같았다. 그 어린것이 지금 어떻게 되였을가? 내가 사람없는 빈집 울바자밑에 눕혀놓고 오지 않았던가. 그 밤에 누가 안아들여가지 않았으면 울다울다가 숨이 졌을것 아닌가.

음전이는 얼른 띠를 들어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어이구 우지 말라구, 어데서든 곱돌같이 자라지 않겠게 그래···》

을손에미가 제 아이 생각하고 우는줄 알고 한마디 했다.

《곱돌같이 자라지 않구. 응아소리만 나면 너도나도 달려나와 안아들여갔을텐데···》

딴 아낙네가 또 받았다.

《다 자라면 제 피줄을 찾아온담메.》

《그럼요. 조국광복이 되는 날 머리태 기다란 체니가 나타나 엄마하지 않으리.》

모두 음전이더러 제아이 생각말라고 한마디씩 입을 준다. 음전이는 눈물을 씻으며 아이를 추켜올려 입을 맞추고 뚝덕뚝덕 궁둥이를 두드려주었다.

아낙네들은 한참 쉬고는 또 일어섰다. 모두 점심때가 가까와진다고 떠들며 걸어놓은 가마에 밥지을 차비를 했다.

밤이 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금실이와 을손에미를 데리고 마을로 들어가시였다. 쌀도 더 내가고 큰가마도 하나 더 얻어내가시려는것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걸으면서도 혼자 가슴 무거운 생각을 하시였다. 근거지가 오늘밤엔 또 무슨 사고가 없이 넘길가, 어제밤 병기창에 작탄을 던진걸 보면 틀림없이 원쑤가 강건너놈들과 호응해서 안에서도 발악하고있는것 같은데 어둠 덮인 밤이 무서웠다. 근거지에 숨어있는 놈이 또 무슨 획책을 하지 않을가. 지금 어데 숨어서 두눈을 올빼미눈같이 번뜩거리고있는지 뉘 알겠는가. 도대체 어느놈이 원쑤인가. 그런 원쑤가 몇놈이나 숨어있는가. 김정숙동지께서는 느닷없이 아이들이 독초를 먹은 날 리억겸이 자기를 보고 근거지사업에 지나치게 간섭말라고 하며 한기천에 대한 험구를 퍼뜨린놈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지 말라고 하던 소리가 생각나시였다. 그때 리억겸은 자기들이 주목하고있는놈이 있는데 그렇게 이 사람 저 사람 짚고 신경을 쓰다간 일을 튀게 만든다고 했다. 그때는 이미 조택구에게 화살이 가닿았을 때이다. 말하는걸 보면 틀림없이 조택구를 짚지 말라고 한 말인것 같은데 조택구야 틀림없는 원쑤가 되여 잡히지 않았는가, 그런데 리억겸이 딴놈을 주목하고있다는것은 어느놈을 말하는것인가, 그게 조택구를 다치지 말라고 한 소리는 아니였는가, 그렇다면 이게 무엇이 어떻게 얽혀돌아가는 조화속인가.

김정숙동지께서는 공연히 가슴이 두근두근 뛰시였다.

마을앞 캄캄한 길로 걸어들어가는데 호된 목소리가 앞을 막았다.

《누구야 섯!》

《저예요. 수고들 하세요.》

《공청책임자동뭅니까?》

《네, 작식대에서 무얼 좀 가져가려고 들어왔어요.》

《어서 가시라구요.》

처처에 경비초소가 생겼다. 리범진이 물샐틈없이 경비진을 치겠다고 을러메더니 온 동네가 당장 철통같은 경비망속에 든것 같았다. 곳곳에서 《누구야 섯!》 하는 소리가 일어났다. 소선대원들의 애된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근심스럽던 가슴이 좀 훈훈해지시였다.

그이께서는 부랴부랴 을손에미에게 가마를 하나 얻어서 이워 내보내고 금실이와 함께 쌀을 타러 구정부에 오시였다. 그런데 한기천은 없고 양기훈의 방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나왔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문을 두드리며 양기훈의 방으로 들어서시였다. 방안엔 적삼만 걸친 양기훈이 앉아있고 그 옆에 웬 텁석부리령감이 앉아있었다. 양기훈이 동원시켜가지고 작탄을 만들겠다고 하던 큰벌의 조학근령감이였다.

양기훈이 김정숙동지를 보더니 왜 왔느냐고 물었다.

《쌀을 좀 내가려고 왔어요. 래일아침 전방으로 해내갈 끼니감이 모자랄것 같아요.》

《그럼 좀 기다려주오. 식량부장이 인츰 올테니까··· 작식대자리를 두껍바위골에다 잡았다구요?》

《네, 큰바위 있는데 물도 좋고 해서···》

《아무튼 쌈군들의 뒤받침을 잘해주오.》

양기훈은 담배를 빨았다. 곁에 앉아있는 조학근령감도 담배를 피웠다.

《회장령감, 일언이페지하고 내놓아서 좀 부려먹읍세다. 그렇지 않고야 무슨 방법이 있소. 우리 야장쟁이들 재간 가지곤 안되는걸 자꾸 만들다가 화약만 없애고 말지 않겠소. 오늘도 화약을 얼마나 없앴소?》

《일이 참 딱하겐 됐소. 령감, 그렇지만 어떻게 잡아가두었던 원쑤를 도루 내놓아 작탄을 만들게 한단말이요. 차회장 죽인 원쑤를 도루 내놓아 작탄을 만들게 해요? 그놈이 작탄을 바로 만들어주긴들 하겠소? 내놓아야 도망칠 틈이나 노리고있지···》

《도망칠 틈을 노리다니 어따대고 도망을 쳐요. 숱한 사람이 같이 일을 하는데 제가 어데로 빠지겠소. 그게 무섭다면 저놈의 발목에 노끈을 매서 기운 든든한 사람이 한사람 노끈끝을 쥐고있게 합세다나···》

그 소리에 양기훈은 껄껄 웃었다. 적삼 하나를 입었는데도 가죽이 주글주글 밀리는 목으로 땀이 질퍽하게 흐르고있다. 둘이 다 병기창에서 일을 하다가 내려와 공론을 하고있는것 같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둘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섬찍해지시였다. 결국은 조택구를 내놓아 작탄을 만들어보겠다는 소리였다. 수염 더부룩한 령감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가지고 양기훈을 구슬리는지 알수가 없으시였다.

《지금 병기창에서 다들 그렇게라도 해보자고 하는데 무서울게 없다구 보우. 허리통에다 노끈을 감든지, 아니 노끈 감는건 발목에 감아야지요. 그래가지고 나더러 붙잡고 앉아있으래도 앉아있겠소. 저놈이 뛰려면 내 무게를 이끌고 뛰여내겠소.》

《엥히 말같지 않은 소리를 하지도 마오. 좀 연구를 해보자구. 작탄이 온 안될수가 있는가. 병원에 누워있는 사람들한테 가서 방법을 고쳐 물어보자구요···》

양기훈은 땀을 씻으며 말했다. 작탄을 만들다가 부상을 입고 누워있는 사람들한테 가서 도움을 받자는것이였다.

이러는데 리억겸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도 로동복저고리를 벗어서 둘러메고 잔등이 질퍽한 내의바람으로 들어섰다. 역시 병기창에서 무얼 하다가 내려오는 모양이였다.

《회장동지,내가 방금 병기창경비를 잘 조직해놓고 내려왔습니다. 병기창뒤를 신칙할 사람도 두어명 서게 하고 병기창에서 일하는 사람들한테도 단단히 타일렀습니다. 인제 가두어넣었던놈을 끌어내다가 일을 시킬테니까 버쩍 정신을 차리고 전후좌우를 살피면서 일을 해야 한다구··· 그러니까 모두 걱정을 말라고 윽윽 합니다.》

리억겸은 숨이 급해서 지껄였다. 양기훈은 아무 대꾸없이 어험어험 기침을 했다.

《여보 부회장, 그러지 말고 발목에 노끈을 감잔말야. 노끈을 감아쥐고 앉아 일을 시킨다면 제따위가 뛰길 어떻게 뛰여?》

조학근이 맞장구를 쳤다.

《그것도 좋지요. 어쨌든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작탄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작탄이 없이 어떻게 싸웁니까? 오늘도 물을 건늰 놈들이 솔개미골로 수백명 올려미는걸 작탄으로 잡아냈습니다. 작탄만 없으면 이 근거지가 하루아침에 적의 구두발밑으로 들어갈수 있습니다.》

리억겸은 이렇게 말하며 양기훈의 책상우에 있는 담배꽁초가 그득한 재털이를 얼른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걸 어데다 쏟아버렸는지 이어 깨끗해진 재털이를 들고 들어와 책상우의 먼지까지 후후 불면서 제자리에 도로 놓는다. 안경을 건 량미간에도 땀이 지절지절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삽시에 낯빛이 창백해지시였다. 몸이 떨리시였다. 결국 조택구를 내놓도록 조종하는게 누구라는것이 명백해진듯싶으시였다. 리억겸은 김정숙동지의 창백한 얼굴을 세모가 진 눈으로 쏘아보았다. 김정숙동지께서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마주 쏘아보시였다. 불이 펄펄 타는 눈길싸움이였다. 양기훈이들은 감촉을 못하지만 다치면 터질듯싶은 첨예한것이 눈길 밑바닥으로 흘러가고있다. 리억겸이 먼저 얼굴을 돌리며 바지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김정숙동지께서도 아무말 없이 조용히 돌아서 문을 열고 나오시였다. 나오시며 들으니 그래도 양기훈이 대가 바른 소리를 했다.

《그만들 두오. 우리가 아무리 사정이 급해도 차회장을 죽인 원쑤를 도로 내놓아 일을 시킬수는 없소. 병원에 누워있는 최득환동무를 맞들어올려다 병기창구석에 눕혀놓고 치료도 하며 일을 지휘하게 해야겠소. 그러는수밖엔 없소.》

김정숙동지께서는 양기훈의 이야기를 들으니 맘이 좀 놓이긴 하시였다. 그러나 여전히 가슴은 떨리시였다. 리억겸의 세모가 진 눈이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으시였다. 바로 그게 원쑤의 칼을 본듯 한 느낌이기도 하시였다.

밖에 나오시니 금실이는 마당가 나무더미에 기대앉아 가륵가륵 코를 골며 자고있었다.

《금실언니!》

《··· ··· ···》

《금실언니 눈뜨세요.》

《애그머니나, 깜박 잠이 들었댔군.》

《어서 눈을 비비세요. 정신이 들게···》

《아이참, 별 도깨비같은 꿈도 다 있네. 그새 꿈을 다 꾸었다니까···》

《무슨 꿈이예요》

《글쎄 바깥량반이 독수리를 타고 구름릉우로 훨훨 날아넘어오지 않아요. 손엔 방맹이를 들구 뭐라고 고함을 지르며··· 호호호.》

김정숙동지께서는 경황이 없어 대꾸를 안하시였다. 이러는데 한기천이 마당으로 터벅거리며 들어섰다.

《어데 갔다오세요. 쌀을 좀 줘야겠어요.》

《쌀 가지러 들어왔소?》

《네. 래일 끼니감이 모자랄것 같아서···》

《줘야지. 쌈군들이 배가 곯아서야 싸워내겠소. 마침 쌀이 와서 구정부가 한손 페웠소.》

한기천은 앞서서 구정부뒤로 돌아들어갔다. 큰 창고곁에 자그마한 방이 한칸 달려있는데 량곡이 들어왔을 때 남겨둔 쌀이 거기 가뜩 쌓여있었다. 한기천은 어둠속에서 좁쌀 두마대를 들어내려 한마대씩 이워주었다.

《조택구를 병기창으로 도로 끌어내다가 일을 시키겠다는 문제가 제기된줄 아세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쌀마대를 이고 서서 한기천에게 물으시였다.

《알고있소. 그러나 사정이 아무리 급해도 그렇겐 못하오. 회장동지와도 토의가 있었소. 내 그리고 그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의 얼굴도 다시한번 똑똑히 쳐다보고있소.》

그도 역시 리억겸을 두고 하는 말이였다.

《전 아무래도 구정부가 독구렝이한테 감긴것 같애 마음이 놓이지 않아요.》

《우리도 경각성을 높이고 있소. 두고봅시다. 장군님께서 파견하신 공작원이 능지영에 와있다는데···》

《그래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더 말씀 안하고 돌아서시였다. 그이께서는 금실이와 함께 어둠속으로 바쁜 걸음을 걸으시였다.

이날밤 김정숙동지께서는 눈을 붙이지 못하시였다. 아무래도 구정부일이 마음놓이지 않으시였다. 독구렝이 작간으로 녹는것만 같았다. 양기훈이나 한기천이 경각성을 높인다고는 했으나 리억겸의 뒤에 조택구같은놈이 몇놈이나 더 있는지도 알수 없고 그놈들이 서로 부동해서 근거지안에서 무슨 일을 저지르고 양기훈이나 한기천을 어느 순간에 어떻게 만들지도 알수가 없으시였다. 차회장의 참사같은 일이 하루밤에 몇번인들 못일어나겠는가! 김정숙동지께서는 치가 떨리시였다.

《음전아주머니 쉬여요?》

김정숙동지께서는 곁에 누워있는 음전이를 흔드시였다.

《자지 않아요. 어째서?》

《저리 좀 가자구요. 내가 할 말이 있어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음전이를 데리고 두껍바위숲속으로 올라가시였다.

《무슨 일이게?》

《글쎄 여기 좀 앉아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이슬내린 풀밭에 앉아 리억겸이 조택구와 결탁되여있는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참 하시였다.

《오늘밤 일까지 띄여보니 둘이 결탁된게 명백한것 같아요. 글쎄 조택구를 내놓게 만들자고 했으니 그 획책이 무섭지 않아요? 리억겸은 틀림없이 조택구의 입이 무서워서 빨리 끌어내여 도망치게 만들자고 서두는것 같애요. 내 생각엔 지금 근거지밖에 있는 원쑤의 공세보다도 근거지안의 원쑤들 준동이 더 무섭다고 보아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소?》

음전이도 머리칼이 곤두서서 물었다.

구정부일군들속에 자기를 밀정의 안해라고 떠벌이는 사람이 있었다는 말은 벌써 들은지가 오래인데 이제야 앞뒤분별이 선해지는것 같기도 했다.

《오늘밤으로 오택진동무를 능지영으로 보내든지 해야겠어요. 지금 능지영엔 그곳 사업의 수습을 위해서 장군님께서 파견하신 공작원이 와있다는 말이 있어요. 빨리 그 공작원에게 알리고 도움을 받아야겠어요.》

《오택진동무를 어떻게 보내겠소. 지금 공청원들을 죄다 동원해가지고 나가 전투를 돕고있는 동무인데··· 내가 떠나야겠수.》

《아주머니가 어떻게 떠나겠어요? 몸도 아직 시원칠 않은데 그 먼데를 다녀오겠어요? 더구나 바쁜 걸음을 해야 할텐데···》

《내가 가겠수. 피거품을 물고 떠난 땅에 내가 갔다 오겠수. 가서 원쑤들이 어떻게 됐는지 그놈들의 종말도 내 눈으로 똑똑히 보구 오겠소.》

《아주머니 너무 흥분하지 말아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달래며 음전이의 손을 잡으시였다. 갈퀴같은 큰손이 우들우들 떨었다. 분하고 억울하고 가슴터지는 그 모든것을 참아온 앙갚음을 한목숨 바쳐서라도 해낼길이 비로소 열리는듯 한 흥분이 온몸을 들썩거리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음전이는 치마바람을 일구며 두껍바위앞으로 내려왔다.

김정숙동지께서도 뒤따라 내려오시였다. 음전이는 조그마한 보자기에 줴기밥 몇덩이를 싸고 그걸 덧저고리와 함께 들고 나섰다.

《아주머니, 내 고무신을 바꿔신고 가요. 그 헌걸 신고 갔다가 아주 판이 나면 어떻게 하겠어요.》

《판이 나면 맨발로는 못가겠수?》

《그러지 말고 바꿔신으세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음전이를 붙들고 고무신을 바꿔신기였다.

《그리고 기왕 가는 길이니 장동마을에도 들렸다 오세요. 어떻게 하든지 어린애를 찾아서 업고 돌아오세요.》

《그리로 가자면 길을 오십여리나 더 에돈다우.》

《에돌아도 들렸다 오세요.》

음전이는 말없이 김정숙동지를 정찬 눈길로 바라보았다. 이윽고 걸음을 옮긴 그는 산골짜기를 빠져나와 구름릉쪽길로 줄달음을 놓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언덕우에 한참 서계시였다. 그래도 그동안 빨리 나으라고 바친 정성이 있어서 몸도 어지간해진, 미덥고 진실한 혁명동지가 한명 위급한 고비에 한모를 막아나서주니 고맙고 기쁘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음전이가 사라진 구름릉쪽길을 오래도록 바라보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