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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은 가없이 높고 푸르렀다. 한달에 40일간 비가 내린다고 하던 이해 여름의 장마구름은 어디론가 가뭇없이 사라지고 흩어진 쪼각구름조차 한점없는 청청하늘이였다.

그 하늘밑으로 뻗은 도로의 량쪽 길섶에는 산뜻한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한들거렸다. 그뒤의 산비탈에는 또한 울긋불긋한 단풍··· 어데를 둘러보아도 마음이 즐거워지는 계절이였다.

수백대의 대렬차들이 달리고있었다. 차들마다에는 훈장과 메달이 번쩍이는 가슴들을 쭉 내민 군인들이 가득가득 타고있었다. 수도 평양으로 《입성》하는 《개선장군》들이였다.

세계가 들끓었다. 안변청년발전소(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새롭게 명명해주시였다.) 1계단준공식이 진행된것이다. 일본의 교도통신, NHK방송, 중국의 신화, 로씨야의 이따르ㅡ따스에 이어 프랑스, 영국, 도이췰란드, 카나다, 체스꼬, 슬로벤스꼬, 메히꼬, 인디아, 알제리, 파키스탄, 수리아, 에짚트, 뉴질랜드, 스웨리예, 남조선의 그리스도교방송, 문화방송···세계의 모든 신문, 통신, 방송이 일제히 떠들어대는 가운데 미국의 CNN텔레비죤은 며칠전 안변에서 진행된 준공식소식을 화면에 비치면서 《안변땅에 타오른 제2의 보천보의 홰불》이라고 평하였다. 그렇다, 김정일동지께서 예견하신대로 이 땅에 90년대의 《보천보의 홰불》이 타올랐다. 조선은 죽지 않았다, 조선은 살아있다, 조선은 사회주의를 버리지 않았으며 결코 버리지 않을것이다. 그것은 실로 장엄한 선포였다. 경악과 공포, 불안과 절망, 열띤 론쟁, 연설, 성명, 지지자, 동정자들의 성원, 무수한 전문들··· 이러한 속에서 우리 나라 사회주의의 《종말》에 대한 일정표를 짜놓고 그것을 강경고압로선의 표대로 쳐들고있던 미국의 보브 돌에 대한 선거자들의 지지률은 대통령선거가 눈앞에 박두한 때에 와서 여지없이 폭락하였다.

조선은 승리하였다. 야조브원수는 모스크바에서 신문《빠뜨리오뜨》에 낸 기사에 다음과 같이 썼다.

《안변땅에서의 승리는 제2차대전에서 붉은군대의 꾸르스크의 승리와 맞먹는다. 이제 평양의 하늘에 축포가 오를것이다. 조선인민군장병들은 〈개선장군〉으로 수도에 입성할것이다.》

그러나 자기들의 위훈이 세계적의의를 가지는것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군인건설자들의 심정은 극히 소박하였다. 평양으로 가면서 그들이 눈앞에 그려본것은 그리운 부모형제들과의 상봉, 사랑하는 학우들과 선생님들과 나누게 될 회포, 정다운 모교와 다정한 고향집창가에 다시 서게 될 기쁨,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을 마주하게 될 즐거움, 따끈한 아래목에서의 단잠 그리고 극장과 영화관으로 달려가는것 등이였다. 그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내고 위훈으로 빛내이는 사회주의는 그들의 소박한 신념과 생활속에 있는것이였다.

 

전호속의 나의 노래 고향으로 울려가라

조국땅을 보위하려 총을 멘지 삼년석달

적탄알이 비발치는 격렬한 싸움에도

공세우라 하신 말씀 명심하여 싸웠네

공세우라 하신 말씀 명심하여 싸웠노라

 

자동차들마다에서 노래소리가 진동하였다.

마식령을 꿰지른 무지개동굴을 빠져나오자 시작된 그 노래소리는 평양준평원에 들어서면서 더욱 우렁차게 열정적으로 누리를 들었다놓았다.

상등병 김남철(그는 상등병이 되였다.)이도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그의 앞가슴에는 금별메달이 빛났다. 아버지의 버림을 받고 떠나왔던 그 길로 영웅이 되여 돌아가고있었다. 그의 소원은 아버지를 만나는것이였다. 아버지의 용서를 받고 떳떳하게 자기 집으로 들어서는것이였다. 치욕을 들쓰고 정신없이 뛰여내렸던 아빠트의 계단을 가슴을 펴고 자랑스럽게 올라가는것이였다. 그리고 사랑하는 어머니의 품에도 안기리라. 아, 그 이상 더 큰 기쁨이 어데 있으랴.

멀리 주체사상탑의 붉은 봉화가 바라보였다.

이제 얼마 안있으면 평양거리에 들어설것이였다.

그 순간 김남철은 갑자기 이상한 향수에 마음이 젖어들었다.

그것이 어데서, 무엇때문에 오는것이였던가?

그것도 이 기쁜 날에? 길가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두손을 흔들어 축복해주고 길가의 들꽃들도 승리자에 대한 축복으로 설레이는 이 행복한 순간에?

이무렵 《경비함사건》에 대한 소문이 한입, 두입건너 파다하게 퍼졌다.

그 소문이 남철의 귀에 들어온것은 평양출발을 앞두고 잠 못들던 지난 밤이였다.

중대의 소식통인 평양내기 상등병이 그의 귀에 대고 한 말은 동해앞바다에서 우리 경비함이 적과 조우했을 때 전체 성원들이 자폭했다는것이였다.

남철은 흥분했다.

자폭이야말로 병사로서 그가 꿈꾸어온 최후의 장식이였고 리상이였다. 거기에는 병사의 신념과 의지, 본분과 의무, 맹세와 열정, 영예와 영광이 있는것이였다. 그는 상등병과 이마를 맞대고 밤새 소곤거렸다.

그 자폭용사들은 어떤 사람들이였을가? 그들의 이름과 나이는? 고향과 부모들은? 그는 그저 자폭용사들에게 깊이 감동되여있었고 너무도 크게 흥분해있었던것이다. 그리고 이제 곧 아버지를 만나게 되리라는 꿈같은 기쁨에 휩싸여있을뿐이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갈마드는 향수는 무엇때문인가?···

꿈같은 며칠이 흘렀다.

남철이네들은 수십만 수도시민들의 연도환영을 받았고 만수대언덕에 올라 어버이수령님 동상에 인사를 올리였으며 금수산기념궁전을 참관하였다.

그리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를 모시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남철은 기념촬영장에 나오신 김정일동지께 군인건설자들을 대표하여 꽃다발을 드리였다. 오늘 오후에는 수도의 이름있는 각들과 식당들에서 최고사령관동지의 명의로 차린 연회에 참가하기로 되여있었다.

사회주의수도는 그들에게 해줄수 있는 모든것을 다해주었다.

남철은 영광과 감격의 선풍에 휩싸여있었다.

오후 6시 남철이가 자기네 중대가 가기로 된 시내의 어느 식당으로 떠나려고 대렬에 들어서려는데 눈에 익은 승용차가 숙소의 뜨락에 들어섰다.

승용차에서는 정치위원 리완수가 내렸다. 그는 대렬을 세우고있는 중대장에게 한두마디 무어라고 하더니 남철을 불러냈다.

남철은 영문을 모르고 리완수의 차에 올라탔다.

그는 의혹과 기대, 긴장감으로 하여 자기가 어느 거리를 지나왔는지 몰랐다.

차에서 내리니 장령의 군사칭호가 한급 더 올라간 심철범상장이 기다리고있었다. 그의 새 령장이 석양에 금빛으로 번쩍했다.

남철은 리완수와 함께 오면서 그의 표정에서 무엇인가 읽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리완수는 앞좌석에 꼿꼿이 앉은채 한번 뒤돌아보지도 않았고 말도 걸지 않았다.

차에 오른 첫 순간에 어디 아픈데가 없는가고 물었을뿐이다.

리완수가 심철범앞에 서서 거수경례를 하고 도착보고를 하자 장령은 그의 뒤에 선 남철을 한번 유심히 바라보더니 아무 말없이 돌아서 현관안으로 들어가는것이였다.

남철은 병사에 지나지 않은 자기를 데리러온것이 정치위원이고 보면 틀림없이 심철범상장이 불렀으리라고 짐작했다.

석비레모래를 발견했을 때와 궐기모임때 몇번 정치위원이 와서 심철범앞으로 그를 불러간적이 있었던것이다.

그럴 때면 장령은 앉은 자리에서 그들을 맞이하군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장령자신이 현관까지 나와 그들을 맞이했고 어디론가 안내하고있다.

어디로 가는가?

심철범을 따라 그들이 들어간 방은 어느 한 연회장의 휴계실이였다.

방은 크지 않았으나 우아했다.

쏘파와 앞탁, 차대들이 규모있게 놓여있었고 산수화가 한쪽벽을 차지했다.

그러나 남철은 그런것에는 별로 주의를 돌리지 않고 두 상급의 표정만을 번갈아 살피였다.

그들과 함께 류다른 장소에 있게 된것이 병사인 그로서는 도무지 리해할수 없는 일이였다.

방에는 그들 세사람뿐이였다.

남철이를 가운데 놓고 두 상급이 량옆에 앉았다.

누구도 말이 없었다.

남철은 리완수쪽으로 더많이 시선을 보냈다.

심철범보다는 그가 더 가까운 상급이였으므로 그에게서 무언가 알아내고싶었던것이다.

남철의 시선을 받은 리완수도 남철이를 데리고 몇시까지 이곳으로 오라는 장령의 지시를 받았을뿐 더 아는것이 없었다.

그가 아는것이 있다면 이제 여기서 시내의 각들과 식당들에서와 거의 같은 시각에 당과 국가의 간부들과 고위장령들의 참가하에 안변청년발전소 1계단준공을 경축하는 연회가 있다는 사실뿐이였다.

이 연회에는 관리국적으로 심철범외에 그와 전호진 두사람이 참가하게 되여있다.

지금 그의 앞주머니에는 초대장이 들어있었다.

리완수는 남철이 못지 않게 궁금하여 그의 어깨너머로 심철범장령의 표정을 힐끗 살피군 했다.

심철범은 묵묵히 상념에 잠겨있는듯 했다.

표정은 별로 엄숙하고도 숙연해보였다.

그는 차대우에 놓여있는 담배갑을 집어 앞뒤로 굴리고있었다.

미구에 담배 한대를 뽑아 탐스럽게 냄새를 들이키더니 도로 갑에 밀어넣은 다음 차대우에 놓았다.

그리고는 손목시계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시간을 기다리고있는것이 분명했다.

시계는 지금 6시 20분을 가리키고있다.

이윽고 몸을 움씰하며 무슨 말인가 하려고 이쪽을 돌아보았다.

이날 오전 기념촬영이 끝난 다음 김정일동지께서 그를 따로 부르시였다.

《심철범동무,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여있습니까?》

《예, 오후 6시부터 연회가 있게 되고 그것이 끝난 다음 외출입니다.

모든 병사들이 하루밤 가족, 친척들과 함께 지내게 됩니다.》

《그렇지요?》

그이께서는 확인하듯 반문하고나서 말씀하시였다.

《그래서 말입니다. 내가 김남철이를 만나겠습니다.》

《예?》

심철범은 영문을 몰라 눈을 크게 떴다.

《나는 아까 그 동무로부터 꽃다발을 받는 순간에 그의 아버지를 생각하였습니다.

철범동무도 〈경비함사건〉에 대한 통보를 받았을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심철범은 금시 엄숙한 자세를 지었다.

《그 동문 오늘 밤 아버지가 없는 집으로 가게 될것입니다.

우리가 아직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으니 그는 불안과 의혹속에서 하루밤을 뜬눈으로 보낼수 있습니다.

내가 직접 알려주겠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맡길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고싶지 않습니다.》

《···》

심철범은 그저 뜨거운것을 삼키고있었다.

《우리의 귀중한 병사들이 만나게 될 가족이나 친척들중에서도 무슨 불행이나 변고가 있을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외출을 시키지 않은것만 못할것입니다.

그러니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지휘관이 병사들과 동행하는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다면 슬픔을 같이 나누도록 해야 합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심철범은 그이의 당부에 규정의 요구대로 대답을 올리지 못하고 이렇게 부르짖었다.

친어버이가 되시여 매 병사들의 신상을 돌봐주기 위해 왼심을 쓰시는 그 모습에서 이 며칠간 군인건설자들에게 베풀어지는 꿈과도 같은 환대의 진면모를 비로소 알게 되는듯 하여 가슴이 마냥 달아올랐다.

병사들의 표현대로 한다면 그들은 《대통령급》대우를 받고있었으며 표창소나기에 몸을 적시고있었다.

최고사령관의 전신감사, 안변청년발전소기념메달과 기념주화, 국가수훈과 표창, 선물, 꽃보라, 환호에 환호··· 이 모든것은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직접 발기하고 조직하고 지휘하신것이였다.

군인들을 웃고 울게 한 그 모든 사랑의 세부들에는 그이의 한량없는 관심이 미치고있는것이다.

《남철동무.》

심철범은 드디여 입을 열었다.

이제 곧 김정일동지께서 들어서실것이다.

그이에 앞서 남철에게 무엇인가 말해주어야 하며 마음의 준비를 시켜야 했다.

《옛!》

남철은 상관의 부름소리에 규정대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장령의 류다른 눈길에 흠칫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불의에 덮쳐든 해일처럼 온몸을 휩싸는것을 느꼈다.

《마음을 든든히 가지시오!》

장령의 목소리는 속삭임과도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남철은 금방 몸을 흠칫 떨었으나 그 말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장령이 같은 말을 반복하였다.

《마음을 든든히 가지시오. 알겠소? 남철동무.》

《알았습니다.》

남철의 목소리가 힘차게 울렸다.

아마 그는 장령의 말을 그 어떤 명령으로 받아들인듯 했다.

심철범은 《동무는 이제···》하고 말하려다가 말머리를 돌렸다.

《이제 여기로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오신단 말이요.》

남철은 이 순간 가슴이 터질듯 한 환희를 느꼈다.

바로 그때에 김정일동지께서 들어서시였다.

벌떡 일어선 남철은 그이께 어떻게 인사를 올렸으며 그이의 손에 이끌리여 어떻게 자리에 앉았는지 몰랐다.

그리고 아버지의 희생에 대한 비통한 소식을 들었다.

김정일동지께서 아버지의 최후에 대하여 슬픈 어조로 매우 세세히 말씀하시였다.

남철은 고막이 윙 울리고 가슴이 내려앉는 공허를 느꼈을뿐 이러한 순간에 흔히 있게 되는 비명도 오열도 터뜨리지 않았다.

바다에는 무서운 풍랑이 일고있으나 자신은 방파제뒤에 앉아있는듯 한 느낌이였다.

번개, 우뢰, 파도··· 분명 천지는 진동하고있으나 그의 마음은 이상스레 평온하였다.

김정일동지의 슬픈 어조가, 그이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남철의 슬픔을 대신해주었는가.

그렇다.

지금 남철의 바로 곁에는 눈물이 가장 많으신분이 앉아계시였다.

전사들의 희생에 대하여 가장 가슴아파하시는분이, 그 일때문에 근 100일째 남모르게 밤잠을 못이루시는분이, 그러면서도 유가족들의 슬픔을 막아주기 위해 누구보다 마음쓰시는 가장 위대한분이 앉아계시였다.

《고맙소, 고맙소.···》

그이께서는 남철이가 슬픔을 참고 견디자 팔걸이너머로 그의 손을 당겨쥐고 한참 쓸어주시였다.

이윽고 대동하고 들어오신 고위장령들을 둘러보시며 갈리신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나는 군인건설자들을 평양에서 맞이하고보니 희생된 경비함영웅들 생각이 더 납니다.

단 한명이라도 살아온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전당이, 전체 인민이 그들을 안아줄것입니다.

나는 오전에 기념사진을 찍으면서도 속으로 울었습니다.

그들도 우리가 만나주면 얼마나 좋겠는가고 생각하니 슬픔을 금할수 없었습니다.

지금 온 수도가 떨쳐나서 건설의 영웅들을 환영해주고있는데 거기에는 적구에서 돌아오지 못한 그들에 대한 우리의 심정이 놓여있습니다!》

그이께서는 다시 남철에게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남철동무, 동무는 아버지가 받아야 할 환영도 받고있는셈이요.

나는 지금 동무의 아버지를 만난 심정이요.

어디 봅시다. 이리 가까이 오라구!》

남철은 갑자기 불뭉치를 삼킨것처럼 가슴이 확 달아올랐다.

눈굽이 뜨끔해지며 금시 눈물이 쏟아질것만 같았다.

아버지의 비보를 들은 순간에도 참아냈던 그 눈물이 참을수 없이 쏟아지려 했다.

이때 심철범이 일어나서 굳어진듯 앉아있는 그를 일으켜세워 김정일동지의 앞에 내세워주었다.

그의 눈굽도 축축히 젖은듯 했다.

그는 군인건설자들에 대한 수도의 환대가 왜 그처럼 성대하고 열렬한가를 새삼스럽게 느끼며 남철의 등뒤에서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방안에는 수도의 거리에 넘치는 환영의 열풍이 그대로 옮겨진듯 뜨거운 분위기가 흐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쏘파에서 몸을 일으켜 남철을 껴안을듯 하고 그의 금별메달이며 훈장들을 하나하나 만져보고계시였다.

(김동환동무가 최후의 순간에 무엇을 생각했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렇게 자문하며 그 답변을 찾듯 남철이를 품에서 놓고 방 한가운데로 나서서 허공으로 시선을 던지시였다.

이윽고 누구에게라없이 혼자소리로 말씀하시였다.

《나는 그의 최후에 대한 록화자료들을 보았소.

그것은 몇순간이였소. 그는 이 짧은 순간에 병사의 제식동작처럼 행동했소. 필림을 봐서는 그의 표정도 생각도 결의도··· 념원도 알수 없었소. 그러나 조국과 인민, 사랑하는 모든것과 리별하면서 목석처럼 그저 떠나갔겠는가. 그는 최후에 무엇을 생각했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또다시 자문하시면서 이번에는 좌중을 둘러보시였다.

그이의 눈길에는 뜨거운 열망이 깃들어있었다.

장령들은 묵묵히 그이의 말씀을 기다릴뿐이였다.

《나는 줄곧 그것을 생각했소. 그의 희생이 애석하면 할수록 못견디게 그의 마지막생각을 알고싶었소. 하지만 록화필림을 몇번이고 곱씹어봐도 거기에는 그 어떤 시사도 없었소!》

그이께서는 별안간 말씀을 끊고 남철이를 방 한가운데로 이끌어내더니 그의 손을 잡아 허공중에 쳐드시였다.

그리고 열정적인 어조로 단언하듯 계속하시였다.

《그러나 나는 알수 있소.

알구말구. 그는 최후의 순간에 아들을, 그가 참다운 군인정신의 체현자가 되기를 희망했을거요. 영웅이 되기를 바랐을거란 말이요!》

그이께서는 공중에 쳐드시였던 남철의 손을 놓고 그의 주위를 천천히 거니시며 침착한 어조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남철은 여직 울음을 삼키며 그이께서 거니시는데 따라 시선을 보내고있었다.

《나는 그것을 믿어의심치 않소. 군인정신이야말로 참다운 시대정신이며 당이, 최고사령관이 바라는것이기때문이요.

그것은 어버이수령님의 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정신이요.

그는 아들이 그 정신으로 살기를 바랐소.

그렇소. 나는 그렇게 생각하오.

나는 그의 마음을 아직도 잊지 않고있소.

그는 시대가 바라는 곳에, 우리가 바라는 곳에 최후의 소원을 두었을거요. 그건 틀림없소!

동환이··· 그가 누구라구···》

그이의 목소리가 떠듬거리더니 뚝 멎었다.

남철은 말씀을 끊고 새하얀 손수건으로 눈굽을 누르고계시는 그이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귀전에 회오리가 이는듯 하더니 아버지가 지은 노래구절이 빠르게 틀어놓은 록음기에서처럼 획획 지나갔다.

그 순간 《아버지!》하고 부르짖으며 무너지듯 주저앉아 참아오던 눈물을 쏟고야말았다.

그것이 너무도 갑작스럽고 세찬것이여서 장령들은 어쩔줄 몰라했다.

심철범과 리완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기까지 했다.

《놔두시오!》

김정일동지께서 조용히 이르시며 그의 슬픔, 그의 울음을 지켜주기라도 하시려는듯 곁에 다가가 서시였다.

《실컷 울게 놔둡시다.》

그이께서는 병사의 오르내리는 어깨에 시선을 주신채 오래도록 서계시였다.

이때 심철범은 또다시 눈굽이 젖어들었다.

남철에게 아버지의 비보를 직접 알려주시겠다고 하신 김정일동지의 심정이 리해되였다.

상등병 김남철, 울지 말아, 너의 뒤에는 더 큰 아버지, 가장 위대하고 가장 자애로운 인간이 서계신다.

너는 벌써 그 품속에서 시대의 영웅이 되지 않았느냐. 너의 금별은 영원히 빛나리라.···

《자, 그만하라구! 남철이···》

김정일동지의 목소리에 심철범은 생각에서 깨여났다.

그이께서 남철이를 일으켜세워 자신의 눈에 대였던 그 손수건으로 그의 눈물을 닦아주고계시였다.

남철이는 어찌된 일인지 어려움도 잊고 눈물로 즐벅해진 얼굴을 그이께 내맡기고있었다.

《내가 이제부터 남철의 아버지요. 친아버지ㅡ》

그이의 갈리였으나 다정하신 음성.

《아버지ㅡ》

남철의 열띤 부르짖음.

전사와 최고사령관의 포옹, 혈육의 포옹이 오래도록 계속되였다.

그다음 최고사령관과 전사사이에는 이런 대화가 오갔다.

《무얼 제기할게 없느냐?》

《없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아버지로서 묻는거다.》

《없습니다, 아버지.》

《왜 없겠느냐? 아버지라면서.》

《희생된 우리 중대장동지에게도 아들이 있습니다.···》

《음, 네 심정을 알만하다.

그 애의 친아버지로 돼달란 말이지. 암 그렇구말구.》

김정일동지께서 마치 남철의 얼굴을 처음 보기라도 하듯 찬찬히 들여다보신다.

그는 어떤 병사인가?

남철이, 남철이···

순간 그에게서 자신을 보는듯 하시였다.

오늘의 승리가 아무리 크고 소중해도 그 승리를 위해 희생된 전사들을 잊지 못하시는 그이이시다.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허리띠를 조이고있는 인민들때문에 노상 마음을 쓰시는 그이이시였다.

그이께서는 록화자료를 보던 때를 상기하시였다.

물길굴에서 희생된 전사들의 넋앞에 걸음을 멈추던 일을 다시 돌이켜보시였다.

그들이 남긴 안해와 아이들, 아버지와 어머니들의 상실을 무엇으로 메꾸어주어야 했던가.···

지금 남철이도 그것을 생각하고있다.

그이께서는 그러한 남철이가 끝없이 고맙고 대견하시였다.

그이의 눈빛이 핑끗 하고 빛났다.

그이께서는 시선을 돌리여 장령들을 바라보시였다.

《보시오. 우리의 병사들이 어떤 병사들인가.

그들은 의리를 귀중히 여길줄 아는 병사들이란 말입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그이께서는 장령들앞으로 한발 나서시였다.

그러나 시선은 그들의 등뒤 벽화의 아늑한 산발에 가있었다.

조국의 천리방선을 지켜선 병사들, 자신과 사상과 의지, 감정과 호흡을 함께 하고있는 끝없이 미더웁고 자랑스러운 수십만 초병들을 생각하시는가.

이번에는 뢰성과 같은 음성이 터졌다.

《우리와 사상과 감정을 같이 하고있는 우리 군대를 이길 힘은 이 세상에 없소.

적들이 무엇을 모르는가. 우리 군대에 김정일이 하나가 아니라 수천, 수만이 있다는것을 모르고있소.

천만의 김정일이 있다는것을! 하하하!》

김정일동지께서는 크게 웃으시였다.

통쾌하고 호걸스러운 웃음이시였다.

장령들은 저도 모르게 일어서서 일제히 박수를 쳤다.

여기에 모인 장령들치고 김남철이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모두 김정일장군형의 군인이 되자, 사상도 의지도 풍모도 김정일장군님을 닮자.···

그의 말은 전군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장령들은 김정일동지의 말씀을 들으면서 남철이가 한 말을 상기하였고 사상과 의지, 풍모의 일체가 된 전군을 보았고 깨뜨릴수 없는 수령결사옹위의 결정체를 보았다.

그들은 격동과 환희, 무적의 힘을 온몸에 느끼며 오래도록 박수를 쳤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 남철에게로 시선을 보내시였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과 의지가 낳은 또 하나의 산아를 다시금 보시였다.

그렇다.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였다.

남철은 동환이를 꼭 닮았다.

미중앙정보국이 조선의 《종말》을 예측하면서 그 원인의 하나로 든것이 《김정일령도자가 김일성주석이 가질수 있었던 핵심팀을 더는 가질수 없을것》이라고 한것이였다.

놈들은 오산했다.

오진우, 최광, 김동환, 김철종··· 그들은 갔어도 후대는 굳건히 이어지고있다.

충실성의 전통은 무성하는 숲처럼 빛나게 계승되고있다.

조선혁명의 첫 기슭에서 떠나간 오중흡의 수령결사옹위정신은 전군의 모든 련대들에 이어지고있다.

그리하여 우리 인민군대는 수령결사옹위정신의 결정체로 되였다.

이 힘을 이길자는 이 세상에 더는 없을것이다.

장령들의 박수가 끝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남철의 손을 잡고 말씀하시였다.

《남철동무, 이제 우리는 아버지의 시신을 찾아오자고 하오.

적들은 우리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수 없을거요.

그렇소.

그들은 우리를 당하지 못할것이요.

우리는 이미 판문점대표부를 통해서 만일 우리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무자비하게 보복할것이라는것을 통고했소.

지금 그들은 우리의 의지를 가늠해보면서 시간을 끌고있지만 우리의 영웅들은 반드시 돌아올것이요!

몸은 죽었지만 그들의 혁명정신은 우리 군대의 대오속에 영원히 살아있을거요!

그러니 저녁에 집으로 가면 어머니를 잘 위로해드리시오.》

남철은 말없이 구두뒤축을 딱 소리가 나게 모아붙이며 바지혼솔에 두손을 가져다대였다.

그 동작이 어찌나 탄력이 있었던지 수만마디의 대답소리보다 더 힘있고 믿음직하게 보였다.

《자, 연회장으로 나갑시다.

우리 영웅들의 넋을 위하여, 그들의 영생을 바라며 잔을 듭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장령들을 향하여 이렇게 말씀하시며 문쪽으로 힘있게 걸음을 떼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