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10

 

제 3 장

10

 

3. 8국제부녀절을 맞으며 새로 원동군사령관으로 부임된 엠. 아. 뿌르까예브대장이 려단에 내려왔다. 25집단군 사령관 아. 엔. 막씨노브중장과 정찰국장이 그와 동행하였다. 막씨노브중장도 지난해 여름에 집단군사령관으로 부임되였는데 국제련합군에 내려오기는 이번이 처음이였다.

지난해 년초에 전 원동군사령관 아빠나쎈꼬대장이 워로네쥬전선 부사령관으로 간 후 여태 비여있던 사령관직에 쏘도전쟁개전이래 서남전선 참모장으로, 제3타격집단군 사령관으로 전쟁의 와중에 있던 뿌르까예브가 원동으로 부임되여온것은 정세변화와 관련된 하나의 시사라고 할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집단군사령관 막씨노브가 처음으로 려단에 내려오면서 정찰국장과 검찰일군들도 데리고왔다는 사실이였다. 십중팔구는 조치삼문제때문일것이라고 짐작하며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이 일이 어찌될가 전전긍긍하였다.

려단주둔지에 도착한 뿌르까예브는 운동장에서 려단장의 영접보고를 건숭 듣고 대원들의 병실부터 돌아보자고 하였다. 드넓은 운동장을 따라가며 빙 둘러앉힌 대대, 중대병실들은 밖에서 보면 창문밖에 보이지 않았다. 땅을 깊숙이 파고 그안에 귀틀집을 들여앉힌 반토굴식병실이였다. 귀틀집도 통나무를 쪼개여 2중벽을 만들었는데 통나무짬에는 이끼나 톱밥을 채워넣어 자연적으로 방탄장치가 된셈이였다. 지붕은 땅높이와 같이하였는데 서까래우에 가랑잎을 두텁게 펴고 그우에 진흙에 새를 섞어 흙매질을 한 후 두툼한 대패밥을 기와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올리였다. 흙벽을 따내고 낸 유리창도 2중으로 되여있는데다 겨울에는 새초로 엮은 덧문까지 쳐놓아 바람 한점 슴새들데가 없었다. 병실을 이렇게 지은것은 방위적목적보다도 이 고장의 지독한 추위를 막자는것이였다.

설명을 들은 뿌르까예브는 연신 머리를 끄덕거렸다. 질서정연하고 깨끗한 병실에 들어가보고는 더 만족해하였다. 이런 식으로 지은 식당과 목욕탕, 세면장, 구락부건물까지 보고나서 사령관은 엄지손가락을 흔들었다.

《한해사이에 허허벌판에다 이렇게 탐탁한 살림살이를 꾸렸다는것이 놀랍습니다. 모든것이 규모있고 질서정연합니다. 생활에서 절도있는 부대는 싸움도 잘합니다.》

사령관은 벌써 농사차비를 하고있는 부업밭에도 들리였다.

여섯정보남짓한 부업지에는 강냉이, 콩, 감자같은 알곡류와 함께 각종 남새를 심어 식량보탬도 하고 부식물도 해결하여 식사질을 높이고있다는 말을 듣고 뿌르까예브사령관은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만족해하였다.

더우기 반토굴식으로 지은 온실에 들어가보고는 입을 딱 벌리였다. 그곳에서는 쑥갓과 부루같은 남새들이 자랄뿐아니라 빨간 도마도까지 주렁주렁 열려있었던것이다. 뿌르까예브는 원동군 전체 부대들에서 국제련합군의 경험을 따라배워야겠다고 하며 곧 방식상학을 할 준비를 하라고 려단장에게 지시를 주었다.

야영지에서는 벌써 훈련이 진행되고있었다. 날씨가 들리면서부터 려단은 비행락하훈련에 들어갔다. 지금은 1단계훈련으로서 회전대타기와 땅에 일정한 높이의 단을 쌓고 그우에서 뛰여내리는 훈련을 하고있었다. 여기서 중요한것은 두발을 동시에 땅에 닿게 하되 무릎을 완충장치처럼 작용시켜 가볍게 모두발로 뛰여내리는것이였다.

녀대원들은 회전대타기훈련을 하느라고 진땀을 빼고있었다.

방금 회전대에서 내린 한경순은 먹은것을 열물이 나올 때까지 몽땅 토하고 아직도 하늘땅이 빙빙 휘둘리는것 같아 땅바닥에 쓰러진채 일어나지 못하였다. 그것을 본 뿌르까예브는 하필이면 부녀절에 녀성들에게 저런 힘든 훈련을 시킬게 뭐냐고 몹시 노여워하였다. 훈련교관이 훈련을 시킨것이 아니라 녀대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와서 훈련하고있다고 말했으나 그는 왜서인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미간의 주름살을 펴지 못하였다.

그날 조선인민혁명군 지대에서는 사령관동지를 모시고 사격경기를 진행하고있었다. 뿌르까예브대장과 막씨노브중장도 여기에 초대되였다.

이 경기에는 다른 지대들과 독립구분대의 명사수들도 자발적으로 출전하였다. 그리하여 사격경기는 전려단적인 경기로 자연스럽게 번져졌다.

경기종목은 보병총사격과 권총사격, 경기관총, 중기관총사격이였다.

보병총사격목표는 100메터원형목표, 200메터반신형 출현목표, 300메터구보형 이동목표와 100메터거리에 있는 다섯개의 병목표였으며 권총사격목표는 원형목표와 뒤로 돌아서면서 순간에 소멸하여야 하는 세개의 병목표였다.

맨처음 사격좌지를 차지한 대원은 어두운 밤에 백수십메터밖에 매달린 적진의 전등알들을 순식간에 모두 깨뜨려버려 적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는 2대대의 이름난 명사수였다.

그는 별로 겨누는양도 없이 100메터원형목표, 200메터반신형 출현목표, 300메터구보형 이동목표를 정확히 소멸해치웠다. 이어 100메터거리에 있는 다섯개의 병목표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그러나 권총사격에서는 아쉽게도 실수가 있었다. 뒤이어 돌아서면서 순간에 소멸해야 하는 세개의 병목표사격을 끝내고보니 병 하나가 댕그라니 그대로 서있었던것이다.

2대대 대원들은 아쉬움을 금치 못하였다.

다음으로 나선 1대대 대원도 간단치 않은 명사수였다. 그는 어느 전투때인가 권총사격으로 지붕우에 높이 걸린 전화선을 단방에 끊어버려 적들의 통신을 마비시켜버린적이 있는데 권총사격이라면 첫번째 자리를 절대로 양보 안한다는 대원이였다.

과시 그 대원은 모든 목표사격에서 실수가 없었다. 뒤로 돌아서면서 순간에 소멸해치워야 하는 세개의 병목표도 에누리없이 소멸해버렸다.

1대대에서 환성이 일어났다. 그들은 벌써부터 이번 사격경기에서 1등은 자기네것이라고 장담하고나섰다. 그러자 통신대대 녀대원들이 1대대 대원들과 입싸움을 벌리였다.

《사격경기에서 1등은 우리 통신대대거예요. 김정숙동무가 어떤 명사수인지 몰라서 그래요? 일찌기 아동단지도원을 할 때 총을 얼마나 잘 쏘았던지 반일부대 서규오두령이 엄지손가락을 내흔들었거던요.

혁명군입대후엔 첫 전투인 처창즈유격구방위전투때 고동하다리를 건너오는 적장교를 단방에 쏘아눕혀 구대원들을 놀라게 했단 말이예요.》

김옥성의 자랑에 위생소대 녀대원들까지 합세해나섰다.

《내도산전투때는 어쨌는줄 알아요? 쏘면 쏘는대로 적을 꺼꾸러뜨려 독립군시절에 철알을 둬섬나마 쏴봤다는 할아버지가 〈과시 녀장군이군.〉하고 감탄했단 말이예요. 무송현성전투에선 싸창을 량손에 갈라쥐고 순식간에 십여명의 적병을 쓸어눕혔구요.》

황순이가 신나게 주어섬기는 말에 김철호도 맞장구를 쳤다.

《홍두산전투때는 김정숙동무가 적들을 얼마나 소멸했는가 하는걸 그이의 탄띠에서 탄알이 몇발 없어졌는가를 헤여보고 마흔놈 잡았다는걸 확인했단 말입니다.》

《긴말할게 있어요? 강행군훈련때 날아오르는 장끼를 순간에 쏴갈기지 않았어요.

1등상이 1대대에 가는가, 통신대대에 오는가 두고보자요.》

입씨름이 고조에 달했을 때 김정숙동지께서 화선에 나서시였다.

사격장은 삽시에 조용해지고 모든 대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이께 쏠리였다.

보총을 드신 그이께서 목표를 겨냥하시고 숨을 죽이시자 온 사격장이 호흡을 딱 멈추었다.

드디여 사격구령이 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세방의 총소리가 련달아 울렸다.

신호수는 량손에 든 붉은신호기를 세번 올렸다내렸다 한다. 30점! 세방이 모두 목표판의 엽전잎만 한 중심을 맞힌것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뒤이어 200메터 , 300메터 거리의 목표들도 순식간에 소멸해치우시였다.

다음목표는 100메터거리에 세워놓은 다섯개의 병이였다. 병은 너무도 작은 목표여서 100메터거리에서는 하나의 점처럼 아물거렸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숨을 크게 내려그으시더니 딱 죽이시고 침착하게 묘준하시였다. 다섯방의 총소리가 연거퍼 울리였다. 병은 차례로 부서져나갔다.

그이께서는 한숨 돌리시고나서 원형목표를 쏘시였다. 그것 역시 가운데 명중이였다. 이제 남은것은 돌아서는 순간에 가름대우에 놓여있는 세개의 병을 사격하는 경기였다. 한다 하는 명사수들의 경기인것만큼 우렬은 여기서 갈라진다.

모두 가슴을 조이고있는데 김정숙동지께서 몸을 획 돌리시였다. 이어 세방의 총소리가 련이어 울리였다. 한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가름대우엔 병 세개가 그대로 서있었다.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통신대대 대원들은 눈을 비비고 다시 살펴보기까지 했다.

판정원이 병에서 빠져나간 3개의 코르크마개를 들어보이였다.

병마개를 쏘아 코르크마개만을 열어제낀것이였다.

와- 하는 감탄의 목소리와 박수소리가 터져올랐다.

《총알에 눈이 달렸구만.》

《귀신도 모자를 벗고 절을 하겠소.》

《신비경에 이른 사격솜씨요.》

박수소리는 끊칠줄 몰랐다. 김옥성이 달려나가 그이가슴에 빨간 꽃을 달아드렸다. 류정연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초대석에 앉았던 뿌르까예브대장과 막씨노브중장도 일어서서 박수를 치며 엄지손가락을 흔들어보였다.

뿌르까예브사령관은 오찬을 마련하였다. 여기에는 녀대원들, 사격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인 명사수들이 특별히 초대되였다. 웃설미에 풍을 친 넓은 야외식당에 원탁회의장처럼 식탁을 놓고 빙 둘러앉았다.

뿌르까예브는 격식을 차리지 않고 소탈하게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국제려단이 세상에 태여난지 한돐이 남짓하였는데 놀랄만큼 자랐습니다. 례를 든다면 갓난애기가 으앙- 하고 세상밖에 나와 한돌이 되면 겨우 앉거나 일어서는것이 고작인데 이 려단은 1년새에 우쩍우쩍 자라서 정규군부대가 되고 정규군인이 되였을뿐아니라 어깨에 별을 달아주면 이제 당장이라도 소대나 중대를 지휘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군관들로 자랐습니다.

나는 오늘 참 기쁩니다. 오랜 세월 일제와 피어린 혈전을 해온 혁명가들이 과시 다릅니다. 조선과 중국의 혁명가들, 공산주의자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는 축배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어 경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특히 부대에 녀성군인들이 적지 않은데 그들이 남자대원들과 꼭같이 훈련과제를 수행하고있으며 사격성적이 더 우수한것을 보고 경탄하게 됩니다. 녀대원들중에 모성들도 적지 않다는데 그 불굴의 의지와 끝없는 헌신성에 머리가 숙어지며 심심한 사의를 표하게 됩니다.

3. 8국제부녀절에 즈음하여 녀성군인들에게 다시한번 축하를 드리면서 그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이 잔을 들자는것을 제의합니다.》

축배잔들이 쟁강쟁강 귀맛좋은 음향을 내며 서로 맞부딪쳤다.

좌석은 화기애애하고 흥그러운 기분에 휩싸였다. 뿌르까예브는 전선군인다운 호방함과 소탈한 태도로 좌중을 스스럼없는 분위기로 만들었다.

《술은 적당히 들고 이야기를 많이 나눕시다. 친구들사이에는 좋은 술보다 좋은 말이 더 마음을 가깝게 만든다고 하였습니다. 오늘은 녀성들의 명절날인것만치 녀대원들에게 우선적으로 언권을 드리는게 어떻습니까?》

모두 찬동의 뜻으로 손벽을 쳐댔다. 그러나 선뜻 일어서는 녀대원이 없었다. 뿌르까예브가 아까 회전대에서 훈련하다 쓰러졌던 한경순을 기억해두었던지 그를 지명하였다. 그의 담화방법이 독특하였다. 몸에 밴 군인의 자세로 깍듯이 일어선 그는 자기소개부터 하였다.

《뿌르까예브라고 합니다. 쉰살입니다. 1918년 공민전쟁때 붉은군대에 입대하여 26년간 군인생활을 해옵니다.》

한경순도 그의 방식을 따라 자기소개를 하였다.

《한경순이라 합니다. 28살입니다. 17살에 유격대에 입대하여 11년간 항일무장투쟁에 참가하고있습니다.》

뿌르까예브는 놀라서 두팔을 쩍 벌려보였다.

《녀성의 몸으로 십여년세월 빨찌산투쟁을 해온단 말이지요? 영웅입니다.》

《우리 녀대원들은 다 그런걸요.》

《모두 영웅입니다. 그래 어떻습니까? 이곳 생활이 빨찌산생활보다 좋은점은 무엇이고 불리한 점은 무엇인지? 참, 훈련이 어렵지 않습니까?》

뿌르까예브는 알고싶은것이 많은지 눈빛을 번쩍이며 연방 질문을 하였다. 한경순은 차분한 제 성미처럼 나직이, 조리있게 답변하였다.

《십여년세월 만주에서 유격활동을 해온 우리는 국제련합군의 편성을 계기로 정규군의 체계를 갖춘 무장력으로 강화발전되게 되였습니다. 이것은 조선인민혁명군이 유격전과 정규전을 다같이 할수 있는 혁명무력으로 강화발전되였으며 이는 곧 일제와의 최후결전준비를 새로운 높은 수준에서 해나간다는걸 의미합니다.

더우기 우리는 원동기지를 가지게 됨으로써 자기의 력량을 보존하는 문제, 조국광복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로선적문제인 전민항쟁준비를 더 다그칠수 있게 되였습니다. 작전준비와 훈련, 휴식, 군수물자와 후방공급사업이 원만히 해결되는 이런 기지를 보장해준 쏘련동지들에게 사의를 표하게 됩니다.》

뿌르까예브는 그런 말은 말라는듯 겸허하게 두손을 쳐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잘 울리는 목소리로 진정을 담아 말하였다.

《국제려단의 덕을 제일 크게 보는것은 우리 쏘련일것입니다. 사실 모스크바의 턱밑에까지 달려든 파쑈도이췰란드의 공격을 격퇴하고 반공격으로 넘어가는데서 서부전선에 급파된 원동군부대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부대들이 이동함으로써 원동지역엔 공백이 생겼댔습니다. 이러한 때 조, 중, 쏘 련합무력이 국제려단을 편성함으로써 원동에서 일제침략자들에게 주동적으로 대처할수 있는 군사정치적력량이 확보되였으며 중국 동북지방과 조선에서의 군사작전수행에 전적으로 복무하는 새로운 특수부대를 가지게 되였습니다.》

일단락을 지은 그는 다음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듯 주먹으로 앞탁을 내려짚으며 감탄표를 찍었다.

《또한 국제려단의 별동대들은 눈부신 정찰활동으로 붉은군대에 중요한 군사정보를 제공하여주고있습니다. 당신들이 생명과 피로써 바꾸어온 정보가 얼마나 중대한 역할을 하게 되는가는 력사가 증명할것입니다.》

뿌르까예브는 격정이 북받치는지 다감한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보더니 의미심장하게 목소리를 낮추었다.

《붉은군대는 꾸르스크땅크전에서 파쑈들을 묵사발만들어 드네쁘르강너머로 밀어던졌습니다. 쓰딸린동지가 말씀하다싶이 쓰딸린그라드격전이 나치스군대의 쇠퇴를 가져왔다면 꾸르스크격전은 히틀러군대를 파국에 몰아넣었습니다.

결정적승리는 항상 사전에 마련됩니다. 그것이 정찰의 위력입니다.

이번 꾸르스크전투에서도 도이췰란드군이 〈요새〉작전이라는 대규모의 공격준비를 한다는것을 총참모부는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정탐망〈류시〉를 통해 사전에 통보받고 예상한 공격지대에서 품을 들여 반공격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적공격개시 전날에 된벼락을 퍼붓고 적의 공격을 좌절시켰으며 충분히 준비된 반공격을 개시하였습니다. 국제려단의 조선인민혁명군 별동대원들의 정찰활동은 도래할 대사변에서 돌파구를 내는 책임무거운 임무이며 그들이 생명과 바꾸어온 정보들은 승리에로 가는 피의 징검돌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사령관은 말을 끊고 경의를 표하는 심정으로 먼저 박수를 쳤다. 요란한 박수소리가 장내에 울렸다. 좋은 사람은 얼음집도 훈훈하게 만든다더니 틀지면서도 소탈한 뿌르까예브의 풍격은 장내를 더욱 흥그럽게 만들었다.

여직껏 조용히 앉아있던 막씨노브집단군사령관이 나직이 한마디 비쳤다.

《한데 정찰활동의 중요성과 사명감을 자각 못하고 명령에 불복종하는 현상이 있다는건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뿌르까예브는 눈섭을 쭝깃하고 우람한 몸을 막씨노브에게 기울였다. 막씨노브의 귀속말을 듣는 그의 표정이 점차 근엄해졌다. 장내에는 삽시에 긴장감이 떠돌았다.

오마조마해서 옹송거리고있던 류정연은 곁에 앉아계시던 김정숙동지께서 일어서시는것을 느끼고 숨을 딱 죽이였다.

《한가지 의견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나직하고 부드러운 음성이 봄볕이 얼음을 녹이듯 장내의 긴장감을 깨뜨렸다. 장내의 시선이 일시에 그이께 모아졌다. 뿌르까예브의 굳어졌던 얼굴에 금시 미소가 어렸다.

《아, 사격경기때 신비경의 사격술을 보여주던 명사수구만.》

《통신대대 김정숙입니다.》

《어서 말씀하시오, 어서. ··· 조선사람은 밥이 주식인데 한끼에 빵 100그람이라니 배가 고플테지요? 락하훈련같은건 녀대원들에게 힘에 부칠겁니다.》

뿌르까예브는 그러지 않아도 이 놀라운 사격술을 소유한 녀대원과 담화를 하고싶었던지 다심한 마음을 열어보이며 그이쪽으로 의자를 끄당겨 고쳐앉기까지 하였다.

류정연은 안도의 숨을 내그었으나 이 일이 어찌되려나 신경은 더 팽팽히 헹기웠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여전히 부드러운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배도 고프고 빵이나 귀밀죽이 구미에 맞지 않는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로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전선군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식사량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산나물도 뜯어오고 부업밭에 감자나 강냉이, 남새를 심어 식량을 보충하고있습니다.

만주벌판에서 10여년세월 일제와 싸우면서 한알의 낟알을 위해 전투를 하고 피를 흘려야 했고 가죽혁띠를 삶아먹으며 싸워온 우리인데 이만한 곤난은 사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훈련강도가 높은것만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군관학교과정안을 수용하고있습니다. 조국해방의 대사변이 닥쳐오면 누구나 소대를 지휘하고 중대, 대대를 지휘하여 현대전의 능수가 되여야 할 우리들이니 강도가 지금보다 몇배 더 높다 해도 우리는 견디여낼수 있습니다.》

려단장이 뿌르까예브에게 무언가 귀속말을 하고있었다. 아마 김정숙동지께서 어떤분인가를 이야기하는듯 하였다. 사령관은 련속 머리를 끄덕거리더니 정중히 호의를 표시하였다.

《10여년세월 총잡고 군인생활을 해오는 조선빨찌산의 꽃들인 당신들 녀투사들은 귀중한 보배들입니다. 당신들은 모성의 의무를 다하면서도 여전히 총을 잡고 힘겨운 군인생활을 하고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전장에 나타나 명성을 날린 녀인들로는 프랑스에 잔다르크가 있고 영국에 나이팅게일이 있습니다. 쏘련에도 공민전쟁시기에 총잡은 녀성들이 한둘이 아니였고 지금도 조국전쟁에서 수다한 녀성군인들이 싸우고있습니다. 하지만 십여년세월 간고한 빨찌산투쟁을 해오는 녀성군인, 녀성투사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있습니다.

나는 원동군사령관의 긍지를 새삼스럽게 느낍니다. 그럴수록 금강석보다 더 진귀한 국제려단의 녀성군인들, 녀성투사들을 더 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공륙전대훈련은 사실 녀대원들, 특히 모성군인들에게 해당되지 않습니다. 막씨노브중장, 어떻습니까, 녀대원들을 락하훈련과 항공륙전대훈련에서 제외시키는것이?···》

막씨노브는 물론 동행한 장령들도 응당 그래야 한다는듯 찬동의 뜻을 표시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셨다가 여전히 나직하나 또렷한 어조로 잘라 말씀하시였다.

《안됩니다, 그래선 안됩니다. 그건 우리 녀대원들의 심정을 모르는 말씀입니다.》

그이께서는 목이 타오르는듯 말을 끊고 마른침을 삼키시였다.

좌중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라도 들릴듯 숨소리마저 죽이였다. 쏘련군장령들도 엄숙한 시선으로 그이를 응시하고있었다. 좀 갈릴사 한 목소리가 고요한 장내에 시내물처럼 잔잔히 흘렀다.

《좀전에 일어섰던 한경순동무는 원동으로 들어올 때 돌이 지난 아들애를 남의 남새막에 맡겨놓고 왔습니다. 사랑하는 자식을 그렇게 떼여놓고 떠나는 어머니의 아픔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원동으로 들어올 때 그는 함께 싸우던 남편도 잃었습니다.

남편을 잃고 애인을 잃고 자식과 생리별을 하고··· 어느 녀대원의 가슴엔들 이런 상실의 모진 아픔이 없겠습니까? 그래도 우린 이 길에서 물러서지도 주저앉지도 않고 꿋꿋이 싸워왔습니다. 무엇때문이겠습니까. 그것은 오로지 조국을 다시 찾자는 하나의 생각에서였습니다. 해방된 조국땅에서 조선의 모든 아이들이 복되게 자라고 누구나 잘사는 그런 세상을 위해서였습니다. 락하훈련, 항공륙전대훈련에 빠진다면 우리가 어떻게 조국으로 가겠습니까. 최후결전의 날 우리만 여기서 조국해방전에 나선 동무들에게 손을 저어줘야겠습니까. 아닙니다. 우리는 남보다 더 훈련을 잘해서 남보다 먼저 조국에 가고싶습니다. 이것이 우리 녀대원들의 가슴에 간직된 소원이고 희망이고 큰 사랑입니다.》

류정연은 그 어떤 충격에 가슴이 찡 울리고 눈굽이 뜨끈해나는것을 어찌할수 없었다.

뿌르까예브가 선참으로 박수를 쳤다. 그의 눈에는 물기까지 핑 어리는듯 하였다. 그는 마치 혈붙이에게 하듯 나직이 부드럽게 물었다.

《그렇다면 이 뿌르까예브가 귀중한 당신들을 위해 할수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김정숙동지께서는 뛰여난 군사지휘관일뿐아니라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는 원동군사령관을 마주보고 빙긋이 미소를 지으시였다.

《한가지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어서 이야기하라는듯 뿌르까예브는 웃몸을 앞으로 쑥 내밀기까지 하였다.

《조, 중, 쏘 련합무력은 국제련합군의 테두리안에서 활동하면서도 자기의 독자성을 유지하게 되여있습니다. 이것은 조성된 정세가 공동의 적 일제를 반대하는 련합전선을 사활적인 요구로 제기하면서도 매 나라혁명이 자기의 특수성을 가지는 어쩔수 없는 사정과 관련됩니다.

조선인민혁명군의 기본집단은 국제려단의 조선지대인 1지대에서 활동하고 일부 성원들은 원동군의 요구에 따라 25집단군 정찰부대와 해군정찰부대들에서 별동대로 활동하고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우리의 모든 성원들은 조선인민혁명군사령부의 통일적지휘밑에 움직일뿐아니라 해당 부대지휘부의 명령에 복종하는 2중종속관계에서 활동합니다. 그런데 가끔 이 활동준칙이 무시되고 독단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조선인민혁명군 대원 조치삼동무의 문제를 례로 들수 있습니다.》

갑자기 방안의 공기는 긴장해졌다. 뿌르까예브는 회색눈을 치켜뜨고 계속하라는듯 손짓을 하였다.

정의감이 영글어진듯 빛나는 그이의 안광에서는 맑고도 거센 빛이 뿜어져나오는듯 하였다. 이어 맑고 힘있는 음성이 종소리처럼 장내를 뒤흔들었다.

《쏘도전쟁 초기에 파쑈군대는 일시적우세로 파죽지세로 밀려들었습니다. 모스크바의 코밑에까지 기여들었던 파쑈들은 쓰딸린그라드격전과 꾸르스끄땅크전에서 된매를 맞고 파멸의 길로 줄행랑을 치고있습니다. 이 위대한 승리의 중요한 요인이 무엇이겠습니까. 저는 원쑤격멸의 돌격전에서 울리는 하나의 구호에서 그 요인을 찾아보았습니다.

〈조국을 위하여, 쓰딸린을 위하여 돌격 앞으로!〉

쓰딸린이란 이름은 모든 쏘련사람들의 희망과 신념을 이루고 지킬수있는 유일한 인간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새겨졌습니다. 한 민족이 자기가 우러르는 령도자를 받들어올렸을 때 행운이 틔웠다고 하는것은 무엇때문이겠습니까. 그것은 그 민족의 포부와 지향, 열과 힘이 하나의 구심점에 흘러들어 거대한 힘으로 전환되기때문입니다.

조선인민혁명군의 사령관 김일성장군님은 벌써 1920년대 후반기부터 조선혁명의 령도자로, 민족의 태양으로 인민의 마음속에 간직되여왔습니다. 일제와의 최후결전이라는 중대사를 앞에 둔 이때 자기 령도자의 두리에 더 튼튼히 뭉치는것은 승리의 결정적담보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자기 사령관의 명령에 충실한 조치삼동무의 행동은 처벌이 아니라 표창을 받아야 할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막씨노브중장에게 다시금 사건전말을 묻는듯 뿌르까예브는 그에게로 얼굴을 돌리였다. 막씨노브중장이 자상한 전말을 여쭙는듯 하였다.

사연을 듣고난 뿌르까예브는 오래도록 말이 없었다. 공민전쟁시기 레닌의 당에 입당한 공산당원인 그에게는 자기 수령을 받들어모시는 조선혁명가들의 순결한 립장과 높은 수준에 머리가 숙어지는것을 어찌할수없는듯 자리에서 일어나 엄숙한 자세로 경건히 선언하였다.

《막씨노브중장, 쏘로낀소장, 조선인민혁명군 녀대원의 제기가 정당합니다. 엠. 아. 뿌르까예브는 군사등급이 대장이지만 원동군사령관이고 막씨노브중장은 25집단군 사령관입니다. 말하자면 한개 지역, 한개 단위의 책임자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김일성동지는 조선혁명의 수령이십니다. 일찌기 쓰딸린동지께서 이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김정숙녀사, 당신의 제의가 옳습니다. 잘못된것은 즉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류정연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손바닥이 깨져라고 박수를 치였다. 모두가 일어서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냈다.

려단을 떠나면서 뿌르까예브대장은 오래도록 김정숙동지의 손을 잡고 흔들면서 이런 말을 남기였다.

《중국에 송경령이 있고 쏘련에 크롭쓰까야녀사가 있는줄만 알았는데 조선에 그들을 다 합친다 해도 견줄수 없는 김정숙녀사가 있다는걸 알게 되여 정말 기쁩니다.》

모든 녀성들의 귀감인 김정숙동지같은분을 만난것은 자기 인생에서 더없는 행운이라는 생각이 정연의 가슴속에 새삼스레 갈마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