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3

 

제 6 장

3

 

평양시가의 중심을 벗어난 차들은 속력을 높여 달렸다.

밤사이에 살짝 내린 눈이 가로수와 과일나무들에 성에가루처럼 얹혀 반짝였고 무연하게 뻗어간 벌과 야산들은 은빛으로 빛났다.

《싸샤!》

진영은 이제 반시간후이면 헤여지게 된다는 서운함때문인지 시종 침묵속에 있는 쎄르게이를 보며 말을 걸었다.

《난 동무의 하늘빛 눈을 보거나 쎄르게이라는 이름을 생각할 때면 빠벨 꼬르챠낀의 친구를 그려봐. 그의 눈빛도 하늘색이라고 했고 이름도 동무와 같은것이였지.》

《〈쓰딸리〉(오스뜨롭스끼의 장편소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였는가》의 책제목을 략한 말)의 싸샤 부르쟉크말인가?》

외투깃속에 목을 움츠리고 앉아있던 쎄르게이는 어덴가 서글픈 눈길로 진영을 돌아보았다.

《그렇네. 말하자면 동무를 잊지 않겠다는 소리지.》

쎄르게이는 이번 세계민청집행위원회 회의에서 평양축전준비에 대한 세계적인 련대성운동을 호소했다. 위대한 수령님을 모시고 진행된 전날저녁의 연회에서는 시종 눈물이 글썽해 수령님을 우러르며 《세계혁명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만세!》를 소리높이 불렀다.

쎄르게이는 진영의 속심을 읽으려는듯 물끄러미 보다가 쓸쓸하게 말했다.

《우리에겐 지금 그런 싸샤도 빠벨 꼬르챠낀도 없어.》

마치 광복거리건설장을 돌아볼 때 《바―암(바이깔―아무르)철도건설장이 이 절반만큼이라도 흥성거린다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하던 때와 같은 시무룩한 표정이였다.

진영은 쎄르게이의 심정이 리해되였다. 쎄르게이는 이번 회의차로 오는 길에 《바―암》철도건설장에 들렸다. 거기엔 철길건설장의 당파견원으로 자청해간 악쏘노브가 있었기때문이였다.
1930년대의 《꼼쏘믈스크》건설자들의 위훈을 그려보며 그 건설장에 간 악쏘노브는 절망적인 기분속에 있다고 했다. 씨비리의 혹한이 두려워 건설장을 지망해오는 청년들이 거의나 없으며 일하러 온 청년들도 건설보다도 약속된 기한이 끝난 뒤 차례질 보수와 우대조건(도시거주와 대학추천)만을 바란다는것이였다.

《난 동무의 말을 그대로 믿고싶지 않아. 쏘련청년들에 대해서 우린 좋은 감정을 품고있거던. 우리 수령님께서도 동무에게 말씀하시지 않았나. 쏘련청년들은 예로부터 영웅적이고 랑만적이며 전투적이였다고···》

《하긴 그렇지, 그렇고말고.》

쎄르게이는 감사어린 눈길로 진영을 보았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외투섶을 와락 제끼며 진영을 향해 돌아앉았다.

《사실 우리 슬라브족은 예로부터 성실하고 근면하고 완강한 민족이였어. 진펄과 수렁탕의 뻬쩨르(레닌그라드)에 웅장화려한 대도시를 건설한것으로부터 파쑈도이췰란드를 쳐부신 그 위대한 성전을 생각해보라구. 첫 인공위성을 우주에 쏴올린것도, 첫 원자력쇄빙선을 만든것도 우리였지. 우리였구말구. 우리가 아니였으면 동유럽과 세계는 파시즘의 발톱밑에서 신음하였을것 아닌가.》

로씨야인의 긍지감이 되살아난것 같았다. 그러나 쎄르게이는 다시 풀죽은 얼굴로 돌아갔다. 그는 알아들을수 없는 말로 몇마디 웅얼거리다가 진영의 의문어린 눈빛을 보자 쓸쓸히 웃었다.
《류, 난말일세. 이번에 축전거리건설과 수도건설을 직접 발기하신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친히 건설현장에까지 나오시여 진두지휘를 하고계신다는걸 알았어. 그런데 나는 이번에 그분을 만나뵈올수 있지 않을가 하고 희망을 품었는데 그소원을 성취하지 못했소. 이건 나만 아니라 회의대표들의 한결같은 소망이였소.》

《쎄르게이, 난 그 희망이 실현될걸로 믿네.》

진영은 자기의 판단을 되새겨보며 대답했다.

《우리 장군님께서는 모든데서 오직 위대한 수령님만을 높이 모시는걸 신조로 삼으시기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분께서는 자신을 위대한 수령님의 전사, 제자라고 하시네.》

《나도 들었어. 우리한테서도 레닌적겸손성에 대한 말들이 있었어. 하지만 그런건 지금에 와선 다 사라져버린 옛노래지.》

쎄르게이는 외투깃속에 다시 목을 움츠리고 창밖을 내다보다가 비행장역사가 보이자 진영의 손을 끄잡아쥐였다.

《참, 내가 동무한테 우리 할아버지의 문안인사를 못전했구만.》

《할아버님의 병세가··· 좀 나아졌나?》

진영은 회의와 참관으로 언제 한번 쎄르게이와 깊이있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걸 상기하며 물었다. 퇴역상장인 쎄르게이의 할아버지는 뇌출혈로 인한 후유증으로 말은 알아듣지만 의사표시는 제대로 못했다.

쎄르게이는 할아버지의 병상태는 여전하다고 하며 두개의 손가락을 쳐들어보였다.

《할아버지는 이번에 두개의 비화를 들려주며 김일성동지께 말씀드리라고 했지만··· 못하고말았어. 그분을 가까이 뵙게 되니 이상해지더군. 그 어떤 흡인력의 작용인듯 마음이 울먹해지며―》

《그 비화란 뭐인가?》

《보은과 사죄의 아뢰임이라고 할가. 이번에 구체적으로 들었지만 할아버지는 1937년부터 1943년까지 원동군관구의 정찰국 대좌로 있었네. 보은이란건 할아버지가 쏘만국경정찰을 위해 파견했던 비행사가 항로미실과 발동기고장으로 만주땅에 떨어져내렸을 때 김일성동지의 빨찌산에 의해 구원된걸 념두에 둔것이라네. 아직까지 그 비행이 군사정찰을 위한것이였다는건 비밀이라고 하네. 그때 비행사가 일본군대에 잡혔다면 할아버지는 철직을 면할수 없을것이였다고 했어. 이에 대해 고마운 인사를 올려달라는것이고···》

《사죄라는건?》

진영은 비행장역사가 가까와지자 마음이 촉급해졌다. 쎄르게이는 운전수를 흘깃 보고는 점직한 빛으로 어성을 낮춰 말했다.

《건 정말 창피한 일이네. 당신네 북부조선에 정찰나갔던 조선빨찌산 한명이 일본군경들의 추격을 피하여 두만강을 건너선 일이 있었대. 국경경비대는 그 투사를 할아버지에게 보냈는데 할아버지는 그와 얼마간 담화를 나눈끝에 그 투사가 이만저만 똑똑하지 않음을 알았어. 그래서 쏘련군의 정찰군관 직제를 권하며 부대에 그냥 머물것을 요구했다네. 그 말에 당신네 빨찌산은 재털이로 책상을 치며 자기는 조선혁명을 위해 싸우고 김일성장군님밖에 모른다고 하더라지 않나.

난 이번에 건설장에서 여러 청년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 모두가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외에는 누구도 모른다는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들었어. 무엇때문이겠나. 난 어저께 위대한 김일성동지를 만나뵙고 그생각을 더욱 깊이했어. 특별한 흡인력을 지니신분이였어.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도 수령님풍모 그대로라지.》

《그래, 그렇네. 그런데 그 투사이름을 모르겠나.》

《왜? 알고왔지. 할아버진 틈틈이 회상록을 쓰는데··· 일기장이 그 밑천으로 되지. 일기장에 적혀진 그 투사의 이름은 주성익이라고 하더구만.》

《주성익?》

진영은 놀랐다.

《아는분인가?》

《알다마다. 언젠가 내가 말해줬지. 시체더미속에서 내가 구원되였다고. 그때 사단장이 그분이였고 지금은 인민무력부에서 부부장사업을 보고있어.》

《그런가!》

쎄르게이도 깜짝 놀란 얼굴이 되였다.

《그걸 미리 말했으면 이번길에 만날것 아니였나.》

진영이가 다급히 하는 말에 쎄르게이는 락심천만한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그렇구만. 참··· 랑팬걸.》

《축전때 만나도록 하자구.》

《제길, 그길밖엔 없군. 아니, 봐서 한번 더 올테야.》

쎄르게이는 넥타이끈을 끄당겨내리며 이마살을 찌프리고있다가 역사마당에 먼저 가닿은 조창혁이며 왈드를 보자 진영이의 손을 다시 꽉 잡아쥐며 성급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아까 우리 청년들을 나무랬지만 이번 〈평양축전〉에 대해서는 굉장한 반응을 보이고있어. 축전련대성기금이 굉장할것 같애. 이 싸샤도 톡톡히 한몫 하겠지만.》

《고맙네. 하지만 거기 너무 신경쓰지 말게. 우린 그 돈이 다 마련되여있어.》

《남아프리카의 금광같은것을 찾았나?》

《아니,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혁명자금을 내셨네.》

《혁명자금?!》

쎄르게이는 숨이 막힌 사람처럼 눈을 흡떴다.

진영이가 차에서 내리자 조창혁과 이야기를 주고받던 왈드가 그에게 다가가 팔굽을 잡았다.

《류, 여기서나 좀 이야기를 나눌수 있을가.》

왈드는 털모자를 귀덮개까지 내려썼다. 건설장을 돌아볼 때만도 모자는 벗고다녔다. 혹한속에서도 웃고 떠들며 열기에 떠 일하는 모습에서 받은 감동과 미안스러움때문이였을것이였다.

왈드는 이번에 조창혁과 몇분간 면담을 나누었을뿐 류진영과는 마주앉지도 못했다. 회의일정과 준비사업이 바쁜데도 있었지만 각양각색의 눈들을 꺼린데도 있었다. 진영이도 마찬가지였다. 왈드와 단둘이 만나게 된다면 다른 대표들과도 그렇게 마주앉아야만 이러저러한 의견들이 없을것이다.

왈드와 함께 항공역대기실창가에 가선 진영은 마쟈르공청일군으로부터 들은 말부터 먼저 꺼냈다.

《왈드, 협박장을 자주 받는다지?》

왈드는 옻칠한듯 까만 입수염을 이지러뜨리며 싱긋이 웃었다.

《그렇네. 전화로도 받고 〈공문〉으로도 받고···》

《조심하라구. 편지라 해서 막 뜯어보지 말구···》

《허허, 편지폭탄이 걱정되는가. 내 몸값이 높다면 좋은게고 그로해서 죽는다면 반제의 필요성이 더욱 실증되는것이기도 하지 않나. 이번에 보았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나의 손을 꽉 잡아주시며 〈반제투사로서 굳건하기를 바란다〉고 따뜻한 격려의 말씀까지 주시였으니 나는 어떤 협박도 무섭지 않아. 그리고 나는 이스라엘복고주의자들과 미국놈들의 살인음모를 늘 보고들으며 자란 사람이야. 내가 만약 잘못된다면 나의 시신을 여기에 묻고싶네.》

《나약한 소리는 그만하라구.》

《허허, 그저 해보는 소리지. 걱정말라는것이야.》

《그리고··· 폴리오를 잘 돌봐주게. 그에 대해서는 우리의 경애하는 장군님께서까지 걱정을 하셔.》

《들었어, 걱정말라구. 그는 지금 맹활동중이야. 그리고 반가운것은 그의 안해가 다시 돌아온것이네. 지난해의 작별파티때 당신도 와있었다는걸 알고 자기를 진짜로 〈마릴린 몬로〉(미국의 육체파녀배우였음)처럼 보지 않겠는가 하며 부끄러워하더군.》

진영은 누구인가 붙여준 《마릴린 몬로》라는 별명을 들을 때마다 발칵 성을 내던 우아한 그 녀인의 모습을 그려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모름지기 《나는 밤이나 낮이나 기다립니다.》라는 글발을 꽃댕기에 써넣었던 폴리오의 순진무구한 애정이 그를 되돌려세웠을것이라고 믿었다.

《폰 울크하젠나으리가 동무를 만나려는것 같애.》

왈드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흰 솜외투차림의 폰 울크하젠이 한 손을 쳐들며 그한테 다가왔다.

《류,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요?》

유난히 흰 살갗에 눈섭마저 희스름한 폰은 기고만장한 웃음을 짓고있었다. 진영은 불쑥 치밀어오르는 역스러운 감정을 간신히 눌렀다.

《잊지 않았소.》

1차아이피씨때부터 《반조선파》로 나섰던 폰은 이번에도 《소요》를 일으키려 했다. 이번 회의에 방청으로 온 폰은 광복거리건설장을 돌아본 날 저녁 불의적인 질문으로 진영이를 곤경에 빠지게 하였다.

동석식사장에서였다. 폰은 지금의 축전건설대상들을 1년반안에 끝낸다는데 대해 코웃음을 치며 《겝벨스식 선전》이 아닌가고 비꼬았다. 진영은 어지간히 심기가 뒤틀렸으나 맥주잔이 오고가는 좌석에서 성을 낼수 없었다. 좌석의 모든 사람들이 폰의 의문에 일리가 있다는 눈길로 진영을 지켜보았다. 진영은 미리 료해한 자료를 가지고 매 건물들의 완공계획과 전망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왜 축전국제상설위원회청사는 없습니까. 최상의 준비라 하면 그 청사도 예견해야 하지 않습니까. 물론 리해는 됩니다만.》

폰은 득의연한 눈길로 진영을 치떠보았다.

《리해된다는 그 말은 뭘 념두에 두고하는 소리요?》

진영은 허점을 찔리운듯 한 기분속에서 날카롭게 반문하였다. 폰은 몇사람과 눈을 마주치더니 짐짓 동정하는 태도로 말했다.

《우리는 이번에 와서 귀국의 방대한 준비상태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당신네처럼 작은 나라에서 이와 같은 준비를 한다는것은 기적이지요. 때문에 상설위원회청사를 짓지 못하는것이 리해된다는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힘이 부쳐 못짓는다는것이요?》

《그렇지요. 나는 그런 솔직한 대답을 듣고싶습니다.》

《좋소, 그럼 내기를 합시다.》

《내기라니?···》

폰은 이제까지의 침착하면서도 야유적인 표정을 씻어버리고 눈이 올롱해졌다. 진영은 손바닥을 펼쳐 내밀었다.

《자, 이건 조선식인데··· 그 상설위원회청사도 이제부터 시작해서··· 끝낼것이요. 만약 우리가 그걸 끝내지 못하면 내가 이 손바닥에 장을 지질것이고 하게 되면 당신의 손바닥에 장을 놓고 뜨거운 불로 끓인다는것이요. 어떻소?》

폰은 《휘유》하고 휘파람을 불었다.

《류, 상설위원회청사는 2월부터 개설입니다. 그러니 1년동안에 설계로부터 건설까지 다 끝낸다는것입니까?》

《그렇소. 하겠소, 말겠소?》

진영은 모욕감과 분노에 자기를 잊었다. 폰은 얼떠름한 눈길로 그를 보다가 껄껄 웃더니 왼손으로 술잔을 집어들며 한손을 내밀었다.

《오케이! 약속입니다.》

지금의 폰 울크하젠은 그때의 《약속》을 다시 상기시키는것이다. 폰은 진영이 마뜩지 않아하는 기분을 눈치챈듯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류, 나는 이번에 와서 많은것을 새로 알고가게 됩니다. 따뜻한 환대에 대해서도 그렇고··· 비록 나는 당신네 나라에 대해 파악은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듣던것과 판다르게 문명한 나라라는것을 알게 되였습니다. 우린 앞으로 많은 인원의 대표들로 평양에 다시 오려고 합니다.》

청사로 돌아왔을 때 진영을 찾아온 창혁은 폰 울크하젠과의 《내기》를 따져물었다.

《그 사람들은 지금 동무의 〈내기〉를 놓고 국가간의 무슨 〈조인〉인것만치 벅적 떠들고있다고 하오. 왈드도 걱정하오. 그는 동무의 말을 놓고 취중장담일것이라고 스쳐버렸다지만 다른 사람들이야 어데 그렇소. 동문 도대체 무슨 정신에 그런 약속을 했소. 지금이야 철근도 세멘트도 키로로 달아쓰는 판이 아니요?》

진영은 떡심이 풀렸다.

《나도 무슨 정신이였댔는지 모르겠소.》

《그러니 결김에 내뱉은 장담이였단말이요? 듣기는 통쾌한 장담이였지만.》

진영은 그때의 울분과 반발심이 되살아올랐다.

결김에서만이였던가. 아니, 적당히 넘겨버릴 설명도 생각했다. 시내의 건물들중에서 맞춤한걸 골라쓰려는 계획을 말하면 그만일것이였다. 하지만 가시돋친 《도전》과 얕잡아보는듯 한 질문앞에서 그 대답은 축잡히는것으로, 후퇴로 될것이였다. 그는 《폰》과의 《약속》을 한 다음날부터 오늘까지 그 일을 놓고 몸살을 앓는 심정이지만 지금에 와서도 그런 정황이 되풀이된다면 다른 대답을 할수 없을것이였다.

《창혁동무,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대답이 우리 청년들전체의 대답으로 된다고 생각했더랬소. 언젠가 동무도 말했지만 배심에 대해서도 생각했고···난 오늘 열리는 집행위원회때 이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요. 잘못은 잘못이고, 우리 사로청의 힘만으로 그 건물을 지울수 없겠는가 하고···》

《허, 배포가 대단해졌구만.》

창혁은 시무룩이 웃다가 진영의 어깨를 툭 쳤다.

《내가 한가지 명안을 내놓겠소··· 그 안을 제기하기 전에 먼저 림영찬부부장을 찾아가 만나라는것이요. 그한테서 앞으로 짓게 될 건물들을 알아보고 그중 맞춤한것을 골라 설계도면도 얻고 부지도 알아보고, 그 다음 돌격대에 가서 넙적 꿇어엎드려 사정하면 방도가 생길것이요. 모름지기 그 동무들은 〈내기〉소리만 들으면 동물 목마에 태우자고 할거요. 근데 자재가 문제요.》

《이거 정말 고맙구만. 하긴 나도 그런 생각을 했댔소. 자재도 그렇고. 하지만 그것도 탐구하면 생기겠지···》

수도건설지휘부에 가서 한시간나마 기다리다가 점심식사를 하러 들어서는 림영찬을 만났다.

폰 울크하젠과 《내기》를 걸었다는 말에 《한주먹 안겼단 말이지. 멋있어. 그래야지.》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림영찬은 상설위원회건물을 래년 1월말전으로 완공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벼락맞은 사람마냥 굳어지고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