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장 4

 

제 8 장

4

 

6월말에 들어서면서부터 평양은 전설의 도시 바빌론마냥 지구상의 온갖 인종과 민족이 모여드는 도시로 되였다. 전차칸과 뻐스, 길거리와 공원들에서는 뽀루뚜갈어, 에스빠냐어, 힌두어를 들을수 있었다. 축전대표단과 명예손님들, 수백개의 관광단과 기자단, 참관단, 야영생, 영화촬영가들이 평양의 거리를 휩쓸었다.

연회색 제낀옷차림을 한 림영찬은 비행장구내에 와있었다.

오늘 오전 비행기로 정신우가 오게 된것이였다.

림영찬의 곁에 선 향옥이가 연신 부채를 부쳐주었다. 흰 바탕에 포도알무늬가 시원스럽게 박힌 조선치마저고리차림의 향옥은 남들의 눈길이 미칠 때면 더 열심히 부채질을 하며 생글 웃음을 웃었다. 손수건을 꼬깃꼬깃 말아쥔 려분은 우는듯마는듯 한 얼굴로 가끔 림영찬을 돌아보고는 애잔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비행장구내는 환영나온 군중들로 붐비였다.

림영찬은 해볕에 단 세멘트바닥을 뚜벅뚜벅 거닐며 감개무량한 심정을 걷잡을수 없었다.

어떤 물줄기든 종당에는 바다로 흘러드는 법이지. 바다는 탁류를 정화시키는 품이고.―

들썽이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멀리 야산사이로 펼쳐진 도로와 건물들을 보면서 제대군인들을 태운 렬차에 올라 이 순안땅을 통과하던 까마득한 어제날을 그려보기도 하였다. 그때는 여기가 온통 폭탄구뎅이투성이인 황량한 벌이였다. 그때 렬차는 새벽녘에 이곳을 통과하였다. 폭탄구뎅이의 고인 물에 낚시대를 드리우고있던 소년들이 달리는 렬차를 향해 손을 저어보였다. 맨발에 군데군데 기운옷들을 입은 소년들의 모습은 전쟁이 남긴 엄혹한 상처의 표상으로 눈물겹게 안겨들었다. 평양시가에 들어서 앙상한 굴뚝들과 갈비뼈만 남은 건물들과 재무지들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대학강의실에서는 모스크바나 부꾸레슈띠, 쏘피아의 거리들과 건축물들을 놓고 미래의 도시를 그려보여주었다. 그 시절 4∼5층 아빠트들도 림영찬에게는 하늘의 별처럼 우러러보였고 그런 도시를 세운다는것이 꿈처럼 여겨져 한숨을 짓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늘은 어떤가. 온 세계에 긍지높이 자랑하게 되지 않았는가.

(신우를 어떻게 만난다?···)

안해와 향옥에게는 신우가 조국을 찾아오니만치 반갑게 대하라고 했으나 그로서는 감정이 단순치 않았다. 더구나 반갑게 대하라는 말에 말끄럼히 쳐다보던 향옥의 눈길로 하여 적잖게 마음이 허둥거려지기도 했다.

그는 마중나온 간부들의 일행속에 류진영이 있는것을 발견하고 그와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다가 비행기의 폭음에 급급히 돌아섰다.

《아버지, 진영오빠에게도 알렸나요?》

향옥은 그의 팔을 껴잡으며 물었다.

《이미 알고있더라.》

《진영오빠도 반갑게 맞을걸 바라겠지요?》

《허허, 거야 더 말할것 있니. 그는 이번에 너와 재경의 혼사가 되였으면 더 멋있을것이였다고 하더라.》

그 말에 향옥은 웃음을 거두고 새초롬해졌다.

림영찬은 며칠전에 있은 송재경이네 새집들이를 가보며 그의 부모들과도 면식을 익혔다. 그런데 향옥은 지금도 송재경의 말만 나오면 입을 집게로 죄인듯 한마디 응답조차 하지 않는다.

려객기의 커다란 동체가 손에 닿을듯이 가까와졌다.

요란한 폭음과 함께 활주로에 내려앉은 대형려객기는 물고기처럼 미끄러져 달리다가 꽃다발을 든 환영군중들의 열기에 붙잡힌듯 서서히 멈춰섰다. 승강기문이 열리고 사다리가 련결되자 금발, 은발, 회갈색머리들이 앞다투어 내렸다.

옛날식 조선옷을 모방한듯싶은 삼베천색갈의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사다리를 내릴 때 향옥이가 소리쳤다.

《삼촌이예요!···》

향옥은 비행기안내원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훤칠한 키의 반백의 장발을 향해 달려갔다. 그 반백은 《외삼촌! 저예요.》 하고 숨가삐 소리치는 향옥이를 보고는 얼없이 굳어졌다가 허위허위 마주왔다.

향옥의 팔에 부축이다싶이하여 오는 주름가득한 얼굴과 초점잃은 뿌잇한 눈을 보는 순간 림영찬은 불시에 목이 메여올랐다.

(내가 왜 이래?)

림영찬은 눈굽까지 저릿해지는데 놀랐다. 신우는 피줄이 앙상히 드러난 손으로 려분이의 어깨를 힘없이 쓸어만지며 울먹거렸다. 향옥이가 《아버지》를 연신 부르는 소리에 림영찬을 알아본 정신우는 어줍은 눈길로 마주왔다.

《왜 이제야 왔소.》

림영찬은 거친 소리로 내쏘며 뛰다싶이 다가가서 그를 포옹했다. 포옹에서 풀려났을 때 정신우는 술취한 사람같은 흐릿한 눈길로 림영찬을 보며 중얼거렸다.

《매부가 날··· 이렇게 맞아줄줄은 몰랐소.》

《왜? 호랑이처럼 으르렁거릴줄 알았소?》

림영찬도 속이 뭉클해 눈을 숨벅거렸다.

40여년!···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었는가.

림영찬은 그동안 준비한 말들을 죄다 잊고 옛모습을 전혀 찾아볼수 없는 정신우의 백발만 물끄러미 보았다. 정신우도 마찬가지였다. 림영찬이네를 비행장구내에 안내했던 영접일군이 정신우가 들 호텔을 알려주면서 오늘래일은 오래간만의 상봉을 즐길겸 림영찬의 집에 가 지내는것이 어떠냐고 물어왔다. 향옥은 손벽을 쳤고 정신우는 60도각의 최경례를 하며 고맙다고 하였다.

혼잡한 사람들의 물결을 헤쳐 주차장에 갈 때 류진영이 그들을 마주왔다. 림영찬이 정신우를 소개하자 진영은 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가무잡잡한 얼굴에 밤빛눈을 한 한 외국청년을 소개하였다.

《제가 자주 말하던 폴리오라는 제 친구입니다.》

림영찬은 폴리오라는 이름이 기억되지 않았으나 그 청년과 반갑게 악수를 하였다.

향옥이만은 그에 대해 무척 잘 아는듯 이렇게 만나게 되여 기쁘다고 하며 청년이 무색할 정도로 빠끔히 뜯어보며 정답게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는 얼굴이 빨깃해지며 류진영에게 《이 사람 혼자 오는가요?》라고 물었다.

류진영은 나무래는 눈길로 향옥을 보았다.

《혼자다.》

그 말에 향옥은 죄스럽게 눈길을 내리깔았다가 폴리오를 볼 때는 다정한 웃음을 띄웠다.

《평양에서 즐겁게 지내기를 바래요.》

《고맙습니다. 난 류를 통해서 향옥동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폴리오는 선망과 동경의 눈길로 향옥이를 보았다.

림영찬은 기분이 좋았다.

《누구냐?》

차에 오를 때 림영찬은 그 청년에 대하여 물었다.

《빠라과이청년이예요. 불쌍한 청년이지요.》

향옥은 그 말을 하며 정신우의 손을 꼭 잡았다.

정신우는 향옥의 손을 어루쓰다듬으며 열적은 웃음을 띄우기도 하고 눈빛이 흐릿해 입술을 떨기도 하였다. 차가 련못동에 들어서면서부터 정신우는 몹시 놀란 기색이 되여 여기가 어딘가, 저기는 어데고 하는 식으로 물었다. 해방전 오빠와 평양에 자주 놀러 왔다는 려분이가 여기는 례배당자리, 저기는 빈민굴··· 하고 설명해주었다. 5월1일경기장으로부터 만경대까지 한바퀴 돌고 집에 들어가 술상 겸 저녁상을 물리고난 림영찬은 향옥이를 정신우앞에 일으켜세웠다.

《신우, 우리 애가 어떻소?》

영찬은 거나하게 취한 얼굴이였다. 정신우는 애정에 사무친 눈길로 향옥을 보았다.

《1등미녀지.》

《이 애 다리는 어떻소.》

《이번에 미인대회가 있수?》

《정신을 차려 똑바로 듣소. 이 애 다리는 다 부서졌던거요.》

《그건 무슨 소리요?》

《부서졌지, 이 앤 말이야, 저 다리에 살가죽만 남고 뼈부스러기만 남았었어.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저애가 사람된것도, 저 다리가 저처럼 곱게 된것도 다 당의 덕택이야. 내 한 일이란 날 닮아 곱게 빚어만든것밖에 없지.》

《어이휴―》

려분이가 기가 찬 웃음을 지으며 손등으로 눈굽을 닦았다. 그리고는 향옥이의 다리 사연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정신우는 향옥을 끄당겨 앞에 앉히고 눈물이 글썽해졌다.

《이앤 나를 여기로 인도한 길잡이요.》

정신우는 향옥의 손을 들어 입맞추었다.

《여보게, 자넨 타국사람이 다 됐네그려. 그건 우리 풍습이 아닐세.》

림영찬의 핀잔에 정신우는 머리를 저었다.

《허허, 그럼 어떻게 하라오. 무릎꿇어 이애한테 절을 할가?》

《외삼촌, 외삼촌도 취했어요.》

향옥이 어리광치듯 신우의 팔을 잡아흔들었다. 신우는 눈물이 글썽해 그를 보다가 림영찬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향옥인 그때문에 아직 시집을 못 갔소?》

《못 가다니, 다리가 다 부서졌을 때 이미 미끈한 사위감이 생겼소. 잔치를 해도 자네 온 다음 하자고 한것이요.》

영찬은 얼굴이 빨개져 눈을 빠는 향옥을 보며 껄껄 웃었다.

《처남, 어떻소. 내가 죽으면 이 고운 딸과 멋진 사위가 내뒤를 잇소. 그래 처남한테는 자식이 몇이요? 어떻게 지냈고··· 마흔세해! 마흔세해요.》

《오늘은 그 말을 못하겠소.》

《아니, 말해야 되오. 그래야 나도 용서를 빌건 빌구―》

《용서라니―》

《처남이 도망친덴 내 죄두 있지 않나.··· 내가 지금 같으면 처남을 놓치지 않았을거야. 왜 갔나?··· 엉, 말해보라구.》

림영찬이 가슴을 탕탕 두드리자 정신우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내가 임자네한테 나쁜짓을 했을가봐 그런가.》

《그런것도 있지. 다 터쳐놓으라구. 나쁜 마음먹은것 있으면 당장 저기 대동강에 나가 그 고인것을 다 씻어버리자구.》

(그대로 젊어있구나. 옛날처럼 총만 있으면 꺼내들지도 몰라.)

정신우는 꺼지게 한숨을 쉬였다.

흘러가버린 인생이 사막뒤에 영상처럼 뿌잇하게 눈앞으로 스쳐갔다.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갔을 때 그는 서양음악을 한 덕분으로 미국군인들앞에서의 위문공연을 전업으로 하는 악단에 들어가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할수 있었다. 얼마간 돈이 마련되자 그는 커다란 포부를 안고 미국류학의 길에 올랐다. 대학에 들어갈 재량은 없어 개인이 경영하는 음악교습소에 적을 두고 낮에는 음악공부를 하고 저녁이면 식당마다 찾아다니며 손님들의 흥취를 돋구는 연주가로 되였다. 피타는 노력속에 얼마간 돈을 벌어 세집 하나를 얻었을 때 6.25전쟁소식을 듣게 되였다. 전쟁을 일으켰다는 《빨갱이》들에 대한 증오와 동족상쟁의 비극앞에 환멸을 느낀 그는 고향과 민족에 대하여 품고있던 한가닥 애정마저 집어던지고 미국시민으로 귀화했다. 그러나 생리적형태만은 바꿀수 없었다. 그로 하여 그는 황색인종이라는데서의 모욕과 멸시를 수시로 당하면서도 돈을 버는데서는 무척 직심스러웠다. 그 땅에서는 돈이 왕이고 돈만이 모든 멸시와 모욕도 쳐버릴수 있게 하기때문이였다.

선천적인 재능이 있어서였던지 그는 이름있는 악단경영자들의 관심을 사 주급(주간 봉급)이 제일 높은 악단 연주가로 되였고 그의 연주곡은 레코드와 카세트에 실려 팔렸다. 이로부터 그는 독집도 마련하게 되였고 중고품승용차도 가지게 되였다. 그러나 그는 나이가 들며 광란의 음악을 켜낼수 없게 되자 악단에서 밀려나게 되였고 그와 비슷한 운명으로 하여 짝을 무었던 안해가 차사고로 숨진 뒤부터 자기의 인생을 비각속에 돌이켜보게 되였다. 더구나 그의 유일한 의지요, 희망이였던 아들이 미국녀자를 얻고 얼룩백이 손자를 바라지 않는 정신우에게 의절을 선포하고 집을 뛰쳐나간 뒤부터 남은것이란 허무밖에 없었다. 즐거움이 있다면 고향에 대한 추억뿐이였다. 유럽땅의 한가운데서 누이동생의 혈붙이를 만났을 때 고향에 대한 추억은 강렬한 그리움으로 바뀌였다. 그러나 갈수 없는 고향이였다.

버리고온 고향이요, 제가 나타나면 누이동생과 어여쁜 조카딸이 피해를 당할수 있다는데서였고 《한국대사관》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평양패》에 대해 테로까지 한 아들의 아버지이기때문이였다. 그러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끌수 없었으니 《서울올림픽》에라도 가 한 지맥의 땅을 밟아볼가 하여 해외공연악단의 심부름군으로 이 나라, 저나라 돌아다니며 틈틈이 려비장만을 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애써 번 돈으로는 《희사금》은 물론 려비로도 부족하였다. 이럴 때 들려온 《평양축전》소식은 져가는 황혼길에 한점의 불씨처럼 보였으나 그에게는 괴로움만 진하게 했다. 려비도 려비거니와 《평양축전》에 간다고 들썽이는 사람들은 《서울패》인 그를 받아들일념도 하지 않았다. 《평양패》로 된 사람들은 저들끼리 부조도 하며 가려는 사람을 도왔으나 그에게 낯을 돌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어느날, 교포회장인 홍목사가 찾아와 조국에서 그를 부른다고 하였을 때 그의 놀라움은 이만저만 크지 않았다. 그는 홍목사의 말이 한때 예술계에 널리 알려져 교포사회의 자랑거리로 되였던 자기를 데리고가 생색을 내려는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도 했다.

갈것인가 말것인가. 그는 며칠밤을 두고 모지름을 쓰며 생각했다.

가게 되는 경우 《배반자》의 딱지를 붙여 심판대에 세우게 되는것쯤은 별반 두렵지 않았다. 다 산 인생에 이제 무슨 미련이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자기로 하여 피해를 볼듯싶은 려분이와 향옥이가 걱정되였던것이다.

그러나 고향에 대한 애착이, 죽기 전에 한번만이라도 보고싶은 누이동생에 대한 애정이 그 모든 두려움을 이겨냈다.

《말못할 사연이 많은게군그래. 한데 게서 혼자 사는것은 아닐테지.》

영찬이 하는 말에 신우는 망설이다말고 입을 열었다.

《사실 난 이리로 올 때 친척붙이가 없다고 했어. 그건 임자네한테 루가 미칠가봐서였네.》

《것참 고마운 생각이군.》

림영찬은 억이 막혀 그를 바라보았다. 정신우는 호기심에 찬 향옥이의 맑은 눈동자를 보자 하려던 말이 입안으로 잦아들었다. 그것을 알아차려서인지 림영찬은 향옥에게 나가라고 하였다.

《어른들이 말할 때야 눈치가 있어야지.》

재차 하는 그의 말에 향옥은 《나도 어른인데 뭐.》 하고 투정조로 말은 했으나 어색히 침묵을 지키고있는 신우를 보고는 생긋 웃으며 일어섰다.

《외삼촌, 외삼촌은 저하고 따로 만나야 해요.》

조용히 방을 나선 향옥은 문을 꼭 닫긴 했으나 그 자리를 떠날수 없었다. 방안에서 두런두런 울리는 소리를 귀밝혀 들었다.

30분넘게 한자리에 못박힌듯 서있는데도 다리가 아픈줄 몰랐다. 가끔 탄식조로 나오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는 처량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자··· 내 인생은 이랬어. 충분한가.》

정신우의 마지막말을 들으며 향옥은 문가에서 물러났다. 헛기침 소리가 울렸다.

《들라구.》

큰소리로 하는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향옥은 베란다로 나갔다. 불야성의 시가가 한눈에 펼쳐졌다. 뻘건 불, 퍼런 불이 안개속에서처럼 보였다.

왜서인지 울고싶어졌다.

어쩌면 아들이 아버지를 버리고 아버지 역시 아들을 저버릴수 있단 말인가. 불현듯 비행장에서 얼핏 보았던 폴리오라는 청년의 컴컴한 얼굴이 눈앞을 스쳤다.

(그 역시 안해한테 버림을 받았댔다지.)

순간 향옥의 귀전에는 언젠가 류진영이 하던 말이 쟁쟁히 울렸다.

《향옥아, 그 녀자는 돈때문에 남자를 저버렸다···. 돈과 사치에 빠져들면 속물이 되기때문이다··· 그런데 너와 그의 차이가 얼마나 되니··· 잘못나가면 너도 역시 그렇게 될수 있어. 그때문에 지금 동무들은 너를 두고 안타까와하는거야.》

그래, 재경동무도 그때문에 나를 밉게 봤어. 그러나 지금은 나를 믿고 사랑하지.

방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요란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아버지들은 좋겠어··· 술을 마시면 하기 어려운 말도 다 하거던. 지금쯤 재경은 조선청년대표단 숙소에서 노래를 부르던가 재미난 이야기들을 나누며 익살을 부리겠지. 거기에 문득 나타나 불러낸다면···

《재경동무, 동문 왜 그렇게 쬐쬐해요. 내가 동무의 사랑을 마다한것을 진심으로 보나요. 어쩌면 그렇게도 둔감한가요. 제가 떳떳치 못한 처녀가 아니였는가요? 다리때문이기도 했어요. 동무가 더욱 사랑스럽고 존경이 갔기에 나는 동무한테서 마음은 가까이 두나 몸은 멀리 피해있자는것이였어요.

하지만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나의 다리를 깨끗이 고쳐주셨으니 그 조건부는 없어졌지요. 그렇다면 제가 동무한테 먼저 말해야 되나요. 그런 말은 남자가 먼저 하는 법이 아닌가요.》

향옥은 뺨우로 줄줄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생긋이 웃었다. 재경이와 마주선듯한 환각에 사로잡혔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