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장 1

 

제 13 장

1

 

무송시내는 벌둥지 쑤셔놓은것 같이 들끓었다. 장군님께서 친솔하신 조선인민혁명군이 벌써 시난차, 로령을 치고 무송주변으로 달려올라와 서강 다영을 무찔렀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번개불 치듯하는 혈전의 길이였다. 일제의 군경은 신경이 곤두섰다. 놈들은 당장이라도 혁명군이 달려들어 불벼락을 내리는것 같아 삼엄한 경계망을 폈다. 일제의 수비대, 경찰대, 위만군, 자위단 거기에 내도산에서 녹아났던 호리구찌《토벌대》까지 합세를 해서 혁명군이 달려들기만 하면 일격에 짓부셔버린다고 눈이 뒤집혀 만단의 준비를 다했다. 놈들은 사태가 또 어떻게 될지를 몰라 전화통을 틀어쥐고 앉아 각곳에 원군을 청하기도 했다. 통화, 환인, 산성진 주둔 각 부대들에도 전화를 걸고 모견산, 몽강, 압록강 건너 중강진 수비대에까지도 빨리 달려와 무송의 목줄띠에 휘감기는 올가미를 벗겨놓아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놈들의 조바심같아서는 그저 원군이 하늘에 가뜩 깔려있다가 일시에 와르르 무송땅에 떨어져내렸으면 좋을것 같았다.

그런데 이때 하늘도 짙게 흐린 어느날밤 무송남쪽 송수진에 불벼락이 내렸다. 무송안의 적들은 펄딱 날아일어났다.

놈들은 저들의 사등이뼈우에 불이 떨어진것보다 예측도 안했던 송수진에 또 불길이 떨어지는바람에 더욱 초풍을 하게 놀래였다.

이게 무슨 일이냐, 공산군이 길을 외낀것 아니냐, 아무리 야금야금 제압해들어오는 전술이라 하더라도 무송 코앞에 다 왔다가 무송은 놔두고 다시 송수진으로 내려가 칠 까닭이야 있는가. 온 시내가 광란의 도가니로 뒤번졌다.

벌써 기병들은 성밖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말잔등에 앉은놈들은 어두운 공중에 검을 번쩍번쩍 휘둘렀다.

《빨리 빨리 뛰엿! 송수진에서 겪는게 무송에서 겪는것보다 낫다!》

독립기병대를 몰고 나가는놈이 고함을 질렀다. 독립기병대뒤엔 경찰대도 따랐다. 결국 놈들은 혁명군의 유인전술에 걸려든것이였다.

이무렵 혁명군의 대병력은 산이 웅기중기 솟아있는 동산쪽으로 육박해들어갔다.《만순》, 《점산호》, 《문명군》 등 반일부대들은 동문과 북문쪽으로 진격해들어갔다. 장군님께서는 일제의 위세에 몰리여 맥을 못추고 동요상태에 있는 무송일대 반일부대들의 사기와 신심을 돋구어주시고 항일혁명의식을 고취하시기 위하여 그들을 이번 작전에 인입하시였던것이다.

바람 한점없는 찌는듯한 여름밤이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녀대원들을 이끄시고 무송현성 동쪽고지앞에 이르시였다. 그리고는 동산포대가 저쯤 바라보이는 쑥대무성한 풀밭에 매복하시였다. 어둠속에 잠긴 무송시가가 멀리 아슴푸레하게 바라보이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무송가까운 어느 휑뎅그렁한 빈 절간에서 장군님께서 각 부대에 전투명령을 내리시며 혁명군들은 동산포대를 치고 소남문 대남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고 하시던 말씀을 생각하시였다. 바로 그 동산포대앞에 혁명군의 두개 련대가 육박해와서 숨을 죽이고 매복했다. 산우에 포대가 시꺼멓게 올려다보인다. 그 계선까지 검은 구름이 내려와 덮였다. 장군님께서 계시는 지휘부는 어느쯤에 있는지 알길이 없으시였다.

《언니!》

순옥이가 김정숙동지의 귀에 대고 소근거리며 부른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말없이 돌아보시였다. 무엇인가 깊은 생각에 잠겨계신듯싶은 표정이였다.

《언니, 난말야 시난차, 서강을 칠 때는 놈들을 몇놈 못잡았지만 이번엔 정말 정숙언니 절반만큼은 잡을테야.》

어린 순옥이의 얼굴도 머나먼 싸움의 길에 씻겨 인제는 굳센 빛이 깃들어보였다.

《잘 싸워라.》

김정숙동지께서도 입속말로 한마디 대답해주시였다. 순옥은 다시 어덴가 어둠속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겨들어가시는 김정숙동지를 말끄러미 쳐다보더니 또 소곤거리였다.

《복녀언닌 못보았지만 난 정말 언니네 오빠를 봤어. 글쎄 민가 첩이 소고기를 사오라고 해서 육고집으로 달려가는데 얼굴 두리두리한 오빠가 밥집 좌상아저씨하구 함께 걸어오질 않아. 무슨 이야길 하며 벙긋벙긋 웃기도 하고··· 암만 생각해도 그게 꼭 정숙언니의 오빠야!》

김정숙동지께서는 그저 순옥이의 머리를 쓸어주시였다.

그러자 순옥이는 손을 들어 자기 머리를 쓰다듬는 김정숙동지의 손목을 꼭 그러잡더니 눈빛을 반짝거리며 속삭이였다.

《언니, 오늘 쌈은 오빠의 복수전이예요!》

순옥의 뜨거운 입김이 볼에 스쳤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측은한 정 흐르는 눈빛으로 이윽히 순옥이를 바라보시더니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리고 한동안 무슨 말씀을 하실듯 말듯 하시더니 고개를 돌리여 멀리 어둠에 싸인 무송거리쪽을 바라보시였다.

《순옥아, 저 거리가 어떤 거린지 아니?》

느닷없는 김정숙동지의 물음이시였다. 순옥이는 잠시 의아쩍게 그이를 쳐다보다가 대답하였다.

《무슨 거리는?···》

《저 거리는···》

김정숙동지께서는 그 어떤 북받치는 격정을 새기시는듯 잠시 입을 다무시더니 이윽고 계속하시였다.

《10년전 장군님께서 부모님이랑, 동생들과 삼촌, 일가식솔이 함께 사시던 옛집이 있는 거리란다.》

《예?!···》

순옥이는 눈이 둥그래졌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긴숨을 내쉬시고나서 계속하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안계신단다. 저 성밖에는 아부님의 묘가 있고··· 어머님도 동생도 그리고 삼촌들도 모두 지금은··· 계시지 않는단다.》

《그게 정말이예요. 언니?》

김정숙동지께서는 고개만 끄덕이시였다.

《그렇댔군요···》

순옥이의 큰눈에는 금시 이슬이 글썽해졌다. 순옥이는 지금 정숙언니가 캄캄한 무송거리와 장군님께서 서계실 동산쪽을 바라보시며 무엇을 생각하고있었다는것을 비로소 깨닫고 더욱 가슴이 뜨거워졌다.

《언니!》

순옥이는 김정숙동지의 손목을 다시금 꽉 그러쥐며 목메인 소리로 속삭이였다.

《알겠어요. 언니의 심정을··· 우리 오늘 쌈에서 정말 총소리를 크게 울리자요. 우뢰처럼 크게!···》

김정숙동지께서는 순옥이에게 잡힌 손목으로 화끈화끈 뜨거운 열이 흘러들어 온몸에 퍼지는것을 느끼시였다.

《순옥아.》

그이께서는 불꽃처럼 반짝거리는 순옥이의 눈을 마주보며 격한 음성으로 대답하시였다.

《그러자. 잘 싸우자!》

김정숙동지께서는 그대로 순옥이의 손목을 꼭 잡으신채 후덥게 부풀어오르는 가슴을 안으시고 어둠속을 둘러보시였다.

녀대원들은 모두 쑥밭에 한무릎을 꿇고 금방이라도 달려나갈것 같은 자세로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저쪽앞엔 울멍줄멍한 남대원들의 머리도 보인다. 다가오는 전투의 시각이 륙감으로 느껴졌다.

진격의 신호가 내렸다.

어둠속에 웅크렸던 그림자들이 일시에 솟아일어나 동산포대쪽으로 물밀듯이 달려나갔다.

온 산 주위에서 우룩우룩 소리가 일어났다. 김정숙동지께서도 녀대원들 선두에서 달리시였다. 쑥대밭을 헤치고 나가 동산기슭에 당도하자 모두 엎드려 기여오르기 시작하였다.

《엎드렷!》

아직도 일어서 달리는 영애와 수월이에게 소리치셨다. 그제야 그들도 가둑나무밭에 엎드리며 기였다. 모두 숨이 차서 헉헉거렸다. 화공전술로 놈들의 병영을 없애버리던 서강전투때 같은 흥분으로 녀대원들은 남대원들을 뒤질세라 기여들어갔다. 금실이 금옥이들도 억척같이 기여나간다.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남대원들의 쉿쉿하는 소리가 일어났다. 소리를 내지 말고 은밀히 포대를 둘러싸야 한다는 신호였다. 정말 포대에선 기척이 없었다. 검은 하늘을 떠이고 서서 온통 쥐죽은듯 고요했다. 드디여 선발된 력량이 포대로 기여올라갔다. 그제야 놈들이 발끈 뒤집혀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소동이 났다. 그러나 어떻게 했는지 놈들은 총 한방 쏘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포대입구로 달려내려왔다. 대원들이 들어가자바람으로 무기란 무기는 죄다 빼앗아내고 기관총의 아가리를 틀어막아낸것 같다. 놈들은 포대밑으로 나와 내빼다가 총창에 찔리였다. 어둠속에서 비명소리가 악악 일어나며 적들이 피를 뿌리며 딩굴었다. 복녀, 국금이들도 총탁으로 몇놈 때려잡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총을 쏘지 말라고 련속 소리를 지르시였다. 총소리를 내여 소남문 대남문쪽 포대를 놀래우지 말라는것이였다.

결국 동산포대는 총소리 한방 내지 않고 피로 물들여놓았다. 검은 그림자들이 우룩우룩 밀려내려와 소남문 대남문쪽을 향해 달리였다. 적잖게 먼 들판이였다. 혁명군들은 들판으로 홍수 밀리듯했다.

대렬이 성문앞에 이르렀을 때에야 불시에 돼지 멱따는것 같은 고함소리가 일어나며 적진이 발칵 뒤집혔다. 놈들이 눈을 뜬것이였다. 이쪽에선 성문을 돌파할 력량이 달려들어가다가 납작 엎드렸다.

당장 치렬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쪽에선 더 바싹 조이며 들어갔다. 놈들이 성벽으로 접근을 못하게 파놓은 물도랑으로도 첨벙첨벙 뛰여들어가 헤여건넜다. 놈들은 아무데고 마구 갈겨댔다. 악에 받친 고함질소리와 함께 성문앞에서도 성벽우에서도 칼이 번쩍거렸다. 그런데 이런 치렬한 싸움이 소남문 대남문쪽에서만 붙은게 아니라 북문과 동문쪽에서도 붙었다. 온 성시가 불줄기에 휘감겨 들썩들썩 했다.

소남문앞에서 녀대원들이 결사적인 싸움을 벌리였다. 그들은 놈들의 불줄기밑으로 빡빡 기여들어가며 총질을 했다.

검은 땅바닥에서 사지를 구핏구핏 움직였다. 복녀가 뛰여일어날듯 상반신을 벌떡 일으켰다.

《엎뎌요.》

김정숙동지께서 그를 다잡으며 웨치시였다.

《창격전으로 해보자구.》

《아직은 안돼요. 사격해요. 사격이 나아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부르짖으며 권총으로 이쪽 저쪽 겨냥하며 불줄기를 날리시였다. 기관총잡은놈을 쏘아야 할텐데 겨냥할수가 없으시였다. 초연이 뽀얘서 어느놈이 어느놈인지 분간할수가 없으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온몸을 굽혔다펴시며 또 한뽐 기여들어가시였다. 곁에 탄알이 날아와 박히며 얼굴에 흙이 휘뿌려졌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지금 자기자신의 몸이 어떤 위험에 부닥쳐있다는것은 안중에도 없으시였다.

오직 한마음 이 싸움을 이겨야 하고 이 성문을 돌파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시였다. 그래야 장군님의 작전계획이 성공하지 않겠느냐! 이 전투가 바로 조국진군의 광활한 길을 열어나가는 싸움이 아니겠느냐! 여기를 때려부셔야 종횡무진 활개치며 조국으로 넘나들수 있는 큰길이 열릴게 아니냐! 그래야 마음 놓고 피에 물든 내 나라로 날아건너가 억눌린 내 민족을 일어나라 소리치며 원한서린 총창으로 원쑤를 무찔러눕힐게 아니냐! 아 그러기에 장군님께서 바로 이처럼 정든 옛집 뜨락에 초연내를 풍기시며 혁명군을 몰아오시지 않았는가!

어느새 녀대원들이 죄다 량옆에 달려나와 엎드렸다.

《엎드렷!》

어린 순옥이가 머리를 솟구자 복녀와 국금이가 소리쳤다. 엎드린 녀대원들의 잔등우로는 그칠새 없이 불줄기가 날아지나갔다. 나이먹은 금옥이는 턱을 땅에 붙이고 숨을 톺으며 한방씩 내갈기군 했다. 광대뼈 굵은 얼굴이 날아오는놈들의 불줄기밑에서 얼른 시퍼렇게 드러났다간 사라진다. 시난차 서강을 에돈 싸움이 모두를 억척같은 싸움군으로 만들어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비호같이 날아일어나시였다. 그러나 역시 놈들의 화력이 너무 세차서 도로 땅에 엎드리시였다. 몸을 붙이신 땅이 드르르 떨었다.

그런데 이때 녀성대오엔 급한 명령이 내렸다. 빨리 철수해나와서 동산포대쪽 잘루목으로 가서 아침식사준비를 하라는 장군님의 명령이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재빨리 대원들을 뽑으시였다. 그리고는 아직 어둠이 짙은 성문앞 들판으로 걸어나오시였다.

그이께서는 걸어나오다가 포탄이 작렬하는것 같은 번쩍하는 화광속에서 성문앞 머지않은 언덕우에 서계시는 장군님을 보시였다. 경위대원들이 몇몇 둘러서있는 속에 장군님의 모습이 언뜻 드러나보이시였다.

《장군님!》

김정숙동지께서는 장군님을 부르며 달려나가시였다.

《장군님, 장군님! 적탄이 비발칩니다. 위험합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목이 메여 소리치시였다.

그제야 녀대원들도 모두 장군님을 우러러보며 장군님을 불렀다.

《동무들은 빨리 빠지오. 잘루목으로 가서 대원들의 아침식사를 준비하오. 빨리 뛰오.》

《장군님!》

녀대원들이 목소리를 합쳐서 웨쳤다.

모두 장군님 계신 언덕을 돌아보며 급하게 걸어나갔다.

동산포대 옆골짜기 잘루목은 무송현성으로 드나드는 유일한 통로였다. 량옆에 숲이 깊고 좌우로 밋미스럼한 산봉우리들이 솟아있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잘루목에 도착하는 길로 복녀와 영애더러 앞뒤쪽 숲에 숨어서 적을 지키라고 감시조직을 하고는 딴 대원들과 함께 밥지을 준비를 시작하시였다. 골짜기엔 물도 있었다. 녀대원들은 배낭에서 쌀을 퍼내서 씻고 숲에 흩어져 삭정이를 꺾어들였다. 대남문 소남문쪽에선 전투가 더욱 치렬해지는것 같았다. 땅을 쪼개는것 같은 총성이 잘루목까지도 들썽들썽하게 만든다. 무슨 불빛인지 이곳 숲속으로 푸른 섬광이 펀뜩펀뜩 비쳐왔다. 밥을 짓는 녀대원들은 손이 떨렸다. 저런 싸움을 두고 나와서 밥을 짓는다는 일이 죄스럽기도 했다.

《빨리 밥통들을 걸어놓고 불을 지피자요. 소랭이도 올려놓구요. 연기가 보이지 않게 날밝기전에 다 지어야겠어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뛰는 가슴을 누르며 끼니차비를 다그치시였다.

그이께서는 덤비는 녀대원들을 보고는 침착하라고 타일러가시며 밥통들을 걸어놓은 밑에 불을 일구시였다. 녀대원들이 지니고다니는 밥통이 수십개 되고 소랭이도 십여개 되는데 거기에 다 쌀을 안치고 불을 일궜다. 분임이와 금실이는 물을 퍼올리느라고 개울로 내리뛰고 올리뛰고 하였다. 몸들이 날렵해서 날아다니는 새매들 같았다. 금실이는 군복저고리와 치마에 탄알구멍이 뚫어졌다. 아니 금실이만 그런게 아니라 그의 언니 금옥이도 모자와 군복저고리에 탄알 스친 자리가 생겼다. 그러나 누구도 그걸 여겨볼새가 없었다.

밥이 거의 되여갈무렵 날이 푸름푸름 밝아왔다. 소남문 대남문쪽 전투는 갈수록 치렬해졌다. 북문쪽과 동문쪽 반일부대들이 별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뒤로 밀리는바람에 그쪽을 지키고있던 적병력의 대부분이 소남문 대남문쪽으로 밀렸다. 뜻밖의 정황으로 소남문 대남문쪽 전투는 어렵게 되였다.

결국 성문들을 돌파하지 못한채 날이 밝았다. 검은 구름이 밀려가며 듬성듬성 창이 난 푸른 하늘이 드러났다. 가장자리에 피빛을 띤 구름이 동산포대우에 길게 비껴가고있다. 해뜰 시각이 왔다는것을 알리는것 같기도 하다.

철수명령이 내렸다. 장군님께서 전술을 바꾸시여 능동적으로 대렬을 뽑으시는것이였다. 놈들을 성밖으로 이끌어내다가 동산일대의 골짜기들에 몰아넣고 섬멸할 전술로 넘어가시는것이였다. 여러문의 기관총이 적의 화력을 견제하면서 대렬을 뽑았다.

바로 이런 때 이미 동문을 빠져나온 호리구찌《토벌대》는 성문을 우회해서 동산포대 가까이로 접근하고있었다. 호리구찌의 계략도 엉큼한데가 있다.

놈은 앞질러 매복했다가 철수하는 공산군에게 화력을 들씌우려는 타산이였다

《빨리 빨리!》

놈은 수풀속으로 기며 소리를 질렀다.

손엔 군도를 거머쥐였다. 눈에서 불이 일고 볼따귀살이 푸들거리며 뛰였다. 내도산에서 두드려맞고 내려와 부대를 수습하며 제국남아는 열두번 갱신해서 충절을 다해야 한다고 벼르기도 한 호리구찌였다. 놈은 이 무송싸움에선 어떻게 하든지 자기 생애에 혁명군과 맞섰다가 각이 들리군 한 불명예를 씻어야 한다고 이발을 갈았다.

《무엇들 하느냐? 대가릴 숙이고 기엿!》

호리구찌는 또 장검을 휘두르며 소리질렀다. 푸들거리는 볼따귀로는 땀이 주룩주룩 흘렀다. 싸리와 분지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숱한 졸개가 기여나갔다.

《여보게 복군, 이게 함정으로 이끌고가는것 아니야?》

호리구찌의 뒤를 따르는놈 하나가 주위를 휘휘 휘둘러보며 박대동의 아들 박순도에게 말을 건늬였다. 박순도는 호리구찌가 부대를 수습할 때 바로 이 《토벌대》로 기여들어왔다.

《함정이라니? 그런 쓸개빠진 소리는 그만두는것이 좋겠네.》

《아니야, 잘 살피게. 자넨 뭐 랑자군이라도 만날줄로 생각하고있나?》

《하긴 만났으면 좋겠네. 자넨 뭐 시적인 흥취를 가지고 랑자군이니 뭐니 하지만 나에겐 철천지원쑤일세. 그저 만나기만 하면 한칼에 베겠네.》

박순도는 입을 꾹 다물고 개울물을 철버덕거리며 건늬였다. 랑자군이란 인민혁명군의 녀성대오를 말하는것이였다. 박순도는 내도산 눈보라속에서 띠여보았던 단발머리에 군모를 쓰고 악악소리를 질러대며 내려갈기던, 자기가 눈을 흡뜨고 놀래였던 그 군상을 잊을수 없었다. 하마트면 죽을번해서도 그랬지만 틀림없이 그들속에 자기한테 시집을 왔다가 도망쳐간 분임이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어 늘 몸이 부르르 떨리군 했다.

신개동에서 자기네 집이 아주 망하고 어머니가 동네놈들의 뭇매를 맞고 기절했다가 깨여나지 못한것도 그년이 목을 맨다 어쩐다 하다가 공산당편으로 도망쳐간 뒤의 일이다. 그렇다면 그년의 설분, 그년의 고자질이 공산당이 뭇매를 들고 일어서도록 하지 않았겠는가, 그러기에 어머니를 치는놈들이 며느리를 구박한 말까지 입에 올렸다지 않는가, 글쎄 그런년이 총을 잡고 눈보라속에 엎드려있다가 나를 내려갈겼단말이지. 그 거름냄새 나는 촌계집애가··· 뭐 랑자군? 박순도는 곁에서 허리를 구부정하고 기여나가는 시라이의 길쭉한 얼굴을 힐끗 돌아보았다. 이 자식은 왜족이라도 시큰둥한 소리를 하는걸 보면 공산당물이라도 먹지 않았는가 하는 괘씸한 생각도 들었다.

호리구찌《토벌대》는 산밑을 돌아 숲속을 와실거리며 바로 녀성대원들이 매복해있는 잘루목 맞은편 숲에 왔다.

어쩌면 박순도와 녀성대오와의 조우가 이렇게 두손바닥 마주치듯해지는지 모른다. 호리구찌는 망원경을 들어 눈에 붙이고 성문쪽을 바라보았다. 놈은 발을 탕 굴러치며 입이 일그러졌다. 독한 살기웃음이 터져나왔다.

자기가 귀신같이 알아맞혔다는것이였다.

《공산군이 퇴각을 시작했다. 하늘이 주는 절호의 기회다. 흐흐흐···》

호리구찌는 수염난 웃입술이 벗겨져 올라가고 말이발같은 굵은 앞이발을 드러내며 자꾸 웃는다. 그러더니 이어 칼을 들어올리며 전투태세를 갖추라고 구령을 질렀다.

그런데 이때 불시에 땅하는 야무진 총성이 울리였다.

칼을 빼든 호리구찌가 당장 새초무더기 우로 껑충 뛰여오르더니 언덕밑으로 떨어져내리며 큰바위돌우에 가서 목대를 꾸겨박았다. 그러더니 또다시 디그르르 구르며 사지를 뻗었다. 숱한 졸개들이 숲에 꿩배기듯했다. 도대체 여긴 공산군이 없는것으로 알고 왔는데 총알이 어데서 날아왔는지 몰라 모두 숲에 숨어서 튀여나온 눈알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박순도도 숲에 엎드려 차거운 눈빛으로 호리구찌의 종말을 쏘아보고있다.

장대한 체구를 가진 호리구찌의 군복이 벌써 피에 질퍽하게 젖었다. 입과 코, 귀구멍에서까지 검붉은 피가 흘러나와 땅을 적신다. 시라이는 와들와들 떨었다.

놈은 호리구찌가 죽을 함정에 자기를 이끌고 왔다고 사지를 꼬는 호리구찌를 개자식개자식하며 욕질까지 했다.

호리구찌를 갈겨눕힌 총성이 신호로 되여 총탄의 우박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헛방 한방없이 대가리를 솟군놈이면 쏘아넘겼다. 불의의 타격을 받은놈들은 갈팡질팡하였다. 시라이도 날아오는 총알에 한방 맞고 딩굴며 박순도의 바지가랭이를 걷잡아당겼다.

《복군, 도망치세.》

《개자식!···》

박순도는 시라이의 량미간을 군화발로 탁 걷어찼다. 그리고는 맞은편 숲에 공산군이 있으니 사격하라고 고함을 질렀다. 놈은 벌써 세모진 눈으로 총알이 맞은편 숲에서 날아온다는걸 알아낸것이였다.

《쏘아요. 모두 엎드려 쏘아요.》

호리구찌를 쏘아눕힌 김정숙동지께서는 대원들에게 명령하며 연방 방아쇠를 당기시였다. 밥이 다 잦을무럽 갑자기 아군의 철수가 시작되였다. 이게 웬일이냐고 웅성거리는데 바로 맞은편 숲에 적정이 나타났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주저없이 사격을 시작하시였다. 그이께서는 틀림없이 어데 딴곳 증원부대가 나타나 여기 목을 지르고 엎드려있다가 철수해나오는 아군에 공격을 가하려는줄로만 아시였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철렁해지시였다.

《저놈들이 정신차리기전에 쏴요. 쏴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량옆에 숨어앉아있는 녀대원들에게 또 부르짖으시였다. 그러면서 철수해나오는 혁명군대렬을 연송 살펴보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도 적을 끌어내다가 족치려는 전술이라는걸 간파하시였다. 분명 놈들은 장군님의 령활한 전술에 걸려들었다. 우리도 이 싸움에서 한모를 막아야 한다. 그런데 철수해나오는 대오가 앞뒤의 화력속에 들수 있지 않는가.

김정숙동지께서는 몸이 떨리시였다. 그러던 그이께서는 철수대오를 살펴보시다가 또 가슴이 무너지는것 같은 충격을 받으시였다. 틀림없이 대오의 앞장에 장군님께서 서신것 같으시였다. 아, 장군님! 장군님!··· 더욱 가슴이 죄여드시였다. 그러나 이러고있을 때가 아니였다. 그이께서는 옆을 돌아보시며 결연히 부르짖으시였다.

《국금동무, 빨리 뛰여요. 철수하는 대오로 달려가서 여기에 적의 화력이 목을 지키고있다고 장군님께 알려요. 빨리 뛰여요.》

숲에 숨어앉아 총질을 하던 국금이는 총대를 거머쥐고 뒤로 빠졌다. 그는 쏜살같이 숲속으로 뛰였다.

잘루목에선 맹렬한 싸움이 붙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어떻게 하든지 장군님의 대오가 여기 다달으기전에 맞은편 숲속의 적을 깡그리 소멸해치우려고 이를 악무시였다.

《한놈도 놓쳐선 안돼요.》

《놓칠게 뭐야. 저놈들이 어데다 총질하자고 여기 와 엎드려있기에 살려둬?》

김정숙동지의 날카로운 소리를 복녀가 받아웨쳤다. 복녀도 두눈에 열기가 오르고 불김같은 큰숨을 확확 내뿜었다. 모두 잘들 쏘았다. 숲에 숨어서도 쏘고 바위돌을 의지하고 앉아서도 쏘았다. 수월이는 풀밭에 넙적 엎드려 기여나가며 쏘았다.

《얘 다람쥐야, 넌 저쪽에 좀 비켜앉아 쏴!》

영애와 순옥이가 한바위돌을 의지하고 량옆에서 몇방씩 쏘다가 숨군하는데 숨을 때엔 외수없이 바위돌뒤에서 머리를 마주찧었다. 그래서 영애가 발끈 화를 내는것이였다. 모두 군모밑으로 당콩알같은 땀방울이 주룩주룩 미끄러져 내린다.

맞은편 숲속에선 연방 비명이 일어났다.

기관총 두문이 갈겨대는데 그 탄환이 이쪽 숲속에 와서 우박이 뿌려지듯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권총을 거머쥐고 이쪽저쪽 숲을 헤가르며 놈들의 기관총위치를 찾으시였다. 보이지 않으시였다. 기관총을 그냥두었다간 언제 그걸 어데다 돌려댈지 모른다.

치가 떨리는 일이였다. 그이께서는 새초숲에 숨어서 드디여 놈들의 기관총좌지 하나를 발견하시였다. 맞은편 구름나무밑에 뻗쳐세운 기관총이 보이는데 얼굴이 시뻘건놈이 그것을 그러안고 좌우로 휘둘러댄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떨리는 가슴을 다잡으며 권총을 련발로 갈기시였다. 결국 기관총 한자루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다른 한자루는 계속 불찌를 날리며 짖어대고있었다. 인제는 더 겨를이 없으시였다. 김정숙동지의 머리속에 번개치듯 궁리가 떠오르시였다. 적기관총화력을 철수해나오는 대렬쪽으로 돌릴수 없게 잘루목 저편으로 유도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이께서는 녀대원들더러 사격을 중지하고 나를 따르라고 웨치며 잘루목 저편 구름나무밭으로 내뛰시였다.

《어데로 가는거예요?》

《화력을 이쪽으로 유도해야 돼요. 우리쪽으로···》

김정숙동지께서는 권총을 들어 흔들며 녀대원들의 소리에 대꾸해주시였다. 군모밑 얼굴에 땀이 물퍼붓듯 흐르고 군복저고리의 잔등도 땀에 젖었다. 그제야 녀대원들도 알아차렸다. 모두 숲을 박차고 일어나 총을 들어흔들며 뛰였다.

《이놈들아― 여기다. 여기야!-》

구름나무숲으로 뛰는 녀대원들이 고함을 질렀다.

《날 따라 앞으로!》

김정숙동지께서도 웨치시였다. 녀대원들은 찔레넝쿨을 헤쳐나갔다. 가시가 군복을 버럭버럭 쥐여뜯었다. 찔레가시에 볼을 할퀴우기도 하고 목을 물어뜯기우기도 했다. 찔레넝쿨을 벗어나니 다시 훤한 공지였다.

모두 또 총을 들어 흔들며 함성을 올리였다.

《아니 저게 뭐야? 저게 바로 랑자군 안야? 우리가 이때까지 랑자군과 싸웠단말야?》

저쪽 숲속에서 박순도는 눈이 커졌다.

찬찬히 보니 바로 그 얼굴 갸름한 부암의 거름냄새 나는 분임이도 있는것 같다. 그 계집이 지금 구름나무가지를 휘여잡아 흔들며 뭐라고 소리를 지른다. 박순도는 몸을 떨었다. 음, 저 원쑤같은 년을 여기서 만났구나. 저년의 몸뚱아리에 탄알을 섬으로 박아넣어야 한다.

놈은 총을 들어 흔들며 저년들부터 쏘아 없애라고 고함쳤다. 각반을 친 두다리가 경풍이 난것 같이 와들거렸다.

총부리가 모두 그쪽으로 돌려졌다. 기관총도 그쪽으로 겨누어졌다.

녀대원들쪽으로는 정말 적탄이 소낙비 쏟아지듯했다. 구름나무잎에서 좌륵좌륵 소리가 났다.

장군님께서는 동산가까이에 오시여 이 골짜기 저 골짜기로 대렬을 뽑으시다가 급히 잘루목전투를 도우라는 명령을 내리시였다.

《빨리들 뛰오. 녀대원들이 힘겨운 전투를 하는것 같소. 산기슭을 에돌아들어가며 측면으로 타격하시오.》

장군님께서는 두눈에 푸른 불이 번쩍거리시였다. 명령을 받은 중대는 급하게 길옆으로 떨어져내려 자취를 감추었다. 길이 넘는 새초와 구름나무숲이 뒤설레였다.

결국 호리구찌《토벌대》는 앞뒤의 화력속에 들어 옴짝을 못하게 되였다. 저쪽으로 달려든 중대도 쏘고 이쪽에서도 녀대원들이 돌아서 육박해들어가며 쏘았다. 놈들은 불가마속에 들었다.

녀대원들이 와아 소리치며 돌격해 들어갔다. 장군님께 달려갔다온 국금이도 끼였다.

《장군님께선 어데 계셔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달리면서 물으시였다.

《장군님께선 동산으로 오르셨어요. 강호동지랑 함께··· 전 중대가 벌써 이쪽으로 밀려들어오는줄도 모르고 장군님앞에 가서 보고를 올렸지요뭐···》

김정숙동시께서는 안도의 숨이 후 나가시였다.

《한놈도 놓치지 말라!》

《놓칠게 뭐야?》

《멸살시키자-》

어린 순옥이의 웨침소리가 날카롭게 공간을 찢는다.

기세 충천한 녀대원들은 숲에서 일어서는놈, 기는놈, 배겨앉은놈, 눈에 띠기만 하면 영낙없이 쏘아넘겼다. 휙휙 회파람소리가 났다. 저편에서 달려든 남대원들은 창격전으로 적들을 소멸했다.

복녀도 숲을 박차고 일어나 여러놈을 찔러넘겼다. 잘루목 숲엔 원쑤의 피가 개울을 이루었다.

한놈도 놓친놈은 없는것 같았다. 피가 질퍽한 바위돌앞엔 철갑모 벗겨진놈들이 거름더미처럼 쌓였다. 온통 피투성이 시체 천지다. 넓은 수풀이 죄다 짓이겨졌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가슴이 후련해오시였다. 그이께서는 방금 장군님께서 올라가셨다는 동산우를 올려다보시였다. 어떻게 이런 혈전장에선 달리 모실수는 없을가. 김정숙동지께선 자꾸 눈물이 글썽거려지시였다.

온 잘루목 주변이 급작스레 정적에 잠기였다. 해빛도 금물결처럼 춤춘다. 그 해빛속에서 동산우를 올려다보는 녀대원들의 얼굴은 만발한 해바라기들 같다.

《장군님!》

녀대원들은 모두 속으로 부르짖었다. 해바라기같은 얼굴들로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그 얼굴들을 바라보는 김정숙동지께서는 불시에 가슴 두드리는 생각이 안겨들기도 하시였다. 언제 이렇게 숲으로 무성한 해바라기가 장군님 계신 동산을 둘러쌌는가. 한녀성 또 한녀성 강보에 싸안아 키우며 술기막골, 내도산을 힘있게 걸어온 고생자욱 피자욱이 있기에 오늘의 저 얼굴들이 있는가··· 정말이지 그 고생이 있었기에 그 고생속에서 태여난 봉오리 봉오리들이 오늘은 이렇게 무성하고 만발하여 장군님주위에 성벽을 이루지 않았는가. 이 함박꽃같은 얼굴들, 어여쁜 눈들, 그 눈에 어리는 아름다운 미래를 비쳐내는것 같은 맑디맑은 눈물들··· 김정숙동지께서는 글썽거리던 눈물을 종시 볼우로 주르르 흘리시였다.

《아니 저게 웬놈이야? 박대동의 아들 아니야?》

별안간 복녀가 소리를 질렀다.

모두 띠끔해서 얼굴을 돌리였다. 정말 다박솔밑에 박순도가 앉아있다가 찬 눈빛으로 쏘아보며 비척비척 일어선다. 이때껏 아주 죽지는 않고 어델 되게 찔리운것 같았다. 군복바지와 군화가 온통 피자박이 되였다. 그러나 놈은 머리칼 한오리 떨지 않고 주르르 쏘아보았다. 철천지원쑤라던 녀성혁명군과 이렇게 얼굴을 마주대고 맞설줄은 몰랐던것이였다. 놈은 흰얼굴에 동그란 안경도 그대로 걸려있고 군모만 벗겨져 짧은 머리가 이마우에서 혼돌거리며 떨었다.

《야, 요놈 맞바로 만났구나!》

녀대원들이 부르짖으며 모두 둘러서서 총을 겨누었다. 놈은 표독한 눈길로 또 한번 녀대원들을 주르르 훑어보았다. 눈길이 분임이의 얼굴우에 와서 멎자 일그러진 랭소가 얼른 입가로 스쳐갔다.

《다들 비켜요. 내가 저놈의 가슴팍을 뚫을테야요.》

분임이가 소리질렀다. 그는 얼굴이 새파랗게 되여 총대를 겨누며 숨을 들이그었다. 분이 극도에 달해서 총신끝으로 보이는 동그란 안경의 얼굴이 둘로도 돼보이고 셋으로도 돼보이는것이였다.

《이년 쏠테면 쏴봐라!》

박순도가 악에 받쳐 소리치며 한발작 앞으로 나섰다. 꽝 총소리가 울리였다.

거듭 두방··· 통쾌한 총성이 거듭 세방 울리였다. 박순도는 풀밭에 나가딩굴며 다리를 으득으득 꼬았다. 혁명의 총, 계급의 총이 이때처럼 가냘픈 허리를 가졌던 분임이에게 그렇게도 어울려보인적이 없었다. 분임이는 김정숙동지의 품에 와락 달려들었다.

《정숙동무! 정숙동무! 그놈을, 그 원쑤같은놈을 글쎄 내 손으로 이렇게···》

분임은 목메여 부르짖었다. 박순도한테 머리채를 들리워 매맞고 칼부림 당하던 생각이 가슴을 찔러 울음이 터졌다. 원통하고 분해서 쏘아죽이는 이 순간에도 몸부림이 나갔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분임이의 등어리를 어루만지시였다. 역시 분임이는 제 운명의 곡절 많은 수없는 피눈물 개울을 건느고 가시밭넝쿨을 헤치고 넘어 광활한 혁명전선에 들어선 녀투사답게 제 과녁을 뚫어낸것 같은 생각도 드시였다.

아침해발이 활짝 퍼졌다. 하늘이 청청 개이고 8월의 불타는 태양이 지글지글 비쳐내렸다. 가벼운 구름장들이 동산우로 연기같이 날아간다. 대지엔 초연이 뽀얗다. 무송일대는 정말 도가니속처럼 끓었다. 인젠 성밖이 더 끓어번졌다.

아직도 소남문 대남문쪽으로는 적의 대렬이 자꾸 밀려나온다. 장군님의 유인전술에 걸려든 놈들은 마치 싸움이 결판이나 난것같이 호기를 부렸다.

적의 군마들이 뛰였다. 말들은 해빛속에서 하늘을 물어뜯는것 같은 기광을 부렸다. 말잔등에선 역시 검이 번쩍거리며 재주를 놀았다.

동산우에 오르신 장군님께서는 동산일대의 지형조건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시고 동산을 둘러싼 고지들을 각 련대가 어떻게 장악하고 어떻게 싸우라는 명령을 내리시였다.

강호련대장에겐 동산의 전면방어와 후면방어를 책임지라고 말씀하시였다. 그러시면서 어느 골짜기로는 적을 어떻게 몰고 들어가 타격은 어떻게 하고 매복조 차단조는 어디어디에 목을 지르게 하고 불의의 정황에선 어떻게 하라는 구체적인 가르치심도 주시였다. 바로 놈들을 깡그리 때려잡을 거대한 포위환을 형성하시는것이였다.

《정황이 급하오. 빨리들 뛰오》

군모를 넘겨미신 장군님의 얼굴엔 땀방울이 맺혔다. 전령병들이 바삐 산을 내려뛰였다. 군복잔등이 젖은 강호도 전령병들의 뒤를 따랐다. 여기저기서 총소리는 계속 울린다. 박격포탄이 작렬하는 소리도 들린다. 악악 울부짖는 소리, 군마의 호용소리, 그러는가 하면 놈들의 구령소리도 들린다. 바로 저쪽 뒤골짜기에선 수비대놈들을 이끌고 들어간 중대가 지금 한창 소탕전을 벌리는것 같다. 적의 비명소리가 그대로 들려오고 무엇이 터지는지 산을 허무는것 같은 꽈르릉 하는 소리도 들려온다.

동산마루는 마치 뒤번지며 끓는 죽가마속에 솟아있는것 같기도 했다.

녀대원들이 밥임을 이고 지고 동산우로 우르르 올려밀었다. 경위대원들이 밀려나가 밥임을 받아내리고 배낭을 벗겨내리고 했다. 모두 땀이 함빡 난 녀대원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수고들 했다고 치하를 했다. 녀대원들은 땀을 씻으며 수고가 무슨 수고겠느냐고 수집어들 했다. 그렇게 호랑이같이 싸웠어도 역시 얼굴에 수태를 머금은 아름다움은 그대로 있었다.

《잘 싸웠습니다. 동무들이 아주 잘 싸웠습니다. 조선녀성의 본때를 훌륭히 보여주었습니다.》

장군님께서 마주 걸어오시며 말씀하시였다.

《장군님!》

녀대원들은 한목소리로 목이 메여 부르짖으며 장군님을 우러러보았다. 몇해만에 뵈옵는것 같은 장군님이시기도 했다. 가렬한 순간의 한초한초가 력사의 무게, 세월의 무게를 쌓은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되여지는지도 모른다. 모두 눈물을 머금었다.

《동무들이 아니였다면 철수하는 부대가 위험에 빠질번했습니다. 정말 잘 싸웠습니다. 불과 몇명 안되는 녀대원들이 잘루목을 지키며 밥도 지어내고 만만치 않은 <토벌대>도 섬멸해치웠습니다. 아주 대단한 일입니다. 인제 그 기세로 성밖에 끌어내온 적들을 족쳐야 합니다.》

《장군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김정숙동지께서 말씀을 올리시였다. 다른 녀대원들은 모두 볼에 흐르는 눈물을 씻으며 힘있게 대답을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