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5

 

제 6 장

5

 

저녁식사시간이라 골재운반차들도 더 오는것이 없었다. 누군가 《빨찌산산막》이라고 이름 붙인 휴계실뒤에서는 간간이 바스러진 웃음이 터져나온다. 지혜련이 휘동해온 처녀소대원들이 막돌들을 골라제끼며 모래를 모아쌓고있다. 처녀대원들은 골재작업에서 제외되게 하였으나 래일이 일요일이라는것을 턱대고 하루작업이 끝나기바쁘게 죄다 쓸어와 아예 밤을 팰 잡도리이다. 마지막 골재운반차에 남대원들을 보내고 물고기잡이 명수라 자처하는 박선익과 함께 강에 주낙을 놓고난 송재경은 목삭판과 가마니로 대충 세워놓은 휴계실로 들어섰다. 밖에서 보게 되는 모양과는 달리 안에는 제라늄화분이 있고 그옆에는 손풍금과 기타까지 놓여있다.

골재장휴계실이면서 경비막이기도 했다. 오늘밤 《경비원》들인 박선익과 송재경의 《저녁식사당번》으로 자청해나선 류진영이 벌겋게 단 난로우의 늄식기들과 밥곽들을 살펴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이젠 다된것 같애. 먹자구.》

진영은 갖가지 《문건》들이 들어있는(그는 낮사이에 밀린 일감들을 여기 와서 처리하였다.) 큼직한 천가방을 열더니 박선익에게 눈을 주었다.

《녀동무들도 들어오라고 하오. 집에서 뭘 좀 꾸려넣었구만.》

진영은 알사탕과 과자봉지들을 주섬주섬 꺼내놓았다.

《쏘가리가 선것 같습니다.》

늄식기뚜껑을 열던 재경이가 한쪽 잔등이 누렇게 번들거리는 쏘가리를 보고 혀를 찼다.

《설었으면 뭐라오. 생것도 먹을라니. 초장을 치면 회쳐먹는 식이 되지 않겠소.》

《그러나저러나 락제입니다.》

《여, 남들앞에서는 그러지 말라구. 내 위신을 봐줘야지 않아.》

《고려는 하겠습니다. 하지만 군대에선 말입니다, 전사생활을 하는 장령들은 모든데서 저희 병사들보다 몇갑절 낫답니다. 포복전진으로부터 취사근무까지―》

《나야 신대원이 아니요.》

《하긴 그렇지요.》

두 사람 사이에서는 이런 롱담이 곧잘 오갔다. 재경은 부위원장이 밤마다 대대에 내려와 일하는것이 미안스러워 하는 롱담이였고 진영은 자기를 위해주는 이들의 마음이 고마와서였다. 사실 진영은 상설위원회건설이 사로청과 돌격대지도국 사업계획에 들어가 일련의 조직사업이 있을 때만 해도 이만저만 옹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대대에 내려오니 모두가 그의 《내기》를 놓고 무슨 영웅적인 거사나 치른것처럼 기뻐하며 그까짓 한채의 집쯤은 식은죽먹기라고 윽윽했다. 진영은 눈물이 날만치 감동됐다. 이동안 그는 하나의 대학을 마치는 기분이였다.

청년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지게 되였고 일군들이 현실속에 내려가 몸 잠글데 대한 당적요구의 뜻도 더 깊이 새겨안게 되였다.

《안들어오겠다고 합니다.》

박선익이 휴계실문을 열고 부르튼 소리로 말할 때 자동차의 경적소리와 함께 왁작거리는 소음이 가까와왔다.

《벌써 올리가 없는데―》

재경이가 문을 열자 두대의 차가 원목다리로 들어서는것이 보였다.

차들에는 시루박듯 청년들이 빼곡이 탔다. 무슨 큰 경사나 생긴듯 손을 휘저으며 법석을 놓는다. 학생소년궁전 야간작업조까지 다 오는것 같았다.

《혜련동무―》하는 걸걸한 웨침뒤에 《님이 왔소!―》하는 소리가 합창하듯 울리였다. 재경은 그 소리에 끌린듯 밖으로 뛰쳐나갔다.

청년들은 차가 채 멎기도전에 모래불에 뛰여내렸다. 앞차의 운전칸에서는 대대장의 손에 팔목을 잡힌 한 청년이 고삐 잡힌 소처럼 엉거주춤 끌려내리고있었다. 남상혁이였다.

《아니, 이거 어떻게 된거요.》

재경이가 다가가자 잔뜩 목을 움츠리고있던 청년은 턱을 제껴들며 껄껄 웃었다.

《오래간만이구만. 난 포로신세가 되였소.》

진영이가 그들쪽에 다가가자 대대장이 그 청년을 소개했다. 당원돌격대에서 온 이 대대의 옛중대장이였다는 말에 진영은 무척 반가왔다.

《그러니 고향이 그리워 온셈이구만.》

진영의 말에 그 청년은 얼굴을 짓숙이며 뒤더수기를 쓸어만졌다.

남상혁은 오늘 자기 군에서 올라온 지원물자중에서 지혜련의 몫을 가지고 대대에 왔다가 북부철길 《로병》들한테 붙잡힌것이다. 그동안 대대에 한번도 나타나지 않은것으로 그는 여기까지 오는 사이에도 되게 닥달을 받았다.

대대장은 진영에게 범잡은 포수마냥 의기양양해 말했다.

《이 친구는 지원물자도 지원물자이지만 군에서 올라온 차를 가지고 당원돌격대와 자기네 군의 명의로 하루밤 지원작업을 하겠다는것입니다. 그런데 저흰 아직 식사전입니다.》

《잘 됐구만. 우리도 식사전이요.》

《그런데.》

대대장은 식료품지함들과 음식그릇들을 차에서 내리우고있는 청년들쪽에 시선을 주며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저··· 우린 그동안 상혁동무와 오래동안 못만났댔는데 오늘저녁 식사는 〈상봉연회〉식으로 하자고 합니다. 우리 동무들의 일치한 요구인데··· 일없겠습니까?》

《허, 일없구 뭐구 있소. 동무들식으로 하오. 나야 신대원이 아니요.》

그들의 말을 여겨듣던 청년들속에서 와― 하고 환성이 일었다. 잠시후 휴계실앞에는 두개의 모닥불이 지펴지고 백포를 깐우에 《연회상》이 차려졌다. 지혜련은 어덴가 숨어 보이지 않고 처녀들이 음식들을 그릇마다 챙겨 펼쳐놓았다. 야간작업조와 함께 온 향옥이도 그 틈에 끼여 성수나 움직였다. 대대비상용《특수식료품》과 (여기에 무언들 없으랴. 사과며 배며 마른 명태에 맥주병까지 있었다.) 상혁이네 군에서 올라온 지원물자―각종 당과류며 빵에 송편까지 오르니 제법 요란스러운 《연회상》이 되였다. 지혜련과 남상혁을 억지다짐으로 끌어다 불앞에 나란히 붙여앉힌 대대장은 못내 만족한 기색으로 손까지 썩썩 비볐다.

《부위원장동지, 사실 이 남상혁동무와 지혜련동무는 광복거리건설이 끝난 다음에는 결혼하게 될 사이랍니다.》

그 말에 지혜련은 얼굴을 감싸쥐였고 상혁은 너털웃음을 쳤다.

《아직은 두고봐야 할 일이요.》

《두고보다니, 아예 오늘로 맞도장을 누르자구. 부위원장동지까지 증인인데 어림있어.》

대대장의 말에 박장대소가 일었다. 모두가 자리를 잡고 앉자 대대장은 재경에게 한마디 하라고 했다. 싱글싱글 웃기만 하던 재경은 몹시 흥분한 얼굴로 일어섰다.

《동무들!》

목소리마저 약간 갈렸고 한잔 마신듯 눈빛이 유난히 번쩍였다.

《오늘 여기에 온 남상혁동무는 동무들과 오래전부터 전투적인 우정속에 남다른 인연을 맺고있습니다. 나는 오늘 이자리에서 동무들이 아직 모르고있는 한가지 사실을 말하려고 합니다.》

《으흠―》

헛기침소리가 그의 말을 중둥무이시켰다. 얼굴이 벌겋다못해 벽돌장처럼 된 상혁은 모두의 시선이 자기에게 쏠리자 잔뜩 눈섭을 찌프린채 입안의 소리로 중얼거렸다.

《사내장부의 일언은 중천금이렷다.》

《그렇습니다. 사내장부의 일언은 중천금이고 돌격대원의 맹세는 더없이 값비싼것입니다.》

재경은 웃는 눈길로 상혁을 일별하고 계속했다.

《동무들은 모르겠지만 사실 제가 여기 돌격대에 탄원한 계기는 남상혁동무를 만나게 된데로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대길에서 만났댔습니다. 그때 나는 당의 부름따라 자신의 전체를 바치려는 이 동무와··· 또 한동무의 모습앞에서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실 인생길에서 훌륭한 동무들을 알게 되고 가깝게 지낸다는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여기 북부철길때부터 일해온 동무들은 더욱 그럴것입니다.

때문에 나는 남상혁동무와의 상봉을 축하하고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을 위한 충정의 한길에서 맺어진 우리들의 우정과 사랑이 영원히 변함없자는 의미에서 한고뿌씩 들것을 제기합니다.》

그는 박수가 터지는속에 맥주병마개를 떼여 거품이 이는 맥주를 상혁이앞에 놓인 비닐고뿌에 쏟아부었다. 맥주고뿌를 받아든 상혁은 벌깃해진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동무들, 감사합니다.》

잠시후 그들은 떠들썩한 이야기로부터 오락회로 넘어갔다. 불무지의 열기와 맥주의 연한 취기에 저마끔 춤과 노래, 익살로 흥취를 돋구었다. 향옥이까지 일어나 《조국의 진달래》의 한 장면을 보여주어 갈채를 받았다. 재경은 누구라없이 일어서면 적당한 선률과 화음으로 기타를 탔다. 《연회》는 한시간나마 끌었다. 마지막으로 남상혁이 지명되자 그는 릉라경기장건설에 대하여 말하며 이제 수백t 되는 대형트라스를 김철에서부터 날라오면 연공 남상혁이 청년돌격에서 익혀온 일솜씨를 떨쳐보일것이라고 손세를 써가며 일장의 연설을 하였다. 《동지애의 노래》로 오락회의 막을 내렸다. 갈숲을 스쳐부는 밤바람이 그들의 노래를 멀리로 싣고갔다.

골재장으로부터 700여m 상거한 고속도로. 하얀 띠줄이 일매지게 그어진 길녘에는 김정일동지께서 서계시였다. 새로 건설되는 제강소를 돌아보고 오시다가 모닥불과 노래소리에 끌려 차를 멈춰세우신 그이이시였다.

《저 노래는 들을수록 좋습니다. 이런 밤에 저들의 노래를 듣게 되니 노래의 의미가 더 깊이 새겨집니다.》

그이께서는 뒤따르던 차에서 내린 일군들을 향해 말씀하시고 다시금 불무지에 시선을 주시였다.

《저 동무들이··· 어데 건설자들인지 모르겠습니까?》

《속도전청년돌격대 같습니다.》

수행일군들속에 끼여있던 준선부장의 대답에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내 보기에도 그런것 같습니다.

가봅시다. 그대로 지나치기가 아쉽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부관의 손에 들린 소형전지를 받아드시고 큰길과 이어진 소로길로 내리셨다. 물기머금은 바퀴자국이 또렷이 새겨진 길이였다.

준선부장과 부관이 한발 앞서 달려가고···

뒤이어 골재장상공을 뒤흔들며 만세소리가 터져올랐다.

모닥불가에 이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방금전까지 마구 안겨들듯 하던 청년돌격대원들이 미처 치워버리지 못한 음식그릇들을 보며 당황해하는것을 보시였다. 대대장이 더욱 그러했다. 기쁨에 젖은 얼굴에 한줄기 송구스러운 빛이 갈마돌았다.

《밤참중이였소?》

《옛. 밤참중이였습니다.》

대답만은 힘찼다.

그이께서는 수원들을 돌아보시며 웃으시였다.

《우리가 좀 늦은셈입니다. 한축 낄수 있었는데.》

그이의 말씀에 청년들의 얼굴이 활짝 밝아졌다.

《살림살이를 잘하는것 같구만. 괜찮아.》

그이께서는 대대장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여주시였다. 대대장의 입이 함박만해졌다.

《오늘밤 일감은 어떤거요?》

《축전국제상설위원회 청사건설을 위한 골재준비작업입니다.》

《상설위원회?!》

《넷. 그렇습니다. 저희들은 우리 조선청년들의 힘을 얕잡아보는 서방청년들에게 한주먹 안기자고 결심하였습니다.》

김정일동지를 우러러보는 청년들의 눈길도 더욱 생기롭게 빛났다.

그이께서는 한주먹이라는 말도 그렇지만 처음 듣게 되시는 상설위원회청사라는 소리에 저으기 의아해지셨다.

《장군님, 그건 저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생겨난 일입니다.》

방금전에 준선부장으로부터 인사소개를 받은 류진영이 한걸음 나섰다.

《그래 무책임했다는건 어떤것이요?》

《제가 앞뒤를 생각하지 못하고 자제력을 잃었댔습니다.》

그가 손바닥에 장을 지지기로 했다는 《내기》의 전말을 들으신 그이께서는 시선을 옮기시였다.

《동무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부위원장동무가 동무들을 믿고 내기를 건것 같은데 잘했소, 잘못했소?》

《잘했습니다.》

일제히 터져나오는 대답에 그이께서는 환하게 웃으시였다.

《옳소. 동무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니 나도 찬성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흡족한 눈길로 진영을 보시였다.

《그런데 무엇때문에 이런 일을 감추고 하오.》

언젠가 《나라사정》을 생각한다고 했던 창혁의 말까지 떠오르셨다. 그렇게 볼 때 이 청사건설의 《비밀》은 진영의 혼자생각에서 빚어진것이 아니겠지만 이 순간에는 진영이의 여린 마음때문인것만 같으셨다.

《부위원장동무, 모든 일에서 일단 옳다고 생각되면 주저함이 없이 내미오. 보오, 여기 돌격대동무들도 다 동무한테 찬성이 아니요.》

《장군님, 용서해주십시오.》

《용서?··· 허허. 사실 마음같아서는 동무랑 동맹책임일군들한테 나무람을 하고싶소. 하지만 여기 동무들이 동무를 두던하겠는데 내가 무슨 말을 더하겠소. 여하튼 동무까지 이곳에서 보게 되니 무척 기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백포우에 널린 맥주병들을 보자 빙그레 웃으시며 대대장에게 눈길을 주시였다. 대대장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준선부장이 그를 대신하듯 말씀드렸다.

《이 동무들은 오늘 〈상봉연회〉를 하였답니다.》

《상봉연회?》

《네, 그랬습니다.》

그이의 미소에 용기를 얻은 대대장이 전후사연을 죄다 말씀드렸다.

《그러니 옛전우와의 상봉을 축하하는 〈연회〉라는것이지?》

《네. 사실은 그렇습니다.》

《할줄 아는구만. 멋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유쾌한 웃음을 머금으시였다.

그의 옆에 섰던 해병샤쯔차림의 청년이 한걸음 나서며 차렷자세를 취했다.
《장군님! 한가지 말씀드릴만합니까?》

재경은 무슨 충동에 끌려 나섰는지 모른다. 그이를 뵙는 첫순간부터 뜨거운 격정과 뭔가 자랑하고 기쁨을 드리고싶은 열망이 온몸을 허궁 띄웠다.

《장군님! 방금 말씀드린 남상혁동무는 지금 녀성소대장으로 있는 지혜련동무와 이미 3년전에 결혼하고 가정을 꾸렸댔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수도건설돌격대원이 되기 위해 그 결혼관계를··· 숨겼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퍼그나 놀라셨다. 기억에 깊이 새겨두셨던 지혜련이라는 소리에는 반가움이 앞서시였다. 그이께서는 이미 준선을 통해 지혜련이 복대해왔다는 사실은 알고계셨다. 그런데···

《그건 동무만 알고있는 비밀이요?》

《네. 그 사실이 공개되면 이들의 아름다운 리상과 꿈이 깨여질수 있기때문에 〈비밀〉로 감추고있었습니다.》

《그 가짜 처녀총각이 누구요?》

술렁거리는 물결속에 여러 사람의 손에 떠밀쳐나오는 두 청년남녀의 자태를 여겨보시는 김정일동지의 가슴에는 다감한 정회의 물결이 세차게 갈마돌았다.

깊숙이 허리굽혀 그이께 절을 올린 상혁이와 지혜련은 큰죄나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있었다.

《혜련이, 고개를 들라구.》

준선부장이 나직이 하는 귀띔에도 처녀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 처녀였구나.)

남자들 손처럼 크고 거친 처녀의 손에 시선을 멈추신 그이께서는 가슴이 쩌릿해지셨다.

《혜련동무는 지금 스물일곱살이던가?》

《네.》

얼핏 고개를 드는 처녀의 오목눈이 놀라움으로 휘둥그래졌다.

《남동무는 몇살이요?》

《서른살입니다.》

《서른.》

그이의 가슴은 더욱 끓어오르시였다. 그이께서는 애써 흥분을 누르시며 해병샤쯔에게 시선을 옮기시였다.

《동문 제대군인이요?》

《네.》

《군인출신이라면 이런 〈비밀〉을 지켜선 안된다는것쯤은 잘 알텐데―》

엄하게 하시는 말씀에 그때까지 고개를 짓숙이고있던 남상혁이 얼굴을 쳐들었다.

《장군님, 그··· 그건 저때문입니다. 제가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했기때문에···》

그의 기죽은 목소리와 허둥이는 눈길에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무질러지는듯 하시였다.

《그래 동무네는 언제까지 〈처녀, 총각〉으로 있으려고 하오.》

《저흰··· 광복거리건설이 끝나면 인차 살림을 시작하겠습니다.》

《아니 할바치고 영원한 돌격대원이 되여야지.》

그이의 웃음어린 말씀에 남상혁의 얼굴이 달덩이처럼 환해졌다.

《장군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흰 영원한 돌격대원이 되겠습니다.》

《혜련이도 같은가?》

《네. 저는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바라신다면 영원히 돌격대를 떠나지 않겠습니다.》

《돌격대생활이 여간만 힘들지 않을텐데.》

《장군님! 일없습니다. 힘들기때문에 더 보람있고 재미있습니다.》

혜련의 눈물진 눈에 웃음이 피여올랐다.

《재미있다?!》

김정일동지께서 고개를 기웃하시자 혜련은 안타까운듯 말씀드렸다.

《정말입니다. 인생에서 청춘시절은 한번밖에 없다고들 하는데 피끓는 청춘을 조국에 바치는것이상 더 행복한 일이 없지 않겠습니까. 이건 사실 저만 아니라 여기 모인 전체 동무들의 한결같은 심정입니다. 때문에 예술단에 간 배우동무도 밤마다 우리 돌격대에 나온군 합니다. 향옥아.》

지혜련은 잽싸게 뛰여가 향옥의 팔을 잡아 그이앞에 내세우며 어리광섞인 눈길로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칠듯 입술을 파들파들 떠는 향옥이를 보자 또한번 가슴뜨거워오름을 금할수 없으셨다.

《그동안 예술단동무들보다 무척 뒤떨어졌을테지?》

《네.》

실날같이 새여나오는 말에는 부끄러움이 담겨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으시였다.

《따라앞서야 돼. 향옥이는 누구보다 더 잘할수 있을거야.》

《네. 꼭!··· 따라잡겠습니다.》

향옥은 더 참지 못하고 입을 싸쥐며 흐느낌을 터뜨렸다.

《그러지 말라구.》

김정일동지께서는 수원들을 돌아보시였다.

《여기 잠간 앉았다 갑시다.》

그이의 말씀이 끝나기 바쁘게 지혜련이 나는듯 달려가 휴계실 모포를 안고 와 그이의 자리를 만들려고 하였다. 그이께서는 손을 내저으시였다.

《일없어. 여기선 여기식대로 해야지.》

그이께서는 솜장갑을 올려놓은 돌우에 걸터앉으시며 다들 앉으라고 손짓하시였다. 저마끔 그이옆에 가까이 앉게 되니 수원들은 그이의 뒤전에 서게 되였다. 류진영이 그이의 앞 불무지에 마른 장작가치를 골라 조심히 올려놓자 그이께서는 탁 트인 웃음을 웃으시였다.

《청년들식으로 하라구. 오물쪼물하지 말고.》

그이께서는 장작가치를 손수 잡아 불가운데 던지셨다. 수십개의 불꽃이 튕겨올랐다.

《좋구만.》

그이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황홀한 눈길로 그이를 우러러보는 청년들을 애정겹게 둘러보시였다. 제일 나어려보이는 청년에게 시선을 멈추신 그이께서 다시 물으시였다.

《어때, 꼬마동무도 같아?》

박선익은 기뻐 어쩔줄을 모르며 벌떡 일어섰다.

《쪼꼼도 힘들지 않습니다. 문제없습니다.》

《극복한다는거겠지.》

《넷. 극복합니다. 문제없습니다.》

《허허.》

김정일동지께서는 대견스러운 미소를 머금으시며 박선익을 여겨보시다가 다시 물으시였다.

《그런데 동무들은 무엇때문에 이런 밤중에까지 일하오?》

《저···저흰 당과··· 미래를 위해서 이렇게 일합니다.》

박선익의 대답에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꼬마가 미래라··· 그이의 마음은 무척 즐거우셨다.

《그래, 옳아. 동무들의 아버지들은 동무들을, 동무들은 또 먼 후대를 위해서··· 이게 우리 혁명이지.》

김정일동지께서는 더없이 만족한 기색으로 수행원들과 청년들을 둘러보시며 쩌렁쩌렁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우리에게는 모든데서 이런식이 필요하오. 지난날 항일투사들은 〈미래를 사랑하라!〉라고 하며 싸웠소. 우리는 그와 함께 〈미래를 앞당기자!〉라는 각오가 있어야 되오.

동무들의 이밤도 바로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힘과 용기를 안겨주오.》

《경애하는 김정일장군님 만세!―》

목메인 웨침들이 강반을 진감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깊은 감회속에 청년들을 둘러보시다가 지혜련과 남상혁에게 시선을 멈추시였다.

이 한쌍의 젊은이들은 오늘의 안락을 버린셈이다. 소중한 미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혜련이!》

그이께서 부르시자 처녀는 튕기듯 일어섰다. 오목눈에 핑끗 웃음이 비꼈다.

《난 오늘 동무네를 축하도 못했고 그렇게 되니 뭘 요구할 자격도 없구만. 하지만 한가지 청을 하자구. 남편된 동무와 한번 노래를 불러주지 않겠소.》

《장군님! 부르겠습니다.》

남상혁이 성큼 일어서자 혜련이도 수집게 따라일어섰다.

무너지는듯 한 박수속에 두사람이 뭔가 주고받더니 또한번 그이를 향해 깊숙이 절을 올렸다.

《손을 꼭 잡고 부르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북받치는 애정속에 말씀하셨다.

투박한 저음과 가느다란 고음이 수선거림과 숨소리를 누르며 은근히 흘러나왔다.

저 멀리 험한 령을 넘어
걸어온 길 그 얼마랴
우리 서로 뜻을 같이하고
···

2절부터는 모두가 따라 불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이 부르는 가사를 조용히 따라뇌이시다가 타오르는 불길에 시선을 주셨다.

멀리서는 얼음장 깨여지는 소리가 울리고 하늘의 뭇별은 더 가까이 내려앉은듯 한데 밤바람은 잠시 숨을 죽인듯 불길은 곧추 하늘로 솟구쳐올랐다.

《고맙소.》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숙여 절을 올리는 지혜련과 남상혁의 얼굴에 비오듯 눈물이 흘러내리는것을 보시며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나는 동무들한테서 동무들과 같은 돌격대원이 태여나기를 바라오. 내가 동무들에게 영원한 돌격대원으로 살라는것은 동무들의 그 정신을 두고한 말이요. 살림을 꾸리고 애기가 생기면 나한테 알려줘야 돼.》

《장군님!!》

혜련이 흐느낌을 터치자 그이께서는 가볍게 그의 잔등을 다독여주시고 울먹거리며 일어선 돌격대원들을 둘러보시였다. 그리고 작별의 인사로 손을 쳐드시였다.

《잘들있소. 나는 동무들과의 이밤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만세!》의 우렁찬 함성이 또다시 야공을 뒤흔들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날 아침에도 모닥불가의 청년들과 그들의 노래를 생각하셨다. 그들과 더 오래 앉아있지 못한것이 아쉬우셨다. 이날 오후 준선부장을 통해 상설위원회청사건설문제를 알아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미전부터 구상하고계시던 《200일전투》에 대해 말씀하시였다.

《지금의 형세는 높은 산정을 향해 바위를 밀다가 힘에 부쳐 어쩌지 못하는것과 비슷하오. 이럴 때는 모두가 손붙여 힘을 쓰는것이 기본이요. 그렇지 않다간 깔릴수 있소. 모두가 하나같이 힘을 써야 하오.》

그이께서는 힘찬 손동작으로 바위를 미는 자세를 보이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이제 얼마후에 있게 될 정치국회의에서 이 문제가 토론되게 되오. 200일전투를 벌리자는것이요. 당중앙위원회 붉은 편지도 내고···》

《200일!》

준선의 탄성에 김정일동지께서는 근엄하신 안색으로 말씀하셨다.

《그렇소, 200일이요. 70일전투때처럼 한번 내밀자는것이요. 우리에겐 물러설 자리도, 그럴 권리도 없소. 지금 조건이 어렵다고 해서 주춤거린다면 지금껏 땀흘려 자기를 바친 사람들께는 죄악으로 될것이요. 모두가 하나같이 어깨를 들이미는것, 모두가 하나같이 내닫는것, 이것이 이번 전투의 기본요구이며 정신이요. 나는 200일전투기간에 광복거리 주요건설대상들의 기본공사를 다 마무리짓자는것이요. 이번 전투의 총지휘는 내가 하려고 하오.》

이로부터 며칠후 김정일동지께서는 건설관계부문 일군들을 부르시여 200일전투의 주공대상의 하나인 수도건설전투계획을 놓고 가르치심을 주신끝에 릉라경기장건설장이 한눈에 보이는 청류벽우에서 9.9절까지의 전투계획에서 난문제로 된 릉라경기장 트라스운반에 대하여 최종결론을 주시였다.

김책제철소에서 생산된 120m길이의 강철구조물은 륙로로도 철길로도 운반할수 없게 되였다. 여러개의 토막을 쳐 운반해올수 있었으나 그렇게 되면 재조립시간까지 겹쳐 공사기일이 몇달 늦춰질수 있었다. 좋기는 바다로 운반하는것이였지만 남해바다를 에돌아와야 한다는데서 론의할 여지가 없는것으로 되였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남조선괴뢰함선과 비행기가 살판칠 그 남해를 에돌아 운반하는데 동의를 주셨다.

《200일전투는 트라스운반선이 남해바다를 통과할무렵에 선포될것입니다.》

전투의 의미를 부각하시는 말씀이시였다.

2월, 백수십m의 거대한 강철구조물을 실은 배가 청진항을 떠나 미일 항공기와 남조선괴뢰해군함정이 살판치는속을 뚫고 남해해협을 통과할 때 《200일전투》의 포성이 울렸다.

해풍과 소금기에 절은 그 강철구조물이 릉라경기장지붕에 오를 때 여러명의 《육탄용사》가 생겨났다. 하늘에 들린 그 강철구조물이 사납게 불어치는 폭풍에 흔들리며 파성추처럼 담벽을 들부시고 떨어져내릴번 한 그 순간, 수십명의 연공―당원들이 몸으로 그 강철구조물을 막았던것이다. 그속에는 남상혁이도 있었고 답례지원으로 온 지혜련, 송재경도 있었다.

전선은 따로 없었다.

사람들이 살며 일하는 곳 모두가 전투장이 되였다. 더 많은 동발을! 더 많은 석탄을! 더 많은 강철과 세멘트를!

당중앙위원회 호소는 자재난의 맥빠진 소리들을 없애버렸다.

수도건설은 매일 1.8∼2.2배의 속도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새로운 발전소와 공장, 기업소들이 완공을 마치고 생산에 들어갔다. 축전상품이 사태처럼 쏟아져나오고 새로운 기술창안과 발명에 의한 새 제품 생산이 활발히 벌어졌다. 축전행사준비를 맡은 일군들과 창작가들속에서도 전투가 벌어졌다. 수만명의 《예술인부대》가 대오편성을 끝냈고 개페막행사를 비롯한 수많은 행사도안들이 완공되였다.

김정일동지의 이해의 하루하루는 분과 초로 계산되는 바쁘신 나날이였다.

그이의 사업에는 한계가 없었다. 한 로동자의 전자마이크창안으로부터 축전행사장들에 필요한 비품과 소도구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조언과 의견을 주시였고 개별적공장, 기업소들의 생산조직까지 관심하시였다. 어제는 자강도, 오늘은 함북도로 머나먼 현지지도의 길도 걸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언제 쉬고 언제 일어나시지는 누구도 몰랐다. 그이의 건강에 대한 념려의 목소리들이 보좌하는 일군들은 물론 먼 지방의 농장원들과 로동자들속에서 그 어디서나 울려나왔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그이의 건강을 두고 심뇌의 말씀을 주시였고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여러차례 휴식과 수면보장에 대한 권고결정을 채택하였으나 그 결정은 결정대로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