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5

 

제 7 장

5

 

저녁해의 잔광이 엇비스듬히 밀려드는 방안, 김정일동지께서는 깊은 사색속에 잠겨 빨각거리는 종이장들을 번져가시였다.

조선중앙통신사에서 올라온 한통의 기사는 그이께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프랑스기자이며 정치평론가인 하쎈이라는 사람이 쓴 글이였다. 《사회주의실상과 미래》라는 제목의 글은 인류진화사에 대한 간단한 소급으로부터 시작되였다.

빙하시대가 끝난 뒤의 원시인들이 크고 강한 짐승들과 싸우게 된것으로부터 무리를 지어 살게 되였고 그뒤 로동쟁기가 마련되고 일정한 부가 축적되면서 가족단위의 생활형태가 생겨나고 없는자, 있는자, 부려먹는자와 부리움을 당하는자로의 계급분화과정이 이루어지게 되였다는것과 그때부터 력사는 인간 대 짐승으로부터 인간 대 인간들의 싸움으로 흘렀음을 밝혔다. 그다음 비약하여 10월혁명에 넘어갔다.

《···10월혁명의 산아인 쏘베트로씨야는 이 모든 싸움의 최종 종식이 유산자들의 대독점과 그 뿌리를 뽑아내는데 있다고 선포하였다. 모름지기 그때 동궁을 쳐들어가던 새파랗게 젊은 발뜨해병들이 여전히 그 나이대로 살아있고 장갑차에 올라 짜리즘 타도를 웨치던 그들의 수령이 그 나이 그 두뇌로 여직 있다면, 또 그들과 우리들모두가 〈콤무나 만세!〉를 부르며 마약과 알콜과 자가용승용차를 불사르고 자기 아버지들과 함께 렬을 지었다면 그 위대한 꿈이 실현되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없다.

그들의 손자들은 사진첩에서 자기들의 할아버지들을 보며 영화도 만들고 노래도 짓지만 그들처럼 살려고 하지 않는다. 이 손자들은 자기 할아버지들이 가장 증오하였던 부르죠아지들을 황홀히 우러러 보며 매일매일의 안식과 향락에 도취한다.

고르바쵸브 역시 그런 젊은이였던가. 그는 쏘베트로씨야의 첫 수령이 있던 크레믈리에서 그 수령과 전혀 다른 싸움의 종식을 꿈꾸고있다. 그런데 그는 그의 선례자였던 흐루쑈브와는 전혀 달리 제국주의매장을 위해 마련한 무장을 흔들어보지도 못하고 처음부터 그 꿈에 취해있다. 흐루쑈브는〈결투〉를 선언했다가 물러섰다면 고르바쵸브는 애당초 〈결투〉를 생각지도 않았다. 그는 레간이 던진 결투용장갑에 입을 맞춰 돌려줌으로써 이단적인 〈순교자〉의 미를 시위하였다. 패배를 인정하고 흰기발을 쳐드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고르바쵸브는 이런 면에서 탁월하다. 력대의 〈순교자〉들은 자기 하나를 희생하였으나 고르바쵸브는 멀리 분묘속에 잠든 빠리콤뮨의 용사들로부터 가까이는 안드로뽀브까지의 모든 공산주의자들을 두번다시 매장하고 레닌의 조국과 사회주의협동체를 희생하려는 용단을 내린것이다. 그의 현혹적인 〈뻬레스뜨로이까〉는 맑스로부터 시작되여 수백수천만 사람들이 옹위하고 발전시킨 공산주의 사상과 리념을 부정하고 자본주의에로 이행을 선포한 〈테제〉라는것으로써 서방을 흥분시키고있다. 어제날의 꼼바인운전사가 이런 용단을 낸데는 그가 서구 소설과 영화를 많이 본데서 시작되였는지··· 아니면 하느님으로부터 그 어떤 특별한 게시를 받았는지···

여하튼 그의 새로운 정책표방은 모스크바로부터 부다뻬슈뜨에 이르기까지 동유럽사회주의나라전체를 휩쓸고있다.

그런데 이 바람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사회주의국가가 있다는데 류의하기 바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다. 이 나라는 게릴라의 명장으로 이미 1930년대부터 용명을 떨쳐 코민테른이 유고의 찌또, 중국의 모택동 등과 더불어 가장 중시한 인물이였고 1950년대 미국과 제국주의련합군과의 싸움에서 승리함으로써 세계적명성을 획득한 김일성주석이 이끌고있다. 흥미있는것은 김일성주석은 일찍부터 정통적맑스주의의 제한성들을 포착하고 〈주체〉라는 매혹적인 이름의 사상을 창시하여 당과 국가 운영의 철학적지반으로 삼고있는것이다. 인간을 중심에 놓고 세계와 인간이라는 관계속에 그 립각점을 두고있는 이 사상은 만인신봉의 리념으로 하여 기원후의 크리스트즘보다 더 빠른 속도로 행성을 휩쓸고있다. 이 철학사상을 리론적으로 더욱 심화발전시켜나가고있는 김일성주석의 후계자인 김정일지도자는 이 사상이 맑스주의의 이단이 아니고 그 진리성을 인정한 기초우에서 새롭게 창조발전시켰음을 강조하고있으며 그의 최종목표도 사회주의종국적승리에 있다고 밝히고있다.

이렇게 볼 때 사회주의는 정통적사회주의와 조선식사회주의로 갈라볼수 있다.

그렇다면 이 전도를 어떻게 보겠는가.

정통적사회주의는 실패했다. 이 주의자들은 한결같이 변증법을 운운하였으나 실천상에서는 한세기전의 리론에 묶인 교조주의자들이였다. 맑스의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설은 오직 자본주의에만 있는것으로 리해하고 변화발전의 법칙속에서 자체의 갱신도 필요하다는것을 망각했으며 세계해석의 기초적주장으로 삼던 유물론은 신의 부정에 대한 공담으로만 리용되고 실천상에서는 무시함으로써 오유를 범했다.

고르바쵸브는 바로 이 모순과 불합리성을 포착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르바쵸브식사회주의도 실패할것이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철학이 없다. 그는 의연히 말로는 맑스―레닌주의자나 실제적움직임에서는 그것을 이미 부정하였다.

결국 그는 정통적사회주의에 폭탄을 던져 혼돈과 파국을 가져오게 하는 역밖에 수행하지 못할것이다.

여기서 조선식사회주의가 특별한 흥미를 자아내고있다. 그것은 이 주의의 사상, 리론, 방법의 기초로 되는 주체철학의 매력에서부터 오는것이다.

주체철학은 일명 인간사랑, 인간믿음의 철학이라고도 한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아름답고 위대하다는데서 출발된 사상이다. 많은 조선의 연구가들은 실제로 그 나라의 인간관계, 사회적관계는 이 사랑과 믿음의 사상으로 형성공고화되여있다고 한다. 분명 그럴진대 응당한 감동과 경의를 표할 일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세계는 조물주가 빚어만든 선악공존의 태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구나 현시대는 옛날의 선인들이 악으로 규정한 리기주의가 고도로 발전되여 모든 인간들이 돈과 물질의 철저한 노예로 된 때이다.

이 세계에서 그들은 하나의 전설적유토피아를 만들긴 하겠지만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의문부호라고밖에 할수 없다. 세계를 향해 자주적인간의 본성적아름다움, 량심과 정의를 웨치는 그들의 목소리는 숭고하지만 그런데서 이들은 한갖 리상주의자, 랑만주의자들에 불과하다.

실존하는 인간에게서 량심과 정의는 자기 미화의 수단이지 생활의 목표도 욕망도 아니다. 그들은 인간의 위대성과 본성적아름다움에 대하여 말하지만 현세의 인간은 당장의 향락과 본능의 만족에 보다 심취하기때문이다.

랑만주의나 리상주의는 동물적본능의 세계와는 통할수 없다.

더구나 그들은 워싱톤과 서방의 압살계획속에 든 첫 대상이고 기본초점이다.

앞으로 모스크바와 동구권 사회주의나라들이 〈동서화합〉의 바람을 타고 서방과 한울타리속에 들어갈 때 그들의 미래를 어떻게 보겠는가.

현재도 미국과 그 동맹자들의 군사적위협과 〈봉쇄〉속에서 막대한 군사적부담을 지고 중첩된 난관과 시련을 박차며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을 한다고 한다.

자료들에는 그 나라가 경제문화적후진성으로 하여 한두개 도시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지역의 주민들이 원시움막과 같은 집에서 원시부족 비슷한 생활을 한다고 하기도 하고 반대로 발전된 나라 수준의 경제력을 가지고있으며 군사력은 세계적으로 일류급에 든다고 한다. 미국의 첨단군사과학기술의 산아였던 〈푸에불로〉호의 나포와 〈이씨―121〉기의 격추로 봐서 후자의 평가에 보다 신빙성이 있다. 이로 하여 서방에서 볼 때 이 나라는 하나의 수수께끼로 되고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 나라는 약소국가이다. 력사는 그 문화와 문명이 당해 시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있던 마야족과 같은 우수한 종족도 사멸되였음을 알고있다.

조선식사회주의도 그 비극적전철을 피할수 없지 않을가.

력사는 인간애가 인간배척에 지고말았으며 리상주의가 현실주의앞에 패배하였음을 보이고있다.

사람들이여, 리성을 살려 세계를 둘러보라. 저 멀리 뉴욕으로부터 도꾜의 네거리에서 매일매시 염세와 인간증오에 몽유병자가 된 그네의 아들딸들이 총과 칼을 휘둘러 폭력을 일삼고있다. 살인과 강간, 폭력의 금단지구였던 모스크바에서도 그 수자는 기록적상승을 보이고 로인들은 말세기를 개탄하고있다.

군함과 핵탄두를 가진 권력의 자리의 〈강자〉들은 어느곳을 노예의 령지로 만들겠는가를 꿈꾸고 그앞에 머리숙인 〈프로레타리아 령수〉의 자식들은 노예건 뭐건 제 하나의 안일과 향락만을 바라고있다. 노예의 비참성이 무언가를 아는 청년들은 희망을 잃고 방황속에 있다.

독사로 태여나 독사로 살고 그 독사의 흉내를 내며 독사가 되지 못해하는 청년들, 그 독사에 먹히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청년들로 하여 세계의 미래는 더 어둡지 않는가.

고맙게도 평양은 이들앞에 참된 삶의 좌표를 밝혀주려 하고있다.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이 그것이다.

크지 않은 나라에서 이와 같은 용단을 내는데는 응당 경의를 표하여야 한다.

허지만 그 뜻이 마지막으로 한번 비쳐졌다가 사라질 등불로 되지 않겠는지··· 한번 부어주는 샘물로 오염된 싹들을 살려낼수 있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하쎈의 기사가 서방만이 아니라 사회주의나라신문들에까지 전재되였다고 첨부한 글까지 보시고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그래. 진실도 있다.)

그이께서는 솟구치는 분격을 누르셨다. 학자로서의 심정도 어느 정도 리해되셨고 예민한 정치적감각에 대해서는 긍정하셨다. 사회주의나라들에서 붕괴가 오리라는데 대해서는 그이께서도 이미전부터 예감하고계셨던 일이다.

그러나 철학탐구에 한생을 바쳤고 풍부한 정치적안목을 가졌다는 이 사람이 기나긴 력사과정을 풀면서 노예제도로부터 봉건왕조로 되기까지 또 그 봉건사회로부터 부르죠아사회로 이행되기까지 수많은 곡절과 수난속에 매번 수세기의 오랜 력사과정을 걸쳤음을 망각한것이 자못 놀라우셨다.

먼 옛날 사람들이 거대한 파충류앞에서 힘을 모아 싸워이겼듯이 제국주의와의 투쟁도 최후승리의 그날까지 계속되리라는것을 모른다는것이 이상스러울 정도였다. 사람이란 힘이 지치면 일단 쉴수 있으나 살기 위해서 일하고 움직이는 존재인것이다. 술에 취한다 해도 그것은 그 순간뿐이고 깨고나면 그 인간은 자기를 반성하며 후회하기도 하는 법이다.

사회주의도 바로 그런 인간사와 력사발전의 법칙에 따라 일시적좌절과 후회도 맛볼수 있는것이고 그 과정을 걸쳐 최후승리를 이룩하고야말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세계와 미래를 그처럼 어둡게 보면서 살다니―)

그이께서는 천천히 방안을 거닐으시다가 전화기를 드시였다. 조창혁과 류진영을 부르게 하신 그이께서는 당사상사업책임일군에게 내려보내려 하셨던 사로청중앙위원회 문건을 끄당겨 몇장 번지시다가 도로 접으시였다.

《대답을 찾아주시오.》라는 글발이 눈에 뜨이셨다. 자신께서 써넣으신 글이였다. 뽈스까대표단과 왈드에게서 제기된 《현시대를 어떻게 보며 사회주의와 청년운동은 어느 길로 나가야 하는가》하는 문제에 대한 답은 너무나 명백한것이기때문이였다. 모름지기 사상사업책임일군은 당보의 사론설같은것으로 그에 대한 우리 당의 립장을 다시 천명하게 할것이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는것이지.)

그이께서는 자신의 생각을 다시금 긍정해보셨으나 마음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창혁이와 진영이를 찾게 되신것도 이때문이였다. 송재경과 향옥의 일에 대해서도 더 알고싶으셨다.

림향옥! 그를 생각하면 지금도 쩌릿한 아픔과 충격으로 가슴뜨겁다. 그 연약한 몸으로··· 육탄이 되려고 했지. 동무들을 위해서, 동무들을 살리려고, 그 송재경이라는 청년은 또 얼마나 기특한가.

그이께서 몇몇 비서들과 하루사업에서 제기된 문제를 놓고 전화를 마치시였을 때 조창혁이 들어섰다. 류진영은 지방출장중이라고 말씀올리고 경건한 자세로 그이를 우러러 보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먼저 하쎈의 이름을 상기하며 물으시였다.

《동무네가 지난번 모스크바에 갔을 때 하쎈이라는 프랑스기자를 만났다고 하였던가?》

《네. 지난해도 만났고 그전해 세계민청책임일군인 왈드네 집에서도 만났습니다.》

《그 사람이 반제축전으로서는 평양축전이 마지막이라고 했소.》

《네, 왈드의 편지에도 그런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는 모든 사상에 대해 회의적인 립장을 가지고있지만 모스크바에서 만났을 땐 우리의 주체사상에 공감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왈드라는 동무가 축전과 관련한 글을 써줄걸 바랬다는건 무슨 소리요.》

《좀··· 복잡합니다. 왈드는 이번에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정체모를 테로범이 그의 아버지가 탄 승용차에 수류탄을 던졌다는것이였습니다. 왈드는 그 테로범이 모싸드나(이스라엘첩보부) 그 어떤 다른 조직성원이 아니고 아버지 당내의 사람일것이라고 하며 분통해하고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최근 쏘련당이 일체 반식민지민족해방투쟁에 대한 지원을 단념한데서부터 적잖은 사람들이 투쟁을 포기하여야 한다고 할 때 계속 싸우자고 한것으로 따돌림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그 당의 영향밑에 있는 청년들에게까지 미쳐 쏘련도 제국주의와 친선을 하는 때 반제투쟁이 무엇인가고, 다 집어치워야 한다는데로 쏠리고있다고 합니다. 이런 면에서는 구라파청년들도 매한가지라고 하면서 왈드는 이번 축전을 앞두고 그런 청년들의 머리를 돌릴 강령적인 글이 필요하다는것이였습니다.

그는 레닌의 〈4월테제〉까지 실례로 들어가며 원자폭탄같은 로작이 나올수 있지 않겠는가고 희망을 표시해왔습니다. 하쎈이라는 기자가 축전소리를 운운한것은 그의 부친 장례식때 와서 현실을 개탄하며 말했답니다. 왈드의 부친이 테로를 당할 때 폴리오도 부상당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되여 그리로 갔소?》

김정일동지의 물으심에 창혁은 난색한 표정이였다.

《그가 그렇게 된데는 저희들의 책임도 있습니다. 류진영부위원장동무가 그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였었는데··· 그것이 폴리오에게 적잖은 작용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류진영동무는 폴리오의 일이 잘 안돼가는것이 너무 가슴아파 많은 생각끝에 편지를 썼댔습니다.》

창혁은 류진영이 편지를 쓰게 된 동기부터 그 편지내용을 추려 말씀올렸다.

《류진영동무는 행복에 대한 맑스와 엥겔스의 말로부터 우리 청년들의 인생관에 대하여 밝혀썼습니다. 수전노는 돈벌이에서, 타락한 인간은 술과 마약에서 행복을 찾지만 우리 청년들은 사회와 인민을 위한 혁명과 건설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쓰며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사회주의위업수행에 자기를 바치고있는 영웅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꾸바의 국제주의렬사 체 게바라동지의 영웅적투쟁을 례들며 설명하였습니다. 지금도 그 대목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폴리오! 체 게바라동지를 생각해보오. 그에게는 이 세상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애인의 극진한 사랑이 있었소. 씨에라 마에스트라산정에서 투쟁의 불길을 올린 영웅으로서 그에게는 국가지도일군의 영광과 명예도 있었소. 허나 그는 식민주의자들의 탄압과 횡포속에 신음하는 볼리비아인민들의 슬픔과 불행을 그대로 볼수 없어 그 땅에 가 자기의 생명을 바쳤던것이요. 인간은 자기 삶의 목표와 지향을 어떻게 두는가에 따라 참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이 구분된다고 보오. 나는 폴리오가 자기와 안해라는 좁은 세계속에만 있기때문에 지금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하오. 희망을 가지고 뜻을 크게 세우오. 뜻을 높이 세울 때 개인적고통과 불행도 잊혀질것이요···〉이런 식의 내용이였습니다. 물론 폴리오는 그전부터 마쟈르를 떠나 그 어떤 투쟁을 할것을 모색하였습니다. 그러한 그에게 진영동무의 편지가 상당한 작용을 한것 같습니다. 왈드의 편지에 의하면 폴리오가 왈드의 부친을 찾아갈 때 체 게바라동지의 모범을 따르겠다고 하였다는것입니다. 왈드는 자기 부친의 항쟁조직성원들을 위해서도 또 폴리오를 위해서도 교과서같은 글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지금 진영동무는 자기때문에 폴리오가 테로적방법의 투쟁에 개입하였다고 하며 몹시 괴로와하고있습니다.》

방안 조명등들이 일시에 켜지며 창문밖이 검스레하게 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아프시였다. 한편의 글이 지금 그러한 혼돈과 방황에 끝장을 낸다면 얼마나 좋으랴. 폴리오의 일이 언젠가보다 더한 아픔으로 그이의 가슴을 저리게 하였다.

갈팡질팡 헤매이는 어린 넋이 회오리바람속에 감겨돌아 폭풍치는 날바다에 떨어지는 갈매기의 처절한 모습처럼 상상되시였다. 복잡다단한 세월의 한구석을 엿보게 하는 모습이였다. 모든 투쟁과 혁명은 때로 한방의 총성이나 한사람의 영웅적희생으로 수만사람을 불러일으켜 질풍노도의 흐름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주의혁명이라는 터내에서도 각양각색의 사상과 움직임으로 혼돈과 방황을 야기시키고있다. 이런속에서 뜻있고 대바른 청년들도 좌왕우왕하던 끝에 자포자기하던가 아예 절망하여 현실을 도피하기도 하고 타락의 길에 굴러떨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저마끔 옳거니 긇거니 하는 싸움속에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반대한다는 초지는 잊어버리고 제편끼리 쏴죽이고 테로를 하는 비극도 빚어낸다. 그런 일에는 례외없이 청년들이 말려든다. 우리 혁명의 력사가 시작되기 전인 20년대초에도 그 비슷한 현상이 많았다. 옳바른 령도와 지도사상이 없어 제마끔의 주의자들과 운동자들이 서로 다투고 싸우는 비극을 산생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추켜드신 반일민족통일전선의 기치로 하여 끝장났다.

(그러나 지금은?···)

한편의 글로써 거대한 세계의 모순과 방황을 해결할수는 없다. 그러나 그 모순과 방황을 깨칠 사상과 진리는 주어져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창시하신 주체사상은 지금 온 세계 방방곡곡에 해빛처럼 스며가는것이다. 그러나 수령님의 사상이 이 땅에 하나의 진리, 하나의 맥박으로 되기까지 수십년이 걸렸듯이 온 세계의 자주화위업수행은 장구한 투쟁과 어려운 시련을 걸쳐 승리에 도달할것이다.

《장군님!》

창혁은 다시 입을 열었다.

《축전을 앞두고 시대와 청년문제에 대하여 분석적으로 밝힌 글이 있었으면 합니다. 당보에 사론설같은 글이라도··· 이런 요구는 왈드나 저희들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청년단체일군들로부터도 제기해오고있습니다. 앞으로 있게 될 국제회의들과 축전때 여러가지 제기된 문제들에 저희가 옳은 대답을 주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이께서는 부드럽게 웃으시였다.

《그건 동무네 머리속에 다 있는거지. 시대와 청년문제··· 아무한테나 물어보오. 우리 청년들의 생각과 행동속에 그 대답이 다 있는것이야.》

김정일동지께서는 무거운 생각을 털어버리시며 웃으시였다.

《그런데 동무 생각엔 어떻소? 향옥이와 송재경이 결합될것 같소?》

《네. 될것입니다. 정 비트는 경우 조직적으로 내려먹이자는것입니다. 늙은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게 사는것이 후에 더 재미가 있답니다.》

《그런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창혁의 감쳐문 입매를 보시며 그가 정말로 조직적인 권한을 행사할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셨다. 그이께서는 골재장에서 노래지휘를 하던 송재경과 향옥을 나란히 세워보시며 말씀을 떼시였다.

《창혁동무, 나는 그들한테서 한점의 티도 없는, 그늘없는 사랑을 바라오.》

창혁의 입가에 웃음이 피였다.

《저흰 꼭 그렇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향옥동무도 엇서나오긴 하지만 본심에서는 싫어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전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고 송재경동무에게 향옥동무를 쟁취하지 못하면 남자이기를 그만두라고 했습니다.》

《나무는 열번 찍어 넘어갈수 있다 해도 사랑은 그런것도 아니요.

그 동문 지금 상태에서 쉽사리 동의하지 않을거요. 설사 받아들인다 해도 그 동무의 고통은 끝날수 없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선녀복차림의 향옥이를 그려보시며 말씀하시였다.

《그 동무는 다시 수술하기로 했소. 잘 안되면 두번, 세번이라도 ··· 하지만 꼭 잘될거요. 그렇게 되면 축전때 향옥이가 춤을 출수도 있지. 아니, 꼭 추게 돼야지. 그 따라다녔다는 외국청년이 와서 보고 깜짝 놀라게. 그때 송재경이를 축전대표로 내세우오. 참, 말이 났으니, 그··· 지혜련의 부부도 축전대표로 했으면 하는것이 내 생각이요.》

《알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창혁의 얼굴이 환해지는것을 기쁘게 보시다가 말씀을 다시 이으시였다.

《오늘 내가 동무에게 꼭 말하고싶은것은 우리 청년들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라는것이요. 속담에 팔백금으로 집을 사고 천금으로 이웃을 산다고 했지만 천금을 주고도 살수 없는것이 혁명동지요. 물론 동무가 이걸 모른다는건 아니요. 그런데 동무넨 향옥이가 원상회복이 되지 못한걸 알면서도 나한테 알리지 않았소. 어떻게 그런것까지 일일이 보고하겠는가 하고 생각하였겠지. 난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소. 동무네는 늘 나하고 하나된 운명을 말하는데 여기선 그렇지 않단말이요. 난 동무네한테 기쁜 일도 그렇지만 속타는 일, 어려운 일을 먼저 듣자는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어둠짙은 창밖을 보시며 일어나시였다. 창혁이도 따라 일어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새삼스럽게 그를 유심히 여겨보시다가 근엄하게 말씀하시였다.

《내가 왜 오늘 동무를 찾고 이 말을 하게 되는가. 우리의 앞길에 좋은 날도 많지만 궂은 날도 있게 된다는것이요. 그 엄혹한 시련과 폭풍우를 맞받아나갈 사람들이 바로 동무들, 청년들이요.》

그이의 말씀에 창혁은 얼굴색이 거멓게 변했다.

《장군님! 우리 청년들은 억천만번 죽더라도 당과 혁명을 보위할 결사대, 근위대로 준비되여있습니다.》

《알고있소. 그렇구말고. 하지만 창혁이, 우린 우리 혁명만이 아니라 세계혁명을 생각해야 하는것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더욱 심각히 굳어지는 창혁의 얼굴을 보시고 화제를 돌리시였다.

보고문건에 밝혀진 청년들의 영웅적위훈과 미거자료를 더 깊이 알아보시고 창혁을 보내신 그이께서는 여전히 무거운 사색속에 계셨다.

뽈스까사태며 왈드의 편지, 하쎈의 기사는 최근에 와서 더욱 깊이 숙고하게 되신 세계의 불안정한 정치정세와 엄혹한 래일의 실상을 그려보게 하시였던것이다.

그이께서는 이날밤 집무실에서 밤을 밝히시였다. 력사의 시공간을 뛰여넘는 사색속에서 축전준비시작으로부터 오늘까지의 과정도 되돌아보셨고 세계의 어둑진 구석으로부터 우리의 미덥고 사랑스러운 청년들의 모습도 그려보시게 되였다.

그이께서는 자못 흥분되시였다.

수많은 상념과 사색의 엇돌림속에 마음을 안정시키기 어려우셨던것이다. 생각은 명백했으나 글줄들이 선뜻 떠오르지 않으셨다.

그이께서는 밤이 깊었을 때 창문을 연채 한동안 숙연히 서시여 밤하늘의 무수한 뭇별들을 보고계셨다. 그이께서는 어리실 때부터 밤하늘에 별들을 즐겨보군 하시였다. 만경대증조할머니는 그 별들에 그리운 사람들의 모습이 비껴있다고 했다. 어리실 때는 그 별들속에서 어머니를 찾아보셨다.

뭇별들은 무척 사랑스럽다. 어떤 때는 애잔하고 어떤 때는 귀엽고 어떤 때는 기쁘고 어떤 때는 눈물이 나게 한다.

수억만개의 별, 김정일동지께서는 가까이 내려앉을듯 한 별들을 보며 웃음을 머금기도 하셨다. 그 별들은 사랑스러운 청년들의 눈동자를 련상시킨다.

지혜련, 남상혁, 송재경, 림향옥···

이 땅의 토양과 별과 공기는 얼마나 좋은가.

그이께서는 서늘한 밤공기속에 마음을 정화시키며 저 별들에게, 미래에게 하고싶은 말들을 정립하셨다.

《폴리오!···》

청년일군들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외국청년들을 상상속에 그려보시였다.

며칠후 그이께서는 력사적인 로작 《현시대와 청년들의 임무》를 발표하시였다.

시대와 력사를 분석하시고 청년들의 지위와 역할, 사명과 임무에 대하여 밝히신 로작이였다.

이 로작은 발표된 즉시 세계보도계의 주요관심사로 되였다. 그 거대한 파문은 멀리 유럽과 아메리카까지 뒤흔들었다. 매 나라에 발족하기 시작한 축전민족준비위원회들에서는 이 로작을 현시대와 청년운동의 해설서로, 교본으로 삼았다.

세계민청의 왈드는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 올리는 신년축하장에서 로작을 가리켜 19세기 《로동계급의 동공을 틔워준》 맑스의 공적과는 대비도 안되며 그이의 혜안은 오늘과 래일의 세계에 홰불을 가져왔다고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1989년 2월부터 개최된 축전 국제상설위원회의 성과는 이 로작으로써 담보되였다.

시대와 청년운동에 대한 예리하고도 과학성있는 분석과 해답은 그 완벽한 진리성으로 모든 궤변과 역설, 어중이떠중이주장들을 휴지장으로 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