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2

 

제 9 장

2

 

권용산은 비에 함빡 젖은 낡은 캡을 눈언저리까지 푹 내려쓰고 골짜기로부터 경사지를 톺아 채벌장으로 오르고있었다. 바람은 캄캄한 어둠속에서 휭휭 사나운 소리를 지르면서 비방울을 휘감아 뿌려던졌다. 권용산은 이따금 손을 올려 얼굴을 훔치고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우장을 끌어올리고는 푹- 숨을 내쉬고 걸음을 내짚었다.

썩은 락엽, 묵은 새초들, 아무렇게나 잘라버린 나무웃초리들과 도끼밥들이 발에 밟히고 걸채였다. 비에 젖은 무거운 발은 어둠속에 철떡거리고 간단없이 미끄러지면서 어디엔가 풍덩 빠지군 하였다.

《원 날씨두.》

권용산은 미명의 캄캄한 어둠속을 둘러보며 머리를 저었다. 빛이라고는 사방에 한점도 없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젖은 옷자락에 후둑후둑 날아와 부딪치는 비소리를 들으면서 경사지의 한쪽옆을 에돌아갔다.

우-하고 수림의 긴 설레임소리가 심연같은 어둠속으로부터 날아왔다. 권용산은 컴컴한 원목더미들사이를 지나 자그마한 언덕같기도 하고 풀더미같기도 한 검고 긴 물체에로 다가갔다.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경사지바닥에 떨어진때문인지 비바람, 수림의 설레임,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단조롭게 습한 밤공기를 흔들었다. 권용산은 허리를 굽히고 손더듬하여 돌을 주어들었다. 그것으로 딱딱 하고 마주 찧어 소리를 내였다. 또 한번 딱딱··· 그리고 잠간동안 귀를 기울였다. 긴 풀더미같은 물체에서 문열리는 소리가 나고 조용히 철버덕거리는 신발소리가 다가왔다. 권용산은 발밑에 돌을 떨구어놓고 마주 다가서며 낮은 소리로 《나요!》 하고 자기를 알렸다.

《압니다.》

마주오는 사람은 이렇게 대답하고 권용산의 앞에 바투 다가섰다.

《긴급토의가 있소. 사람들이 일을 잡은 다음에 우리 마가리루 오우. 어제 말한 두사람만 데리고.》

《예!》

잠간동안 침묵이 흘렀다.

《여기 일은 잘돼가고있습니다. 이제라도 신호가 울리면 산판을 한번 휘잡아서···》

《조용조용히 말하오!》

권용산은 상대방의 말허리를 잘랐다. 어둠속에 손을 내밀며 우비가 없이 비를 맞고있는 그의 어깨를 더듬었다.

《오늘 대단히 중요한 문제를 토의하게 되오!》

《언제요?》

《날 밝으면 아마 그렇게 될거요.》

두사람은 갑자기 숨소리가 높아졌다. 그리고 두사람 다 말없이 어둠속에서 서로 마주보았다.

《어떤 문제입니까? 저번에 복순이 어머니 일로 감독놈에게 밀려가서 항의를 들이대던 그런 문제입니까?》

상대방의 젊고 열정에 찬 성급한 물음이였다.

《그렇게 묻는 법이 아니요. 알려주는것외의것은 알지 말아야 하오. 함께 오는 청년들을 마지막까지 검열해야 하오. 이 길로 유격대에 가자고 해도 갈수 있고 왜놈의 경찰서를 치고 무기를 뺏자고 해도 선뜻 나설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면 안되오.》

《말씀의 취지를 알겠습니다.》

상대방은 요방자에서 온 청년이였다. 그들은 산판에 와서 권용산이와 련계를 가지고 토성공사를 반대하는 투쟁을 벌리는 한편 산판청년들을 조직에 묶어세우고있었다.

《혁명을 하자면 비밀을 엄수하는 습성을 키워야 하오. 사내라는건 원래 입이 무거워야 하지만 혁명을 하자면 더욱 그렇소. 내가 혁명조직에서 배운것이 이거요.》

권용산은 청년의 어깨를 가볍게 밀치고 자리를 떠났다. 다시금 어둠, 비, 바람속을 헤치고 철떡거리는 산판을 더듬어갔다.

권용산은 김정숙동지로부터 산판에서 《반일청년동맹》을 결성할 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제는 그만한 청년들의 지반이 준비되여있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산판에서 《반일청년동맹》을 뭇고 첫 투쟁으로서 산판에 쌓아놓은 원목을 못쓰게 만들며 채벌을 반대하는 인부들의 항의를 조직할것을 계획하고계시였다.

이곳 산판에서 투쟁을 조직하는것은 장백현일대의 토성공사와 포대공사를 일제히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될뿐만아니라 앞으로 신파 벌사촌공작에 유리한 조건을 마련하는것으로 된다고 보시였다.

장백목재판에서 인부들의 일삯을 올리고 놈들의 학대를 반대하는 투쟁을 벌려 승리하게 된다면 신파 벌사촌 로동자들에게도 큰 자극으로 될것이라고 보시고 권용산의 신파벌사촌공작과 산판인부들의 투쟁을 하나의 고리에 유착시킬것을 계획하시였다.

그래서 권용산은 두번째 벌사촌공작을 떠나기전에 산판인부들의 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모임을 조직하고있는것이였다.

축축하고 끈적거리는 채벌장아래쪽에서 내내가 풍겨왔다. 권용산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혀를 차면서 지나온 길을 다시 더듬으며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사방 산언덕에 막혀 바람소리는 차츰 뜸해지고 그대신 물소리가 높아졌다. 신을 신은채로 개울바닥을 발더듬으로 건너가 내내가 풍겨오는 골짜기로 들어갔다. 방울소리가 나고 소비린내며 시큼시큼한 건초썩은 냄새가 났다. 여기는 탕성리사람들의 채벌구간이였다. 권용산은 발소리를 죽이고 기다란 귀틀막의 웃쪽으로 다가가 굴뚝담모퉁이에 서서 아까처럼 돌을 마주쪼아 두번 소리를 냈다.

이윽고 어둠속으로 사람이 다가왔다.

《탁건인가?》

《형님이군요.》

그들은 가까이 마주 다가섰다.

《긴급집회가 있네. 사람들은 다 있는가?》

《세사람뿐입니다. 경호, 주목이 태하, 나머지 두사람은 부락에 량식가지러 갔어요.》

《자네사람들은 내가 잘 알지, 농군들이 일을 잡은 다음 소문없이 우리 마가리루 오게, 상급조직의 지시네.》

《알겠어요.》

권용산은 돌아서서 다시금 어둠속을 철버덕거리며 걸어갔다.

밤중에 떠나 여섯개의 채벌구역을 돌고 초막으로 돌아왔을 때는 새벽조반차비를 하는 부엌에서 장작이 타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