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7

 

제 3 장. 약속하는 대지

7

 

정여삼은 금장골 가랭이틀때문에 요즘은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 돌격대원들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올 때가 다 되였는데 가랭이틀 포전정리설계가 안된것이였다. 정여삼은 휴가를 갔던 설계책임자가 도착하자 급히 6작업반장과 7작업반장을 관리위원회로 불렀다. 이제는 더는 미룰수가 없었다.

방도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안변군상업관리소에 준 금장골 밭을 되찾아 그 등성이의 흙을 밀어 토지정리를 하는것이였고 다른 하나는 좀 품이 들더라도 개울건너 6작업반의 둔덕밭에서 흙을 밀어오는 방법이였다. 그런데 6작업반의 둔덕은 경사가 심했다. 거기에 불도젤이 꽤 붙어낼수 있겠는지 걱정이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설사 흙밥을 밀어온다 하더래도 정여삼의 생각에는 가랭이틀이 800평짜리 논이 될것 같지 못했다.

생각은 또다시 안변군상업관리소에 넘겨준 그 땅에로 돌아갔다.

(그 땅을 어떻게 되찾지 못할가?)

문득 새해 첫날 아침에 있은 일이 생각났다.

그날 아침도 정여삼이 관리위원회에 나와 앉아 안변상업관리소 땅을 어떻게 하면 되찾을가 하는 생각을 굴리고있는데 문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뜻밖에도 상업관리소 원료기지책임자가 나타났다.

《관리위원장동지, 안녕하십니까? 새해에도 건강하십시오.》

원료기지책임자는 깍듯이 머리숙여 인사했다.

《고맙소, 신동무도 새해 건강하오.》

범 제소리 하면 온다더니 이 안변군 범은 생각만 해도 나타나는 판이군.

정여삼은 그가 방금전까지의 자기 생각을 엿보고 들어서지 않았는가 하여 처음 당혹했다.

《우리 소장동지가 관리위원장동지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합디다.》

하면서 그는 책상우에 보자기에 싼 꾸레미를 올려놓았다.

《이건 웬거요?》

《변변치 않지만 성의로 알고 받아달랍니다. 지난해 우리가 하는 첫해농사를 많이 도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건 달리 생각마시고 새해에도 관심을 돌려달라는 우리 소장동지의 부탁으로 알아주십시오. 실은 설전에 저한테 준건데 제가 시간을 내지 못한데다가 새해를 맞으며 찾아뵙는것이 더 의의있을것 같아 오늘에야···》

일이 점점 맹랑해지는 판이다. 정여삼으로서는 난감하지 않을수 없었다.

(허, 이거 참 난처한 일이군. 이건 땅을 되찾으려는데 오히려 빚을 지워놓는 판이군.)

정여삼은 그날 종시 그 신동무앞에서 원료기지반환소리를 못하고말았다.···

정여삼은 꺼지게 한숨을 내쉬고말았다.

(할수 없지. 6반 둔덕을 허는수밖에···)

이윽고 6작업반장과 7작업반장 그리고 설계책임자가 관리위원회에 모여들었다.

《암만해도 그 원료기지를 다시 찾는다는게 못할짓인것 같구만. 그래서 난 개울건너 6반 둔덕밭을 헐자는거요.》

정여삼이 이렇게 자기 결심을 알리자 6작업반장이 대뜸 반대를 했다.

《그럼 우리 6반 강냉이밭은 어떻게 됩니까? 불도젤이 밀기 쉬운 아래밭에 붙어서 흙을 날라가면 그만큼 경사가 가파로와져 비가 오면 패이기 마련이지요. 글쎄 그건 또 농장원들로 석축을 하든 두둑을 짓든 한다 치구 흙을 개울건너로 날라가느라면 개울이 메워질건 뻔한 리친데 장마철에 그 물이 어디를 쓸겠습니까?》

설계책임자도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못했다.

《나도 생각을 해봤소. 그러니 여기···》정여삼은 포전략도를 짚으며 《이 높은 곳의 흙을 날라오자는거요. 그럼 개울도 메워지지 않을거구 경사가 가파로워지지 않고 오히려 죽어들겠으니 다 좋지 않소.》하고 제 생각을 말했다.

《듣고보니 그렇긴 한데 거기에 불도젤이 꽤 붙겠는지?》

설계책임자의 걱정이였다.

《그러나 그 수밖엔 없지 않소? 그것마저 안된다면 6반 가랭이틀은 뙈기논신세를 면하지 못하오. 내 이제 불도젤운전수들이 돌아오면 그들과 상론해보겠소. 내 호소에 도리질할 사람들이 아니요.》

정여삼의 확고한 결심에 설계책임자가 동의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우린 설계를 선행해놓겠습니다. 그런데 암만해도···》

《왜, 800평이 될것 같지 않아서 그러우?》

《예, 거 듣자니 800이나 1 000으로 하지 못할 논들은 다 밭으로 전환한다고 하던데···》

《아니, 가랭이틀도 잘하면 800평을 넉근히 만들수 있는 땅인데 그걸 굳이 밭으로 전환한단 말이요?》

《어쨌든 관리위원장동지의 그 욕심에는 손을 들었습니다.》

이리하여 가랭이틀에 대한 포전정리는 6작업반 둔덕을 헐어오는것으로 눌러지였다.

며칠후 드디여 락랑구역 불도젤운전수들이 도착하였다. 정여삼은 그들을 찾아가 인사를 나눈 후 홍산옥부부를 조용히 밖으로 불러내였다.

《그래, 집에선 별일이 없었소? 친정아버님은 무고하시구?···》

정여삼의 각근한 인사에 홍산옥이 고개를 끄덕이며 밝게 웃었다.

《예, 우린 관리위원장동지랑 보고싶어서 혼났어요.》

《뭘 내 같은 늙은이가 보고싶었겠소, 허허허.》

정여삼은 그들을 곧추 6작업반 둔덕밭으로 데리고갔다.

《어떻소? 불도젤이 꽤 붙어낼만 하오?》

홍산옥과 김상돈은 서로 마주 바라보았다.

전혀 가능성이 없었기때문이였다.

《왜 하필 여기에 붙자고 합니까? 저기 가랭이틀 웃쪽을 헐어내리면 거리도 가깝구 훨씬 품이 적게 들텐데요. 불도젤작업에도 유리하구···》

상돈이 이의를 표시하자 정여삼이 후― 하고 꺼지게 한숨을 쉬였다.

《글쎄말이요. 내가 무슨 망녕이 들어서 저 땅을 훌쩍 남 주었겠소. 저 땅은 우리 금오리땅이 아니웨다.》

하고 정여삼은 그 땅이 안변군상업관리소로 넘어가게 된 사연을 설명해주었다.

《그러니 이 둔덕을 헐어내리는수밖에 없단 말씀이군요.》

《예.》

정여삼은 며칠전에 론의되던 6작업반장의 걱정거리도 다 털어놓았다.

《좀 위험한데···》

상돈은 끝내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정여삼은 생각지 않던 난관에 부닥친셈이 되고말았다. 락랑구역돌격대는 정치책임자로부터 시작해서 자기의 마음을 제일 잘 알아주었고 자기의 청을 언제한번 밀막은적 없었다. 그래서 정여삼은 좀 무리하다 할만치 자기의 욕심을 관철시켜나갈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는 돌격대원들이 자기의 요구를 두말없이 찬성해주리라 믿었던것이다. 정여삼의 눈으로 보건대 락랑구역돌격대의 불도젤운전수들속에서는 이들부부의 기능이 제일 높았고 또 운전수들속에서 발언권도 있었다. 만약 이들이 동의한다면 돌격대책임자나 돌격대원들도 따라설것이고 이들이 도리머리를 한다면 운전수들중 누구도 용기있게 접어들지 못할것이였다.

《상돈동무나 산옥동무의 결심이 서지 않는다면 그땐 정말 이 가랭이틀은 다웨다. 설계책임자를 가까스로 얼려서 800평짜리 설계를 해놨는데 그마저 안된다면 이 논이 뭐가 되겠소. 이제 토지정리가 끝나고 세월이 흐르면 이 논을 다루는 사람들이 우릴 욕할게 아니겠소. 금오리망신은 이 가랭이틀이 다 시킨다구 말이요.》

홍산옥은 잠시 주춤했다. 좀더 생각해볼 문제였던것이다.

우리는 래일을 내다봐야 하지 않는가. 좀 위험하긴 해도 해보는것이 옳지 않을가.

《관리위원장동지, 우리 동무들과 토론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정작 하자면 저 둔덕에 박힌 돌들은 다 없애야 합니다.》

《건 걱정마슈. 내가 소가 되여 끌어서라두 불도젤삽날을 꺾어먹는 일은 없도록 할테니···》

정여삼은 숨이 다 나가는것 같았다.

돌격대에서는 7작업반 가랭이틀 포전정리에 홍산옥을 비롯하여 돌격대안에서 그중 기능이 높은 운전수들과 기술상태가 좋은 불도젤들을 인입하기로 토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