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7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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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산림시비밀근거지에서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조선인민혁명군 소조책임자들과 북부조선일대의 조국광복회 책임자들의 긴급회의가 열렸다.

류사공네 집 둘째며느리 봉선이가 무창금전판 객주집으로 가져온 토기단지속의 정보를 받은 후 김정숙동지께서 소집하신 회의였다.

리준상이 실종된 후 정연과 조치삼은 몸을 피해 이곳 무창객주집에 와있었다. 봉선이가 그것을 알고있어 련락이 제때에 와닿은것이였다. 리준상은 다시 어데론가 끌려갔지만 그가 죽기를 각오하고 지하갱도굴설장에 스스로 들어가 《북3》에게서 받은 정보는 사공령감과 봉선을 거쳐 김정숙동지의 손에 와닿았다.

그것은 《북3》, 다름아닌 유진이 생명을 바쳐 보낸 정보였다. 그이께선 암호표시가 아니라 유진의 젊은 심장에서 방울방울 떨어진 피가 인찍혀진 혈서를 보는것만 같으셨다.

한시바삐 잠수함기지 굴설장에서 시시각각 죽어가는 천여명의 로동자들을 구원해내야 하였다. 그들은 최후결전의 시각 적의 배후를 기습할 강력한 무장력량이였다. 수전공사장에 아직 남아있는 로동자들의 수습책도 세워야 했다. 적들의 음모를 다 손에 쥐였으니 이젠 화를 복으로, 역경을 순경으로 돌려세울 손잡이를 우리가, 혁명군이 쥔 셈이였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소부대책임자들인 오백룡과 박광선이 먼저 오고 뒤미처 관곡무장대, 라진인민무장대 책임자와 유현지구 반일회회장이 모였다.

김정숙동지께선 상봉의 회포도 나눌 계제가 못되여 인사는 뒤로 미루고 서두도 없이 본론에 들어가시였다.

《잠수함기지굴설장에 갇힌 로동자들을 어떻게 하면 모두 빼내올것인가를 먼저 토론합시다.》

선뜻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그이께서 관곡무장대 대장에게 눈길을 돌리시자 그가 주밋주밋 말머리를 떼였다.

《우리가 알아본데 의하면 남치용이네 양주공장쪽에서 버럭을 실은 배가 나오는걸 보면 그 아근에 공사장입구가 있는것 같습니다. 우리 무장대가 양주공장을 점거하고 숨어있다가 야밤에 경비 서는 놈들을 제끼고 빼내오면 어떻겠는지?》

그러나 적들이 삼엄한 경계망을 펴고있는 입구에서 총소리를 내면 적들이 삽시에 밀려들어 오히려 봉쇄당하기가 십상이였다.

《정면공격은 불가능합니다. 또 무장대를 로출시키지 않기 위해서도 피해야 합니다. 어떻게든 우회로를 찾아야겠는데···》

오백룡도 그이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넌지시 반대하였다.

《박광선동무 생각은 어때요?》

좀전부터 무슨 생각엔가 골똘하여있던 박광선이 그이께서 재촉을 해서야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나와 한창봉동무가 언젠가 경원쪽에 있는 적 요새구역을 정찰하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왔을 때였습니다. 우리는 두만강연안에 구축해놓은 적들의 포진지와 도로를 정찰하였는데 망원경과 사진기를 가지고나와 촬영도 하고 콩크리트구조물의 세멘트쪼각도 떼내여가지고갔습니다. 그때 우린 도로정찰을 하다가 적들이 증산봉의 산속에 군수물자저장고를 만들어놓고 거기다 전략물자들을 저장하고있다는것을 알아냈습니다. 정찰자료는 즉시에 상부에 보고되였습니다.

이듬해엔가 설명절때즈음에 다시 증산봉에 나와보니 물자를 실은 자동차행렬이 꼬리를 물고있었습니다. 물자를 저장하는 곳은 역시 증산봉산속의 자연동굴이였습니다. 그때 나는 적들이 몇해를 두고 물자를 실어들이는것을 보니 자연동굴이 꽤 큰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댔습니다. 라진일대에도 그런 자연동굴이 없을가요? 청학산이나 백학산, 저술령, 수처봉, 하대봉일대에 군수품저장고로 쓰는 자연동굴이 없는가 하는것입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엄격한 표정으로 눈빛을 번뜩이시며 라진일대에서 활동해온 오백룡을 바라보시였다. 오백룡은 벌쭉 웃어제꼈다.

《영특한 박광선이 마실방늙은이처럼 웬 사설인가 했더니··· 우회로로 잠수함기지와 련결될수 있는 자연동굴을 리용하자는게구만. 좋소, 찬성이요. 한데 잠수함기지 가까이에는 그런 자연동굴이 없소. 군수품저장고도 발견된것이 아직은 없소.》

그렇지 않느냐는듯 오백룡은 라진무장대 책임자와 유현반일회 회장을 차례로 돌아보았다.

나이지숙한 라진무장대 대장도 머리를 저었다.

《내 머리가 희도록 예서 살아오지만 자연동굴이 있단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두눈을 잔조롬히 쪼프리고 생각에 잠기셨다가 여유있게 말씀하시였다.

《이 일대는 대체로 화강암층인데 증산봉일대에 큰 자연동굴이 있는데 여기라고 없겠어요. 꼭 있을거예요.》

확신성있는 그이의 말씀에 용기를 얻었는지 유현반일회 회장이 기연가미연가한지 떠듬거리며 한마디 께끼였다.

《아이적에 우리 동네 뒤산에 올라갔다가 저··· 술래잡기를 하느라구 큰 바위뒤에 숨었드랬는데 거기 무슨 굴이 있지 않겠습니까. 아구리는 크지 않은데 안에 들어갈수록 허렁청 넓은 동굴이 있었습니다. 동리애들이 광솔불을 켜들고 굴안으로 들어가봤는데 끝을 알수가 없었습니다. 광솔불이 꺼진 후 어느 아인가 <귀신이다.>하고 소리치는 바람에 날 살려라 하고 달려나왔는데 그때 넋살이 떨어진 후론 누구도 가본 사람이 있는것 같지 않습니다.》

오백룡이 그 산이름이 뭔가고 물었다.

《마을에선 젖가슴처럼 생겼다구 봉래에미 젖무덤산이라고 했댔는데 정식이름은 없습니다.》

아마 그 동리 봉래에미 젖가슴이 무던히 소담스러웠던 모양이였다.

오백룡은 벙글서해서 지도를 펼쳐놓았다. 그는 지도에서 젖무덤산을 찾아내고 해군기지와의 거리를 측정해보더니 무릎을 탁 쳤다.

《됐습니다. 벼룩이 깝질 벗길 왜놈족속들이 이 지구에 잠수함기지를 건설하는게 다 쪼간이 있었군요. 동굴이 바다쪽으로 나가면서 점점 넓어지면 얼마 품 안 들이고 빠른 기일내에 건설을 끝낼수 있지 않겠습니까.》

김정숙동지께서는 그의 예측이 근거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며 즉석에서 임무를 주시였다.

《방도를 찾았으니 비밀공사장 로동자들의 구출작전은 오백룡소조가 맡아줘야겠어요. 라진무장대, 관곡무장대, 유현반일회에서는 구출된 로동자들의 거처지를 즉시 마련해주고 옷과 신발을 해결해주고 극심한 굶주림과 고역에 시달렸을 그들의 영양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방책을 취해야 하겠습니다.》

오백룡소조와 각 무장대책임자들, 반일회회장은 즉시 임무수행을 위해 돌아갔다.

박광선은 전화도청사업을 한시도 중단할수 없기에 돌려보내고 한창봉만 떨구시였다. 홍명희의 장희체소설 《림꺽정》에서 나오는 황천왕동이 찜쪄먹게 걸음이 빠른 그에게 서두수에 갈 과업을 주자고 생각하신것이였다.

《아무래도 서두수엔 동무가 급히 가야겠어요. 우선 연사지구 조국광복회 회장, 서두수수전공사장 당조직책임자, 각 조국광복회 분회회장들을 불러 조성된 사태에 대처한 구체적조직사업을 해야겠어요. 특히 진해만 해군기지와 제주도비행장건설에 가게 되는 로동자부대를 잘 준비시켜보내야 합니다. 조국광복회망, 당조직망, 반군사조직망을 재정비하고 신념이 강하고 대중을 움직일줄 아는 사람들을 책임자로 선발배치해야겠어요. 중요한건 그들이 유사시에 우리가 적진에 묻어둔 폭탄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겁니다. 그러자면 혁명군과 수시로 련계를 취할수 있는 유능한 정치공작원을 박아넣어야 합니다.》

그이께서는 목이 타시는지 잠시 말을 멈추시였다. 한창봉은 마디마디 새기는듯 긴장해서 듣고있었다.

《그리고 일자리를 잃은 나머지인부들은 목재소나 류벌장, 광산 같은데 조직적으로 이동시켜 일자릴 마련해줘야겠어요. 일본군대징집에 걸린 사람들은 무조건 탈출시켜 간백산밀영에 보내야 합니다. 아마도 동무는 그곳에 남아서 마지막 한사람까지 전민항쟁대오에 묶어세우도록 해야겠어요.

사령관동지께선 동무가 서두수에 남았다면 마음을 놓으실겁니다.》

그이께선 오쟁이를 한창봉의 다부진 어깨에 짊어지어주시며 짤막하게 작별인사를 하시였다.

《어서 떠나요. 조국해방작전때 다시 만나자요.》

한창봉은 땅에 뿌리가 박힌듯 한참이나 바재이며 어쩔바를 몰라하다가 거수경례를 붙이고 얼른 돌아섰다. 몇걸음 걷던 그는 무엇을 잊었는지 다시 돌아섰다.

그이앞으로 되돌아온 그는 목멘 소리로 들릴듯말듯 되뇌였다.

《몸조심하십시오.》

그까지 떠나보내니 그이곁에는 조치삼과 류정연이만이 남았다.

《리준상을 구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치삼이 머밀머밀하다가 조심스레 하는 말이였다.

류정연이 고개를 번쩍 들고 야멸차리만치 날카롭게 그의 말을 욱질러버렸다.

《임무수행부터 먼저 생각해야지··· 아마 그 동무도 그걸 바랄거예요.》

김정숙동지께선 류정연을 새삼스레 바라보시였다. 그새 얼마나 몰라보게 성장했는가. 그는 국내공작의 나날 어엿한 녀투사가 되였다. 하지만 가슴은 몹시도 쓰린지 그의 서느러운 눈엔 물기가 핑 어려있었다.

《조치삼동무, 동무에게 따로 줄 과업이 있어요.》

조치삼 못지 않게 류정연의 눈빛이 긴장되였다. 기대어린 그 절절한 눈빛, 그이께선 목이 꽉 잠겨드시였다. 하지만 조치삼에게 주는 임무는 리준상구출작전이 아니였다.

《치삼동문 광산로동자였지요. 무슨 수를 쓰더라도 폭약을 구해가지고 오백룡소조를 도와야겠어요. 동굴을 따라가더래도 공사장에 맞굴을 내려면 폭약이 있어야 하고 폭파작업은 동무만이 할수 있을거예요. 폭약 구하는 일은 객주집 김로인과 의논해보세요.》

《알았습니다.》

조치삼의 힘찬 대답이였다.

류정연은 왜서인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마도 눈물을 보이지 말자고 그럴것이다.

《정연동문 나하고 윈나루에 갔다오자요. 유개마차를 준비하세요.》

《윈나루엘요?》

그는 눈이 휘둥그래서 멀거니 바라보기만 할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