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4

 

제 1 장

4

 

김정일동지의 집무탁우에는 한건의 문건이 펼쳐져있었다. 그이께서 권하시는데 따라 자리를 잡고앉은 김준선과 지정철은 거의 동시에 그 문건을 보았다. 문건가운데 글줄밑에는 밑선이 진하게 쳐있었고 그끝엔 커다란 의문부호가 그려져있었다. 지정철의 의견과 그가 종합한 자료가 첨부된 축전동향보고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두사람의 눈길이 문건에 가닿아있는것을 보시고 부드럽게 웃으시였다.

《준선동문 이 문건을 보았습니까?》

《네. 보았습니다.》

준선은 은근한 긴장을 느꼈다.

《그런데 뭔가 좀 흔들리지 않았습니까?》

그이께서는 준선으로부터 정철에게 시선을 멈추시였다. 그이의 표정은 여전히 밝고 따뜻하였다.

《여기에 당의 권위를 훼손시켰다고 했는데 이건 무슨 소리입니까?》

지정철은 기다렸던듯 일어섰다. 그의 눈빛은 진지하고 엄숙했다.

《저의 잘못으로 그런 엄중한 일이 빚어졌습니다. 저는 대외사업에 나가는 동무에게 응당 각이한 정황과 대상에 따라 신중히 처신하게끔 일깨워줘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이로부터-》

《그런데는 당의 권위가 어떻게 훼손되였다는겁니까?》

《저는 초래된 결과를 놓고···》

《결과?··· 지금 무슨 결과가 있습니까. 도발적인 비난, 그것이 결과입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웃으시였다. 지정철의 목 울대뼈가 심하게 놀았다.

《저··· 저는 지금의 비난도 비난이지만 앞으로 축전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류진영동무의 발언은 적들한테 우리 당을 계속 헐뜯게 할수 있는 언질을 주었다고 보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놀라시는 안색이였다.

《그러니 축전주최는 불가능한것이고··· 그 경우 축전주최를 결심한 당의 권위가 훼손된다는것입니까?》

《네.》

지정철은 머리를 쳐들며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는 그 측면에 대해서는 별로 우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에 와서는··· 현 국제정세의 추이가 우리한테서의 축전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형편에서 축전주최를 장담한다는것은···》

《나를 속이는거다 그거겠지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숙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시고 준선에게 시선을 옮기시였다.

《부장동무도 같은 생각입니까?》

준선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 일어섰다. 그는 김정일동지께서 축전주최의 결심을 조금도 달리하지 않으셨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제까지 품고있은 생각을 감출수는 없었다. 그는 송구스러운 심정에 사로잡혀 대답올렸다.

《저도 부부장동무와 같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김정일동지의 손에 들린 성냥에서 파란 불꽃이 일었다.

《총퇴각이구만.》

그이께서는 준선이까지 축전문제에서 흔들리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하셨다. 준선은 누구보다 그이의 축전구상과 의도를 잘 알고있는 일군이였다. 이 면에서는 지정철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 두사람은 처음부터 축전주최의 희망을 적극적으로 제기해온 일군들이였다. 60년대초부터 당사업을 해왔고 오래동안의 대외사업경험을 가진 지정철은 우리가 주최할 축전이 세계에 미칠 영향력을 말하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고 사로청책임일군출신의 준선은 지정철의 지론과 함께 우리 청년들의 준비상태를 들고나오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정세! 정세때문이라는것이지.)

물론 그이께서는 준선의 말을 액면그대로 다 믿지는 않으셨다. 준선은 자기가 없는 사이에 제기된 문제들이라 발뺌할수도 있으나 그렇게 하지 않는것이다. 그러나저러나 그이께서는 준선이 역시 문건내용에 충격을 받았고 일정한 동요속에 있음을 아셨다.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하게 되셨다.

그이께서는 지난밤 총참모장과 새로운 무장장비안에 대한 토론을 마치신 뒤 지정철이 제출한 그 문건을 보셨다. 그이께서 이 문건을 요구하신데는 대부분 일군들이 축전물계에 생소하니만치 그 력사적과정과 현실태를 알려주어 그에 대응할 준비를 갖추게 하려는데 있었다.

그런데 제1차 축전으로부터 악랄하게 감행된 제국주의자들의 방해책동과 그로하여 축전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나라들의 전례까지 상세히 밝히고 현재의 축전동향자료들을 종합한 내용은 축전불가능의 론조로 일관되여있었다. 더구나 한 청년일군의 발언을 놓고 《당의 권위 훼손》이라고까지 써넣은것을 보셨을 때 몹시 놀라게 되시였다.

그만큼 노여움도 크셨다. 하여 《당의 권위 훼손》이라는 글줄밑에 밑선을 치시고 《초당성!》이라고 써넣으시며 엄한 추궁을 내리자고 마음먹으셨다. 그러나 생각을 달리하셨다. 당의 권위를 생명으로 알고있는 지정철이였다. 지금의 그 위구나 로파심은 국제정세의 돌연적인 변화앞에서 생겨난 일종의 신경과민이라고 생각하셨다. 자그마한 현상과 잡음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정세변화의 래일까지 예측해보는 안목에 대해서는 긍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이제 관계부문 일군들의 협의회를 하자고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실무적인 어조로 말씀을 떼시였다.

《여기서 기조보고라고 할가.··· 정철동무에게 시키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부득불 내가 해야 할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정철의 고개가 숙여지는것을 아프게 보시다가 계속하시였다.

《나의 결심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축전을 해야 하며 또 하는 멋이 있을 때라고 봅니다.

얼핏 볼 때 현정세의 흐름은 축전의 필요성이나 가능성보다 불필요, 불가능성이 더 큰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면에서 동무들의 견해가 결코 정 틀린것은 아닙니다. 사실 <개혁>바람이나 레간의 <전략>은 우리 혁명만 아니라 세계청년운동에까지 반동화를 가져오고 우리 국내형편을 놓고봐도 축전을 치른다는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축전을 한번 한다 해서 그것이 서울사람들이 꿈꾸는 무슨 올림픽처럼 돈이 쏟아지는것도 아니고 우리 혁명이나 세계혁명발전에 당장 변화를 가져오는것도 아닙니다. 물질적측면에서 볼 때는 오히려 부담이고 손해일수 있습니다.

더우기 미국이 쏘련과 같은 큰 나라들에는 미소정책으로 나오면서 우리와 같이 작은 나라들에 대해 군사적위협과 경제적봉쇄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로서는 푼전을 아껴 국방을 강화하고 나라살림에 모든것을 집중시켜야 할 처지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왜 축전을 꼭 해야 하는가.

그것은 동무들이 말한, 또 내가 언급한 그 불필요, 불가능을 낳게 하는 정세발전의 추이로 볼 때 더욱 절박하다는것입니다.

지금 미국은 <평화전략>을 들고 나오지만 그것은 쏘련같은 나라들을 무장해제시키려는 기만극이지 우리 나라를 비롯한 발전도상나라들, 약소국가들을 집어삼키려는 야망에서는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에 대하여 청년들에게, 온 세계에 축전이라는 기회를 빌어 다시금 경종을 울려주자는것입니다.

전쟁의 첫 희생자는 청년들입니다. 희생을 바랄 사람은 누구도 없습니다. 우리의 반전구호나 취지에 대해서는 설사 적이라 해도 반대할 명분이 없습니다.

이것이 필요성에서 본 가능성입니다.

다음으로 지금 서방의 반사회주의책동과 더불어 불어치는 <개혁>바람문제입니다. 사로청대표단의 보고에도 있고 동무들도 정확히 투시해본것처럼 현 국제정세가 우리 나라에서의 축전주최에 난관을 조성하는것만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로부터 우리 나라에서의 축전주최의 의의는 더 커지게 되였습니다. 동무들은 그 무슨 <개혁>바람소리가 없던 지난해에도 참된 사회주의실상을 보여줘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축전은 꼭 해야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볼 때 오늘에 와서는 그 필요성이 몇갑절 더 커진것으로 됩니다.

불빛이란 밝은 낮보다 어두운 밤에 더 크게 밝게 보이는것이 아닙니까.

나는 정세가 나빠져갈수록 축전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결심을 더욱 굳혔습니다. 세계청년학생축전을 하는것은 우리의 의무로 되였습니다.》

김정일동지의 말씀은 거대한 진폭을 가지고 방안을 울리였다.

《지금 동무들은 우리의 축전주최에 대하여 앞으로 쏘련과 동유럽나라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겠는가 우려하는데 크게 걱정할것은 못됩니다. 사실 우리의 축전주최야 그런 나라 사람들의 적극적인 요청과 희망을 참작하여 시작된것이 아닙니까. 그들이 제아무리 변화를 가져온다 해도 이제와서 일구이언할수는 없습니다. 동무들이 우려하는 문제에 대하여 수령님께서는-》

끓어넘치는 열정이 빛발치던 그이의 안광에 경건한 빛이 어리였다. 그이께서는 감회깊은 음성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어제 아침, 수령님께서는 축전준비정형에 대하여 물으시면서 청년들을 위한 사업에 자신도 뭔가 기여해야 하지 않는가고, 사회주의나라 당들과의 사업문제는 념려말라고, 자신께서 맡으시겠다고 말씀하시였습니다.

나는 그때 한없는 고마움과 함께 아픔을 느꼈습니다. 아직까지도 수령님께 일감을 안겨드린다는 자책과 우리가 일을 쓰게 못하는것만 같은 괴로움때문이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또다시 말씀을 잇지 못하시고 접혀진채의 문건을 잠시 여겨보시다가 눈길을 드시였다. 근엄하신 안색이였다.

《수령님께서는 혁명의 승패문제는 전적으로 새 세대 교양에, 청년들에게 달려있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지금 일부 사회주의나라들에서 겪고있는 정치적불안정과 사상적동요는 혁명을 계승할 새 세대 교양을 잘못한데서 생겨난것입니다. 한때 반제자주의 기치를 들고 나가던 나라들의 청년들이 마약과 알콜, 에이즈에 시들어가고 정신적방황과 혼돈속에 좌왕우왕하는것도 자식교양, 후대교양을 잘못한데 있습니다. 물론 서방세계의 청년들의 정신적타락은 자본주의제도의 필연적산물입니다.

난 우리의 축전이 그러루한 청년들에게도 삶의 빛을 안겨줄수 없을가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물론 그런 청년들이 우리한테 한번 와보고 대뜸 혁명가가 될순 없습니다. 그러나 뭔가 한두가지라도 받아들이고 느끼는것이 있지 않겠습니까. 한점의 불씨가 료원의 불길이 됩니다. 수령님께서는 몇명의 청년들에게 혁명의 씨앗을 심어주는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오늘의 조선을 일떠세우시지 않았습니까.》

그이께서는 얼핏 팔목시계를 보시고 계속하시였다.

《그런데 지금 일부 우리 일군들속에서는 적들의 군사적위협의 증대와 사회주의나라들에서의 우경화에 놀라 〈결사전〉만 생각하며 나라의 문을 닫아걸고 국방건설과 경제건설만 하자는 경향이 있는데 결국 그런 식으로만 나간다면 우리는 적들이 바라는대로 되여 문명과 발전의 길에서 완전히 제외될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축전은 바로 그러한 적들의 시도에 타격을 주는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셨다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씀을 계속하셨다.

《오늘 동무들이 심각히 제기하고 신경을 쓴 당의 권위와 관련된 론의는 두번다시 없기를 바랍니다. 동무들은 모름지기 당의 권위를 나와 결부시키는것 같은데 그렇다면 더욱 잘못된 생각입니다.

당의 권위란 무엇입니까. 당의 권위란 일을 잘하기 위해, 혁명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것이고 그 과정에 이룩되는 인민의 신뢰이고 존경입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한 청년일군의 발언때문에 비난을 들었다고 이러쿵저러쿵하면 앞으로 그들이 마음놓고 일하겠습니까. 또 그 동무의 경우로 보면 우리가 아직 공식선포를 하지 않았지만 축전을 하려고 하는것이 사실인 이상 잘못이라고 할수 없지 않습니까. 물론 공식선포도 하지 않은 때에 벌써부터 비난질이 생긴것이 유쾌할순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시오. 그래 제 부모의 뜻에 따라 움직인 자식에게 그 결과가 신통치 않다고 하여 추궁한다면 잘된 결과는 다 당에서 한때문이고 잘못된 결과는 다 너희들탓이다 하는데로 떨어지는데 이렇게 될 때 과연 그 당을 어머니당이라고 할수 있겠습니까.

이건 아직도 동무들이 나를 잘 모른다는것을 의미합니다.》

그이께서는 창문쪽으로 다가가 휘연히 트인 하늘을 이윽히 바라보시였다.

《내가 책임진다는것은》

그이께서는 지난해 1월 3일에 하신 말씀을 다시 상기하셨다.

《그 사업이 잘되든 안되든 전적인 책임을 내가 진다는 말입니다. 력사와 인민은 그 사업이 정의로울 때 실패한다 해도 옳게 평가합니다.

그러나 나는 인민앞에 사죄하고 후회할 일은 하지 않을것입니다.

나는 어제도, 앞으로도 하지 못할 일, 할수 없는 일은 약속하지 않습니다. 내가 책임진다는것은 반드시 하며 성공한다는 말입니다.》

천근무게로 울리는 그이의 말씀에서는 거인적의지와 힘이 풍기였다.

《꼭 성사시킵시다. 나는 이번에 류진영이라는 동무의 발언을 걸고 쓴 글을 보면서도 이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한 녀기자가 썼다는 글이 하루동안에 여러 신문에 실렸다는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건 미리부터 짜고든 놀음으로서 한 녀기자의 비방이라기보다 그뒤 세력의 목소리이고 그만큼 적들은 우리를 두려워한다는것을 의미합니다.

실컷 떠들라고 합시다. 이제 우리가 공식선포를 하면 더 그럴것입니다.

자료들을 보면 남조선 <안기부>는 벌써부터 이 냄새를 맡고 <해외대표부>들에 무슨 지령을 떨궜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해볼만 한것이 아닙니까? 사실 일이야 뭣이 좀 거치적거려야 제끼며 내달릴 멋도 있는것이지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싱그레 웃으시다가 정색하시였다.

《나는 축전을 89년도에 하는것이 좋다고 보았습니다. 욕망같아서는 래년봄에 하면 좋을것 같은데 준비가 걸립니다. 잘 다그치면 88년이 적절하지만 서울에서 벌려놓는 올림픽이라는것이 있으니 고려합시다. 한 땅덩어리에서 경쟁하는 감을 주면 재미없습니다. 그러나 89년은 더 미룰수 없습니다. 어떻습니까?》

《알았습니다.》

정철의 안면근육이 부르르 떨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붉어진 얼굴을 유심히 보시다가 웃음어린 어조로 물으시였다.

《혹시 정철동무는 내가 반축전책동자료까지 요구했다는것으로 하여 그런 혼돈상태에 빠져든것이 아닙니까.》

《저··· 제가 그만··· 조금은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조금이라?! 그러니 내 잘못도 없지 않구만. 그럴수도 있지.》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뒤로 젖히시며 크게 웃으시였다. 그 밝으신 웃음소리는 방안의 무겁던 공기를 활 헤쳐내고 머리속에 엉켰던 고뇌의 마지막응어리마저 송두리채 날려버리였다.

정철은 눈귀에 고인 눈물을 닦았다.

《그것은 저의 신념이 확고하지 못한데서 온것입니다. 그러나 이젠 두번다시 동요가 없을것입니다.》

《결심이 선다니 나도 힘이 생깁니다.》

그이께서는 믿음이 어린 눈길로 정철이를 보시다가 심중한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러나 간단치는 않습니다. 정철동무가 말한대로 걸음걸음 험산입니다. 2, 3년동안에 방대한 건설대상을 다 끝내고 온갖 준비를 다해야 합니다.

실무적견지에서 볼 때 나도 아름찹니다. 동무들 역시 그러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능성은 필요성에서 찾읍시다. 우리에게서 찾고 청년들에게서 찾고. 필요성은 스스로 제기되는것이지만 가능성은 찾고 만들수 있습니다. 우리야 남들이 못한다던 갑문도, 어렵다던 북부철길도 해제끼지 않았습니까. 나는 오늘 북부철길동무들이 보내온 저 꽃을 보면서도 이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이의 눈길이 따뜻한 빛을 머금으며 가운데 창문쪽에 가닿았다. 금시 피여난 꽃망울, 앙증스러울 정도로 깜직스럽고 예쁜 모습···

《나는 저 꽃을 보면서 우리 청년들을 생각하였고 축전을 꼭 해야 하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게 하였습니다.

솔직한 말로 내가 축전을 하기로 결심한것은 우리 청년들을 내세우고 자랑하고싶은 욕망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번 축전은 우리 청년들을 세계의 최고높이에 내세우는 기회로 될것이며 우리 청년들에게 세계를 딛고 일어설 웅대한 포부와 세계의 오늘과 래일을 책임진다는 자각과 자부심을 안겨주는 력사적계기로 될것입니다.

나는 지난날에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우리 청년들을 생각하면 힘이 솟고 긍지가 생깁니다. 우리 청년들이 바라는 축전이여서 나는 꼭 하자는것이고 그들을 믿기에 반드시 성공하리라고 확신합니다.》

준선은 가슴이 후두둑 뛰였다. 지혜련이가 지금의 이 말씀을 듣는다면 어떠하랴. 감격에 눈물짓는 모습이 방불히 보이는듯싶었다.

《지금 류진영이라는 동문 어쩌고 있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밝은 미소를 띄우며 물으시였다.

《제가 그에게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지정철이 대답올렸다. 황황히 타는 눈길로 김정일동지를 우러러보는 그의 얼굴은 밝았다.

《오늘 나는 동무들과 함께 그 동무들까지 부르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앞에서 정철동무를 추궁한다는것이 마음에 걸려 그만두었습니다. 년장자로서의 부부장동무 위신을 고려했다고 할가. 그런데 지금 들어보니 그 위신을 지켜내기가 힘들것 같습니다. 이제 그를 만나 자기비판을 잘하지 않고서는 회복 못할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 역시 난산데-》

정철이를 피끗 스쳐보시는 그이의 눈길에 웃음이 실렸다.

《정철동문 즉시 그 동무들에게 가시오. 가서 오늘안으로 축전발기식날자를 정하게 해야 하겠습니다.》

《축전발기식을?!··· 벌써 하시렵니까?》

준선이마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을 홱 내저으시였다.

《그렇습니다. 온 세상에 대고 우리 결심을 선포하자는것입니다. 그때면 두번다시 하느냐 마느냐 동요가 없을것이 아닙니까. 내 생각엔 축전발기식을 올해가 국제평화의 해이니만치 그에 맞춰 하는 집회같은데서 정식 선포하였으면 합니다.》

《알았습니다.》

지정철은 당장 떠날듯 한 기세로 수첩을 꿍져쥐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드러운 눈길로 그를 보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리고 축전타산안도 빨리 세워봐야 하겠습니다. 이제 가서 그걸 토론하자면 자기비판할 틈도 없을테지요. 하긴 사업토론이 최상의 자기비판일테니 구차한 대사가 없어도 될것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빙그레 웃으며 생각에 잠기셨다가 심중한 어조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동무들의 위치가 중요합니다. 동무들의 말과 행동에서 그들은 나를 봅니다. 동무들이 흔들리면 내가 흔들리는것으로 될것입니다. 하긴 동무들도 축전을 희망하는데서야 나보다 못하지 않지요.》

그이께서는 말씀을 필하신듯 문건을 접으시다가 문득 물으시였다.

《여기에 폴리오라는 청년의 반영자료가 있는데 그에 대해서 더 아는것이 없습니까?》

누구에게라 없이 하시는 물으심에 준선은 아뿔사 하고 혀를 깨물었다. 그는 폴리오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있었다. 언젠가 조국에 소환되여온 류진영으로부터 그 외국청년의 불행한 일신사를 들었던것이다. 어제밤 문건부본을 볼 때도 (그 청년이구나.)하고 생각했으나 더 알아볼념을 못했다.

《암살당한 빠라과이공산당비서의 아들이라고 했는데-》

김정일동지께서 재차 하시는 말씀에 지정철이 입을 열었다.

《그 동문 현재 부다뻬슈뜨시안의 자동차학교 교원으로 일하면서 세계민청뷰로 라틴아메리카지역위원회 비공식성원으로 있다고 합니다.》

《부다뻬슈뜨에서 산다?!··· 정치망명입니까?》

《네. 그렇다는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의 미간에 실주름이 새겨졌다. 고아들에 대하여 남다른 관심을 가지시는 그이이심을 잘 아는 준선은 어설픈 심정속에 말씀드렸다.

《제가 아는데 의하면 그 동무가 간단치 않은 청년이라고 합니다. 그 동문 빠라과이의 지하공청일군들과 련계를 맺고 맹활약을 벌린다고 했습니다. 마쟈르당에서도 그에 대해서 관심이 높다고 합니다. 그가 공산주의렬사의 아들이란것으로 상당한 액수의 생활보조금도 지불하고··· 그때문인지 부다뻬슈뜨에서도 손꼽히는 미인이 그와 함께 산다고 합니다.》

준선은 지정철의 황급한 눈짓에 입을 다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음어린 눈길로 정철을 보시며 물으시였다.

《저···》

정철은 뭔가 실수라고 생각했는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눈섭을 잔뜩 찌프린채 말씀드렸다.

《이번에 야노쉬 까다르동지가 정부사업에서 손을 떼면서부터 그 생활보조금 지불이 정지되고··· 그때문에 가정불화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가정불화란 어찌된것입니까?》

《안해라는 녀자가··· 그 무슨 류행복을 사주지 않는다고··· 남편을 나무라며 집을 뛰쳐나갔답니다. 그때문에 폴리오는 조상대대로 물려오던 장검을 팔려고 하고··· 진영동무가 마지막잔돈까지 털어내여 그것만은 막았답니다.》

정철은 김정일동지의 안색이 흐려지시는것을 보며 눈길을 내리깔았다.

(그렇댔구나.)

준선은 폴리오의 반영자료를 상기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폴리오는 평양축전이 한시바삐 이루어질것을 희망한다고 하며 그때에는 안해와 함께 평양으로 오겠다고 했다. 류진영을 통해 수많은 말을 들었을 폴리오는 모름지기 우리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 안해의 물욕을 씻어주려 할수도 있는것이였다.

《축전의 필요성이 또 한가지 는셈입니다.》

김정일동지의 침통한 음성에 준선은 가슴이 찔렸다.

문이 조용히 열리며 서기가 들어섰다. 그이께서는 부르신 일군들이 다 도착했다는 서기의 보고에 시계를 보시였다.

《이거 어쩌다 만난 동무들과 식사라도 같이 할가 했는데 틀렸구만.》

그이께서는 밝으신 기색으로 말씀하셨으나 그 음성은 여전히 흐려있는듯싶었다.

그이께서는 집무탁에서 두세개의 문건을 골라쥐시였다.

《헤여집시다. 근데 정철동문 점심을 번질 생각은 마오. 우리야 젊었고 또 준선동무랑은 말로 배를 불리웠으니··· 잠간, 여기서 차나 한모금 마시고 갑시다.》

이날 지정철을 떠내보내고난 뒤에 련이어 있은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협의회에서는 축전준비사업을 본격적으로 다그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대책과 방도문제가 토론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당중앙위원회 여러 부서의 지도일군들과 정무원 위원회, 부의 책임일군들을 망라한 축전상무소조를 조직할데 대해서와 수도건설사업을 방조하기 위해 당지도소조를 파견할데 대한 가르치심을 주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