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2

 

제 7 장

2

 

향옥은 개페막행사와 공화국창건기념 경축공연준비가 바쁜속에서도 한주일에 두세번은 건설장에 나갔다.

그날은 금요로동일이였다. 향옥은 늘 그러했듯이 이날도 《자기 대대》에 갔었다. 지혜련이며 여러 동무들과 함께 미장작업에 한창 열을 올리고있을 때 돌격대부국장이 나타나 려단적으로도 이름있는 처녀미장선수들을 더 붙이게 하였다.

《동무들이 한번 본때를 보여야겠소. 이제 곧 〈국제청년지원로동봉사단〉으로 온 외국청년들이 동무들과 함께 일하게 되오.》

향옥은 외국청년들이 온다는 말에 오늘의 작업이 우습게 되였다고 생각했으나 처녀들은 다들 성수가 나했다.

좀있어 삽과 맞들이를 쥔 스무나문 되는 외국청년들이 작업장에 쓸어들었다. 류진영이 그들과 동행했다. 외국청년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작업장을 살피던 진영은 향옥을 보고 놀란 기색이 되였다가 한 외국청년을 눈짓하며 웃어보였다.

향옥은 그 청년이 아이레스임을 알아보았다. 알아보았다기보다 유심히 살피는 그의 눈길로 하여 알아맞친것이였다.

곤청색진스바지에 흰스프링을 걸친 아이레스는 류진영이 하는 말에 모두가 귀기울일 때 향옥이만을 보고있었다. 향옥의 시선과 부딪친 그의 눈에서 푸른 빛이 번쩍했다.

향옥은 굳어졌다.

벌써 세번째, 언젠가 꿈에 본 그대로 이 아이레스야말로 자기 운명에 음영같은 존재가 아닌가.

그는 모르는척하자고 마음먹으며 칼판우의 반죽을 미장칼로 떴다. 아이레스가 머리를 기웃거리는것을 보며 잽싼 솜씨로 반죽을 벽에 붙였다. 그때 류진영이 그를 불렀다.

진영이가 발판에서 내려오라고 손짓하는 순간 아이레스가 한손을 번쩍 쳐들었다.

《아, 림!》

짧은 그 소리에 외국청년들은 물론 동무들의 시선이 일시에 향옥이에게 쏠렸다. 향옥은 모닥불을 뒤집어쓴듯 한 속에 발판에서 내렸다.

《저치가 걸고들어, 무용배우가 어떻게 여기 있는가고.》

돌격대부국장이 그에게 귀띔했다. 향옥은 장갑을 벗고 아이레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래간만입니다.》

아이레스의 휘둥그래진 쪽빛눈이 기쁨으로 떨었다.

《림을 여기서 만날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뜻밖이예요, 반갑습니다.》

향옥은 례의를 잃지 않았다. 그러나 온몸에 땀이 내배이는것 같았다. 점잖게 미소를 짓기도 하고 호기심에 눈을 껌벅이기도 하고 서로 뭔가 수군거리는 외국청년들속에서 사진기를 꺼내드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 로동판에 어떻게 와있습니까?》

《지원로동으로 나왔어요.》

《아, 그렇습니까?》

아이레스는 우리측 통역과 류진영의 웃는 얼굴을 돌아보고는 날카로운 눈길로 향옥의 얼굴로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훌륭합니다.》

《보통이지요.》

아이레스의 얼굴에 미묘한 웃음이 피여올랐다.

《이번 기회에 림의 무대공연을 볼수 있을가요?》

향옥은 천정작업을 하는 남동무들까지 이 대화를 지켜본다는것을 느끼며 쏴붙이듯 대꾸하였다.

《지금은 안돼요. 새 종목 련습중이니까요.》

우리측 통역이 약간 난처한 기색을 보이며 머뭇거리는것을 보고서야 향옥은 자기가 다르게 대답했어야 옳았음을 알았다.

《전 이번에 림을 보러 왔습니다. 물론 이런데서 보려 한것은 아니였지요.》

아이레스의 눈에 상냥한 미소가 빛발쳤으나 향옥에게는 신통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를 모르겠습니까?》

불쑥 나타난 사람을 돌아본 향옥은 모두었던 숨을 내쉬였다. 비뚜름히 제껴쓴 모자밑에 몇오리 머리칼이 이마에 달라붙은 송재경은 익살을 부릴 때의 눈웃음을 지으며 아이레스에게 마주 갔다. 입귀에는 언젠가처럼 비웃음이 엿보였다.

《아!―》

아이레스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송재경은 그의 장갑낀 손을 꽉 틀어잡고 흔들었다.

《당신은 또 나의 질투를 받게 되였구만.》

그는 통역을 향해 웃어보이고 둘러선 외국청년들에게 자기 소개를 하였다.

《송재경이라고 합니다. 아이레스씨와는 구면이지요. 이 아이레스씨와는 모스크바에서 결투까지 할번 했답니다.》

통역은 놀란 기색으로 보다가 그대로 그의 말을 옮겨놓았다. 송재경이 그 사연을 밝히자 이제껏 점잖은 태도를 짓고 서있던 외국청년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향옥은 송재경이 재차 하는 말에 입술을 사려물고 귀를 강구었다. 재경은 아이레스가 당신도 여기 로동자인가고 깜짝 놀라며 묻는 말에 사뭇 흡족한 얼굴이였다.

《그렇습니다.》

《지원로동이겠지요? 조선에 와보니 국가요인들도 지원로동을 하더군요.》

《나는 정식 이곳 건설자입니다.》

《사실입니까?》

《보는바와 같지요.》

재경의 대답에 아이레스는 향옥에게 그러했듯이 어깨를 으쓱하였다. 그는 향옥이의 시선을 느끼자 뭔가 자기의 놀라움을 변명하듯 말했다.

《우리 나라에선 이 림과 같은 아름다운 녀성들은 일을 하지 않지요. 그들에게는 사치와 향락이 생활의 전부입니다.》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그 적지 않은 녀성들의 사치속에 어떤 수치가 담겨있는가도 잘 알고있습니다.》

재경은 단꺼번에 아이레스를 짓누를 차비인것 같았다. 한데 아이레스는 어지간히 당황해하면서도 태연한 얼굴로 말을 받았다.

《송이 무엇을 념두에 두고 하는 말인가를 알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19세기 견해입니다. 자기로서 행복하다고 느끼면 그뿐이지요.》

《인간성의 타락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까.》

송재경이 실눈을 하며 웃자 아이레스는 어깨를 으쓱하였다. 순간적이나마 그의 하늘빛눈동자에 당혹한 빛이 흘렀다. 그러나 향옥의 얼굴에 시선이 닿자 그 빛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약간 측은한 빛으로 바뀌였다.

《당신들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지요?》

송재경에게 다시 물을 때 그의 얼굴에는 동정어린 미소가 피여올랐다. 그러자 송재경은 약간 상기된 얼굴로 향옥에게 미안쩍은 웃음을 보이고 말했다.

《건 두고볼 일입니다.》

아이레스의 눈빛이 빛났다.

《그러니··· 림은 혹시··· 결혼비용을 위해 이 일을 더하는 셈인가요.》

그 말에 향옥은 귀뿌리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런 말까지 나오게 화제를 끈 송재경을 야멸차게 흘겨보고 내쏘듯 말했다.

《아이레스씨, 우리에게서 돈따윈 아랑곳도 없어요. 아시겠어요? 우린 자기 량심에 죄되지 않기 위해 이 일을 하는것입니다. 여긴··· 축전을 위한, 바로··· 당신들을 위한 성의도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아이레스씨에게 명백히 말하지만 전··· 결혼은 안해요.》

아이레스는 너무나도 뜻밖의 소리라는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어찌된 리유입니까?》

《그저··· 그렇지요.》

《송··· 사실입니까?》

《네··· 이젠 나도 짝사랑을 하는 불행한 사람으로 되고말았답니다.》

송재경은 롱조로 말했으나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아이레스는 알만하다는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향옥에게 맞들이채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하고 함께 일할수 없을가요?》

《안요, 전 오늘 미장공입니다.》

향옥은 쌀쌀히 거절했다. 작업이 끝났을 때 아이레스는 언제한번 만날수 있겠는가를 물었다. 향옥은 래일이건 모레건 극장에 오면 만날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날 향옥은 지혜련이한테서 원망어린 말을 들었다. 아무리 자기 감정이 그렇기로써니 외국청년들도 있는 앞에서 어쩜 그렇게 정치지도원의 망신까지 주며 가슴아프게 만드느냐 하는것이였다.

《정말 재경지도원과는 왜 그래요?》

《아니, 우린 처음부터 오늘같은 연극에서 알게 되였고 그저··· 연기만 했을따름이예요.》

《그래도··· 그는 짝사랑을 한다고까지 하지 않던.···》

《그것도 연극이지요. 외국사람들앞이니 그렇게 말한거지. 그리고··· 실지 그렇다 해도 난 싫어요.》

《직업상 차이때문에?》

《아니, 아니야. 뭣때문인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 역시 날 싫어해. 한데 내가 무엇때문에 그를 생각하겠어요.》

향옥이가 작업장을 나섰을 때는 해가 한발가량 남아있었다. 여느때면 침침한 어둠길에서 마음이 거뿐하였으나 지금은 개운치 못했다.

아이레스앞에서 한 재경의 말과 어색한 행동가짐이며 지혜련의 나무람을 곰곰히 되새겨보며 재경이에 대한 자기 감정이 무얼가를 생각해보았다.

골재장에서 지혜련과 남상혁의 상봉을 놓고 일장의 열변을 토할 때 《우정과 사랑》에 대하여 하던 재경의 말은 마치 그에게 하는 소리처럼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다.

며칠전의 일도 그랬다. 석고미장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던 향옥은 몇몇 처녀들이 공정검사에서 《퇴짜》를 맞을가봐 걱정하는 말을 들었다. 석고미장은 자칫 잘못하면 부풀어 뜨게 되는것이다. 향옥은 자기가 미장한것은 한번도 《퇴짜》를 맞지 않았다는것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미심결에 작업장에 다시 들어가던 그는 깜짝 놀랐다. 텅빈 작업장안에서 자기가 미장한 곳을 긁어내는 재경이를 보았던것이다.

석고먼지가 뽀얗게 일어나는 속에서 향옥은 고맙기보다 분하여 내쏘았다.

《이건 뭔가요?》

그를 돌아본 재경은 저으기 놀라는듯 하였으나 인차 태연해지며 씩 웃었다.

《강도시험중이요.》

이 말에 향옥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발판우에 놓인 석고반죽통을 보자 자기가 오늘까지 왜 한번도 《퇴짜》를 맞지 않았는가 하는것을 알게 되였다.

《비키세요.》

향옥은 발판우에 뛰여올라가 그의 손에서 미장칼을 나꿔챘다. 그리고 자기가 미장한것을 마구 짓조겼다.

《그건 다치지 마오.》

미장칼이 동그랗게 그어놓은 원밖에것까지 나가자 재경이가 미장칼을 다시 빼앗았다. 향옥은 빼앗기지 않으려 했으나 그의 억센 손에서 손가락들이 마른 풀대처럼 맥을 잃고말았다. 향옥은 발판에서 뛰여내렸다. 그대로 씽―하고 돌따서 가고싶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송재경은 부풀어 뜬 곳을 긁어내고 몇분 안되는사이에 미장을 고쳐하고 내려섰다. 그때 공정검사원들이 나타났다.

재경은 기둥옆에 선 향옥이를 보자 난처한 표정이 되였다.

《왜 아직 안갑니까. 뻐스에 늦겠는데―》

《제것만 늘··· 이렇게 하는가요?》

향옥은 비웃음을 띄우려 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재경은 천연스럽게 대답했다.

《손님대접이요.》

《손님대접이라구요?!》

향옥은 섭섭했다.

《미안하오, 난··· 동무의 모든 일에서 〈퇴짜〉가 없기를 바랬을뿐이요.》

재경의 얼굴에는 쓸쓸한 빛이 갈마돌았다.

향옥에게는 그의 말이 불로 지지는듯 아프게 들렸다. 자기를 위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었기때문이였다.

토요일 오후 향옥은 아이레스가 정식 《상면》을 요청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다음날인 일요일 오후 고려호텔의 면담실에서든가 향옥이네 극장에서 만나자고 한다는것이였다. 그 사실을 전화로 알려온 류진영은 우리에게 호의적인 감정을 품고 자원로동에 온 사람이니만치 친절히 대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어쩌는수가 없었다. 향옥은 아이레스에게서 받았던 반지건이 께름하여 집에 있던 고려자기를 기념품 겸 답례품으로 주자고 생각하였다. 전화로 그 의향을 듣고난 아버지도 쾌히 승낙하였다.

《그런 녀석들한테야 빚져선 안되지.》

림영찬은 휴식일날 집에 들어오지 않는가 하는 향옥의 물음에 학생소년궁전 만장작업때문에 움직일수 없다고 하였다. 만장(건물의 최상부)작업이란 소리에 향옥은 아이레스와의 상면을 뒤로 미루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00여메터 높이의 원형트라스에 여러가지 장치물을 올려 조립하는 만장작업은 궁전건설에서 제일 어려운 마지막공정작업이였다. 지금까지 어렵다는 일에서 한번도 빠진적 없는 향옥은 이번 일에서 빠지면 두번 다시 없을 후회로 남으리라고 생각하였다.

향옥은 이 사정을 진영에게 알리고 일요일 아침 일찌기 작업장에 나갔다.

작업장은 명절분위기였다. 수도건설지휘부의 여러 간부들도 나와 있었고 방송차들에서는 힘찬 음악을 내보내고있었다. 120메터 높이의 발대우와 원형트라스에는 한다 하는 연공들이 올라가 이걸 올리자, 저걸 잡으라 하며 소리쳤다. 향옥이를 만난 지혜련은 남상혁동무까지 와서 만장에 올라갔다고 했다. 하지만 까마득히 보이는 꼭대기여서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 어려웠다.

로동안전원들과 같이 현장을 돌아보던 림영찬이 향옥이한테 왔다. 그는 아이레스를 만나는 일은 어찌되느냐고 묻고는 향옥이처럼 천정꼭대기를 바라보았다.

《나도 저들 나이때는 60메터까지는 올라갔댔다. 그런데 60메터라 해도 발대우에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기분이다.··· 진짜 흔들리지.》

림영찬은 저으기 불안한 기색이였다.

향옥이와 지혜련이네는 석고연마작업에 달라붙었고 《비행사》가 되지 못한 남동무들도 연마작업과 대리석바닥붙이기를 하였다.

사고는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앗!》하는 비명과 함께 《쇠바줄이 벗어났다!》하는 웨침이 울렸다. 고개를 쳐든 향옥은 천정에 매여달린 권양기로라에 한사람이 붙어있는것과 로라와 바줄사이에 지레대를 들이밀던 그의 몸이 허공중에 휘익 돌아가는것을 보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다시 눈을 뜨고보니 그 사람은 안전띠에 매인채 둥 떠있었고 그의 지레대는 여전히 로라와 쇠바줄사이에 끼워있었다. 뿌직뿌직하는 소리와 함께 방금까지 천정으로 오르던 장치물바가지가 한자리에 멈춰선채 위태롭게 흔들거렸다.

《피하라!》

《로동안전원》완장을 낀 사람들이 바닥에 굳어져 서있는 향옥이며 처녀들을 마구 잡아 휘뿌렸다. 태질치듯 벽에 뿌리쳐졌던 향옥은 통나무를 든 사람이 방금 자기가 섰던 자리에 가 서는것을 보았다. 좀전까지 한자리에 멈춰서 흔들리는듯싶던 장치물바가지가 무척 가까와진듯이 보였다. 종이장처럼 하얘진 얼굴들이 얼씬거리는 속에 재경인것을 알아본 향옥은 자기로도 이상할 정도로 침착해졌다.

반톤무게의 짐을 저 통나무로 이겨낼수 있을가, 그런데 왜들 제때에 피하지 못한담. 다들 못박힌듯이 바가지만 올려다보고있는것이다.

《아, 아.》

또다시 터져나오는 새된 비명에 향옥은 눈앞이 아찔해졌다. 철바가지가 당장 머리우에 내려꽂히는듯싶었다. 갈팡질팡하는 동무들, 재경은 여전히 서있다.

(나까지 버티면.)

구원될것이다. 향옥은 어떻게 내달려가 통나무를 잡았는지 모른다. 묵직하고 터슬터슬한 통나무를 감촉하자 이 나무가 자기는 물론 모든 동무들을 구원할것만치 든든하게 여겨졌다.

《물러가오.》

재경의 눈에서 불이 일었다.

《아니.》

향옥은 분명 이 말을 한것 같았다.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향옥은 바닥에 뿌리쳐져 쓰러졌다. 권양기바가지의 한 모서리가 통나무에 부딪치며 수지합판과 철재들을 휘뿌렸으나 향옥은 그것을 알수 없었다. 부러진 통나무의 터슬터슬한 단면과 무엇때문에 쓰러졌는지 모를 재경이가 일어서는것을 꿈결에서처럼 보았다. 그리고 이때야 자기도 바닥에 나동그라져있음을 알았다. 이 무슨 일이람. 그도 일어서려고 했다. 순간 지독한 아픔이 온몸을 엄습하며 왼쪽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기중기바가지가 기울어 떨어지며 그의 다리를 쳤던것이다.

향옥은 더 다친 사람이 없는가를 돌아보고 자기 다리에 눈을 주었다. 작업복바지 아래단에 검붉은 피가 내배고있었다.

《향옥아, 일없니?》

아버지의 웨침, 휘둥그랗게 커진 동무들의 눈··· 향옥은 약간 메슥메슥한 감을 느꼈다.

《일없어요.》

그는 이 말을 할 때 석고처럼 하얗게 질린 재경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무사했군요.》

《향옥이!》

울음을 토할듯 한 웨침이 귀전을 울렸다. 재경의 얼굴근육이 푸들푸들 떨었다. 향옥은 웃음을 지어보이려 했으나 얼굴을 찡그렸을뿐이다. 무서운 동통에 정신이 흐리마리해졌다. 그의 왼쪽다리는 부서졌던것이다.

(저 동문 지금 나를 어떻게 생각할가?)

향옥은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