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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후 심철범이 부임되여와서 중단시킨 회의를 다시 하기로 약속한 그 시각이 왔으나 회의는 다시 소집되지 못하였다.

정치위원의 너렁청한 사무실에는 리완수 혼자만이 외롭게 앉아있었다. 체격이 자그마하고 알차보이는 50대의 대좌는 피울줄 모르는 담배를 꼬나물고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가 앉아있는 쏘파옆의 소탁자우에 놓여있는 재털이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그 담배꽁초는 금방 심철범중장이 피우고 남긴것이였다.

《정치위원동무, 회의를 해야 합니다. 나는 그 회의가 당집행위원회로 되였으면 합니다. 지금의 형편에서 공사를 1년내에 완공할수 없다는것을 집행위원들이 토의하고 합의를 보자는겁니다.》

심철범은 이 말을 반복하여 집요하게 요구하였다.

지난밤 자정때 최고사령부에서 데리고 온 두명의 장령과 함께 공사장을 돌아보고 리완수의 방에 뛰여들었을 때 심철범이 처음 던진 말이였다.

그때 리완수는 자기 귀를 의심하였다.

《1년내에 공사를 완공할수 있다는 문제이겠지요?》

그는 장령이 말을 잘못하였으리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물었다.

《아니요!》

심철범은 또박또박 반복하였다.

리완수는 여전히 머리를 기웃거리였다. 최고사령관동지의 위임을 받고 온 장령이, 그것도 1년내에 공사를 완공하는것이 그이의 결심이라는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공사의 총지휘관이 그것을 뒤집으려하다니? 그것도 혼자생각으로가 아니라 당집행위원회 동의를 받으려 하다니?!

그러나 심철범은 진지하게 리완수의 손을 잡고 흔들면서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전호진으로부터 공사의 계획 대 실적에 대한 보고를 받고 현지에서 확인한 결과 앞으로 해야 할 작업량이 지난 10년간 해놓은 량과 맞먹는다, 이것을 1년간에 해제끼자면 10배의 로력과 건설자재가 필요한데 현재의 형편에서는 그것을 보장받을수 없지 않는가. 그는 말하였다.

《예비는 없습니다. 정치위원동무, 그 사상론으로 나의 말을 막지 마시오. 우리의 매개 전투원들은 지난 기간 결사전을 하여왔습니다. 나는 이 사흘간 갱막장에서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들이 자기들의 정신육체적가능성을 다해왔다는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사상에도 예비는 없습니다.》

《그만하십시오, 중장동지.》 리완수는 잠자코 듣고있다가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부정해서가 아니였다. 그는 단순한 상관이 아니고 최고사령부의 전권대표이기도 한것이다.

그는 최고사령부에 공사의 실태를 솔직히 보고하려고 하며 그에 대한 당조직의 동의를 받으려 하는것이였다.

공사의 실태에 대하여 말한다면 리완수는 심철범보다 더 많은것을 알고있었다. 오래동안 전투부대의 정치일군으로 있다가 얼마전에 관리국의 정치책임자로 부임되여온 이 대좌는 군사실무에 매우 밝은 지휘관이였다.

그는 심철범의 설명을 들으면서 머리속에 매일, 매 순간 되새기고있는 그 수자를 상기하였다.

앞으로 해야 할 굴착량과 콩크리트타입량이 얼마나 막중한가.

공사를 완공하는데 필요한 자재만 하여도 15만t의 세멘트와 25만㎥의 자갈과 모래가 필요하다. 그것을 화물역에서 공사장까지 실어나르는데는 무려 천여대의 화물자동차가 요구되며 거기에 쓸 연유는 상기하기도 끔찍한 량이였다.

그러나 그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결심하시면 병사들은 무조건 한다!》라는 구호를 대오의 앞장에서 웨쳐야 하는 인민군대의 정치일군이며 그자신이 매일, 매 순간 그 구호의 요구대로 살기 위하여 진심으로 노력하고있는 충실한 당원이였다. 그에게서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결심하신 문제에 대하여 마음 한구석에서나마 의혹을 가진다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씻지 못할 죄악으로 되는것이였다. 그러나 한편 그는 자기 단위에서 벌어지는 일체의것을 솔직하게 상급조직에 보고할 의무를 지닌 당일군이였다.

그는 온밤 잠을 자지 못하였다. 아침에도 심철범이 찾아들어와서 자기는 관리국장을 겸하고있고 관리국당조직에 림시 소속되여있는 당원이라는것을 상기시키고나서 전에없이 정중한 태도로 주저하듯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정치위원동무··· 마지막으로 다시 묻겠습니다.··· 당원들끼리니 말입니다.··· 그래 1년어간에 공사를 완공할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솔직한 말로 말해서···》하고는 채 말을 맺지 않고 마치도 허공을 자르듯이 손을 내리쳤다. 그 순간 리완수의 얼굴색이 갑자기 달라지는것을 보았다. 그의 잠을 못자서 충혈진 두눈이 섬광처럼 빛났던것이다.

《그래 당원들끼리라고 했지요?···》 리완수는 되물었다. 《솔직한 말로라고요?》그리고는 마음의 격정을 못이기듯 큰소리로 웨쳤다.

《당원은 누구나 당조직에 솔직해야 합니다. 더구나 우리는 군인이 아닙니까?》

몇순간 침묵이 흘렀다. 리완수는 침착성을 되찾고 무게있게 말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가능성을 찾기 위하여 이러한 회의를 하는것입니다.》

《물론이지요.》

리완수는 팔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3일전에 약속한 회의시간인 오전 10시였다.

《그러나 회의를 할수는 없습니다.》

심철범은 리완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묻지는 않았다. 그는 머리를 싸쥐고있는 리완수를 외면한채 줄담배를 피우고있다가 말없이 방에서 나가버렸다.

그때로부터 실히 10분은 더 되게 혼자 앉아있다가 리완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심철범은 평양으로 떠나려고 뜨락에서 승용차를 기다리고있었다. 그의 곁으로 터벅터벅 다가간 리완수는 여전히 무게있는 어조로 말하였다.

《용서하십시오, 중장동지. 집행위원들중 그 누구도 우리의 제의에 찬동하지 않을것입니다. 그들은 회의들에서 당이 바라는 결정을 하는데만 습관되였으니까요.》 그리고 심철범을 눈주어 보다가 불현듯 따스한 목소리로 계속하였다.

《그대신 그 어떤 후과가 돌아온다면 저도 같이 책임지겠습니다.》

심철범은 그의 손을 덥석 쥐고 으스러지게 힘을 주었다. 이때 작전직일관이 청사에서 뛰쳐나오더니 방금 차에 오르려는 심철범에게 최고사령부에서 전화가 왔다고 알리였다.

심철범은 방음장치가 된 조용한 방에서 최고사령관동지와 직통으로 련결된 전화의 송수화기를 들었다.

귀에 익은 빠른 목소리가 들리였다.

《평양으로 돌아올것 없이 전화로 보고하시오, 심철범동무.》

책임서기 곽무선의 련락을 받고 그이의 전화를 기다리는 동안 심철범은 눈앞이 캄캄해서 가슴을 조이였다. 이제 자기가 전화로 보고드려야 할 《불가능》이라는 한마디가 천근납덩이처럼 무겁게 온몸을 압박하였다.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서 이 공사를 매우 중요시하고있으며 공사의 완공을 최대한 앞당기려 하신다는것을 심철범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바로 그것을 위해서 그이께서 심철범을 사전에 준비시키지 않으시였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철범이, 다른 사람은 다 불가능하다고 해도 그만은 가능하다고 해야 할 그 심철범이 그이의 기대에 어긋나는 보고를 해야 하는것이다.

심철범은 《솔직성》이라고 하는 군인특유의 성품이 체질화된 사람이였다. 수십년전 전사시절부터 솔직성에 습관되였다. 군사복무의 수십년간 그는 상관앞에 거짓보고를 한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것으로 해서 손해를 본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뒤쳐놓으나 제쳐놓으나 한본새로 솔직하였다. 그러한 심철범이지만 지금은 주저되고 가슴이 옥죄였다. 그는 옆방으로 가서 다른 전화로 총참모장 최광차수를 찾았다.

최고사령관동지께 보고드리기에 앞서 직속상관인 그의 리해를 받아두는것이 옳을것 같아서였다. 최광차수의 방은 비여있었다. 한참 생각하다가 심철범은 오진우를 만나기로 하였다. 오진우로 말하면 금강산발전소건설을 몸소 지도해오시던 수령님으로부터 직접 임무를 받은 사람이였다. 이러한 그에게 아무리 병중에 있다고 해도 한마디 사전통고도 없이 공사의 장래운명과도 관련되는 중대한 보고를 한다는것은 도리에 어긋나는것이였다.

옥천휴양소를 찾았더니 오진우는 병이 위독하여 병원으로 옮겨갔다고 하였다.

잠시후 심철범은 마음을 다잡으며 최고사령부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주저주저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김정일동지의 물으심에 대답을 올리기 시작하였는데 불가능이라는 말외에 다른 긴 말을 하지는 않았다. 공사장의 실태에 대해 그이께서 정확히 파악하시기를 바랄뿐이였다. 다만 보고의 마감에 총참모장과 합의없이 이러한 결심을 한데 대하여 한마디 사죄하였다.

《잠간.》

김정일동지의 말씀 한마디가 울리고는 전화가 한동안 끊어졌다. 심철범은 고막이 잉 울리며 그 어떤 무한한 진공상태에서 있는것 같은감을 느끼였다. 동시에 이상야릇한 안도감을 맛보았다. 자기를 금강산발전소건설 총지휘관으로 임명하면서 하신 그이의 말씀의 한구절이 떠올랐기때문이였다.

《우리의 결심이 공담이 되지 말아야 하오. 그러자면 진실을 보고해야 하오.》

그때 김정일동지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면서 심철범에게 고무의 눈길을 보내시였었다.

《좋소.》

퍽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수화기에서는 김정일동지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처음 한동안 심철범은 그 말씀을 듣지 못한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무엇이 좋으시다는것인지 인차 알아차릴수 없었다.

《좋소, 심철범동무!》

김정일동지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을 때에야 심철범은 그이께서 자기의 보고에 긍정을 표시하고계신다는것을 느끼였다.

《좋소, 심철범동무!》

그이께서는 이 말씀을 반복하고나서 계속하시였다.

《나는 동무가 할수 없는것도 할수 있다고 보고해왔다면··· 동무를 믿지 않게 되였을거요. 그렇소!》

이 순간 심철범은 그이께서 자기의 잔등을 두드려주시는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소환된 최중권상장을 만나 이미 공사장의 실태를 료해하고 자기가 보고한것과 같은 결론을 벌써 얻었으며 지금 전화선의 한끝 최고사령부작전실에서 총참모장과 마주 앉아 차후의 대책을 협의하시였다는것을 알지 못하였다.

다만 그는 그이의 담담하고 신심에 넘친 다음과 같은 목소리를 들었을뿐이였다.

《무엇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조선말이 아닙니다. 우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자고 합니다. 이것이 최고사령부의 결심입니다! 중장동무.》

심철범은 한동안 까딱 않고 서있었다. 갑자기 자기가 천정에 닿는 거인이 되고 체중이 몇곱으로 무거워지는것 같았다.

마침내 심철범은 마음을 다잡고 말씀드리였다.

《알았습니다!》

군사복무의 수십년간 수백수천의 명령을 받고 수백수천번 대답하면서도 심철범은 이때처럼 《알았습니다.》라는 한마디에 그렇듯 큰 무게와 신심과 의지를 담은적은 일찌기 없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말씀을 계속하고계시였다.

《나에게도 동무에게도 시간은 귀중합니다. 그래서 동무를 평양으로 부르지 않았습니다. 지체말고 일에 착수하시오. 지금 형편에서 새로 일을 시작하는 동무에게 줄것이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최고사령관의 명령서를 떨구겠습니다.》

그 시각으로부터 10분후에 제0026호라는 명령호수를 가진 금강산발전소건설을 다그쳐 끝낼데 대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명령서가 하달되였다.

얼마전에는 금릉2동굴과 청류다리(2단계)를 건설할데 대한 최고사령관의 명령이 하달되였었다.

수령을 잃은 후의 조선의 결심과 의지를 선포한 이 명령은 널리 공개되였으며 세상을 들썩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보다 몇배의 큰 규모와 몇배의 큰 공사량을 가진 금강산발전소건설과 관련한 제0026호명령은 최고사령부 련락군관들에 의하여 수만명의 인민군장병들에게 소문없이 조용히 전달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