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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발전소건설 현지지휘관인 최중권상장은 송수화기를 귀에 댄채 오래도록 서있었다. 김정일동지의 말씀이 계속된다고 여겨진 모양이였다.

잠시후 옆에 서있는 리완수대좌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에게 최고사령관동지의 《공사지휘를 심철범장령에게 인계하시오.》라는 전화명령을 받아쓴 자기 수첩을 넘겨주고는 초점없이 방황하는듯 한 눈길로 모여앉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지휘관동무들, 우리 금강산발전소건설장에··· 새 지휘관이 오게 되였소. 이젠 도착할 때가 되였을거라고 하오.》

최중권은 이 말에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가서는 목소리가 약간 떨리였다.

자신이 드러낸 나약성에 화를 내면서 최중권은 확고하게 명령조로 말하였다.

《회의는 새 지휘관의 집행하에 계속하겠소!》

금강산발전소건설지휘부건물의 2층에 있는 최중권의 방문이 갑자기 열리고 심철범과 함께 두명의 장령이 문앞에 서게 된것은 최중권의 이 말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일이였다.

방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있었다.

지도와 수첩, 야전가방들이 널려있는 좁고 긴 책상을 마주하여 두줄로 앉아있던 군부대대호대신에 불리우는 금강산발전소관리국 참모부와 정치부의 지도일군들, 관리국관하 려단들의 려단장들과 정치위원들, 정무원 일군들과 공사와 관련이 있는 큰 기업소의 지배인들이 모두 얼떨떨해서 말없이 벌어진 사태를 살피고만 있었다.

회의참가자들은 방금 들은 소식에 깜짝 놀랐으며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하였다. 그들중 어떤 사람들은 슬며시 정치위원 리완수를 쳐다보았다.

눈을 내리뜨고 앉아있던 리완수정치위원은 옆줄에 앉아있는 참모일군들에게 날카로운 눈길을 보냈다.

그러자 참모일군들중 누군가가 벌떡 일어나 벽가에 놓여있는 걸상 하나를 서둘러 심철범에게 가져다주었다.

《앉으십시오.》

최중권이가 심철범에게 말하면서 웃자리를 내주려고 하였다.

그러나 심철범은 그것을 보지 못한듯 아직도 출입문옆에 서있는 군인들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최고사령부에서 두명의 동무들이 함께 왔습니다. 장령동무들, 앉으시오.》

두 장령들중 한명은 총정치국대표 차인중이였다. 그들이 자리잡는것을 보고나서야 심철범은 걸상에 앉아 천천히 회의참가자들을 뚫어지게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누구에게라 없이 무뚝뚝하게 물었다.

《군정간부회의는 무엇을 토론하고있습니까?》

최중권의 한쪽옆 리완수와 대칭되게 앉아있던 관리국의 참모장 전호진소장이 약간 몸을 앞으로 굽히면서 대답하였다.

《공사를 앞당길데 대한 문제입니다.》

심철범은 아마도 이 대답을 최중권에게서 기다리고있었던 모양이였다. 그는 전호진에게 머리를 돌리고 마뜩잖게 쳐다보면서 물었다.

《앞당긴다구요?》

이번에는 리완수가 대답하였다.

《어버이수령님의 유훈이 아닙니까. 중장동지, 수령님께서는 바로 서거하시기 이틀전에도 우리 일을 걱정하시였습니다.》

《그렇다면 정치위원동무.》하고 심철범은 천천히 한마디한마디 무게를 달면서 말하였다. 《군정간부회의를 일시 중단하자는것을 제의합니다. 난 정황을 더 구체적으로 료해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이였다. 《반대 없겠지요, 정치위원동무?》

리완수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심철범이 선포하였다.

《부국장들과 통신부장은 남으시오. 려단지휘관들은 자기 위치에 가있으시오. 곧 부르겠습니다. 그만합시다.》

방에서 마지막사람이 물러가고 문이 닫기자 심철범은 전호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묻는듯 한 시선에 전호진이 일어섰다.

《관리국 참모장 소장 전호진입니다.》

《알고있소. 작전지도가 어데 있습니까? 여기 말대로 하면 공사지도겠지요.》

전호진소장은 긴장해졌다. 여기에 참석한 모든 지휘간부들중에서 불안비슷한 감정을 제일 많이 느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전호진이였을것이다. 공사에 대하여 최중권이 다음 책임을 지고있는것은 그자신인것이였다. 최중권의 교체가 최근 앉은걸음을 하고있는 공사때문이라면 그도 무사할수 없는것이였다. 그가 려단장으로 있을 때 상급참모부 작전부장이였던 새 지휘관과 그사이에는 일종의 《충돌》이 있었던것이다.

려단장시기에 그는 군부대적인 지휘관조상학에서 작전상 문제를 가지고 상급이며 작전에서 명수로 소문이 난 심철범과 엇섰던것이다. 이 방에 심철범이 처음 나타났을 때 전호진은 그 일이 먼저 떠올랐다.

심철범장령은 허리를 굽히고 물길굴을 보여주는 굵직한 붉은 선을 들여다보았다. 그 선은 도간도간 푸른 점선으로 련결되여있었다. 그 점선들은 앞으로 뚫어야 할 구간을 표시하고있었다. 그 점선들의 비률로 봐서 앞으로 해야 할 공사량이 엄청나게 많다는것이 알리였다.

이윽하여 심철범은 허리를 펴더니 잠자코 앉아있는 최중권을 향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상장동지, 구태여 형식을 차리지 맙시다. 주요지휘관들 전원이 여기 참석해있으니 이것으로 인계인수를 끝냅시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책상우에 있는 원주필 하나를 쥐고 공사지도 한구석에 큼직하게 썼다. 《공사지휘를 인계 받음.》 그 아래 날자를 쓰고 수표를 하고나서는 지도를 최중권앞으로 내밀었다.

상장은 묵묵히 지도를 굽어보다가 원주필을 쥐고 서둘러 힘을 주어 써나갔다.

《공사지휘를 인계함. 상장 최중권.》

《만일 집행위원들이 동의한다면》 심철범은 리완수를 향해 말하였다. 《우리는 회의를ㅡ》하고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3일후 이 시간에 계속합시다.》

《그러나 저··· 중장동지.》 전호진이 떠듬거리며 말하였다. 《공사는 매우 긴장합니다. 사흘씩 기다린다는건···》

《회의가 지휘의 전부는 아닙니다.》 심철범은 그의 말을 막았다. 《그러나 필요할 때면 합시다. 그때까지 동무는 계획 대 실적을 나에게 정확히 보고해야 하오.》

그리고는 참가자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누가 통신부장입니까?》

《접니다.》 다부지게 생기고 희끗희끗한 머리를 짧게 깎은 대좌가 대답하면서 몸을 쭉 펴고 일어섰다.

《대좌 리상국입니다.》

《최고사령부와의 직통전화는 어디 있습니까?》

《따라오십시오, 중장동지.》

그리고는 먼저 문으로 향하였다.

관리국청사의 좁고 컴컴한 복도로 통신부장이 앞장서서 몇발자국 뒤에서 걸어오는 심철범과 최중권을 안내하고있었다.

금강산발전소건설의 선임지휘관과 새 지휘관은 나란히 걷고있었다. 도중에서 만나는 군인들은 서둘러 길을 비켰으며 벽에 붙어서 《차렷》자세를 취하였다.

심철범이 륙상선수처럼 발끝에 힘을 주며 가볍게 걸어가고있다면 최중권은 발뒤꿈치로 무겁게 걷고있었다. 그들은 두사람 다 조국해방전쟁에 참가한 로병들이였다. 최중권이 심철범보다 댓살 우였다. 두사람은 좁은 복도를 꽉 채우고 걸었다.

최중권은 심철범보다 반걸음쯤 떨어지려고 애쓰면서 걸었다.

이 복도를 걷는것도 이것이 마지막이라는것을 알고있는 상장의 심중은 착잡하였다.

최고사령관동지의 그 짤막하고 단호한듯 한 말씀의 마디마디가 관자노리를 두드리는것만 같았다. 자신에게 부과된 어려운 공사를 맡아 수행할 힘이 없다는것을 좀더 일찌기 그리고 스스로 최고사령관동지께 솔직하게 보고드리지 못한것이 후회되였다.

그는 일흔을 바라보는 자기의 나이를 두고 한숨을 쉬였다. 그는 자기가 제대되리라는 사실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후임자의 류다른 임명절차가 그것을 확증해주는듯 하였다. 심철범은 간부국의 임명장이 아니라 최고사령관동지의 직접적인 명령으로 임명되여왔던것이다.

통신결속소에 와서 송수화기를 든 심철범은 최고사령관동지께 인계인수에 대해 직접 보고드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평상시에는 볼수 없는 전쟁시기에나 있는 일이였다.

최중권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하지만 이 순간 그는 자기보다 후임자인 심철범의 마음이 더욱 긴장되여있다는 사실을 모르고있었다.

심철범을 잘 알고있는 사람들은 그를 담이 크고 용맹하며 바위처럼 굳세면서도 농민처럼 푸수하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방금 그를 보게 된 관리국의 책임적인 지휘관들은 그에게서 푸수한 점을 전혀 찾아볼수 없었다.

며칠전 쏘련원수를 데리고 왔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하고 그들은 놀라와하였다.

그의 철색얼굴은 예리하게 번뜩였다.

심철범이 곽무선의 련락을 받고 최고사령부에 도착했을 때는 설날의 깊은 밤이였다. 그는 집무실에 곁달린 휴계실에서 김정일동지를 만나뵙게 되였다.

곽무선이 안내하는데 따라 휴계실에 들어선 그는 우뚝 멈추어섰다. 김정일동지께서 쏘파에 앉은채 쪽잠에 드시였던것이다.

곽무선은 심철범을 데리고 서둘러 응접실로 도로 나왔다. 그리고는 송년의 밤을 꼬바기 새우신 그이께서 새해 첫날새벽부터 인민군군인들을 찾아 수십리길을 달리였으며 설날 낮은 낮대로 여러 행사에 참가하시였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심철범은 심장을 찔리운 사람처럼 가슴이 저리였다.

잠시후 열려진 휴계실문짬으로 《들어오시오.》라는 말씀이 울려나왔다. 무척 갈리신 목소리였다.

심철범은 갑자기 눈물이 나는것을 참으며 그이의 앞에 가섰다.

그이와의 담화는 길지 않았다. 담화를 통하여 심철범은 자기가 야조브와 동행하게 된 리유를 비로소 알게 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여전히 갈린 목소리로 조용히 말씀하시는것이였다.

《나라의 형편을 정확히 알게 하고싶었습니다. 그래야 우리의 결심을 옳게 리해할수 있겠으니 말입니다.》

그이께서는 나라가 처한 정치, 경제적형편을 보충적으로 설명하고나서 금강산발전소건설을 통해 새로운 시대정신을 창조함으로써 오늘의 난국을 헤칠것이라고 하신 다음 최고사령부는 최단기간내에 적어도 1년내에 물길굴을 완공할 결심이라고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이렇게 강조하시였다.

《중요한것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창조하는것입니다. 그 시대정신을 군인들이 창조해야 합니다. 1950년대 시대정신을 로동계급인 천리마기수들이 창조했다면 오늘의 새로운 환경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혁명의 기둥인 우리 군인들이 창조해야 합니다. 우리는 군인들이 창조한 그 정신으로 온 사회를 무장시키고 들끓게 함으로써 수령님께서 개척하신 혁명위업을 끝까지 완성하자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 당의 전략적로선으로 될것입니다.》

그러시고는 심철범이 앞으로 륙해공군이 다 동원될수 있는 이 공사의 총지휘를 맡게 되였다는것을 알려주시였다.

이어 김정일동지께서는 첫 명령을 떨구겠다고 하시면서 《심철범동무, 사흘내로 공사의 실태를 료해하여 보고하시오. 우리의 결심이 공담이 되지 않게 해야 하오. 그러자면 진실을 보고해야 하오.》라고 하시였다.

그때 심철범은 입이 붙은듯 아무 대답도 드리지 못하였다. 김정일동지의 의지와 결심을 받아들이기에는 그의 심장이 너무도 작았던것이다. 그는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이 안깐힘을 쓸 때처럼 한동안 숨가쁘게 서있었다.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죄책감을 금할수 없었다.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받고 나온후 그는 일체 말이 없었다. 이미 그이의 결심과 의지를 받아들인 그의 심장이 고도의 긴장상태에 들어갔던것이다.···

《최고사령관동지, 명령을 주신대로 사흘내로 공사의 실태를 보고드리겠습니다.》

심철범은 이런 말로 전화보고를 끝마치였다. 이 마지막말에 공사를 1년내에 기어이 끝내리라는 자기의 결심을 담으려고 애썼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어쩔수 없이 불안하였다. 그의 눈앞에는 공사지도에 표기된 물길굴의 미완공구간 푸른 점선들이 떠올랐던것이다.···

얼마후 심철범과 함께 방으로 돌아온 최중권은 비로소 이젠 앉을데도 서있을데도 없다는것을 의식하게 되였다.

최중권은 사실 전망이 묘연하여 몇해가 걸릴지 모를 공사를 1년내에 완공할 과업을 받은 심철범에 대하여 련민의 정을 느끼였으며 그 과업을 자기가 아니라 그가 수행해야 한다는데 대하여 미안하게 생각하였다.

최중권은 《그럼 수고하시오.》하고 그에게 말하고는 서둘러 방에서 나왔다.

청사앞뜰 한가운데 서서 지하공사가 벌어지고있을 산줄기를 아득히 바라보았다.

한시간후 그를 태운 직승기가 저녁어둠에 싸인 관리국청사뜨락을 날아올랐다. 어째서인지 그가 승용차를 타고 평양으로 떠나려는 그 시각에 최고사령부에서는 직승기를 보내왔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