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4

 

제 1 장

4

 

갑문과 저수지 그리고 수도의 밤거리를 일일이 돌아보며 큰물에 의한 피해가 없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주신 김정일동지께서 청사로 돌아오신것은 밤이 퍽 깊어서였다.

그이께서는 전화로 부관을 찾아 수령님께서 지금 계시는곳을 물으시였다.

《아직 집무실에 계십니다.》

《집무실에?!》

그이께서는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시였다. 12시가 넘었다.

《밤깊도록 무슨 일을 보고계시는것 같소?》

《방금전에 서울지구의 지도를 찾으셔서 가져다드렸습니다.》

《서울지도?》

《예, 그렇습니다.》

수화기를 놓으신 그이께서는 지체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나오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지금 잠자리에 드시지 못하고 남조선인민들이 당하는 수해에 대하여 걱정하고계심이 분명하시다. 한시바삐 구체적인 정황을 보고드리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이께서 타신 승용차는 뽀얀 물안개속을 뚫고 대통로에 들어섰다. 차안에는 조명등을 켜지 않았지만 가로등빛이 흘러들어 사색에 잠긴 그이의 근엄한 모습을 력력히 드러내고있었다. 온몸 어디서나 락천적인 기운이 풍기던 그이이신데 이때만은 어쩐지 심상치 않은 심각한 표정이시였다.

승용차는 주석부의 서쪽현관에서 멎었다.

차에서 내린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의 집무실을 향해 급히 걸어들어가시였다.

수령님께서는 넓다란 앞상우에 펼쳐져있는 지도를 굽어살펴보고 계시였다. 한쪽손에 드신 확대경은 지도에 표시된 한강변의 여기저기로 옮겨지고있는데 그 움직임을 따라 상체를 앞으로 혹은 좌우로 기울이군 하시였다. 한결 숱이 성글어진 수령님의 머리우에 형광등불빛이 은은하게 내리비치고있었다. 여느때없이 시각을 강하게 자극한것은 반백이 된 머리카락이였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수령님의 모습에는 별로 달라진것이 없었는데 어째 그런지 이밤에는 희슥희숙한 머리카락에 신경이 쏠리시였다.

이윽해서 수령님께서 허리를 펴시였을 때 김정일동지께서는 정중한 자세를 하고 서서 인사말씀을 올리시였다.

《왔구만, 저녁녘에 전화를 걸었더니 갑문에 나갔다고 하더군.》

《네, 방금전에 돌아왔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결 밝아진 기색으로 말씀드렸다.

《갑문현장에 나가보니 우리가 힘을 들여 건설한 갑문들이 은을 내고있었습니다. 갑문에서 물을 잡지 못했더면 평양시가 온통 물에 잠겨버렸을것입니다. 서해갑문공사장에서도 보고가 들어왔는데 별일없다고 합니다. 근방저수지에도 나가보았는데 안전합니다.》

《수고했소.》

우렁우렁한 수령님의 음성이 방안공기를 가볍게 흔들었다.

《사실 우리가 오래전부터 치산치수사업을 근기있게 내민것은 아주 잘한 일같소. 그 덕에 이번같은 큰비가 와도 평양은 물에 잠길 걱정없게 됐으니 얼마나 좋소.》

잠간 사이를 두시였다가 수령님께서 다시 말씀을 이으시였다.

《옛날의 성인군자들도 참답게 후대를 생각해주려거든 나무를 심고 물을 길들이라 일렀는데 망국의 설음안고 죽지 못해 살아가던 해방전에야 그 누가 나무를 심고 물을 길들일 경황인들 있었겠소? 지금도 눈에 선하지만 그전날 보통강사람들은 해마다 장마철이면 물란리를 겪고는 그 보잘것없는 움막집마저 잃고 한지에 나앉기 일쑤였소.

인명피해인들 얼마나 봤다구··· 그래서 나는 해방된 이듬해에 곧 보통강개수공사부터 벌려놓았던거요.》

깊은 감회에 잠겨 그 옛날을 추억하시는 수령님의 말씀을 들으시며 김정일동지께서는 이 땅우에 펼쳐진 치산치수사업의 력사를 더듬어보시였다. 사실상 수령님께서 해방된 조국에 개선하시여 보통강개수공사의 첫삽을 뜨신것은 이 땅우에서 자연재해를 영원히 가셔버리기 위한 수령님의 단호한 결심의 발현이였으며 대자연개조를 위한 장엄한 대진군의 선언이기도 하였다. 그때로부터 벌거벗은 조국의 산과 골짜기에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심어지고 가꾸어졌으며 제멋대로 흘러넘치던 강과 하천들이 얼마나 많이 정리되였던가.

《그런데 무슨 비가 이렇게 오래도록 많이 오는지··· 마음이 놓이지를 않소. 남조선에서 수해가 심하다지?》

걱정스럽게 뇌이시는 수령님의 말씀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미 짐작했던대로 남조선지역의 수재를 심려하여 잠들지 못하신다는것을 다시금 확인할수 있으시였다. 기왕 이렇게 된바에는 실태를 낱낱이 보고드려야겠다고 결심하시였다.

《그렇습니다. 오늘 료해한데 의하면 북반부지역에는 별일 없으나 남반부에는 큰물이 나서 그 피해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확대되고있다고 합니다.》

《나도 그 이야기는 아까 들었댔소. 내가 전국적강수량을 지역별로 알아보니 북쪽이나 남쪽이나 지금까지 내린 량은 어슷비슷하오. 오히려 우리 북쪽의 해주나 옹진쪽은 서울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렸소. 그런데 서울은 물란리가 나서 벌써 숱한 리재민이 생겼다는거요. 범람한 한강물이 서울시내로 넘쳐난 모양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강, 락동강, 금강, 성진강 지구들의 강우상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드리시였다.

《결국 하늘이 주는 조건은 북이나 남이나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강우량도 그렇고 바람방향이나 속도도 모두 어슷비슷합니다.

역시 자연계에서는 분계선을 완전히 무시해버리고있습니다.》

《자연계에서는 분계선을 완전히 무시해버린다?》

수령님께서는 그 말마디를 되받아외우시였다.

《옳은말이요. 분계선이라는건 우리의 한강토우에 순전히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장벽이지.》

수령님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어조를 바꾸시였다.

《현재까지 가장 피해가 심한곳이 성동구와 마포구 일대라지?》

《그렇습니다. 그외 락동강류역에도 큰물이 났다고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지도를 향해 다가서시였다.

《특히 이 한강일대는 워낙 하천정리가 잘되지 않은데다 주민지대를 끼고있기때문에 이전부터 피해가 막심했습니다. 그리고 락동강하구도 강바닥이 살아올라와 약간의 물에도 늘 범람하군 했답니다.》

《역시 치산치수사업을 잘하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큰물피해를 절대로 막을수 없소. 결국 고통당하고 재난을 입는건 인민들이지. 로동자, 농민, 가난한 사람들이란말이요.》

수령님께서는 침울한 기분에 잠겨 창밖을 내다보시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현관앞으로 나서시였다. 남녘땅에 들이닥친 재난을 두고 가슴아픈 마음을 달랠길 없어 그러신다는것을 김정일동지께서는 충분히 짐작하고계시였다.

밖에는 여전히 보슬비가 내리고있었다. 이밤도 한지에 나앉아 기약할수 없는 운명을 두고 불안과 절망에 잠겨 몸부림치고있을 수많은 리재민들의 처참한 모습이 금시 눈앞에 펼쳐지는듯··· 구원을 바라는 그들의 울부짖음소리가 어둠에 잠긴 저 하늘끝에서 메아리쳐 울려오는것만 같으시였다.

보슬비는 아까보다 더 가늘어져서 비내리는 소리조차 더는 들리지 않는다. 다만 멀리서 비쳐드는 정원등불빛을 통해서만 안개비가 내리고있다는것을 겨우 가려보실수 있었다. 그래도 정원을 거니시는 수령님의 어깨는 차츰 비에 젖어 불빛에 번들거리고 희슥희슥한 머리칼에도 물기가 어려 번쩍이였다.

수령님께서는 수삼나무가 우거진 정원 한끝에서 걸음을 돌려 이번에는 들국화향기가 진하게 풍기는 꽃밭기슭을 지나시였다. 그때 뒤에서 자박자박 발자국소리가 나더니 우산을 받쳐든 젊은 부관이 나타났다. 부관은 김정일동지옆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문건 하나를 내밀었다.

《뭐요?》

김정일동지께서 물으시였다.

《중앙통신자료입니다.》

문서를 받아들자 부관은 재빨리 전지불을 켜대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서를 읽으신 다음 수령님께 말씀올리시였다.

《남조선에서 큰물피해가 점점 더 확대된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139명이 죽고 리재민수가 급격히 늘어나 수십만에 달할것으로 예견된답니다.》

걸음을 멈추고 서시였던 수령님께서는 《아! 끝내 그렇게 됐단 말이지.》 하고 한숨을 내쉬시였다. 가슴이 뜨끔해진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걸음 다가서기까지 하시였다.

한동안 침묵하시였다. 꽃밭이 나지고 그다음에는 아카시아숲에 들어서게 되시였다.

《우산을 치우오.》

수령님께서 부관을 향해 손짓을 하시였다. 약간 갈린듯하면서도 웅글게 울리는 음성을 통하여 지금 수령님께서 어느 정도의 괴로움을 당하고계시는가를 잘 아실수 있었다. 차라리 억수로 쏟아지는 비발을 그대로 한몸에 받아안고싶은 심정이시라는것이 알리였다.

《서울이 온통 물에 잠겨 리재민이 수십만에 달한단말이지?》

김정일동지께서 바투 다가가며 그렇다고 말씀올리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시커먼 남쪽하늘을 잠시 바라보시다가 시름겹게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서울시민들이 물란리를 겪고있다니 가슴이 아프오. 나는 서울을 생각할 때면 그곳 인민들이 전쟁때 우리를 도와 영웅적으로 싸운것을 회상하게 되오. ···전쟁때니까 벌써 30년이 넘었소. 서울이 해방됐다기에 급히 나가보았댔소. 바쁜 때가 되여 오래는 있지 못하고 며칠동안 잠간 다녀왔는데 그때 본 서울사람들에 대한 인상이 지금도 생생하오. 나는 그때 서울시민들이 어떻게 살고있는가 알아보기 위해 김책동무와 함께 몇군데 돌아본적이 있었소. 강변에서 사는 어느 한 집에 들리니 60이 가까운 늙은이가 풍로에 밥을 짓고있질 않겠소. 풍로두리에는 맨 빤쯔바람인 사내애들과 열살되나마나한 단발머리계집애 하나가 밥이 잦기를 기다리고있었소. 젊은이들은 어데 갔는가 물으니 인민군대를 돕자고 한강다리를 복구하러 나갔다고 했소. 밥짓는 안늙은이에게 량해를 구하고 방문도 열어보고 부엌문도 열어보고나서 살림해나가는데서 곤난한게 뭣인가고 물었더니 그 녀인은 서울살림에서 제일 큰 걱정거리는 입에 넣는것보다 아궁에 넣는게라면서 그 까닭을 설명하였소. 지금은 여름이니 그럭저럭 지낼수 있는데 이제 둬서너달 지나서 추위가 닥치기 시작하면 방안의 물사발이 얼고 아이들 손발이 어는 소동이 벌어진다면서 땔것때문에 고생한다고 하질 않겠소. 몇집 더 들려 알아보았는데 사정은 거의 다 같았소. 그래 나는 서울시민들의 겨울나이를 얼마간이라도 도와줄 방법이 없겠는가 생각해보았소.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가 화목을 해결해주자고 마음먹고 맡길만한 사람을 찾아보았소. 그때 마침 림업성 송부상이 공병부대의 사업을 보장하기 위해 서울에 나와있었소. 키가 큰 부상을 불러앉히고 동무한테 한개 련대를 줄테니까 이제 곧 한강상류로 올라가라, 가서 올겨울에 서울시민들의 땔나무를 해라, 그다음 기차나 자동차에 실어와도 좋고 떼를 무어 물에 띄워 끌어와도 좋으니 그걸 가져다 서울시민들에게 나눠줘라, 그렇게 할만한가 하니 송부상은 꼭 지시를 집행하겠노라고 하였소.》

주의깊게 말씀을 듣고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 수령님의 옷이 점점 더 젖어드는것을 보면서 약간 난처한 빛을 지으시였다. 그것을 예민하게 감촉하신 수령님께서는 걸음을 멈추고 일없다시며 태연하게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그후엔 어떻게 되였는가.》 수령님께서는 손을 들어 허공을 쭉 가르는 시늉을 하면서 뒤를 이으시였다. 《우리가 서울을 내놓고 후퇴할 때 서울시민들은 참으로 용감하게 싸웠다고 하오. 남녀로소 할것없이 전체 시민들이 떨쳐나서 바리케트를 쌓고 미국놈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방어를 했단말이요. 총에 맞아 쓰러지면서도 굶으면서도 영웅적으로 싸웠다는거요. 서울시민들과 함께 우리 인민군대는 인천에 상륙한 미군을 10여일간이나 지체시켰소. 그렇기때문에 남에 나갔던 우리의 주력부대들이 모두 무사히 후퇴해올수 있었던거요. 그 서울시민들이 지금 물란리를 당해 고통받게 되였다니 마음이 걸리오. 우리와 같이 한 피줄을 이어받은 동포들이 수난당하는게 가슴아프구만.》

수령님께서는 수건으로 눈굽을 닦으시였다.

《내가 고산진에 들어가있는데 하루는 문득 림업성 송부상이 나타났소. 그가 하는 말이 과업을 받고 산으로 들어가자 한달도 못되여 후퇴를 하게 되였는데 어떻게 할것인가 생각하다가 통나무를 찍어서 북한강물에 전부 처넣었다는거요. 자꾸 떠내려가노라면 서울에 가닿을수밖에 없다는거지. 처음에는 떼를 무어 물에 흘리다가 나중에는 그냥 강물에 띄워 내려보냈는데 대강 계산해 보니까 한 10만세대분은 실히 되겠길래 그쯤하고 철수했다고 보고하였소. 그래 내가 그 부상을 앉혀놓고 칭찬해주었소. 동무는 명령을 잘 집행했소, 동무가 그렇게 했기때문에 먼 후날에 가서라도 내가 서울시민들을 만날 체면이 서게 되였소. 겨울고생을 하게 될 그들에게 다문 얼마만이라도 온돌을 덥힐수 있는 나무를 주었다니 가슴이 후련하다고 말이요. 그 부상이 내앞에서 물러간 뒤에 보니 그가 앉았던 의자바닥에 피가 묻어있었소. 아마 허벅다리에 부상을 당했던것 같소.》

아득히 멀어진 옛일을 더듬어보시는 수령님께서는 고개를 들고 검푸른 하늘을 쳐다보시였다. 어둡고 구슬픈 기운을 한껏 머금은 남쪽하늘을 외등불 하나가 희미하게 비치고있었다.

수령님께서는 잠시 말씀이 없으시였다. 그러시다가 김정일동지를 향하여 손을 들었다놓으며 계속하시였다.

《지금 큰물때문에 고통을 당하고있는 그들곁에 불행을 막아줄 사람이 없지 않소?》

가슴저려하시는 위대한 수령님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려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께서 간직해오신 속생각을 지체없이 말씀올리시였다.

《저희들이 남조선수재민들을 구제하기 위한 대책을 세울 생각입니다.》

《우리가 위안방문은 못할지라도 구제물자만이라도 보내줄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 나는 쌍수를 들어 찬성하겠소. 남쪽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우리가 몇번이나 도와주자고 했댔소? 그렇지만 인민들이 당하는 고통을 가슴아파할줄 모르는 당국자들때문에 번번이 실패하고말았지.》

《이번에는 어떻게 하나 꼭 성사되도록 해보겠습니다.》

《그렇게만 돼도 맘이 좀 놓이겠소.》

수령님께서는 한결 밝아진듯한 안색이시였다.

《밤도 퍽 깊었는데 너무 걱정마시고 들어가십시오. 반드시 실현성있는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남조선수재민들이 절대로 굶거나 헐벗지 않도록 백방으로 노력하겠습니다.》

확신에 찬 김정일동지의 시선과 그이를 정겹게 바라보시던 수령님의 눈길이 마주쳤다. 수령님께서는 잠간 동안을 두었다가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수재민을 돕는데야 무슨 특별한것이 필요하겠소. 먹는게 제일 중하니 우선 량식이고 다음은 몸을 가리우는데 소용될 옷감, 그 다음에는 집을 짓거나 수리하는데 쓰일 건재가 소용될거요.》

《알았습니다. 실무적대책까지 포함해서 구체적인 안을 짜보겠습니다.》

《고맙소. 너무 무리하지 말라구.》

현관에 들어서게 되였을 때 김정일동지께서는 정중히 인사를 올리고 물러나시였다. 가슴이 뿌듯하고 온몸이 화끈화끈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에 앉아 거리로 나오시였다.

거리는 텅 비여있었다. 간간이 자동차가 지나가기도 하고 인도로 오가는 사람이 간혹 있기는 하였지만 밤거리는 그대로 정적에 묻혀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언뜻 차창밖을 내다보시였다. 금시 폭우가 쏟아져내릴것 같았다.

담배연기가 창유리를 스치면서 차창유리틈으로 빠져 습한 대기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김정일동지의 눈앞에는 보슬비에 화락하니 젖었던 수령님의 량쪽어깨가 삼삼히 보이시였다.

한평생 어느 하루도 시름없이 지낸적이라고는 거의 없으신 수령님! 일흔을 넘기신 지금껏 그러한 나날을 계속해오시고계시는 수령님!

검은 머리가 희여질 때까지라면 장장 한생을 상징해서 하는 말인데 수령님께 있어서는 사실 반세기가 넘도록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천만가지 시름을 안고계시는것이다. 비가 와도 그렇고 눈이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그렇고 그것이 수령님께 실려오는 근심걱정은 한두가지도 한두해도 아니였다. 어느땐가는 바람이 불자 만경대혁명학원에 전화를 거시여 학생들의 방안온도가 얼마인가를 알아보시였다. 비가 좀 많이 와도 전국의 논물고와 교량상태를 알아보고야 마음을 놓으시는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수령님께서는 물기를 한껏 머금은 그 옷을 그냥 입으신채 창문가에 다가서시여 남녘의 하늘을 바라보시며 날을 새우실는지도 모른다.

아! 어떻게 하면 그 많고많은 근심걱정을 덜어드릴수 있을것인가? 혈전만리를 헤쳐오시며 조국을 광복한 그 로고만도 헤아릴길 없는데 분단된 이 나라 운명때문에 또 얼마나 긴긴 세월을 마음편한 날 없이 지내오시는것인가?

칠순을 넘기시도록 어느 하루 시름없는 나날을 번져보는적 없는 이런 정경을 먼저 떠나가신 수령님의 벗들이, 전우들이 보게 된다면 과연 어떠한 심경에 잠길것인가?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함께 나누어잡숫고 날아드는 적탄을 한몸으로 막아 사령관동지를 구원하고 보위했던 그 귀중한 분들이 오늘을 보게 된다면 과연 무엇이라고 할것인가?

《조국이 분단된것으로 해서 수령님의 머리에는 때이르게 저토록 많은 흰서리가 내린것이다!》

그이께서는 혼자속으로 뇌이시였다. 그이의 눈굽이 척척히 젖어드시였다. 그이께서는 땀이 질적한 주먹을 꽉 그러쥐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