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3

 

제 4 장

3

 

대기실에는 벌써 여러사람이 와있었다. 현품을 가지고 직접 남조선에 나가게 되여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적십자회중앙위원회 대표 안창후와 판문점과 북평으로 가게 되여있는 사람들, 그리고 고윤학부총리와 허담비서도 와있었다. 이제 그들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우리 인민들이 정성들여 마련한 남조선수재민들에게 보낼 구호물자전시품을 보여드리게 되는것이다.

생각하면 정말 꿈만 같은 일이였다. 회담장에서 남측이 《9월중일괄인도》라는 온당치 못한 무리한 요구를 제기했을 때 안창후는 티끌만 한 례의도덕도 없는 그자들에 대한 혐오감에 사로잡혀 구호물자를 보내기는 다 글러진 일이라고 생각했던것이다. 그랬던 일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현명한 가르침과 이끄심에 따라 실현되게 되고 오늘은 남조선에 가는 구호물자전시품까지 보여드리게 되였으니 감개무량하기 그지없었다.

누구인가 위대한 수령님께서와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도착하셨다고 알리였다. 대기실에 있던 간부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광실의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위대한 수령님께서 들어서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부주석들, 정무원총리와 정치위원들 그리고 당과 국가의 간부들과 함께 뒤에 따라서시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걸음을 멈추고 넓다란 광실을 잠간 둘러보시였다. 풀색주단이 깔린 광실 한복판에 기다란 진렬대가 놓이고 그우에 구호물자들이 놓여있었다. 쌀포대와 쌀견본품이 담겨져있는 함, 세멘트포대와 세멘트견본품이 담겨져있는 그릇, 포장지를 씌운 천퉁구리와 견본품으로 펼쳐놓은 갖가지 문양의 격자직들과 꽃천들 그리고 약품지함과 견본품으로 진렬해놓은 갖가지 약품들···

수령님께서 진렬대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자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걸음 옆으로 나서서 그쪽으로 안내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미 사전에 구체적으로 료해하고계시였기때문에 자세히 설명하시였다. 5만석에 달하는 쌀 전량은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에서 생산된 쌀로서 수분함류량이 비교적 적은 2년 내지 3년 정도 묵은것을 선택하였으며 정성들여 정미를 하고 꼼꼼히 검사공정을 거치였다고 말씀드리였다.

수령님께서는 유리그릇에 담긴 쌀을 한줌 집어드시였다.

《이 쌀은 어디거요?》

《재령에서 생산한것입니다.》

《도정을 아주 잘했소. 요즘같이 비가 많이 오는 때에 말리기도 잘했고. 이만하면 우리 인민들의 성의가 깃들어있다는것이 알립니다.》

수령님께서는 탐탁하게 짠 쌀포대도 만져보고 이모저모 살펴보시더니 만족한 표정을 짓고 다음진렬대로 옮겨가시였다. 그 진렬대우에는 지대에 담겨진 세멘트가 놓여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김정일동지께서 수령님께 설명해올리시였다. 순천, 해주, 마동 등 우리 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고품위세멘트공장의 제품들로서 마르까는 고층건물의 기초공사에도 능히 사용할수 있는 세멘트라는것을 보고드리였다. 좋은 세멘트를 마련했다고 치하하신 수령님께서는 이어 지대에 대하여 걱정하시면서 지대의 견딜성이 강해야 리재민들한테까지 허실없이 가닿을수 있을것이라고 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지대도 엄밀히 검사해서 운반도중에 꿰지거나 터지는 일이 없도록 하였으며 만약을 생각해서 예비지대를 넉넉히 보내기로 했다고 말씀올리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해야 합니다. 우리는 장사군들처럼 리속을 위해서가 아니라 재난당한 동포들을 도와주기 위해 물자들을 보내는것만큼 아까워말고 정성껏 잘해서 보내주어야 합니다.》

견본품들을 봐나갈수록 수령님께서는 더욱더 만족해하시였다. 그 어느 제품에서나 우리 인민의 지대한 성의를 느낄수 있으셨기때문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을 모시고 직물진렬대로 자리를 옮겨가며 다시 말씀을 올리시였다.

《이번에 우리는 구호물자를 포장하는데 있어서 의도적인 표식이나 상표들은 붙이지 말기로 하였습니다. 다만 검박하게 생산지를 나타내는 정도로만 국한하였습니다.》

《좋소, 그렇게 해야 하오. 이것은 상품이 아니라 구호물자니까 보내는데가 어디라는 정도만 밝혀지면 될거요.》

수령님께서는 갖가지 아름다운 천을 하나하나 펼쳐보시였다. 문양으로 보아 이불에 쓸것도 있고 또 옷장보에 적당한것도 있었다. 그이께서는 부주석들을 둘러보시면서 천이 마음에 드는가고 물으시였다. 부주석과 정치위원들은 모두 리재민용이라기보다 신부네 집에 례장감으로 보내도 손색이 없을것이라고 하였다.

《그래, 례장감으로도 손색이 없지.》

수령님께서는 꽃천을 흔들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수재를 당했지만 결혼을 해야 할 집에서는 해야 하니까 례장감으로 쓸만한 이런 천들을 받으면 남조선동포들이 좋아할거요. 좋아하구말구···》

희색이 만면하던 수령님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수령님께서는 그 무슨 상념에 잠기였는지 창밖의 먼 하늘가에 시선을 날리시였다. 세월을 거슬러 지나간 70여평생의 다난했던 옛일을 더듬으시는지 혹은 추억의 갈피속에서 가슴아픈 옛날의 상처자욱을 보신것인지 수령님의 눈가에 척척한 물기가 슴배여나왔다.

《우리 어머니도 저렇게 고운 천으로 지은 이불 한채 가려보지 못했소. 김정숙동무도 역시 십여성상 별별 고생을 다하다가 해방을 맞았지만 저렇게 고운 천으로 만든 이불을 덮어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소. 그때는 아직 새 나라가 통채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때였으니까.》

누구에라없이 혼자말씀처럼 외우시던 수령님께서는 다시금 진렬대의 꽃천퉁구리를 눈여겨보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내가 비록 먼저 간 귀중한 사람들에게 고운 이불감 하나 마련해주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문양고운 천들을 재난을 당한 남녘동포들에게 보내게 되니 돌아가신 어머님이나 정숙동무에게 안겨주는것만치나 기쁘고 감개무량하오. 나라가 분렬된탓으로 조국광복을 이룩한지 40년세월이 흐르도록 내가 남조선동포들에게 쌀 한되박이나 옷한벌감조차 쥐여주지 못해서 늘 마음이 걸리였는데 이번에 남조선의 수재민들에게나마 약소한대로 이런것들을 보내게 돼서 좀 마음이 풀리는것 같소.》

그렇게 말씀하시는 수령님의 안색은 퍼그나 밝아지시였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넓다란 후원의 풀숲에서는 풀매미들이 지르륵거리는 단조로우면서도 소란한 합창소리가 기운차게 울려왔다. 선률은 단조롭지만 야단스럽게 울리는 그 풀벌레소리는 먼곳에서 날아오는 자동차의 동음과 어우러지면서 도시복판 록지대의 독특한 정서를 자아냈다.

《이 구호물자 견본품들을 보니 남녘동포들을 생각하는 우리 북녘인민들의 정성이 참말 지극하오. 우리 인민의 마음이 진심이야, 진짜배기거든!》

수령님께서는 자못 만족한 미소를 지으시였다.

《이번 구호물자들은 모두 전인민적관심속에서 준비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여쭈시였다.

《그럴거요. 그럴수밖에 없지. 우리 인민들가운데 남녘형제들에 대해 무관심할 사람이 어디에 한사람인들 있겠소? 훌륭한 인민에, 훌륭한 당에, 열성있고 책임성있는 일군들까지 있으니 우리 일이 마음만 먹으면 안될게 없지. 다들 수고 많이 했겠는데 좀 더 수고스럽더라도 구호물자전량을 세상에 선포한대로 예정날자를 어기지 말고 남조선수재민들에게 빨리 보내주도록 하시오. 수재민들이 구호물자를 다 받은 다음에 동무네들도 발편잠을 잘셈치고 서둘러야겠소. 남조선에는 누가 책임지고 가게 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안창후를 수령님앞으로 내세워주시였다.

《이 동무가 구호물자를 책임지고 가서 인도하게 됩니다.》

《음, 적십자회에서 오래 사업하더니 이번에 동무가 력사적인 사명을 수행하게 됐구만. 우리 인민들의 성의를 실수없이 전달하고 무사히 돌아와야겠소. 동무는 전쟁때 부상당한것으로 해서 다리가 그닥 좋지 못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비상약도 꼭 가지고가고 의사도 데리고가면서 몸을 주의해야겠소.》

안창후는 너무나 감격해서 눈물부터 쏟았다. 하지만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말씀올리였다.

《제 몸은 일없습니다. 수령님의 말씀을 명심하고 제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인민의 지성이 담긴 구호물자를 정확히 전달하고 오겠습니다.》

그는 수령님앞에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를 올리였다.

수령님께서 나들문쪽으로 걸음을 돌리시자 장내에 박수소리가 나고 환호성이 울리였다.

수령님을 바래우고난뒤 김정일동지께서는 안창후를 비롯한 적십자회대표들과 관계부문 일군들을 따로 만나서 남에 나가는 사람들이 북의 인민들을 대표하는만큼 훌륭한 도덕품성과 민족애의 모범을 보여줄데 대하여 간곡히 당부하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