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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더욱 억수로 쏟아져내렸다.

대줄기같은 비는 자정이 되도록 멎을줄 몰랐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외국에서 돌아온 허성렬이를 부를가 말가 망설이다가 전화를 들고 교환수에게 평양ㅡ향산관광도로공사를 맡고있는 인민경비대 장령 리길남을 찾으라고 이르시고는 송수화기를 드신채 기다리시였다.

그 공사는 심철범장령이 지휘하고있는 금강산발전소건설과 함께 그이께서 펼쳐놓으신 기본전선의 하나였다. 그것은 어버이수령님의 유훈에 의하여 진행되는 공사였고 수령님께서 생전에 자주 다니신 길을 현대적으로 확장하는 공사였다.

군인건설자들은 10월 10일, 이해의 당창건기념일전으로 로반공사를 완공할 결사의 각오로 일하고있었다. 10월 10일은 이제 불과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 공사의 기한전 완공을 통하여 인민군대에 의거하여 혁명과 건설을 전진시키기로 한 전략적로선의 정당성을 다시금 확증하려고 하시였다.

그러나 어제 받은 보고에 의하면 《철벽 1다리》와 《철벽 2다리》공사형편이 시원치 못했다. 다리의 길이가 워낙 긴데다가 작업장면적이 좁아서 건설력량을 더 투입하재도 할수 없는 형편에 그마저 련일 계속된 장마비로 하여 공사장전반이 침수되여있었다. 그런데 이 다리공사가 끝나야 도로 전반구간이 관통되게 되여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드신채 칠칠야밤에 전등도 없어서 홰불을 켜들고 간고분투하고있는 전사들을 생각하며 그 처절한 공사장을 그려보시였다.

드디여 리길남장령이 송수화기앞에 나타났다.

《지금 형편이 어떻소?》

《최고사령관동지, 보고드리겠습니다. 형편이 어렵습니다. 작업장 전구간이 침수되여 일을 못하고있습니다. 정무원일군들과 대책안을 토의하고있습니다.》

《그 대책안을 언제쯤이면 내가 알수 있겠소?》

《지금 보고드릴수 있습니다.》

《그럼 보고하시오.》

리길남장령은 잠시 말을 끊고있다가 보고를 시작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화기에서 웅성웅성하는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는것으로 봐서 정무원일군들과 의견합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가 자기 주장대로 말하고있다는것을 알수 있으시였다.

장령의 보고는 한마디였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명령하신 10월 10일 당창건기념일까지 무조건 해내겠다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무 응답도 안하고계시다가 한참후에 《거기가 어디쯤이요?》라고 물으시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일시적후퇴시기 법동농민을 만나셨던 곳입니다. 거기에 대형유화판이 있습니다.》

리길남장령의 갈린 목소리가 울려왔다.

《동무의 위치를 말하시오.》

《옛, 저는 안주현장지휘부에서 전화를 받고있습니다.》

《됐소. 내가 이제 그리로 가겠소.》

《아니?! 이 비속에··· 안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장령이 당황해서 아뢰이는 이 말을 듣지 못하시였다. 전화를 놓으신 뒤였던것이다.···

현장지휘부의 천정이 낮은 방에 부관이 들어와 알려서야 리길남장령은 장군님께서 오신줄 알고 놀라서 밖으로 뛰여나갔다.

밖은 아직도 캄캄하였다.

자동차가 전조등을 켠채로 서있는데 그이는 보이지 않았다. 부관이 주위를 살펴보다가 앞장서 한곳으로 걸어갔다.

장령은 그의 뒤를 따랐다.

이때 김정일동지께서는 지휘부직속 구분대전사들이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있는 야외식당에 가계시였다. 전사들은 머리까지 비옷을 푹 쓰신 그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채 숟가락을 놀리고들 있었다. 게눈 감추듯 하고 일어서는 전사들도 있었고 배식구앞에 줄지어선 전사들도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밥을 받아들고 식탁으로 가는 전사들을 여겨보시다가 밥그릇이 골숨한데 저으기 놀라시였다.

그이께서는 방금 식탁에 앉은 전사의 어깨를 건드리며 《밥이 왜 이렇게 적소?》하고 물으시였다.

《적지 않습니다.》전사는 흔연한 목소리로 대답올렸다.

《공급량하고는 맞지 않은데?》

《아니 맞습니다.》전사는 한본새로 우기였다. 촉수낮은 전등빛속에서 그의 얼굴륜곽이 희미하게 드러날뿐이였다.

《그렇지 않소. 분명 제 량이 아니요!》

전사는 《우린 정량으로 생각하고있습니다》하고 고집하다가 벌떡 일어서더니 군인식으로 차렷자세를 지으며 대답올렸다.

《우리 중대장동지가 상급의 명령이라고 하면서 당분간 허리띠를 조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없습니다. 인민들이 식량고생을 하고있는데 사실 공급정량을 다 먹는다는건 아무리 군대라고 해도 렴치가 없는 일입니다.》

《동무네 중대장이 어디 있소?》

그이의 말씀에 전사는 당황해하며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됐소. 식사도중에 안됐소. 어서 먹으라구.》라고 하며 전사를 눌러앉히고 식당밖으로 나오시는데 물참봉이 된 군관이 헐떡이며 뛰여와서 그이의 앞에 마주섰다.

《중대 차렷!》

김정일동지께서는 영접보고를 하려는 그 군관을 손으로 제지하고나서 《동무가 중대장이요?》하고 물으시였다.

《최고사령관동지, 그렇습니다. 중대장 중위 백영철.》

《동무네 중대 급식량을 짜르라고 명령한게 누구요?》

중대장은 꼿꼿이 선채 머밋거리다가 《저···》하고 입을 열었으나 뒤를 잇지 못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일없소. 사실대로 말하오!》하고 너그러운 어조로 다시 물으시였다.

그래도 중대장은 《저··· 저···》하며 우물쭈물하였다. 때마침 리길남장령이 어둠속에서 나타나며 그이께 말씀올렸다.

《최고사령관동지, 그건··· 제가 그렇게 명령했습니다.》

《동무가?!》

《예··· 최고사령관동지···》

김정일동지께서는 놀라운듯 장령을 한참 바라보다가 《동무가 명령했단 말이요?》라고 믿어지지 않는듯 다시 물으시였다.

《예···》하고 장령이 차렷자세를 지었다.

그 순간 김정일동지의 숨소리가 거세여지셨다. 번개가 번쩍하고 천지를 진동하는 우뢰가 금방 터질듯 한 긴박감이 사위를 무겁게 짓누르고있었다.

장령은 까딱 않고 서있었고 옆에 있던 중대장도 부관도 숨을 죽이였다. 가슴을 옥죄이는 싸늘한 침묵이 흘렀다.

잠시후 김정일동지께서 흥분을 누르고 장령에게 《현장을 돌아봅시다!》하고 갈리신 어조로 말씀하시며 뒤따라와 대기하고있던 차에 오르시였다. 장령이 얼마 떨어져있는 풍차있는데로 달려가려 하자 장군님께서는 차문을 열어주며 《이 차에 타시오.》라고 말씀하시였다.

장령은 차에 올라 그이의 옆에 송구스러이 앉았다.

야전용승용차는 울퉁불퉁한 작업도로를 몹시 들추면서 달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으시였다. 장령은 불안스레 앉아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승용차가 개천읍거리를 벗어나와 등성이길에 올라섰을 때 지나온 쪽을 몇번 뒤돌아보더니 갑자기 차를 세우도록 하시였다.

그리고는 《부관, 저기서 뭣들 하는가 가서 알아보시오.》하고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 가리킨 곳은 개천역구내의 인입선에 서있는 몇대의 화차방통이였는데 지금 사람들이 새하얗게 달라붙어 거기서 뭔가 퍼내고있었다. 소랭이를 든 녀인들, 바께쯔를 든 아이들, 마대짝을 둘러멘 남정들, 그들은 억수로 내리는 비에는 아랑곳없이 방통에서 퍼담은것을 산지사방으로 정신없이 날라가고있었다.

부관이 질적질적한 논뚝길을 따라 그쪽으로 달려가고 장령은 차창가에 바투 앉으신 김정일동지의 곁에서 얼굴을 이그러뜨리며 눈을 감아버렸다.

리길남장령은 지금 거기서 벌어지고있는 일을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방통에는 니탄이 실려있었고 그 니탄을 퍼날라가는것은 굶고있는 남녀로소들이였다.

니탄을 물에 울궈 식량으로 리용하는 인민들, 그 인민이 겪는 식량난을 더는 보고만 있을수 없어 군인식량을 잘라 나누어준 그였던것이다.

드디여 부관이 돌아왔다.

김정일동지께서 다급한 어조로 《그래 무슨 일들이요?》하고 물으시였으나 부관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얼른 입을 열지 못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관의 얼굴에 시선을 보낸채 기다리시였다.

《방통에 실린것은 니탄인데···》

《니탄?》

김정일동지께서 부관의 말을 자르듯 반문하시는데 부관이 설명해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부관의 말을 듣고계시지 않았다.

그이께서는 이미 진상을 짐작하시였던것이다. 얼마전에 자강도당으로부터 굶고있는 사람들이 니탄을 식량으로까지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으시였다. 니탄을 물에 울궈서 말린 다음 가루를 내여 얼마간의 낟알가루를 넣고 범벅을 빚어먹는다는것이였다. 그것을 현실로 눈앞에 보신 그이의 눈빛이 금시 젖어들기 시작했다.

부관이 갑자기 설명을 중둥무이했다.

승용차는 길 한복판에 오래도록 서있었다.

운전사도 부관도 장령도 지어는 김정일동지자신께서도 떠나는것을 잊으신듯 하였다. 퍽 시간이 지나서야 차는 갑자기 발동소리를 요란히 내며 움직였다.

20~30분후에 작업장이 바라보였다.

먼저 시야에 들어온것은 공사장입구의 산턱을 깎아내고 세운 대형유화판이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전략적일시적후퇴의 길에 오른 법동농민을 만나시는 화폭이였다.

《할아버님은 어디로 가십니까?》

《자강도땅을 찾아가지요.》

《거기에 친척이라도 있습니까?》

《이 란리통에 친척을 찾아가서는 뭘하겠소. 김일성장군님을 찾아가지요!》

수령과 이름없는 농민사이에 오고간 이 이야기는 수령과 인민이 서로 믿고 따르며 엄혹한 후퇴의 시련을 이겨낸 힘의 원천이 어디에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생동한 력사적화폭이였다. 오늘 그 인민의 후손들이 온갖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면서도 오로지 당을 믿고 따르며 당의 호소에 산악처럼 떨쳐일어서고있는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에서 내려 유화판이 모셔져있는 산턱에 올라서서 현장을 한눈에 굽어보시였다.

이미 보고받으신대로 모든것이 물바다에 잠겼다.

골재장도 트레그라인도 삭도도 지어는 교각도 꼭대기 한두메터를 남기고는 모두 물에 잠기여있었는데 이제 그 교각우에 보를 건너놓고 휘틀을 댄 다음 콩크리트를 타입하여 다리의 마감공사를 완성해야 한다는것은 정무원일군들의 눈으로 보건대 아찔하지 않을수 없는 실정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얼른 결심이 서지 않으시였다. 현장에 나와있던 홍경봉부총리가 정무원의 결심이라고 하면서 비가 멎고 물이 찐 다음에 공사를 계속하는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 그를 힐끗 보시였다.

홍경봉은 흠칫 놀라며 더 하자던 말을 끊고 깍지낀 손을 비틀었다. 그이의 눈빛이 노기를 띄고있는것 같았기때문이였다.

사실 김정일동지께서는 노여움속에 계시였다. 부총리가 공사를 뒤로 미루자고 해서만이 아니였다. 개천역을 떠나서부터 줄곧 마음이 괴로우시였다. 정무원이 인민생활을 책임진 호주로서의 구실을 너무도 못하고있었던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에 지났을뿐 김정일동지께서는 인차 자신을 다잡으시고 의논조로 부총리에게 물으시였다.

《동무들은 군인들의 의견을 들었습니까?》

《예, 들었습니다.》

부총리가 어지간히 기가 꺾인 소리로 대답을 올렸다.

《충분히 들었단 말이지요?》

김정일동지께서 반문하고나서 머리를 저으시며 말씀하시였다.

《아니, 다시 들어봅시다. 리길남동무.》

부총리뒤에 서있던 리길남이 《옛.》하고 앞으로 나와 차렷자세를 짓고 또박또박 그이께 말씀드리기 시작했다.

그는 공사의 완공기일은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이기때문에 조금도 흥정할수 없다는것, 때문에 군인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공사를 계속 밀고나갈것을 결심했다는것을 말하고나서 구체적방도를 하나하나 설명하였다.

《우선 작업장이 침수된 조건에서 떼를 무어 교각에 비끄러매고 그우에서 작업을 계속할수 있습니다. 다음은 비가 계속 내리는 형편에서 콩크리트타입을 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콩크리트혼합물을 한순간에 굳어지게 해야 합니다. 그것도 방도가 있습니다.》

이때 장군님께서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장령은 자기 말을 더욱 확신성있게 이어나갔다.

《저희들은 지금과 같은 정황이 조성될것을 미리 예견해서 혼합물의 굳힘속도를 최대한 단축할수 있는 첨가제를 연구개발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그 첨가제를 쓰면 굳힘시간이 얼마나 되오?》

장군님께서 흥분된 어조로 물으시였다.

《15분입니다.》

장령은 힘차게 대답을 드리였다.

장군님께서도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장령의 시선을 마주 보시였다. 이것이야말로 패배주의, 보수주의에 먹인 통장훈이였다.

《나는 군인동무들의 결심을 지지합니다. 최고사령관으로서 절대찬성입니다. 공사를 계속 내미시오!》

《옛, 알았습니다!》

장령은 기쁨에 넘쳐 대답을 올렸다.

장군님께서 그를 향해 힘있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기계화부대에 명령하여 수륙량용차를 동원시키겠습니다. 그것으로 물동도 나르고 교각에 붙여놓고 그우에서 작업하시오. 떼목대신말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공사장을 떠나기에 앞서 정무원일군들을 따로 모이게 하시였다. 천막안이였다. 그이께서는 비옷을 어깨에 걸친채 자그마한 탁자에 마주 앉으시였다.

그이의 몸가짐은 매우 엄숙했고 어조에 여전히 노여움이 배여있다는것이 누구에게나 확연했다.

부총리이하 일군들은 고개를 숙이고 긴장하게 앉아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건설주로서의 정무원일군들이 평양ㅡ향산관광도로건설에서 주인은 고사하고 오히려 손님격이라는데 대해서만 지적하고 이렇게 말씀을 이으시였다.

《동무들이 확실히 일을 잘 못하고있습니다. 정무원책임제란 무엇입니까? 나는 동무들에게 모든 권한을 다 주었습니다. 그래 무엇이 부족합니까? 그런데 동무들은 자기가 할 일은 하지 않고 타발질만 하고있습니다. 이것은 책임회피입니다. 자기 머리속에 있는 패배주의, 보수주의 낡은 사상을 가리우기 위한 하나의 구실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으시였다.

숨을 죽인 장내는 물을 뿌린듯이 조용하였다. 그이께서 걸치신 비옷에서 물방울이 탁자우에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리는듯 하였다.

그이께서는 좌중을 둘러보고나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동무들의 무책임성때문에 경제사업이 잘 안되고있습니다. 오늘의 〈고난의 행군〉이 제국주의련합세력의 봉쇄책동에도 원인이 있지만 동무들이 경제사업을 잘하지 못한데도 원인이 있습니다.》

이때 김정일동지께서는 또다시 말씀을 끊으시였다. 개천역에서 본 광경이 다시금 눈앞에 밟혀왔기때문이였다.

그이의 목소리가 확연하게 갈리시였다.

《그렇다고 똑똑한 대책 하나 세웁니까? 실정을 제대로 보고합니까? 여기 모인 동무들이 대체로 차를 타는 간부들인데 어느 누가 니탄을 먹어본적이 있습니까? 나는 여기로 오면서 사람들이 소랭이로, 바께쯔로, 마대로 니탄을 퍼가는것을 보았습니다. 퇴비로 쓰자는것이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더 말씀을 잇지 못하고 탁자우에 고개를 푹 숙이시였다.

앉아있던 모든 사람들이 뿌잇한 안개속에서 그이의 모습을 우러렀다. 잠시후 고개를 드시는 그이의 안광에서 눈물이 번쩍였다. 여기저기서들 소리없이 어깨를 들먹이기 시작하였다.

이윽하여 그이의 진정된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나는 오늘 군인들의 식당에 들렸다가 그들의 급식량이 형편없이 줄어든것을 보았습니다. 인민들이 굶는것을 보고 도와주느라고 그랬습니다. 바로 이들이 우리의 군인들입니다. 우리의 군인들은 허리띠를 조이면서도 엄청난 난공사를 당이 결심한 기간에 기어이 완공하려고 합니다. 바로 이것이 오늘 우리가 바라는 정신이며 기풍입니다. 동무들, 사회의 모든 일군들이 군인들의 이 정신을 따라배워야 합니다. 이만합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비옷을 머리까지 쓰며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이때 앞자리에 앉아있던 홍경봉이 탁자앞으로 다가서며 《장군님, 죄송합니다. 인민군군인들을 도와 기한전에 꼭 공사를 완공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신 말씀을 명심하고 경제사업을 추켜세우겠습니다.》라고 모두를 대표하여 결심을 말씀올렸다.

《고맙소.》라고 하신 다음 김정일동지께서는 모두를 둘러보며 말씀하시였다.

《비를 맞으며 고생하는 동무들에게 좋은 말만 해야겠는데··· 자, 그럼 수고하시오.》

천막에서 나오시자 리길남장령이 보초마냥 지켜서있다가 그이를 맞이하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식사전이시겠는데··· 변변치 않지만 저희들이 준비해놓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장령의 기름한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시다가 《고맙소.》라고 하시며 그의 손을 꽉 잡아주시였다. 장령은 어리둥절해졌다.

장군님께서 하신 그 말씀은 식사준비를 해놓았다는데 대한 인사만이 아니였다. 그것은 군인들의 급식량을 줄이면서까지 인민들을 도와준데 대한 감사였고 믿음이였다. 문득 장령은 《고맙습니다!》하고 목메여 맞인사를 드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침식사를 드시지 않은채 급히 현장을 떠나시였다. 일이 산처럼 쌓여있는것이였다.

 

×

 

허성렬이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 김정일동지께서는 몹시 피로해보이였다.

향산도로건설장에서 돌아와서도 갈아입으시지 않은 옷은 축축히 젖어있었다. 그이께서 아침식사전이라는것을 허성렬은 알수 없었다.

체신성의 부부장을 만나보고난 허성렬은 그이께서 국방공업발전을 위한 자금을 뚝 떼주시리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장군님앞에 마주 앉게 된 지금 그의 근심거리는 외국출장중에 있은 《사건》과 관련하여 어떤 결론을 내리시겠는가 하는것이였다. 그래서 그 문제부터 처리받으려고 《사건》전말을 다시 상기시켜드리였다.

장군님께서는 몇가지 반문하시다가 집무탁우에 놓인 문건더미에서 하나를 찾아드시였다.

허성렬은 얼핏 그 문건표지에 아무런 결론도 없다는것을 알아보고는 좀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이를 지켜보았다.

문건에 눈길을 돌리고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허성렬을 마주 보며 빙그레 웃음을 띄우시더니 《동무에게도 칭찬이 필요하오?》라고 하며 눈에 익은 활달한 필체로 《민족적자존심은 우리 인민의 생명입니다!》라고 쓰신후 그밑에다 존함과 날자를 적은 다음 허성렬의 앞으로 밀어놓으며 크게 웃으시였다.

허성렬이 일어서서 《알겠습니다. 장군님!》라고 진정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앉자 그이께서는 거침없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자, 공연한데 신경을 쓰지 말고 할 일이나 합시다. 이자 체신부에서 나에게 직접 보고해왔는데 나라의 빛섬유통신화는 곧 마무리된다고 합니다.

중앙과학기술통보사와 김일성종합대학, 인민대학습당, 김책공업종합대학 등을 중심으로 콤퓨터망형성의 기초작업도 다 끝나가고있습니다. 중앙과학기술통보사동무들이 세계대백과사전을 CD원판에 번역하여 올린것을 보면 이 〈고난의 행군〉기간에 매우 큰 일을 했다는것을 알수 있습니다. 일군들이 참는것이 〈고난의 행군〉이 아니라 맞받아 뚫고나가는것이 〈고난의 행군〉이라고 한 우리의 의도를 잘 받들어가고있다는것을 알수 있습니다. 우리가 총대로 혁명의 난국을 헤쳐나가기로 결심한 이상 군사중시로선을 계속 틀어쥐고나가야 합니다. 그래 해당부문에서 제기한 액수가 얼마나 됩니까?》

걱정하던 문제가 풀리고 국방공업발전을 위한 장군님의 단호한 결심을 알게 되자 허성렬은 가벼운 마음으로 필요한 액수를 보고 올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참동안 응답이 없으시였다.

허성렬이 액수가 너무 많아 그러시는줄 알고 《좀 더 타산해보겠습니다.》라고 미안한 어조로 말씀드리자 장군님께서는 《아니, 그래서 그러는게 아니요.》하시였다.

그후에도 김정일동지께서는 까딱 않고 앉아계시였다. 허성렬은 비로소 이상한 기미를 느끼게 되였다.

군사가로서의 장군님의 특징은 판단이 빠르고 결심이 정확하며 타격에서 무자비한것이였다. 이러한 특징은 다른 부문의 사업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어떤 어려운 문제처리에서도 지체하시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웬일이신가? 허성렬은 등골이 축축히 젖어남을 의식하였다.

드디여 그는 견디지 못하고 《장군님···》하고 일어섰다.

그러자 장군님께서는 《우리 공훈합창단의 노래나 들읍시다.》하고 집무탁에서 몸을 일으키시였다.

허성렬은 그이께서 몹시 힘들고 괴로와하신다는것을 느꼈다. 공훈합창단을 따로 조직한 경위도 잘 알고 어버이수령님 생각이 나실 때나 깊은 밤 피로하실 때 그리고 머나먼 전선시찰의 길에 오르실 때에도 최고사령부 작전조성원들과 함께 공훈합창단성원들을 데리고 방선의 병사들을 찾으신다는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허성렬이였다.

허성렬은 장군님을 따라 만수대예술극장으로 갔다.

먼저 들으신 노래는 《적기가》였다.

객석에는 그이와 허성렬뿐이였다.

허성렬은 지금 그이의 심중이 매우 비장하시다는것을 알았다.

백두산형의 장군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좀체로 비장하거나 침통해지시는 때가 없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다닥칠 때도 강철의 의지와 무비의 담력으로 통이 크고 대담하게 모든것을 단호하게 헤쳐나가시였다.

이날 장군님의 심정을 무겁게 한것은 개천역에서의 광경을 보신때문이였다. 그것이 기아에 직면하고있는 온 나라의 광경으로 안겨왔다. 굶고있는 인민을 어찌 보고만 있겠는가, 군사를 좀 죽이더라도 쌀을 사다가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는것이 좋지 않을가, 그렇다면 조국과 민족의 근본리익과 혁명의 운명은?···

그이의 심중은 몹시 번거로왔고 무거우시였다.

합창단은 《적기가》를 반복해 부르고있었다.···

당중앙위원회청사로 돌아오는 길에서 그이께서는 허성렬에게 의미깊은 어조로 말씀하시는것이였다.

《내가 아침에 간곳은 어버이수령님께서 일시적후퇴시기 법동농민을 만나 담화하신 장소였습니다. 그때 반당종파분자들이 적들이 눈앞에 다가오자 최고사령부를 국경너머로 옮기자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수령님께서는 절대로 안된다, 어떻게 찾은 조국인데 그것을 버리고 남의 나라 땅으로 가겠는가, 갈테면 당신들이나 가라, 우리는 이 땅을 지키겠다, 이렇게 말씀하시고나서 조용히 〈적기가〉를 부르셨다고 합니다. 나도 그때 그 소식을 듣고 그 노래를 불렀습니다.》

당중앙위원회청사에 이르신 그이께서는 허성렬을 집무실로 데리고 들어가서 준비해가지고 온 문건을 내놓으라고 하시였다.

허성렬은 끼고다니던 가방에서 군사사업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액수를 적은 문건을 꺼내 그이께 올렸다.

김정일동지께서 문건을 비준하시면서 《인민들은 우리를 리해해줄거요!》라고 낮으나 확신에 넘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