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 장

 

종     장

 

축전의 마지막날이 저물었다.

저녁어스름을 태우며 활활 타오르는 봉화의 불빛아래 사람들의 상상을 또 한번 뒤집는 신비경이 펼쳐졌다. 페막공연의 막이 열렸던것이였다.

사람들은 환상의 세계에 빠진듯싶었고 경기장에는 이상한 공기파가 흘렀다.

끊임없는 감탄과 환성의 목갈린 울부짖음, 다양한 색조의 선률과 화음속에 천변만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화폭들··· 쉬임없이 터져오르는 전광축포의 꽃불과 레이자조명은 수십만 관중의 각이한 얼굴빛을 드러냈다.

멍하니 굳어진 사람, 입을 벌리고있는 사람, 눈물을 삼키며 웃는 사람, 깊은 생각에 잠긴 사람, 사진기와 촬영기를 들고 련속 샤타를 누르고 돌리개단추를 그냥 누르고있는 사람···

주석단에 앉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묵묵히 살피시며 하루에도 수백건씩 받아보셨던 반영자료들을 상기하시였다.

하나같이 감동과 경탄에 찬 목소리들이였다.

《···미국대통령 부쉬는 사회주의가 다 망했다고 떠들지만 조선식사회주의는 승승장구하고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짐바브웨대통령 로버트지 무가베)

《···사회주의를 건설하려면 조선처럼 해야 한다. 조선식사회주의가 제일이다···

나는 이번길에 <바떼리>에 새롭게 충전을 해가지고 돌아가게 된다》(전 탄자니아대통령인 남남협조리사회 위원장 쥴리어스 케이니에레레)

《···평양의 봉화에는 씨에라마에스트라산의 정신도 깃들어있다.

평양의 봉화는 영원히 꺼지지 않을것이다.

아바나는 평양의 봉화로 까리브를 비칠것이다.》(꾸바청년학생대표단 부단장 씨엔코스 안드로)

김정일동지께서는 봉화에로 시선을 옮기시였다.

(저 봉화는 오늘과 미래앞에 수령님의 기원과 희망을 밝히고있다!)

사랑으로 밝히고 사랑으로 불태우는 봉화!

저 불빛은 먼 우주의 행성들도 볼것이다. 불빛은 흐르고흘러 몇십몇백만광년의 은하계에까지 가닿을것이다. 십년··· 이십년··· 불의 씨앗은 계속 흘러갈것이다. 무한의 시공간속에 바로 여기 모인 청년들 개개가 하나의 불씨로, 그 불빛의 립자로 떠나갈것이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만세!》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 만세!》

《반제, 자주, 친선, 평화 만세!》

객석이 다 일어섰다. 설레이는 수림의 바다··· 축전페막신호와 함께 수만발의 축포가 하늘을 태웠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일어서시였다. 열광한 수림의 바다를 향해 손을 저어주시던 그이께서는 개막행사때의 그 자리에서 두손을 휘젓고있는 주성익과 그곁에 선 로인에게 따뜻한 시선을 멈추시였다.

니꼴라이 봐제브는 군복차림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머금으시였다. 기쁘시였다. 이번 기간 그이께서는 수령님과 함께 니꼴라이 봐제브를 접견하시였다. 수많은 나라 청년책임일군들의 접견희망을 후날로 기약하시고 이 늙은 퇴역장령을 만나신것은 무엇때문이였던가. 봐제브는 그때 지금의 저 군복차림을 하고 나타났었다. 1945년 대도전승열병식장에서 입었던 군복이라고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객석에 앉았던 5대륙청년들이 사태처럼 바닥에 내달려가는것을 보시며 또 한번 밝은 미소를 머금으시였다. 친선의 대무도가 펼쳐진것이다.

예술인들과 엇섞인 외국인청년들속에는 폴리오며 아이레스며 런니도 있었다.

녀성가수의 밝고 랑만에 찬 노래소리가 경기장안을 은은히 굽이쳐 울린다.

 

아름다운 평양에서 사귄 벗들이

따뜻이 손을 저어 바래워주네

 

아이레스는 끝내 향옥이를 발견하였다. 아니 그가 발견한것이 아니라 향옥이가 그를 발견하고 달려온것이다. 향옥이 뒤돌아보며 손짓하자 송재경이 사람들 틈을 비집고 뛰듯이 걸어왔다.

《아이레스, 고맙다.》

송재경은 아이레스의 량어깨를 꽉 틀어잡고 한바퀴 휘둘렀다. 그리고는 아이레스를 번쩍 안아들다싶이하여 향옥이앞에 세웠다. 향옥은 대동강가의 무대뒤에서처럼 울상을 지어보였다가 다시 활짝 밝은 얼굴로 되여 아이레스의 손을 잡았다.

《기뻐요.》

《기쁩니다.》

《오―케이!》

송재경이가 손을 흔들었다. 춤을 추라는 신호다.

(사랑의 천사들!)

아이레스는 두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자기자신도 행복감에 넘쳐있음을 의식했다. 자기 일생에서 이들에 대한 추억이 가장 신성하고 아름다운것으로 남으리라는것과 이밤이 향옥이와의 마지막작별로 끝나리라는것으로 애달팠다. 그리고 이들도 자기를 잊지 못하리라는 달콤한 만족감도 있었다. 향옥은 아이레스의 손을 가볍게 쥔채 춤의 물결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천연색불빛의 조화속에서 하얀 선녀복차림의 향옥은 아이레스에게 현실적존재라기보다 미와 선이 결합된 령혼의 실체처럼 느껴졌다. 가벼운 손놀림에서도 동작의 변화를 재빨리 알아채고 선회를 하고 이끄는 세련된 무용수의 기교때문이기도 하였다.

《안녕!》

《안녕!》

조선말인사를 배운 외국청년들이 향옥에게 말을 걸 때면 아이레스는 자기가 마치 이 땅의 사람같은 착각속에 잠기기도 하였다.

《다시 오지요?》

《오겠습니다.》

《뭘하지요?》

《돈이 아니라 인간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겠습니다.》

두사람은 무언의 눈길속에서 묻고 대답했다.

5년후 빠리에서 열린 국제평화회의석상에서 국회대표단의 한 성원으로 온 아이레스는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하게 된다.

《···평화는 모든 사회와 국가가 인간위주, 인간중심의 사상에 지배될 때만이 종국적인 해결이 올것이다. 돈과 자기만을 알 때 인간은 타락하는것이고 인간 대 인간이 아니라 짐승 대 짐승으로 되는 비극이 생겨날것이며 그러한 인간들로 차고넘치는 사회와 국가는 약육강식의 생존경쟁법칙속에서 사멸하게 된다. 허나 이것이 유일하고 절대적인것은 아니다.

나는 인간만세의 세상, 래일의 지성과 량심의 표본이 있음을 보았다.···》

류진영의 손을 잡은 폴리오는 활활 타오르는 봉화의 불길을 보며 조국에 돌아가 할 자기의 원대한 계획을 말했다. 하나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동무들을 모으고 《지원》의 뜻으로 오늘에로 달려오겠다고 가슴을 두드리며 웨쳤다.

런니는 자기의 적수였던 상설위원회 조선대표와 춤을 추었다. 구슬픈 미소를 띠운 그는 그전날의 불쾌한 점을 잊어달라고, 자기에게는 오늘이 다시 없는 행복으로 남으리라고 속삭였다. 아이레스로부터 《내가 바란 녀자가 아니》였다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결별의 선언을 들은 그였다.

그는 자기의 래일에 어떤 비극이 있을것인가를 알았다. 임무를 수행못했고 로찌의 암해계획까지 못하게 한것으로 켐프의 관심밖에 밀려난 런니는 이때로부터 1년후 평양축전에 대한 켐프네의 음모를 고발하는 책을 쓰다가 편지폭탄에 살해되고만다.

 

잊지 못할 축전의 날에 굳게 맺은 정

세월은 흘러가도 깊어만 지니

자주의 새 세상 세우는 길에

친근한 벗들아 우리 다시 만나자

 

집무실로 가신 김정일동지께서 그사이 제기된 사업을 료해하시고 금수산의사당(당시)을 향해 떠나실 때도 확성기에서 울려퍼지는 노래소리는 멈춰지지 않았다.

그이께서 예견하신바대로 수령님께서는 주무실념을 하지 않으시고 야외등의 불빛이 환한 정원에 나와계셨다. 여러 항일혁명투사들과 몇몇 일군들의 모습도 보였다. 수령님께서는 행사장에 가셨을 때의 옷차림그대로이셨다. 활달하게 손짓하시며 기쁨에 넘쳐 뭔가 말씀하시는 수령님을 모시게 된 그이의 가슴속에는 다감한 정희가 차넘쳐흘렀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시는 그이를 보신 수령님께서 문득 말씀을 끊으시였다. 오래동안 헤여졌다가 다시 뵈이시는듯 한 안색이시였다.

《수령님! 이젠··· 새날입니다.》

《그렇습니다, 새날이지.》

수령님께서는 환한 미소를 머금으시며 그이의 손을 꼭 잡으시였다.

《나는 오늘 한생의 기쁨을 다 합쳐 느끼는 기분속에 있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김정일동지의 손을 잡으신채 군복자락을 쓸어만지는 주성익에게 시선을 옮기시였다.

《성익이, 이자 나한테 한 말을 다시 하라구. 여기서 축전대표로 뽑힌 사람은 성익이 하나지.》

주성익은 축전방청대표 겸 반파쑈투사로 축전행사 전과정에 청년들과 휩쓸려있었다.

주성익은 약간 뒤주춤하는 기색으로 벙글서 웃더니 김정일동지앞에 차렷자세를 취하며 입을 열었다.

《특별한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제가 만난 모든 명예손님들과 반파쑈투사들, 청년일군들은 조선이 있는 한 세계혁명과 사회주의는 반드시 최후승리를 이룩할것이라고 하며 우리의 지지세력으로, 동반자, 지원자로 되겠다고 했습니다. 전 이번 축전을 통해 우리의 위용, 우리 청년들의 위용을 다시 느꼈습니다. 적들도 이것을 다시 알게 되였으니만치 호락호락 덤벼들지 못할것입니다.》

《봐제브의 말을 왜 안하오.》

수령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그를 대신하여 말씀하시였다.

《봐제브는 오늘의 행사까지 보고나니 이젠 죽어도 편히, 즐겁게 눈을 감을것 같다고 했다는것이요.

나는 그 말이 단순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오. 김정일동지때문이지.》

수령님께서는 믿음가득한 시선으로 김정일동지를 그윽히 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눈길을 내리시였다.

그러자 떨리는 손으로 자신께 하나의 봉서를 내밀던 봐제브로인의 엄숙한 얼굴모습이 떠오르셨다. 이 땅의 공기가 좋아서인지 의사들의 치료가 은을 내서인지 건강도 갑절 좋아졌다고 하며 하던 말.

《경애하는 김정일동지, 저는 이 자료를 위대한 김일성장군님께 올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김일성장군님의 뜻과 나의 새로운 깨달음에 따라 김정일동지께 드리려고 합니다.》

봉서에는 서방렬강들의 주요군사기지, 함대와 핵발사대들의 사진과 그에 따른 자료들이 들어있었다. 70년대의것으로 여러 나라 군사과학잡지들에 실려 이미 공개된 《비밀》로 되는것들이였다. 퇴역상장도 그것을 모르지는 않을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두툼한 봉서의 사진과 자료들을 무겁게 받아드셨다. 거기에는 한 나라 반파쑈투사, 로병의 심정만이 아닌 수많은 인류의 부탁이 담겨있는듯싶으셨기때문이였다.

《사실말이지》

수령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봐제브의 말은 나의 생각이기도 한것이요.

나는 오늘 만경대를 떠나올 때부터 오늘까지를 그려보고 또 래일에 대해서도 생각했소. 아직도 길은 멀고 험하다는 생각도 했고··· 하지만 나는 휘황차고 밝은 승리와 영광의 미래를 환히 보았소. 사람들한테는 춥고 어두울 때 불이 없다면 모든것이 끝장이요. 그러나 우리에게는 불이 아니, 향도의 태양, 위대한태양이 있소.

동무들, 그렇지 않습니까.》

모두의 시선이 김정일동지께 멎었다.

《수령님!》

나직이 뇌이신 김정일동지께서 뭔가 다른 말씀을 드리고싶으셨으나 자신의 심정과 생각을 다 담을 대답을 드릴수 없으시였다.

(위대한 수령님, 저는 수령님께서 가리키신 길을 따라 수령님께서 지피신 홰불을 높이 추켜들고 나갈따름입니다.)

5월1일경기장은 여전히 밝은 채광으로 휘황하고 주체사상탑의 홰불은 붉게 타고있다.

거인의 심장을 형상한 홰불! 저 불은 영원불멸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