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3

 

제 3 장

3

 

김정일동지께서 정미공장에 도착하시였을적에는 어느새 어디에서 련락을 받았는지 지배인과 초급당비서가 공장정문어구에 나와 기다리고있었다.

초급당비서는 키가 크고 몸이 갈람하였는데 지배인은 보통 키에 어깨가 통나무같이 다부진 사람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의 인사를 받고나서 허리에 손을 짚고 잠시 정미공장전경을 바라보시였다. 두명의 수행원이 뒤에 서있었다. 공장건물은 우중충히 높이 솟았다. 그만 못지 않게 공장구내의 넓은 마당가에 벼가마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비좁은 짬으로 자동차들이 쉴새없이 드나들고있다. 한편 공장앞 넓은 공지에도 벼가마니들이 무득무득 쌓여있었다. 어떤것은 덩지가 크지만 또 어떤것은 별스럽게 두짝이나 서너짝씩 각각 몫이 지어져있는것도 있었다. 아마 미처 손이 닿지 못해 그렇게 놔둔 모양이였다.

지배인의 안내를 받으며 정미공장순위를 따라 공장안을 돌아보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동계량장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뒤에 서있는 지배인에게 물으시였다.

《이 쌀이 어느해에 생산된것입니까?》

지배인은 마대안으로 흘러드는 쌀을 손바닥에 받아들며 대답을 올리였다.

《1981년 가을에 수확한 벼입니다.》

그는 또글또글한 쌀알을 손가락으로 굴리면서 전문일군답게 덧붙여 말씀드렸다.

《이런 정도면 수분이 15% 넘지 않습니다.》

옆에 있던 초급당비서가 급히 계량장구석에 가서 수분계를 들고왔다. 비서는 그이앞에서 직접 정미되여나오는 현품의 수분수치를 보여드렸다.

아닌게 아니라 수분계 바늘은 14라는 눈금에 가멎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쌀알을 집어들고 그의 향긋한 냄새를 맡아보시였다.

《지배인동무! 동무네가 정미하는 쌀이 모두 81년산 벼입니까?》

《그렇습니다.》

《이 쌀로 밥을 지어봤습니까?》

《네, 품질감독원동무가 지어봤다는데 밥을 하면 풀기가 있고 맛도 좋더라고 합니다.》

《밥을 인차 지을수 있겠습니까?》

《가스곤로에 지으면 20분내외에 제꺽 됩니다.》

《그러면 한그릇 밥을 지어보시오. 어디 한번 맛을 봅시다. 눈으로 보아서는 맛을 모릅니다.》

그이께서 이렇게까지 하실줄 몰랐던 고윤학은 순간 안창후와 눈길을 마주쳤다. 자기 짐작으로써는 정미능력이나 그에 따르는 수송조직 그리고 그것을 감당하고있는 로동자들의 사상정신상태를 료해하실줄 알았지 품질상태에 대해 이렇게 파고드실줄 몰랐던것이다. 정작 당하고보니 량곡의 품질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것을 느끼게 되였다. 그이께서는 기계운전공들과 포장작업을 하고있는 로동자들의 곁을 천천히 지나시며 그들의 열성적인 작업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시였다. 그러시다가 계량기옆에 서있는 한 중년로동자에게 다가가서 물으시였다.

《동무는 오늘 책임량이 얼맙니까?》

《책임정량은 300t인데 450t을 내라는 지령을 받았습니다. 정미기일단축때문에 150% 증산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150%, 그게 가능합니까?》

《제 여기서 13년째 일해본 경험에 의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기계고장을 내지 않고 만가동하면 그보다 더 할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오랜 기능공이겠습니다. 정말 수고가 많겠습니다.》

이번에는 쌀포대들을 자동차에 싣고있는 하적장으로 나가시였다. 여러대의 콘베아로도 싣고 지게차로 옮겨싣기도 하고있었다. 그이께서는 빈차를 몰고온 젊은 자동차운전수곁으로 다가가시였다.

《수고합니다. 운반계획을 제대로 합니까?》

운전수는 차에서 황급히 뛰여내리더니 차렷자세를 취하고 보고하였다.

《매일 150%씩 하고있습니다.》

《150%! 동무네가 맡은 수송은 언제면 끝납니까. 이달안으로 해낼수 있습니까?》

《25일까지 끝내기로 결의했습니다.》

《25일까지! 비가 또 오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해낼수 있겠습니까?》

《해내겠습니다. 고통을 받고있는 남조선동포들을 생각해서 빨리 하려고 합니다.》

울타리밖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울리였다. 전선주에 달아맨 외등밑에서 작업복차림을 한 네댓명의 사람들이 무슨 싱갱이를 하는것 같았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정미공장 초급당비서가 그쪽으로 급히 달려갔다. 그가 싱갱이질하던 사람들에게 몇마디 뭐라고 말을 하자 거기에 모여섰던 네댓명의 사람들은 창고뒤쪽으로 황황히 자취를 감추었다. 초급당비서가 돌아오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웬일이냐고 물으시였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긴것이 아닙니까?》

《근처에 있는 협동농장 남새작업반 농장원들인데 남조선수재민구제 문제와 관련하여 뭐 제기할것이 있다는겁니다. 제가 사정을 말해서 래일 사무실로 오라고 했습니다.》

《그럴 필요 있겠습니까. 무슨 일인지 구호물자와 관련되는 문제라면 같이 만나봅시다.》

이렇게 되여 초급당비서의 안내를 받아 남새작업반의 농장원 네명이 나타나게 되였다.

맨앞에 리태석이란 로인이 서고 그뒤로 농장원들 몇이 뒤따랐다. 초급당비서가 어떻게 말해놓았는지 리태석로인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조심조심히 걸어왔다. 아래우 보위색 작업복을 입고 손에는 해빛에 누렇게 바래진 농립모를 들었다. 숙일사한 머리는 숱이 성글어서 정수리밑이 허옇게 들여다보이였다. 그는 김정일동지앞에 멈춰서더니 정중히 인사를 하였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우리는 친애하는 지도자선생님께서 오신줄은 모르고 여느 간부들만 내려온걸로 여기다보니 외람되게 행동하였습니다. 날씨도 좋지 않은데 수고로이 나오셨습니다.》

《우리야 무슨 수고랄게 없습니다. 제기들 할것이 뭣인지 제가 같이 들어도 일없을것이라면 말씀하십시오.》

그이께서 량해를 구하듯이 옆에 서있는 고윤학을 돌아다보시였다.

리태석로인은 잠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오늘 하루 대휴를 받고 집에서 쉬고있었습니다. 땅이 질어 밭일을 하기도 적당치 않고 몸도 지긋지긋해서 쉬였습지요. 별로 집에서 하는 일도 없는지라 갑갑하게 지내다가 진통제알약이라도 타올가 해서 리병원으로 가는데 관리위원회앞에서 사람 몇이 올라탄 화물자동차가 서있질 않겠습니까. 미심결에 어딜 가느냐고 물어보니 여기 정미공장으로 온다고 하기에 언뜻 생각난것이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남조선에 보내자고 생각한 구호미를 실을수 없을가 하고말입니다. 우리 집에서 보내자고 생각한 구호미라야 맘뿐이지 고작 벼 세가마니뿐입지요. 하긴 그것도 애초에 내가 생각한것에 비하면 세곱절이나 되는 셈입니다만 워낙 우리 로친네가 구두쇠가 돼놔서 난 한가마니가량 예산했댔는데 글쎄 로친네가 신문을 보고 방송을 듣더니 갑자기 통이 커졌습니다. 햇곡식이 나올 때까지 먹을것만 남기고 다 보냅시다, 이러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걸 실어낼 작정인데 요행 좋은편이 생겼습니다. 내가 차비를 하니까 로친네도 따라나섰습니다. 여기에는 사위네 집도 있는데 남조선에 가는 기차에 우리 쌀을 싣는걸 보겠다는것입니다. 하하, 이렇게 돼서 화물차에 앉아 여기에 왔는데 정작 와보니 사정이 다릅니다. 정미공장에서는 받아주지 않고 도루 가져가라고 합니다. 한다는 소리가 국가에서 보내는 5만석구호미가 남조선수재민 한세대당 50㎏짜리 5가마니씩이나 차례지겠는데 그거면 부족하지 않으니 개인들이 따로 보낼 필요는 없다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 울타리밖에서는 지금 우리 로친네가 우리가 가져온 쌀을 기어이 구호미로 보내구야 돌아가겠다구 집에서 싸가지고온 차떡으루 든든히 배를 채우구 앉아버티기를 하고있습지요. 그 로친이 내가 오늘 쉰다구 차떡을 해놨던걸 가지고왔답네다.》

로인은 빨래줄같이 사실을 늘어놓고나더니 제편에서도 좀 멋적었던지 헤벌죽이 웃었다. 그통에 앞이 두대나 빠진 자리가 드러났다. 두리에 섰던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같이 웃으시였다.

금방 비가 쏟아질것처럼 우중충하니 흐려있는 낮은 하늘을 울리며 웃음소리가 멀리까지 울려퍼졌다. 긴장으로 해서 온몸이 팽팽해졌던 이곳 지배인도 초급당비서도 웃었고 고윤학이도 안창후도 입을 싸쥐고 웃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로인의 아래우를 훑어보시였다. 아무리 뜯어보아야 흙에 푹 젖은 농장원이다. 소박하면서도 지혜로운 눈은 항상 빛나고있고 끝이 약간 들린 코는 선량하고 정직한 그의 마음씨를 잘 나타내였다. 유용성외 치장같은것은 하나도 찾아볼수 없는 소박한 차림인것이다.

《그러니 가져온 벼가마니를 구호미로 받아달라고 제기하자는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처음에 리당에 말하니 그것 참 좋은 일이라면서 우에 제기해서 해답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군당에 제기하니 또 같은 소립니다. 어떤 사람은 도당이나 적십자중앙위원회에 제기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훈장이나 타자고 제기하는 노릇도 아닌데 먼 도소재지나 평양까지 걸음질할거 있습니까? 그래 정미공장으로 오는 차가 있는김에 벼가마니를 싣구 로친네하고 같이 여기와서 정미공장 정문지기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등록도 필요없고 평가도 필요없다, 내 쌀이 어데 섞이든 관계없이 남조선에 가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했는데도 이건 절벽입니다. 자기네는 우에서 지령을 받은 구호미외에 한g을 뗄 권리도, 더 보탤 권리도 없다 이러질 않겠습니까. 그래 우리 로친네의 버티기가 시작된것입니다.》

《알만합니다. 한가지 물어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태석아바이의 크지 않은 눈을 여겨보고계시였다. 그 깊이를 짐작키 어려운 샘줄기같은 마음과 정신의 한끝은 어데인가.

《아버님은 남조선에 가까운 살붙이라도 있습니까?》

《아무도 없습니다. 저는 이곳 본토배기인데 남조선에는 친척도 없고 친우도 없습니다. 우리 로친네쪽으로 촌수도 잘 모르는 친척들이 더러 있다나봅디다. 그렇지만 친척이 있건 없건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거기에두 우리와 같은 조선사람들이 살고있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이 큰물에 집을 잃구 가산을 잃구 한지에 나앉아 굶으며 지낸다니 남의 일같지 않아서 이렇게 참지 못하구 한걸음에 달려왔소이다. 우리 수령님께서는 벌써 진갑을 넘으시였습니다. 한평생을 우리 민족, 우리 겨레를 위해 고생하고계십니다. 나라가 왜놈들에게 먹혔을 때는 그것을 찾기 위해 수십년, 또 해방이 돼서는 두쪽으로 갈라진 나라의 통일을 위해 수십년 고생해오십니다. 요새 항간에 돌아가는 소문이 남조선에 큰물이 져서 수십만이 한지에 나앉은것때문에 한평생 고생만 해오신 우리 수령님께서 밤잠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한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런데 저같은 인간이 쌀말이나 내고 천필이나 보내자는게 무슨 큰일이겠습니까. 우리 생각같아서는 기차를 타고 서울에 당장 나가 집도 지어주고 제방도 막아주고싶지만 그렇게 할수 없는것이 안타깝습니다. 저 원한스러운 분계선이라는게 떡 가로막혀 있으니···》

어깨가 오르내리더니 끝내 숨이 차서 더이상 뒤를 이어대지 못한다. 아바이는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들먹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느새 처절한 감정에 사로잡히시였다. 그이의 정겨운 시선은 흙물이 뿌옇게 오른 늙은이의 등어리에서 떨어지지 못하였다.

(이것이 우리 인민이다!)

그이의 가슴속에 격정이 북받쳐올랐다. 평범한 한 늙은 농장원의 마음속에 끓고있는 저 고상하고 열렬한 동포애, 수령님께서 지니고계시는 그 심정을 그대로 감각하고 그에 따라 자기가 할바를 스스로 깨닫고있는 우리 인민, 바로 그 인민의 한 상징이 지금 이앞에 서있는것이다.

《아버님, 고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늙은이앞에 머리숙여 진정에 넘친 감사의 인사를 표하시였다.

《아버님의 그 성의가 꼭 전달되도록 저도 힘껏 노력하겠으니 버티기는 그만하고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며 꼭 그렇게 해달라고 거듭거듭 말하는 늙은이를 살틀히 달래여 안늙은이와 함께 자신께서 타고오셨던 차에 태워 집에 보내시였다.

늙은이내외가 차를 타고 떠나자 그이께서는 이곳 정미공장지배인과 당비서를 돌아보며 물으시였다.

《동무들, 어떻습니까? 저런 현상이 많습니까?》

《많은 정도가 아닙니다.》 하고 몸매 다부진 지배인이 불깃한 얼굴을 쳐들고 대답하였다.

《이 며칠동안은 저마끔 쌀을 들고오는 사람들때문에 숱한 애를 먹습니다. 아무리 그냥 돌아가라고 해도 막무가냅니다. 별의별 일이 다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남조선에 고향을 두고온 의용군이다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왜정때 물란리를 직접 겪어봐 아는데 한겨레가 고통을 당하고있는걸 가만있을수 있느냐고 무조건 구호미에 포함시켜달라고 떼질입니다.》

《동무네가 정말 땀을 빼겠습니다. 그런 쌀이 얼마나 들어옵니까?》

《현재까지 221명이 131t에 달하는 벼를 실어왔습니다. 저쪽 마당가에 한벌 널린 무지들은 모두 근처 인민들이 개인량곡을 구호미로 보내달라고 가져온것들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올망졸망한 벼가마니무지들을 새삼스럽게 둘러보시였다.

《인민앞에 머리가 절로 숙여집니다. 우리 인민이 얼마나 훌륭하고 위대한 인민인가를 재삼 마음속깊이 절감하게 됩니다. 가슴이 벅차집니다. 자기들의 진심을 바치는 우리 인민에게 실망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구호물자를 꼭 보내줘야 하겠습니다.》

그것은 고윤학과 안창후에게 하시는 말씀이였다.

《개인들이 보내달라고 가져오는 구호미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하는것이 좋겠는지 의논해봅시다. 내 생각에는 주소 성명을 다 적어서 일단 받아뒀다가 정미랑 해서 쌀로 돌려다주면서 잘 해설설복하든가 했으면 좋을것 같습니다. 동무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럴 때 빨간 머리수건을 쓴 처녀가 밥이 다 되였다고 알려왔다.

그이를 모신 일행은 휴계실로 안내되였다.

잠시 지나서 눈부시게 흰 옥백미밥이 나타났다. 안개같은 김이 서려오르면서 구수한 밥내가 풍기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름기가 돌고 먹음직한 밥을 잠간 들여다보고있다가 옆에 놓인 절을 들어 맛을 보시였다.

《맛이 있습니다. 대단히 좋습니다. 시간이 급해서 잘 띄우지 못했겠는데 밥이 잘되였습니다. 정성들여 마련한 쌀이니 맛이 없을수 없습니다. 자, 다 같이 맛을 봅시다.》

고윤학이도 안창후도 한저가락씩 떠넣었다. 아닌게 아니라 찰기가 있고 맛이 좋았다.

빙 둘러선 대여섯명이 모두 맛을 보고 풀기있고 구수한게 손색이 없다고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행원들을 둘러보며 말씀하시였다.

《동무들, 이렇게 합시다. 쌀을 고르되 합격품을 기준으로 하지 말고 합격품들에서도 가장 좋은 쌀을 골라 보내도록 합시다.

그렇게 하는것이 우리 인민의 소망일것이고 또한 수령님의 뜻이기도 할것입니다. 그럼 내킨김에 우리 한군데 더 가봅시다. 천짜는데로 갑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에 오르시였다.

올 때만 하여도 그렇지 않았는데 또 비가 쏟아지면서 바람이 몹시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