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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백로씨야거리에 있는 아동공원의 벗나무숲속을 두 늙은이가 걷고있었다.

령장을 뗀 퇴색한 장령외투를 입고 모표가 없는 군모를 쓴 늙은이는 이전 쏘련원수 야조브이고 검은 색갈의 승냥이털깃을 댄 두툼한 외투에 역시 승냥이털모자를 쓴 키가 구척장신의 늙은이는 미국인 대통령락선자 돌이였다.

그들은 두툼하게 깔린 락엽을 밟고있었다.

그들이 벌써 여러고패 돌고있는 그루가 한아름이나 되는 거목의 정수리에 꺼멓게 색이 죽고 쪼들쪼들 말라버린 이파리 두잎이 초겨울의 삭풍에 파르르 떨고있었다.

그것은 이 숲속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여름의 유산인듯 하였다.

지구의 동서반구에서 랭전시대를 살아온 두 늙은이가 어떠한 연고로 초겨울의 숲속에서 나란히 락엽을 밟고있는가?

그것은 보브 돌의 요청에 의한것이였다.

돌의 정신적파산은 인생의 파산이였다.

생리적수명도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만신창이 된 희망이 없는 몸을 검질기게 파고드는 하나의 생각때문에 편안히 눈을 감을것 같지 못했다.

그처럼 믿고 소원했던 북조선의 종말은 왜 오지 않았는가? 몽유병자처럼 중얼거리면서 락향할 이사짐을 꾸리던 그는 급기야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무소속국회의원단에 속하여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회의원단의 목적은 로씨야에서의 사회주의재생운동에 대한 고찰에 있었다.

그것은 미국정치에 필요한것이였다.

세계적으로 동유럽사회주의는 붕괴되였지만 랭전시대의 여파로 하여 미국과 정객들은 그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있었다.

그 공포심에서 벗어나지 않고는 미국정치는 자기의 대로씨야전략, 대동유럽권전략, 나아가서 세계전략을 세울수 없었다.

모스크바에 온 국회의원단은 제각기 흩어져서 주로 좌익정당출신의 로씨야국회의원들을 만났다.

그들은 로씨야에서 사회주의재생운동의 중심에 서있는 좌익계국회의원들의 견해와 립장, 실력을 직접 알아보고싶었던것이다.

하지만 돌의 목적은 여느 사람들과는 달랐다.

고압적이며 독선적인 정치자세로 한생을 살아온 그는 로씨야에서의 사회주의재생운동같은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가 알고싶어한것은 자기에게 강타를 안기고 패배를 가져다준 살아있는 조선의 사회주의였다.

그가 모스크바에 온것은 조선과 어제도 가깝게 지냈고 오늘도 가깝게 지내고있는 로씨야의 공산당원을 만나면 필요한것을 알수 있으리라는데서였다.

마침 어제 로씨야련방공산당지도자 겐나지 쥬가노브가 미국회대표단을 공식접견한 자리에서 조선에 대하여 격찬하면서 류다른 흥미를 표시하고있는 보브 돌에게 야조브를 소개해주었다.

《그는 최근에만도 조선을 여러번 방문했으며 조선에 대하여 잘 알고있는 로씨야사람들중의 한사람이다. 그는 조선의 사회주의를 이끌고계시는 김정일동지와도 가까운 친분관계를 맺고있다.》

백로씨야거리에 있는 실각한 대국의 원수였던 야조브의 두칸짜리 집은 같은 실각자인 돌로 하여금 동정과 련민을 금할수 없게 하였다. 쏘파 한두개와 침대, 볼품없는 부엌세간··· 게다가 야조브의 생명이고 생활이였던 사회주의제도가 없어진 반면에 돌에게는 번성하는 자본주의가 있었고 이제 가서 살게 될 고향 쌘프랜씨스코에는 수십명의 하인들이 관리하고있는 화려한 독립가옥이 있는것이였다.

그러나 야조브의 집을 좀더 깐깐히 살펴보던 돌은 깜짝 놀랐다.

작고 초라해보이는 한쪽 벽면에 조선의 김정일령도자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 꽉 차있었던것이다.

그이와 포옹하는 사진, 나란히 앉아 무언가 관람하는 사진, 잔을 찧는 사진··· 그 모든 사진들에서 김정일령도자가 자기에게 눈총을 쏘기도 하고 꾸짖기도 얕잡아보는듯도 하여 보브 돌은 대번에 기가 질리고 주눅이 들었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그는 승냥이털깃외투에 승냥이털모자를 쓰고있지만 퇴색한 군복차림의 야조브를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는것이였다.

그리고 야조브가 도리여 자기를 동정과 련민의 눈으로 바라보는듯 하여 호화한 몸차림이 거북스럽기까지 했다.

돌은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북조선이 붕괴되지 않은 중요한 요인이 김정일령도자의 선군령도에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 조선은 최고인민회의 제10기 제1차회의를 열고 국방위원회의 권한을 국정전반에 걸쳐 대폭 강화한 후 김정일총비서를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였다. 이것은 선군령도를 법적으로 고착시킨것이다. 지금 워싱톤에서는 그것을 곧 전쟁공세라고 비난하고있는데 대조선견제의식을 고취하는 의미에서는 타당할지 모르나 거기에는 더 큰 의미가 깔려있다.》

《어떤 의미인가?》

《그것은 첫째로, 사회주의고수의지가 담겨져있는것이다. 즉 사회주의기본원칙을 고수하는데서 기본보루는 군대이며 따라서 비사회주의적인 모든것을 군대로 무자비하게 쓸어버릴것이라는 뜻이 담겨져있다. 다시말하여 그에 의거하여 사회주의를 끝까지 지킬것이라는 평양의 의지가 담겨져있는것이다.》

돌이 머리를 끄덕이였다.

《응당한 일이다. 또 말하라는가?》

야조브가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오랜 군인의 투박한 어조로 계속했다.

다정다감한 그의 어투는 원래 오랜 군인생활속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포와도 같이 퉁탕거리는 어조로 말하는것은 이 미국인을 환영하지 못할 인물로 보고있기때문이였다.

《둘째로, 군대에 대한 령도, 전국에 대한 유일적령도체계를 더욱더 강화하려는 김정일최고사령관동지의 의도가 담겨져있는것이다. 오늘 조선에서 김정일동지에 대한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충성을 맹세하는 정치세력에서 기본은 군대라고 보아야 한다. 그처럼 곤난한 형편에서도 제일 앞장에서 김정일동지를 받들고있는 세력은 사실상 조선인민군이다. 그이의 령도가 조선에 강하게 뿌리를 내리고있는것은 바로 군대가 그이를 옹위하여나서고있기때문이다. 셋째로, 미국과 서방세계와 변질되여가는 사회주의세력에 강하게 도전하려는 뜻이 담겨져있는것이다. 미국에 대하여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직접 도전하는것은 이 지구상에서 조선 하나뿐이다. 1950~1970년대 우리 쏘련과 동유럽사회주의가 존재하던 시기에도 미국을 위협하면서 도전한것은 사실상 조선뿐이였다. 그 누구도 감히 미국에 대하여 평가하기를 주저하고있는 오늘에도 워싱톤을 굴복시키려 하는것이 조선이므로 이 나라를 총칼로 받들고있는 조선인민군은 이전 붉은군대는 물론 지금의 그 어느 나라 군대와는 대비도 안되는 강력한 반제반미보루라는것을 알수 있다. 또 말하라는가?》

보브 돌은 그저 얼나간 사람처럼 그를 멍청히 바라보고있었다.

그러거나말거나 야조브는 계속했다.

《당신네 미국에 있어서 조선인민이 가장 위험한 상대로 될수 있는것은 이 군대를 령도하는 김정일최고사령관동지가 계시기때문이다. 1950년 조선이 미국과 전쟁을 할수 있었던것은 김일성주석이 있었기때문이며 오늘 미국과 힘을 겨루려하고있는것은 김정일동지와 같은 특이한 위인이 있기때문이다. 우리 쏘련과 동유럽사회주의가 붕괴된 오늘 조선이 살아남은것도, 경제적난국과 대국들의포위로 숨도 쉬기 힘든 형편인 조선이 의연히 건재하고있는것도 김일성동지의 계승자이시며 사회주의승리를 확신하고있는 위력한 사회주의정치가이시고 군사가이신 김정일동지가 계시기때문이라는것이다. 따라서 그이의 선군령도, 군중시사상을 대남선제타격시도로만 보는 견해는 사실상 조선의 위협에 주눅이 들어 그 진정한 의미도 가려보지 못하는자들의 헛소리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때 보브 돌은 몸을 흠칠 떨었다.

그는 야조브의 말에 여기가 질렸던것이다.

바로 자기야말로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생애의 말년에, 최근의 선거유세에서 젖먹던 힘까지 다해 내지른 모든 연설과 담화, 구호가 구경은 헛소리가 아니였던가.

야조브의 열띤 목소리가 계속되고있었다.

《지금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미국앞에서 벌벌 떨면서 사회주의에 대한 신심이 없이 삶에 대한 희망마저 버리고있는 때에 자기 수령, 자기 당, 자기 인민, 자기 제도에 대한 믿음을 안고사는 유일한 세력이 있다. 그것이 바로 조선인민과 조선군대이다. 당신도 조선인민군 경비함성원들의 순국정신을 알고있을것이다!》

보브 돌은 또 한번 몸을 떨었다.

그는 법정에 나선 죄인처럼 머리를 푹 떨구었다.

하다면 야조브는 법관이였다.

그는 이 미국인을 황황 불타는 눈으로 쏘아보며 대답을 기다리는듯 하였다.

황혼이 깃든 공원안에는 이들외에 아무도 없었다.

이전 사회주의시기라면 일터에 갔던 근로자들, 학교에 갔던 삐오네르들로 붐비였을 이 경치 좋고 계절에 따라 정서가 각각이던 도시속의 숲속에 지금은 이 세상을 다 산 두 늙은이만이 락엽을 밟으면서 서로 부르짖고있었다.

그렇다.

부르짖는것은 야조브만이 아니였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초대국의 대통령이 되려는 열망에 떠서 위세를 뽐내며 거드름을 피우던 늙은이, 방금전에는 퇴색한 군복을 걸친 사회주의신봉자를 얕잡아보며 동정과 련민의 눈길을 보내던 승냥이털로 온몸을 감싼 늙은이의 가슴속에도 회오와 절망, 탄식과 비애의 부르짖음이 울리고있는것이다.

아, 사랑하는 부모와 안해와 아들딸, 동료들을 지척에 두고있는 곳에서 군인들이 절대로 포로가 되여서는 안된다는 하나의 신념을 안고 이름없는 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실을 왜 보지 못했던가.

조선인민군 경비함성원들에 대한 소탕작전을 지휘한 련합군사령부와 《한국》군 전방군단사령부의 모든 고위장성들과 장교들, 사병들이 이 놀라운 광경앞에서 전률하였으며 지금은 이 작전에 나섰던 숱한 《한국》군 장교들, 경찰들, 민방위대원들과 그들을 밀고하여 무공훈장을 받은 사람들이 밤중에 소스라치며 깨여나 식은땀을 흘리고있다는 사실을 왜 인정하려고 안했던가.

수십수만의 추격부대를 뒤에 달고 다니면서 순전히 풀뿌리로 목을 추기면서 수십, 수백발의 총탄을 온몸에 밤송이처럼 받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저항한 조선인민군의 육탄정신, 자폭정신을 왜 외면했던가!

《아, 아!··· 하느님맙시사···》

보브 돌은 비명을 울리며 비척비척 몇걸음 걸어서 구새먹은 아름드리 봇나무그루터기를 쓸어안고 죽은듯이 한참 있더니 갑자기 홱 몸을 돌리였다.

《원수각하···》

그는 야조브를 우러르며 그가 현직원수이기나 한것처럼 두려운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랭전이 시작되던 초시기에 우리의 덜레스씨가 말하기를 미국이 쏘련과 경쟁하느라고 괜히 맥을 뽑을 필요가 없다, 2차대전에 참가한 세대가 끝나면 그들은 스스로 붕괴될것이다라고 했습니다. 1980년대 그의 말이 현실로 되였습니다. 한 세대가 끝나면 조선에서도 그러한 일이···》

《망상입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전에 야조브는 대답했다.

《내가 알기에는 당신들이 문제시하고있는 안변청년발전소를 건설한것은 10대, 20대의 조선의 젊은 군인들입니다. 그들속에는 당신들이 전률한 경비함영웅의 아들도 있습니다. 한해전에 분계선을 침범한 미군직승기를 단방에 요정낸 군인도 아직 20살도 못되는 애젊은 군인이였고 조선의 자폭영웅 길영조도 창창한 미래를 가지고있던 군인이였습니다. 조선에서 혁명의 대는 꿋꿋이 이어지고있습니다! 그것은 절대로 끊어지지 않습니다! 쏘련과 같으리라고 생각했다간 오산입니다.》

《아니요, 아니란 말이요!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고있소. 그것은 북조선에 비할바없이 장하고 무한한 재부에 의해 끊임없이 보충되고있단 말이요!》라고 보브 돌은 거의 발작적으로 웨쳐댔다.

《그러나 어림없는 일이요!》

야조브는 느슨히 미소지으며 비양하듯 미국이 자랑하는 핵과 미싸일, 총대에는 사상의지가 없는데 반하여 자기의 최고사령관과 사회주의조국에 무한히 충실한 조선인민군에는 그것이 있다고 말하고나서 갑자기 보브 돌을 향해 마치 육박하듯 다가가면서 《그들의 총대는 바로 붉은 총대란 말이요!》라고 한마디 냅다 쏘았다.

보브 돌은 《붉은 총대?!》하더니 갑자기 밑둥 잘린 나무처럼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의 뇌졸증이 재발한것이였다.

그러거나말거나 야조브는 한마디 더 하였다.

《그 붉은 총대에 의거한 조선의 선군정치는 그 어떤 대적도 짓부시고 그 어떤 위업도 다 수행할수 있는 만능의 보검이란 말이요!》

보브 돌은 병세때문인지 아니면 야조브의 말에 대한 충격때문인지 얼굴이 백지장이 되여 앉아있었다.

이때 거목의 봇나무정수리에 있던 두개의 마른 잎사귀가운데서 하나가 삭풍에 견디지 못하고 끝내 흩날려 떨어졌다.

마지막 한개의 잎사귀는 석양빛을 받아 봉화처럼 타오르고있었다.

 

×

 

또다시 새해가 밝았다.

20세기 마지막해였다.

21세기, 새 천년기를 맞이하는 인류는 아직 옹근 1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행사를 준비하느라고 법석이였으며 수천만 사람들이 그날에 무엇을 할것인가를 흥분에 떠서 궁리하고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남태평양상의 한 이름없는 섬을 찾기로 하고 려권을 마련하고 비행기표를 구입했다.

그 섬이 천문학상 21세기의 태양을 제일 처음으로 볼수 있는 곳이기때문이였다.

누구의 관심속에도 없었고 어느 나라 지경인지도 불명확한 그 섬에 관광려관이 일떠서고 비행장이 개설되였으며 여러 나라 관광회사들이 비집고앉아 손님맞이준비로 들끓고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진보적인류의 마음은 조선으로 쏠리고있었으니 이 땅우에 21세기 인류의 태양이 솟아 사회주의의 앞길을 휘항히 밝혀주고있기때문이였다.

미국의 이름없는 정치학교수 부쳐는 사회주의는 조산아이다, 100년후에 출생했더라면 살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썼다.

사회주의의 붕괴는 불가피하다는것이였다.

허나 조선은 사회주의의 필승불패의 보루로 굳건히 서있다.

총검을 들고 사회주의를 수호했으며 세기를 주름잡아놓으신 김정일동지, 영광을 알았도다 21세기태양을 맞이한 조선이여!

새해의 첫눈이 내린다.

백설의 대지에 선군령도의 자국이 또다시 찍혀진다.

로고에 찬 그 길이 언제면 끝날지··· 인민의 마음이 눈물에 젖는다.

어데선가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불밝은 이 저녁 집집마다

행복의 웃음 넘쳐나니

이 밤도 전선길 걷고계실

장군님 생각 간절해라

온 나라 가정의 행복을 지켜

사랑의 요람 지켜

아버지는 아버지는 전선에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