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1

 

제 5 장

1

 

쾅쾅 박격포탄이 작렬했다.

포탄은 행길에서도 터지고 밭가운데서도 터지고 집을 명중하기도 했다. 숱한 집들이 파괴되였다. 곡식을 심은 밭들도 흙이 뒤집혀 일어나고 웅뎅이가 지고 했다.

사람들은 산으로 밀렸다. 늙은이들, 아이들, 아낙네들이 온통 떨쳐나서 장수봉으로 붙어야 산다고 산골짜기로 하얗게 밀려들어갔다. 놈들이 어찌나 자지러지게 쏘아대는지 걸음을 옮겨디딜수가 없었다. 한발자욱이 멀다하게 폭탄이 굉음을 울리며 터졌다. 사람들은 흙을 뒤집어쓰며 뛰였다. 아낙네들은 량식이 오더니 그 량식을 먹을가봐 이 지랄이냐고 저주를 퍼부었다.

정말 난관은 중중첩첩 일어났다. 바로 식량이 도착한지 얼마 안되여 고동하건너편에 집결해온 놈들이 공격을 개시해왔다. 그래서 능수리는 날아넘어오는 포탄으로 된타격을 받게 되였다.

고통스러운 하루해가 지나갔다. 이튿날 싸움은 더욱 치렬해졌다. 새벽부터 총소리가 잦았다. 푸름푸름 밝아오는 하늘에 비행기까지 나떴다. 검산을 날아넘어온 비행기는 능수리, 큰벌, 되골일대에까지 날아올라가 폭탄을 떨구고 기총을 쏘아대고 했다. 온 근거지가 바스러지는것 같은 굉음속에서 바글바글 끓었다.

그런데 이날 새벽 근거지엔 또 다른 하나의 큰 소동이 일어났다. 장수봉가운데 있는 병기창에서 작탄이 터져 병기창이 무너져 넘어가고 작탄을 만들던 사람들이 모두 부상을 입었다. 작탄은 병기창안에 있던것이 터진게 아니라 어느놈이 장수봉비탈에서 내려던져 폭발시켰다. 구정부간부들이 달려갔을 때엔 새벽 어둠속에서 넘어진 집재목밑에 깔린 사람들이 사람살리라고 고함을 질러대고있었다. 달려간 사람들은 집재목에 든장질을 하며 깔린 사람들을 뽑아내느라고 법석했다. 여러 사람이 다리가 뒤틀리고 무종아리뼈가 부러졌다.

《음, 우리가 일할줄 모른단말야. 근거지안에 기여들어와있는 원쑤를 죄다 잡아내지 못하고 또 이런 변을 당했거든, 에익 괘씸한지고···》

양기훈은 몸을 떨며 화를 냈다. 정말 차응도회장을 잃었을 때만치나 분통을 터뜨리는 사건이였다. 지금 고동하건너편의 놈들이 대병력으로 불을 들씌워오기 시작했는데 어느놈이 혁명군의 유일한 폭발무기를 만들고있는 이 병기창을 마사버린단말인가. 이건 안팎으로 근거지를 무너뜨려내자는게 아닌가.

혁명군이 무기가 없어 옴짝달싹 못하도록 만들어놓자는 흉악한 짓이 아닌가. 모두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하반신에 상처를 입은 병기창 책임자 최득환은 땅을 쳤다.

《회장동지! 이건 제가 멍텅구리였습니다. 글쎄 총 한자루씩 들려 둬사람만 병기창주변에 경비를 세웠어도 어느놈이 이 근방에 얼씬이나 할수 있었겠습니까? 이건 분명히 전방에 나간 작탄을 도적질해가지고 와서 집어던진겁니다. 우리 병기창엔 지금 작탄이 없습니다. 어제밤 자위대원들이 와서 다 들어내갔습니다. 어허이구 기차라. 이게 혁명앞에 무슨 죄악인고.》

최득환은 등에 업히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벌써 구정부 부장들이 부상자들을 업고 다 내려갔다. 부회장 리억겸이 최득환의 앞에 잔등을 돌려대며 어서 업히라고 소리쳤다. 최득환은 마지못해 긴 팔을 뻗쳐 리억겸의 어깨를 걷어잡아쥐며 그의 잔등으로 기여올랐다.

병기창이 녹아났다는 말을 듣고 군중이 올려밀었다. 능수리사람들이 산에 하얗게 덮였다. 양기훈은 사람들에게 빨리 병기창을 바로잡아세우라고 명령했다. 그의 료량은 화약고가 피해를 입지 않았으니 집을 일궈세우고 시설만 바로잡아놓는다면 또 이어 작탄생산이 가능하다고 보는것이였다. 어쨌든 작탄을 빨리 만들어내야 한다. 작탄이 없이는 싸움을 이길수 없다. 바로 원쑤도 작탄이 없으면 싸움을 못이긴다는걸 알고 이따위짓을 한것이다. 양기훈의 가슴속에선 불이 일었다. 그는 밭은 활개를 휘저으며 화약을 저장해두는 동굴 있는데로 또 갔다. 아까도 가보았는데 다시 더 확인해보자는거다. 그는 얼른 문같이 만들어세운 넙적돌을 제끼고 굴속에다 손을 넣어 휘휘 휘저어보았다. 싸고싼 화약의 종이포대들이 손에 마쳤다.

《틀림없이 그대로 있군.》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얼른 물러나 돌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푸름푸름 밝아오는 서광속에서 벅적 끓었다. 숱한 사람들이 달려들어 주저앉은 병기창지붕의 마른 새를 걷어냈다. 더러는 연목을 뽑아내기도 했다.

《도대체 어느놈이 이따위짓을 했을가? 그저 내 손탁에 걸리기만 하면 사지를 찢어 매밥을 할텐데···》

《그런데 자위대원들이 날라내갔다는 작탄이 도루 들어와 병기창을 까부셨다는건 이상하질 않소?》

《그게 뭐 날라내갈 때에야 없어졌겠소. 여기서 내보낸 개수와 저기서 받는 개수를 계산할텐데···》

《하긴 리범진군사부장이 작탄에 대해선 무섭게 신칙을 합디다. 전날두 보니까 전방에서 받은 수자를 수첩에 또박또박 적기까지 합디다.》

《그럼요, 그 수자를 인제 저녁에 들어와서 병기창에서 내보낸 수자와 맞춰보겠지요.》

《그럼 이게 저놈들이 밤에 비행기로 와서 친게 아니요? 비행기로 친걸 작탄으로 쳤다고 떠들지들 않소?》

《글쎄 그럴수도 있지요. 그런데 비행기가 날아들었다면 아르릉거리는 소리가 났을텐데···》

《그거야 누가 알겠소. 저 오라질놈들이 소리 안나는 비행길 타고 왔댔는지.》

사람들은 이러며 들끓었다. 벌써 지붕에 입혔던 마른 새는 다 걷어냈다. 그리고는 연목, 산자 따위를 걷어내며 한쪽에선 기둥들을 고쳐박아세웠다. 풍구는 세개중에서 한개는 아주 바스러지고 두개도 소똥땜질한 틈새가 버그러졌다. 한쪽옆 널장이 쭉 째지기도 했다. 연장궤짝도 여러개 되는것이 깨지고 딩굴고 했다. 망치, 집게 따위가 흩어지고 청강수병이 깨져나갔다. 무엇에 쓰려고 갖다놓았는지 넓은 철판도 여러장 쌓여있는데 그것도 죄다 우그러들었다. 양기훈은 사람들속에 섞여 풍구를 바로잡아놓는다, 연장들을 거둔다 하며 돌아갔다. 그는 분격을 못참아 눈물을 머금기도 했다. 본시 야장쟁이일을 해오다가 혁명의 길에 들어선 그는 이 병기창을 일으켜세울 때 솔선 지휘를 해가며 풍구를 놓아주기도 하고 모루를 박아주기도 했다. 풍구통에 소똥땜질하는것까지도 양기훈이 다 해주었다. 그런 병기창이 제일 맥을 써야 할 대목에 와서 벼락을 맞았다. 양기훈은 꼭 제 등어리를 쇠몽둥이로 얻어맞은것만 같았다.

《큰벌 조학근령감과 주독코 선달령감이 요새 기동을 하고 다닙데까?》

양기훈이 사람들에게 물었다.

《다니지 않구요. 선달령감은 어제아침에도 손주애를 업고 장수봉으로 피난을 가느라고 변이 났습데다. 그리고 조학근령감도 속에 낟알이 들어가니까 펄펄 납디다.》

《음, 그래야지. 좌우간 이 병기창을 오늘중으로 다 고쳐내고 저녁부터는 일을 시작하도록 해야겠소.》

양기훈은 땀을 씻으며 말했다. 그는 지금 부상당한 병기창일군들의 손을 믿을수가 없게 되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기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본시 야장쟁이였던 선달령감이며 조학근령감과 손을 맞잡고 작탄 만들 계획을 했다. 그는 기운이 나서 철판을 힝힝 들어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