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6

 

제 7 장

6

 

김정일동지께서는 거리를 돌아보시는중이였다. 아침이 아니면 저녁이나 혹은 밤에는 자주 있었지만 이렇게 한낮에 거리에 나온다는것은 극히 드문 일이였다. 중구역을 기본으로 해서 몇개의 대통로를 꿰지르며 건물의 구조적조화며 색조 그리고 도시풍경을 일별하신 그이께서는 모란봉에 올라 전 도시를 한눈으로 부감하시였다. 최승대란간을 두손으로 짚고 문수거리와 그앞으로 활짝 펼쳐진 동평양벌을 내려다보시였다. 한껏 만족해지신 그이께서는 미소를 짓고 서평양쪽과 본평양쪽을 이윽토록 바라보시였다.

거리가 아름다왔다.

한낮이 약간 기운 밝은 해빛이 눈부시게 비쳐들면서 민족적색채가 진한 둘쑹날쑹한 지붕들을 잘 드러내고있다. 추녀가 들린 건물들도 좋지만 우뚝우뚝 선 현대형건물들도 바야흐로 륭성번영하는 조국의 기상을 잘 나타내고있었다. 이제 앞으로는 락랑쪽에 도시를 대규모로 전개해야 하며 그에 앞서는 팔동교에서부터 만경대갈림길쪽에 먼저 거리를 들여세워야 하였다. 그러면 일단락 현대도시규모가 갖추어질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급히 차를 달리게 하여 집무실에 잠간 들리였다가 평북방면으로 떠나갈 계획을 하시였다. 차는 금수산을 한바퀴 돌아 대동강 물줄기를 따라 내려갔다. 그이께서는 등받이에 편안히 몸을 기대신채 릉라도를 바라보시였다. 버들이 우거졌다. 가을이 한창인데도 숲은 한여름처럼 싱싱하였다. 하긴 여기에 큰 경기장이라도 하나 앉힌다면 굉장한 보물덩어리로 될것이였다. 문수거리의 장엄한 풍경에 모란봉이 대칭으로 우뚝 서있고 그 한가운데 쪽배처럼 아담한 섬이 하나 푸른 물우에 둥실 떠있는것이다. 차는 잠간사이에 부벽루밑을 빠져 청년공원어구에 이르렀다.

갑자기 길가에 사람이 많아졌다. 점차 속도를 죽여 차는 천천히 옥류교쪽을 향해 나가고있었다.

차창밖으로 수도의 거리들이 흘러갔다. 먼곳의 높은 집들도 어느결엔가 다가와 아름다운 화폭의 한부분을 자랑하고 물결에 실린듯 뒤로 물러갔다.

···바로 이때 최성덕은 허담과 함께 청류벽을 돌아 큰길로 나오는중이였다.

벌써 몇번 지나다녀서 낯이 익은 거리인데도 금시 새 고장에 온것처럼 눈에 띄우는 모든것이 새롭고 아름답기만 했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도 하염없이 즐겁기만 했다. 맑고 신선한 빛발이 넘치는 도시, 시름모르는 미소가 가득 고인 도시는 한뉘 찾아 헤매던 요람마냥 덧없이 늙어버린 그를 품어안고 갖가지로 정을 쏟는듯싶었다. 하지만 그저 기쁘다는 그 하나의 마음뿐은 아니였다. 한뉘 느껴못본 숭엄한 감정이 때이르게 굳어진 심장을 녹이며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의 귀전에는 아직도 김일성주석께서 하신 말씀이 그냥 그대로 고이 어려있었다.

《날이 갈수록 선렬들을 잘 모셔야겠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그래서 평양 근교에 애국렬사릉을 만들고 전국에 널려있는 애국렬사들의 유골을 한군데 모아다 안치하려고 합니다. 최영호선생도 거기에 모셔올 작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다음번에 최성덕선생이 성묘하러 찾아올 때는 이번보다 더 편리해질것입니다.》

최성덕의 눈굽에 물기가 핑그르르 감돌았다.

자기보다는 훨씬 더 일찌기 바른길에 잡아들었던 부친은 사후에도 얼마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영생하는것인가?!

문득 그는 자신의 곡절많은 인생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러자 홀연 마음이 어두워졌다. 되돌릴길 없는 인생이 아깝기 그지없었다. 늙음이 육신을 뒤덮은 지금에 와서 고스란히 쏟힌 한그릇의 물과도 같은 한생을 서러워한댔자 무슨 소용이 있으랴! 잘못든 길, 뒤틀린 운명은 바로잡을새 없이 막바지에 다달은것이다. 기쁨에 뛰던 심장이 견딜길없이 아파났다. 나는 여직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가?

불의에 뜻을 두다나니 외세에도 매달렸고 매국노와도 발을 맞추었다. 반목, 질시, 모략, 음모··· 그뒤에 오는 파멸, 방황··· 그것이 인생이였다. 조국, 인민, 그런 개념은 나에게 없었다. 나는 나와 나의 혈붙이를 제외한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 내가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기에 누구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았다. 아니 내가 살아본 세상은 통채로 사랑이 고갈된 차거운 동토대였다. 거기서 태여난 사람들은 한생 자기만을 위하여 준엄하고 무자비한 싸움을 벌리다가 쓰러지고만다. 그래서 거기서는 인간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모른다.

인간을 사랑하라! 여기 북녘땅에서 힘차게 울리는 이 따뜻한 구호는 언제 뉘의 심장에서 창공으로 날아올랐는가!

문득 김일성주석께서 하신 말씀이 다시금 귀전에서 울렸다. 그러자 또다시 눈앞이 흐려들었다. 처음 만나뵈옵던 때의 그렇게도 밝게 웃으시던 그이의 영상이 우렷이 떠올랐다. 음성, 눈빛, 손길마다에 뜨거운 사랑이 넘치게 어려있었다. 그 사랑의 품속에서 조국이, 평양이 이렇듯 움을 터치고 꽃이 핀게 분명했다. 아버지 최영호도 그 사랑에 가꿔져 력사의 한페지속에 꽃으로 피여있는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아버지가 한생 걸은 길을 뒤늦게나마 이어가야 할것이 아닌가. 더 늦기전에 림종에 가닿기전에 다문 몇해라도 아버지처럼 위인을 받들어 조국과 인민을 위한 성업에 나의 심장을 바쳐야 할것이 아닌가. 그러면 나도 한당대 사람답게 살아보지 못하고 명이 끊긴 불행한 인간들보다는 나을것이다···

차가 조심스레 멈춰섰다. 최성덕은 상념속에서 깨여나 앞을 살펴보았다. 며칠전 그 신비로운 국수맛에 놀랐던 옥류관앞이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차에서 내리십니다.》

운전수가 귀속말로 알려주었다.

《뭐라구요?》

최성덕은 흠칫 몸을 솟구며 소리쳤다. 그러자 옆에 앉았던 허담이 저으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아이를 안아올리시는 저분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십니다.》

《가만!》

최성덕은 급히 창유리를 내리고 머리를 내밀었다. 느닷없는 기쁨에 온몸이 세차게 떨리였다. 아닌게아니라 소매가 짧은 잠바를 입고 안경을 낀 그분, 초상화에서 익혔던 그분이 네댓살 났을가 한 어린 사내애를 높이 들어올렸다 내려놓으며 무슨 말씀을 하고계시였다. 그렇게 되자 같은 나이또래 조무래기들이 와야하고 소리를 치며 저마끔 고사리같은 손을 내밀었다. 그이께서는 발을 동동 구르며 《지도자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웃고 떠들어대는 어린것들을 어떻게 하는수가 없어 손을 잡아흔들기도 하고 머리를 쓸어주기도 하시였다.

가고오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박수를 치며 그이를 환호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환성을 올리는 군중들과 유치원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차에 오르시였다. 차는 서서히 미끄러져 옥류교앞거리를 지나 만수대쪽으로 올라갔다.

최성덕은 눈물이 고여올라 우주 전체가 안개속에 잠겨드는듯싶었다. 그는 차에서 내려 아직도 감격에 설레고있는 사람들앞으로 다가갔다. 맨 먼저 빨간 달린옷에 빨간 꽃신을 신은 아까 그 어린애, 친애하는 지도자선생님께서 안아올렸던 그 어린애한테로 다가갔다.

《너는 누구지?》

그는 입술을 떨며 숨가삐 물었다.

그러자 얼굴이 함박꽃같고 흰바탕에 물결무늬를 새긴 원피스를 단정히 입은 스무살되나마나한 처녀가 앞으로 나갔다.

《이 애들때문에 정말 야단났어요.》

하고 처녀는 울상을 지어보였다. 처녀는 유치원교양원이였다. 날씨가 따스해서 애들을 데리고 모란봉에 놀러 가더랬는데 사내애가 지도자선생님의 차를 알아보았다는것이다. 처음에 그애 혼자서 《지도자선생님!》하고 소리치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아이들이 모두 와야-하고 길가에 나섰다. 그것을 띄여본 승용차는 속도를 한껏 죽이고 천천히 가게 되였다. 아이들은 차가 멎는줄 알고 길바닥에 나서며 손을 흔들었다. 하는수 없이 차는 멈춰서게 되였다. 운전수가 창문을 열고 비키라고 손짓을 하려는데 사내애 하나가 총알같이 달려와 유리창에 매달리며 《지도자선생님!》하고 소리쳤다. 뒤따라 아이들이 자동차를 꽃덤불처럼 둘러싸고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되여 김정일동지께서 차에서 내리시였던것이다.

기쁨과 흥분, 한없는 경모와 자책으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처녀교양원은 자기가 어린이들을 잘 돌보지 못해서 안됐다고 하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청년공원쪽으로 사라져갔다.

친애하는 그이께서 타신 차는 사라지고 사람들도 가던 길로 헤여져갔으나 최성덕은 서리덮인 머리를 무겁게 떨군채 움직이지 못했다. 파란많은 인생에 낯선 이국땅의 지경도 수많이 넘나들었으나 이런 일은 처음보는 그였다. 아니 이 시각이 아니였더라면 영원히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을 꿈속에서처럼 보았던것이다.

온 세상이 우러르는 인민의 지도자와 철없는 어린것들의 상봉이 어쩌면 그리도 쉬이 이루어질수 있단 말인가. 고금동서의 력사에서 찾지 못할 사변이 무슨 인연으로 그리도 쉬이 이루어질수 있단말인가. 내가 본 그 장면이 위대한 주석님께서와 김정일선생님께서 한평생을 바치며 해오신 혁명의 본질을 반영한것이 아닐가?

문득 얼마전에 쌘프랜씨스코공항에서 본 남조선고아들이 생각났다. 해외로 팔려온 아이들이였다. 지치고 여윈 아이들이 불안에 떨며 구경군들을 쳐다보고있었다. 한결같이 큰 눈들에는 공포만이 어려있었다. 인간세상에 사랑이라는것이 있는줄 아직 깨닫지 못한 눈들이였다. 해가 기울어진 겨울날의 들판에서 떠는 풀대처럼 의지가지없는 어린이들이였다. 그가운데에는 백인, 흑인 혼혈아들도 끼여있었다. 이것이 이른바 《대한민국》의 오늘의 모습인것이다.

최성덕은 아이들이 들어선 공원쪽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움직이지 못했다.

나는 오늘 여기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끼였는가. 사랑과 정의의 화신인 김일성주석님과 김정일지도자를 보았고 그래서 여기 내 조국이 인민의 락원이라는것을 믿게 된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인간본연의 가치가 빛을 내고 인민대중중심의 국가와 정치가 꽃펴난것이다. 이것을 이룩한 과거는 얼마나 위대하고 좋았는가. 그 뿌리에서 이렇듯 리상적인 오늘이 이루어졌다. 그러니 래일도 좋을것이다. 김정일지도자로 대표되는 미래는 휘황찬란하다. 아, 광휘로운 미래를 안고있는 이 땅은 만방에 자랑할만하다.

나는 다행히도 여기서 그것을 직접 목격하였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군중과 인민에 대한 사랑으로 민족과 조국을 사랑하는것에서 절정을 이루며 참된 가치를 나타내는것을 보았다.

그런즉 나는 여기서 《인내천》에 접하였으며 진정한 《인내천》을 보았다. 나의 얼은 여기서 자기의 성지를 발견하였으며 자기 묻힐곳을 찾아냈다. 그리하여 나는 《인내천》을 안고 주체의 바다속으로 뛰여들것이다.

수령과 인민, 인민과 지도자가 한가정, 한덩어리가 된 나라, 사랑으로 뭉치고 합쳐진 금강석같이 굳은 집단! 여기서 우리 민족의 숙원인 통일이 이뤄지고 번영이 솟아 무성할것이다. 바로 이것, 이런것을 무엇이라고 말해야 하는가.

《아, 복받은 인간이여!》이외의 또 다른 표현이 있을것인가. 과거는 백지가 되여도 좋다. 오늘이 있고 그것이 앞날을 위한것으로 되겠기에 나도 서슴없이 인민을 위한 사랑의 대오에 들어설것이다.

단풍나무가 우거지고 공원 한가운데는 목마가 빙글빙글 돌아가고있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깔깔 웃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고개를 드니 모란봉이 보이고 그우로 푸른 하늘이 펼쳐져있었다.

최성덕은 차에 올랐다. 번화한 거리 한복판으로 차가 살같이 달려나갔다. 그렇게 가노라면 어덴가 바라는곳에 곧 가닿을것만 같았다.

 

1991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