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4

 

제 5 장

4

 

《우크라이나호텔》의 키다리지배인은 조선사로청대표단의 호실들을 가리켜 《세계청년운동쎈터》라고 불렀다.

호텔에 드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없이 친절한 미소와 따뜻한 호의를 보이는데 습관된 사람의 말이지만 여기에는 조금도 과장이 없었다. 거의 모든 방은 회의시간을 내놓고는 낮이건 밤이건 방문자들로 끓었다.

이에 따라 제일 바쁜것은 통역을 겸직한 지도원과 과장들이였다. 영어, 프랑스어, 로어, 에스빠냐어, 도이췰란드어, 아랍어, 벵갈어··· 대상에 해당된 통역을 찾아 이방저방 뛰여다니는 일도 생겼다.

그런데 찾아오는 사람들마다가 거의다 《중대용건》을 안고옴으로써 류진영이나 김관, 조창혁이가 만나지 않으면 안되였다. 《중대용건》이란 태반이 질문이였다. 시내전화와 호텔구내전화로도 그러한 질문이 비발치듯 날아들었다.

조선에 가면 어떤것을 보고 어떤 일을 당할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부터 축전진행시 민족구락부나 숙소를 좋은것으로 알선해줄데 대한 《교섭청탁》도 있었다. 흥미있는것은 첫날 토론때 어정쩡한 반대립장을 표시했던 에르반과 중근동청년이 진영이를 찾아와 만난것이였다.

밤깊어 저마끔 찾아온 그들은 진영에게 본의아닌 연설을 했다는것과 앞으로의 공동콤뮤니케채택때 결정적인 지지발언을 할것을 약속했다.

에르반은 진영이앞에서 눈물까지 쏟았다.

《나는 조선에서 류학까지 한 사람입니다. 조선이 어떻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께서 얼마나 위대한분들인가 하는것을 잘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자기 량심을 지킬수 없었습니다. 쏘련측의 요구와 이 나라 주재 우리 대표부의 지시를 어길수 없었기때문이였습니다. 정말 부끄럽고 동지네가 부럽습니다. 무슨 힘이 쏘련측의 태도를 돌변시켰는가는 다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 사회주의나라들치고 크레믈리의 의사를 누르는것은 당신들뿐입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우린 마음에 거슬려도 그들의 의사를 거역하지 못합니다. 조선에 가서 공부할 때 주체사상을 배웠지만 우리로선 주체를 세울수도 없습니다. 축전을 하려 해도 할수 있는 밑천도 없거니와 남의 장단에 춤추는 인형이니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진영의 말을 전해들은 대표단성원들은 범잡은 포수마냥 의기양양해졌다.

대표단일군들은 이틀낮, 이틀밤에 걸쳐 모든 단체, 기구책임자들과 거의다 만났다. 회의장에서 축하도 받고 질문도 받았다. 에르반과 다름없이 부러움과 동경을 표시하는 말들이 쏟아져나왔고 평양축전에 커다란 희망을 붙이는 말들이였다.

회의 이튿날 밤에 진영이와 창혁이를 만나러 찾아온 아이레스의 용건은 그런 의미에서 색다른것이였다.

그가 찾아왔을 때 진영은 문건작성위원회에 가고 없었다. 김관은 그를 만나는데 대해 반대하였다. 쏘련측의 통보에 의하면 《런니》를 필두로 한 《반축전》세력의 주요인물이라는것이였다.

허나 창혁은 그때문에 더욱 만날 필요를 느꼈다. 향옥이를 따르는 유령같은 존재라는 호기심도 없지 않았다. 아이레스는 괴상하게도 이 겨울철 모스크바에서는 전혀 볼수 없는 아래우 흰 양복차림을 하고 창혁이네 호실에 들어섰다. 넥타이만은 진자주색갈이였다. 그는 창혁이가 권하는 의자에 앉기전에 구내전화를 써도 일없겠는가고 하였다. 창혁이가 승낙하자 번호판을 돌리고난 그는 단 한마디 《오케이.》하고는 송수화기를 내렸다. 그리고는 《미안합니다.》하는 말을 두번씩 곱씹고는 례절바른 태도로 의자에 앉으며 상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의 옷차림이 어떻습니까?》

아이레스는 예상밖의 질문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러나 창혁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통역을 보며 유쾌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이 옷차림으로 말하면 귀국의 한 예술단 성악배우가 이 옷차림으로 노래를 부르는데서 매력을 느꼈기때문에 지어입은것이지요.》

그리고는 문쪽에 잠시 시선을 주다가 일어섰다.

《실례합니다.》

그는 창혁과 통역이 무슨 말을 할 틈도 주지 않고 문을 열었다. 웅성거리는 소음에 창혁이 그쪽을 내다보니 거대한 몸집의 두 로씨야녀인을 상대하여 우리측 로어통역이 뭔가 열심히 말하고있었다. 녀자들의 밀차에는 커다란 지함 두개가 놓여있었다. 아이레스가 창혁을 향해 돌아섰다.

《부위원장선생, 저건 샴팡과 하이스입니다. 저기에도 려권이 필요합니까?》

《필요하오. 그런걸 마구 들고오면 안되지 않소? 그래 저걸 여기서 다 마시자는것이요?》

창혁은 향옥이의 딸라건을 상기하며 이 아이레스라는 청년의 희떠운 행동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가 생각했다. 아이레스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나는 이번 회의에서 당신들의 희망이 성취되리라는것을 알고있습니다. 저건 그 성과를 축하하는 연회석에서 나를 잊지 말것을 희망하여 드리는것입니다.》

《그래 당신은 어떻게 되여 우리의 희망이 성취되리라고 믿소?》

창혁은 아이레스가 가위다리를 하고 앉는것을 지켜보다가 물었다. 아이레스는 겸손한 미소를 보였다.

《그것은 우선 당신네 지지세력이 절대적이고 선생의 어제 연설이 반대의 조건부를 없애버렸기때문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것은 제가 당신들의 축전주최에 지지표를 던지려 하기때문입니다.》

마약이나 술에 취한것은 아닌가?! 창혁은 그를 찬찬히 여겨보았다. 아이레스의 눈은 랭랭할 정도로 맑았다. 그는 창혁의 파고드는 눈길을 느끼자 눈을 내리깔며 웬만한 녀성들이면 쉽게 반할수 있는 매력있는 웃음을 지었다.

《부위원장선생은 지금 제 말이 어처구니없다는것이겠지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나는 적어도 이 회의장에 온 대표들중에 10개의 거수기를 쟁취할수 있습니다. 매수할수도 있고··· 설복해 돌려세울수도 있지요.》

《당신은 그 열이라는 수자의 사람들을 너무 깔보는것이 아니요?》

《그런것도 있지요. 하지만 당면한 리해관계에 따라 동맹이 이루어지는··· 무엇보다 눈앞의 리익을 먼저 생각하는것이 현대인이 아닙니까. 물론 당신들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나는 실제의 당신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있습니다. 어저께 그리스친구도 말했지만 조선은 우리에게 너무나 먼 나라이니까요. 제가 오늘 부위원장선생을 만나게 된 용건은 바로 그런 조선을 정확히 알게끔 다시 말하면 조선방문을 허락해달라는것입니다. 이건 이번 회의에서 나의 최종립장을 어떻게 취하게 하는가 하는 조건부이기도 합니다.》

《내가 거절한다면 열한개의 반대표가 나오겠구만.》

창혁은 웃었다. 아이레스 역시 흔연한 웃음을 지으며 마주보았다.

《아이레스씨, 나는 당신에게 어떤 대답을 줬으면 좋을지 모르겠소. 왜냐하면 우리는 이런 장사거래에는 문외한이니까. 하지만 그 조건부를 떼버린다면 우리는 기어이 당신의 방문을 환영할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레스는 창혁의 말에 진심으로 감동된것 같았다. 그는 문밖에 나서다말고 되들어와 래일 최종문건채택때 7∼8개의 기구와 단체가 반대립장을 표시할것이라는것을 말해주었다.

새벽 두시가 가까와왔을 때 문건작성위원회에 갔던 진영이가 《최종콤뮤니케》초안을 가지고 나타났다. 우리 대표단에서 제기한 내용들이 전부 반영된 문건이였다. 환성이 일었다. 진영은 또 하나 새로운 소식을 전하였다.

《래일 회의부터는 쎄르게이가 사회를 하게 된다오.》

《건 어떻게 돼서?》

《무슨 개인사정이 있다던가.》

《그거 잘됐구만. 이젠 얼음에 박밀듯 멋있겠구만.》

김관이 껄껄 웃자 진영은 머리를 저었다.

《쎄르게이의 말에 의하면 지금 서방계의 반대세력들이 맹활동을 벌리고있다고 해. 그런즉 만세는 이르오.》

《원, 근심도··· 근데 악쏘노브의 〈실각〉이 궁금하구만.》

《그 사람은 우리와 한번 꼭 만났으면 한다오.》

무엇때문일가. 창혁은 이런 의문속에서 래일 회의가 어떻게 될것인가 하는것으로 조바심이 생겼다.

다음날, 진영의 예견이 옳았다.

런니의 반대연설이 그 시작점으로 되였다. 그의 발언은 처음부터 도발적이였다.

···당신네들은 어찌하여 조선에서의 축전에 대해 그처럼 환상을 가지고있는가, 축전구호도 그렇다, 세계가 동서방의 화합을 지향하는 때에 어찌하여 반제련대성만 떠드는가. ···

런니는 회의전체를 부정하며 도전해나선것이다. 장내는 한동안 아연실색한속에 침묵을 지켰다. 상대가 녀성이라는데도 있었다.

그 공간을 타 첫날회의에서 인기를 잃어버린 로찌가 다시 일어나고 뒤이어 세명이 연거퍼 런니의 주장을 반복해 떠들었다. 짜고든 책동이였다.

동부도이췰란드대표가 그 광기어린 반대연설에 제동을 걸어 타격했다. 그것을 신호로 오스트랄리아, 꽁고, 잠비아, 쌀바도르, 전아프리카학생동맹, 인디아청년대표, 아랍학생동맹대표들이 《평양축전주최》와 《반제련대성》의 필요를 두고 열변을 토했다.

그러자 런니가 재차 언권을 요구했다. 그는 두개의 견해가 대립되여있는 조건에서 축전장소와 구호문제는 다음기로 미루는것이 좋겠다는 한걸음 양보의 연설을 하였다. 그의 팀으로 인정되는 몇몇 새 선수들이 그 주장을 지지해나섰다. 그런 뒤에는 의례히 축전장소를 다른데로 택해야 한다거니 축전성격과 구호가 달리 되여야 한다는 《로찌》식연설이 뒤따랐다. 그러나 그런 연설들은 건당 7∼8명의 반박연설앞에 꺾이여들고말았다. 회의가 끝날무렵 문건작성그루빠에서 작성한 《최종콤뮤니케》초안이 대표들에게 배포되자 런니를 비롯한 《반대파》들은 저희들끼리 뭐라 수군덕거리고 쪽지놀음을 벌렸다.

호텔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할 때 우리측 성원들이 반대토론에 열을 올렸던 사람들과 의도적으로 식탁을 마주하였다. 중국과 남조선이 참가하여야만 평양축전을 인정하겠다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중국이 13차축전에 참가할 용의를 보였다는것과 (중국은 12차축전까지 단 한번도 축전에 참가하지 않았다.) 남조선청년학생단체참가문제는 같은 겨레로서 조선사로청이 제일 큰 관심속에 환영할것이라는것을 알려주었고 광범성이요, 자유를 떠들던자들에게는 조선대표가 연설할 때 잠을 잤느냐는 식으로 얼굴을 붉히게 만들었다. 그런중에 진심으로 자기 발언에 량해를 구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외곡된 선전에 기만당했거나 남의 각본을 받아외운 사람들이였다.

이날 저녁도 조선사로청대표단호실은 손님들로 붐비였다. 대부분이 축하객이였다. 아시아나라 대표들은 아시아의 승리라고 또 발전도상나라 대표들은 그들대로 자기들의 승리라고 평양축전주최의 성공을 미리부터 축하해주었다. 류진영을 찾아온 국제학생동맹책임일군도 그런 사람중의 하나였다. 그는 악쏘노브를 만나 대판 싸우고 왔노라고 하였다.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국제학생동맹회의에 그릇된 주장을 내리먹인것에 대한 분풀이였다는것이다.

그런데 밤도 깊었을 때 문건작성위원회의 우리측 대표와 함께 왈드가 나타났다. 왈드는 문건그루빠의 책임자였다. 그들이 가지고 온 소식은 조창혁이네의 신경을 바늘끝처럼 곤두서게 만들었다. 서방측 대표들의 반대와 보이꼬트를 무마시키기 위해 《축전콤뮤니케》의 6항에서 평양축전주최를 《결정한다》로부터 《찬성한다》로 바꾼것이다.

외국어전문가들이 불려오고 사전까지 펼쳐졌다. 내용상 같은 의미라고 볼수 있지만 《찬성한다》는 《결정한다》보다 못한것이고 후에 이러저러한 반대를 만들수 있는 단서라고 일치하게 평가되였다. 왈드가 《결정한다》로 하면 반대와 기권이 늘어날수 있다는것으로 설명했으나 누구도 그에 동의할수 없었다.

이 문제는 지정철을 통해 김정일동지께 보고되였다. 그이께서 보고를 받으신 시간은 새벽 2시 30분이였다.

두개 문구의 어원까지 밝혀 보고드린 자료를 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일군들을 친히 전화로 찾으시였다. 그 어떤 고의적책략의 기미가 보인다는 일군들의 견해에 동감을 표시하시면서 그이께서는 대범하게 스쳐버리라고 말씀을 주시였다.

《그 문구에 너무 신경을 쓰지 마시오. 결정이건 찬성이건 다 지지하는것이니 일없습니다. 〈찬성한다〉는건 우리를 생각해서 고친것일수도 있고 그 반대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저러나 이걸 가지고 쬐쬐하게 놀것은 없습니다. 평양축전을 반대하는 머리들에서 나온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가 〈결정한다〉를 계속 고집한다면 이것을 기회로 란장판을 만들수 있습니다.》

그이의 현명한 판단은 4년후 런니의 유서에 밝혀진다.

《찬성한다》는 왈드를 비롯한 사람들이 무난한 통과를 위해 동의한 문구이지만 실제상 켐프의 마지막수에서 나온것이였다. 패배를 실감한 켐프는 런니와 그의 팀에 《찬성한다》를 넣게 하고 이 《찬성》이 《평양》을 축전주최국으로 인정하는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것으로 여론을 퍼뜨리고 이에 대한 조선측의 반대를 노렸다. 조선측에서 반대하는 경우 《보라, 이처럼 독선적이고 외고집인 나라에서 어떻게 축전을 하겠는가.》하고 떠들 선수들까지 준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