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8

 

제 3 장

8

 

야외식당이 전개된 곳에는 대형벽보판이 세워져있었다. 하루 세번 식사하러 오갈 때마다 려단의 거의 모든 전투원들이 벽보판앞에 모여들어 한참씩이나 입씨름을 벌리고야 자기 구분대의 야영지로 떠나군 하였다. 소대에서는 전투소보를, 중대에서는 벽신문을 발간하였다. 대대에도 벽보발간위원회가 조직되여있었다. 1지대 벽보발간책임자는 그림도 그릴줄 알고 붓글씨도 쓸줄 아는 김경석이였다.

려단 대형벽보발간을 주관하는 사람은 려단공청비서 조정철이였다. 그는 그림그리는 재주에다 붓글씨 쓰는 솜씨도 괜찮았지만 문학적재능까지 겸비하고있어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였다.

대형벽보에는 려단의 훈련과 학습, 생활이 집약되여있었는데 여기서 갖가지 일화들과 화제거리가 생겨났다. 훈련에서 모범적인 구분대와 개별적대원들이 소개되였고 동지들과 집단을 위해 헌신하는 아름다운 소행도 알려주었다. 그보다도 더 대원들의 눈길을 끈것은 《화살》이란 표제를 단 비판란이였다.

수영훈련이 시작되면서 재미있는 만화들이 련속 《화살》란에 나붙었다. 별의별 괴짜들이 다 있었다. 강물만 보면 사시나무떨듯 하는 대원이 있는가 하면 강기슭으로부터 강복판에 있는 모래섬까지 늘인 바줄에서 떨어질줄 모르는 달팽이들도 있었다. 물속에서 안경을 잊어먹고 돌덩이처럼 가라앉아 구출소동을 일으킨 지휘관도 있었는데 그 지휘관은 엉큼하게도 헤염을 치는것이 아니라 강바닥을 두손으로 짚으며 엉금엉금 기여나와 《가재헤염선수》란 화제거리를 만들었다. 정열의 덩어리인 류정연은 인차 려단에서 인기를 모았다. 군의소나 탁아소에 극히 필요한 인물이였을뿐아니라 수영에선 단연 첫자리를 차지하였다. 다른 구분대들에서 과외훈련을 지도해달라고 초청하군 하였다. 그는 마다하지 않았고 선선히 나서 날새는줄 모르고 정열적으로 남동무들에게 헤염치는 묘술을 가르쳐주었다. 많은 동무들이 그와 함께 헤염치는 법을 익혔다. 물을 무서워하는 정만금이는 물론 전려단적으로 물만 보면 10리밖으로 도망쳐 소문을 낸 최명석소대의 공정수도 그의 손에서만은 곰상곰상해져 열심히 훈련하더니 끝내 수영을 배워냈다. 공정수라면 북만에서 유격투쟁을 할 때 한해겨울에 모자를 열개나 태워먹어 소문을 낸 동무였다. 모닥불옆에서 자다가 엉치에 불이 달렸는데도 대수롭지 않아하며 슬슬 걸어가 눈더미에 엉뎅이를 비벼댄다는 그였다. 그 느지고 그닐그닐한 성격때문에 소대장 최명석은 숱한 속을 썩이였다. 그도 《돌아갓!》처벌을 받은적이 있는데 조치삼과 비슷하면서도 서로 달랐다. 그들은 꼭같이 머슴군출신이며 학교문전에도 못가본 사람들이였다. 느지고 태평스런 성격도 비슷하였다. 그러나 조치삼은 타고난 온갖 재주를 가지고있었으나 공정수는 재간도 없는데다 눈썰미까지 무딘 막도끼였다. 욕을 하고 망신을 줘도 좀처럼 타내지 않으니 방법이 없었다.

최명석소대장은 생각다못해 한가지 묘안을 생각해냈는데 수영지도교원으로 통신대대 류정연을 청해온것이였다. 녀자에게는 남자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고 하였다. 려단적으로 손꼽히는 미인이며 활달하고 친절한 녀대원이 곁에 있으면 아무리 무사태평한 공정수라 해도 그도 남아이니만치 채심을 할것이라고 타산한것이였다.

최명석의 계책은 목표를 명중했는지 과연 공정수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느때없이 씻고 닦고 매일 면도를 하고 옷차림도 단정해졌다. 늘 끔찍해하던 수영훈련에도 열성이였다.

류정연은 친누나처럼 헌신적이고 살뜰하였다. 나무잎을 이불처럼 두툼하게 깔아놓고 그우에서 손동작, 발동작을 련습시키는가 하면 나무판자를 얻어다가 그우에 배를 대고 헤염법을 익히게 하였다. 물에 뛰여들기련습때 류정연은 두번, 세번 시범동작을 해보였다. 공정수도 용기를 내여 물속으로 뛰여내렸다. 그런데 평자로 떨어져 바위서덜에 불두덩을 짓찧고 죽느라고 아부재기를 쳤다. 그 모양을 보고 모두 배를 그러안고 웃어댔다. 그런 동무들에게 정연은 깔끔해서 소리쳤다.

《뭐가 좋아 웃어대요. 산골에서 자라다보니 그럴수도 있는거지요.》

정연은 누나처럼 공정수를 변호해나서고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정수동무, 일없어요. 그만하면 동작이 괜찮아요. 이 고비를 넘기자요. 이제 주저앉는다면 환자가 약 100첩을 먹어야 완쾌되겠는데 99첩을 먹고 그만두는거나 같아요. 우리 조선은 세면이 바다이기때문에 조국해방작전에 참가하자면 반드시 수영을 배워야 해요. 내가 수영을 배워줄테니 동문 나한테 저격수 사격솜씰 배워주세요.》

정연은 자신이 김정숙동지께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외우고있다는걸 느끼지 못하였다. 매사에 그이를 닮고싶은것이여서 말도 행동도 본따게 되는지도 몰랐다.

공정수는 힘을 얻어 열심히 물에 뛰여들기동작을 반복했고 마침내는 자유롭게 헤염쳐 모래섬까지 갈수 있게 되였다. 그는 수영훈련에 합격된 마지막대원이였다.

그 사연이 대형벽보에 대서특필되였다.

《최후결전장에 함께 돌진하자. 통신대대 류정연동무의 뜨거운 동지애.》

붓글씨로 크게 쓴 이런 제목글자가 멀리서도 보였다. 정연은 그때문에 늘 웃고떠들던 벽보판앞에 감히 다가서지 못하였다. 대원들이 있을 때는 못 본체 하고 스쳐지났으나 밤이 깊어 벽보판앞이 조용해졌을 때는 몇번이나 살며시 나와본 그였다. 그게 이상하게도 여직 체험해보지 못한 삶의 희열을 솟음치게 하는것이였다.

지금도 정연은 그때문에 벽보판앞으로 갈념을 못하고 공연히 야외식당근처에서 서성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