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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철은 한식경이 지나서 정신을 차렸다.

처음에 그에게는 갑자기 어덴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나는 굉음을 들으며 광차밑으로 기여들었던 생각이 떠올랐다.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지금도 무엇인지 또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무너져내리고 쏟아져내리고 하였다. 사람의 신음소리가 들리였다. 그것이 마치 무슨 신호이기라도 한듯이 사방에서 굉음이 다시 일어났다.

남철은 광차밑에 짓눌려있었다. 눈에는 돌가루가 들어가서 뜰수 없었다. 입과 코안에도 돌가루로 가득 찼다. 입을 우무적거리니 돌가루가 으득으득 씹혔다.

남철은 자기는 죽지 않았다는것을 알았다. 다음 순간 동지들이 걱정되였다.

한참 걸려 코구멍과 입안의 돌가루를 뱉아낸 남철은 첫 굉음이 울리던 때 자기앞에서 또 하나의 광차를 밀던 소대장 김학철과 분대장 리광호가 생각나서 소리쳤다.

《소대장동지ㅡ》

대답이 없었다. 금방 사람의 신음소리가 들렸는데 조용했다.

《소대장동지ㅡ 분대장동지ㅡ》

《남철이!》

귀익은 소리가 응답하였다. 그것은 희생된 문학수의 뒤를 이어 분대장이 된 리광호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공간이 아니라 전화기의 수화기에서 들리는것처럼 귀가까이에서 들리였다.

《분대장동지!》

남철은 반가움에 겨워 덤비면서 마주 소리쳤다. 이번엔 응답이 없었다. 남철은 땅바닥에 대고있던 얼굴로 더듬어서 무엇인가를 찾아보았다. 선뜩하는 물체가 느껴졌다. 광차의 레루였다. 그는 거기에 입을 대고 다시 소리쳤다.

《분대장동지!》

《아, 남철동무요?》

레루를 울리며 리광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공간이 밀페된 조건에서 레루가 통신선의 역할을 하고있는것이였다.

《소대장동지는요?》

남철이도 다급히 마주 소리쳤다.

《여기 있소!》

《그렇습니까? 알았습니다!》

남철은 기침을 깇기 시작하였다. 그는 숨이 차서 헉헉 느끼였다.

《앞뒤가 다 막힌것 같소. 레루에 코를 대고있으라구!》

리광호의 목소리였다.

《알았··· 습니다.》

남철은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것을 느끼며 레루에 코를 바싹 대였다. 가슴이 쑥 열리는것 같았다. 그는 비로소 분대장이 어떻게 하고있을가 하고 생각하였다. 자기처럼 광차밑에 들어가있을가? 아니면 바위에 깔려있을가?

《분대장동지!》

그는 갑자기 겁질린 소리를 지르며 가슴에 깔려있는 팔을 뽑아 머리우쪽으로 내뻗쳤다. 그의 손은 아무 저항을 받음이 없이 쑥 뻗어나갔다. 빈 공간이 있는것이 분명했다. 이번엔 배밀이로 앞으로 전진했다. 한치쯤 움직였다고 생각될 때 바위부스레기가 담벽처럼 막혀있다는것이 손에 느껴졌다.

(그러니)하고 남철은 생각했다. (버럭이 광차뒤와 좌우공간에 꽉 차있구나!)

《분대장동지, 어떻게 하고있습니까?》

남철은 여전히 겁질린 소리로 다시 웨쳤다.

《떠들지 말라구. 그러면 공기소모량이 많아진단 말이요. 우린 공기를 아껴야 하오. 남철동무, 내 걱정은 마오. 난 일없소. 내 이제 동무한테로 가겠소. 그런데 이놈의 팔이 말을 안듣거던.···》

분대장도 무엇에 깔려있겠는데 오긴 어떻게 온단 말인가? 남철은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그자신은 분대장에게로 다가가려고 몸을 움직여보았다. 그러나 더 이상 움직여지지 않았다. 손앞에는 여전히 바위부스레기담벽이 막혀있고 뒤에서 다리를 무엇인가 잡아당기고있었다. 그것이 무엇일가 생각하던 남철은 자기 발이 광차의 받침대밖에 놓여있고 철로 된 받침대가 발을 꽉 잡고있다는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앞쪽의 광차받침대가 자기의 머리를 통과시키지 않고있다는것도 알았다. 생각해보면 자기가 붕락이 있던 순간에 광차밑의 좁은 짬으로 어떻게 몸을 피했는지 모를 일이였다.

《조금만 기다리라구.》

리광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우린 지금 아주 가까이에 있소. 붕락때 폭풍이 광차를 밀어놓았단 말이요.》

《분대장동지도 광차밑에 있습니까?》

남철이가 반가움에 겨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소.》

《소대장동지도 함께 있습니까?》

남철이가 다시 물었다.

《아니, 나는 지금 그의 손을 쥐고있을뿐이요. 붕락때 그는 광차밑으로 들어오지 못하였소. 그러나 일없소. 가동발목이 그를 구원해주었소. 지금 소대장동지는 잠이 들었소. 그의 손이 따스하오. 그는 자기는 아무 일도 없다고 말했소. 내가 정신을 잃었다가 깨여나서 그의 걱정을 하고있는데 바위짬을 뚫고 그의 손이 들어왔소. 그리고는 동무를 찾아보라고 명령했소.》

리광호의 목소리가 갑자기 끊어졌다.

김남철은 어찌된 일인지 몰라 긴장하게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와 웅얼웅얼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남철은 분대장이 소대장과 말을 하고있다는것을 느꼈으나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수 없었다.

《남철이.》하고 한참후에 리광호의 목소리가 똑똑히 다시 이어졌다. 《소대장동지가 잠에서 깨여났소. 그는 동무를 찾았다는 나의 보고를 듣고는 빨리 만나보라구 다시 명령했소. 조금만 기다리오.》

남철은 턱으로 얼굴을 고이고 시선을 쳐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눈앞이 캄캄하고 눈뿌리가 아파났다. 그는 자기가 참말 눈을 뜬것이 분명한가싶어 손을 끌어당겨다가 눈을 만져보았다. 눈은 틀림없이 띄여져있었다. 그러자 학교때 지나친 빛도 눈에 나쁘지만 지나친 어둠도 눈을 자극한다고 배웠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분대장쪽은 잠잠했다. 그러자 남철은 눈이 감기는것을 느끼며 두어번 하품을 하였다. 그는 어쩔수없이 얼굴을 떨구고 코를 레루우에 박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그는 리광호의 목소리에 깨여났다.

《남철동무ㅡ》

《예, 여기 있습니다.》

남철이가 잠 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안하오.》

분대장의 목소리가 계속되였다.

《내 잠이 들었댔소.》

《저도 깜박 졸았댔습니다.》

남철이가 말했다.

《그렇소? 그렇단 말이지··· 그러나 깜박이 아니라 우린 한주야를 잤소. 스물네시간!》

《예?!》

《소대장동지의 야광시계는 정확하오.》

분대장이 말했다.

《우린 지금 질식상태에 있단 말이요. 산소부족이요. 눈을 감으면 잔단 말이요. 우린 지금 3주야째요. 영영 잠들어버릴수 있단 말이요. 그러니 더 자지 말라구.》

《예, 알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남철은 연거퍼 하품을 하였다.

《조금만 기다리라구.》하는 리광호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왔다.

《내 이제야 몸을 돌렸소!》

첫 붕락이 있었을 때 리광호의 몸은 광차밑에 모로 박혀있었다. 그의 머리가 마침 레루우에 놓여있었고 오른쪽팔이 레루와 평행으로 광차의 앞쪽으로 향해있었다. 광차우에 동발목이 덧놓이면서 요행 그밑에서 목숨을 건진 소대장 김학철이 간난신고끝에 그의 오른손을 찾아쥐고 남철이를 찾아보라고 명령하였을 때 그는 그것을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남철이쪽으로 몸을 돌릴수가 없었기때문이였다. 몸이 모로 놓인데다가 그의 두다리가 광차밖의 바위부스레기에 깔려있었다. 다리를 뽑지 않고는 몸을 돌릴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다리근육에 기압을 넣듯이 힘을 주는 방법으로 짓누르는 바위부스레기의 압력을 밀어던지며 조금씩 짬을 냈다. 3주야동안의 간난신고끝에 드디여 다리를 뽑을수 있었다. 그는 기뻤다.

리광호는 광차밑에서 몸을 가로눕히고 (물론 그 일도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리를 뽑아내는데 비하면 식은죽먹기였다.) 주먹을 바위부스레기에 틀어박고 비틀면서 앞으로 내밀었다.

남철이가 그의 손을 잡았을 때 그것은 손이 아니라 피범벅이였다.

《분대장동지!》

남철은 오열을 터뜨렸다.

《남철동무!》

리광호는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붕락에 묻힌 두 군인의 기적적인 상봉이였다.

그러나 그들의 기쁨은 오래 가지 못하였다. 산소부족이 그들을 괴롭혔다. 남철은 정신이 가물거리는 속에서 심한 갈증을 느끼였다. 그의 온몸은 식은땀으로 화락하니 젖었다. 식은땀이 날수록 갈증은 더욱 심해졌다.

《조금만 참고 견디라구! 동무들이 우리를 잊지 않고있을거요!》

리광호가 말했다.

《나는 일없습니다. 분대장동지는 어디 다치지 않았습니까?》

남철은 갈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벌써 자기 목소리가 남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일없소. 다리가 좀 별나긴 해도···》

이렇게 말하는 리광호의 손이 꼼지락거렸다.

그 손을 쥐고있던 남철은 분대장이 지금 발가락도 그렇게 꼼지락거려볼것이라고 생각했다.

리광호의 두다리는 바위에 치여 뼈가 부서져있었다. 그러나 그는 고통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있었으며 가끔 신음소리를 낼뿐이였다. 한동안 그들은 맞잡은 손으로 말 없는 대화를 나누며 잠자코 있었다.

그들이 붕락에 묻힌 때로부터 사흘이 지나갔다. 리광호가 남철에게 알려준것처럼 소대장의 야광시계는 정확하게 그것을 가리키고있었다.

세 군인중 제일 심하게 상한것은 소대장 김학철이였다. 그는 붕락이 시작될 때 광차우에 가로 놓인 동발사이에 몸을 피하긴 했어도 동발목이 부러지는 바람에 지금 온몸에 거대한 짐을 받고있었다. 그는 반듯이 누워있었다. 부러진 동발목은 그의 배를 누르고있었다. 내장이 눌린 그는 끊임없는 동통속에 있었으며 입으로 피를 토하고있었다. 그는 자주 의식을 잃었으며 그래서 분대장에게 별로 말도 건네지 못하고 손으로 자기가 아무일도 없다는것을 전하고있을뿐이였다.

그는 지금 가물거리는 의식속에서 《똑똑···》하는 가는 소리를 듣고있었다.

그 소리는 몇초간격으로 들려오고있었다. 붕락에 묻힌 처음 하루이틀사이에 들을수 없었던 그 소리가 무엇일가고 생각하는 김학철의 뇌리에는 문득 《물이다!》하는 생각이 번개쳤다. 그 순간 그는 자기를 괴롭히고있는 고통중에서 가장 큰 고통이 갈증이였다는것을 의식하였다. 그러자 그 갈증은 그를 참을수없이 괴롭혔다. 그는 허공을 향하여 마치 물에 오른 붕어처럼 입을 열었다 다물었다 하였다.

물론 물방울이 그의 입에 떨어질리는 만무하였다. 《물, 물···》하고 그는 정신없이 중얼거렸다. 바위짬에서 떨어지는 석수가 자기의 오른손(왼손은 리광호의 손을 잡고있었다.) 바닥을 적시고있다는것을 느낀것은 퍼그나 시간이 지나서였다. 처음에 그는 손에 즐벅한것이 상처에서 나는 피인줄 알았다가 그것을 입에 가져다대보고는 물이라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정신없이 혀바닥으로 손의 수분을 핥았다.

그것만으로도 살것 같았다. 그는 다시 손을 본래의 위치에 가져다놓고 손바닥을 오무려 물방울을 받기 시작했다. 물방울은 몇초간격으로 정확히 떨어지고있었다.

그것은 말그대로 생명수였다. 순간 그는 대원들의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는 벌써 자기의 갈증에 대해서는 잊었다. 손바가지에 물이 차는 동안 그는 어떻게 하면 리광호며 김남철에게 그 물을 먹일수 있겠는가를 생각하였다. 그의 생각은 자기가 베고있는 광차의 레루에 미쳤다. 마침 레루는 붕락시에 비틀리우면서 모로 놓여있었다. 모로 놓인 레루는 훌륭한 도랑이 될수 있었다. 머리의 감각으로 그것을 느낀 김학철은 기뻤다. 물이 손바가지에 다 차자 레루의 《도랑》에 쏟았다. 그는 그러기를 실히 몇시간은 반복하였다.

그는 손으로 《도랑》을 만져보고나서 물이 자기의 머리밑을 지나 왼손밑으로 뻗은 레루를 적시고있다는것을 알았다. 그는 지칠줄 모르고 물을 받았으며 그것을 레루 《도랑》에 쏟았다.

《분대장동무, 물이요!》

드디여 그는 목을 돌려 레루에 입을 가까이 대고 웨쳤다. 그러나 갈증에 타고 맥이 진한 그의 목소리는 철편을 울릴수가 없었다.

그는 안타까운 나머지 리광호의 손을 쥐였다 놓았다 하였다.

한편 리광호는 소대장의 손움직임을 그 어떤 신호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그것이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자 정신을 도사렸고 《모르스기호》라는것을 알았다.

《물! 물!》

소대장은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있었다.

《소대장동지, 무슨 물입니까?》

리광호가 레루에 대고 반문하였다.

그러자 소대장은 그의 손을 한동안 으스러지게 틀어쥐고있었다. 반갑다는 뜻이였다. 그다음 다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 신호를 해득한 리광호는 소대장의 손을 놓고 레루《도랑》을 만져보았다. 과연 수분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입을 바투 대고 혀로 도랑을 핥았다. 얼마간의 수분이 그의 목구멍을 적시였다. 그는 기쁜김에 소대장의 손을 덥석 잡고 《모르스기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소대장동지, 고맙습니다. ···》

소대장의 손에서 신호가 다시 왔다.

《명령··· 물을··· 마실것! 물은 계속 흘러갈것임!》

그 신호를 해득하던 리광호는 《명령》이라는 두마디에 그 어떤 의미가 있다는것을 의식하였다. 거의 수분에 지나지 않는 물이 레루《도랑》을 타고 자기에게로 흘러오기까지에는 소대장의 그 어떤 헌신이 깔려있는것이 아니겠는가?

《나의 명령을 남철동무에게도 전달할것!》

김학철소대장은 계속 신호를 보내오고있었다.

명령, 그렇다! 소대장은 물을 마실것을 명령하고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그가 우리들이 물을 마시지 않을가봐 우려하고있다는것을 의미한다.

무엇때문에 우려하겠는가? 리광호는 짐작하였다. 소대장은 지금 자신은 갈증을 참으면서 그 물을 우리에게 보내고있다. 물원천이 어데 있는지 몰라도 그것은 매우 적은 량일것이였다. 레루를 타고 흘러온 물량이 그것을 증명해주고있지 않는가!

소대장은 계속 신호를 보내오고있었다.

《알았는가? 나의 명령을 복창하라!》

《알았다!》

리광호는 떨리는 손으로 답신을 보내기 시작했다.

《명령, 물을 마실것! 물은 계속 흘러올것임!》

그러면서도 리광호는 자기가 그 명령을 지키지 못하리라는것을 의식하였다. 그 순간 그는 남철이를 생각하였던것이다. 아니 벌써 소대장이 자기에게 명령했듯이 그에게 명령하였다.

그는 오른손으로 소대장에게 복창신호를 보내면서 왼손으로 쥐고있던 남철의 손에 같은 신호를 보냈다.

남철은 자기가 코를 대고있는 레루의 홈채기에서 습기냄새를 느끼였다. 남철은 버럭에 짓눌린 한팔을 뽑아서 레루홈채기를 손으로 더듬었다. 분명 물이 느껴졌다. 그것은 이미 습기가 아니라 실오리같이 가늘긴 해도 하나의 물줄기였다.

갈증에 허덕이던 그는 홈채기에 입을 박고 물을 몇모금 빨아들일수 있었다. 그 물은 삽시에 온몸을 적시는듯 정신이 들고 몸에 새로운 기운을 몰아왔다.

다음순간 그는 자기의 실책을 깨달았다.

《분대장동지.》하고 그는 미안쩍은 목소리로 레루에 대고 말했다.

《물을 마셨습니까?》

《물론!》

리광호의 손이 《모르스기호》로 대답했다. 그러나 남철은 생명수와도 같은 그 물을 두 지휘관이 먼저 마셨을리 없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남철은 항변하듯 웨쳤다.

《저는 마시지 않겠습니다! 거기서들 마시기전엔.》

《명령이요! 남철동무.》

《명령이라구요?》

남철이가 되뇌였다.

《그렇소. 명령이요!》

리광호가 단호히 응답했다.

그러나 남철은 레루《도랑》에서 입을 떼고 돌가루로 짐작되는 부실부실한 물체를 한옹큼 모은 다음 그것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막았다. 물이 일정한 정도로 고이면 지휘관들쪽으로 되돌아 흘러갈것이였다.

그의 의도를 알아챈듯 저쪽에서 리광호가 손신호가 아니라 말로 웨치였다.

《남철이, 명령을 집행하고있는가? 대답하라. 대답하라!》

《집행하고있다!》

남철은 목이 메였다.

《분대장동지··· 저는 마시고있습니다. 거기서도 마시십시오. 이제 물이 흘러갈것입니다.》

그 말을 믿지 못하고있는듯 리광호가 이번엔 손신호로 다시 요구했다.

《이건 명령이다! 집행하라! 집행하라!》

그러나 남철은 이미 그 신호를 느끼지 못하고있었다. 《명령》이라는 분대장의 거듭되는 요구가 그에게 잊을수 없는 회상을 불러왔던것이다.···

막장에서 항아리만 한 물구멍이 터지고 지하수가 폭포처럼 쏟아져내리기 시작한 순간에 문학수분대장도 《명령이다. 모두 철수하라!》하고 고함을 쳤다. 그는 명령으로 대원들의 등을 떠밀어 수평갱을 빠지게 한 다음 사갱에 올라붙었다.

남철이와 여러명의 군인들이 그의 단호한 명령에 의하여 구원될수 있었다. 그때 남철은 문학수가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리다가 그가 금방 빠져나온 수평갱으로 다시 뛰여가는것을 발견하였다.

남철은 그가 지하수가 터진 반대켠 막장으로 달려가리라는것을 직감하였다. 거기에 한개 소대의 군인들이 지하수가 터진줄 모르고 굴진을 하고있었던것이다.

남철은 비호같이 달려 문학수를 따라잡은 다음 그의 앞을 막아섰다.

《비키오!》

문학수가 소리치며 그를 뿌리쳤다.

《안됩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명령이요. 비키오!》

《안됩니다.》

《명령이라는데!》

《분대장동지!》

남철이가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와하는 사이에 문학수는 그를 와락 밀쳐 쓰러뜨린 다음 강물처럼 출렁이는 지하수를 맞받아 달려갔다.

사갱에 다시 올라붙은 남철이 비통한 심정으로 이미 바다를 이룬 수평갱을 내려다보고있는데 하나 둘 반대편 갱의 군인들이 물속에서 솟아오르듯이 사갱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문학수분대장은 다시 나오지 못했다.

지금 문학수를 생각하는 남철의 눈앞에는 희생된 김철종중대장의 모습도 떠올랐다. 금강산발전소 건설장에서 희생된 그들의 념원과 희망은 무엇이였던가.

남철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만나뵙고 돌아와서 당과 조국과 인민, 최고사령관동지를 위하여 한목숨 바치자고 군인들앞에서 호소하였다.

그 호소는 물론 진심이였고 량심이였으며 뼈에 사무친 교훈이였다. 그러나 희생된 군인들이 그것을 들었다면 무엇이라고 할것인가?

남철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말로가 아니라 실천으로써, 피로써 지하수천척 암반에, 물길굴의 굽이굽이에 붉게 새겨놓았기때문이였다.

그들의 최후의 희망은 과연 무엇이였던가? 그것은 어버이수령님께서 우리 강토에, 우리 수천만인민에게 유산으로 남기신 사회주의와 그 위업의 승리였다. 그리고 최고사령관동지의 제0026호명령이였다.

그들은 그 명령이 사회주의위업의 승리와 관련되여있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지금 남철은 자기가 죽을수 있다는것을 느끼고있었다. 한두방울의 물로 목을 추긴다고 해서 살아남을수는 없는것이였다.

벌써 3주야가 흘러갔다. 그런데도 구원의 손길이 미쳐오지 않는것을 보면 붕락의 크기를 짐작할수 있었다.

붕락이 있기전 그가 속한 대대는 굴진막장에서 붕락구간을 돌파하기 위한 최후의 결사전을 벌리고있었다. 그 구간만 돌파하면 물길굴이 관통되는것이였다.

따라서 그것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제0026호 명령관철에서 마지막돌파구를 열기 위한 전투였다.

전호진과 리완수 등 관리국의 책임일군들이 현장지휘를 하고있었으며 정치일군돌격대, 가족지원대, 예술선전대 등 힘있는 력량이 대대군인들과 함께 전투에 참가하고있었다.

그것은 말그대로 백병전이였으며 분초를 다투는 전격전이였다.

남철은 막장에서 퍼담은 버럭을 싣고 사갱을 100m쯤 달리다가 붕락을 만났다. 앞뒤가 꽉 막힌것을 보면 붕락이 사갱을 막아버린것이 분명하였다. 이것은 굴진막장의 한개 대대력량이 외부와 완전차단되였다는것을 의미하였다. 작업이 중단되였을것은 물론 수백명의 군인들이 생명의 위험을 당하고있을것이였다. 남철은 죽음 그자체는 무섭지 않았다. 그의 뇌리를 꽉 채운것은 최후의 돌격전이 정지됐다는것, 그것으로 하여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집행이 좌절되게 되였다는 그 사실이였다.

그는 하루 한순간도 희생된 전우들을 잊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그들의 넋을 몸에 지니고있었다. 63㎏의 자기의 체중에 그들의 체중을 합치고있었으며 그들의 사상과 의지, 사회주의조국에 대한 사명감을 자기의 정신에 체현하고있었다. 그렇기때문에 자기가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관철하지 못하고 도중에 죽는다는것은 자기육신의 한 부분으로 되고있는 그들을 두벌 죽음시키는것으로 된다고 그는 생각하였다. 남철이 무서워한것은 바로 그것이였다.

남철의 눈앞에는 문득 최고사령관동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 경애하는 그이를 다시 만나뵈올수 있다면···

그는 막아놓은 레루홈채기에 물이 얼마나 고였는가를 알아보려고 손가락으로 짚어보았다. 물은 손가락끝을 적실가 말가 하였다. 그 물이 언제 지휘관들쪽으로 도로 흘러가랴.

남철은 막막한 생각을 하며 리광호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리광호가 그의 손기척을 느끼고 손에 지그시 힘을 주다가 그만 두었다. 그리고는 잠잠해졌다.

《분대장동지.》 남철은 그에게 말을 건네였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합니까?》

리광호의 손에 다시 힘이 실리였다. 남철의 말을 들었다는 신호였다.

이윽고 레루를 울리며 가느다란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내 그대 위해 불에 탄다면

빨간 연기로 피여오르리

내 그대 위해 불에 탄다면

아 내 그대 위해···

 

남철은 리광호가 노래를 채 끝맺지 못했다는것을 느끼지 못했다. 분대장이 노래의 첫 구절을 떼자 그는 아버지를 생각했기때문이였다. 아버지는 지금 무엇을 하고계실가? 나의 모습을 보신다면 아버지는 무엇이라고 하실가? 그는 전쟁판에서라면 자기도 영웅적으로 죽을수 있다고 웨쳤던 일을, 아버지의 마음을 마구 휘저어놓았던 일을 생각하였다.

그는 아버지가 못견디게 그리웠다.

두볼로는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몇시간후 전호진이 조직한 구조대가 붕락에 묻힌 그들을 파냈을 때에 김학철과 리광호는 이미 숨이 진 뒤였고 남철은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