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5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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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위중대장 리동학이 작식대를 떠나 사령부로 돌아왔을 때는 장군님께서 방에 계시지 않으시였다. 7련대에 친히 강의를 나가셨다는것이였다. 련대지휘부와 4중대가 함께 들어있는 통나무귀틀집에는 립추의 여지없이 유격대원들이 빽빽이 앉아있었다.

여기서는 가끔 장군님을 모시고 련대의 합동강의가 벌어지군 하였는데 그럴 때면 작식대와 경위중대의 일부 소대들까지 참가하였다.

리동학은 방에 들어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열어놓은 문지방에 가득 모여선 대원들의 뒤전에 붙어서서 장군님의 강의를 들었다.

그이께서는 최근년간 안도와 무송, 장백지구에서 진행한 특징적인 전투들을 개괄하시면서 유격전의 원칙들과 유격전법을 가르치셨는데 강의가 끝난 다음에는 친히 대원들의 질문을 받으시고 일일이 문제에 대한 답변을 하시였다.

유격대원들은 떠들썩하며 병실들로 헤여져갔다.

장군님께서는 사령부로 돌아오시는 길에 비서처에 들리시였다.

여기서 그이께서는 밤을 지새워 선전문을 찍어내고있는 그들을 도와 손수 소매를 걷어올리시고 등사를 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이번 국내진공작전이 국내인민들에게 혁명승리의 신심을 안겨주고 조국광복의 서광을 비쳐주자는데 그 목적이 있는만큼 비서처에서 찍어내는 포고문과 삐라, 선전물들은 매우 중요하다고 일군들을 고무하시였다.

장군님께서 사령부에 돌아오셨을 때는 벌써 날이 밝고있었다.

리동학은 이제라도 그이께서 좀 쉬시게 해드려야겠다고 작정하였으나 일은 전혀 그의 예견대로 되여주지 않았다. 장군님께서 도착하시자 기다리고있었던듯 행군준비를 갖춘 유격대원들이 들어섰다. 그들은 안도와 림강방면으로 떠나간 부대들에 련락을 보낼 통신원들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장백지구에 집결되여있는 적들을 분산약화시키고 주력부대의 국내진출을 보장하기 위해서 안도와 림강방면에서 총소리를 세차게 울릴 때가 되였다고 인정하신것이다.

부대들의 군사정치활동방향을 받아가지고 통신원들이 떠나갔다.

그러는사이에 이미 날이 환히 밝았고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리동학은 장군님의 건강이 심히 념려되였으나 그로서는 도저히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이께서는 이즈음 자주 밤을 밝혀가시며 일을 하시고 구상을 무르익히시였으며 국내와 동만, 남북만 일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시였다. 그중에는 리동학이 아는 사람도 있었으나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였으며 장군님께서 그들을 만나시여 하시는 사업내용도 아는것이 있는가 하면 모르는것도 많았다.

그러나 아무튼 그들은 조국광복회 지하조직책임자들이거나 조직의 연줄을 타고 그이를 만나뵈오러 오는 구국인사들이였다. 특히 남만에서 오는 사람들은 지난해 동강에서 열린 조국광복회 창립대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장백과 압록강연안, 국내의 북부조선 일대에 더 많은 공작원들과 통신원들을 파견하시였다. 그리고 매일같이 그쪽 방면에서 보고를 기다리시고 조직에서 추천되여오는 혁명가들을 위해 며칠씩 강습을 조직하시기도 하시였다.

강습은 대체 그이께서 하시였는데 가끔 비서처와 련대의 책임일군들이 동원되기도 하였다.

리동학은 조선인민혁명군 주력부대의 국내진공작전과 함께 국내와 만주의 광범한 지역에서 조국광복회 지하조직이 놀라운 속도로 확대되여가고있다는것을 알았으며 조국광복의 결정적순간이 점점 눈앞에 박두하고있다는것을 예감하였다.

그러므로 이 크고도 거창한 사업에 주야로 분망하신 장군님의 사업에 함부로 간참한다는것은 외람되기 그지없는 일이였다.

《헌데 어떡한다? 이럴수록 장군님 곁에는 그이를 보살펴드릴 좋은 동무들이 있어야 할텐데···》

리동학은 부대를 떠나간 김정숙동지를 생각하고있었다. 봄과 여름내내 김정숙동지가 적후에서 지하공작을 한다면 경위중대와 작식대의 사업에는 막대한 손해가 있을것이다. 리동학은 장군님께서 아침식사나 드시면 어제 작식대에 나가본 일이랑 가지고 부대의 실정을 좀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리동학이 찾아가기전에 장군님께서 먼저 그를 불러주시였다.

《요즘 가만보니까 경위중대에 주인이 없는것 같아. 기관총소대에서는 비누가 떨어져 며칠째 찬물에 나와 때가 안지는 빨래를 하고있지, 훈련에서 옷을 마춰가지고 와도 그걸 일일이 손질해입게 하는 지휘관이 없지··· 이래서는 안되겠소.

경위중대의 반수이상이 신입대원들인데 우리가 일을 걸뜨게 해서야 되겠소? 김정숙동무가 있었을 때는 아무리 어려울 때에도 대원들이 비누없는 고생을 몰랐소. 참나무를 태워 재물이라도 받아다 옷을 빨아입게 했었지. 김정숙동무가 없고보니 작식대일에도 가끔 구멍이 나는것 같아. 하긴 그 동무들은 요즘 몹시 바쁘기도 하오. 그래서 뭘 생각해가지고 해주고싶어도 시간이 딸리고 손이 딸려서 못하는 때가 있지. 그러니 동무가 책임적으로 신입대원들을 보살펴주어야 하지 않겠소.》

리동학은 머리를 숙이고 자책속에 빠져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등허리를 구부정한채 자기가 한마디 의견을 여쭈어도 일없겠는가고 말씀드리였다.

《어서 말하오. 뭘 어려워할게 있소.》

장군님께서는 쾌히 승낙하시고 기대에 찬 눈길로 그를 바라보시였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꼭 고치겠습니다. 그런데 김정숙동무는 인차 부대로 돌아올 형편이 못됩니까?》

《그건 어째서?》

장군님께서 의아해 물으시였다.

《다름이 아니라 저는 요즘 곳곳에서 김정숙동무의 빈자리를 보고 놀라게 됩니다. 사령관동지께서 방금 말씀하셨지만 김정숙동무가 여기 있을 땐 대원들이 비누없는 고생을 몰랐습니다. 째진옷을 입거나 해진 신을 신은 대원이 있으면 그냥 지나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래 그랬었지.》

장군님께서 수긍하시였다.

리동학의 목소리는 거침없이 높아졌다.

《김정숙동무는 언제나 눈속을 파헤치고 봄나물을 뜯어다 대원들을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봄은 김정숙동무에게 먼저 찾아온다고 말하군했습니다. 그런데 사령관동지께서 봄나물을 먼저 뜯어오실 형편이 되였습니다.》

《허 말이 너무 과해지는군. 사령관이 나물을 뜯어왔기로 그게 무슨 큰일이요. 요즘 작식대는 바빠 함부로 탓할바가 못되오. 그래서는 안돼. 안된다니까.》

장군님께서는 작식대를 두둔하시였다.

《그것도 저는 압니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닙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경위중대에서 선전공작대를 하나 잘 무으라고 하셨는데 김정숙동무가 없이는 그 일도 잘 안될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아무리 열성껏 일한다 해도 김정숙동무가 하던 일을 죄다 대신할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그 누구도 그를 대신하지는 못하는겁니다. 조국진군을 앞두고 사령부에 끝없이 많은 일이 부닥치고있는 지금에야말로 김정숙동무가 부대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것을 말씀드리고싶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알릴락말락 고개를 끄덕이시며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 계시였다. 숲에서는 물방울들이 떨어져내리고 간단없이 나무가지들이 뛰여올랐으며 가까이에 서있는 늙은 다래나무의 가지에 걸린 송라의 흰 머리채가 바람에 희끗희끗 나붓겼다.

장군님께서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시였다. 절절하고 감명깊은 생각이 떠오르신것이였다.

《동무말은 옳아. 나도 가끔 그렇게 생각하는 때가 없지 않소. 이따금씩 자주자주 김정숙동무가 일하던 자리를 발견하게 되거던. 김정숙동무를 대신하지 못하는 빈구멍을 찾아본단말이요. 최근에는 그 생각이 더욱 심해져.》

리동학은 가슴이 그냥 설레이면서 눈굽이 뜨거워났다.

김정숙동지께서 장군님의 곁을 떠나지 말도록 해야 하겠다는 생각은 더욱 불같이 달아올랐다.

《그런데 중대장동무, 나는 김정숙동무가 부대를 떠난후에 생기는 빈구석들이 아무리 많다 해도 나는 그것때문에 걱정해본적은 한번도 없었소. 오히려 그것때문에 기쁨을 금치 못하군하오. 지금은 그 생각이 더욱 절절해지고···》

《예?》

리동학은 전혀 영문을 알수 없어 놀란 표정을 하였다.

장군님께서 무슨 롱담을 하고계신것은 아닌가? 김정숙동무가 없어 생긴 빈자리를 보시고 기뻐하셨다니?···

리동학의 그 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보신듯 장군님께서는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왜 안그렇겠소. 김정숙동무가 지금 가있는 그쪽 일이 안심되거던. 빈자리가 보이면 보일수록 그쪽 일을 안심하게 된단말이요. 떠난후에 빈자리가 보이지 않는 사람을 파견하고는 절대로 안심을 할수 없는법이요. 나는 김정숙동무의 빈자리를 보면 볼수록 그래서 기쁘오.》

장군님의 목소리는 기쁨과 감격에 젖어있었다.

말로 쉽게 표현할수 없는 숭엄하고 의미심장하며 오래오래 가슴속깊이 혁명과 사람에 대하여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하는 말씀이시였다.

장군님께서는 한손으로 봇나무가지를 구부려잡으시고 밝은 해살을 바라보시였다.

《김정숙동무는 우리 백두산근거지의 중심지대와 장백현 도천리를 비롯한 하강구일대를 혁명을 국내에로 확대발전시키는 튼튼한 거점으로 꾸리고있소. 우리는 이것을 거점으로 하여 조국광복회조직을 국내에로 확대시켜나가게 될것이요. 김정숙동무는 벌써 신갈파지구에도 손을 댔소. 방금 정숙동무로부터 첫 보고가 왔는데 성과도 있지만 매우 힘겨운 싸움을 하고있소. 우리가 도천리일대를 튼튼히 꾸리고 국내로 손을 뻗치자고 하는데 관동군사령부에서 이곳에 저들의 〈안정촌〉을 꾸리고 장백지구를 유격대의 력량이 미치지 못하는 특수지대로 만들어보려고 발광하고있소. 김정숙동무가 관동군사령부에서 〈동변도치안공작〉을 전문 담당한 놈들과 대결을 하고있단말이요. 어려운 싸움이요. 아주 힘겨운 싸움이요. 적의 력량은 강한데 그쪽 방면의 지하조직들은 그에 맞설만 한 력량을 가지고있지 못하오. 그러니 이건 적수공권의 싸움이라고도 할수 있소. 그런데 나는 동무의 말을 들으니까 정숙동무가 성과를 거두리라고 확신하게 되오. 좋은 동무를 파견했다는 안도감을 가지게 된단말이요. 정숙동무는 꼭 해내리라고 나는 믿소. 이제 정숙동무가 도천리를 중심으로 한 장백현 하강구일대와 신파지구를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 우리는 지체없이 그곳을 발판으로 랑림산맥을 타고나가 국내에 강력한 지하조직망을 꾸리려고 하오. 이제 두고보오.

가까운 앞날에 북부조선일대가 완전히 우리의 수중에 장악되지 않나. 우리는 그날을 불을 보듯이 내다보고있소. 어떻소. 힘이 생기지 않소? 그러니 용기를 내여 일을 더 잘해나갑시다.》

장군님께서는 리동학을 바라보셨는데 그것은 방금 하신 말씀에 대한 반향이며 기탄없는 의견을 들으시려는것 같았다.

장군님께서는 언제나 아래일군들에게 말씀을 들려주시고는 친절히 의향을 들어보시는데 습관되여계시였다. 반향이 없거나 충격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그이시였다.

그랬건만 리동학은 말씀드릴수가 없었다.

《사령관동지, 명심하겠습니다. 김정숙동무의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제가 메우도록 힘쓰겠습니다. 늦게야 깨닫고 보니 어려운 전투에 나가있는 김정숙동무한테도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그러자 장군님께서는 만족해하시였다.

《리동학동무가 그래준다면 고마운 일이요. 나는 이것을 혁명에 대한 자각으로, 혁명전우에 대한 값비싼 의리로 받아들일터이요.》

장군님께서는 그지없이 허심하게 말씀하시였다.

이 일이 있은 며칠후 리동학은 장군님으로부터 새 임무를 받아가지고 김정숙동지를 찾아 도천리지구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