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1

 

제 5 장

1

 

김정일동지의 집무실이였다.

허담은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최성덕은 우리가 남조선인민들에게 보내는 구호물자에 대해 류다른 관심을 보인후로는 지금까지 계속 침묵을 지키고있습니다.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고 침울한것 같습니다. 만경대고향집도 방문했는데 무려 두시간 10분에 걸쳐 돌아보았습니다. 고향집에 있는 농기구와 가구들에 대한 설명을 주의깊게 듣고는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여물어서 해설강사를 진땀뽑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습, 작두, 독, 놋바리, 책상, 벼루 등 살림도구들모두가 당대의 진품이라고 하면서 감탄하더랍니다.》

《그건 그렇고 건강은 어떻다고 합니까? 오자마자 병원에 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서류를 번지고있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것을 한쪽에 밀어놓고 허담과 나란히 안락의자에 앉으시였다.

《만성취장염을 가지고있는데 현재는 별일 없다고 합니다. 아마 려행에서 과로한것 같습니다. 종합진단결과는 치아가 성한것이 없어 틀이를 해주자고 하니 거절하더랍니다.》

《거절했단말입니까?》

《예, 윤숙경동무의 말을 들으면 치료비생각을 하는것 같아서 우리 나라에서는 무상치료제라고 하니까 그렇다면 더더욱 치료받을수 없다고 했답니다.》

그이께서는 가벼이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 사람은 그럴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우리 나라에서 무상치료제라는걸 모를 사람이 아닙니다. 윤숙경동무에게 말해주시오. 최성덕선생은 말그대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니 모든것을 제눈으로 보고 스스로 판단하게 하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가 틀이를 하고싶다면 해주고 안하겠다면 그만두게 둬두라고 하시오. 그가 부친의 묘에는 갔댔습니까?》

《래일 갈 예정입니다.》

《룡성에 있다는 묘가 그의 부친이라는것을 어떻게 알았습니까?》

《그때 당시 세운 묘비가 있습니다.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또 계속 묘를 지킨 먼 친척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틀림없겠습니다. 어쨌든 잘 도와주도록 합시다. 윤숙경동무가 그를 안내하는데 대해 고통스럽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처음 제가 그 말을 꺼냈을 때는 놀라워했습니다. 최성덕이란 이름만 듣고도 대번에 낯색이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별로 달가와하지 않는 티를 보이지 않습니다.》

《최성덕은 자기를 안내하는 윤숙경동무의 사연을 알고있습니까?》

《모르고있습니다. 다만 지성이 높고 친절한 녀성이라는 정도입니다. 카나다에서 왔다니까 자기 처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고있습니다.》

《우리는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합니다. 우리가 과거를 따지지 않는다고 했다면 그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죄가 경하고 보잘것 없는것이면 묵과하고 큰죄는 묵은것도 캐고. 그렇게 해서는 안됩니다. 세계를 알고 전쟁도 알고 인생을 알고있는 그가 여기에 올 때쯤하면야 무슨 생각인들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가 남조선에 보내는 구호물자에 대해 류다른 관심을 보였다는것은 그에게 애국애족의 감정이 있다는것을 말해줍니다. 비록 그것이 싸늘하게 식은 재티안에서 깜박이는 하나의 불티에 불과할수 있으나 그 불티가 불길이 되여 일어날수도 있는것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그이께서는 시계를 들여다보시였다. 어느새 밤 1시가 넘었다. 허담은 서둘러서 말씀올리였다.

《의도를 알겠습니다. 벌써 밤이 깊었는데···》

《난 좀 더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방금전에 고윤학동무에게서 전화가 왔다는데 무슨 일이 생긴것 같습니다.》

허담이 주저주저하는데 마침 고윤학이 들어섰다. 고윤학은 숨이 차서 헐썩거리며 자세를 바로하더니 보고하였다.

《인천으로 가던 배 한척이 황해남도 앞바다에서 좌초되였습니다.》

《좌초?》 그이께서는 반사적으로 되물으시였다.

《예, 남포에서 제1진으로 떠났던〈대동강〉호입니다.》

《좀 자세히 이야기하시오. 어떻게 되여 그렇게 됐답니까? 좌초는 몇시쯤 되고···》

《방금전에 장산곶앞바다를 항해하다가 창암도부근에서 암초에 걸렸다고 합니다. 여러차례 빠져나오려고 시도했지만 잘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 거기에는 파도가 높고 바람이 심해서 앞을 가려볼수 없다고 합니다. 그 배에는 1만 2천t의 세멘트를 싣고 안창후동무를 비롯한 적십자대표들의 기본성원들이 탔습니다.》

《사람들은 다친데 없답니까? 지금 배상태는 어느 정도입니까?》

《사람들은 일없고 배는 바위에 올라앉아 기동이 곤난하다고 합니다. 그 동무들은 시간이 좀 지체되더라도 자체로 해결해보겠다고 하는데 전망을 확답하기 어렵습니다. 기상관측소에서는 아침이면 바람은 멎을거라고 하고있습니다.》

《그것이 전부입니까?》

《그렇습니다.》

《···》

그이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이 한자리에 서신채 침묵하고계시였다.

고윤학의 이마에는 진땀이 내돋았고 머리카락은 휘줄근해졌다.

숨가쁜 침묵이 한초한초 흘러갔다.

이윽해서 김정일동지의 음성이 들리였다.

《장산곶앞이라면 임당수소용돌이겠는데 거기는 옛날부터 배길이 험하다고 한곳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저희들이 조직사업을 잘하지 못한데 있는것 같습니다.》

《그건 후에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우선 인명피해가 없는지 다시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전화로 몇번 확인했는데 부상자는 한사람도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래도 계속 알아보시오. 혹시 그쪽에서 우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묻어둘수도 있습니다. 특별히 주의해야 할것은 이제부터입니다. 당황하고 조급해나서 무분별해질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또 사고가 날수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천천히 걸음을 떼시여 오른쪽에 있는 나들문에까지 가셨다가 다시 돌아서서 고윤학이앞으로 다가오시였다.

《부총리동무 생각엔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무슨 안이 있습니까?》

《말씀드리겠습니다. 사고는 매우 심각한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구조작업을 단시일내에 하려고 합니다. 해주와 남포에 알아보니 구조작업할만 한 선박과 인원은 있습니다.》

《구조작업을 짧은 시간에 한다? 좋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걸릴것으로 보입니까?》

《대형화물선인데다 1만 2천t의 세멘트를 실은채 암초에 걸려든만큼 시간이 꽤 걸릴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타산은 현장에 나가 실지 정황을 봐야 산출해낼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이께서는 긍정하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러시고는 잠시 비내리는 캄캄한 창밖에 시선을 주시였다가 혼자말처럼 뇌이시였다.

《최악의 경우도 예상해야 합니다. 이제도 말했지만 다른데도 아니고 장산곶앞이라면 간단히 구조해내기 곤난할수 있습니다. 그곳 바다밑의 바위돌들은 대단히 날카롭다는 말을 언제인가 나도 들은적이 있습니다.》

《···》

고윤학은 뭐라고 말씀드렸으면 좋을지 몰라서 머리를 숙였다. 면목이 없었다. 허담도 낯빛이 컴컴해서 그이를 지켜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에 잠기신채 뒤짐을 지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놓으시였다. 그이의 무거운 발걸음소리가 저력있게 바닥을 울렸다.

허담도 고윤학이도 뜻하지 않게 돌발적으로 당한 사태의 엄중성을 속속들이 깨닫고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어떤 기적적인 해결책이 나서지 않을가 하는 막연하면서도 가냘픈 기대로 가슴을 조이고있었다. 그들은 구호물자들을 기차와 자동차와 배에 실어 떠나보낸 다음에는 무사히 가닿으려니 하고 방심하면서 태평스럽게 지냈던탓에 이런 불행한 비상사고가 발생한듯싶은 죄책감으로 하여 입안이 말라드는 괴로움과 안타까움을 느끼고있었다.

《이렇게 합시다.》

김정일동지께서 침묵을 깨치며 결단성있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구조작업을 합시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는데 〈대동강〉호의 비상사고를 수습할 총책임을 고윤학동무가 맡아줘야 하겠습니다. 내가 인민무력부장동무에게 말해서 서해에 있는 해군부대를 구조작업에 투입시키게 하겠습니다.

거기에는 힘있는 구조선도 있고 그런것을 담당할만 한 경험자들도 있을것입니다. 서해갑문건설에 동원된 구조작업선을 돌려도 될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빠른 시일안에 구조작업을 끝내도록 합시다.》

막혔던 숨길이 활 열리는것 같은 명방책이였다.

《알겠습니다.》

고윤학은 힘있게 대답올렸다. 음울하게 흐려졌던 그의 얼굴에 밝은 기운이 서려올랐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듯 묵묵히 창밖을 내다보며 재삼 그 무슨 근심어린 생각에 잠기신듯싶었다.

《해군을 투입하면 문제없습니다. 이제는 념려하지 마십시오.》

이번에는 허담이 확신을 표명하였다. 지금형편에서 해군구조함선을 투입하는것보다 더 유력한 방도는 없다고 여긴것이다.

《동무네들이 그게 좋겠다니까 우선 그렇게 해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반소매잠바의 쟈크물개를 내리워 잠바앞섶을 절반쯤 터놓으며 탁자앞으로 걸어나와 송수화기를 들어올리시였다.

《인민무력부장을 찾으시오.》

 

비는 계속 내리고있었다.

창밖은 아직 캄캄한데 야외등이 희미하게 비치고있는 정원의 잔디밭에는 제법 굵어진 밤비가 주룩주룩 내리고있었다. 사위는 쥐죽은듯 한 정적에 휩싸이고 수도의 밤거리는 깊은 잠에 들어있었다.

창가에 붙어서서 비내리는 창밖을 내다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문득 집무탁쪽으로 돌아서서 전화기앞으로 급히 다가가시였다. 뜻밖에 들이닥친 예상치 않은 사고를 두고 몇가지 긴급조치를 취하긴 했어도 그것만으로는 아무래도 마음을 놓으실수 없었다. 지금쯤은 고윤학이도 해당 부문 일군들을 불러앉혀놓고 조난선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짜고있을것이였다.

교환수에게 고윤학을 부르라고 하시였다.

《고윤학동무입니까? 김정일입니다. 지금 어떻게 하고있습니까? 조직사업을 해서 현지로 떠나보내고있다?··· 나도 그렇게 짐작하고있었습니다. 그래 동무들이 신심을 가집니까? 좋습니다. 군대동무들은 벌써 움직이기 시작해서 선발대로 이미 현장에 도착하여 구조전투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사람들을 빨리 현장에 내보내시오. 그러되 부총리동무는 사고현장으로 가지 말고 순천으로 떠나야 하겠습니다.》

《순천으로 말입니까?》

고윤학은 반사적으로 놀라는것이였다. 수화구에서는 그의 높은 숨소리가 들리였다.

《놀랄건 없습니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동무는 순천에 가서 〈대동강〉호에 실었던 량만한 세멘트를 남포로 실어오는 긴급조치를 시급히 취해야겠습니다.방금 인민무력부에서 보고된 자료에 의하면 좌초된 〈대동강〉호의 배상태가 좋지 않은데다 태풍이 불어 파도가 엊저녁보다 더 사나워지고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예정했던대로 구조작업을 인차 끝낼것 같지 못합니다. 이런 형편에서 구조작업을 계속하면서 한편으로 복선을 쳐야 하겠습니다. 리해됩니까?》

《알겠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고윤학의 목소리는 어쩐지 가늘게 떨리고있었다. 그 목소리만 듣고서도 그가 얼마나 긴장하고 흥분되여있는가를 충분히 리해할수 있었다.

《그리고 적십자회중앙위원회에 말해서 적십자회에서 남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배가 좌초되여 한척분의 세멘트가 하루나 이틀쯤 늦어질것이라고 말입니다.》

《네, 아까 적십자회에서 좌초된 문제때문에 문의해왔댔습니다. 이제 말해주겠습니다.》

《남측에 한척분의 세멘트도착이 하루나 이틀쯤 늦어질거라고 알리는 이상 이제부터 구조작업이나 복선대책이 48시간이상은 단 1분도 초과해서는 안되겠습니다. 24시간전이나 늦어도 48시간전에 끝내야 합니다.》

《알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전화를 끝내고나서 최동무를 찾으시였다. 그에게 당중앙 책임일군들을 부르라고 이르시며 이름을 불러주시였다.

그가 일간출판물과 일보자료들을 놓고 돌아나간후에 김정일동지께서는 순천세멘트공장 당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그곳 실태를 구체적으로 료해하시였다. 현재 생산상태가 어떤가, 완성품 재고량이 지금 얼마나 되는가, 1만 2천t의 세멘트를 화차로 실어내자면 시간과 로력이 얼마나 필요한가 하는것들을 일일이 알아보시였다. 그러시고는 그에게 시급하게 1만 2천t의 세멘트를 화차에 실어낼 과업을 주시였다.

《생산해놓은 세멘트는 얼마든지 있다니 상차작업만 벌리면 되겠습니다. 지배인동무랑 같이 토론해서 인차 공개당총회들을 열고 남조선수재민들에게 가던 세멘트배가 비상사고로 좌초되여 지금 가지 못하고있다는것과 그때문에 세멘트배를 새로 띄우려고 긴급한 상차작업을 하게 되였다는것을 사실대로 알려주시오. 그러면 당원들이 선두에 나설것이며 전체 로동자들이 궐기할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또 다른 하나의 예비선으로서 해주세멘트공장에다 5천t정도의 세멘트를 임의의 시각에 해주항으로 실어내갈수 있게 준비하라고 이르시였다.

그러는 사이에 조직부와 선전부, 중공업부 등의 책임일군들이 모였다는것을 알고 해당 당조직들에서 추가적으로 제기되는 세멘트생산과 그것을 수송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도록 하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