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3

 

제 2 장

3

 

사로청에서 있은 협의회 다음날부터 준선은 광복거리의 수도건설지휘부에 가 살다싶이하였다.

건설은 시작에 불과하였다. 아침이면 륜전기재들의 동음과 50∼60년대의 낡은 집들과 야산, 둔덕들을 날려버리는 발파소리가 새날의 시작을 알렸고 저녁이면 뙈기논과 물도랑에 숨죽어 박혀있던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로 막을 열었다. 밤이면 날새들과 풀벌레들의 음악이 해종일 기초자리를 파던 사람들과 기중기요, 로력이요 하며 여기저기 뛰여다니느라 발이 부르트고 목이 쉬여버린 사람들에게 휴식과 안정의 시간임을 알려주었다.

준선은 수도건설계획을 앞당길데 대한 김정일동지의 지시를 받은지 닷새가 넘도록 이렇다할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있었다. 이로 하여 입술에 보풀이 일 정도로 속이 타들었다. 저녁마다 건설관계부문일군들과 마주앉아 토론을 벌렸으나 다람쥐 채바퀴 굴리듯 공회전을 거듭하는 토론이였다. 반가운 일이 있다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한 림영찬이 그 다음날로 나타나 모든 대상을 무작정 밀고나가야 한다고 큰소리를 친것이였다. 숙소도 다 지어야 한다는것이였다. 무슨 타산이 있는가 하는 물음에 이제껏 당에서 결심한 일이 안된것이 있었느냐 하는 식의 우격다짐이였다. 준선은 하루밤새에 판 달라진 그의 과격한 언동에 놀라기도 하고 의혹도 품었다. 자기의 당성을 시위적으로 보이려는 일군들도 있었기때문이였다. 그 기미를 감촉했는지 림영찬은 수수떡처럼 얼굴이 붉어져 가슴저린 말을 했다.

《나때문에 진영이라는 사람도 흔들린셈이지요. 내가 못한다고 하니 교실소리를 한겁니다. 그게 본심의 소리겠습니까? 애당초 숙소를 짓자고 했을 때야 필요해 그런것이고··· 한데 제가 자빠지는 꼴을 보이니 흔들린것이지요.》

준선은 처음부터 숙소는 물론 260개 대상중에서 한개도 뺄수 없다고 강심을 먹었다. 하지만 실무적타산으로는 도저히 가망이 보이지 않는 그 계획을 무작정 내려먹일수는 없었다.

조창혁의 방에서 벌린 토론은 바로 260개 대상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대책과 가능성을 찾아보려는데 있었다. 그러나 위구한바 그대로 대책과 가능성은커녕 《빼자》는 안이 우세했다.

···푸릿한 어둠이 사위여가는 이른새벽, 준선은 수도건설지휘부의 뒤산에 올랐다. 서느러운 솔바람속에서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밤도 시당책임일군들까지 모인 자리에서 건설계획을 토론하느라 밤을 밝혔다.

오늘 오후 그는 김정일동지께 한주간 사업보고를 드려야 하는것이다.

지휘부창문들에는 불빛 한점 없고 멀리 동평양쪽 하늘이 훤히 들렸다. 부엉이의 나래질소리에 고개를 들었던 준선은 몇초사이에 날이 훨씬 밝아짐을 느꼈다. 방금전까지만도 부드러운 어둠에 휩싸여 밤의 신묘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던 광복거리의 한산한 풍경이 제모습 그대로 드러났다. 중게중게 일어선 기중기들과 파헤쳐진 흙더미들, 파벽돌들과 발파에 날려간 나무판자쪼박들··· 어제는 일요일이라 연장작업을 금한탓에 발파구간의 길들에는 석비레와 돌들이 너저분할것이다.

지휘부맞은편 둔덕아래길로 승용차 한대가 뜨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달려왔다. 지휘부의 어느 한 일군의 이른 출근이라고 생각하며 산등을 내리던 그는 승용차의 형체를 알아보고 우뜰 놀랐다. 김정일동지께서 산간군이나 전연지대를 돌아보실 때 타시는 승용차였던것이다.

(혹시?!···)

준선은 번개치는듯 한 예감에 몸이 건둥 떠 솔숲을 꿰질러 내리달렸다.

예감이 맞았다.

준선이 지휘부앞 길목에 이르렀을 때 차에서 내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길 왼편 둔덕에 오르시여 건설장전체를 부감하고계시였다.

준선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둔덕으로 올라가자 그이께서는 반색한 미소를 머금으시였다.

《허. 동문 혹시 특수레이다라도 가지고있는게 아니요? 범이 제말하면 온다더니-》

그이께서는 준선의 인사를 받으시며 이슬에 함뿍 젖은 그의 바지자락을 내려다보시였다.

《새벽산책을 했댔소?》

《녜.》

《하여간 잘 왔소. 그러지 않아도 동무를 찾을가 했는데-》

그이께서는 준선의 터갈라진 입술을 보셨으나 내색하지 않으셨다.

《그래 여기 나온 재미가 어떻소?》

《좋습니다. 공기도 좋고···》

《그럴거요.》

그이께서는 희스름한 안개빛에 싸인 룡악산이며 만경대쪽을 일별하고는 빙긋이 웃으시였다.

《준선동무, 내가 방금 여기서 무얼 생각한줄 아오?》

그이께서는 파벽돌과 산자따위들이 어지럽게 널린 집터자리에 시선을 멈추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전쟁이 끝난지 며칠 안되는 어느날 황철에 갔다온 일군이 수령님을 찾아온적이 있었소.

수령님께서 그 일군에게 파괴된 황철을 본 감상이 어떠했는가고 묻자 그는 슈벨트의 무슨 광상곡이 떠오르더라는것이요. 황야로 걸어가는 인간의 감정을 담은 노래라는것 같았소. 그 대답에 수령님께서는 그럴듯 한 소리라고 하시며 만주벌판의 눈길을 헤쳐갈 때 빨찌산대원들은 승리와 신심에 넘친 노래를 불렀다고 말씀하셨소. 나는 지금 그런 기분을 느끼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음을 거두시고 아직은 거치른 벌판이라고밖에 할수 없는 넓은 건설장구내를 이윽토록 바라보시였다. 준선은 숙연한 감정속에 그이를 우러러 보았다. 그이께서는 마치 방금전까지 막막한 심정에 휩싸여있던 자기의 마음속을 환히 꿰뚫어보신것만 같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에 닿는 풀대를 꺾어드시며 지나가는 소리처럼 물으시였다.

《계획을 앞당기는것이 간단치 않지요?》

《네.》

《나도 좀 들었소. 그런데 학교 교실들을 숙소로 하자는 안을 사로청에서 들고나왔다는데 그게 사실이요?》

《네. 그렇게 되였습니다.》

준선은 사연의 자초지종을 간단히 말씀드렸다.

《나라사정을 생각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으시였으나 준선은 그이의 미간에 실주름이 새겨지는것을 놓치지 않았다.

《갑시다.》

둔덕길을 내려 차에 이른 준선은 깜짝 놀랐다. 운전대는 비여있었고 부관은 《어쩔수 없었습니다.》하는 눈길로 죄스러운 기색을 보이였다.

《타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운전대의 옆자리를 가리켜보이고 자신께서는 운전석에 오르시였다. 조향륜에 얹어놓은 실장갑을 끼시던 그이께서는 망연한 눈길로 보는 준선에게 웃음을 지어보이시였다.

《나 역시 새벽산책이요.》

《그런데 이앞은 길을 새로 내는 통에 몹시 험합니다.》

준선은 그이께서 발동을 거시는것을 보고 더 참을수 없어 말씀드렸다.

《일없소. 동무네야 늘 다니는 길이 아니요.》

그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차의 제동변을 푸시였다. 미끄러지듯 자리를 뜬 차는 얼마 못가서 준선의 위구대로 흙더미들과 부딪쳤다.

《둔덕을 날린곳이요?》

《네.》

김정일동지께서는 금이 쩍쩍 갈라져나간 세멘트포장도로우에 쌓여진 흙더미들에 시선을 주시며 운전대를 더욱 꽉 틀어잡고 가스변을 힘주어 밟으시였다. 차는 움찔하며 그 흙더미를 타고넘었다.

그이께서는 엊저녁 건설담당부총리를 만나시였다. 이 접견을 통해 그이께서는 90∼92년도까지로 계획되여있던 건설을 88∼89년도까지로 앞당기는 사업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있는것을 아시였다. 이미전부터 빠듯하게 세웠던 계획을 3∼4년씩이나 앞당긴다는것이 여간만 어렵지 않으리라는것은 예견하셨던 일이였으나 그 토론들에서 일부 대상을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사실은 뜻밖이였다. 그이께서는 이로 하여 한밤을 꼬박 밝히시였다. 평양시건설문건을 준선부장에게 줄 때부터 연구해오시던 안을 놓고 수자계산까지 해보시였다. 새벽이 와 습관대로 잠시 눈을 붙이려 했으나 펑끗거리며 줄달음치는 사색으로 잠들수 없으시였다.

《이 길로는 계속 갈수 없습니다.》

준선은 길앞에 또다시 흙무지들이 련이어 널린것을 보고 가슴죄이는듯 한 속에 입을 열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딱한 기색을 한 준선의 얼굴을 언뜻 보며 웃으시였다.

《난 에돌아간다던가 뒤로 물러서는것이 질색이요.》

그이께서는 흙더미들을 밀어내던 불도젤들이 길도랑쪽에 렬지어 서있는것을 흡족히 보며 차를 그대로 모시였다. 오늘 그이께서 《운전수》가 되여 차를 모시게 된것도 이러루한 흙더미들과 끊어져나간 길때문이였다.

운전수는 그이의 안녕보장때문에 이런 길에서의 운전을 주저할것이였다. 또 하나 그이께서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차를 자주 멈춰세워야 하셨다. 모형사판에서 보셨던 건물들을 상기하며 그 건물들의 위치와 시공상태를 료해하셔야 했던것이다. 길 좌우로는 기중기들과 방금 석축을 시작한 기초자리들이며 부재더미들이 흘러갔다. 어디선가 새벽닭울음소리가 건드러지게 울려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둔덕을 파제낀곳에 무슨 《건설사업소》라는 시공주의 패말 하나가 당그랗게 서있는것을 보시다가 다시 말씀을 떼시였다.

《그러니 아직 학교 교실들을 그어버리지 못했다는것이지요.》

《네. 그 문제가 수차 론의되였지만 해결을 보지 못했습니다.》

《축전타산안을 세우는것도 다 그런식으로 하지 않는지 모르겠소.》

차가 무거운 몸체를 떨었다. 길이 서덜밭같았다. 둔덕폭파시에 날린 돌과 흙들이 쫙 깔렸던것이다.

준선은 이마에 진땀이 내돋는속에 축전상무소조의 사업을 간단히 말씀드렸다. 이즈음 축전상무소조는 전국의 큰 공장, 기업소로부터 지방의 자그마한 공장들의 생산능력까지 훑으며 축전용설비물자와 그 해결대책을 위한 탐구로 밤과 낮이 따로 없었다. 얼마전까지 한팔을 접고 방관하듯 하던 중앙기관 위원회, 부 일군들이 그 사업에 적극 나섰다. 못하겠다던가 다른데 떠밀려던 경향들이 싹 없어졌다. 새로운 공장건설을 예견하는 경우엔 저마끔 자기네가 맡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타산안의 품목과 수량이 구체화될수록 그 자금과 물량보장의 방대한 수자앞에서 누구도 자신을 가지지 못했다. 이런데서부터 청년일군들은 《빼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며 품종과 수량을 줄이는데만 신경을 썼다.

《그러니 그들은 지금까지의 있는것들만 가지고 하자는것이겠소?》

《예. 그게 마음에 걸립니다.》

《그렇소. 교실을 쓴다는것도 말이 안되오. 손님대접에 각별한 우리 인민들의 고유한 미풍에 손상이 간다는것이 기분나쁘지 않소?》

그이의 음성은 격하게 울리였다.

《아무리 화려한 차림의 배우라도 무대배경이 초라하면 볼 모양이 없소. 예전것을 가지고 청년들을 내세운다는것은 말이 안되오.》

차가 시내로 뻗은 큰길에 이르자 그이께서는 조향륜을 급히 휘돌리시였다. 준선은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통에 문손잡이를 꽉 틀어잡았다. 너무나도 급격한 선회에 차의 뒤꽁무니에서 먼지기둥이 뽀얗게 타래쳐올랐다. 혹시 그이께서 자기때문에 수도건설지휘부까지 되돌아가려고 하시는것이 아닌가.

《저··· 어데로 가시렵니까? 전··· 내려서 걷겠습니다.》

《일은 이제부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겨 방금 오며 보신 길녘의 한산한 모습들을 살피다가 저으기 불만스럽게 말씀하시였다.

《내가 언젠가도 말했지만 자식들을 시집장가보낸다 하고 생각해보기오. 부모들이란 자기 자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있는것 없는것 다 꾸려 준비하오. 그래 우리에게 그만한 힘이 없소? 청년일군들의 그 빼자, 교실을 쓰자 하는건 아직 우리 인민의 이런 힘과 마음을 생각지 않은데서 나온 소리요.》

준선은 그런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싶었으나 입을 열수 없었다.

그이의 지적이 자기에 대한 비판처럼 느껴졌던것이다.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마음이 거뿐해지며 생신한 기운이 뻗쳐올랐다. 요지음 일군들속에서 제기되는 그리고 자기자신의 생각속에서도 유일한 방책으로 무르익혀진 안을 말씀드리고싶었다.

그이께서는 들쑹날쑹한 기복을 깎아 집터자리를 만드는 둔덕아래서 차를 멈춰세우시였다.

《주인이 있소?》

시공주에 대해서 물으시는것이였다.

《없습니다.》

《그럴테지요.》

준선은 이때라고 생각했다.

《한가지 말씀드릴것이 있습니다.》

《로력을 더 달라는 소리겠지.》

《그렇습니다. 지금 저를 비롯해서 대부분일군들이 수도건설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어디까지나 평양시력량으로 밀고나가야 하는것으로 리해하고있습니다. 물론 평양시민들의 립장에서는 그런 자세에 서야 하겠지만 89년까지 모든 대상을 끝내야 한다는 선에서 보면··· 보다 력량을 집중했으면 합니다. 때문에 저는 북부철길에 나간 청년돌격대중에서 자기 맡은 구간을 끝낸 력량과 지방의 일부 청년돌격대들을 수도건설에 인입시켰으면 합니다. 축전대상은 하나도 뺄수 없지 않겠습니까.》

《허허. 내가 공연히 나왔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환한 웃음을 머금으시고 더없이 대견한 눈길로 준선을 보시였다.

《사실 오늘 나는 <독단>을 부려보자고 마음먹었소. 시공주까지 다 찍어주고··· 됐소!》

그이께서는 담배갑을 꺼내시다가 도로 넣으시고 활기찬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동무말대로 축전건설대상은 원래의 안에서 단 한개도 뺄수 없소.

그러자면 청년돌격대의 보충만이 아니라 전국이 다 달라붙는 통이 큰 일판을 벌려야 하겠소. 각 도와 위원회, 부별로 건설대상을 뜯어맡겨 돌격전을 벌리자는것이요. 가령 저기 저 송구관같은것은 그 설계를 하여 파악이 있는 황해북도 같은데 맡긴다 그것이요. 이 분담에선 인민무력부나 사회안전부도 제외될순 없소.》

준선은 가슴이 널뛰듯 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몇몇 지방돌격대라는 범위에서 돌아가던 사고가 전국의 력량이라는 거대한 령역에 쏠렸다.

《내가 지난밤 부총리동무하고도 좀 토론을 하고 여기 오면서 생각해본건데 방향적으로는 이렇소.

우선 평양시는 지금 하고있는 광복거리 2만세대 살림집, 학생소년궁전, 청년려관, 기자쎈터, 국제통신쎈터, 릉라도와 양각도경기장, 대성산놀이터··· 다음, 도들에는 여기 체육촌건물들을 뜯어맡길수 있소. 능력을 봐서 주택건설에도 더 인입시킬수 있고··· 인민무력부와 사회안전부와는 내가 초보적으로 토론을 했소. 인민무력부는 릉라다리, 교예극장, 안골경기장, 국제비행장, 기타 도로 등 큰건설을 다 맡겠다고 하오. 사회안전부는 방송회관, 동평양대극장, 안골려관, 모란봉지하도로를 하게끔 했소.

그런데 당원돌격대는 절대 다치지 말고 오직 릉라경기장에 붙게 해야 하오. 릉라경기장이 대상으로는 제일 크지만 당원돌격대가 달라붙으면 얼마든지 해제낄것이요.

그러니 이것을 참작해 계획을 세워보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 차를 모시였다.

준선은 황홀한 눈길로 그이를 우러러 보았다.

모든 중요건설대상들을 빠짐없이 기억하시는 비상한 기억력에는 감탄이 앞섰고 매 대상들에 대한 건설력량배치안을 두고서는 머리가 수그러졌다.···

(축전에 대해 얼마나 마음 쓰셨으면.)

눈굽이 뜨거워올랐다.

차는 어느사이에 수도건설지휘부와 학생소년궁전터를 왼켠에 두며 오른쪽으로 꺾어돌았다.김정일동지께서는 차의 속도를 늦추며 한손으로 차창문을 조금 내리시였다. 그이께서는 길길이 자란 잡초속에 묻혀있는 학생소년궁전터에서 몇마리의 개구리가 튀여오르며 하루살이 사냥에 열중하고있는것을 보시고 빙그레 웃으시였다. 그때 오른켠 둔덕너머에서 류랑한 군대식 기상나팔소리가 울렸다.

《어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몹시 반색하여 물으시였다.

《청년돌격대입니다. 지금 한개 려단이 도착했습니다.》

《글쎄 어딘가 달라.》

그이께서는 미소를 머금으시였다. 준선은 그이께서 사로청일군들의 《빼자》는 일로 하여 언짢아하셨던것을 생각하며 얼른 말씀올렸다.

《저··· 한가지 잊은것이 있습니다.》

《뭔데?》

《사로청동무들이말입니다. 숙소건설을 뒤로 미루는 경우 전반 계획과는 별도로 청년돌격대력량으로 그 건설대상의 일부를 맡겠다는것입니다. 그리고 학생소년궁전건설은 전문건설사업소의 도움밑에 자기네가 맡겠다는것입니다. 청년돌격대지휘관들도 같은 의견을 제기해오고있습니다.》

《허허, 그들의 진짜 속심이 거기 있었구만. 무슨 빼겠소, 교실리용이요 하는 소리는 미안해서 해보는 소리고··· 그들한테 말하오. 마음껏 욕심을 부리라고, 욕심을! 타산안을 세우는데서도 마찬가지요. 몇가지 사오고 몇가지 만들고 하는식으로 하지 말고 사올건 다 통채로, 공장채로 사오고 만드는것도 그런식으로 해야 하오.

무슨 물건, 무슨 식료품 이런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런 물건과 식료품을 만들 설비를 꽝꽝 만들어내고 만드는데서 수지가 맞지 않는것은 사오고··· 이런면에서는 축전준비라 하지 말고 우리의 인민경제발전계획에 포함된것을 앞당겨 마련하고 생산한다는 립장에 서야 하오. 그까짓 종이장에 세워진 욕심이야 너무 지나치면 좀 짜르면 될것이고··· 나한테는 욕심을 가득 채워 올려보내오. 무엇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벌써 조선말이 아니오. 이번통에 나라살림을 한계단 부쩍 추켜세운다 하는 심정으로 한번 통이 큰 타산안을 세워야겠소.》

그이께서는 손에 끼였던 실장갑을 벗으시였다. 길은 갈수록 더 험해졌다. 새길을 내면서 도간도간 패여진데다가 파제낀 토량들이 덮쌓여있었던것이다.

먼발치에서 만짐을 한 두대의 화물차가 나타났다. 이 새벽의 첫작업차들 같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좀전에 차를 몰아오실 때 내셨던 바퀴자리를 따라 운전을 하다가 그 차들을 보시였다.

조금 더 나가면 량옆에 산더미처럼 쌓인 토량들때문에 차가 어길수 없다는것을 아신 그이께서는 차의 속도를 늦추다가 아예 멈춰세우시였다. 화물차들도 속도를 죽이며 설듯말듯 멈칫거렸다. 그러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열려진 차창으로 한손을 내밀고 지나가라고 손짓하시였다. 화물차들은 운전수의 망설임마냥 머무죽머무죽하다가 조심스럽게 그이께서 타신 차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늙수그레한 화물차의 운전수가 이럴 때의 례절로 승용차를 향해 머리를 끄덕여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쁘신 안색으로 손을 내저어보이시였다.

준선은 차가 들추는통에 흘러내린듯싶은 그이의 장갑을 조심스레 집어들었다. 축축히 땀기가 어린 장갑이였다. 순간 전류같은것이 가슴굽까지 찌르르하게 훑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길앞을 여겨보시다가 말씀하시였다.

《여기선 우선 길정리부터 해야겠소. 길을 넓게, 콱 넓혀야 하겠소. 지금은 저마다 맡은 대상에만 신경을 쓰는데 이처럼 길이 좁고 험해서야 되겠소? 길을 활짝 열어야 하겠소. 그래야 물동운반도 빠르고 오가는 건설자들의 마음도 시원히 트일것이 아니요.》

김정일동지께서는 길가에 세워진 구호판들을 보시며 차의 속도를 죽이시였다.

《그리고 사로청동무들에게는 축전준비에 너무 마음쓰게 하면 안되겠소. 물론 건설이며 물자준비며 그 방대한 사업을 다하자면 청년들이 한몫해야 하는것은 사실이지만 사로청은 청년교양이 기본이요. 축전준비사업에 대한 걱정은 우리한테 맡기라고 하오.》

네거리에 이르신 그이께서는 교통안전원(당시)의 씩씩한 거수경례에 방금전 운전수들에게 하듯이 손을 저어주시였다. 그이께서는 지금까지 험한 길을 달린것이 피곤으로가 아니라 기쁨으로 되셨던듯이 밝고 명랑한 안색이시였다.

이로부터 한주일후에 방향적인 1단계 축전타산안이 당에 올라갔고 뒤를 이어 김정일동지의 지시에 따른 축전설비와 물자보장을 위한 구체적조직과 실무조치들이 취해졌다. 수도건설은 전국적력량을 집중시켜 하게 되였다.

1986년 7월 18일 《〈국제평화의 해〉에 즈음하여 핵전쟁의 위험을 막고 세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조선청년학생집회》에서는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평양에서 할데 대한 결의가 선포되였다.

이 축전주최발기소식은 온 나라 청년들을 끝없는 흥분과 격동으로 설레게 하였다. 축전준비건설에 탄원해나선 청년들만도 며칠사이에 수만명을 이루었다.

사로청 국제부는 하루 24시간 비상대기상태에 들어갔다.

세계 5대륙의 국제 및 지역 청년학생조직들에서 《평양축전》주최에 대한 자기들의 공식, 비공식립장을 전화로, 텔렉스로 련속 날려왔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