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2

 

제 6 장

2

 

2월 15일 오후 김정일동지께서는 뜻밖의 전화를 받으셨다. 주성익이 걸어온 전화였다.

《장군님! 바쁘시지 않습니까?》

문안뒤에 하는 그의 말은 긴 이야기를 하고싶어하는 소리로 들리시였다.

《바쁘지 않습니다. 오늘은 다들 <태공>하면서 일감을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거 정말 다행입니다.》

주성익은 환성이라도 올릴듯 하며 숨찬 소리로 말했다.

《장군님, 이번에 말입니다. 제가 옛날에 있던 사단에서 수천마리의 닭을 길러 단너삼을 넣고 닭곰을 만들었습니다.》

《부업한 자랑입니까. 아주 좋은 일이군요.》

《네, 그런데 그 동무들이 저한테 긴한 청탁을 해왔습니다. 장군님께 그걸 올려달라는것입니다.》

《허, 그걸 제가 다 쓴단 말입니까. 내 생각엔 그 닭곰을 전사들의 식탁에 놓아주면 고맙겠습니다.》

《네, 그렇지만··· 그건 전사들의 간절한 심정이고 또 그들의 명절음식은 다 마련되여있습니다.》

주성익은 쉽게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난처하시였다. 주성익은 직무상 관계를 떠나 자신과의 친분을 걸고 우겨대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의 침묵을 어떻게 받아들였던지 주성익은 누가 들을가 저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장군님, 그래서 제가 한가지 궁리해낸것이 있습니다.》

《뭔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의뭉스러운 웃음을 짓고있을 주성익을 그려보며 미소를 머금으시였다.

《그 닭곰을 축전건설을 하는 청년돌격대동무들에게 보내주자는것입니다.》

《그건 찬성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그들에게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청년돌격대에 가져다주라고 하셨다고 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음을 참지 못하시였다. 주성익은 그이의 웃음을 긍정하는 뜻으로 받아들인것 같았다.

《장군님! 그럼 승인하신것으로 믿겠습니다.》

《허허, 이건 뭐 막 억지다짐이군요.》

《장군님, 제가 너무 체신머리없이 떼질을 써 죄송합니다.》

《아니, 난 아바이의 말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밝아집니다.》

실지 그러하시였다. 전화를 마치고나서도 웃음을 지울수 없으셨다. 그러나 그이의 밝으신 기분은 오래가지 못하셨다. 축전규모안을 보신 그이께서는 한마디로 찍기 어려운 다감하면서도 무거운 기분속에 잠겨드셨다. 주성익의 전화도 새롭게 음미되며 며칠전에 소집하셨던 군단장회의때 있은 일이 상기되셨다. 그날 주성익은 심중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쏘련태평양함대의 위용으로 미군7함대의 공해상 기동이 제한되였던 실례를 들면서 우리의 해군무력을 증강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미 김정일동지의 무력건설구상속에 하나하나 집행되는 사업이였다. 그에 대해선 주성익이도 모르지 않겠지만 근심하는것이였다.

그 사업도 결국엔 자금과 잇닿아있는것이다.

(자금?!)

3차 7개년계획도 자금으로부터 출발된다.

저녁해의 잔광이 스러들며 방안조명등이 일시에 켜졌다. 그렇게 되자 바깥은 더 어둡게 보였다.

희검스레한 창가에 몇년전에 보셨던 소년의 모습이 비껴들었다. 콩알만 한 눈덩이가 눈섭에 매달려 흔들거리고 얼어서 빨갛게 단 볼에는 눈물방울이 맺혀있었다.

(송재옥!)

다시 만나고싶으셨다. 처녀애와 같은 이름···

(향옥이?!··· 림영찬동무가 몹시 기뻐할테지.)

문소리가 울렸다. 들어서는 사람은 허담비서였다. 허담은 집무탁과 옆탁에 가득 쌓인 축전과 축하편지들을 보고 그한테 어울리지 않는 딱딱한 태도로 인사를 드렸다.

《무슨 일입니까.》

허담은 안경테를 바로잡으며 다시금 집무탁의 문건과 편지들을 둘러보고 정중한 자세로 입을 열었다.

《정치국위원동지들의 공동명의로 찾아왔습니다. 첫째로 오늘은 제시간에 퇴근하셔야 하겠습니다.》

《그다음은 무엇입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늘 아침부터 모든 일군들이 짜고든듯 사업토론도 보고도 금하고있는것이 생각나 웃음을 머금으시였다. 허담도 더이상 《딱딱한 태도》를 유지하지 못하였다.

《장군님! 래일 아침 항일혁명투사들과 당 및 정부 간부들과 함께 자리를 같이하셨으면 합니다.》

《난 또 무슨 큰 <과업>을 주는것으로 알았습니다. 허담동무, 그일만은 미룹시다. 우리야 늘 마주앉아있는셈이 아닙니까.》

《···》

허담은 차렷자세를 취한채 돌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준선부장이 들어섰다. 허담은 안타까운 눈길로 그이를 우러러보다가 예상외로 그만 돌아가겠다는 인사를 하고 문밖을 나섰다.

《다 잘되였소?》

허담을 바래주고 돌아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준선에게 앉으라고 하시며 물으셨다. 준선은 그냥 선자세로 대답올렸다.

《네. 주성익동지가 전달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아바이가 굉장한 인사말을 하였습니다. 이번 겨울기간에 학생소년궁전기초치기를 끝낸걸 놓고 항일무장투쟁때 성시 몇개를 먹은것보다 더하다고 칭찬이였습니다.》

《제가 작전해하는 <전달식>이니 오죽 흥겹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준선이 그냥 서있는것에 시선이 가셨다.

《왜 그러고있소. 앉소.》

《저··· 다른 일이 없으면 돌아가겠습니다.》

《동무도 무슨 <태업>지령을 받은것이 아니요?》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가 자리에 앉자 축전규모안을 가리켜보이며 《최대규모》를 어떻게 정하였는가고 물으시였다.

준선은 의아해하는 빛이였다. 오늘 아침 서기실에 문건을 올려보내면서 명절이 지난다음 보고드리기로 약속했던것이다. 방금 만났던 조창혁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조창혁이네는 그이의 결론을 몹시 초조히 기다리고있었다. 준선이도 매한가지였다.

준선은 시간을 오래 끌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앞세우며 축전규모안토론과정을 간단히 말씀드렸다.

축전참가자수를 모스크바축전과 겨뤄보며 론의했다는 사실을 들으신 그이께서는 알릴듯말듯 웃으시였다. 그러나 인차 신중한 기색을 보이시였다.

《그런 식으로 하면 차라리 4만명쯤 받아들여야 하지 않소?》

준선은 대뜸 긴장되였다.

《사실 사로청동무들은 모스크바축전과 맞먹는 수자를 제기해왔습니다. 그런걸 저희가 반대했습니다. 자금과 물자보장도 난감하지만 수송도 우리 형편에서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매일 2천명씩 받는것으로 계산해도 보름넘는 시일이 걸리기때문입니다.》

《그래서 깎은것이 지금의 수자요?》

《네, 전반적인 부담이 아름차기때문에-》

《부담?!··· 그때문에 그들이 재옥이의 지원금까지 문건에 밝힌것이겠구만.》

김정일동지의 안색이 흐려지셨다.

《그 수자타산은 틀렸습니다.》

그이께서는 준선의 긴장한 눈길을 일별하시며 생각깊은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틀림점을 말한다면 우선 주체성을 잃었다고 할가, 지난 시기의 관례에만 매달려있는거요. 물론 지난 기간것과 맞춰보기도 해야 하겠지만 우리야 우리 식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할것 아니요. 인원수?!··· 어떻게 매번 인원수가 기본으로 돼야 한다는 법이 있겠소?》

《저··· 축전규모에 대한 평가가 인원수에 따라 되니만치 그이상 떨어지게 되면··· 좀 아쉽습니다.》

《허허, 나도 지고싶은 생각이 없소. 무엇때문에 지는 놀음을 하겠소.》

《네?!-》

준선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볍게 머리를 저으시였다.

《내가 생각하는 규모란 인원수도 인원수지만 매 나라 참가단체와 기구들의 수자를 기본으로 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것이요. 관례를 따른다 해도 모든 국제행사들은 그 참가국과 단체의 수자로 크기와 규모가 규정되는것이 아니요? 인원수란건 한 단체나 한 나라의 집회때나 론의되는것이고··· 그렇지 않소?》

《그렇습니다!》

준선은 벌떡 일어설번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달아오르는 얼굴을 보시고 웃으시였다.

《이건 새삼스러운것도, 또 무슨 잘못이였구나 할 문제도 못되오. 여하튼 축전이란것이야 하나의 고정된 틀에서 진행되였으니만치 그 틀을 벗어난다는게 쉽지 않지. 하지만 이것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쉽게 받아들여지게 될것이요. 축전이란 말그대로 세계청년학생대표들의 회합이니만치 매 나라 청년들을 대표한 일군들이 와야 할것이 아니요? 그런데 인원수에만 치중하면 이 계선이 없어지거던.

지난 기간 축전을 보면 여러가지 정치적고려와 의견차이로 적지 않은 나라들이 스스로 빠졌거나 또 축전주최자들도 그러루한 리해관계로부터 일련의 나라들을 참가시키지 않았소. 그러나 우리는 다 받아들이자는거요. 이렇게 볼 때 인원수가 아니라 참가단체, 참가나라수가 기본으로 되오. 나는 극반동의 단체대표들이 온다 해도 받자는것이요. 전체를 다!》

준선은 눈앞이 번쩍 튀였다.

《그렇게 되면 축전의 정치적의의가 부각될뿐만아니라 물자와 자금에 대해서도 더이상 신경을 쓸 필요가 없을것 같습니다.》

《아니, 물자와 자금지표는 지금보다 더 높아야 하오. 참가자수가 7∼8만 된다는 식으로 말이요. 지금은 적소. 너무 적소.》

《네??-》

준선은 자기 귀를 의심할 지경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심정이 리해되시였다.

방금까지 계산해보셨던 수자들을 되살려보시였다. 군무력강화··· 3차 7개년계획과 인민생활···

《내 생각은 이렇소. 축전때 우리 사람들이라 해서 박수나 치며 구경만하겠소? 잔치집들을 보면 제 사람 굶기기가 일쑤라는데 우린 그럴수 없소. 축전기간에는 행사참가자들만 아니라 수도시민은 물론 전국의 인민들과 근로자들도 생각해야 되오. 아직은 좀 두고봐야 하겠지만 나는 축전시 특별상금같은것으로 인민들의 생활에 좀 더 보탬을 줄수 없겠는가도 생각하고있소.

물론 그 모든것을 하자면 간단치 않소. 하지만 해야 되오. 그건 축전만 아니라 인민경제발전계획과도 관계되기때문에 더욱 절실한 것이요. 나는 오늘 사로청동무들의 결의계획들을 보고 생각이 많았소. 축전자금과 물자는 다 저들이 맡는다는 기세요. 얼마나 장하오. 정말 그들의 결의대로 한다면 단단히 한몫 풀거요. 대단한 대부대거던. 저기 밝힌대로 한사람이 몇원씩 한다 해도 벌써 수천만원이지. 더구나 재옥이라는 소년처럼 들고오는 돈까지 합치면 억단위로 오를것이고··· 그러나 이것은 크게 장려할 일이 아니요.》

그이께서는 심각한 사색이 비낀 눈길로 책상우의 한점을 응시하시다가 문득 물으시였다.

《재옥이의 그 돈에 대해선 어떻게 하기로 했다고 하오?》

《사로청에서는 신문에 실어 소개도 하고 표창을 줄 생각들을 하고있습니다.》

《표창?!···》

김정일동지께서는 뚜벅뚜벅 몇걸음 옮기시다가 말씀하시였다.

《그 소년에 대한 평가에서는 나의 감사도 포함시켜주시오. 그리고 이번 축전때 그 소년을 조선청년학생대표단 대표로 넣어야겠소.》

《네?- 그야 중학생이 아닙니까?》

《아니, 그는 다 자란 소년이요. 관계하지 맙시다. 나에게는 이 소년말고도 대표로 참가시키고싶은 소년들이 많소. 아동단원 금순이는 아홉살나이에 혁명가였소. 지금의 우리 소년들도 그와 마찬가지라고 할수 있소.》

그이께서는 길게 울리는 전화종소리에 말씀을 끊으시였다. 언뜻 시계를 보시며 수화기를 드셨던 그이께서는 정중한 자세를 취하셨다.

《접니다. 김정일이 전화받습니다!》

반사적으로 일어서며 차렷자세를 취한 준선은 수화기에서 증폭되여 울려나오는 수령님의 음성을 알아들었다.

커다란 진폭과 무게가 실린 수령님의 음성을 여겨들으시는 김정일동지의 안광에는 경건한 빛이 어리였다.

《···지금 내 방에 여러 사람들이 와있소. 오부장, 허담비서··· 그들은 래일아침 나랑 해서 김정일동지와 함께 모두 모여앉을것을 부탁하고있소. 어떻소? 그들의 부탁이자 내 생각이기도 하오. 간단히 식사나 함께 나누며 이야기들을 하자는것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몹시 흥분하신 안색으로 계시다가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수령님!··· 고맙습니다. 가겠습니다.》

《허허, 고마운건 나요. 이 떼군들한테서 치하를 받게 되지 않았소.》

《수령님!··· 취침시간을 꼭 지켜주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조용히 내려놓으시고 두손을 꽉 맞잡아쥔채 한동안 숙연한 자세로 서계셨다.

방안에는 수령님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여운으로 남아 떠도는것만 같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준선을 향해 조용히 물으시였다.

《더 다른 문제는 없겠소?》

《없습니다.》

준선은 이런 시각에는 급히 돌아서야 한다는것을 알았다. 그러나 여전히 한자세로 움직이지 못했다.

《왜? 할말이 있으면 하오.》

그이의 다정한 눈빛에 준선은 미안스러움을 금치 못하며 말씀드렸다.

《축전물자와 자금확보를 위한 사로청의 결의계획을 비준해주셨으면 합니다.》

《허허, 또 그 문제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동안 생각에 잠기셨다가 말씀하시였다.

《사로청에서 <축전지원의 날>을 정하여 수백만 청년들을 불러일으키겠다고 한것은 좋은 일이요. 또 우리가 하지 말란다고 해서 그만둘 청년들도 아니지··· 그러나 그들에게 물자나 자금에 대해 더는 신경을 쓰게 하지 맙시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래일 위대한 수령님과 정치국위원들 앞에서 내 의향을 밝히자고 하오. 한마디로 당자금을 풀자는것이요.》

이로부터 몇달후 준선은 그이로부터 한개의 묵직한 트렁크를 받아안게 되였다.

혁명자금을 주시면서 김정일동지께서는 의미심장한 말씀을 주셨다.

《이 돈은 우리 수령님과 항일의 로투사들로부터 수백만 우리 당원들과 인민들이 우리 청년들을 위해 주는 선물로 받아야 할것이요. 여기서는 세계청년들도 례외가 되지 않소.

한푼도 허실하거나 잘못 쓰는 일이 없어야 하겠소.》

온 나라가 불도가니처럼 달아오른 가운데 축전준비사업은 본격적으로 추진되였다. 뻐스며 승용차들의 생산기지가 새로 더 꾸려지고 식료가공공장들과 일용필수품을 생산하는 기업소들이 신설확장되였다. 전국의 수백만 청년들과 인민들이 한결같은 기세로 축전준비전투에 떨쳐나섰다.

이 사업은 국내만이 아니라 국외에까지 미쳐갔다. 총련을 비롯한 해외동포들속에서도 지원금이 꼬리를 물고 밀려들었다.

이 속에서 무수한 아름다운 행동들이 속출되였다. 청년들의 움직임에는 비상한것이 있었다. 영웅적인 위훈에 대한 지향이였다.

이해말 12월 8일부터 10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세계민청집행위원회 회의는 축전력사상 지금같이 방대하고 성의있는 준비사업은 없었다고 진심어린 감탄과 사의를 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