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8

 

제 7 장

8

 

춘옥이는 기름을 아끼느라고 방등을 켜지 않고 아궁앞에 숯불을 끌어내놓고 앉아 야학에서 배운 공책을 들여다보고있었다. 춘옥이는 누구보다 공부에 열성이다. 아는것이 힘이고 알지 않고는 혁명을 할수 없다는것을 깨우친 춘옥은 일하면서도 밥을 지으면서도 야학에서 배운 글을 익히느라고 애를 썼다.

어두운 부엌으로 김정숙동지께서 들어서시였다. 춘옥은 방등에 불을 달려고 무릎우에서 바삐 공책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그만둬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춘옥의 손목을 잡고 아궁앞에 앉으시였다.

그리고 봉당에 놓인 공책을 들어 먼지를 털고 한장한장 넘겨보시였다.

《공부에선 부녀회장동무가 첫째군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춘옥이를 바라보시며 정겹게 미소하시였다. 춘옥은 쑥스워러 얼굴을 붉혔다.

《첫째라니요. 꽁지구두 제일 꽁진데.》

춘옥은 글씨가 창피하다고 공책을 뺏어가면서 쌩긋 웃었다.

《내가 첫째라는건 우선 열성을 두고 하는 말이고 다음은 발전속도가 빨라서 하는 말이예요.》

춘옥은 그이의 과분한 치하에 딱하고도 행복한 표정을 짓고 앉아있었다.

《부녀회장동문 혼자서만 열성을 내지 말고 다른 동무들도 다같이 이끌고나가요. 조직의 책임자가 된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거던요. 수준도 각이하구 성미도 각이한 사람들을 한마음한뜻으로 뭉치게 한다는건 어려운 일이예요. 옥탄형님이랑 복방아 어머니랑 수준이 낮아서 애타하는데 짬나는대로 글도 배워주구 책 같은걸 읽어주기도 하면서 이끌어주어야 해요. 그래야 조직원들이 나서서 군중을 교양하고 조직을 확대해나가지요. 그리구 향옥이같은 녀성도 잘 도와주어 혁명의 길로 나가게 해야 해요.》

《형님!》

춘옥은 김정숙동지의 팔목을 덥석 잡았다.

《지회장아주버니가 그러는데 함석필십가장이 아라가와의 비밀지시를 받는것 같다는 정보가 있대요.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어요?》

《들었어요.》

《들었다구요?》

춘옥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그이를 바라보았다. 그걸 아시면서 향옥이 야학에 안나오는 문제에 왜 마음을 쓰시는가싶은, 도저히 리해 못할 의문이 불쑥 떠오르는것이였다.

《함석필이가 렴탐군이라면 향옥이두 문제가 아니겠어요.

그런데 어떻게 향옥이를 혁명의 길로 함께 가자구 이끈단말이예요. 자칫하다간 우리 비밀을 눈치채게 할수두 있구. 그 앤 야학에 며칠 나오면서 벌써 뭔가 좀 내탐한게 있는것 같아요.》

《부녀회장동무, 나두 그 이야기를 듣고 심중히 생각해보았는데 그래서는 안되겠어요. 물론 함석필이가 적의 렴탐군일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해도 한가정의 운명문제이니만치 심중히 대해야 하는거예요. 함석필이가 만약 적의 렴탐군이라면 그가 무슨 연고로 놈들의 끄나불이 되였을가 이런걸 생각해본적이 있어요? 없지요.

우린 마땅히 이런걸 생각해보아야 하는거예요. 놈들에게 리용되였다고 해서 다 몹쓸 사람이구 혁명의 원쑤라고 단정해서는 안되지요. 그중에는 억울하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일시 머리를 숙이고 굽어든 사람이 있을것이 아닌가요.

이런 사람들을 구원할 생각은 않고 그저 혁명의 원쑤라고 단죄한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이겠어요.

향옥이 문제는 더욱 그래요. 함석필이가 나쁜 사람이라고 하는 경우에도 향옥이 문제는 심중히 대해야 하는거예요. 나는 향옥이가 나쁜 녀자라는 생각을 한번도 가져본적이 없어요. 그러니 그 녀성이 나쁜 일을 할수 있다고도 생각지 못했어요. 향옥에 대해서야 부녀회장동무가 나보다도 더 잘 알지 않겠나요?》

《그 애는 마음이 고와요. 그러나 이즈음에 어떻게 변했는지 그걸 알 재간이 없지요.》

춘옥이는 걱정에 찬 표정을 지었다.

《난 요즘에도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해요. 동네에 빚받으러 나갔다가 돈달라는 소리를 못하고 일만 해주다가 그냥 돌아간다고 하더군요. 그래 집에 가서는 시어머니한테 봉변을 당하고···

이런 녀자가 어떻게 부락을 팔수가 있겠나요. 안그래요?》

춘옥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사실이 아무리 그렇다고 하여도 사람의 속심이란 다 알수 없는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것이였다. 이제 공작원동지가 돌아와서 향옥이 문제를 너무 너그럽게 보시고 아량을 베풀다가 화를 당하지 않을가 걱정이라고 하던 강성태의 말이 류달리 똑똑하게 생각키웠다.

《저는 향옥이 문제를 그렇게 너그럽게만 볼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애가 요즘 대하는걸 보면 좀 이상한데두 있어요. 그저 곱다구만 못하겠어요. 애처롭기는 하지만 가시돋친 눈길을 보낼 때두 있어요.

그리구 그 앤 우리처럼 고생두 못해본 애구 게다가 마음은 약해요. 경찰에서 무슨 침을 박으면 거절할 애가 못돼요.》

《그러니까 더 심중해야지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자못 흥분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나는 적들이 향옥이에게까지 손을 뻗치지 않을가 그게 걱정돼요. 우린 향옥이를 적들에게 빼앗기지 말아야 해요.

우리하구 달라 함석필이나 향옥이는 우리가 버리면 적들에게 리용당할수 있는 사람들이예요. 혁명을 하자면 이런 사람들까지 데리구 가야 해요. 이들보다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람들도 교양을 해서 혁명의 편에 묶어세워야 하는거예요.》

춘옥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아직은 무엇인가 석연치 않았으나 불안만이 무겁게 가슴을 누르고있는것이였다.

《부녀회장동무.》

김정숙동지께서는 조용하나 절절하고도 안타까움이 어린 목소리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조국광복회10대강령에서 일제를 반대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묶어세워 반일민족통일전선을 형성해야 한다구 가르치셨어요. 로동자, 농민만이 아니라 지식인, 기업가, 종교인 지어 지주나 자본가라고 해도 일제를 미워하는 사람이기만 하면 그들과 손잡고 나가야 하며 친일파, 민족반역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과 단결하여 일제를 물리치는 싸움에 일어나야 한다구 하셨어요. 혁명가가 혁명을 하자면 장군님의 뜻을 알아야 하는거예요. 우리가 아무리 애를 쓰면서 혁명사업을 한다고 해도 응당 혁명의 편에 묶어세울수 있는 사람도 묶어세우지 못하고 내쳐둔다면 결코 장군님의 뜻에 맞게 일했다고 말할수 없으며 이것은 장군님을 받드는 전사의 태도가 아니예요.》

춘옥은 놀라움과 감격이 함께 어린 눈을 들어 그이를 넋없이 바라보았다. 말씀의 내용이 너무도 중하고 엄숙하여 춘옥은 처음 한순간은 미처 생각을 정리할수가 없었으며 오랜 기간 곰곰히 생각하고 거기에 그이께서 다시금 들려주시는 설명을 듣고야 리해가 되였다.

《우리처럼 고생스럽게 살아온 사람들만 아니라 향옥이같이 밥술이나 떨구지 않고 살아온 사람도 다같이 혁명의 길로 가야 하며 향옥이보다 더 복잡한 사람들과도 손을 잡고 일제를 반대하는 싸움에 일어나는것이 장군님의 뜻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목표가 명백해지구 힘이 생길거예요. 앞으로 부녀회장동무는 한가지 일을 해도 두가지 일을 해도 이것이 장군님의 뜻에 맞는가 안맞는가 곰곰히 따져보고 일하는 습성을 키워야 해요. 혁명가에게서 제일 중요한것은 장군님의 뜻에 맞게 일하고 생활하는것이며 장군님을 모시는 자세를 옳게 가지는거예요. 이걸 잊지 말아야 해요.》

《예, 명심하겠어요. 형님이 들려준 말을 내내 잊지 않겠어요. 나는 그저 일본놈과 지주놈을 반대해서 싸우면 그게 혁명인가 했더니··· 아니군요. 제가 일을 잘못했으니 이제부터 일을 잘하겠어요.》
춘옥은 눈을 슴벅이면서 말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혁명가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고 거듭거듭 고무의 말씀을 하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