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8

 

제 3 장. 약속하는 대지

8

 

강계에서 떠난지도 거의 4시간, 산세 사납기로 소문난 맹산과 요덕을 지나 양덕군지경에 들어선 승용차는 아호비령을 가까이하고있었다. 그때쯤 류광선은 손에 들었던 통신자료를 내려놓고 처져내린 안경을 밀어올리며 바깥에 관심을 돌렸다. 길을 따라 좌우에 펼쳐진 첩첩한 산발들과 골짜기들은 아직도 겨울잠을 깨지 못한듯 한산해보이는데 혹은 왼쪽에서 혹은 오른쪽에서 줄곧 따라오는 골개울은 한낮의 해빛을 받아 깨여진 거울쪼박마냥 번쩍거리며 눈을 시굴게 한다.

평지라고는 도로밖에 없는 벼랑과 벼랑사이의 긴 협곡을 빠져나오자 차츰 산세가 순해지고 골이 넓어지면서 산자드락에 붙은 비탈밭들이 보이더니 도로변에 위치한 삼성리소재지에서는 제법 논까지 볼수 있었다. 뙈기논들이였다. 강원도에서는 저런 뙈기논들이 바야흐로 사라져가는데 여기 평남땅은 언제면 없어질런지 알수 없었다.

류광선은 자리를 옮겨앉아 차창유리를 조금 내렸다. 바람이 무서운 소리를 지르며 차안으로 몰려든다. 아직 차기는 하지만 어쨌든 봄기운을 품은 바람이다.

봄, 해토무렵. 온 겨울 얼마나 애마르게 기다리던 계절인가!

지난해에 그들은 땅이 한뽐나마 얼어붙은 12월말까지 정리작업을 강행하여 실적을 당초의 목표인 65프로계선에 올려세웠다. 그 수자속에는 불로소득한 면적, 즉 김정일동지의 란정리현지지도말씀에 따라 밭으로 전환되면서 정리작업권에서 떨어져나가는 면적(9프로)이 적지 않게 포함되여있었다. 그렇게 보면 지난해 3개월동안에 실제적으로 정리한 면적은 총면적의 절반을 조금 더 넘겼다는 소린데 나머지면적을 이제부터 4월 중순까지 달포동안에 다 정리한다는것은 조만규부상의 표현을 빈다면 《행운이나 기적을 바랄수밖에 없다.》고 할만큼 아름찬 일이였다.

해야 할 일은 토지정리뿐이 아니였다. 엊그제 오후에 있은, 최근 적들이 그 어느때보다 전쟁책동을 무분별하게 벌리고있는 조건에서 국방력을 더욱 강화할데 대한 문제를 토의한 국방위원회비상회의 뒤끝에 류광선은 장군님으로부터 또 한가지 무거운 과업을 받았다. 토지정리가 마무리되는 길로 세포등판을 1 000정보 개간하여 강원도에 주둔하고있는 인민군부대들에 부업지로 넘겨주어 올해 봄부터 감자와 무우를 심어먹도록 하자는것이 장군님의 뜻이였다.

《···이건 사실 지난해 12월 강룡동무네 군단을 시찰하면서 생각한것인데 그때는 토지정리를 잘못한것때문에 현지일군들이 급해할것 같아 부담을 주지 말자고 우정 말을 안했습니다. 힘들더라도 올봄안으로 개간해줍시다. 이제 토지정리를 하고 1 000정보의 부업지에서 봄에는 올감자를 심어먹고 뒤그루로 김장용무우를 심어 공급하면 강룡동무네 군단을 비롯해서 강원도에 있는 군인들의 겨울용김장남새문제해결에 크게 도움을 줄것입니다.》

곡진한 말씀과 함께 장군님께서는 세포등판개간 역시 토지정리처럼 통이 크고 규모있게 할데 대해서와 측량이며 설계를 선행시키는데서 39군단과 협동작전을 할데 대한 문제 등 예견되는 여러가지 구체적인 가르침을 주시였다.

논구경은 더 할수 없고 밭면적도 점점 주는가싶더니 드디여 경사길이 시작되였다. 그제야 류광선은 차가 이미 대도로와 만나는 마전쪽으로 빠지는 갈림길목을 지나 아호비령과 마식령을 넘는 구도로에 들어선것을 알았다.

《왜, 넓은 도로에 싫증이 났나?》

류광선의 롱담을 섞은 물음에 운전사는 히쭉 웃기부터 했다.

《아닙니다. 차가 올리막을 채는 힘이 어떤지 좀 밟아보렵니다.》

이번에 류광선은 장군님으로부터 토지정리지휘용승용차를 배려받았다. 지금 타고가는 차가 바로 그 차인데 운전사로서는 새차의 성능이 궁금한 모양이였다.

《그러더라도 객긴 부리지 말아. 아호비령골안에서 염라국사자가 어슬렁거리고있다.》

조향륜을 좁혀잡은 운전사는 변속단수를 거듭 높이면서 무서운 속도로 올리막을 치달아 올라갔다. 자주 다가오는, 산허리를 따라 감기고 풀리는 매듭인양 다가드는 령굽이를 돌아설 때마다 잠시 속도를 늦구었다가는 다시 질풍같이 내닫는다. 그렇게 아호비령을 넘어 강원땅에 들어선 승용차는 마식령도 넘어 문천군경내에 이르렀다.

그때 멀지 않은 언덕굽이에서 군용차로 짐작되는 승용차 한대가 빠져나와 먼지를 끌고 질주해왔다. 정작 가까이 온걸 보니 군대차가 아니라 뜻밖에도 조만규부상의 전투지휘용차여서 류광선은 급히 운전사더러 차를 세우라고 했다. 저쪽에서도 지나치는 순간에 이쪽을 알아본듯 인차 멈춰서는것 같더니 재빨리 후진하여왔다.

《국방위원회는 평양에서 했겠는데 왜 이 길로 옵니까? 대도로를 타지 않고···》

차에서 내려 다가오며 인사삼아 던지는 조만규의 물음이였다.

《회의후 장군님을 수행하고 자강도에 갔다가 거기서 오는 길이요. 동무는 어딜 가게 이 길에 들어섰소?》

《가긴 평양으로 가는데 고원역에 들렸다가 오는 길입니다.》

《고원역엔 왜?》

말에 앞서 조만규는 이마살부터 찌프렸다.

《철도가 문젭니다. 강선에서 잠관공사용철근을 실은 화차 다섯방통을 보름전에 보냈다는데 오지 않길래 알아보니 고원역에 와 이레째 묵고있습니다.》

《사흘에 온 천리길을 문턱밑에서 열흘 묵는다는격이구만. 철도, 철도가 문제라는 말이 옳소. 이보, 차라리 군들에서 제각기 자동차로 실어다 쓰라고 하는 편이 빠르지 않을가?》

《나도 그 생각을 해봤는데 안될것 같습니다.》

조만규는 안되는 리유를 두가지로 설명했다. 고산이나 안변이북의 군들에서는 그런대로 실어다쓸수 있겠다쳐도 그 아래쪽에서야 무슨 수로 날라가겠는가 하는것이 첫째 리유고 두번째 리유는 철도사람들에게 선심을 써야 버릇이나 굳힐뿐이고 전망적으로 보아도 얻을것이 없다는것이였다.

《먼저번 불도젤들을 수송할 때도 장군님께서 주변군부대에 임무를 주시여 철도사람들의 딱한 사정을 풀어주셨는데 이번에도 또 속수무책으로 나앉아있습니다.》

류광선은 조만규의 주장이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고원역에선 언제 뽑아주겠답데?》

《강원도토지정리용이라는걸 저네도 잘 알기때문에 인차 뽑기는 하겠지만 강원선에 돌릴 전력사정도 그렇고 견인기사정도 그렇고 다 긴장해서 꼭 언제까지라고 찍어말하긴 힘들다는겝니다.》

류광선은 고개가 끄덕여졌다. 철도에 대한 조만규의 불만도 리해되거니와 토지정리용화물인줄을 알면서도 뽑아주지 못하는 철도의 난감한 사정 역시 리해되는바가 없지 않았다.

《철도문제는 나도 좀 풀어보기요만 평양엔 웬 일로 가오?》

《요새 부속품이 발목상한 놈처럼 절며 들어오는데 내각에 가서 또 한번 들쑤셔놔야 봄전투를 치러낼것 같습니다. 국가계획위원회에도 좀 볼일이 있고···》

그때에야 류광선은 장군님으로부터 세포등판개간과업을 받은데 대해 이야기하였다.

《1 000정보라?》

머리가 비상하고 수자에 밝은 조만규는 부지런히 속구구를 해보는 모양이였다.

《그러니 우리가 토지정리완공날자를 좀더 당겨야 한단 말이군요?》

《옳소, 아름찬 과업이요. 하지만 무조건 집행해야지. 내 세포주둔군단과는 미리전부터 련계를 취해 사전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는데 문제는 빨리 불도젤들이 토지정리에서 손을 떼는거요. 뭐니뭐니해도 개간전투는 불도젤이 하는거니까.》

《강원도토지정리에서 인민군대덕을 단단히 보았는데 이번엔 그 갚음도 해야지요. 그럼 부위원장동지, 토지정리가 완전히 끝나기를 기다릴것없이 먼저 끝나는 단위들은 그 즉시로 세포쪽에 돌려앉힙시다.》

《강원도토지정리 그자체가 그렇지만 세포등판개간은 군민협동작전이라고 볼수 있소. 미리부터 잡도리를 든든히 해둡시다.》

조만규를 보내고 차가 떠나자 류광선은 운전사더러 고원역으로 가자고 일렀다.

승용차가 고원읍에 들어선것은 11시경이였다.

화물취급소쪽으로 해서 역안에 들어가 차가 멎자 류광선은 역일군들을 만나기 전에 문제의 화차부터 찾아보았다. 다섯량의 중량화차는 주변이 텅빈 16번선에 외롭게 서있었다.

역구내를 한바퀴 휘둘러보고난 류광선은 곧추 역장의 방을 찾아들어갔다. 역장은 령장에 중성 세알이 박혀있는, 군대로 치면 상좌급에 속하는 몸이 우람하고 눈귀가 약간 처져내려 어딘가 좀 능청스러워보이는 사람이였다.

《하나 묻기요. 동무네 고원역사람들은 강원도토지정리와 상관없는 사람들이요?》

역장의 눈에 대뜸 놀라움이 비꼈다.

《무, 무얼 념두에 두고 하시는 말씀인진 모르겠는데 저희들이 두루 잘못하는 일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강원도토지정리에 대해선 무엇이나 선차로···》

말에 앞서 류광선은 손가락을 구부려 앞상을 탁! 때렸다.

《동무, 무슨 소릴 해! 토지정리용화물을 한주일씩이나 잡아두면서도 선차요?》

그제야 깨달음이 오는지 역장은 얼굴에서 의문을 지우고 안도감같은 다행스러운 표정을 띄워올렸다.

《강원도에 가는 강재화차때문에 하시는 말씀같은데··· 그건 그렇습니다. 아까 농업성 조만규부상동지한테도 말했습니다만 그건 사정이 정 어쩔수 없어서 뽑지 못하고있는것입니다.

부위원장동지도 아시겠지만 강원도야 워낙 뿔빠진데가 아닙니까? 견인기는 그럭저럭 둘러맞출수 있다쳐도 전기가 걸립니다. 다른데를 한절반 죽여야 강원선을 살릴수 있는데 그건 관리국에서도 마음대로 못하는것이고 성에서나 결심해야 풀리는 문젭니다.》

《그럼 성에라도 제기해서 뽑아야지 세월없이 잡아두고있을수야 없지 않소? 강원도에선 지금 강재가 없어 구조물공사를 못하고있는데···》

《저희들도 제기해봤습니다만 그냥 기다리라는 소리뿐이고···》

류광선은 일시 대답이 궁했다. 론의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역장을 리해해줄수밖에 없다는것이 명백하므로 그는 뒤걸음치는 마음을 다잡으며 최후통첩을 하듯 물었다.

《동무가 말하자는건 뭐요? 토지정리용이고 뭐고 상관없이 전력사정이 나쁘고 견인차형편도 그러니 고원역엔 아무것도 책임질게 없다, 그 소리요?》

《아, 아닙니다. 화물이 목적지에 못 가고 우리 역에 머물러있는데 왜 아무 책임질것이야 없겠습니까? 책임은 있습니다. 단지 사정이··· 가능한껏 빨리 뽑도록 해보겠습니다.》

《동무가 말하는 〈가능한껏 빨리〉라는게 언제까지를 의미하오?》

류광선은 상대가 엉너리를 치며 빠져나가지 못하게 바투 조이고들었다.

《그, 그건 말입니다. 어쨌든 관리국에 다시 제기해서 최단시간안에 뽑도록 하겠습니다.》

방안이 그리 덥지 않은데 땀이 나는 모양 역장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문질렀다.

류광선은 역장의 입에서 그이상의 대답을 받아내기 힘들것이라고 보아 방향을 돌렸다.

《여기 동무네 고원역에 조차용견인기가 있지? 디젤차가···》

류광선은 그 디젤차를 써볼 생각이였다.

그러나 역장의 대답이 재미없었다. 디젤견인기가 고장나서 기관구에 들어가있다는것이였다.

《어디가 고장났소?》

《그건 잘 모르겠는데 들어간지 열흘이 넘습니다.》

그렇다면 이 역장과는 더 할말이 없다고 보아 나가면서 물었다.

《기관구가 어디 있는지 안내하오.》

《기관구가 좀 먼데··· 차를 타고 가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고원역이 넓기는 넓었다. 승용차가 역사를 나가 북쪽으로 한참 올라가서야 덕지강가까이로 2층짜리 기관차대건물이 나타났는데 마침 대장이 사무실에 있었다. 령장에 중성 네알을 박은 키가 크면서 과묵해보이는 사람이였다.

《지금 수리에 들어와있는 조차용견인기··· 어디가 고장이요?》

역장을 보내고 앞상에 기관차대 대장과 마주앉자 류광선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기관이 고장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오.》

류광선은 철도에서 오래 일한 경험이 있어서 기관차의 물계를 얼마간 알고있었다.

《곡축메달이 전반적으로 나가고 피스톤과 착유통들도 더러···》

기관차대 대장이 말을 미처 마무리하기 전에 류광선은 손가락끝으로 앞상모서리를 탁 때리며 엄한 표정을 지었다.

《동무네한테 문제가 있구만. 여보, 메달이나 피스톤 같은거야 교체하면 되는건데 뭣때문에 열흘씩이나 차를 끼고있소, 응?···》

《···》

《좋소, 긴말을 않겠는데 이렇게 하기요. 동무네가 열흘동안 끼고있는 그 견인기를 오늘중으로 살려놓소.》

《아니, 오늘중으로 말입니까? 그, 그건 힘듭니다. 어떻게 하루동안에··· 그건 정말 불가능합니다.》

《뭐이, 불가능?》

류광선은 상대방을 쏘아보았다.

《이보오, 동무는 무엇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조선말이 아니라는 장군님의 명언을 혹시 모르고있는게 아니요?》

《···》

기관차대 대장은 얼굴색이 컴컴하게 죽어가지고 대답을 못했다.

《좋소, 오늘중에 정 힘들면 래일 아침까지 시간을 늦궈주겠소. 그이상은 안되니 무조건 살려야 하오.》

류광선은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저, 어딜 가십니까?》

《갈곳이 한군데밖에 있소? 로동자들한테 가야지.》

《점심시간이여서 지금 휴계실에 모여 식사를 하는중일겁니다.

부위원장동지, 가더래도 식사나 하시고···》

《동무하고는 입맛이 없어 식사를 못하겠소.》

그들이 기관구수리장에 들어선것은 공교롭게도 점심시간이 되여 수리공들이 점심밥곽들을 들고 현장휴계실에 모여드는 때였다. 그들모두는 차수의 별을 단 류광선이 느닷없이 휴계실안에 들어서자 당황해하면서 몸둘바를 몰라하였다.

류광선은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어 기관차대 대장더러 차에 가서 운전사에게 점심밥을 가져오란다고 이르게 했다.

류광선은 운전사가 점심밥꾸레미를 가져오자 제 먼저 장판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거 주객이 좀 바뀐것 같은데 그렇게 뻗치고 서있지만 말고 어서 앉으라구. 오늘 점심은 나도 여기서 동무들과 같이 먹을 작정이니 어서 앉아서 밥곽들을 꺼내놓으라구.》

그래도 수리공들이 앉기를 주저하자 류광선은 제잡담 꾸레미부터 풀었다. 포장한 종이를 떼자 그속에서 큼직한 줴기밥 세덩어리가 나왔다. 로동자들은 그제야 앉으며 어색한 동작으로 밥곽들을 열었다.

류광선은 수리공들의 밥곽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나서 줴기밥을 한덩이 집어들고 말했다.

《동무들, 이걸 보통밥인가 하지 마오. 이 줴기밥은 오늘 아침 장군님께서 나와 헤여지면서 로상에서 점심요기를 하라고 주신거요.》

로동자들은 놀라움에 찬 눈으로 줴기밥만 응시했다.

《맛들을 보겠소?》

한동안 조용했던 방안의 정적을 깨치며 한 나이든 로동자가 나섰다.

《차수동지, 제 좀 맛을 봐도 되겠습니까?》

《그럼, 우리 함께 나눠 들기요.》

그 로동자가 줴기밥의 한귀퉁이를 숟가락으로 헐어 조심스레 입가로 가져갔다.

《줴기밥을 먹을줄 모르는구만. 줴기밥은 이렇게 손으로 집어먹는 재미에 싸가지고 다니는거요.》

류광선은 손에 집었던 줴기밥을 곁에 앉은 로동자에게 들려주었다. 엉겁결에 그것을 받아든 로동자는 뜨거운 물건이라도 받아든듯 두손으로 받쳐들고 선뜻 입가로 가져가지 못하였다. 이때 나이든 로동자가 《허동무, 어서 맛보라구. 우리 장군님께서 어떤것을 싸들고 다니시며 강행군을 하고계시는지 알아야 할게 아닌가.》하고 젖어든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러자 허동무로 불리운 로동자가 그 밥덩이를 한입 베여물고 옆의 로동자에게 옮겨주었다. 이렇게 로동자들은 차례로 줴기밥맛을 골고루 다 보았다.

《그럼, 그렇게 해야지. 그래 줴기밥맛이 어떻소? 이젠 나에게도 동무들이 싸온 밥맛을 좀 보여주겠지?》

그때에야 로동자들은 류광선과 간격이 없어져 그의 앞에 자기들의 밥곽을 내여밀며 곁에 둘러앉았다.

《동무들, 장군님께서는 지금 자강도를 현지지도하고계시는데 얼마전에도 강원도토지정리전투를 두고 말씀이 계시였소. 금년 태양절전으로 어떻게 하나 끝내야 한다고 말이요. 그런데 동무들도 알다싶이 저 16번선에서 토지정리구조물공사에 쓰일 철강재가 며칠째 묵고있소. 나라의 전기형편에 대해선 동무들에게 더 말하지 않겠소.》

류광선은 방금 역장방에서 한 말을 되풀이했다.

《그래, 동무들이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있으면서 어떻게 장군님의 구상에 의해 진행되는 토지정리에 지연을 줄수 있단 말이요.》

로동자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묵묵히 머리를 떨구고있었다.

《동무네 대장동무의 말이 오늘중으로 견인기를 살려내는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동무들도 그렇게 생각하오? 정말 방도가 없겠소?》

이때 줴기밥에 처음으로 숟가락을 가져왔던 그 로동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앉소, 앉아서 이야기하오.》

그러나 그 로동자는 고집스레 자리에 서서 류광선에게 이야기했다.

《차수동지, 저희들이 잘못했습니다. 저 16번선에 화차가 들어온지 벌써 이레짼데 그사이 우리는 이렇게 먹을것을 다 먹고 잠잘것을 다 자며··· 아무 생각없이 보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이렇게 줴기밥으로 끼니를 이으시는데···》

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류광선과 바투 마주앉았던 누빈솜옷을 걸친 젊은 로동자가 일어섰다. 그는 격동되여 울먹울먹한 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철도로동계급의 명예를 어지럽혔습니다. 차수동지, 걱정마십시오. 죽지 않는 한 우리가 오늘 밤중으로 견인기수리를 끝내고 래일 아침에는 강재를 출발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격동된 로동자들이 주먹을 부르쥐며 이에 호응해나섰다.

《좋소, 난 동무들만 믿겠소. 그런데 견인기수리도 전기가 와야 할게 아니겠소? 용접 같은거야 어떻게 결심 하나로 되겠소?》

《차수동지!》

허동무라고 불리운 로동자가 부르짖었다.

《온 고원군의 산소용접기를 다 모아서라도 보장할테니 걱정마십시오.》

《나도 견인기가 살아날 때까지 동무들의 곁을 떠나지 않겠소.》

그들이 한창 점심을 나누면서 견인기수리문제를 놓고 실무적인 토의들을 하고있을 때 역장이 들어섰다.

《여기 계신걸 모르고··· 국에서 승인이 됐습니다. 함경선을 죽이고 당장 전기를 넣어주겠답니다.》

《이젠 필요없소. 동무는 가서 제 할일이나 하오.》

점심이 끝나자 그야말로 불꽃튀는 전투가 벌어졌다. 고원역뿐아니라 군안의 기계공장 기술자들과 기능공들도 달려왔다. 류광선이 군당에 가서 취한 조치였다.

신성천역에서는 래일 새벽까지 견인기를 보내주겠다고 련락이 왔다.

그날 밤, 견인기수리가 벌어지고있는 기관구수리장은 로동자들이 피워올린 우등불로 대낮같이 밝았다.

류광선은 자기가 직접 현장참모가 되여 여기저기를 뛰여다니며 걸린 문제가 무엇인가, 대책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를 알아보고 즉석에서 대책들을 취해나갔다. 그러나 아직도 손대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았다.

《허동무!》

류광선은 산소용접기를 들고 용접을 하고있는 로동자에게 물었다.

《랠 아침까지 정말 될수 있소?》

《차수동지, 이제 와서 차수동지가 그런 소릴 하면 어쩝니까. 죽으나사나 해야지요. 우릴 믿으십시오.》

《배고프지 않소?》

《그 줴기밥이 무슨 신기한 힘을 내는지 아직도 배가 뜬뜬합니다.》

《그래? 하하하.》

류광선의 웃음소리를 누르며 서쪽방향에서 붕― 기적을 끌며 한대의 기관차가 분기점을 지나 미끄러져왔다. 신성천역에서 오는 기관차였다.

밤 열한시가 지나 역장이 현장에 나타났다. 그는 역 종업원가족들을 발동해서 밤참을 해가지고 오는 길이였다.

《부위원장동지, 처벌은 받겠습니다. 그러나 오늘만은 여기에 참가하게 해주십시오.》

류광선에게 다가와 그의 손에서 쇠줄퉁구리를 앗아들며 역장이 하는 소리였다.

《역장, 내 아까도 말했지만 오늘 우리 일군들부터 난관앞에 맥을 놓으면 대중은 더 주저앉고마오. 일군들이란 대중의 맘속에 간직된 무궁무진한 힘을 들여다볼줄 알고 그 힘을 발동시킬줄 알아야 하오. 장군님께서 오늘 무엇을 믿고 강원도토지정리를 시작하신줄 아오? 바로 저 힘, 저 인민을 믿고 이런 대용단을 내리신거요.》

다음날 새벽, 강재화차를 물기 위해 16번선으로 기관차가 들어올 때 고원역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간밤의 피곤을 가뭇없이 잊어버리고 모두 만세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