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2

 

제 1 장

2

 

조창혁의 방에는 김관 부위원장도 있었다.

김관은 진영에게 한눈을 찡긋하며 웃어보였다.

왜 그렇게 기가 죽었나, 용기를 내라구, 하긴 내 말대로 했으면 두벌손질이 없었을것이 아닌가 하는 눈빛이였다.

(흥, 태평이라는거지.)

진영은 창혁에게 보고서를 넘겨주고 참고자료를 펼쳐들었다. 보고서를 읽고 실망할 창혁이와 김관의 기분에는 아랑곳하지 않으려 강심을 먹었다.

그러나 참고자료의 글줄들도 별반 눈에 안겨들지 않았다. 그대신 지정철부부장이 보여주던 《인터뷰》기사의 글발들이 어지럽게 떠올랐다.

-화려한 꿈을 꾸고있는 이방인들, 조선로동당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평양에서 할것을 결심! 가능성여부는?-

그 기사는 런니라는 녀《기자》가 쓴것이였다. 품위있는 녀인의 도고함과 매춘부같은 미소를 섞어보이며 상냥한 말투로 질문을 하던 그 녀자가 엄청난 험담기사를 꾸며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사건은 부다뻬슈뜨를 떠나는 날 아침에 있었다.

한창 떠날 차비를 하고있는 때에 호텔호실로 네다섯명의 기자들이 나타났었다. 간단한 질문을 하겠다는 바람에 뿌리칠수가 없었다. 질문은 주로 런니라는 녀자가 하였는데 후에 알고보니 유럽민족청년위원회 리사회뷰로성원이였다. 그 녀자는 우리에 대하여 상당히 알고있어 당과 사로청의 관계에 대하여 복숭아의 살과 씨라는 술어까지 써가며 묻던끝에 조선에서 축전주최를 희망하는가고 질문해왔다. 진영은 그렇다고 했다. 우리 청년들이 한결같이 바라는것이고 훌륭하게 할수 있는 준비가 되여있다고 한 말에 런니는 《당신네 청년들은 당과 일심동체로 되여 당의 결심과 의사에 따라 사업하지요? 그러니 축전주최에 대한 희망을 당에서 승인한것으로 봐야겠지요?》라고 하는것이였다.

진영은 이 질문에 불순한 의도가 섞여있음을 어렴풋이 짐작하였다. 축전주최의 실현에 어떤 장애와 난관이 있을지 모르는 형편에서 지금까지 축전주최문제를 내적사업으로 추진시키고있는 때에 당을 걸고 묻는것이 심상치 않게 여겨졌기때문이였다. 하지만 아니라고도 그렇다고도 할수 없었다. 하여 그는 얼핏 떠오르는 생각을 음미할 새도 없이 털어놓았다.

《이런 문제에서는 청년들의 희망이자 당의 희망으로 된다는것을 알면 되겠습니다.》

그 말에 런니는 모여선 기자들을 둘러보며 《그러니 <평양축전>은 조선로동당의 희망이라는것이지요?》라고 물었다. 진영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피하고 축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질문으로 화제를 돌렸다. 헤여질 때 런니는 더없이 친절한 태도로 《희망》이 성취되기를 바란다고 하며 악수까지 청해왔다. 그러던 그가 기사에서는 《평양축전》을 하나의 망상인것처럼 묘사하였고 당의 결심에 대하여 갖은 비방을 다 쏟아놓았다. 지금의 비방도 비방이지만 축전을 못할 경우 그 비난이 사실로 받아들여질것이 아닌가.

더구나 파악도 없는 서방계 《기자》들앞에서 축전주최의향을 공식발언한것은 그의 사업상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였다. 아직까지 축전주최문제는 내적인 계획으로서 여러 국제기구들과 청년단체들의 의향을 타진하는 단계에 있기때문이였다.

이렇게 볼 때 초래된 결과도 엄중하지만 시작부터가 잘못된셈이였다.

(돌이킬수 없는 실책이다.)

지정철부부장의 말에서 심한 충격을 받았던 진영은 보고서는 거의나 고치지 않으면서도 이 사실만은 새롭게 더 써넣었다.

《김관동무도 이걸 좀 봐야겠소.》

창혁의 목소리가 무뚝뚝하게 울렸다.

그의 손에서 마지못한듯 보고서를 받아 대충 번져가던 김관이 소스라치듯 놀란 얼굴로 진영을 보았다.

《진영동무!… 이거야 자살격이 아니요! 당의 권위손상이… 아무때나 쓰는 말이요?》

진영은 인터뷰사건에 대한 분석때문임을 알았다.

《어쩌겠소. 결과가 그렇게 되였으니 방법이 있소?》

《그러니 동문 정말 자기가 당의 권위를 손상시켰다고 생각하오?》

창혁의 눈빛이 례없이 날카로와졌다.

진영은 그에 대해서 더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후회는 뒤늦게 온다고 지금 와서 보면 애당초 인터뷰를 거절하든가 대답을 피했어야 하는건데 일이 그렇게 되고말았소.》

《아니, 피하긴 왜 피한다는거요. 우리가 축전을 하려는걸 알고 묻는 이상 당당히 대답해야 할게 아니요. 동무가… 주춤거리고 우물쩍했기때문에 그들이 쾌재를 올리며 나발질을 한게 아니겠소.》

진영은 할말이 없었다.

(그래, 내가 주춤거리니 언질을 잡은셈이다. 아, 아니다. 그것들은 내가 어떤 태도로 나왔던간에 모략기사는 그대로 만들었을것이다.)

진영의 이런 생각은 재차 날아드는 창혁의 말에 움츠러들었다.

《하긴 동무말처럼 그들을 피하는게 옳았을지 모르오. 동문 애당초 거기 가서 축전을 못한다는 결론을 얻었으니까. 틀리오?》

《나는 사실을 정확히 밝히려 했을따름이요.》

진영의 말에 창혁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동무도 언젠가 말한것 같은데 사실도 보는 사람의 시점에 따라 여러가지로 달리 보인다고 하지 않소. 동문… 축전지지가 반대력량보다 훨씬 적으리라고 분석했는데 그걸 어떻게 봐야 하오?

지난 기간 우리를 만나 축전주최를 권고했거나 지지해온 나라단체들만 해도 80%계선에 이르지 않았소?》

《바로 그거요. 지난 기간의 80%가 이젠 거꾸로 되는 판이니… 그럼 내 좀 말합시다.》

진영은 열띤 공방전의 국제회의연단에 나갈 때와 같이 침착한 태도를 회복했다.

《나는 이번에 우리의 축전주최에 대한 립장들을 놓고 크게 네개 부류로 갈라서 생각해보았소.

첫째로, 진실로 청년운동과 축전문제를 생각하며 우리에게 희망을 걸고있는 사람들, 례를 들어 세계민청의 왈드나 쏘련의 쎄르게이를 들수 있소. 이런 사람들은 동서방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까지나 개별적인 사람들인것이고 조직이나 단체 전체를 대표하는 공식적인 가결에서는 계산밖에 있다는것이고.

둘째로, 정치제도와 리념의 공통성으로부터 우리를 내세우려고 한 사회주의나라들과 친선적인 쁠럭불가담국가 청년조직들이요. 지금까지는 이들이 가장 믿음직한 지지세력으로 되여있었소. 그러나 쏘련이 서방에 기울어지거나 그들의 압력에 수그러들면 우리 축전에 대해 반대는 못한다 하더라도 지지력량으로는 되지 못할것이며 따라서 쏘련의 영향권에 있는 나라들도 그에 동조할것이라는거요. 이것이 기본문제점이요.

셋째로, 서방계 청년조직들속에서 제도와 리념과는 관계없이 우리 나라에 대한 호기심을 품고 한번 가보자 하는 놀이패들이요. 그런데 이들의 지지를 얻자면 온갖 부대조건을 들어줘야 한다는거요. 서방식 <자유>가 첫 부대조건일것이고 다음은 놀이를 하고 향락할수 있는 조건보장에 대한 요구인데 그것이 황당하게 제기되고 우리로서 용인하기 어려운것도 많을것이요.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서방의 악선전으로 눈이 어두워졌기때문에 상당한 품을 들이지 않으면 쟁취할수 없소. 설사 쟁취한다 하여도 저희들의 부대조건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물러설것이란 말이요.

네번째, 이것은 완전한 적수들 <반축전파>내지 반사회주의사상이 꼭뒤까지 차오른 사람들인데 이에 대해선 잘 알겠으니만치 더 말하지 않겠소.》

《김관동무는 어떻게 생각하오?》

진영이가 말하는 동안 얼어붙은 사람처럼 까딱않던 창혁은 김관을 보았다.

김관은 손가락마디를 뚝뚝 꺾으며 있다가 약간 난처한 기색으로 진영과 창혁을 엇갈아보고는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문제는 비행기안에서도 진영동무와 론의해봤던건데 진영동무의 부류별 분석에는 일리가 있다고 보오. 그러나 진영동무가 계산한 그 수자는 최악의 경우를 념두에 둔것인데 그 최악의 경우란 있을수 없다고 봐야 옳을것 같소. 나는 서방계까지 포함시켜 추산한다 해도 90%이상의 지지를 받으리라고 생각하오.》

《난 동무의 욕심을 듣자는것이 아니요.》

《욕심만이 아니요. 나는 진영동무가 말한 첫번째, 두번째 부류는 말할것 없고 세번째 부류도 지지해나설수밖에 없다고 보오. 력대적으로 이 세번째 부류가 늘 말썽거리이긴 하였지만 툴툴거리면서도 기본흐름에는 따랐거든. 네번째 부류는 지나간 거의 모든 축전을 다 반대해나서던 사람들이니 계산안에 넣지도 않았소.》

《허.》

창혁은 가볍게 혀소리를 내며 침울한 낯빛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진영은 이상스럽게도 자기가 아니라 그가 측은해보이며 어딘가 미안스러웠다.

축전에 대한 말이 나올 때마다 《우리 대에 차례진 행운》이라고 어린이처럼 기뻐하던 창혁이였기때문이였다.

《이번에 폴리오를 만났댔소?》

창혁이가 물었다.

《거기 써있지 않소?》

《그 친구는… 동무가 방금 밝힌대로 하면 어느 부류에 속하오?》

《건 례외적인것이요.》

김관이 분위기의 호전이라고 느꼈는지 아니면 분위기호전에 촉매작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웃음을 지으며 말에 끼여들었다.

《창혁동무, 이번에 진영동무가 말이요. 그 폴리오라는 망명객에게 자기에게 있던 용돈까지 통털어 다 줬다오.》

《그건 새로운 이야기구만.》

창혁은 무슨 반가운 소식이라도 접한듯 진영을 보았다.

폴리오는 진영이가 세계민청시절에 알게 된 빠라과이청년이였다. 이번에 폴리오를 만난것은 그의 집앞에서였다. 괴상한 취미의 류행병에 걸린 탕아처럼 닭의 볏가발을 쓰고 커다란 검은색안경으로 얼굴절반을 가리다싶이한 폴리오는 길죽한 함을 옆에 끼고 집앞 길가에서 서성거리고있었다. 택시를 기다린듯 한 그는 진영이 탄 차를 향해 손을 들다말고 멋적게 고개를 돌렸다. 그때까지 진영은 그가 폴리오인줄은 전혀 몰랐다. 차에서 내려 몇걸음 옮길 때 그가 먼저 알아보고 소리쳤다.

《류진영!!》

폴리오는 골동품상점에 가려던중이였다. 가장무도회때와 같은 망측한 차림은 자기의 진모습을 감추려 한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집에 들어서니 진영이가 찾아갈 때마다 마음속 《파트나》(애인이라는 뜻)라고 하며 따뜻한 포옹으로 맞던 집안의 녀주인이 보이지 않았다.

《안해는 왜 보이지 않소?》

옷걸개에 폴리오의 옷가지만 외롭게 걸려있는것을 보며 하는 진영의 물음에 폴리오는 슬픈 얼굴로 눈섭을 찡그렸다.

《그 사람은 떠나갔소.》

진영은 2년전보다 퍼그나 달라진 방안을 새삼스럽게 휘둘러보았다. 장식가구들이 죄다 없어졌고 진영이가 조국에 올 때 물려주었던 반달형 쏘파도 보이지 않았다. 전실입구에 놓인 장미꽃꽃병만 이채로왔다. 한아름 잘될 장미꽃우에는 노란 댕기가 드리워있었다. 그 댕기에 또박또박 쓴 글을 읽고난 진영은 가슴이 미여지는듯 했다. 《나는 밤이나 낮이나 당신을 기다리고있습니다.》라고 쓴 글에서 폴리오의 애타는 마음을 읽었던것이다. 폴리오는 세상에 둘도 없을 애처가였다.…

창혁의 방을 나선 진영은 보고서를 타자실에 맡기고 돌아나오다가 한 방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축전타산안 그루빠실이였다.

《마까로니따위까지 꼽으려다간 끝이 없어. 저 아프리카… 어디더라. 거긴 카레와 무슨 잡초섞인 죽이야. 그러니 아예 그따윈 다 제껴버리고 몰밀어 빵으로 하든가 우리 음식으로 혀를 두르게 해야 돼.》

축전손님들의 먹는 문제를 가지고 열을 올리는것 같았다. 진영은 아직까지 이들과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는것을 상기하며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섰다. 책상을 둘러싸고 앉았거나 서있던 7∼8명의 청년일군들이 반색하며 그를 맞았다.

《부위원장동무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저마끔 다 박사들이니 어느 하나 <무사통과>가 없군요.》

재외생활의 경험도 어지간히 있는 타산안책임자가 의자를 권하며 자기 성원들에 대한 자랑인지 힐난인지 모를 아리숭한 말을 웃음속에 버무려놓았다. 그리고는 그 사이 해놓은것을 보라는듯 가장자리에 보풀이 인 목책을 진영이앞에 펼쳐놓았다.

《퇴근시간이 넘었는데 집에들 가야 하지 않소?》

《요즘은 식사도 날라다 먹습니다. 철야전투를 벌리고있으니까요.》

타산안책임자는 못내 자랑스러운 기색이였다.

진영은 이들에게 뭔가 미안스럽고 부끄러웠다.

《그런데 이 숙소 2안이란건 뭐요?》

그는 얼핏 눈에 뜨이는 축전건설대상란의 한 대목을 짚으며 물었다.

《그건 림영찬부부장동지의 의견에 따라 본래계획대로 되지 못할 경우를 예상해 만든것입니다.》

《본래계획대로 안된다는건 무슨 소리요?》

원래의 숙소안은 현재의 시내 려관들과 광복거리와 기타 거리에 새로 짓게될 려관들로 계획한것이였다. 타산안책임자는 약간 난처한 기색으로 진영을 보다가 목소리를 죽여 말했다.

《원래의 숙소안에 대하여 림영찬동지는 불가능하다는것이였습니다.》

《아니, 올해초에 숙소문제가 제기되였을 때에는 다른 말이 없지 않았소?》

《예, 저희도 그 얘길 했습니다. 림영찬동지는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현실적이며 과학적인 타산에서 본 견해라고 하면서 부정했습니다. 호텔은 잘되는 경우 3∼4년안으로 지을수 있지만 거리형성이 안된 상태에서 손님들을 넣을수야 없지 않는가, 그 사람들은 개구리합창을 자장가로 듣지는 않을것이라고까지 했습니다.》

《개구리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요?》

《광복거리를 형성하려는 안골 팔골에는 개구리가 많답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에서는 천막을 치고도 축전을 했다는데 우리라고 그렇게 못할법이 있겠느냐고 하며 학교교실들을 써도 되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짜장 그렇기도 했습니다. 그래 시내학교들에 전화도 걸고 나가서 두루 알아보니 충분했습니다. 좀 걸린것은 화장실과 세면장인데 림영찬동지가 그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대책을 세울수 있다고 장담했습니다.》

진영은 쓴 입을 다시였다. 학교교실을 숙소로 하자는 소리는 처음 듣는것이 아니였다. 지난해 국제학생동맹 집행위원회 대표단이 왔을 때도 이런 소리가 있었다.

대부분 처음으로 평양에 온 대표단성원들은 시가의 아름다움에 격찬을 아끼지 않으며 지금의 상태로도 어떤 국제행사던 치를수 있다고 하였다. 학교들을 돌아보고는 이런 교실을 조금만 꾸리면 2류급호텔은 될것이라고 했다. 그때 진영은 흐뭇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며 축전손님들은 다 1류급호텔에 들게 될것이라고, 축전때는 더 훌륭히 변모된 도시를 볼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런데…

진영은 더욱더 저락되는 기분속에 림영찬부부장이 그렇게 나오게 된것은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축전문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면서 지금까지의 축전들에서는 거의나 례외없이 천막과 학교교실들로 부족되는 숙소문제를 해결했다는것을 말했던것이다. 그때의 진영은 김정일동지께서 축전거리를 새로 마련해주신다는데 감격하여 한 소리였지만 림영찬은 그 말을 다르게 받아들인것이였다.

진영은 기계적으로 목책을 번지다가 손을 내리드리웠다. 무언가 뻐근하게 가슴을 짓누르는것이 있었다. 목책에 적힌 명세와 수자들, 전국의 공장, 기업소들의 생산품과 수량을 따져보면서 행사보장을 위한 기자재들의 품종까지 일일이 따지고 계산하며 밤잠도 잊고 일에 몰두한 이 동무들앞에서 자기야말로 죄지은 사람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어떤 세찬 흐름속에서 벗어나 방관하는 자세가 아니였는가. 당에서 결심하면 무조건 되는 일인데 자기는 괜한 우려와 불안의 목소리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조창혁의 말처럼 자기는 신념과 배짱도 없는 의지박약자에 불과한 존재란 말인가.

한시간후 타자친 보고서를 가지고 당중앙위원회 지정철부부장을 만나러 가면서도 류진영은 줄곧 이런 생각을 했다.

지정철부부장은 문가에서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매우 긴장되고 엄숙한 낯빛이였다. 50이 훨씬 지난 나이임에도 총이 센 머리칼에 흰오리 한점없이 젊어보이는 그의 얼굴이 지금은 사뭇 늙게 보이고 이마에는 깊은 주름살까지 새겨졌다.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동무네 대표단사업보고서를 친히 보시겠다고 하셨소.》

《이 상태로 말입니까?》

진영은 가슴이 활랑거렸다. 정철은 창백하게 질린 진영의 얼굴을 근심스럽게 보며 대답했다.

《부서견해를 첨부시키겠지만… 보고서내용은 그대로 올리게 되오. 준선부장동무가 오면 보다 정확한 견해를 세워 올릴수 있겠는데… 우리가 어느 정도 정확한지 모르겠소.》

진영은 《우리》라고 하는 그의 말에서 보고서내용자체에는 별다른 의견이 없음을 알았다. 그러나 《당의 권위》를 손상시킨 일로 하여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 걱정을 드리게 되였다고 생각하니 온몸이 긴장되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