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2

 

제 2 장

2

 

장군님께서 북만원정을 떠나신 지난해의 일이였다.

능지영엔 찬바람이 어수선하게 불었다. 메마른 풀숲이 소란스럽게 뒤설레였다.

어느날저녁 김정숙동지께서는 반일자위대합숙에서 일하는 복녀를 도우려고 부랴부랴 반일자위대합숙으로 찾아가시였다. 산기슭을 걸어가시는데 웬 청년이 앞에 와서 우뚝 막아서며 밑도끝도없이 을러메는것 같은 소리로 물었다.

《공청지도원동무, 동무도 상촌에서 왔다지요?》

《상촌에서 왔어요.》

《야, 대단한데··· 대단하단말요.》

《뭐가 대단해요?》

《동무는 상촌에서 희섭동지의 열변을 들었겠군요? 주먹을 쳐들고 제국주의본질을 폭로하고 조국광복을 앞당기자고 범이 바위코숭이에 올라서서 울듯 따웅따웅 하는 연설을 말이요.》

익살이 만만치 않은 청년같았다.

《호호호, 듣지 않구요. 동무는 희섭선생의 연설을 어데서 들었어요?》

《방금 학교에서 듣구 오는 길이요. 학교에다 근거지청년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하는데 청년들의 심장을 마구 쥐였다폈다 했소. 동무, 여기 좀 앉읍시다. 내 제국주의의 본질뿐아니라 다른 가슴이 버쩍 열리는 소리도 들었소. 빌어먹을···》

청년은 이러며 먼저 풀밭에 앉았다. 총대는 벗어서 두손으로 짚었다. 자위대원들이 다는 총을 못가지고있는데 그래도 총을 척 메고 다니는걸 보면 손꼽히는 청년인것 같았다.

《무슨 가슴이 버쩍 열리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김정숙동지께서도 풀밭에 앉으며 물으시였다.

《지금 이 능지영에서 벌어지고있는 무시무시한 도깨비놀음에 대해서··· 가만있자, 어느놈이 듣지 않는가?》

청년은 말을 꺼내다 말고 주위를 빙빙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것을 확인하고나서야 닭알같은 침덩이를 꿀꺽 넘기며 또 말을 꺼냈다.

《글쎄말이요. 이 능지영에서 벌어지고있는 반<민생단>투쟁이란 도깨비놀음에 대해서 냅다 불을 뿜는것 같은 열변을 토했소.》

《뭐라구요?》

김정숙동지께서는 가슴이 후둑후둑 뛰시였다. 희섭이 상촌에서 떠날 때부터 능지영의 이야기를 듣고는 무얼 단단히 악문것 같은 기상을 하고 떠났는데 무시무시한 판에 와서 당장 도전을 시작한것 같은 생각도 드시였다. 그러지 않고야 배치되자마자 청년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할가싶으시였다.

《뭐라고 하는고 하니 큰주먹으로 연탁을 땅땅 치며 대렬쇄신이 뭔가? 정수분자란 뭔가? 이게 사람을 다 제거해버리구 혁명대렬을 실오래기만하게 만들자는 리론 아닌가?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대렬을 자꾸자꾸 불구라고 하셨다. 로동자는 로동자조직에 뭉치구, 농민은 농민조직에 뭉치구, 청년은 청년조직에 뭉치구, 녀성은 녀성조직에 뭉치구. 응 그담 또 있어. 힘있는 사람은 힘을 내고 돈있는 사람은 돈 내구 글있는 사람은 글 내구. 이렇게 온 민족이 단합해서 강도일제를 때려부시자고 하셨다. 그런데 혁명대렬을 몇몇 광주리머리를 한 <정수분자>들로 실오래기같이 만들어? 왜적을 치는데 백, 천, 만이 달라붙는게 좋지 정수분자 몇몇이 달라붙어 헐떡거리는게 좋아? 하구 냅다 조기는데 눈에서 불이 펄펄 납디다. 그리구는 반<민생단>투쟁도 좋다, 대렬에 기여든 일본놈의 앞잡이는 잡아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막 붙잡아들여? 막 붙잡아들여다가 잘 알아보지도 않구 총으로 땅땅 쏴? 청년들이 이 실태를 보는가? 이 실태를 보고 느끼는것이 없는가?··· 희섭동지는 이러고는 제가슴을 또 냅다 두드립디다. 청년들이 그 소리를 듣구 모두 속으로 껑충껑충 뛰였소. 빌어먹을것··· 우리가 정말 속시원한 소리를 들었소. 저 희섭동지가 상촌에서도 그런 연설을 했소?》

《상촌에서야 무슨 반<민생단>투쟁이 벌어졌게 그런 연설을 했겠어요?》

《그래, 참 거기야 조용했을테지. 여긴 저 외눈깔 김기도하구 광주리머리 오가가 있어가지구 이런 무시무시한 일을 벌리고있소. 지금 저 지주놈의 창고와 최덕길령감네 맞웃방에 사람이 얼마나 갇혀있는줄 아오. 저 저 동가촌에서 농민협회 회장을 하던 우리 형님도 붙들어올려다 가두었소. 저들의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다고 시비질을 하더니 어느날에는 길바닥에서 마용근이한테로 오는 왜놈의 편지를 주었다고 하면서 형님을 묶어가지고 올라왔소. 지금 그 형님도 도망간 지주네 창고에 갇혀있소. 당초에 이건 엉터리없는 허물을 들씌워 <민생단>으로 모는 판이요. 병영에서 밥짓는 사람들이 밥을 설궜다고 <민생단>으로 몰지 않는가, 우물에다 독약을 친것 같다고 <민생단>으로 몰지 않는가···》

청년은 침을 텍텍 뱉기도 했다. 그러더니 지주네 창고앞과 최덕길령감네 마당에 총메고 서있는 보초녀석들을 갈기지 않는가 보라고 벼르기도 했다.

《동무, 나한테서 무슨 소리를 들었다고 누구보고도 말하지 마오. 잘못하다간 이거요.》

청년은 칼로 목베는 시늉을 해보이며 혀로 딸각소리도 내였다. 그러고는 일어서 총대를 메고 들먹들먹 걸어갔다.

김정숙동지께서는 희섭이가 도전해나섰다는 소리에 가슴이 후두두해져서 풀밭에 한참 앉아있다가 일어서 걸으시였다.

반일적위대합숙에 오니 그전에 마름이 살다가 도망쳐간 들썩하게 큰 초가집 새방과 맞웃방에 자위대원들이 가뜩 들어앉아 무슨 소리를 수군수군하고있었다. 그들도 아마 희섭의 연설을 듣고와서 수군대는것 같았다. 부엌으로 들어가니 복녀가 두부물을 한가마 안쳐놓고 아궁앞에 앉아 불을 때고있었다. 땀을 철철 흘렸다.

《정숙동무, 글쎄···》

복녀는 김정숙동지를 자기곁에 앉으라고 고개짓을 했다. 그도 굵은 머리태를 잘라던지고 단발을 했다. 둥근볼에 단발머리가 귀를 가리우니 얼굴이 더욱 둥그래뵈였다.

《글쎄 인제 저 동무들이 학교에 가서 희섭선생의 연설을 듣고 왔다지 않아요. 그래서 모두 윽윽 끓어대다가 새떼 날아간 덤불처럼 조용해졌어요.》

복녀가 수군거렸다.

《막 내놓고 떠들었어요?》

《그럼, 그러다가 잠잠해졌지···》

《여긴 김기도가 드나들지 않아요?》

《웨 드나들지 않아? 벌써 내가 와서도 두번이나 왔댔어요. 한번은 와서 자위대원들을 모여앉히고 말눈깔안경을 번득거리며 연설두 했다우.》

《뭐라고?》

《원쑤를 잘 살피라구··· <민생단>이 사처에 박혀있는데 자위대는 눈을 이마빼기에도 달고 뒤통수에도 달고 좌우량옆에도 달고 다녀야 한다고 을러멨다우.》

김정숙동지께서는 아무 대꾸가 없이 두부물가마를 들여다보시였다.

《콩은 어데서 났게 두부를 앗아요?》

《제집에서 다니는 자위대원들이 풋콩을 한단씩 메오지 않았어요. 합숙에 있는 대원들이 집 떠나와서 고생한다구··· 두부라도 앗아서 먹이라구.》

사실 이 합숙에 있는 자위대원들은 모두 딴 지방에서 모여온 청년들이였다. 다들 유격대에 들어가겠다고 꿈이 부풀어 달려왔다가 자위대에 들었다. 복녀는 한참 뻗닿게 굵은 섶나무를 꺾어서 아궁에 밀어넣었다. 대걸이와 함께 총을 메겠다고 김봉석중대에 자꾸 제기를 했다는데 낯이 뜨끈뜨끈해진 대걸이는 복녀의 옆구리를 찌르며 슬쩍 업어넘겼다.

《복녀동무, 그러지 말고 정숙동무를 따라서 능지영으로 가란말요. 내 어제밤 중대장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우리 소대를 불원간 능지영으로 보낸다는거요. 그러니까 먼저 떠나란말요. 내가 떠날 때 또 따라가겠다구 소동을 피우지 말구···》

이 소리에 깜박 속아넘어가 김정숙동지를 따라 능지영으로 온 복녀였다. 그래서 복녀는 지금 대걸이의 소대가 능지영으로 오기를 눈이 까매서 기다렸다.

두부물이 끓었다. 서슬을 치고 큰 망함지에 보를 펴고 두부물을 퍼넘기기 시작했다. 구들이 뜨거워 복녀는 연방 다리를 드적거렸다. 한창 이러는데 정지방 허리문이 벌컥 열리였다.

김정숙동지께서 얼른 쳐다보시니 아까 오다가 만난 청년이 총대를 메고 서서 싱글벙글 웃었다.

《이게 웬 떡이여? 두부를 앗지 않어.》

《흥, 먹을거라면 깨묵에 강아지네.》

망함지의 보밑에서 초물을 퍼내던 복녀가 이죽거려주었다.

《뭐가 어째요?》

《문 닫아요. 이 방은 자위대원실 아니야요.》

《보자보자 하니까 저 동문 늘 사람을 언짢게 봐.》

《흥, 다 언짢게 볼가?》

《그럼 나만? 이 마용대만?》

복녀는 그담엔 대꾸를 안했다. 청년은 도끼눈으로 쏘아보다가 씽긋 웃으며 문을 닫았다.

《복녀동무, 말이 왜 그렇게 공손치 않아요? 자위대원들과··· 더구나 자위대식사를 보장해주는 동무가···》

김정숙동지께서 타이르시였다.

《제 다 아는척하는 동무예요. 무슨 칼 맑스가 어떻다, 레닌이 어떻다 하며··· 그리구 이따금 처녀 혼자서 끼니를 차리는 부엌에 들어와선 맛있는걸 했는가 저가락으로 집어 쩝쩝 먹어두 보구. 그런 행실머리가 어데 있어요?》

역시 복녀는 샘물같이 맑고 정갈한데가 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저 시무룩이 웃으시였다.

그런데 바로 이런 일이 있은 며칠후였다. 김기도네 패들은 김정숙동지께서 은근히 불안을 느끼고있는 희섭이는 다치지 않고 자위대원 다섯을 붙잡아다 가두었다. 모두 희섭이의 연설을 듣고 쑥덕공론을 폈다는것이였다. 김기도네 패 십여놈이 한밤중에 달려들어서 흙신발로 삿자리를 짓밟으며 자는 청년들의 끄뎅이를 들어일궈가지고 달아났다. 그속엔 마용대도 들어있었다. 자위대원이 무리로 잡히는바람에 모든 자위대원들이 사색이 되였다. 훈련도 나가지 않고 제집에서 다니는 대원들은 모여오지도 않았다. 그러자 이번엔 김기도네 패가 제집에서 다니는 대원도 몇명 끌어다 가두며 자위대규률을 세우라고 법석을 했다. 어쨌든 자위대에 이런 변이 일어나는바람에 능지영안의 공기는 더욱 무시무시해졌다.

그 며칠후 삼도만근거지의 여기저기에서 숱한 사람들이 또 붙잡혀왔다. 수염이 허연 평강촌의 촌정부 회장은 과거에 독립군을 따라다니던 령감인데 바로 그것이 문제로 되여 결국 부르죠아잔당으로 규정되였고 동가촌의 한 청년은 요즘 바람새가 왜 이리 사나우냐고 얼결에 한마디 했다가 그것이 김기도패의 귀에 들어가 그 자리에서 붙잡혔다고 한다.

김정숙동지와 사업상관계가 많던 현공청의 지도원 한동길이도 회의에서 늘 바른말을 곧추 내지르군하다가 붙잡혀들어갔다.

사람들은 모두 얼굴이 시꺼멓게 죽어 입들을 다물고 다니였다.

그 누구도 가타부타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모두들 어느 순간에라도 제목에 오라줄이 감기지 않을가싶어 솜털을 곤두세우고 다녔다. 사람들을 가뜩 가두어넣은 창고안에선 통곡소리가 터져나왔다. 절반이상이 창고바닥에 쭐 늘어져 죽어간다는 소문도 들려나왔다. 최덕길령감네 맞웃방에 갇혀있는 사람들은 밤중에 서창문을 차고 내뛰다가 보초한테 얻어맞아서 뼈가 부러져 도로 끌려들어갔다고 하기도 했다. 밤이면 강물이 굽이돌아간 산기슭에서 총소리가 땅땅 울리였다. 근거지사람들은 그 총소리에 간이 콩알만해지군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경황없이 날을 보내시였다. 가슴이 조이시였다. 준엄한 현실이 점점 더 숨을 가쁘게 만드는것 같으시였다.

장군님 생각이 나시였다. 북만원정의 험난한 싸움길에 계실 장군님께서 이 사실을 아신다면 얼마나 놀라실가. 그리고 이 무서운 일을 그냥 내버려두실수 있을가. 혁명가들과 인민이 억울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데···

장군님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

우리 혁명의 불길을 더욱 광활한 땅에 지펴올리시기 위하여 원정부대를 이끄시고 북만의 거칠은 산발과 막막한 초원을 주름잡아나가실 장군님의 로고를 생각할 때 그이께서 계시지 않는동안 모든 일을 더 잘해나가지는 못할망정 장군님께서 꾸려주신 이 귀중한 근거지를 피로 얼룩지게 하는것이 분하시였다.

그런데 우리는 이 피흐르는 곳에서 속수무책으로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는가. 장군님의 전사인 우리가 그저 가슴아프다는 생각만 하며 한숨이나 짓고있어야 한단말인가. 창고에 갇혀서 물 한모금, 밥 한숟갈 못얻어먹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그냥 내버려두어도 일없단말인가. 이러고도 무슨 장군님의 전사로서 혁명을 한다고 하겠는가. 김정숙동지께서는 자신께서 큰죄를 짓고있는것 같은 생각도 드시였다. 끼니때 밥을 보아도 죽어가는 사람들 생각이 나고 가마치를 보아도 창고안에 늘어져있는 사람들 생각이 나시였다. 그이께서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해볼수 없을가 해서 사람들 갇혀있는 창고근방을 은근히 밟아보기도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어느날밤 또 복녀를 찾아가시였다.

자위대실은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여있었다.

대원들이 문을 열어놓고 모두 잔등을 벽에 기대고 둘러앉아있는데 누구도 말이 없었다. 방안에선 실오리같은 등잔불이 타고 허리 늘씬한 얼룩고양이가 야웅야웅하며 기여돌아가고있었다. 부엌으로 들어서시니 복녀가 부엌바닥 섶나무단우에 맥을 놓고 앉아있었다.

《또 왔어요?》

쳐다보는 복녀의 눈굽엔 눈물이 있었다.

《왜 그렇게 기맥을 놓고 앉아있어요?》

《정숙동무, 난 아무래도 상촌으로 도루 가야겠어. 여긴 정말 무서워서 못있겠어. 사람잡이하는 판에서 어떻게 살아요?》

《왜 못살아요? 다 떠나가면 여기서 싸울 사람은 누구겠어요?》

《여기서 싸우길 어떻게 싸워요? 글쎄 인제 웃방에서 수군수군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전번날 붙잡아간 조상국이란 자위대원은 어제밤 벌써 죽인것 같다지 않아요···》

《너무 떨지 말아요. 복녀동무, 상촌으로 갈 땐 가더라도 오늘밤엔 나하고 좀 싸우자구요.》

《어떻게 싸워요?》

《지금 쌀이 좀 있어요?》

《오늘 구정부에 가서 자위대원들 해먹일 낟알을 한 댓말 타다 놨어요. 좁쌀을···》

《그럼 거기서 좀 퍼내서 밥을 지을수 없겠어요?》

《밥은 해서 뭘하자구? 밥가지고 싸우게?》

복녀는 말귀가 빠르질 못했다. 밥이라면 벌써 갇힌 사람들 굶어죽는걸 생각할텐데 눈이 화등잔같아져서 되묻는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몸이 실한 복녀를 한참 다가끼고 서서 속삭여주시였다. 지금 창고속에 있는 사람들이 다 굶어죽는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냥 내버려두겠느냐, 저 사람들을 살려내야 한다, 내 오늘 사람들 갇힌 창고뒤를 돌아보았다. 수수밭속을 헤치고 들어가면 얼마든지 창고뒤벽에 가붙을수 있다. 벽은 흙벽이다. 식칼을 가지고 가서 우벼파면 얼마든지 구멍을 뚫을수 있다. 줴기밥을 들여보내주자면 주먹 두어개 들어가게 구멍만 뚫으면 된다.

김정숙동지께서 귀띔을 해주시자 복녀는 당장 눈이 둥그래지며 우들우들 떨었다.

《어째서 이래요?》

《글쎄 정신있는 소리를 해요? 어데다 밥을 넣어주어요? 그러다가 걸리면 같은 <민생단>으로 몰리게?···》

《그럼 혁명동지들이 죽어가는걸 보고도 가만히 내버려두겠어요? 제목숨이 아까와 벌벌 떨고만 있겠어요? 그렇게 하고야 우리가 무슨 혁명을 하겠어요?》

《누가 제목숨이 아까와 그래요? 변절자로 몰리는게 무서워 그러지···》

《걱정 말아요. 누가 변절잔가 하는건 이제 두고보면 알거예요.》

《그래두 난 정말 무서워 못하겠어.》

《그럼 쌀만이라도 좀 내줘요.》

그러나 복녀는 망두석처럼 한참 서있기만 했다. 숨이 차서 헐썩거리기도 한다.

《쌀이야 좀 내줄수 있지 않아요.》

그제야 복녀는 마지못해 정지방으로 올라가 안쪽으로 난 벽장속에서 쌀자루를 꺼냈다. 그러나 자루를 들고 쌀을 퍼내주는 손은 여전히 떨었다. 욱해서 맘이 내키면 드센 기운으로 무슨 일이든 물불을 가리지 않고 해내는데 이런땐 왜 이렇게 겁에 떠서 가쁜숨을 쉬는지 알수 없었다. 웃방 자위대원들이 잡혀들어가고 죽는다는 소문이 들려나오고 해서 이미 간이 콩알만해진데다 이런 일을 해내자고 하니까 너무 놀라서 떠는지도 모른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가마를 부시고 밥을 해냈다. 복녀도 정작 일에 부닥치자 불을 때주기도 하고 밥을 어데다 담아가지고 가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옹배기에 담아가지고 가야겠어요. 복녀동무는 밖에 나가서 가둑잎을 좀 뜯어다 물에 추겨줘요.》

《가둑잎은 해서 뭘하게?···》

《덩이밥을 만들어야겠어요. 그래서 한덩이씩 가둑잎채 들고 앉아서들 자시게···》

복녀는 밖에 나가서 가둑잎을 한아름 뜯어가지고 들어와 물에 추겼다.

《앞으로 가마치같은것도 모아두었다 주세요. 굶은 사람들이 가마칠 나무라겠어요?》

《가마친 저기두 모아둔게 있는데···》

《그럼 그것두 오늘밤 가지고 가야겠어요.》

어쨌든 복녀는 차츰 달라져갔다. 아까처럼 그렇게 떨지도 않았다.

한밤중 김정숙동지께서는 밥옹배기를 이고 식칼과 물병을 들고 어둠속에 나서시였다.

《혼자 가낼것 같애요?》

《일없어요. 걱정을 마세요.》

《어쩜···》

토방에 나와서 밥옹배기를 이워준 복녀는 치마폭을 움켜쥐고 서서 떨었다. 자기따윈 정말 등신같다는 모멸감이 욱 치밀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바삐 걸으시였다.

달이 산너머로 기울어지고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산굽이를 돌아 창고뒤 수수밭머리에 다달은 김정숙동지께서는 잠간 서서 저편 창고 오른쪽으로 훤히 터져나간곳을 바라보시였다. 사람이라도 지나다니는게 보이지 않는가 해서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얼른 수수밭속으로 들어서시였다. 이삭을 자른 메마른 수수대들이 머리에 인 옹배기를 두드리며 소란을 피웠다. 창고로 접근하기엔 제격인 밤이였다. 그이께서는 토담이 허물어진데로 가시였다. 그런데 이때 창고뒤벽앞에서 인기척이 났다. 총대를 멘 보초가 어슬렁거리며 창고뒤를 돌고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땀이 와짝 나서 밥옹배기를 인채 쭈그리고앉으시였다. 보초가 집뒤까지 돌아다니며 살펴볼줄은 모르시였다. 그저 뒤벽에 접근만 하면 구멍을 뚫어내고 밥을 밀어넣어줄수 있을줄 믿으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일이 어렵게 되였다는 생각을 하며 잠간 앉아서 기다리시였다. 그런데 그런 보초가 또 하나 아래모퉁이로 돌아들어온다. 둘이는 뒤울안을 왔다갔다하며 지껄인다.

《뒤가 한지란말야. 이래서 뒤를 더 잘 감시해보라고 벼락을 내리는것 아니야.》

《괜찮아, 어느 누가 뒤벽을 테주거나 창고안에서 뒤벽을 테고 나올수 있을테야?》

《그래도 무시로 돌아보아야 해. 그러지 않다간 우리가 창고속에 갇혀···》

보초를 하나 더 늘궈서 둘이 앞뒤를 감시하게 만든것 같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가슴이 떨리고 맥이 쭉 뽑히는것 같으시였다. 밥옹배기를 이고 도로 돌아서 갈 생각을 하니 기가 막히시였다. 그이께서는 한참 앉아서 기다리시였다. 이어 보초들은 창고앞쪽으로 돌아나갔다.

(들어가보자. 보초들이 장 뒤울안을 지키고있지 않는 이상에야···)

김정숙동지께서는 얼른 일어서시였다.

심장이 담차지며 온몸이 팽팽해지기도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얼른 토담이 허물어진데를 넘어서 재빨리 뒤벽으로 접근하시였다. 바람이 더욱 들부시는것 같이 불었다. 회오리바람이 말려일어나기도 했다. 뒤벽 추녀밑엔 마침 벼짚단이 널리고 짚이 가려져있기도 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벼짚단무지옆에 숨어 앉아 칼로 뒤벽을 우벼파기 시작하시였다.

벽이 굳어 우두둑우두둑 소리가 났다. 칼끝이 바그극거리며 돌에 마치기도 했다. 우벼파 떨구니 조약돌이였다. 지주놈의 집 창고였다니 돌과 괴질흙을 이겨 단단히 쌓아올린게 분명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땀이 나시였다. 한참 파문지르니 식칼끝이 창고안으로 쑥 들어갔다.

《이게 뭐야?》

창고안 사람의 소리가 들린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칼을 뽑고 구멍에 입술을 대시였다.

《떠들지 마세요. 밥들어갈 구멍을 파요.》

《아니 밥이라니?》

안에서 놀라는 소리, 와실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또 한참 우벼파시였다. 흙이 안으로도 떨어지고 밖으로도 떨어졌다

《대관절 누구요?》

황 뚫어진 구멍안에서 사람이 내다보며 혀아래소리로 묻는다.

《아무면 상관있어요? 모두 굶어누워있다고 하기에 밥을 지어가지고 왔어요. 어떻게 하든지 살아나야 해요. 살아나서 혁명을 해야 돼요.》

김정숙동지께서 대꾸해주시였다. 그담엔 안에서 말이 없다. 얼핏 비낀것 같던 큰 눈망울도 없어지고 짚을 밟는것 같은 와삭와삭 소리가 났다. 아마도 찬 땅바닥에 짚을 깐것 같았다. 창고안에선 수설수설하는 소리가 일어났다. 끓지 말라고 쉬쉬하는 소리도 들렸다. 귀에 익은 한동길의 목소리는 뚜렷이 가려들을수 있으시였다. 아마 자다가 죄다 깨여난 모양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가둑잎에 싼 밥을 밀어넣어주며 받으라고 하시였다. 들이밀기 바쁘게 큰 손이 덥석덥석 받았다. 받으면서 흑흑 느껴우는 소리도 들렸다.

《우지 마세요.》

《정숙동무!》

《누구예요?》

《나 마용대요.》

바로 마용대가 밥덩이를 받아들이고있는 것이였다.

《어쩌자고 동무는 목숨이 위험한데 이런 일을··· 어서 내려가우···》

마용대는 격정이 터져서 밥덩이도 받지 못하고 한손으로 구멍을 거머쥐고 끅끅거리며 울었다.

《이러지 말고 어서 받으세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밖으로 나온 마용대의 손가락들을 두드리며 울지 말라고 달래시였다. 마용대는 씽하니 손을 내밀어 김정숙동지의 손을 거머쥐며 우르르 떨었다.

그러자 그 누가 마용대를 밀어내고 얼굴을 갖다대더니 울면서 부르짖었다.

《내 후에 장군님을 뵈오면 이 목이 메는 일을 죄다 말씀올릴테요. 정말, 정말.》

《정숙동무, 정말 고맙소. 내 이야기를 들었소? 나는 말도 한마디 온전히 못해보고 이 꼴이 되였는데 누가 제 목숨 내대고 이렇게 해주겠소.》

이번에는 몰라보게 축이 간 한동길이가 조그만 흙벽구멍에 얼굴을 비벼대며 이렇게 말했다. 그도 울었다.

그런데 이때 아래모퉁이에서 발자국소리가 났다. 보초의 발자국소리였다.

《보초가 왔어요.》

김정숙동지께서는 구멍에 대고 속삭이고는 얼른 몸을 오그리고 짚무지옆으로 숨으시였다. 위급한 정황이였다. 그런데 구멍안에서 자꾸 울었다. 한동길이도 울고 마용대도 울고 다들 운다. 아마 보초가 왔다는 소리를 못알아들은 모양이였다. 처마그늘이 어두워 구멍은 볼수 없는데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당장 보초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것만 같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한손을 뻗쳐 손바닥으로 구멍을 막으시였다. 울음을 그치라는 말을 더는 못하고 숨가쁘게 보초의 발자국소리만 여겨들으시였다. 그러나 구멍안에서 힘찬 손들이 김정숙동지의 손바닥을 자꾸 쓸어보며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그 손이 고맙고 고마와 목이 멘다는것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도 안타까와 우시였다.

그런데 이때 수수밭속에서 수수대를 호들갑스럽게 흔드는 소리가 났다. 뒤울안 아래쪽에 와서 창고뒤를 감시해보던 보초가 뭐냐고 웨쳐대며 수수밭속으로 걸어들어갔다. 그 보초는 한참 수수밭을 뒤지고 돌아갔다. 그러는 사이 김정숙동지께서는 뒤벽구멍에 입술을 대고 보초가 왔다고 알려주시였다. 그제야 안에서 울음을 뚝 그치였다.

수수밭에 들어갔던 보초는 도로 나와서 뒤벽앞으로 걸어올라왔다. 무엇을 신었는지 털썩털썩하며 김정숙동지께서 숨어앉아계시는 짚무지앞으로 지나갔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땀을 씻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남은 덩이밥과 가마치를 또 들여보내주시였다. 그리고는 물병도 들이밀어주시였다.

《어서들 잡수세요. 그리고 창고안에서도 이 구멍앞에다 짚갈피를 콱 덮어놓으세요.》

《그 그러겠소.》

김정숙동지께서는 밖에 떨어진 흙을 치마폭에 걷어담아들고 수수밭머리에 가져다 쏟으시였다.

그리고 뒤벽앞에 널려있는 짚단 두단을 들어다가 구멍을 막으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빈 옹배기와 식칼을 건사해가지고 나는듯이 허물어진 토담을 넘으시였다. 그리고는 바삐 수수밭속으로 걸어나오시였다. 어느덧 바람은 잠들고 골짜기는 괴괴한 어둠속에 잠겨있었다.

수수밭속엔 뜻밖에도 복녀가 와 앉아있었다.

《아니 여길 왜 왔어요?》

《아이 무서워라. 수수대를 흔들어주었더니 그 보초가 글쎄···》

《고마와요, 복녀동무.》

김정숙동지께서는 복녀를 품에 끼시였다.

《그 옹배기를 이리 줘요.》

복녀는 빈 옹배기를 채가졌다. 식칼도 빼앗아들었다.

그리고는 눈물에 젖은 얼굴을 큰 주먹으로 훔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복녀더러 어서 나가자고 하시였다. 무섭다는 생각만 하더니 차츰 눈을 뜨고 달려와 수수밭에 숨어앉아 수수대를 흔들어주었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이께서는 후끈거리는 복녀의 몸을 한팔로 끼고 수수대를 헤가르며 바삐 걸어나오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여러날밤 이렇게 밥과 가마치를 가지고 가서 밀어넣어주시였다. 밥에 된장도 바르고 물도 되병으로 가지고 갔다. 인젠 복녀가 함께 나서서 뛰였다. 그는 밥옹배기를 이고 제먼저 활개를 치며 달리였다.

차츰 낟알이 떨어져갔다. 자위대가 정부에서 타오는 낟알이래야 자위대원 한명에 얼마씩 준다는 정량이 있는것인데 무작정 그 쌀을 떼내여 밥을 해갈수는 없는것이였다. 인젠 자위대원들도 하루 세끼 죽을 먹을수밖엔 없게 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낟알 그리운 생각으로 목이 타시였다. 가을한지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낟알이 없어서 갇힌 사람들을 죄다 굶겨죽인단말인가. 꼭 부암에서 《토벌》을 맞고 조카아이를 업고 돌아다니며 젖 한모금때문에 눈물짓던 때 같은 생각도 드시였다.

그이께서는 복녀와 이야기를 하고 둘이 도토리를 줏고 채마밭자리에서 호박줄거리, 무우줄거리를 주어들일 계획을 하시였다. 그래서 낟알을 조금 넣고 그걸 마구 섞어서 음식을 만들어 들여보내려는것이였다. 그런데 몇밤 그런 음식을 만들어 들이밀어주고난 어느날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 현공청사무실에서 등사를 밀고있는데 별안간 콩볶는것 같은 총소리가 울려왔다. 이게 무슨 총소린가 해서 뛰여나오니 벌써 저편 버드나무가 선 언덕우로 왜놈의 말이 뛰고있었다. 그전에도 한번 놈들이 방어선을 테고 넘어와 온 근거지안에 불을 지르다가 뒤통수를 얻어맞고 도로 쫓겨내려간 일이 있다고 했는데 또 그 방어선을 테고 넘어온것 같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부랴부랴 도로 달려들어가 방금 밀어낸 선전문퉁구리와 등사판, 등사잉크따위를 배낭에 한짐 넣어지고 달려나오시였다. 공청현위도 달려나오고 다른 지도원들도 무얼 배낭에 한짐씩 걷어넣어지고 뛰여나왔다.

《어데 가까이 온것 아니야?》

《기마병이 너머골로 뛰였어요.》

《그럼 우린 오봉산쪽으로 붙자구···》

김정숙동지의 말을 듣더니 모두 울멍줄멍한 야산뒤에 시꺼멓게 봉우리가 솟은 오봉산쪽으로 뛰였다. 키가 꺽두룩한 공청현위책임자가 앞에서 춤추듯 두팔을 휘저어대며 뛴다. 저편쪽 길로는 외눈깔 김기도와 오상묵이 단장들을 휘저으며 뛰였다. 둘이 다 광주리머리가 귀우에서 너펄너펄했다. 그들도 오봉산쪽으로 붙으려는것 같다.

《뛰여라!》

김기도가 고함을 질렀다. 말눈깔 색안경이 해빛에 번뜩번뜩 빛나고 회색빛 코트자락이 다리에 휘감겼다 뒤로 날았다 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갇힌 사람들이 모두 어떻게 되였는지 몰라서 창고가 있는쪽으로 뛰시였다. 그런데 무얼 한임 인 복녀가 마주 걸어오며 뛰자고 소리쳤다.

《배라먹을것, 죽 한가마 쒀서 다 내버리고 오네.》

《아니 죽을 왜 내버리고 와요?》

《내버리지 않으면 어떻게 해요? 이것두 저것두 어떻게 다 이고 가요?》

《그럼 어서 뛰여요. 오봉산쪽으로 가지 말구 이 뒤산으로 붙어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또 달음박질하시였다. 마침 창고속에 갇혀있던 사람들이 밀려나온다. 저편쪽 최덕길령감네 집쪽에서도 몰골이 무섭게 된 사람들이 밀려나온다. 총을 들고 섰던 보초들은 죄다 어데로 내뺀것 같았다.

《뒤산으로 붙어요. 오봉산쪽으로 가지 말아요. 거기론 김기도들이 뛰였어요.》

김정숙동지께서 소리쳐주시였다. 왜놈이 달려들어와 터져나오긴 했으나 불행한 사람들앞엔 당장 해빛이 비치는것 같기도 했다. 모두 얻어맞고 굶고 해서 형색도 눈물겨웠다. 다리를 저는 사람도 있고 옷이 피투성이 된 사람도 많았다.

평강촌정부 회장이라는 령감은 두셋이 부축을 하며 걸었다. 모두 뒤산쪽으로 걸어갔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복녀가 죽을 내버리고 간다기에 그게 아까운 생각이 드시여 자위대합숙쪽으로 내리뛰시였다. 죽을 어떻게 내버리고 가는가. 저 굶어서 비척이는 사람들한테 다문 몇숟갈씩이라도 대접하면 좀 좋겠기에 그 아까운 죽을 내버리고 갈가.

자위대합숙마당으로 오시니 밖에 내다건 큰 가마에서 죽이 벌렁벌렁 끓고있었다. 오늘은 집이 더워서 그랬는지 가마를 밖에 내다걸고 죽을 쒔다. 가마곁엔 물동이도 있고 그릇도 수태 내다놓았다. 아직도 가마밑에선 장작이 펄펄 타고있었다.

너머골에선 더욱 자지러진 총소리가 울리였다. 등성이우로 넘어갔던 기병의 떼가 대가리를 솟구며 연방 도로 뛰여넘어왔다. 놈들도 총을 쏘았다. 그것이 마당에서 환히 내다보였다. 그러나 김정숙동지께서는 침착히 끓는 가마를 여겨보다가 재빨리 낟가리로 뛰여가시였다. 거기서 짚을 두어줌 뽑아가지고 와서 그것을 물에 추기시였다. 그리고는 그 짚으로 머리우에 놓을 또아리도 만들고 량손에 거머쥘 수세기도 만드시였다.

얼마후 김정숙동지께서는 가시물그릇에 있는 숟가락부터 대여섯가락 들어 치마말기에 찌르고 무릎을 꺾고앉아 가마를 씽 머리우로 들어올리시였다. 손이 뜨겁고 무게가 담찼다.

김정숙동지께서는 휘청휘청하는 가마를 도로 돌우에 내려놓으시였다. 손에 쥔 짚수세기를 더 물에 추기시였다. 그리고는 다시 가마밑뿔을 잡고 씽 받들어올리시였다. 머리우의 젖은 또아리에서 찌륵찌륵 소리가 나며 김이 날렸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무릎을 짚고 끙 힘을 쓰며 일어서시였다. 칼등같은 힘줄이 뻗친 목으로 비지땀이 주르르 흐른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종종걸음을 치셨다. 잔등에 진 배낭이 어깨를 잡아누르고 가마의 무게가 목을 가누지 못하게 하였다. 집뒤로 돌아서자바람에 설렁대는 시뻘건 수수밭이 누워나갔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수수밭머리길로 달음박질하듯 걸어나가시였다. 뒤에서 총소리가 더욱 요란했다. 서라서라하는 웨침소리도 들리는것 같고 말 뛰는 소리도 들리는것 같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드디여 뒤산밑 골짜기에 다달아 개울물자리를 급하게 걸으시였다. 정말 적이 뒤따랐다. 귀밑으로 총알이 뿅뿅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총알은 나무를 갈기고 개울바닥 돌을 갈기며 마구 쥐여뿌리듯 날아왔다. 그러나 김정숙동지께서는 덤비지 않으시였다. 목숨보다도 더 아까운게 죽이였다. 오로지 이 한가지 생각만이 가슴에 그득하시였다. 한참 걸음을 다그치셨다. 인젠 날아오는 총알도 무섭지 않으시였다.

머리우의 가마에서 바스라지는것 같은 소리가 났다. 그러나 죽은 흐르지 않았다.

《서라! 서라!》

정말 가까이에서 적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인젠 붙잡혔고나 하는 생각이 얼른 머리속에 번뜩해왔다. 치가 떨리시였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더 이악스럽게 가마밑뿔을 거머쥐고 고무신속의 발끝을 박아디디며 걸으시였다. 머리우의 가마에선 김이 풀풀 날리였다. 뺨과 목으로도 여전히 땀줄기가 섰다. 목의 힘줄도 더 칼날같이 날카로와졌다.

얼마후에야 총소리가 멎으며 추격이 좀 뜸해졌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개울바닥에서 비탈로 접어들어 걸으시였다. 잡관목 우거진 비탈이였다. 한발을 올려디디고는 무릎을 짚고 끙 힘을 쓰시였다. 죽이 출렁거려 솥이 휘우뚱거리고 목이 꾀여진다. 인젠 머리가 자신의 머리같은 감각도 없으시였다. 이런 신고속에서 큰 죽가마는 비탈우로 움쑥움쑥 솟으며 올라간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나무잎새를 흔들며 달아오른 김정숙동지의 뺨을 부드러이 어루만진다.

얼마후 마른 새초가 우거진 산등에 올라선 김정숙동지께서는 깜짝 놀라시였다. 후미진 산허리 버덩에 창고에서 나온 사람들이 숨이 없는것처럼 모두 늘어져있었다.

그들은 새초숲을 깔고 네활개를 벌렸다. 눈들도 감았다. 얼른 살펴보니 지친 사람들이 여기서 적들과 한바탕 된 싸움을 해낸것 같았다. 온통 돌을 뽑아서 굴린 자리였다. 약간 버덩진 새초밭에 앞턱이 소잔등처럼 누워나갔는데 그 앞턱엔 바위돌을 뽑아올린 자리가 움퍽움퍽했다. 앞턱아래는 잡관목이 듬성듬성 서있는 골짜기 비탈이다. 그 비탈로 돌이 굴러내려가며 나무를 짓조겨 눕히기도 하고 사태를 밀기도 했다. 거기 적이 누렇게 너부러져있다. 너머동네에서 밀려넘어온 놈들이 이 골짜기로 밀려들어와 산을 오르려다가 벼락을 맞은것 같았다. 어데 힘이 있어서 이런 싸움을 해냈는지 모른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은근히 가슴뜨거운 생각이 드시였다. 이런 사람들을 왜놈의 《민생단》이라고 하다니, 《민생단》일것 같으면 돌을 굴려서 왜놈을 이렇게 잡았을가.

그이께서는 새초를 헤치며 와싹와싹 걸어나가시였다. 버덩안에 누워있던 사람들이 모두 눈을 뜨고 등마루우를 쳐다보았다.

《아니 저게 누구요? 정숙동무 아니요?》

한동길이 벌떡 일어나앉으며 물었다.

《정숙동무요. 여, 모두 일어나라구. 저 동무가 우릴 먹이자구 또 무얼 이고 오는것 같소. 우리가 저걸 받아먹었다간 저 동무도 <민생단>으로 걸리오.》

마용대가 받아 웨쳤다.

《옳소, 피하자구. 여긴 창고와 다르오. 환한 바깥세상이요.》

모두 왁작 떠들며 일어났다. 그러더니 서둘러 저편쪽 산턱으로 기여넘어가기 시작했다. 마른 새초숲으로 진을 치고 넘어가며 김정숙동지더러 따라오지 말라고 손짓을 했다.

《아니 왜 그러세요. 가지 말아요. 왜들 자꾸 달아나기만 하세요? 이걸 좀 내려놓아주세요.》

모두 새초숲에서 얼굴을 돌리며 마주 바라보았다.

《글쎄 빨리 와서 이걸 좀 내려놓아주세요. 내가 힘이 부쳐서 가마를 받들어내릴수 없어서 그래요.》

마용대가 달려내려왔다.

《아니 그건 뭐요?》

《죽가마예요.》

《죽가마라니?》

마용대는 얼른 머리우에 인 가마밑으로 손을 가져갔다.

《엑 뜨거···》

그는 손을 털며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이걸 어데서 이고 왔소?》

《마을에서요. 약간 도와만 주면··· 내가 짚수세기를 쥐였으니까···》

김정숙동지께서는 땀이 쏟아지는 눈덕을 얼른 한손으로 문지르시였다. 그리고는 입술을 옥물며 자신께서 먼저 힘을 쓰시였다. 그제야 마용대가 힝 달려들어 더운 죽가마를 받들어내렸다. 죽가마에선 아직도 소눈깔같은 큰 죽방울이 부풀어올랐다간 툭 튀며 사라진다. 죽이 걸어서 부풀어오른대로 한참씩 있다가야 툭 튄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땀이 물퍼붓듯하는 파릿한 얼굴을 씻으며 가슴팍우의 부채살처럼 퍼진 숟가락들을 뽑아쥐시였다.

《빨리들 내려오라고 해요. 한술씩 뜨라고 이고 올라왔는데.》

《정숙동무!》

마용대는 당장 큰 울음보를 터뜨리며 새초밭에 주저앉았다. 그새 몰골도 무섭게 상했다. 실하던 목덜미살이 내리고 얼굴도 훌쭉 좁아졌다. 자위대복저고리는 팔소매가 하나 떨어져나갔다. 그는 리발을 못해서 더부룩해진 머리를 쥐여뜯으며 자꾸 헙헙 소리를 질렀다.

《정숙동무! 정숙동무! 우리가 그 죽을 어떻게 먹어내겠소. 아직도 부글부글 끓고있는데 그걸 이고 올라오다니··· 동무는 정말···》

그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소리저소리 부르짖기만 하였다.

《엉? 마용대가 왜 저래?》

《글쎄말이요. 무슨 일이 있는것 같소. 정숙동무가 어데 다친게 아니요?》

그제야 비탈에 붙었던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밀려내려왔다. 모두 새초밭속을 천방지축 뛰였다.

죽가마옆으로 밀려내려온 그들은 죽방울이 솟아오르는 가마를 들여다보고는 해쓱한 이마를 닦으시는 김정숙동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귀우의 끄슬린 머리카락도 쳐다보았다. 귀우의 머리가 끄슬렸으니 머리우는 어떻게 되였을가. 사람들은 가슴 저린 생각으로 더욱 죽가마 변두리에 털썩털썩 주저앉는다.

평강촌정부 회장은 말도 못하고 또아리를 해가지고 온 바싹 마르다 못해 누릿누릿 타버린 짚수세기를 어루만지며 으흐흐하고 신음소리같은 흐느낌을 터뜨렸다.

바로 이러는데 복녀가 산등성이에서 달려내려왔다. 먼저 올라와 저편 골짜기 사람들속에 있다가 김정숙동지를 찾아오는것이였다. 뛰여내려오던 복녀는 사람들이 모두 눈물을 씻는바람에 눈이 둥그래졌다. 그는 허겁지겁 달려와서 죽가마를 들여다보았다.

《아니··· 이건 자위대죽가마 안야?》

그는 주저앉아 죽가마 가위선을 만져보다가 《엑 뜨거》소리를 지르며 도로 벌떡 일어섰다. 김정숙동지를 쳐다보는 그의 둥근 얼굴이 일그러졌다. 입이 삐죽삐죽했다. 죽가마를 내버리고온 자기 뉘우침이 온몸을 휘둘러놓는것 같은 충격을 주는것이다.

《정숙동무!》

그는 김정숙동지를 와락 부둥켜안으며 그이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뜨렸다.

《정숙동무, 내가 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아까운 죽가마를 내버리고와서 정숙동무가 이 펄펄 끓는 죽가마를 혼자 이고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머리가 어떻게 됐어? 손이 어떻게 됐어?》

복녀는 김정숙동지의 품에서 몸을 꼬며 그이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손을 들어올려 김정숙동지의 얼굴을 다심히 쓸어보기도 한다. 땀이 흐르는 눈언저리와 볼편을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며 세상에 이런 얼굴, 이런 마음, 이런 억센 힘이 어데 있을가고 목이 메여 울었다. 그러더니 펄썩 주저앉아 치마폭을 꽉꽉 쥐였다놓으며 무르팍을 두드렸다.

사람들은 이 광경을 바라보며 여기저기 쭈그리고앉아서 눈물을 흘렸다. 저들이 못하는 설분을 복녀가 해주는것만 같아서 더욱 눈물을 쏟았다. 온 산비탈 새초밭에 뜨거운 눈물바다가 펼쳐졌다. 이런 뜨거운 마음이 어데 있을가. 세상에 가장 사랑깊고 아름답고 숭고한 마음을 그대로 보는듯 사람들은 끝없이 슴새여나오는 눈물속에서도 김정숙동지의 단정하신 모습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어서 더운죽을 뜨라고 숟가락을 나누어주시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숟가락을 받지 않았다.

《어서 받으세요. 제가 안타까와서 견디겠어요.》

사람들은 마지못해 눈물을 씻으며 숟가락을 받았다. 그러나 죽을 떠먹을 생각은 않고 모두 머리를 숙이고 앉아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또 어서 들라고 권하시였다. 사람들은 얼마후에야 숟가락을 들고 죽가마곁으로 모여앉았다. 그러나 그들은 몇숟갈씩 못뜨고 이어 딴사람한테 숟가락을 넘겨주었다. 딴사람들도 또 그렇게 죽을 몇숟갈씩 못뜨고 숟가락을 그다음 사람들한테 넘겨주었다.

수염이 더부룩하고 관자노리 두드러진 사람이 저편에 돌아앉아 눈물을 씻는 마용대더러 어서 와서 한술 요기를 하라고 했다. 바로 마용대의 형 마용근이였다.

《형님은 그 죽이 목으로 넘어가요?》

마용대가 시뻘건 눈을 돌리며 소리쳤다.

《그럼 어떻게 하니? 안넘어가도 억지로라도 먹어야지. 죽가마를 이고온 동무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그러나 마용근이도 더부룩한 수염사이로 눈물을 둘둘 굴리며 이어 숟가락을 놓았다.

《네 말이 옳다. 정말 죽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는구나. 이 능지영땅에서 누가 이렇게 우리를 살려내자고 뛰고있어? 이게 어떤 무서운 판이냐. 생사람이 막 죽어나가는 판인데 우리를 살려내자고 이렇게 목숨을 내대고 뛰고있지 않니.》

《회장동무, 사람을 울리지 말라구요.》

결에서 숟가락질을 하던 장정 한사람이 소리를 질렀다.

《운들 어떻소? 할말을 다 못해서 할말 대신에 울기라도 해야겠소. 글쎄 밤중에 우리에게 넣어준 밥이 그게 밥이요? 그저 밥이요? 그게 없었더면 우리가 그 창고에서 살아나 여기 기여올라보기나 했겠소?》

《정말 그게 밥이랄수가 없지요. 우리 생명을 통채로 붙안아주는, 눈물이 덩어리진 약이였지요.》

한동길의 소리에 여기저기 앉아있는 사람들이 또 울음을 터뜨렸다.

저녁노을이 곱게 불탔다. 새무리가 바글바글 끓으며 깊은 산중으로 날아갔다. 숲을 흔드는 바람이 자장가같은 정서를 자아내면서 우는 사람들의 머리를 어루만지고 지나갔다. 바람결도 이 눈물로 엮어진 사랑의 이야기를 잊지 못해서 그러는것 같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지금 그 피비린 땅의 풍파가 그대로 눈앞에 선히 펼쳐졌다. 그 노을에 젖고 눈물에 젖은 시뻘건 얼굴들이 마지못해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질을 하며 죽 한숟갈에 눈물 한숟갈을 쏟는것 같기도 하던 그 정상이 눈앞에 방불히도 떠오르신다. 아, 그 설분하던 수염 더부룩한 농민이 이 녀인의 남편이였단말인가. 가슴속에 불덩이가 있는것 같던 마용대, 그 청년이 이 음전이의 시아우였단말인가. 이 녀인이 그 생떼같은 사람들을 다 잃고 자기조차 혐의를 받게 되였으니 피를 물지 않을수 있었을가.

김정숙동지께서는 김기도패가 마용근이 형제를 묶어가지고 나가 살해하던 한밤중의 총소리도 귀에 들리는듯싶으시였다. 더운 죽가마둘레에 모여앉아 죽을 퍼먹던 사람들중에 그뒤 도망을 친 사람들도 있었지만 거의가 다 루명을 쓴곳에서 루명을 벗어야 한다고 능지영안에서 김기도들과 맞대고 싸우다가 도로 잡혀들어가 갇히우기도 했다. 바로 마용근이 형제도 그렇게 다시 잡혀들어가 갇히웠다가 억울하게 희생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눈앞에 누워있는 음전이가 그저 음전이가 아니라 피멍이 든 능지영의 상처가 이 근거지에 날아와 아프게 박혀있는것 같은 생각도 드시였다.

음전이는 흐느끼면서 김기도의 졸개들한테 쫓겨다니던 이야기도 하였다.

남편과 시아우가 희생된 후 자기가 동가촌에서 종적을 감추자 놈들은 눈이 뒤집혀 뒤를 밟기 시작했다는것이였다.

그래서 앞뒤동네로 숨어돌아다니다가 보채는 젖먹이아이를 업고 장동으로 빠지는 50리 령길을 넘었다는것이다. 장동에 다달아서는 아무래도 어린것을 젖가슴에 붙안고는 어데 가서도 혁명을 해낼것 같지 못해 한밤중 동네를 지나다가 어느 오두막 울바자밑에 눕혀놓고 왔다는것이였다. 한 5리 와서는 떼두고온 어린것 생각으로 가슴이 쓰려서 길바닥에 퍼더버리고앉아 진옥아, 진옥아 하며 젖먹이 이름을 한참 불렀노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야기를 그만두세요. 너무 흥분하면 몸에 좋지 않아요.》

《그만두겠소. 정숙동무를 만나니 하소연이 절로 나오질 않소. 정말 이를 악물고 혁명을 하자구···》

《그러자구요.》

《지금 여기선 모두 나를 언덕눈질해보아요. 정체모를 녀자라구 공청에서도 어떤 동무들은 내가 파종대에 나가서 땅파는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나 내가 어떻게 혁명에서 물러서겠어요. 정말 피를 물고온 내가···》

《혁명에서 물러서긴 왜 물러서요. 맘을 든든히 가지구 손잡고 싸우자구요.》

《그러자구···》

김정숙동지께서는 가슴이 저리시였다. 결국 반《민생단》투쟁이란 놀음의 후과가 사람의 운명을 이렇게 비틀어 녹인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치가 떨리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음전이를 잠들여놓고야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오시였다.

남편과 시아우의 참변을 겪고 동가촌을 떠났다면 음전이가 이 술기막골에 온지도 몇달 잘된것 같은데 아직 보따리를 베고자는 형편이니 기가 막히시였다.

그 피비린 참극이 있은지 두달이 못되여 장군님께서는 북만원정에서 돌아오셨다.

두달만 더 기다렸어도 살아날 사람들이 아니였던가. 장군님께서 북만원정의 길에 만나시였던 촉한도 무릅쓰시고 다홍왜와 요영구회의를 여시여 종파사대주의자들과 편협한 민족배타주의자들을 규탄하시고 충실한 혁명가들에게 씌워졌던 억울한 《민생단》의 루명을 벗겨주시던 그 해빛같은 은정을 생각할 때 새삼스럽게 희생된 동지들의 일이 분하고 원통하시였다. 그리고 그들의 희생으로도 모자라 아직도 여기 술기막골에서 《민생단》련루자의 루명을 쓰고 따돌리워 산다는 음전이의 호소가 가슴을 저미는것 같으시였다.

그럴수록 요영구회의 결정집행을 몸소 지도하시기 위하여 삼도만에 오시여 김기도, 오상묵이 같은 종파사대주의자들의 반혁명적죄행을 폭로하시면서 그놈들의 잔당이 아직도 뿌리깊이 박혀있는것만큼 그 여독을 청산하기 위한 투쟁을 잘해야 하며 특히 근거지해산과 관련하여 불가피하게 술기막골로 이동하지 않으면 안되는 로약자들, 아동단원들, 부녀자들을 잘 돌봐야 한다고 간곡히 가르쳐주시는 장군님의 자애로운 영상이 별빛 찬란한 밤하늘에 우렷이 떠오르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