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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하는 장군님.》

《···》

《저··· 장군님.》

《···》

김정일동지!》

묵묵부답이시던 김정일동지께서 보던 문건에서 시선을 드시였다.

키가 작지는 않으나 몸매가 앙바틈해보이는 사람이 죄송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앞에 서있었다. 곽무선이였다.

그는 몇번 손기척을 냈으나 응답이 없어 그냥 들어섰고 몇번 존칭으로 찾다가 나중에는 존함을 불렀던것이다.

《왜 그러오?》

김정일동지께서 물으시였다.

곽무선은 그 물으심이 자기의 죄송스러워하는 표정을 보고 하시는 물음인지 아니면 용건에 대한 물음인지 몰라 인차 입을 열지 못하고 이미 지었던 표정을 풀지 못한채 어정쩡해서 서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장군님》이라고 부르는것을 질색하시였다. 그러한 존칭은 수령님과만 결부되여야 한다고 여기시는 그이이시였다. 그런데 어느때부터인가 항일투사들이 먼저 그 존칭을 쓰더니 약속이나 한듯이 전체 인민이 따라쓰기 시작하였다.

온 나라 인민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막을수 없는 일이여서 측근의 일군들만이라도 쓰지 못하도록 엄하게 타이르시였다.

우리 인민은 벌써 반세기전부터 수령님을 장군님으로 불러왔다, 그후 더 높은 존칭은 없겠는가 하는 인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우리가 주석이라는 존칭으로 받들어올렸다, 그러니 일체 존칭은 수령님과만 결부되여야 한다, 나는 오직 동지라고 부르면 된다, 나는 동지라는 말이 제일 친근하고 좋다, 그러니 동무들부터 그렇게 하라 이렇게 타일러오시였다.

그런데도 일군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책임서기도 마찬가지였다.

간혹 그이의 엄한 요구에 못이겨 존함을 부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러고나서는 지금처럼 죄송스러워하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왜 그러오?》하고 재삼 물으시여서야 곽무선은 그이께서 용건을 물으신다는것을 알고 자세를 똑바로 하며 말씀올렸다.

《허성렬부부장동지가 만나뵙겠다고 찾아왔습니다.》

《그 동문 외국으로 떠나게 되여있지 않소?》

《그렇습니다. 한데 떠나기에 앞서 꼭 말씀드릴 일이 있다고 합니다.》

잠시후 체소하나 강기있어보이는 사람이 집무실에 들어섰다. 그는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장군님의 손에 들려있는 문건부터 알아보았다. 지난밤 자기가 올린 문건이였다. 그 문건은 적들이 떠들어대는 우리 공화국의 《조기붕괴》설을 집약한것이였다.

허성렬은 기회가 좋지 않을 때 찾아들어왔다는것을 의식하며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씀올렸다.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류송직의장동지가 장군님을 만나뵙도록 주선해달라는 청입니다.》

《그런데 동무가 왜 그 청을 맡아나섰소?》

《책임서기에게서는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음···》

장군님께서는 류송직의장이 최근에 무슨 문제를 두고 고민하고있는가를 알고계시였다. 이해가 다 가고있다. 어떻게하나 제10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치르고 이해안으로 추대문제를 성사시키려는것이였다. 수천수만통의 인민군병사들과 로동자, 협동농민들의 편지와 함께 그자신도 거듭 편지를 보내왔고 전화도 걸어왔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동의하실수 없는 문제였다.

그래서 책임서기에게 그 문제때문이라면 찾아오지 못하게 하라고 일러두시였던것이다.

허성렬이 그이께 설명하기 시작했다.

《의장동진 저보고 동무도 대의원이 아닌가, 그러니 의장의 말을 들으라, 이렇게 강박하다싶이 했습니다. 그래서 바쁘신줄 알면서도···》

《허허···》

장군님께서는 가볍게 웃고나서 허성렬이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으시였다.

《동무생각은 어떻소? 의장이 나를 만나자는 의도를 짐작하겠는데.》

허성렬은 침묵하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나직이 한숨을 쉬시였다.

허성렬이까지 나를 리해하지 못하는가? 야속하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누구도 자신을 리해하려고 안했고 오히려 설복하려고만 들었다.

며칠전 그이께서는 병중에 있는 오진우무력부장에게 전화를 거시였다.

수령님께서 서거하신 당일날 비상정치국회의뒤에 당정치국 상무위원인 그에게만은 자신의 의도 즉 3년전에는 절대로 추대는 없을것이라는것을 귀띔해주고 동의까지 받았으니 그만은 자신의 마음을 리해하리라고 믿었는데 뜻밖에도 병자같지 않게 큰 목소리로 추대사업은 더 미루어서는 안된다고 하는것이였다.

《장군님···》

허성렬의 목소리에 장군님께서는 답변을 주어야 한다는것을 의식하시였다.

《나도 대의원이니 어쩌겠소. 의장이 만나자면 만나야지···》

이튿날 류송직의장을 마주하게 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절로 마음이 젖어듦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수령님과 그와의 류다른 인연이 생각되시였기때문이였다.

전선에서 소환되여 백송리에 있는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 수령님과 낯을 익힌 류송직은 그 인연으로 수령님께서 차려주신 결혼식상을 받게 되였다.

그날이 바로 전승의 전날 밤이였다.

마음이 어질고 감정이 여린 류송직은 결혼식 전과정에 머리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였다.

수령님께서는 눈물을 거두라, 승리의 축포가 오르기 전에 결혼식상을 받은것은 의의가 있다, 아마 미국놈들이 알면 기절초풍할게다, 그렇지 않느냐? 라고 하시며 그를 달래이시였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밤에 결혼식을 하느냐. 대낮에 해도 일없을텐데. 판이 이렇게 된바치고는 백촉짜리 전등을 환히 켜라. 미국놈의 비행기가 이젠 얼씬하지도 못한다. 우리가 미국놈을 완전히 짓눌러놓았으니 마음을 놓고 어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어라!》

류송직은 비로소 눈물을 걷고 신부와 함께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수령님께서 눈굽을 적시시였다.

그것은 말그대로 자애의 눈물, 친어버이의 축복이였다.···

《장군님.》

류송직이 찾아온 용건을 말씀드리려고 한발 나섰다.

김정일이라고 하십시오. 나도 그저 류의장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얼마나 친근하고 좋습니까. 류의장, 그렇지 않습니까? 나도 의장밑에 있는 대의원이지요, 허허허···》

김정일동지께서는 허물없이 말씀하며 웃으시였다.

의장이 찾아온 목적을 아는만큼 좋게 리해시켜 돌려보내려는 의도이시였다.

류송직은 여전히 조용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씀올렸다.

《다른 나라들에서 공직계승을 어떻게 하였는가를 알아보라고 해서 제가 보고드린지도 100일이 넘었습니다.》

《그 보고자료를 보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기억을 더듬으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1883년 3월 로동계급의 첫 수령이였던 맑스의 묘앞에서 조상을 한 엥겔스도, 1924년 1월 크레믈리궁전에서 눈물을 흘리며 영결사를 한 쓰딸린도, 1953년 3월 같은 장소에서 쓰딸린과의 영결사를 한 말렌꼬브도 선대수령이 맡았던 당과 국가의 공직을 며칠내에 인계받았습니다. 그것도 국가지도부범위에서 비상회의를 통해서말입니다.》

류송직이 얼른 그이의 말씀을 받았다.

《예, 그렇습니다. 우리는 장군님께서 이미 말씀하신대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하고 최고인민회의에서 수반추대를 하여야 합니다. 그러자면 또 얼마만 한 시일이 지체되겠습니까. 이해를 넘겨서는 안될줄로 압니다.》

의장이 양보할 심산이 아님을 느낀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어성을 높이시였다.

《무슨 상관입니까. 류의장,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구호는 우리가 피눈물속에서 내놓은것이 아닙니까. 그 구호의 의미를 류의장은 누구보다 잘 알겠는데요. 수령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이상 추대를 서두를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

류송직은 말이 없었다. 기어이 자기의 목적을 이루려고 힘들게 찾아온 걸음인데 왜 말씀드릴것이 없겠는가. 원래 말수더구가 적고 지식인출신일군으로서 리해력이 깊은 그는 어떤 문제에서나 자신보다 상대방을 더 리해하는데 습관되여있었다.

지금도 의장은 장군님의 길지 않은 말씀에서 그이의 깊은 심중을 충분히 리해하고있었다.

키가 크고 얼굴이 기름한 그는 오랜 세월 모습이 별로 변하지 않았는데 국상을 당한 이 몇달어간에 몰라보게 수척했고 늙어보였다. 타고난 순한 얼굴만은 여전했는데 거기에는 어린애와도 같은 간절한 소망이 비껴있었다.

그의 천품을 잘 알고있는 장군님께서는 이 순간 그 얼굴에서 수만마디의 말을 읽으시였다.

갑자기 눈굽이 뜨거워지시였다.

그를 진정시키고 리해시키고싶으시였다.

《류의장.》

다정히 부르고나서 말씀하시였다.

《나는 의장의 딱한 사정을 잘 알고있습니다. 대의원선거를 하고 국가수반추대를 추진시킬 직분을 맡고있는만큼 매우 조급할것이라는것도 리해합니다. 숱한 일군들이 의장에게 매일과 같이 제기하고있으리라는것도 짐작합니다.》

《그런데 일군들의 문제만 아닙니다. 인민들이 수령님을 잃은 상실을 장군님을 국가수반의 공직에 모시는것으로 메꾸려 하고있습니다.

이러한 갈망을 외면한다면 저는 의장의 자리를 지킬수 없을것입니다. 스스로 자리를 내놓을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요?》

《예!》

김정일동지께서는 사람됨을 봐서 그가 충분히 그러리라고 보시였다.

또다시 눈굽이 뜨거워지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얼마나 진실하고 순박하고 량심적인 일군들과 함께 일하시였는가. 그들은 한사람한사람 더없이 귀중한 일군들이다.

그들을 귀중히 여기고 끝까지 보살펴야 할것이다.

갑자기 수령님생각이 간절해지시였다.

가슴속에 피눈물이 고이는것을 의식하며 젖은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수령님의 령구앞에서 목놓아울던 인민들의 비분이 아직도 가셔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울음소리가 아직도 귀전에 쟁쟁한데 당과 국가지도기관을 새로 선거하고 어떻게 만세를 부르겠습니까. 절대로 의장동지, 절대로 그렇게 할수는 없습니다.》

류송직은 그 말씀에 목이 메인듯 더는 입을 열지 못하였다.

어느덧 장군님께서는 차근차근 타이르듯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추대사업을 놓고 신경을 쓸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수령님께서 개척하신 주체혁명위업을 고수하고 빛나게 계승완성하겠는가 하는데만 머리를 써야 합니다. 나의 말을 인민들에게 죄다 알려주십시오. 그러면 그들은 류의장을 밀어내자고 할것이 아니라 종신의장을 시키자고 할것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옆에 앉은 류송직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그의 기름한 얼굴에 두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리고있었다.

《어서 눈물을 닦으십시오.》

민망스러운듯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일어서서 창가로 다가가더니 야경을 바라보며 혼자소리처럼 말씀하시였다.

《나라의 령수가 서거하여 100여일이 지나도록 그 후계자추대문제를 미루어온 그런 례는 세상에 있어본적이 없습니다. 나는 그새 여러 나라들의 법률제도를 연구해보았습니다. 사회주의사상과 도덕을 지도리념으로 하던 이전 사회주의나라들도 그러하였지만 부르죠아법률이나 종교법률을 비롯하여 세계 100여개 나라의 각이한 법률은 모두 국가수반이 사망하거나 실각당하면 비상회의를 하거나 긴급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새로운 지도자를 내세웠습니다. 그건 그 나라 법률의 요구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고 서계시다가 자리에서 일어난 류송직의 어깨를 눌러앉히고 곁에 나란히 앉아 계속하시였다.

《그런데 유독 우리 나라 헌법에는 그런 조항이 없습니다. 그것은 지금의 헌법을 채택할 당시 어버이수령님을 믿고 따르며 받드는 우리 인민들의 지향과 념원이 너무도 강렬했기때문입니다. 그때 누가 국상에 대하여 상상이나 할수 있었습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후계자추대문제를 헌법조항에 박지 않은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그 조항이 있었다면 이 김정일이도 지금과 같이 자기의 주장을 고집할수 없을것입니다. 누구든 법에는 복종해야하니 말입니다. 의장동지, 그렇지 않습니까?》

《옳습니···다.》

류송직은 떠듬거리며 겨우 한마디 대답을 올렸는데 말수더구가 적어서가 아니라 할 말을 완전히 잃었던것이다. 아니, 잃었다기보다 그이앞으로 찾아오면서 준비하고 또 준비해온 모든 말마디들이 이 순간 완전히 녹아없어져버렸다.

그것은 집무실에 들어선 첫 순간부터 자기의 몸을 휩싼 태양의 복사열과도 같은 뜨거운 열풍때문이였다. 당과 인민이 21세기의 태양으로 받들어올리려고 하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의 그 뜨거운 열원은 과연 무엇인가? 선대수령에 대한 도덕과 의리였다. 추대사업을 미루어온 리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는것을 더 깊이 깨닫는 순간 류송직은 집무실에 더 이상 머물러있는것이 무리이며 비도덕적이며 철부지와도 같은 억지행동이라는것을 뼈에 사무치게 느끼였다. 그래서 황망히 물러나오고말았다.

뒤미처 허성렬이 집무실에 들어섰다. 하회를 기다리고있었던 모양이다.

《아니? 장군님···》

일이 글러진것을 알자 그는 장군님앞이라는것도 잊고 흥분하였다. 그는 목이 메여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있었다.

《동문 또 뭐요?》

장군님께서는 류송직을 대할 때와는 달리 엄하게 그를 바라보시였다.

하지만 허성렬은 잠시 무춤했을뿐 인차 자세를 잡더니 거의 불손하다고 할 정도의 큰소리로

《저는 그 문제가 결론되기전에는 외국출장을 떠나지 못하겠습니다!》하고 말씀올렸다.

장군님께서 최근시기 전선과 후방의 현지시찰때 누구보다 많이 데리고다닌 그를 우리 혁명의 국제적련대성을 강화하는 사업에 파견하기로 하신것은 대상나라들에서 그를 우리 당의 권위를 대표한다고 여길것이라고 보시였기때문이다.

물론 허성렬자신도 그것을 잘 알것이고 그만큼 출장의 의의를 당의 신임으로, 자기의 어깨에 지워진 중대한 과업으로 여길것이였다.

그런데 그런 과업까지 뒤로 미루겠다고 하면서 뻗대자 장군님께서는 그를 쉽게 굽힐수 없으리라고 여기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어떻게 설복할것인가 하고 생각하시며 잠시 대답을 피하고 손에 짚이는대로 집무탁우의 문건을 집어들고 거기에 시선을 박으시였다.

그러자 허성렬이 그이의 앞으로 한발 나서며 여전히 당돌한 어조로 말씀올리였다.

《제가 어저께 올린 자료에 있는것처럼 지금 정세가 매우 편안치 않습니다. 이런 때 당과 국가수반의 공직이 비여있다는것은 우리 혁명에 매우 불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연한 걱정을 하지 마시오!》

장군님께서는 문건을 놓고 허성렬을 쳐다보시였다. 하지만 허성렬은 물러설 잡도리가 아니였다. 그는 또 한발자국 그이앞으로 더 나서며 《제가 공연한 걱정을 한단 말입니까?》하고 반문하였다.

《그렇소. 수령님께서 늘 말씀하시던것처럼 우리가 〈봉쇄〉속에 있지 않은 때가 언제 있었소?》

《그러나 지금의···》

《됐소!》하고 김정일동지께서 그의 말을 밀막고나서 계속하시였다.

《빨리 동무가 맡은 과업이나 수행하시오. 평양선언에 서명한 당들도 찾아보고 아직 사회주의리념을 버리지 않은 나라들도 찾아보시오.》

《그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허성렬이 또 말하려 하자 이번엔 단호히 손을 홱 내저으며 잘라 말씀하시였다.

《됐소! 나에게는 최고사령관이란 공직이 있단 말이요.》

노상 가까이에서 일하는 허성렬이조차도 아직은 그이의 이 말씀이 담고있는 깊은 의미를 다 알지 못하였다. 다만 추대문제를 더는 고집할수 없게 되였다는 난감한 생각으로 못박혀 서있을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