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1

 

제 7 장

1

 

6월 6일 낮 2시, 당중앙위원회 회의실 홀은 엄숙한 례식을 앞둔듯 한 숙연한 분위기속에 있었다. 몇명씩 모여선 사람들이 벽가에 꽉 들어찬 도안들을 살펴보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이따금 홀과 이어진 계단을 올려다보며 넥타이를 바로잡기도 하였다.

축전 개페막행사도안이 완성되여 오늘 김정일동지의 가르치심을 받게 된것이였다. 그 기간 수많은 창작가, 예술인들이 달라붙어 완성한 이 도안에는 여기 모인 당중앙위원회 일군들과 문화예술부문일군들의 고견과 지혜가 다 담겨져있었다. 내용과 구성, 소도구로부터 의상색갈에 이르기까지 수십차례의 토론과 검토를 거쳐 선택완성을 본것이다.

《오십니다.》

누군가의 숨가쁜 말소리에 홀안은 순간에 물뿌린듯 한 정적속에 잠겨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몇몇의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 함께 홀과 잇달린 계단으로 내려오시였다.

《오래간만입니다.》

그이께서는 도안설명을 하여드리게 된 연출가의 손을 꼭 잡아주시며 수고하게 되였다고 말씀하시였다. 그러시고는 벽가에 진렬된, 스쳐보는데만도 한시간은 실히 걸릴 도안들을 언뜻 살펴보시고 경건한 눈길로 그이를 우러러보는 사람들에게 동무들이 다 봤으니 잘됐겠지요 하는 기색으로 웃으시였다.

《해설을 들어봅시다.》

그이께서는 연출가의 팔굽을 가볍게 다치시며 도안쪽에 가까이 다가서시였다. 차렷자세를 취하고있던 연출가는 길게 숨을 들이긋고 오랜 무대생활에 익숙된 사람들이 매양 그러하듯 침착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는 비록 첫 음절은 좀 떨긴 했으나 명확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객석, 배경대, 반주대, 개막서장, 1장, 2장, 3장···

연출가의 설명은 도안을 살피시며 걷는 그이의 움직이심에 따라 빨라지기도 하고 늦춰지기도 하였다. 이미 개페막행사과정을 일목료연히 알고계시는 그이께서는 연출가에게 설명할수 있는 시간적공간을 주시느라 발걸음을 뜨게 하셨을뿐 한자리에 서계시지 않았다. 예견했거나 전혀 예견하지 못했던 질문들을 짤막짤막 하시는것으로 판박힌 설명을 대화식으로 변경시키시였다.

그이께서는 신호나팔수들의 의상도안앞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미술가들의 세련된 붓질로 아름답게 형상된 청년들이 번쩍거리는 나팔을 높이 들고 서있는 그림이였다.

《개페막신호수들입니까?》

《네.》

연출가는 그이의 눈길에 의혹비슷한 빛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는것을 보며 무엇부터 설명할지 몰라 망설였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이렇게 하지요?》

《네, 그렇습니다.》

연출가는 개페막행사시 신호나팔수들의 역할에 대하여 말씀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을 저으시였다.

《그런게 아니라 민족적맛이 나지 않아 그러오.》

모두의 눈길이 긴장되는것을 보시자 그이께서는 웃으시였다.

《트럼베트나 이런 신호나팔같은것이야 어느 나라에서나 볼수 있습니다. 지금 저 그림은 얼굴만 조선사람이지 너무 서양화됐습니다. 개페막에는 모든 사람들이 다 참가하고 첫시작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매력인데 이건 그저 그렇습니다. 조선맛, 이건데··· 거 고구려장군복이 어떻소? 와디디하게 입히고··· 또 저런 쇠나팔이 아니라··· 뿔나팔같은것을 불게 하면 멋있지 않겠습니까.》

그이께서는 둥그렇게 휘여진 뿔나팔을 손짓으로 그려보이며 눈길을 쪼프리시였다. 광막한 력사의 저 먼 벌판에서 뿔나팔소리 우렁차게 적군을 마주향해 출전하던 고구려의 옛장병들을 그려보시는가.

그이께서는 감탄하는 소리들을 뒤에 남기고 다음도안앞으로 걸어가시였다. 봉화대에 불을 지피는 녀성의 옷차림은 양복으로, 소고대원의 바지는 치마로 바꾸게 말씀을 주시였다. 개막연설시 바닥대렬 녀성들이 서있는 도안을 보시고는 머리를 저으시였다.

《이건 좀 관료주의구만. 동무들이야 그때 다 앉아서 보겠는데 저 동무들은 까딱않고 20분동안을 서있게 한다는것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꽃밭을 만들어보이는 식으로··· 다 꽃을 들고 앉게 하면 되지 않겠소.》

그이께서는 《천리마의 기세높이 락원을 세웠네》의 배경대 장면앞에서 또다시 걸음을 멈추시였다.

창작가들이 그중 힘을 넣었고 자신만만히 생각하는 장면이였다. 이 장면들에서 조국건설의 력사와 조국의 위용을 떨쳐보이자고 마음먹은것이였다. 연출가들의 목소리도 씩씩하고 활기넘쳤다.

그이께서는 구름을 차고 나는 천리마며, 용해공의 모습이며, 기계군단의 진군장면을 형상한 도안들을 보시다말고 지정철에게 고개를 돌리시였다.

《개막행사때 이걸 다 넣으면 5대륙 청년들이 숨막혀하지 않겠소.》

《저··· 개막시엔 다들 그렇게 했습니다. 모스크바축전때도···》

《허허, 그것이지. 그때문에 대국주의소리까지 듣게 되는것이요. 생각해보시오. 5대륙 각처에서 온 사람들한테 축전 개막행사때부터 천리마대고조요, 80년대속도요 하면 뭐가 뭔지 알기나 하겠소. 이런거야 며칠 지나 우리를 좀 알게 된 뒤에 보게 해도 되오. 우리가 <조선의 날>을 설정한것도 그때문이 아니요. 집단체조 같은데서 이걸 다 보여줄수 있거던. 개막행사때엔 춤과 노래, 재간들을 펼쳐놓아야 되오.》

개막장면을 다 보시는데도 한시간 넘게 흘렀다. 그이를 수행하던 일군이 좀 쉬셔야 하지 않겠는가고 말씀드리자 그이께서는 머리를 저으시였다.

《보던바치고 그냥 봅시다.》

페막도안앞으로 가신 그이께서는 무연화약의 축포는 공기를 흐리게 하는 구식이라고 하시면서 레이자축포를 리용할데 대하여 가르쳐주시였다. 매 장면들의 노래와 무용까지 일일이 알아보시고 의견을 주시느라니 또 한시간이 흘렀다.

그이께서 축전 종장에 대한 설명을 들으시고 돌아서실 때 일군들은 하나같이 밝은 웃음을 머금고 가볍게 숨을 내그었다.

이제야말로 완전무결한 행사준비가 끝났고 또 이제는 그이께서 쉬시게 되였다는 기쁨과 안도감에서였다.

수십, 수백명의 두뇌와 경험들을 단연 뛰여넘으시고 수십, 수백일의 연구와 모색에서도 알아내지 못한 문제를 순간에 밝혀내시는 그이의 비범한 예지와 탁견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번 다시 봐야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량옆으로 갈라져 돌아가실 길을 터놓는 일군들을 둘러보시다가 물으시였다.

《봉화대는 어데 위치합니까?》

《아직 그것이 확정되지 못했습니다.》

당중앙위원회의 한 일군이 봉화대위치를 바닥에 하면 너무 낮고 단을 쌓고 하려 하지만 이것도 문제라고 말씀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말에 긍정하시였다.

《봉화는 축전기간 계속 불타고있어야 되니만치··· 바닥에 해서는 안됩니다. 경기장사람만이 보자는것이 아닙니다. 내 생각엔 지붕우 어데다가 설치하는 방법을 택했으면 합니다. 말자체로 봉화거던, 봉화!》

그이께서는 의미심장하게 뇌이시다가 지정철에게 눈길을 멈추시였다.

《동무들이 지금 봉화대에 홰불을 지필 사람을 두고 토론한다지요?》

《네, 력대적으로 축전봉화를 지피는 청년들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인물들을 세웠습니다. 쏘련에서는 유리 가가린의 딸을 세웠는데··· 사실 저흰 탁구녀왕으로 이름난 박영순동무를 내정하고 있었습니다.》

《아까운 동무를 잃었소.》

그이께서는 병으로 사망한 탁구녀왕을 그려보는듯 련련한 애정이 비낀 눈길로 추연히 계시다가 말씀을 이으시였다.

《우린 다른 나라들처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유리 가가린의 딸을 세웠다고 해도 그걸 알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우린 청년영웅들중에서 택합시다. 특별한 사람아닌 조선청년일반을 대표하는 그런 청년을 말입니다.》

그이의 눈길이 청년일군들에게 잠시 멈춰졌다. 당장에라도 그런 청년들 수십명쯤은 단번에 외워바칠듯한 기색들을 알아보시자 웃으시였다. 진영에게는 알릴듯말듯 고개를 끄덕여보이셨다.

홀 중앙에 이르신 그이께서는 집단체조준비를 잘할데 대하여서 다시금 강조하시고 우기대책문제를 물으시였다. 누군가 7월초에 축전을 하니만큼 비가 문제라는것을 말씀드리자 당중앙위원회의 한 일군이 비를 방지하기 위해 포사격으로 비구름을 없애려는 안이 나왔음을 보고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으시였다.

《그건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인공 강우는 비행기로 해볼 생각입니다. 무력부동무들이 큰 소릴 치던데 다야 없앨순 없겠지만··· 큰 비구름이라도 눌러버리면 성공인셈이지요.》

그이께서는 금강산선녀들의 강하를 보여주는 춤도안을 보시다가 개페막행사를 잘할데 대하여 다시금 강조하신후 제기할것이 있으면 기탄없이 말하라고 말씀하시였다.

시간이 너무 흘러간것으로 아무도 나설념을 않자 그이께서는 잊으신것이 없었는가를 헤아리신듯 생각에 잠기셨다가 다시금 물자보장준비와 축전대상건설을 다그칠데 대하여 말씀을 주시면서 한 일군에게 상설위원회청사 건설형편을 물으시였다. 시간상 좀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보고를 들으신 그이께서는 앞으로의 축전대상건설은 수도건설지휘부와 함께 축전준비위원회가 틀어쥐고 내밀데 대하여 밝혀주셨다.

이로부터 두달 가까운 7월 30일, 김정일동지께서는 또다시 축전행사준비에 대한 가르치심을 주시였다. 인민문화궁전에서였다.

수정보충된 개페막행사도안과 의상차림들을 보시였고 평양시내에 설치할 여러가지 직관상도안, 축전에 전시할 공예, 미술작품, 전시장형성도안, 국제민속명절놀이장형성도안과 대형병풍그림초안을 일일이 지도하시였으며 그 뒤끝에 축전관계부문일군들과 자리를 같이하시여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준비를 더욱 힘있게 다그칠데 대한 문제를 가지고 담화를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전반적으로 만족을 표시하시며 축전행사준비가 기본적으로 되였음을 세상에 공개하라고 말씀을 주시였다.

아침 첫 시간부터 시작된 지도는 중낮이 되여서야 끝났다. 그이께서 각종 도안과 수백점의 소도구들, 출현자들의 옷차림까지 보신데만도 무려 세시간남짓 흘렀다. 며칠째 계속되는 고온현상으로 랭풍된 실내에서도 땀발이 서는 날씨였다. 그이께서는 내내 색안경을 끼고계셨다. 눈에 충혈이 졌던것이다···.

수많은 일군들과 함께 밖에 나온 창혁은 김정일동지께서 타신 차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한자리에서 움직일줄 몰랐다.

한없는 고마움과 함께 이름할수 없는 아픔이 가슴미여지게 한다.

이즈음 태양흑점에 의한 지자기현상이 계속 반복됨에 따라 건강관리에 대한 목소리들이 높다. 이때문에 그의 어머니는 치료휴양을 떠났다. 장군님께서 조처하신 배려였다. 장군님께서는 며칠전에 있은 전국영웅대회때 아버지를 대신하여 참가한 어머니를 친히 만나주시고 건강이 좋지 않아보인다고 하시며 치료휴양까지 가도록 보살펴주셨던것이다. 그 일을 두고 어머니도 울었고 창혁이도 울었다.

《그냥 이러고 서있겠소.》

진영의 말에 창혁은 주위를 돌아다보았다. 단 둘뿐이다. 진영의 다감한 얼굴에도 짙은 감동이 어려있다.

궁전 홀로 되돌아 들어가자 흥분한 목소리들과 웃음들로 소연했다. 의상수로 뽑혀온 성원들은김정일동지께서 크게 만족하셨다는것으로 충천한 기세로 떠있는것이다. 창혁은 봉화대모형앞에 이르자 다시금 못박힌듯 우두커니 섰다. 봉화도안을 보시며 하시던 장군님의 말씀이 새롭게 가슴을 울리였다.
《우리의 저 봉화는 위대한 수령님과 항일혁명투사들이 지펴올린 불이고 조국해방전쟁시기부터 오늘까지 당과 수령을 위하여 모든것을 바쳐 싸운 우리 인민들과 청년들의 억센 기상과 정신을 담고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장군님.》

창혁은 입안의 소리로 자기 생각을 뇌여보았다.

《오늘의 저 봉화는 경애하는 장군님의 위대한 혁명정신과 백두의 기상, 불멸할 로고의 빛발입니다.》

진영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향옥의 밝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돌아섰다. 그를 본 향옥은 수집게 웃으며 눈길을 내리깐다. 금강산선녀복차림을 한 향옥은 말그대로 순결무구한 선녀처럼 보인다.

좀전 김정일동지앞에서 꿈에 취한 소녀마냥 행복한 웃음을 머금던 모습이 갈마들며 온 천지를 향해 고고성을 터치고싶은 충격이 일었다. 그것은 위대한 사랑에 대한 감사, 행복에 대한 목메인 웨침일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