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3

 

제 2 장

3

 

협의회참가자들이 다 돌아간 다음 김정일동지께서는 전화로 무산광산 지배인을 찾아서 현지지도가 있은 이후의 광산형편에 대하여 알아보시였다.

광산당위원회에서 정치사업을 적극적으로 벌린 결과 각 광구와 직장들에서는 전에 없던 좋은 발기들이 제기되였으며 생산능률이 부쩍 올랐다고 하였다. 그것은 광산의 전체 로동자, 기술자들이 생산의 주인으로서의 자각을 가지고 창조적적극성과 열성을 발휘한때문에 얻어진 결과라는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기뻐하시였다.

《광산책임비서동무가 철산봉에 올라가 광부들과 침식이랑 같이 하면서 당원들을 불러일으켰다니 좋은 일입니다. 책임비서동무에게 나의 인사를 전하시오. 그리고 우리가 갔을 때 만났던 의용군출신의 채광기사는 지금 어떻게 하고있습니까? 내 아까 고윤학부총리동무를 만났을 때 듣자니 동무네 1만t발파시험은 성공을 봤다던데.》

《성공시켰습니다. 정무원에서 내려보낸 기술자동무들의 방조를 받아가며 지금 한영도기사동무는 10만t발파를 준비하고있습니다.》

《그것 역시 반가운 소식이구만. 그런데 그 기사동무의 아들네 결혼식이 어떻게 됐습니까. 이번 가을에 한다고 했던것 같은데.》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여기에 그들 부자가 찾아와서 그걸 의논하던중입니다.》

《거기 와있단말입니까?》

《네! 여기서 지금···》

지배인은 말을 중단하고 안절부절 못한다는것이 알리였다.

《잔치날을 언제로 하면 좋겠는가 토론하던중입니다.》

《하하하.》 그이께서는 웃음을 터뜨리시였다. 송수화기를 든 손을 흔들면서 웃다가 물으시였다.

《그래 지배인실에서 남의 집 총각의 잔치날을 토론한단말이지. 하긴 지배인이야 한 기업소의 호주니까 그런 일도 있을수 있을것입니다. 오히려 사고심의위원회를 열어놓고 이마를 찌프리고 앉았다는것보다는 대단히 유쾌한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좀 복잡하게 번져져 골치를 앓고있는중입니다.》

《뭐가 또 그리 복잡합니까?》

《다른게 아니라 운전수총각은 아버지의 지향성발파가 완전히 성공한 다음에 잔치를 하자고 고집합니다. 그 리유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약혼을 축하하여주시였는데 그의 보답으로 발파에 성공해야지 그건 뒤전에 미루고 잔치부터 해서는 도리에 어긋난다고 하고있습니다.》

그이께서는 또다시 웃음을 터치시였다.

《그 청년이 참말 걸작입니다. 지배인동무, 동무의 립장은 어느 편입니까?》

《아버지의 주장대로 이미 정한 날인 10월 8일에 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결혼식을 하고나면 사기가 나서 기술혁신이 더 잘될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잠간 사이를 두었다가 지배인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접수된다면 좋습니다. 다시한번 나의 축하를 전해주시오. 부디 행복하기 바란다고 하시오.》

전화를 끊고나시자마자 때를 기다렸던듯 전화기에서 종이 울리였다. 수령님께서 하시는 전화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옷매무시를 바로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남조선리재민에 대한 구호대책을 생각해보았소?》

진폭이 크고 웅글은 수령님의 음성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화기를 두손으로 받쳐들고 대답을 올리시였다.

《방금 협의회를 끝낸 참입니다. 구호물자를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구체적인 품목과 수량은 정무원과 적십자회 중앙위원회에서 토의하기로 하였습니다.》

《보내는 방법은?》

《적십자회를 통해서 하기로 하였습니다. 토의과정에 여러가지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이전에 28차나 제기해서 안됐기때문에 이번에도 또 앞서와 같이 거절당할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적십자회 중앙위원회를 잘 도와서 어떤 일이 있어도 목적을 달성하도록 짜고들겠습니다.》

《이번에는 가능할것이라고 보는 타산은?》

수령님께서는 간단간단히 물으시였지만 역시 요점을 깊이 찍으시는것이였다.

《이전과 정세가 다르고 남조선당국자들도 종전대로 나간다면 인민들한테 버림을 받을수 있으리라는 점을 고려하였습니다.》

《좋소. 힘껏 내밀어보오. 문제의 요점은 어데 있는가? 남조선수재민들에게 구호물자가 필요한가 안한가, 그리고 그 리재민들이 우리의 성의를 받아들이려고 하는가, 안하는가에 있소. 만약 그들이 구호물자가 필요하고 그것을 받고싶어한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보내주어야 하고 또 보내줄수 있는 구멍이 뚫릴거요. 동포를 사랑하는 마음, 그것은 어떤 힘으로도 막지 못하오. 그러나 당국자들에 의해 이제 어떤 암초에 걸리겠는지 그건 미지수이지.》

《각오하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의 높은 음성은 방안을 찌렁 울리였다.

《그건 그렇고, 윤숙경동무가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 내 기억에는 그 동무 환갑이 오래지 않겠는데.》

《금년 11월이 환갑입니다. 현재는 건강도 괜찮습니다.》

《잘 돌봐야 하오. 고생을 많이 한 동무인데. 구호물자를 보낸다는 소식을 들으면 누구보다 그 동무가 기뻐할거요.》

《그렇습니다.》

전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이 많아지시였다. 《요점》, 《암초》, 그런 말마디들이 뇌리에 강한 흔적을 남기였다. 수령님께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구호물자가 리재민들에게 가닿도록 해야 한다고 하시였다. 어떻게 하면 수령님의 의도대로 이 사업을 관철할수 있을것인가. 《암초》가 있을수 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여러개일수 있다. 그 암초들을 어떻게 뛰여넘을것인가? 아직은 모든것이 미지수인것이다.

이렇게 구호물자와 관련한것이 그이의 가슴을 향해 해일처럼 밀려들더니 뒤이어 윤숙경에 대한 생각이 또 그만한 크기로 안겨드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자리에 서신채 계속 생각에 잠기시였다. 구호물자와 윤숙경의 건강, 이것은 전혀 판이한 문제이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그것이 가지고있는 내적련관과 문제의 상통성으로 하여 자리에 앉을수 없을 정도로 흥분을 느끼고계시였다. 두개의 판이한 표상과 개념은 조국이 분렬되여있다는 그것으로 인해서 야기되고있다. 수령님께서는 언제나 조국통일을 첫자리에 놓으시고 사업을 구상하고 그것을 위해 한평생을 바치고계시는것이다. 확대경을 비쳐대고 지도를 보시던 수령님의 영상이 눈앞에 선히 떠오르시였다. 고난에 찬 세월의 흔적이 력력한 반백인 머리카락, 정원을 거닐으실 때 비에 젖어 번들거리던 그 어깨 그리고 시름이 가득 실린 서울시민들에 대한 이야기, 그때 울리였던 그 여운이 아직 가슴을 툭툭 치받고있는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방안복판에 그대로 멎어선채 오래도록 움직이지 못하시였다.

그렇지, 윤숙경 그 한 녀성에게 비낀 인생의 곡절, 그것을 통해서 뚜렷하게 엿볼수 있는 이 나라, 이 민족의 수난의 흔적···

이렇게 복잡하고 처절한 생각을 한데 모으시자 그이께서는 몇해전 일을 회상하게 되시였다.

그날도 역시 오늘처럼 보슬비가 내리였다.

허담이 갑자기 나타나 카나다에서 온 교포이야기를 하였다. 위대한 수령님탄생 70돐에 즈음해서 3명의 교포가 찾아왔는데 그들은 북미주교포들이 보내는 정성품을 가지고왔다고 하였다. 정성품에는 수령님께서 만년장수하시기를 축원하는 축기가 있었는데 붉은 바탕에 수령님영상을 모시고 소나무와 학을 수놓은것이다. 그다음에는 명주바지저고리 한벌이였다. 어느것이나 다 한뜸한뜸 정성들여 손으로 바느질을 한것이다. 대표들가운데서 그중 나이많은 윤숙경이란 녀인은 어떤 일이 있어도 수령님을 뵈옵도록 해달라고 절절하게 소망한다는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쾌히 그 소원을 받아들이시였다. 허담의 안내로 주석부 내실에 들어서자 수령님께서는 팔을 벌리고 맞받아 나오시였다.

윤숙경은 발을 모으고 깊숙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리였다.

수령님께서는 두손을 잡아일구면서 온 얼굴에 만족한 웃음을 지으시였다. 윤숙경은 머리를 들지 못하였다. 손으로 입을 가리기도 하고 눈물을 닦기도 하였다. 안락의자에 앉게 되였을 때 수령님께서는 윤숙경의 팔을 당겨 자신의 옆에 앉도록 하시였다.

《동무들이 가져온 정성품을 다 보았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나의 생일 70돐을 축하해서 세계 여러 나라와 인사들이 수많은 기념품들을 보내왔는데 그중에서도 우리 동포들이 보내온 정성품은 눈물없이는 볼수 없었습니다. 이자리를 통해서 전체 해외에 있는 교포들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이께서는 목이 잠겨 끝내 말씀을 더 잇지 못하시였다. 그렇게 되자 여직 참고참았던 윤숙경이 어깨를 떨며 울기 시작하였다.

그이께서는 뜨거운것을 삼키시며 윤숙경을 위안하는 말씀을 하시였다. 정성품은 언제부터 준비하였는가, 축기에 초상을 수로 놓았는데 그건 얼마나 시일이 걸리였는가, 명주로 지은 바지저고리는 어데서 만들었는가.

그러나 윤숙경은 한마디의 대답도 올리지 못하고 흐느껴울기만 하였다.

《윤숙경동무! 그만하시오.》 보다못해 근시경을 낀 허담이 끼여들었다. 《동무가 그러면 수령님께서 가슴아파하시지 않겠소.》

윤숙경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울음을 삼키려고 하였다. 그럴수록 가슴에서는 울음이 더 북받쳐올랐다. 오래동안 고이고 쌓여 온몸을 채우고 넘친 고뇌와 슬픔과 고통이 순간에 눈물로 되여 녹아내리는것이다. 그는 안깐힘을 써서 진정해보려고 하였지만 허사였다.

《허담동무, 가만둬둡시다.》 수령님의 음성도 흠뻑 젖어있었다. 《저 동무가 내앞에서 울지 않고 어데서 울겠소. 실컷 울고나면 마음이 좀 후련해질수 있습니다.》

인자하고 후더운 입김이 온몸에 휘감기고있는데 그것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윤숙경은 그저 꺽꺽 숨을 들이그으며 울기만 하였다. 이윽해서 허담이 윤숙경의 팔을 들어일구었다.

《눈물을 닦고 어서 인사를 올리시오.》

허담은 옆자리에 앉아계시는 김정일동지를 향해 윤숙경을 돌려세웠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두팔을 덥석 붙잡으시였다.

김정일입니다. 수고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그이의 음성은 푹 젖어있었고 떨리였다. 그를 보는 순간부터 무슨 말로 그들을 위안하고 치하할것인가를 생각하였지만 종시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으시였다.

소리내여 울음을 터칠것 같던 윤숙경은 그이의 손을 꼭 잡은채 머리를 다소곳하고 한동안 잠자코 서있었다. 젖은 눈섭은 부드럽게 감겨돌아간 눈시울주름우에 차분히 덮여있었으며 발깃한 볼에는 진주알같은 눈물방울이 맺힌채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부축해서 안락의자에 앉히고 그의 옷섶을 바로잡아주시였다.

얼마후 그이께서는 윤숙경이 어떻게 남편을 잃게 되였고 외아들마저 잃어버린채 카나다로 건너가게 되였는가를 알게 되시였다.

회상에서 깨여난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얼마간 걷고나서 창가로 다가가시였다. 창가림을 열어제끼자 벌써 동녘에 려명이 깃들기 시작하였다. 아득히 먼 동쪽 산마루에 유자빛하늘이 서서히 열리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