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6

 

제 5 장

6

 

진료소에서 떠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보통강을 건너 옥류교에 들어서시였다. 윤숙경이때문에 충격을 받은 마음속에서는 그 정서적여운이 아직 채 사라지지 않으시였다.

《차를 좀 세우시오.》

차창밖을 내다보고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 운전수에게 말씀하시였다.

《난 여기서 좀 걷겠소.》하고 그이께서 문을 여시자 그이를 보좌하는 최동무가 몹시 당황해하였다.

《아직 비가 채 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벌써 차에서 내리여 란간이 있는쪽으로 걸음을 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란간에 바투 다가가 다리밑을 내려다보시였다. 물비린내가 확 풍기면서 머리카락이 날리였다. 대동강물은 늠실늠실 흘러가고있었다. 검푸른 물우에 방금 헤여진 윤숙경의 얼굴이 우렷이 떠올랐다. 부석부석한 눈덕이 들리더니 깜박이는 불찌같은것이 간신히 보이시였다. 그에 뒤이어 무산광산의 채광기사 한영도의 어줍고 처량한 목소리도 들리시였다.

그렇다. 바로 이들이 우리 형제이며 동포이며 한민족이다. 하나의 물방울에 우주가 비껴있다고 하는것처럼 이들의 처지와 운명에 이 나라, 이 민족의 실태가 그냥 그대로 반영되여있다. 아들과 헤여진 어머니, 어머니와 헤여진 아들, 이들은 각자 인위적으로 갈라지게 된 혈육을 그리면서 10년, 20년 또한 30년을 하루와 같은 슬픔과 고통을 안고 살아오는것이다.

이 아픔, 이 고통을 과연 무엇에 비길수 있을것인가?

유구한 력사와 더불어 살아오는 동안 인간은 별의별 고통을 모두다 체험하였다. 자연이 주는 혜택에만 의존하였던 인류의 옛 조상들은 수렵과 채집에서 불리한 조건이 형성되여 떼죽음을 하거나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며 들판에, 산골짜기에 뼈를 널어놓지 않을수 없었다. 또한 인류의 조상들은 통치자의 야심이나 치부 혹은 명예나 환락, 지어는 변태적인 몰취미나 도락을 위해 등뼈가 휘도록 고역을 치르지 않으면 안되였으며 마소보다 못한 음식과 잠자리에서 살다가 쓰러지지 않으면 안되였다. 현대에 와서는 폭발물에 의해 온 육신이 갈가리 찢기고 불에 타버리기도 하였다.

이런것을 이미 알고있었던 이딸리아의 어느 한 시인은 인간의 고통에서 최대최고의 형태를 표현해보고싶어 자기의 환상이 미치는껏 묘사해서 《지옥》을 형상해놓은적이 있었다. 《지옥》에서는 피가 부글부글 끓고있는 강물에 사람을 잠그기도 하고 인체를 두개골에서부터 두쪽으로 찢어발기는가 하면 사자무리들에 의해 육체가 걸레짝처럼 뜯기는것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것이 고통이며 또한 인간이 참아낼수 없는 큰 고통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민족, 한겨레가 둘로 갈라져 오갈수도 없고 기별조차 전할길 없고 혈육의 정도, 인간의 의리도, 겨레의 사랑도 나눌수 없으며 또한 그것이 수십년 계속된다는것은 《지옥》의 고통과도 비교가 되지않는것이다. 어느덧 이 고통의 년륜은 불어나서 이제는 전 세대들뿐만아니라 새로 자라나는 후대들에게까지도 분렬의 원한을 깊이깊이 쌓이게 하고있는것이다.

3일후에 진행되는 교수형보다 해가 잘 드는 감방에서 무기형을 당하는것이 보다 더 처참하고 가혹한 형벌이라는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순간의 죽음보다 매일매일 조금씩 생명을 앗아내는것이 얼마나 더 잔인하고 가혹한것인가!

바로 이러한 무기한 형벌을 일제와 미제에 의하여 우리 조선에서는 80년동안이나 계속해오고있다. 이것이 《지옥》의 고통보다 못하지 않다는것을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을것이다. 이러한 처지와 운명은 우리 스스로가 생존방식을 선택하지 않을수 없게 하였다. 그리하여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일찌기 주체사상을 창시하시고 인간본연의 가치와 생존방식, 인간본연의 자기 믿음을 깨닫게 하신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준엄한 시기에 살고있다. 3천리강토, 우리 조국은 뢰관이 가열되여 안전수치를 뛰여넘게 되였다. 하여 아무때고 이 땅에 전쟁이 폭발할수 있게 되였다. 이 모든것이 분렬된것을 발판으로 해서 이루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흠칫 놀라 좌우를 둘러보시였다. 쉬임없이 여직 걷고있다고 생각하시였는데 인도 한복판에 서서 땅밑을 내려다보고있었다.

다시 걸음을 떼시였다.

만약 이것이 정치에 의한 소산이라고 한다면 그 정치는 무익한것이다. 만약 이것이 어떤 리념이나 주의에 의해서 빚어지는것이라면 그 리념이나 주의는 우리 인민과 우리 민족의것이 아니다. 만약 이것이 어떤 힘에 의한것, 더구나 그것이 어떤 외세에 의한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전혀 우리가 용납할수 없을뿐만아니라 즉시에 제거되여야 한다.

그렇다. 이것은 외세에 의한것이며 직접적으로는 미제에 의한 우리 남녘의 강점에 있는것이다. 미제에 의해 우리 3천리강토가 두 토막이 났다. 이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것이다. 그러나 불행은 그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제는 북을 향하여 《저것들은 공산당이다. 따라서 이북은 〈남한〉의 적이다. 적이기때문에 소멸해야 한다.》 이렇게 한민족을 두편으로 갈라 서로 증오하고 살륙하게 하고있다. 그래놓고는 《고려족이란 통일이나 독립은 할수도 없고 하게 해서도 안된다.》고 한다. 이 침략적야망의 허리를 꺾어야 한다. 이런 때 우리 민족성원의 각자는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게 되는가? 리성을 가다듬고 우리는 이에 대해서 책임적인 대답을 해야 한다.

우리는 통일되여야 한다. 또한 반드시 통일될것이다. 분렬의 고통을 더는 참아낼수 없다는 그자체에 통일의 가능성이 내포되여있는것이다. 지금은 80년대이다. 이제 우리는 조국통일에 대한 일정표를 작성할 때가 되였다고 본다. 이러한 때에 력사는 우리에게 준엄한 질문을 제기하고있다.

《너는 통일에 도움을 주었는가 아니면 해를 주었는가?》

그리하여 고통과 피눈물로 얼룩진 이 나라 력사, 반항과 항쟁으로 세기를 메운 이 나라, 이 민족의 력사를 보람있고 찬란하게 빛을 뿌리게 해야 한다.

그이께서는 동쪽을 향해 또 걸음을 떼시였다. 비바람을 맞받아 활개를 저으시였다. 옷자락이 펄럭펄럭 소리를 내였다. 발밑에서는 어둠이 부서지는듯 무거운 발걸음소리가 울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