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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당생활자료는 여러부로 복사되여 인민무력부문의 책임적인 장령들에게 배포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료원본을 서기실에 넘기면서 배포대상을 한사람, 한사람 찍어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리용하시는 응접실로 두사람의 장령이 들어섰다. 총정치국과 총참모부의 장령들인 오기철과 리국현이였다. 뒤따라 조선인민경비대 리길남장령과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인 리웅걸이 도착했다. 그들은 모두 장군님께서 보내주신 자료사본을 받아본 사람들이였다. 그러나 리웅걸이를 내놓고는 그 누구도 이 부름이 그 자료와 관련되여있다는것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자료를 가볍게 취급해서가 아니였다. 그들은 자료를 보는 순간 인민군대안에서 비록 신입병사 한명에게 한한 문제이지만 그러한 현상이 나타난데 대해 총정치국과 총참모부의 책임일군으로서 심한 죄책감을 느끼였고 최고사령관동지로부터 심려의 말씀이 있으리라고 보았다. 인민경비대를 관할하고있는 리길남장령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인민경비대도 어려운 공사를 맡아하고있으며 어느때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것이였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보다 큰 문제, 최고사령관동지께 보고드리고 결론을 받아야 할 긴급하고도 무거운 문제들이 있었다. 이 부름이 없었더라도 이러한 문제로 하여 그들은 그이께 접견요청을 하였을것이였다.

사실 응접실의 문지방을 넘어서기전까지 그들은 부름을 받은것이 자기 혼자이며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자기 부문에서 제기된 긴급한 문제때문에 찾으신것으로 여기고 그 문제만을 즐곧 생각하고있었다.

그러한 문제는 매 사람에게서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그들은 곽무선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이리로 떠나기까지의 짧은 시간에 많은 문건을 준비하였다. 례컨대 오기철장령이 준비해가지고온 서류철에는 적어도 몇가지 중요한 문건들이 들어있었다.

그중 한 문건은 전연지대에서 우리 군대에 대한 적들의 교란작전과 관련한 보고였다. 적들이 우리측지역에 삐라를 비롯한 각종 유인물을 들여보낸다는것은 이미 놀라운 일이 아니였다. 놈들은 수십년동안 그 놀음을 계속 해오고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더욱 발광적인 단계에 이르렀다.

놈들은 우리의 식량사정이 어렵다는것을 알고 식료품을 들여보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순수한 식료품이 아니였다. 사탕과 과자, 빵, 쌀, 고추장 등에 세균과 독성물질을 발라서 기구로 여기저기에 떨구었다. 피해를 본것은 우리 군인들이 아니라 그들이 방목하고있던 소들이였다. 덩지 큰 짐승이 그 자리에서 펑펑 쓰러지거나 며칠지나서 네다리가 까드라들고 눈알이 튀여나오며 형체가 보기도 끔찍하게 돼가다가 죽어버리였다.

우리 군인들은 독뱀을 잡아 족치듯 맛스러운 그 식료품을 보는족족 발로 짓뭉개고 구뎅이를 파고 묻어버리든가 모아놓고 불을 질렀다. 어떤 병사는 격분한 나머지 화염방사기까지 휘둘러댔다. 그러자 놈들은 이번에는 독뱀을 수백, 수천마리씩 상자에 넣어 들여보냈다. 뱀이 지나간 자리에 있는 풀을 뜯어먹은 소들이 또 죽어넘어졌다. 독뱀에 방사성물질을 묻혀 들여보냈던것이다. 우리 군인들은 눈에 불이 일어 펄펄 뛰면서 독뱀을 찾는 족족 때려 잡아치웠다. 그러나 놈들은 집요하게 그 놀음을 계속하였다. 그들은 우리 군대를 정신적으로 말살하려다가 안되니 육체적으로 말살하려고 날뛰는것이였다.

며칠전에 있은 일이였다.

전연지대의 깊은 산중에서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순찰중에 있던 군인 하나가 그 소리를 쫓아가보니 이제 겨우 걸음마를 타기 시작한 어린 아이가 혼자서 겁에 질려 울고있었다. 어찌나 겁에 질려있었던지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있다가 순찰병을 보자 와락 안기며 품에 파고들었다. 순찰병은 어린애가 너무도 애처롭고 불쌍하여 전후사연을 따져볼 사이없이 병실로 안고왔다.

경각성높은 지휘관이 지난 밤에 공중에서 아이울음소리가 들렸던 사실을 상기하고 곧 화학병들을 불러 아이의 몸을 검측해보았다. 놈들이 락하산으로 떨군 아이는 방사능덩어리였다. 아이와 순찰병은 전문병원으로 후송되였다.

놈들이 우리 병사들의 인정을 약한 고리로 보고 흉계를 꾸민것이였다. 후안무치한 행위였다.

성미가 조용한 편인 오기철은 이 보고를 받고는 노발대발하여 책상을 쳤다.

《개놈들!》

그는 놈들의 이러한 행위를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로 인정하고 대응책을 취하기로 결심하였다. 지금 그의 서류철에는 그와 관련한 무력부 대변인 담화초안도 들어있었다.

참모일군인 리국현은 긴급한 군사문제들을 가지고왔다. 그가 준비한것은 뉴욕에서 진행되고있는 경수로제공을 위한 실무회담의 지연은 우리에 대한 군사적압력의 일환임을 증명하는 자료, 미, 일, 남조선의 군사적결탁과 일본의 우리 나라에 대한 군사적개입가능성을 시사하는 자료, 금강산발전소건설에 추가로 부대들을 동원한것과 관련하여 전투서렬을 재정비한데 대한 보고 등이였다.

그는 이러한 보고를 서면으로 준비한외에 한가지 문제만은 구두로 직접 보고드리기로 하였다. 그것은 적들이 무인조종정찰기와 군사위성을 통한 우리 전연지대에 대한 정찰을 비상히 강화한 반면에 일체 군사적도발을 중지한데서 오는 분계선상의 이상한 정적이였다. 놈들이 저들무력의 실전배비상태를 고착시키고있다는 정찰국의 보고와 우리에 대한 교란작전으로 심리적압박을 계속하면서도 군사적도발만은 중지한것을 보면 그 어떤 결정적인 기회를 노리고있는것이 분명하였다.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는 이 문제를 오기철과 협의했으며 최고사령관동지께 직접 말씀올리기로 작정하였다.

또한 그는 부모형제들이 식량난을 겪고있는것과 관련한 군인들의 반영도 구두로 보고드리기로 하였다. 부모형제들이 고통을 받고있는데 그들의 아들딸들인 병사들이 더 참을수 있는가! 병사들의 총은 막대기가 아니다! 그들은 적들을 그냥 보고만 있을수 없다고 윽윽거리고있었다.

오랜 군인인 리국현도 그들과 같은 심정이였다. 그는 그자신이 보총을 틀어잡았던 병사시절의 혈기가 살아나서 참을수 없었다. 그 혈기대로 할수만 있다면 먼저 총성을 울려 전연지대의 숨막히는 고요를 깨뜨려버리고싶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과 충동을 활자로써는 다 표현할수 없는것이였다.

최고사령관동지의 부름을 받고오는 그에게 있어서 좀 특별한것이 있다면 전호진의 통보를 이미 그이께 서면으로 올렸다는 사실이였다. 그에 대한 결론을 받아야 하는것이다.

리길남이 가지고온것은 금릉2동굴과 청류다리2단계, 평양ㅡ향산 관광도로건설과 관련한 보고인가? 아니다. 한시가 바쁘게 보고해야 할 문제를 가지고왔다. 그는 그 보고를 단독으로 해야 했다. 경비대가 이동작업에 나가있는 북부국경일대에서 밀출입자들을 단속했는데 그들속에 남조선《정보원》의 첩자들이 끼여있는것과 관련된 보고였다. 그 간첩들은 우리 혁명의 수뇌부를 노리고 기여든 놈들이였다. 이미 해당기관에 통보했지만 그는 이 문제를 그이께 직접 보고드릴 필요를 느꼈던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무력의 지도급인물들인 오기철과 리국현, 리길남은 한 병사의 비정상적인 행위를 결코 소홀히 대하지는 않았지만 어깨에 실린 무거운 짐으로나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로는 보지 않고있었다.

그들 세사람은 응접실에 들어와서도 그리고 여기로 불리워온것이 자기 혼자만이 아니며 그리하여 이제 론의될 문제가 자기의 직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그 어떤 전체적인 의의를 가지는 문제라는것이 명백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 문제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가 리웅걸이 응접실로 들어왔을 때에야 그들은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했고 곽무선의 안내를 받아 들어온 심철범장령이 직속상관인 자기들에게 최고사령관동지의 부름을 받고 강원도현지에서 금방 올라왔다는 도착보고를 했을 때는 모든것을 명백히 짐작할수 있었다.

그 문제로구나! 세사람은 거의 동시에 이렇게 속으로 부르짖으며 생각을 한곬으로 몰기 시작했다.

이때 김정일동지께서도 집무실에서 홍경봉부총리와 마주 앉아 그 문제를 생각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부총리로부터 전국적으로 진행한 식량실사에 대한 보고를 받고계시였다.

그에 의하면 적들이 떠들어대는대로 나라에 식량위기가 닥쳐오고있음을 보여주었다. 주민들에 대한 식량공급량을 조절한다해도 몇달이라는 공백이 생길수 있었다. 이것은 나라가 실시하고있는 가장 중요한 사회주의적시책인 식량공급제도를 위협할수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부총리로부터 보고를 받으신 첫 순간에 느끼신것은 자연재해는 1994년에도 있었다는 사실이였다. 단지 사람들이 피눈물속에서 그것을 느끼지 못했고 수령님을 잃고 비통한 나머지 다 여문 곡식이 침수되고 수확량이 엄청나게 준데 대하여 누구도 관심을 두지 못하였을뿐이였다.

수해는 이해에만 아니라 전해에도 전전해에도 있었다. 그러나 농사가 잘 안된것이 수재에만 기인된것은 아니였다.

그이께서는 이 순간 농업부문 지도일군들은 물론 농민들이 이전과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시였다. 농촌에는 이미 이전의 《실농군》들이 없어졌다. 대부분 농민들은 작두도 모르고 소철 씌우는 법도 모른다.

땅도 더 늘어난것이 없고 농업인구는 이전보다 더 많아졌는데 왜 농사는 점점 못해지는가? 지금의 농민들은 뜨락또르와 비료가 없으면 농사를 못짓는것으로 알고있다. 이들이 바로 새 세대 농민들이다. 바로 그들에게 문제가 있는것이다.

그렇다. 나라에 식량위기가 닥쳐오고 그것이 기아로 전환될 위험성이 조성된 그때 그이께서 크게 생각하신것은 적들이 박아놓은 한줌도 못되는 간첩무리가 아니였다. 미중앙정보국의 밀실에서 허리먼이 고문서를 들춰내여 첩자들의 이름을 뒤지면서 날뛰였지만 그이께서는 눈섭 하나 까딱하지 않으시였다. 군사분계선에서 벌리고있는 적들의 교란책동도, 조선반도유사시에 일본을 끌어들이려는 막후교섭도, 대화의 막뒤에서 전쟁의 기회만을 노리면서 폭풍전야와도 같은 인위적인 정적을 조성하고있는것도 결코 놀라운것은 아니였다.

세계가 물질문명을 자랑하던 20세기의 마지막년대들에 소금물에 통강냉이를 삶아먹으면서 우리 인민이 진행한 전대미문의 《고난의 행군》을 령도하시면서 김정일동지께서 믿으신것은 우리 인민과 그 아들딸들인 우리 군대였다. 군대와 그들의 부모이고 형제인 우리 인민은 결코 자기들의 생명이고 생활인 사회주의를 버리지 않을것이였다. 그들은 오늘의 고난이 아무리 어려워도 맞받아나갈것이며 견인불발의 의지력을 발휘할것이였다. 오늘의 《고난의 행군》은 적들과의 의지의 대결이였다. 의지만 있으면 살고 승리할수 있지만 의지를 잃으면 죽고 패망할수 있었다. 의지의 강자가 되자, 이것이 그이의 마음속의 웨침이였다. 그이께서는 군대와 인민의 의지를 믿으시였고 그 의지에 의거하여 승리할것임을 믿어의심치 않으시였다.

이해 첫날에 김동환대좌로부터 얼마나 큰 신심과 고무를 받으시였던가.

며칠전 김동환의 자료를 보고 그이께서는 다시금 확신하시였다. 혁명의 오랜 세대는 문제없었다. 문제는 새 세대에 있었다. 단련이 부족하고 우리의 혁명력사를 잘 모르는 그들속에서 오늘의 고난에 겁을 먹고 나약해지는 현상이 지금은 김동환의 아들 하나에게서 나타났지만 앞으로는 더 나타날수 있다.

또 그것은 군인들에게만 한한 문제가 아니였다.

그렇다고 놀라지는 않으시였다. 다만 이 사실을 중시하시였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의지력을 키워줄것인가?

지금 김정일동지께서는 홍경봉으로부터 나라에 조성된 어려운 식량형편에 대한 보고를 받으시면서도 미중앙정보국의 문건에 적혀있는 《북조선주민들은 더는 사회주의와 타협을 하지 않을것이다.》라는 구절을 되새기며 줄곧 그 생각을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응접실로 나오시면서 이렇게 첫말을 떼시였다.

《그래 생각들 해보았습니까? 동무들, 어떻게 하면 우리 군인들을 잘 키울수 있겠습니까?》

《···》

누구도 응대가 없었다. 그들은 모두가 그 자료때문에 자기들이 불리워왔다는것을 안 때로부터 이 자리에서 그이의 말씀을 듣게 되리라고 생각하고있었기때문에 그이께서 흔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물으시자 안도의 숨부터 내쉬였다. 그러느라고 인차 대답을 드리지 못하였다. 다만 심철범만은 어리둥절한 상태에 있었다. 그는 방금전 곽무선으로부터 복사한 그 자료를 받았으나 한번 얼핏 읽어보았을뿐 구체적인 의미를 해석해보지 못하였다.

리웅걸은 긴 허리를 구부려 자세를 낮춘채 묵묵히 앉아있었다. 질문이 자기에게 떨어진것이 아님을 알고있었던것이다. 그는 지난 밤 이 장령들보다 한발 앞서 그이를 만나 담화를 나누었다.

《사상은 저절로 유전되지 않습니다. 또 상속받을수도 없구요.》

이 말씀을 들으면서 장령들은 그이께서 자기들이 본 문건의 구절구절을 되뇌이신다는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이자신은 이 말씀을 하시면서 마음속으로 적들의 뇌까림을 되새기고계시였다.

김정일령도자는 다시는 전 세대와 같은 지지세력을 가지지 못할것이다. 여기에 김일성주석 사후의 그의 고민이 있는것이다.》

《교양해야 합니다! 어떻게?》

그이의 갑자기 높아진 목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그이께서는 돌연히 심철범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심철범동무, 들어봅시다. 거기 일을···》

그리고 그이께서는 일어서서 방 한가운데로 나서시더니 주단우를 거닐기 시작하시였다.

심철범은 보고했다. 그의 보고는 역시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였다. 군부대들과 군종, 병종사령부들에서 파견한 지원부대가 일에 달라붙기는 했으나 공사의 전진속도는 높지 못하며 그 원인이 붕락구간과 물주머니가 터지는 구간이 많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계와 기술수단들이 없는데 있다는것, 그렇지만 군인들은 0026호명령을 관철하기 위하여 희생적으로 투쟁하고있다는것을 말씀드리고 이미 보고한것이지만 19갱에서 김철종중대장과 몇명의 병사들이 영웅적으로 최후를 마친데 대하여 상기해드리였다. 그리고 여기로 올라오기전에 19갱에서 진행한 현장군정간부회의에 대해서도 상세히 보고드렸다. 그는 이 보고를 드리면서 몹시 긴장했다. 그이께서 전호진의 제의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결심하시였다면 어떻게 할것인가? 그는 우회에 대하여 아직도 못마땅해하고있었다. 그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자기를 부르신것이 바로 그 문제때문이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심철범은 군인들의 정신상태를 보고드리면서도 좀 주저하였다. 방금 본 그 자료가 그를 자신이 없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는 자료에서 이야기된 문제의 전사와 함께 온것이다.

바로 몇시간전 최고사령부 작전직일관은 전화로 그에게 최고사령부로 즉시 오되 관하구분대의 전사 김남철을 잊지 말고 데리고 오라고 하였다.

심철범은 전혀 알지 못하는 그 전사의 소속이 어느 부대, 어느 중대인가를 물었으나 작전직일관은 모른다고 하였다. 심철범은 대렬부에 말하여 수만명 병사중에서 문제의 전사를 찾아내느라고 시간을 좀 지체하였다.

그의 차는 다급하게 달리였다. 그는 승용차의 뒤자리에 꼿꼿이 허리를 펴고 긴장하게 앉아있는 전사에게 몇마디 물어보았으나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하였다. 전사자신이 자기가 무슨 일로 최고사령부에 호출되였는지 전혀 모르고있었다. 거기에다가 어딘가 얼친 상태였다. 심철범은 무엇인가 짐작해보려고 집이며 부모에 대하여 두루 물어보았으나 왜서인지 전사는 우물우물할뿐이였다.

뜻밖에도 최고사령부에 도착하였을 때 심철범과 함께 전사도 당중앙위원회 청사로 안내되였다. 그 전사가 지금 대기실에서 기다리고있었다. 이제 그도 응접실로 불리워 들어와서 김정일동지앞에 서게 될것이였다. 심철범은 이미 그것을 느끼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나약한 그 전사를 만나게 되면 공사에 참가한 군인들의 정신상태가 좋다고 한 보고에 대하여 무엇이라고 하시겠는가?

심철범의 보고는 끝났다. 방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보시오!》 김정일동지께서 방 한가운데 멈춰서신채 침묵을 깨치시였다. 《공사장은 말그대로 의지의 시험장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 공사를 적들과의 의지의 대결전으로 보고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에 조선의 의지, 조선의 정신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 방안을 걷기 시작하시였다.

《그런데 공사에 참가하고있는 군인들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란말입니다. 인간이기때문에 힘들어하고 동요도 할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무서운것이 아니라 우리가 군인들을 의지의 강자로 키워내지 못한다면 그것이 무서운것입니다. 그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그이께서는 처음에 하신 질문을 되풀이하시였다. 사람들은 이번에도 대답이 없었다. 그 질문을 자기들에게가 아니라 그이자신에게 하신것이라는것을 느끼였기때문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천천히 자리에 돌아가 앉으시였다. 그리고 앞탁에 깍지 낀 팔을 대고 심철범을 바라보며 물으시였다.

《그래 데리고 왔습니까?》

《옛!》

심철범의 목소리가 저으기 떨리였다. 그는 대답을 드리느라고 일어선채 그이의 다음말씀을 기다리였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다음 말씀을 그에게가 아니라 좌중을 향하여 하시였다.

《나는 공사장에서 병사 한명을 불러왔습니다. 우리 그를 함께 만나봅시다. 심철범동무, 데려오시오.》

심철범은 놀라는듯 한 그러면서도 어딘가 엄숙해진듯 한 장령들의 눈길을 받으며 응접실의 출입문쪽으로 걸어갔다.

 

심철범이 대기실에 가슴을 두근거리며 앉아있는 전사를 데려오기까지는 불과 1분정도 걸리였다.

그러나 이 짧은 시간에 그는 가슴이 터질듯 한 흥분속에서 한생을 두고도 다하지 못할 많은 생각을 하였다. 처음에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것은 숭고하고 거룩한 감정이였다. 최고사령관동지와 같으신 세계적인 명장이 일개의 병사를 만나주시는것이다. 그것도 전호가나 야전지휘소가 아니라 집무실에서였다. 심철범은 이 감정이 어찌나 세차고 격렬했던지 숨이 턱에 닿아서 발이 어떻게 놓이는지도 몰랐다.

대기실에 들어가 전사를 보자 그는 분노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심려를 하시게 한 락오자에 대한 증오였다. 그러나 이 증오는 전사를 그이앞에 내세우기 위해 혁띠를 꽉 조여주고 바지춤에 들어간 군복상의의 주름을 바로잡아주면서 갑자기 사랑의 감정으로 변했다. 심철범은 이 순간 그의 친아버지가 된 자신을 의식하였던것이다. 그는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못난 자식이 또 무슨 걱정을 하시게 하지는 않을가?

항용 부모들은 시험장 같은데로 자식을 데리고 가면서 우점보다 결함을 더 보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눈먼 사랑이 아니라 참된 사랑이였다. 지금 심철범은 남철이를 최고사령관동지앞에 내세우면서 그러한 감정을 느끼였다. 그래서 불안했다. 자료를 통해서 그가 집에서 쫓겨난데 대해서는 알고있었다. 그러나 그후의 일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자기 아버지앞에서처럼 최고사령관동지앞에서도 망탕 아무말이나 하지 않겠는가?

이때 집무실에 앉아 전사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있는 오기철이나 리국현, 리길남은 물론 당중앙위원회 리웅걸이까지도 심철범과 같은 불안에 잠겨있었다.···

 

×

 

심철범은 남철이를 앞세우고 둬걸음 떨어져서 응접실로 들어섰다.

방안에 흥분으로 하여 변한 남철의 목소리가 울렸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건강하십니까?》

심철범은 처음 몇초동안 그 인사를 자기가 드린것으로 느꼈다. 그다음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가슴을 쑥 내밀고 몸을 꼿꼿이 펴고 서있는 남철이를 향해 오른손을 쳐드신것을 보고 긴장으로 하여 멈추었던 숨을 알리지 않게 내쉬였다. 남철은 옳게 인사를 드리였으며 그이께서 그 인사에 답례를 하신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 쳐들었던 손을 내리우며 남철의 앞으로 쑥 내미시였다. 남철은 한발 나서며 주저함이 없이 자기 손을 마주 내밀었다.

그이의 손을 잡아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이의 손이 매우 부드러울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와는 정 반대다. 하여 사람들은 그 손이 몹시 씩씩하고 억세다는데 놀란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 있는것이 아니였다. 그 억센 손아귀의 힘에 잡히운 손뿐아니라 몸과 마음이 다 끌려든다는데 있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그이의 친화력은 손에 있는것 같기도 했다.

심철범도 그것을 체험하지 않았던가!

군부대의 참모부에서 그이의 손을 처음 잡아보게 되고 그 억센 힘을 느끼는 순간 심철범은 그이께 대번에 끌려들고 긴장감도 어려움도 한순간에 잊었었다.

지금 남철이도 그이께서 이끄시는대로 그이곁에 스스럼없이 앉아있었다.

심철범은 마음이 놓였다. 방안에 있던 세명의 장령과 리웅걸의 얼굴에도 안도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들도 그이를 처음 뵙게 되는 전사가, 그것도 대렬을 리탈했던 전사가 어떤 실수를 하지 않을가 걱정했던 모양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몸을 돌려 손을 포개여 두 무릎우에 올려놓고 앉아있는 남철이를 바라보며 물으시였다.

《힘들지?》

남철은 당황해서 입을 다물고있었다. 그는 최근에 자기를 괴롭히고있는 문제와 관련된 질문을 받은것이다.

심철범과 같은 차를 타고 평양길에 오를 때까지도 남철은 거의 자포자기상태에 빠져있었다.

한가닥 희망이 있었다면 마음을 돌린 아버지가 힘써서 자기가 이 길에 오르지 않았을가 하는것이였다.

그러나 그가 간 곳은 해군사령부도 아니고 새로운 부대도 아니였다. 그는 당중앙위원회로 갔으며 그것도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계시는 청사의 현관으로 들어서게 되였다. 그는 막연하게나마 자기에게서 멀리 떠나가버린 세계, 공사장에 다시 설 영광의 세계가 문득 눈앞에 다가왔음을 느끼였다. 자기 문제가 최고사령관동지께 보고되였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할수 없었던 남철은 무엇때문에 그렇게 된것인지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두려운 세계였다. 그는 최고사령관동지와 벽 하나를 사이에 둔 대기실에 앉아서 다시 들어설 그 세계에서 자기가 꽤 견디여낼수 있을가를 가늠해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머리가 공회전하는 기계처럼 빙빙 돌뿐이였다.

지금 그러한 남철이가 최고사령관동지곁에 앉아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여전히 몸을 돌린채 대답을 기다리며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순간 남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군인으로서 저는···》

《알고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팔을 아래로 당겨앉히며 크게 그 말씀을 반복하시였다.

《알고있단 말이요. 그래서 난 전사동무와 이야기를 해보자고 하오!》

이제는 남철에게 자기가 이 자리에 오게 된것이 혹시 아버지와 관련되여있지 않을가 했던 막연한 짐작이 명백해졌다. 그는 자기가 아버지에게 한 거짓말이 이런 상상할수 없는 자리에 와서 계산될줄은 몰랐다.

그는 이미 자기가 중대장을 속이고 나중에 아버지까지 속였던 사실을 깊은 수치감을 가지고 저주하고있었다.

남철은 모든것을 솔직히 말씀드리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숙이고있던 고개를 쳐들었다.

《힘듭니다.》

그는 명령을 받은 군인이 답례할 때와도 같은 힘있는 소리로 그 말을 반복했다.

《정말 힘듭니다!》

첫 순간에 심철범은 전사가 그 대답을 정 반대로 했으면 하였다. 지금 최고사령관동지앞에서 한사람의 전사가 아니라 전체 부대가, 그를 지휘하고있는 자기자신이 시험받는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였다.

그러나 곧 전사가 옳게 대답했다는것을 알았다. 그가 자기가 바란대로 대답했더라면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믿지 않으시였을것이다. 만일 그렇게 되였더라면 남철은 또 한번의 거짓말, 그것도 최고사령관동지앞에서 거짓말을 하는것으로 되였을것이였다. 그런데 남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심철범자신이 이 공사를 인계받은 후 공사의 실태를 솔직히 최고사령관동지께 보고드렸던것처럼 남철이도 자기를 솔직히 드러내보였다. 심철범에게는 자기 부대에 수치를 가져왔다고 생각했던 이 전사가 갑자기 돋보였으며 그가 대견하게 생각되기 시작했다.

최고사령관동지와 전사사이에 진행되는 대화를 주의깊게 들으면서 량쪽으로 번갈아 시선을 보내던 방안의 다른 사람들도 이젠 그 시선을 완전히 전사에게 멈추었다. 마치 군사관등급상 제일 낮은 직급에 있는 이 이름없는 전사의 대답에 따라 그 어떤 중대한 국사가 결정되기라도 하는것처럼 그들은 숨을 죽이고있었다.

《옳소. 힘들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남철의 대답을 긍정하시였다. 그리고 계속하시였다.

《앞으로는 더 힘들거요. 오늘보다 래일은 더 그리고 모레는 좀 더··· 얼마간 고난은 계속될거요. 남철동무.》

남철은 그이께서 지금까지 자기를 괴롭히고있는 고난, 그래서 피하려고까지 했던 그 고난이 더 간고해지고 또 계속될것이라고 말씀하시였지만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두손을 무릎우에 포갠채 침착하게 앉아있었다.

《나는 동무에게 나라의 형편을 다 알려주자고 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남철에게서 시선을 돌려 맞은켠 벽쪽에 놓인 쏘파에 주런이 앉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둘러보시였다.

처음은 심철범을 바라보고, 다음은 오기철, 리국현을 본 다음 리웅걸을 보시였다. 그이의 시선은 그에게서 잠시 멎었다.

리웅걸은 자리에서 몸을 약간 들었다 놓으며 알릴락말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늘의 이 회견조직에 대해 그에게 말씀하시면서 장령들에게 나라의 형편을 알려주려고 하는데 그 자리에 문제의 전사를 참가시키겠다고 하시였다. 리웅걸은 절대찬성이였다. 오진우와 최광이와 마찬가지로 새 세대청년들에 대한 교양문제를 절박하게 여기고있던 그는 이 기회에 이 문제와 관련한 그이의 가르치심을 받으려고 하였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남철에게서 나타난 동요에 조금도 놀라지 않으시였다. 인간이기때문에 있을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시였다. 더우기 그가 신입대원임에야··· 그이께서는 인민군대를 철석같이 믿으면서도 그 매개 군인들이 결코 다 완성되였다고 보지는 않으시였다. 그이께서 믿으시는 군대는 완성되여가는 군대, 완성하여 써야 할 군대, 산 인간의 집단이였다. 그래서 최고사령관이 있고 장령들이 있고 각급 지휘관들이 있는것이다.

그이께서 보시건대 남철은 군대의 빈 구석을 그대로 볼수 있게 한다는데서는 하나의 표본이였다. 그이께 있어서 남철은 그가 전 세대의 전형이라고 볼수 있는 김동환의 아들이라는것으로 하여 더욱 관심이 가시기도 하였다. 그래서 남철이를 만나보기로 하신것이였다.

그러나 남철이를 만나기로 하신것은 그때문만도 아니였다. 생전에 어버이수령님께서 늘 하시던것처럼 어려울 때마다 인민대중을 만나 나라의 형편을 털어놓고 의논하시기 위해서였다.

그이의 속마음을 알길 없는 심철범은 물론 세명의 장령들도 그이께서 전사에게 나라의 형편을 다 알려주시겠다고 하자 모두 긴장되였다.

《일없소.》

그이께서 그들의 생각을 알아맞힌듯 말씀하시였다.

《나라의 형편에 대해서는 따로 비밀이 없소. 누구나 다 알아야 하오. 그래야 마음을 합칠수 있는거요. 천둥속에서는 천하가 한마음이 된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시선을 돌려 남철이를 바라보며 믿음이 어린 미소를 지으시였다.

《나는 전사동무에게 중요한걸 알려주자고 하오. 동무도 나라의 어려운 형편을 알아야 하오.》

그이께서는 방금전 홍경봉으로부터 보고받으신 전국적인 식량실사와 관련된 해당부문의 극히 제한된 일군들에게만 통보하기로 된 자료를 공개하시였다.

《물론 식량사정이 나라의 어려운 형편을 보여주는 전부는 아니요. 그러나 식량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을수 없소. 누구나 배고픈것하고는 타협할수 없으니까.》

그이께서 이해 정초에 자신의 집무실에서 심철범에게 보여주었던 미중앙정보국의 극비자료, 굶주린 우리 인민들이 사회주의와 더는 타협하지 않을것이며 2년내에 손을 들게 되리라고 한 그 자료를 병사에게 들려주신것은 그 다음이였다.

심철범은 숨을 죽이고 이야기를 듣고있는 남철이를 지켜보았다. 남철은 무릎우에 포개놓았던 두손을 풀어 걸상팔걸이에 올려놓더니 주먹을 쥐였다폈다하며 큰숨을 몰아쉬고있었다.

심철범은 남철의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미중앙정보국의 자료를 처음 보던 때의 자신을 돌이켜보았다.

그때 그는 정세에 대한 그이의 심려를 리해하였고 어떤 경우에도 그이와 운명을 같이 할 결심을 다지였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였다. 그의 온몸을 휩싼것은 자신에 대한 그이의 믿음이였고 자기가 그이의 기대속에 있다는 흥분이며 희열이였다. 그것이 본질이였다.

그는 남철이도 그때의 자기와 같은 심정을 가지고 같은 생각을 하고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남철은 흥분하고 격동되여있었으며 그것이 최고사령관동지의 믿음으로부터 오는것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느끼지 못하고있었다. 그의 생각은 극히 단순하였다. 지금 남철은 자기가 일하고있는 공사장을 눈앞에 그려보고있었다. 그것은 멀리 눈아래 내려다보였다. 그는 그 어떤 무한대한 힘을 온몸에 느끼고있을뿐이였다. 그래서 최고사령관동지께 무슨 말인가 올리고싶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였다.

《지금 사람들은.》

최고사령관동지의 음성이 그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그이께서는 팔걸이건너로 팔을 뻗쳐 남철의 손을 잡고 소곤소곤하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나라형편이 어렵지만 내가 그것을 알고있기만 하면 일없다고들 하고있소. 그렇소. 나는 알고있소. 그들보다 더 많은것을 알고있소. 적들은 〈압살〉정책을 쓰면서 우리가 질식되여 죽기를 기다리고있단 말이요. 어떻게 해야 되겠소? 남철동무.》

심철범은 남철이를 바라보았다. 이제야말로 그가 똑똑한 대답을 하여 그이께 기쁨을 드려야 했다.

《어째서 말이 없소?》

최고사령관동지의 목소리가 울렸다.

《최고사령관동지.》

남철은 일어섰다. 그리고 꼿꼿이 서있었다.

심철범은 손에 땀을 쥐였다. 남철이가 오래도록 말이 없자 《전사, 어서 말씀드려. 적을 요정내겠다구!》하고 속으로 웨쳤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전사의 대답을 듣고계시였다. 전사의 퍼런 불이 이는 눈빛에서 번뜩이는 증오를 보시였다. 증오, 그렇다. 전연시찰의 길에서 만난 수많은 병사들의 눈빛에도 하나같이 증오가 어려있었다. 신대원이든 구대원이든 모든 군인들의 눈빛에 아니, 적들로 하여 고통받고있는 이 나라 남녀로소들의 모든 눈빛에 증오가 불타고있었다. 그것은 그대로 멸적의 기상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였다.

심철범은 안도의 숨을 쉬였다. 그도 비로소 남철의 눈빛을 보고 자기가 바라던 대답을 읽었던것이다.

《남철이, 앉으라구.》

김정일동지께서는 전사를 앉히고나서 그의 손을 잡으며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금강산발전소건설장에서 적들과 포성없는 전쟁을 하고있소. 남철동무, 대답해보시오. 어떻게 하겠는가?》

그이께서는 남철의 눈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시였다.

전사는 입을 다문채 까딱않고 앉아있었다.

《왜 대답이 없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잡고있던 남철의 손을 놓고 몸을 뒤로 제치시며 천천히 말씀하시였다.

《나는 장령들의 말이 아니라 전사들의 말을 들어보고싶었소. 내 말을 알겠소? 전사동무.》

물론 남철은 리해하였다. 그의 타는듯 한 마음속의 눈앞에는 꽃바다가 펼쳐져보였다. 금강산발전소 준공식이 진행되고 꽃보라에 묻힌 최고사령관동지의 축복을 받고있는 자신을 보는것 같았다. 그리고 그 꽃보라에 휘말려 혼비백산한 적들이 아우성을 치며 비명을 울리는 몰골도 보였다. 우리의 된타격에 봉쇄환이 끊어져나가고 적들의 어리석은 망상이 산산이 쪼각나서 보잘것 없는 먼지로 되여 아득한 미궁으로 날려가버리는것이였다.

《미제침략자들을 소멸하겠습니다!》

남철은 전호가에, 포진지에, 함선의 갑판에 써붙인 인민군대의 멸적의 구호를 자기말로 말씀드렸다. 그리고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더니 고개를 무릎우에 숙이였다. 그는 흐느끼였다. 이 숭엄한 공기가 흐르는 방에 들어와 내내 흥분되고 긴장한 나머지 느끼지 못하고있던 죄책감이 행복한 이 순간에 가슴을 친것이였다. 그 죄책감은 병사가 선 초소는 그 어디나 적들과의 대결장이며 그 어떤 조건에서도 거기를 리탈한다는것은 투항이라는 자각에서 오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잠하시였다. 그 눈물을 리해하신듯 하였다.

전사의 그 눈물은 심철범에게로 옮겨갔다. 그는 최고사령관동지앞이라는것도 잊고 큰 눈을 연거퍼 슴벅거리면서 전사들을 똑똑하게 이끌어주지 못한 자책감을 느끼고있었다.

《됐소, 됐소! 울지 말라구···》

김정일동지께서 남철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그리고 응접실 한가운데로 나서시였다.

《동무들.》 그이께서는 흥분으로 하여 갈린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우리 병사들은 힘들게 일하고있습니다. 그들은 목석이 아니라 인간입니다. 게다가 단련이 없는 새 세대군인들입니다. 우리 지휘관들은 목석인간, 식물인간이 되여서는 안됩니다. 그들을 더 잘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무엇으로 어떻게? 나는 얼마전에 오진우, 최광동지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들은 젊은 시절에 고난의 행군을 어떻게 이겨냈는가고 묻자 행군길에 지쳐 쓰러졌다가도 머리를 들고 보면 저앞에서 김일성장군님께서 걸어가고계시였기에 힘을 내여 따라 일어서군 했다고 하였습니다.···》

그이의 목소리가 갑자기 뚝 끊어졌다. 흥분에 떨리는듯 한 숨소리만이 방안의 고요를 깨뜨리고있었다. 이때 장령들은 손수건으로 눈언저리를 누르시는 그이를 젖은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이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그것은 침착하고 힘있는 목소리였다.

《우리는 대오의 앞장에 서야 합니다. 돌격 앞으로가 아니라 나를 따라 앞으로! 어제도 오늘도 이것이 변함없는 우리 지휘관들의 구령으로 되여야 합니다. 이 어려운 때 열백마디의 말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우리의 모든 군관, 장령들이 이신작칙해야 합니다. 이신작칙이야말로 병사들에 대한 참된 사랑입니다. 이 사랑속에 우리 병사들은 강자로 될것이며 우리 군대는 강군으로 될것입니다. 이신작칙으로 병사들을 이끌라. 나는 오늘 동무들에게 다시 이 구호를 제기합니다!》

《알았습니다!》

오기철과 리국현, 심철범, 리길남이 약속이나 한듯이 동시에 일어서서 차렷자세를 하고 응답하였다. 장령들의 뒤를 따라 리웅걸이도 긴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 김남철이만은 응당 자기도 일어서야 한다는것을 잊고 우는지 웃는지 알지 못할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힘있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최고사령관인 나자신이 이 구호를 실천에 옮겨나갈것입니다.》

그러자 리길남이 물기도는 눈을 슴벅이며 감동된 어조로 말씀드렸다.

《사실 최근 몇달동안에만도 장군님께서 얼마나 많은 병사들을 만나주시였습니까. 최전연에까지 나가시여 식당에도 들리시구, 잠자리도 보아주시구··· 기념사진도 찍어주시구··· 우리 군대에 장군님을 모시고 사진을 찍은 병사가 수천수만이 잘될것입니다. 병사들은 장군님을 모시고 사진을 찍는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정말 최대의 행복, 최상의 영예로 생각합니다.》

그이께서는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나는 앞으로 전군의 모든 병사들과 한번씩은 다 사진을 찍자고 합니다. 병사들이 좋아한다는데 최고사령관의 얼굴이야 못빌려주겠습니까? 허허···》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으나 좌중은 웃지 못하고 서있었다. 그이의 병사들에 대한 사랑이 웃기에는 너무도 절절하고 너무도 뜨거웠던것이다.

《사실 내가 매일처럼 전선길을 걷는것은 병사들에게 나의 진정, 나의 마음을 쏟아주기 위해서입니다.》

이 말씀은 장령들보다 남철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다.

물론 장령들의 충동도 컸다. 과묵한 표정으로 나타나지 않는 그들의 마음속의 세계에서는 지금 자기들이 준비해온 서류철에 있는 엄중한 문제들이 아무것도 아닌것으로 여겨졌다. 그들은 이미 그 문제들을 해결할 방도를 찾은것이다. 그이처럼 하자. 그이처럼 지휘하고 그이처럼 생활하자. 그러면 전선의 숨막히는 정적도 분계선상에서 벌어지고있는 적들의 교란책동도 한줌도 못되는 간첩무리들의 쏠라닥거림도 문제없을것이다. 그렇다. 그이의 말씀은 그들에게 있어서 필승의 보검이였다.

그러나 남철에게는 그 말씀의 마디마디가 뜨거운 덕수처럼 펴져내려 온몸이 화끈 달아올랐다.

남철은 그이께서 자기앞에 다가와 서신것을 몰랐다.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일어섰다.

《남철동문 나한테 할 말이 없소?》

김정일동지께서 물으시자 남철은 서둘러 말씀드렸다.

《최고사령관동지,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어서 말하라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저는 대오에 설 자격을 잃었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의 권한으로 저를 대오에 다시 설수 있게 해주실수 없습니까?》

남철은 차렷자세를 짓고 그이의 승낙을 기다렸다.

《그게 다요?》

그이께서 빙그레 웃음을 짓고 또 물으시였다.

《옛!》

남철은 차렷자세를 짓고 가슴을 쑥 내밀며 구령처럼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위하여 복무하겠습니다!》하고 병사의 인사를 올렸다.

《고맙소!》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남철의 두손을 꽉 잡으시였다.

방안에는 잠시 숙연한 침묵이 깃들었다.

《자, 그럼 리국현동무.》

김정일동지께서는 화제를 돌리시였다.

《전호진장령이 제기한 문제를 토의해봅시다. 총참모부에서는 그 제의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있습니까? 다른 동무들도 들으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좌중의 다른 사람들에게 시선을 보내고나서 공사장에서 제기된 의견대립에 대하여 설명해주고 그들도 화제에 끌어들이시였다.

그사이 리국현이 일어서있었다.

《총참모부는 심중한 토의끝에 전호진장령의 제의를 기각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 김남철전사를 만나고나서 그 결심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결국 공사의 담당자인 병사들의 의지문제이니말입니다.》

《옳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심철범을 바라보며 긍정하시였다.

심철범이 벌떡 일어섰다.

《알겠습니다.》

심철범은 힘있게 대답을 드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말씀하시였다.

《나는 심철범동무의 주장에서 제기된 아치형시공을 하면 직선돌파에서 안정성을 담보할수 있다는 문제를 국가적으로 유능한 과학자, 기술자, 시공경험이 있는 일군들의 토의에 붙여보았습니다. 그들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보고해왔습니다.》

그이께서는 심철범에게서 시선을 돌려 모두에게로 보내며 계속하시였다.

《그러나 나는 심철범동무의 주장에서 보다 중요한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직선돌파정신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그 정신은 우리 군대의 기본정신으로 되여야 합니다. 바로 그 정신이 중요합니다. 이제 우리가 내린 0026호명령은 반드시 수행될것입니다. 나는 우회로를 택하자고 하는 전호진장령과 그곳의 일부 지휘관들의 주장에서 합리성을 찾아보려고 많이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뭔가 부족한것이 느껴졌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 인민군대의 근본정신에 맞지 않는 주장이기때문이였습니다. 최고사령관인 나는 직선돌파를 지지합니다.》

그이의 이 말씀은 방안에 명령처럼 울렸다.

장령들은 일제히 일어섰다.

 

평양ㅡ원산관광도로로 앞창유리에 《금강산발전소건설》이라고 쓴 특별자동차운행증을 붙인 야전승용차가 달리고있었다.

평양으로 올라올 때와는 달리 심철범장령은 뒤좌석에 남철이와 나란히 앉아있었다. 그의 손이 남철의 손을 꽉 잡고있었다.

도로에는 금강산발전소건설장으로 가는 물동을 가득 실은 대형화물자동차들이 줄지어 달리고있었다.

심철범은 마음이 흐뭇하였다. 그는 그 물동을 합친것보다 더 귀중한, 이제 틀림없이 영웅으로 자랄 전사를 곁에 태우고 가는것이다.

그에게는 자기의 주장이 관철됐다는 사실자체도 큰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강조하신 《나를 따라 앞으로!》라는 구호가, 그이의 병사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가슴을 울리고있었던것이다.

력사에는 이름있는 명장들이 있어 저마끔 령군술을 자랑해왔다. 한때 유럽땅까지 정복했던 칭기스한은 5인조, 10인조를 묶어 그중 하나의 병사가 도주하던가 군률을 위반하면 전체를 목베는 무서운 형벌로 군사를 다스렸고 현대군사가의 《시조》라고 일컬은 나뽈레옹은 군사를 움직이는 동인을 공포와 리익 두가지로 보면서 공로에 대해서는 일망무제한 령지를,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3대멸족이라는 전률할 처벌을 안기였다. 지금 미군을 비롯한 자본주의국가의 군대는 고용병들로서 그들을 움직이는 기본무기는 황금이다.

고대 《손자병법》으로부터 클라우제위츠의 《전쟁론》은 물론 맑스ㅡ레닌주의고전가들의 군사사상 그 어디에도 《애병》이라는 말자체가 없다.

오직 우리 군대, 어버이수령님께서 창건하시고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이끄시는 조선인민군대에만 병사들에 대한 사랑이 꽉 차흐르고있다.

일찌기 수령님께서는 군대에서 정치사업을 기본으로 삼도록 하시였으며 오늘은 우리 장군님께서 군인들이 자폭정신, 육탄정신을 발휘해야 할 현정세의 요구를 반영하여 병사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의 최고정화라고 할수 있는 《날 따라 앞으로!》라는 구호를 체질화하도록 하심으로서 혁명군대 령군술의 기본원리, 근본초석을 다시금 밝혀주시였다.

최고사령부에서 김정일동지를 만나뵙고나서 커진것은 남철전사가 아니라 바로 나자신이다! 심철범은 차를 타고 오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한편 김남철은 장령에게 두손을 꼭 잡히운채 까딱않고 앉아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생각하고있었다. 내가 최고사령관동지를 만나뵙고 부대로 돌아간다는것을 아실가? 그걸 아신다면 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실가? 자기를 욕되게 한 이 아들을 용서하실가?···

그러나 그는 자기를 대신하여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아버지앞으로 친필서한을 보내시였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할수 없었다.

남철이를 바래우고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김동환의 자료철겉장에 이렇게 쓰시였다.

ㅡ아들을 용서해주는것이 좋겠습니다. 그는 반드시 훌륭한 군인이 될것입니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