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장 1

 

제 9 장

1

 

먼 옛날 대양을 길들이던 용감한 선원들마냥 콜롬부스시대의 돛배로 대서양과 인디아양, 태평양을 횡단한 뽈스까청년대표단의 무훈과 자그마한 경기용요트로 동해를 건너온 재일 조선인청년의 장거가 평양축전의 서막을 장식하는 랑만적인 에피소드로 알려질 때 모스크바를 떠나 씨비리의 끝없는 광야를 누벼가는 평양행렬차의 한 침상우에서는 꺼져가는 생의 불꽃을 지켜보듯 지나온 한생을 돌이켜보며 시간맞춰 알약을 먹군 하는 로인이 있었다.

쏘련군 퇴역상장 니꼴라이 봐제브, 그는 아들 쎄르게이가 간 길을 따라 평양으로 오는것이다. 동료들과 의사들은 그의 평양행을 막으려 했다. 뇌출혈경과자인 그의 심장이 어느 순간에 멎을지 모르기때문이였다. 하지만 그는 떠난것이다.

무엇때문에?··· 젊은이들의 명절속에서 자기의 아름답던 옛시절을 추억하려는가, 아니면 주성익이를 만나 《사죄》와 《보은》의 인사를 하려는것일가.

할힌골싸움터가 가까운 곳을 지날 때 그의 로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6월 29일 오후, 쏘련관광단성원들속에 바로 이 70객의 쏘련군 퇴역상장이 온다는것을 알게 된 진영은 주성익이와 함께 그를 마중하러 역에 나갔다. 역에는 이미 쎄르게이도 나와있었다. 쎄르게이는 아버지의 래방이 뜻밖의 일이라고 하면서 몹시 쑥스러워하는 기색이였다. 주성익이와 말할 때면 더욱 그러했다. 지난 기간 주성익이한테 범한 아버지의 과실때문일가. 주성익은 열병식행사에라도 나설만치 구두로부터 군복에 이르기까지 말끔히 손질되였고 칼날이 선 바지에는 주름 한점 없었다. 구내로 들어선 렬차가 서서히 멎고 관광단성원들이 탄 차량에서 크지 않은 려행용가방을 든 로인이, 그 가방의 무게마저 힘에 부친듯 한쪽어깨를 살구고 조심조심 승강기단을 내릴 때 진영은 쎄르게이가 무엇때문에 그토록 쑥스러운 기색이였는가를 알았다. 남들앞에서 자기 아버지의 로쇠와 허약을 보일 때 누군들 가슴아프지 않으랴···

진영은 밤 열두시 넘어 봉화산려관에 돌아왔다. 두 로병의 상봉연에 《옵써버》격으로 참가했던것이다. 니꼴라이 봐제브는 자기에게 차례진 초대소호실에 들어설 때부터 뇌출혈후유증의 작용때문인지 말을 더욱 심하게 더듬거렸고 식사때에는 손에 들었던 포크마저 여러번 떨구었다. 그런 상태에서도 로인은 주성익과 진영이를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하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속에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을 꼭 만나게끔 해달라는 청이였다.

그에 대해 진영은 몰론 주성익이도 이렇다할 대답을 못 주자 로인은 면구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하긴 나도 무리한 청을 한다는것을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김일성장군님께 한가지만은 꼭 보고드려주시오. 내가 그분께 꼭 드릴것이 있다고, 오직 그분께만···》

그 말뒤끝에 로인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뭔가 반복적으로 뇌였는데 자기는 래세의 안식을 위해 조선에 왔다는것이였다.

봉화산려관에 돌아오니 창혁이의 방에 김관을 비롯한 여러 사로청책임일군들이 모여있었다. 창혁은 진영에게 오늘 저녁 경애하는 장군님을 모시고 축전개페막최종시연회가 있었음을 말해주었다. 책임일군들중에서 자기만이 빠졌다는것을 안 그는 《영접분과》사업책임때문에 불가피했다는것을 알았으나 서운했다.

《통과되였습니까?》

《통과정도가 아니라 만점으로 평가되였소. 축전의 성공은 오늘의 공연성과만으로 봐도 이미 결정된것이나 다름없다고 하시며 출연자들과 우리들을 가리켜 승리자들이라고 하셨소.》

《됐군요.》

《된것이 아니요.》

창혁의 눈섭은 미간에 모아붙어있었다. 진영이 어리둥절한 눈길로 보자 창혁은 마뜩지 않은 기색으로 말했다.

《오늘 보니 나쁜짓을 한 공간이 많았소. 막는다는 담보는 없고 지금 그걸 토론하는중이요.》

사로청일군들은 개페막공연련습을 여러번 보았다. 창혁이도 그러했다. 그런데 오늘 저녁 김정일동지를 몸가까이 모시고 객석과 무대를 살피는 순간 번개치듯 뇌리를 때리는것이 있었다. 공포의 싹이라고 할 그 느낌은 무서운 환영을 눈앞에 떠올렸다. 불빛과 암전의 교차속에서 온 장내가 캄캄한 어둠에 묻힐 때 바로 그 어느 구석에선가 로찌 비슷한자가 일떠서는 환영이였다.

《문제는 이렇소. 방금전에도 말했지만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을 모시게 될 행사장에서 단 한건의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생겨난다면 축전은 애당초 하지 않기보다 못한것이고 우리의 존재자체도 무의미한것이요.》

창혁의 말에 진영은 가슴이 써늘해들었다.

《지금까지 어떤 방법이 토론되였소?》

그는 려과담배형폭탄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생각던 보위, 안전사업에 대한 방법을 추슬러보았다.

《신통한 안은 없소. 우리 청년들이 각성을 높이는것이고 불순한자들의 움직임이 있을 때는 완력행위도 서슴지 말자는것이요. 그런데 이른바 그 불순한자들은 서방계대표단속에 숨어배겨있을테니 우리 청년들인들 어떻게 하겠소.》

《여기서만은 지난 축전들의 경험과 방법을 살려야 할것 같소. 모스크바축전때는 쏘련군 두개 사단을 풀었다고 하는데 우리야 모든 청년들이 군대맞잡이니 그렇게까진 할것 없지만 그런 불순한자들이 숨어배길수 있는 대표단은 위축진 곳에 자리를 주고 경향성이 좋은 대표단들로 둘러싸게 하는것이요.》

《시비거리로 되지 않을가.》

《아니, 이건 우리만이 하는 방법이 아니요. 그에 대해서는 내가 국제상설위원회동무들부터 리해시키고 도움을 받겠소.》

《그럴듯해.》

김관이 진영에게 엄지손가락을 쳐들어보였다. 밤 열두시가 넘어 모두가 떠나갈 때 창혁은 미안스런 얼굴로 진영을 책상앞에 끌어다 앉혔다.

《개페막행사장말고 소동이 있을만 한 장소가 어떤 곳이겠는가를 가르쳐주오.》

《이제 말이요?》

《시간이 없지 않소.》

진영은 활짝 열어놓은 창문가에 앉아 축전일정표를 번졌다. 국제상설위원회에서 작성한 이 축전일정표의 내용은 뜬금으로 외울만치 알고있지만 눈에 힘을 모으며 매 프로그람과 참가단체들을 주의깊이 훑어나갔다.
···
△ 7월 2일 (일요일)
1. 주제별 쎈터
제1쎈터ㅡ평화, 군축, 핵무기없는 세계, 안전 10시ㅡ11시 인민대학습당 강의실, 전원회의
···
제2쎈터ㅡ반제련대성, 민족적해방과 독립, 자주와 민족자결, 사회적진보,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
제3쎈터ㅡ쁠럭불가담
10시ㅡ11시 평양국제영화관, 전원회의
제4쎈터ㅡ사회경제발전, 새로운 국제경제질서, 대외채무, 개발을 위한 군비축소
제5쎈터ㅡ자연 및 환경보호, 새 국제공보 및 통신질서와 기타 세계적문제 해결
제6쎈터ㅡ인권의 불가분리의 부분으로서의 청년학생 및 아동들의 권리
제7센터ㅡ녀성권리

2. 특별행사
제1쎈터ㅡ반제특별재판소
···
19시ㅡ21시 인민문화궁전 회의실 기소청취 《식민주의, 팽창주의, 신식민주의, 인종주의, 인종격리, 파시즘, 군사독재, 인민들을 반대하는 <더러운 전쟁>범죄들》
···
5. 대중활동 및 련대성집회
···
6. 국제예술축전과 예술공연
7. 체육
8. 주최국 프로그람

···

《대중집회장소들에서는 어쩌지 못할거요.》

진영이가 자기 생각을 말하려는데 전화종소리가 길게 울렸다. 진영에게 한눈을 판채 송수화기를 들고있던 창혁이가 깜짝 놀라며 차렷자세를 취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처녀교환수의 목소리가 끊어지기 바쁘게 우렁우렁한 음성이 울렸다.

《내가 지금 자는걸 깨운것이 아니요?》

《아, 아닙니다.》

《그렇다면 좋고. 그런데 동문 오늘 무슨 생각을 했소? 밤이 돼서 내가 잘못 봤는지 모르겠지만 울상이였거든.》

《장군님, 그저 좀··· 긴장됩니다.》

《긴장?! 거야 그렇지. 잔치집에서도 손님은 웃으며 즐기지만 주인은 손발이 열개라도 모자라는 판이고 머리가 두셋이 있었으면 한다니까··· 그래 그런 긴장일테지. 무슨 다른 제기된 문제는 없소?》

따뜻한 음성이 부드러운 바람결마냥 가슴들을 어루쓴다. 창혁은 한동안 망설이다가 밤이 깊었다는것을 생각하였다.

《저··· 래일아침 동맹중앙위원회에서 올리게 될 문건에 다 반영하겠습니다. 장군님!··· 장군님께서 쉬셔야···》

《허허, 문제거리가 있는것 같은데 잘수 있소?》

《죄송합니다. 사실은 축전행사에서 안전대책이 걱정됩니다.》

《그러니 동무생각엔 무슨 테로단이라든가 핵배낭을 둘러맨 <푸른 베레모>같은것들이 쓸어들었다는것이요?》

《네. 벌써··· 제기된것이 있습니다.》

《허허, 나도 좀 들었소. 하지만 그런것은 잊어버리자구.》

《장군님! 지난 기간 축전전례를 봐서도 마음놓을수가 없다는것이 모든 동무들의 생각입니다.》

《그건 그때 일이고 우리한테선 누구도 그런짓은 못해. 그래 한번 우리 사람들을 생각해보라구. 무슨 임무를 받고 왔거나 도발을 꿈꾼다는 청년들도 우리 사람들과 청년들의 기세를 보면 단박 움츠러들것 아니요? 또 그런 청년들이 있대야 몇이나 되겠소. 동무네가 올려보낸 보고에도 있지만 지난 기간 우리를 좋지 않게 보던 서방청년들도 며칠동안 평양을 돌아보고 뭔가 생각들을 많이 한다는데 이제 축전행사속에 끼워 두루 보고 우리 청년들과 이야기도 나누느라면 달라질것이요. 너무 걱정하지 마오.》

《알겠습니다.》

《그래, 그래야 되오. 골샌님처럼 되지 마오. 온 시내가 명절분위기로 흥성거리구 우리 청년들이 보무당당히 노래를 부르고 기발을 저으며 와짝 기세를 돋구면 다들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들기마련이요. 세찬 물살엔 돌멩이도 함께 떠내려가지 않소.》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볍게 웃으시고나서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내가 언제부터 말할가 하던건데 이번에 오는 축전대표들의 생일을 알아봐야겠소.》

《생일을?》

《그렇소, 이번 축전기간에 생일을 맞는 사람들을 알아보자는것이요. 이번에 우리가 주인인데 주인으로서 도리를 지키자는거요. 축전기간에 생일을 맞는 사람들이 있으면 생일상을 차려줘야겠소.》

바짝 귀를 강구고 그이의 말씀을 듣던 진영은 목이 꺽 메여올랐다. 누를수 없는 감격과 선풍같은 환희가 온몸을 둥 띄우는듯 했다.

(과연 이처럼 크나큰 사랑앞에서 어떤자들이 감히 《도발》을 꿈꾼단 말인가.)

그이의 우렁우렁한 음성이 재차 울렸다.

《그런데 이번에 폴리오가 왔소?》

《예, 왔습니다.》

창혁은 기쁘게 대답올렸다. 진영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래, 그가 어떻소? 만나봤소?》

《류진영부위원장동무가 만났습니다.》

《그의 건강상태는 어떻다고 하오? 파편상을 입었다고 했지?》

《네, 몸은 일없다고 합니다.》

《그래 말해보오. 기분상태랑 어떤지···》

《그 동문 이번에 경애하는 장군님께 올릴 선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선물?! 그런데 그가 안해와 함께 올 희망을 표시했다던데 함께 왔소?》

진영은 가슴이 졸아들었다. 창혁이에게 눈짓했다. 가슴아프실 일까지 다 말씀드릴수 없지 않는가. 그러나 창혁은 진영의 안타까움엔 전혀 아랑곳없이 마치 장군님을 앞에서 뵈옵는듯 한 얼굴로 폴리오의 안해가 자살한 사실까지 죄다 말씀드리는것이였다.

목소리만은 약간 갈려있었다.

《폴리오의 자살적인 결심에는 안해의 죽음과도 관계된것 같습니다. 폴리오는 이번의 평양길이 작별인사라고까지 했다고 합니다.》

《작별인사?!··· 그러니 그가 나한테 선물한다는것도 작별인사라는거요?》

노하신듯 한 음성이였다.

커다란 사랑이 분노로 환원된것 같았다. 한동안 침묵속에 계시던 그이께서 다시 말씀하시였다.

《내가 지금까지 여러 선물을 받아보았지만 그와 같은 유언을 담은 선물은 남조선혁명가들과 그 청년한테서뿐이요. 동무생각엔 그에게 어떻게 해주면 좋겠소.》

《그를 우리 땅에서 살게 하면 좋을것 같습니다.》

《그래, 그가 바란다면 그럴수도 있지. 하지만 그것으로 해결되겠소?》

《네, 그래서 저희들은 그 동무에게 살아 끝까지 혁명을 해야 한다는 신심과 희망을 안겨주는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옳소, 희망이요. 동무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더 할 말은 없소. 사람이란 미래가 있으면 사는것이고 없으면 죽는것이요.》

한동안 가벼운 바람결같은 전류의 흐름만이 웅 울렸다. 끝없는 고요속에 집무실안의 무거운 정적이 떠실려오는것 같았다.

《창혁동무.》

재차 부르시는 그이의 음성은 약간 갈리셨다.

《나를 대신하여 동무네가 그를 잘 돌봐줘야겠소. 진영동무가 그와 가깝다고 했지. 정이란 죽게 된 사람도 살릴수 있는 힘이 될 때가 있소.》

《장군님! 명심하겠습니다. 지금 진영동무도 장군님의 말씀을 듣고있습니다.》

《진영동무가?!··· 그를 바꿔주오.》

진영은 순간적으로 뭔가 잘못듣지 않았는가 생각했다. 환각에 빠지는듯 했다. 하지만 땀에 젖은 송수화기를 받아쥐였을 때 한생에 몇번 있을수 없는 행복한 순간에 림했음을 알았다.

《경애하는 장군님!》

씩씩하게 인사를 올리려고 했으나 대번에 목이 메여들며 눈굽이 뜨거워올랐다.

일이 힘들지 않는가고 물으실 때도 똑바른 대답을 못 드린것 같았다. 하지만 폴리오에 대한 말씀이 나오자 그는 자신을 다잡게 되였고 다문 얼마간이라도 폴리오에 대한 가슴아픔을 덜어드려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장군님! 폴리오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마십시오. 그는 반드시 경애하는 장군님의 뜻대로 밝은 희망과 락관을 가지고 돌아갈것입니다.》

《허허, 나도 믿소. 동무같은 벗을 가진 청년이 어떻게 의지박약자가 되겠소. 하여튼 부탁하오. 난 동무의 그 대답을 듣고싶어 바꾸라고 하였소.》

전화를 끊으실것만 같았다. 아니, 한마디 말씀이라도··· 그이의 안녕을 축원하는 인사라도···

진영은 성급히 입을 열었다.

《장군님! 한가지 말씀드릴것이 있습니다.》

《뭔데 어서 말하오.》

그이의 말씀은 끝없이 부드러우시였다. 진영은 방금전 김정일동지께서 미래가 없으면 죽는것과 같다고 하신 말씀을 상기하며 니꼴라이 봐제브로인에 대해서, 그가 주성익에게 한 말과 부탁을 말씀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두서가 없는 그의 장황한 이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시고 조용히 물으시였다.

《그러니 동무생각엔 수령님께서와 내가 그를 꼭 만났으면 좋겠다는것이겠지?》

진영은 당황했다. 아니라고도 그렇다고도 할수 없었다. 이제는 정계와 군부에서 밀려난 일개 외국퇴역장령을, 그것도 언어장애까지 있는 로인을 접견하셨으면 하는 생각을 품었던것마저 죄스럽게 느껴졌다.

순간 그이의 말씀이 다정한 음색을 띠고 진동판을 울렸다.

《동무의 심정을 알겠소. 나는 오늘 동무를 더더욱 깊이 알게 되여 기쁘오. 사람에게서 제일 아름다운것은 남을 위한, 남의 불행과 아픔을 헤아리고 도우려는 마음이요.》

진영은 무아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축축하고 뜨거운것이 볼을 적시며 흘러내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늘 낮에 집단체조시연회가 있는가를 물으시고 그것도 보아주시겠다고 하셨다.
집단체조 《오늘의 조선》은 주최국날에 하게 될 행사였다. 집단체조의 내용과 매 장면에 대해서는 이미 그이께서 여러차례의 지도를 주셔 완성된것이였다. 전당, 전국, 전군을 령도하시는 틈바쁘신 그이께서 이 집단체조까지 봐주시겠다는 말씀에 진영은 아무 말씀도 못드렸다.

《왜? 아직 불원만한데가 있소?》

그이께서 재차 하시는 말씀에 진영은 젖어든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장군님, 집단체조는 장군님께서 가르치신대로 원만히 되였습니다.》

《그렇다면 더욱 그렇지. 조선의 모습을 보이는 집단체조인데 내가 그걸 안봐서야 되겠소. 다른 생각말고 그렇게 알고있소.》

그이께서는 이젠 그만 쉬라고 말씀하시며 전화를 끊으시였다.

진영은 숨막히는듯 한 속에 숭엄한 격정을 체험하였다. 그이의 사색과 로고속에는 거창한 세계로부터 개개인의 운명과 하나의 행사흐름까지 다 실려있는것이다.

창혁이가 슬며시 진영의 손을 끄당겨잡았다. 서로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보면서도 어색한 감은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그 시각 전화를 마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께서 걸어오신 전화를 받게 되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이전 탄자니아대통령과 세계민청책임일군인 왈드를 접견하신 일을 말씀하시였다.

《··· 그런데 한가지 제기된 문제가 있어서 전화를 걸었소. 세계민청책임일군은 김정일동지를 축전주석단에 모시는 문제가 국제상설위원회 결정으로 되였는데 아직 그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했다고 하며 나에게 부탁해왔소. 내 생각에도 김정일동지가 꼭 나갔으면 하오. 축전이야 청년들의 행사고 미래를 위한 사업이 아니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이 깊은 밤중에까지 수령님께서 자신과 축전문제에 마음쓰시는것이 미안스러우시였다. 자신과 미래를 결부시키는데서는 가슴이 뜨거워오르시였다. 그이께서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축전주석단가운데에 위대한 수령님만을 모시자고 생각하셨다. 하지만 수령님께서까지 바라시는 요구를 거절할수 없으셨다.

《수령님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취침시간을 너무 어기십니다.》

《허허, 젊을적 습관을 이제와서 고치겠소? 기쁠 때야 일이 곧 휴식이기도 하오.

난 지금 개막식에서 할 연설을 준비하고있는데 자리에 누울 생각이 없소. 하많은 생각이 들며 젊을 때 기분이 되살아오르오.》

이번 축전은 수령님의 연설로써 막을 열게 된다. 수령님의 축하연설은 수령님을 뵈옵고 수령님을 따라 배우려는 세계의 진보적청년학생들의 간절한 소망에 대한 대답으로 될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탁상등앞에서 글을 쓰시며 추억도 하시고 래일의 세계도 그려보실 수령님의 모습을 눈앞에 떠올리시며 니꼴라이 봐제브와 주성익과의 상봉에서 오고간 이야기를 말씀드렸다. 주성익앞에서 한 《사죄》의 전말을 들으신 수령님께서는 기억에 남으신 일이라고, 그 퇴역장령을 꼭 만나겠다고 하시였다.

전화를 마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번 축전기간 수령님의 일과에 일분의 여유도 없을것이라는데 마음 쓰이시였다. 수많은 나라 민족구락부들에서 수령님과 자신을 초청하였고 수령님께서는 그 초청과 함께 수십개 나라 당 국가수반들과 저명한 사회활동가들, 세계청년일군들과 해외교포방문단들이며 기자단들의 접견요청까지 다 수락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록음기의 단추를 눌러 《사향가》의 음악을 틀어놓으시고 기상수문국에 요구하셨던 기상예보자료를 찾아드시였다. 현재의 구름층을 촬영한 위성사진이 첨부되여있는 자료에는 축전개막날인 7월 1일에 큰비가 내릴것으로 되여있었다.

그이께서는 평양상공을 목표로 움직이는 구름층을 보시다가 부지중 웃음을 머금으시였다. 날씨에도 현세계의 움직임과 관련된 상징적의미가 깃들어있는듯싶었다.

그이께서는 강우대책을 장담한 무력부일군을 찾으시려다가 시계를 보시고 단념하시였다.

밤 두시반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