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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전화종소리가 리완수를 깨웠다. 전화기는 막장지휘부의 자그마한 책상우에 놓여있었다. 회의용걸상 네개를 맞붙여놓고 누웠던 리완수는 아직 잠에서 채 깨지 못한채 송수화기를 잡았다.

《정치위원동뭅니까?》

심철범의 목소리에 내리감기던 눈시울이 우로 올라갔다.

한개소의 붕락구간을 돌파한후 헤여진지 겨우 두시간밖에 안되였다.

19갱의 붕락구간은 끝날줄을 몰랐다.

최고사령관동지의 결론에 따라 붕락구간을 직선돌파하기로 한후 관리국의 지휘관들은 전투원들과 막장에서 같이 살다싶이 하였다. 전투가 치렬해지자 리완수도 정치부의 사무실을 막장에 옮기였다.

책상다리에 붙어있는 전등의 스위치를 손더듬으로 찾아 불을 켠 리완수는 시계를 보았다.

리완수는 충진을 하지 않아서 바위부스레기가 무시로 떨어지는 구간으로 걸어갔다. 이런 구간은 수십m나 되였다. 김남철전사가 착안한 석비레모래는 아직 시공에 도입되지 못하고있었다.

석비레모래를 섞은 콩크리트혼합물의 강도에 대한 건재연구소의 과학적담보가 있었으나 국가건설위원회의 심의국에서는 건설법규에 어긋난다고 통과시키지 않고있었다.

건설법규에 의하면 수력건설은 강모래들만 할수 있게 되여있었다.

시공측인 군인들과 그들사이에는 심각한 언쟁이 거듭되였다. 건설위원회 심의국은 군인들의 반발에 건설법규를 들이대고있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굴진갱들에서 려단장들의 단독결심에 의해 석비레모래로 충진을 시작했다. 심철범은 그것을 묵인하고있었다. 군인들과 건설주인 건설위원회사이의 의견대립은 법적문제로까지 번져지게 되여 공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안될 사태까지 초래되였다.

리완수는 걸음을 멈추고 바위부스레기가 떨어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충진을 따라세우지 않는다면 이미 뚫어놓은 갱도가 어느때 무너져내릴지 몰랐다.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겨 작업갱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이르렀다. 심철범은 자기가 나온 반대켠 굴진갱에서 천정에 머리를 찧을가 경계하듯 허리를 약간 구부리고 걸어오고있었다.

심철범이 조명등이 켜져있는 작업갱입구에 이르기가 바쁘게 리완수가 물었다.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심철범은 갱도벽으로 다가가 송풍기의 스위치를 껐다. 송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멎었다.

그는 급히 되돌아와서 자기가 금방 나온 굴진갱쪽에 대고 귀를 기울였다.

《들립니까?》하고 그는 물었다. 잔돌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큰 붕락이 예견된다는 신호입니다.》

몇초동안 심철범은 잠자코 서있었다. 그러다가 송풍기스위치를 다시 넣은 다음 광차레루우에 주저앉으면서 말했다.

《한시간전에 바위부스레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막장에서 집채만 한 붕락이 있었습니다. 그 예후를 알고 전투원들을 피신시켰으니망정이지 큰일날번 했습니다.》

리완수는 충진을 따라세우지 않고서는 굴진도 계속할수 없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잠자코 심철범과 나란히 레루우에 앉았다.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중장동지?》하고 리완수는 한숨을 내뿜고나서 물었다.

심철범은 군복상의주머니에서 여러 겹으로 접은 공사지도를 꺼냈다. 거기에 있는 빨간 선과 파란 점선은 공사의 완공구간과 미완공구간을 표시하고있었다.

심철범은 손전지를 켜들고 지도를 들여다보더니 삼색원주필을 꺼내 어제 오늘사이에 완공된 구간을 새롭게 표시하기 시작하였다. 공사구간의 모든 굴진갱들에서 작업이 매우 굼뜨게 진행되였다는것이 그가 표시한 빨간 선에 의해 알렸다. 리완수는 새로 표시한 짤막한 그 선을 보면서 바늘로 찌르는듯 한 육체적고통을 느꼈다.

가장 무서운것은 많은 작업장들에서 충진이 중지된것인데 이것은 이제 더 이상 굴진을 진행할수 없다는것을 의미하는것이였다.

《까놓고 말해서.》하고 심철범은 그의 생각을 알아맞힌듯 말을 계속했다.

《내가 지금 제일 걱정하는 문제는 모래입니다.》하면서 그는 지도를 접어서 수첩모양으로 만들어가지고 상의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국가로부터 받은 연유의 절반량이 또 줄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시오.》

리완수는 나라의 외화사정이 더욱 곤난해진데로부터 추가로 받게 된 연유가 잘리운것은 물론 이미 받던 연유도 그 량이 줄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그것을 가지고는 공사용물동은 고사하고 군인들의 생활물자를 실어나르기에도 불충분하였다.

《그러니 상원으로 뛰던 자동차들을 안변모래운반에 돌리고 세멘트는 전적으로 렬차수송으로···》하고 리완수가 말하기 시작했다.

심철범은 그의 말을 막았다.

《그 자동차를 가지고서는 모래운반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결정적으로 석비레모래를 써야 합니다.》

리완수는 일부 려단장들이 자기가 맡은 구간에서 석비레모래를 쓰고있다는것을 상기했다. 그런데 그것을 건설법규가 막아서고있었다.

《나는 어제 저녁에 126려단장 최광일대좌를 만났습니다. 그는 0026호명령을 가지고 나를 위협하다싶이 하였습니다.》

《저도 만났습니다.》

《나는 석비레모래를 쓰겠다는 그의 제의에 동의하였습니다. 법앞에 나설 결심을 가지고말입니다.》

《중장동지는 국가건설위원회 심의국에서 내려온 사람들을 만났는가요?》하고 의심쩍은듯 리완수가 반문하였다. 《그 사람이 나한테 와서도 뭐라고 하더군요.》

《그런건 무섭지도 않습니다. 중요한건 우리에게 석비레모래에 대한 완전한 파악이 없다는 사실입니다.》하고 심철범은 날카롭게 말했다.

《건재연구소의 담보가 있지만 그것은 현재상태의 강도입니다.》

그는 리완수에게로 가까이 다가앉아서 말을 계속했다.

《100년, 200년후에도 그러한 강도가 보장되겠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정치위원동문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만년대계를 담보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옳습니다. 거기에 대하여서는 건재연구소도 담보가 없습니다. 나의 고민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것은 고통이지요. 참을수 없는···》

심철범은 갑자기 어성을 높였다가 인차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병사들은 막장에서 육체적고통을 겪고있지만 지휘관들은 이렇게 앉아서 정신적고통을 겪고있습니다. 차라리 이럴 때 병사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중장동지.》하고 리완수가 그의 말을 막았다.

《나는 몇시간전에 막장에서 김남철전사를 만났습니다. 입술이 까칠하게 텄더군요. 모래문제때문에 너무 신경을 써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우리 병사들도 정신적고통을 겪고있습니다. 그건 바로 그들도 우리 지휘관들과 꼭 같은 명령을 받고있기때문입니다. 그 명령때문에 그들도 괴로워하고있지요.》

《그렇다면 좋습니다.》 심철범은 단호히 말했다. 《전호진동무와 기술부장동무를 여기로 불러주시오.》

《그들은 여기 어디 막장에 있을겁니다.》

《그렇소? 좀 수고를 해주시오.》하며 심철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 나의 차를 대기시켜주시오.》

《알았습니다.》 리완수는 병사처럼 재빠른 동작으로 송풍기있는 곳으로 다가가 거기에서 일하고있는 몇명의 군인들중 사관 한명에게 전화를 걸라고 말하고나서 되돌아왔다.

전호진은 인차 나타났다.

《참모장동무.》

리완수는 그가 다가와 심철범에게 도착보고를 하기가 바쁘게 말했다.

《전반적인 구간들에서 위태로운 정황이 조성되고있다는것을 알고있습니까?》

《알고있습니다.》하고 전호진은 짤막하게 대답했다. 《한시간전에 작전부의 보고를 받았습니다.》

《중장동지가 석비레모래와 관련한 참모장동무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합니다. 앉으십시오.》

또 얼마동안이 지나갔다. 어둠속에서 기술부장이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조명등밑에 나타났다.

지칠대로 지친 그의 얼굴은 피기가 없이 창백하였다. 그러면서도 깨끗이 면도를 하고있었으며 군복의 목달개는 눈부시였다.

《어서 오오.》심철범은 그의 도착보고를 받는둥마는둥 하고 무뚝뚝하게 명령했다. 《건재연구소의 강도시험결과를 다시한번 보고하오.》

기술부장은 둬걸음 뒤로 물러서다가 심철범, 전호진 그리고 리완수에게 동시에 보고할수 있는 자리에 멈춰섰다.

《중장동지의 명령에 의하여》하고 기술부장은 보고를 시작하였다. 《제가 간것은···》

《간단히 하오.》

심철범은 그를 막았다.

《무엇때문에 어데로 갔는가 하는것은 누구나 다 알고있소.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거나 보고하오.》

《알았습니다.》하고 기술부장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석비레모래로 만든 블로크를 연구소의 강도시험기에 넣었습니다. 200마르카이상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열번 하였는데 그 수치는 같았습니다. 이것은 강모래와 같은 수치입니다.

그들은 좀 더 확고한 결론을 가지기 위해 전국의 10여개 대상공사장들에 있는 강도시험기들에서 같은 시험을 반복했습니다. 결과는 어데서나 같았습니다. 이상입니다.》

《알고있소.》하고 심철범은 또다시 불만스레 그의 말을 막았다.

《기술부장동무.》

리완수가 물었다.

《그 강도가 몇년 아니 몇백년동안 유지될수 있다는데 대해서는 다른 말들이 없었습니까?》

《두고보자고 말했습니다.》

《두고보겠다고!》

심철범은 비웃는 어조로 되뇌였다.

《백년, 이백년동안을?》

《중장동지.》하고 시무룩하게 기술부장이 말했다. 《그들은 법적책임이 돌아올가봐 두려워하고있습니다.··· 전 기술부장으로서 석비레혼합물의 장기강도를 증명해보일수 없는것이 안타깝습니다.》

기술부장은 여기서 말을 중둥무이하고말았다.

《녀자들처럼 무슨 우는 소리를 하오?》하고 심철범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동무는 기술일군이기전에 군인이란 말이요. 여기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건설을 하라니 하고있소. 그러나 우리는 어디까지나 군인이요. 전쟁에서처럼 모든것을 책임져야 하오. 모든것을! 목숨으로!》

《건설법규를 만든 사람들은 어디 다른 나라 사람들인가! 제길!》

이때까지 잠자코 있던 전호진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나라가 이 공사에 운명을 걸고있다는것을 그들이 알기나 하는가.》

그 소리에 심철범은 비로소 그를 불러온 목적을 상기한듯 기술부장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참모장동무.》하고 그는 말했다. 《동무는 석비레모래문제에서 나와 철저히 립장을 같이 하고있다고 생각하는데 믿어도 좋겠소?》

《말씀하십시오, 중장동지.》

전호진이 동의를 표시한다는 뜻으로 자세를 바로 잡고나서 심철범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렇다면 나는 참모장동무에게 명령을 떨구겠소. 공사장의 전구간에서 석비레모래를 도입하시오! 그리고 일제히 충진을 시작하시오.》

《알았습니다!》

전호진이 본능적으로 일어서며 대답했다.

《나는 이 명령을 서면으로 작성했소.》하고 심철범은 주머니에서 종이장 하나를 꺼내 전호진에게 주면서 말했다.

《앉으시오.》

《이건 무엇에 필요한가요?》

전호진은 종이장을 들여다보고나서 물었다.

그 종이장에는 이렇게 씌여있었다.

《0026호 명령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하여 나는 다음과 같이 명령한다. 콩크리트혼합물에 석비레모래를 사용할것, 중단된 충진을 일제히 다시 시작할것, 조선인민군 중장 심철범.》

서면명령은 심철범의 자필로 되여있었다.

《그건》하고 심철범은 전호진의 질문에 대답했다. 《이 명령을 내가 떨구었다는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요. 앞으로 만일에 내가 이 공사를 지휘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도 동무는 그 명령서를 가지고 공사를 내밀어야 하오. 이상이요!》

이때 전호진의 손에서 명령서를 가져다 들여다보고있던 리완수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심철범이 자기의 차를 불러달라던 사실과 이 뜻밖의 서면명령이 어떤 련관이 있다고 짐작했다. 장령이 혹시 법앞에 나설 결심이 아닌가!

그는 묻는듯 한 시선을 심철범에게 던졌다.

《정치위원동무.》하고 심철범은 그의 속마음을 짐작하면서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직접 건설심의국에 가겠습니다. 그들이 정 문제를 세우겠다고 하면 나는 법앞에 나설 결심입니다.》

침묵이 흘렀다.

《걱정하지 마시오.》

한동안이 지나서 심철범이 역시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군부대 참모장으로서 공병작업을 지도한 경험이 있습니다. 나는 이 며칠간 내가 관계한 군사시설물들을 두고 생각해봤습니다. 처음부터 쎈 놈은 시간이 가도 쎘고 처음부터 부실한 놈은 시간이 가도 부실했습니다. 과학은 아니지만 이건 경험입니다.》

《그럼 좋습니다. 이 명령서에 나도 수표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한 리완수는 무언가 밑에 받칠것을 찾다가 종이장을 무릎우에 그냥 놓고 원주필끝으로 몇번인가 구멍을 뚫어가면서 거기에 수표하였다. 그리고는 전호진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그도 수표하라는 뜻으로 종이장과 연필을 함께 넘겨주었다.

리완수는 평양으로 올라가는 심철범과 같은 차를 타고 가다가 관리국에서 내렸다.

그는 총정치국대표 차인중의 방 문지방을 넘어서기가 바쁘게 인사하는것도 잊고 흥분된 어조로 물었다.

《방금 심철범중장동지가 석비레모래문제때문에 평양으로 올라갔습니다. 건설위원회에서는 석비레모래를 쓰는 경우 법적으로 문제를 세우겠다고 합니다. 총정치국에서는 그에 대한 사전통보를 받았습니까?》

인상이 칼칼해보이는 총정치국대표인 50대의 장령은 리완수의 물음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잠을 못자서 새빨갛게 충혈된 그의 눈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보온병에서 더운물 한고뿌를 따라 권했다.

《들라구.》

《마시고싶지 않습니다.》 리완수는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앉으라는데.》 여전히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장령은 자리를 권했다.

두사람은 책상에 마주 앉았다. 물고뿌는 그들 두사람사이 중간에 놓여있었다. 김이 문문 피여오르는 물고뿌에 흥미라도 있는듯 장령은 그것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비로소 대답했다.

《받았소. 동무에게 알려주려고 전화를 거니 받지 않더군.》

《예, 중장동지를 만나고있었습니다.》

리완수는 심철범이가 법앞에 나서게 된 책임이 마치 이 장령에게 있기라도 한듯이 항변하는듯 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는 석비레모래문제를 토론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건설위원회의 처사에 의견을 토로하는 리완수의 말을 끝까지 다 듣고난 장령은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치일군은 법적문제에 개입하지 않는게 좋아.》

《법적문제에 개입한다구요?》

리완수는 항변하였다.

《나는 법적문제에 개입하는것이 아니라 공사에 개입하고있습니다. 0026호명령은 법보다 더 중요한것입니다. 나는 그래서 중장의 명령서에 같이 수표를 했습니다.》

(뭐라구?!)

장령은 내심으로 놀랐으나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정치대학 동창생이고 한때 전투구분대에서 정치부지도원으로 함께 일해온 리완수를 인간적으로 대하려고 애쓰면서 부드럽게 물었다.

《그러다 법적책임이 돌아오면 어떻게 하겠소?》

《법앞에 함께 나서겠습니다.》

리완수는 공식적으로 딱딱하게 대답했다.

《흥분하지 말라구.》

장령은 책상 한가운데 놓여있는 물고뿌를 들어주었다. 리완수는 사양하지 않고 받아서 단숨에 들이켰다.

《좋소!》하고 장령이 확인한듯 그에게 물었다. 《그를 끝까지 보증한단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리완수가 힘을 주어 대답했다. 그리고 덧붙여 말했다.

《저는 중장동지에 대하여 총정치국에 정확히 보고해주기를 바랍니다! 가능하다면 최고사령관동지께 직접 말입니다!》

《최고사령관동지께?》

장령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고 반문했다.

《예!》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이윽하여 장령이 침묵을 깨뜨렸다.

《사회주의건설에서 인민군대는 타산을 앞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시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건 국가법규에 관한 문제가 아닙니까. 우리가 알아본데 의하면 그 법규는 과학기술에 기초하고있었습니다. 과학기술적문제를 최고사령관동지께 보고드려 결론을 바란다면 그이인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장령의 얼굴에도 괴로움이 비꼈다.

리완수는 말문이 막힌듯 입을 다물었다.

《물론 심철범장령의 문제를 총정치국에 보고하겠습니다. 정치위원동무의 의견대로 말입니다. 그리고 최고사령관동지께 보고드리는 문제는 동무의 결심에 맡낍니다. 그건 의무이고 권리니까···》

리완수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 쏘파에 몸을 던지였다. 몹시 흥분했던탓인지 까딱할 맥도 없었다. 오래동안 비워둔 방은 남의 방처럼 느껴졌다. 책상우에 뽀얗게 먼지가 올라있었다. 책상우에 펼쳐놓아둔 소설책에도 먼지가 덮여있었다.

리완수는 책읽기를 무척 즐기였다. 그는 본래 책을 읽지 않고는 하루도 견디지 못하였다.

전후 무산산골에서 소학교시절을 보내면서부터 생긴 습관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군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지식가였다.

이런 그가 손에 책을 들어본적이 오래되였으니 얼마나 바삐 돌아쳤으랴.

그는 지금 쏘파에 앉아 잠자듯 눈을 감고있었다. 뒤죽박죽된 자기 일과와 혼란된 머리를 정돈하려는것처럼.

과학기술적인 문제를 그이께선들 어찌하겠는가고 한 총정치국대표인 차인중의 말은 리완수를 적지 않게 진정시켜주었다.

군인들은 사회주의건설에 명령 하나를 가지고 참가했다. 그들의 기준은 오직 명령이였다. 그것이 과학기술적인 문제든, 경제실무적인 문제든 그들은 타산을 앞세우지 않았다. 바로 명령 하나밖에 모르는 군인들이기때문이였다.

바로 그렇기때문에 최고사령관동지께 보고드려야 하는 문제에서 그들은 심중하였다. 그이의 결론, 말하자면 명령은 이미 떨어져있는것이기때문이였다. 석비레문제를 이미 보고받은 총정치국이나 총참모부의 장령들이 그것을 최고사령관동지께 보고 못드리고있는것은 그들 역시 명령 하나밖에 모르는 군인들인 까닭이였다.

리완수가 만난 총정치국대표도 그러한 장령들중의 한사람이였다.

하지만 리완수의 심정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그는 괴로움에 모대기면서 마음속으로 부르짖고있었다. 아니다. 이것은 사람의 정치적운명에 관한 문제이다! 국가의 중요대상건설을 맡은 최고지휘관이 더 일을 하는가 못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때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처음엔 1번전화가 다음은 2번, 3번전화가 분주히 경쟁이라도 하듯이 울리고있었다. 리완수는 멍해서 듣고만 있다가 다급히 송수화기를 잡았다.

콩콩 뛰는 교환수의 목소리가 울렸다.

《정치위원동지, 중장동지가 어디 계십니까?》

《무슨 일이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찾으십니다.》

《평양으로, 석비레모래문제때문에···》하다가 리완수는 그 전화를 자기가 받아야 한다는것을 깨달았다.

《최고사령관동지의 전화를 나한테 련결하시오!》그리고는 옷매무시를 바로 하고 송수화기를 정중히 들었다.

《정치위원동무요?》

김정일동지께서 먼저 물으시였다.

《예, 그렇습니다. 정치위원 대좌 리완수가 전화를 받습니다. 건강하십니까?》

《나는 건강하오. 동무들은?》

《예, 모두 건강합니다.》

《사고를 내지 말아야 하오. 특히 인명피해를 말이요. 나는 동무들이 제기한 직선돌파를 지지했지만 인명피해를 낼가봐 걱정스럽소.》

《최고사령관동지, 마음을 놓으십시오.》

《고맙소! 심철범동무는 어데 있소?》

리완수는 주저하였다. 심철범이 평양으로 올라간 사실을 말씀드린다면 불가피하게 석비레모래가 상정될것이며 그것은 곧 그이앞에 딱한 문제를 제기하는것으로 될것이였다.

《평양으로···》

그는 떠듬거렸다.

《평양으로 올라갔습니다.》

《평양으로?》

반문하신 그이께서는 거센 음성으로 재차 물으시였다.

《무슨 일로? 정치위원동무, 무슨 일로 바쁜 현장을 떠났는가말입니다.》

리완수는 입이 얼어붙어버렸다. 망설이는 사이에 그의 말을 더 기다리지 않고 김정일동지께서 말씀하시였다.

그것은 노기띤 목소리이시였다.

《알겠소. 정치위원동무, 알았단 말이요!》

석비레문제가 검찰일군들속에서까지 론의되고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계시였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