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3

 

제 3 장. 약속하는 대지

3

 

조만규는 중앙지휘부의 자기 방에서 앞상을 마주하고 앉아 각 도돌격대와 해당 설계단위들이 협동하여 새로 조사장악한 도내 매 군의 정리면적실태자료를 료해검토하고있었다. 그가 종합과장 김룡복에게 맡겨도 될 일을 직접 하는것은 그것이 장군님의 의도에 맞게 토지정리를 하기 위한 기초자료이기도 하지만 보다는 류광선부위원장과 토론하기에 앞서 얻을수 있는 시간예비가 얼마만큼 있는가를 미리 가늠해보기 위해서였다.

김정일동지의 란정리현지지도를 계기로 조만규는 자신의 고루한 사고방식과 일본새에 대해 깊이 깨닫고 반성한바가 크다. 아울러 자신의 사임요청을 부결하고 직무에서 그냥 사업하도록 해주신 장군님의 높은 신임에 보답할 결심도 굳다. 거기에 류광선차수가 파견되여온것은 마음속에 든든한 의지점을 얻은 격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디 내놓고 말 못하는 고민이 있다.

장군님께서 그어주신대로 800평이나 1 000평을 기준으로 토지정리를 하자면 산수적계산으로도 작업량이 거의 배로 늘고 그만큼 시간이 더 필요한데 절대적으로 부족되는 그 시간을 충당하는것이 난문제로 제기되였다.

모자라는 시간과 작업량간에 존재하는 그 불균형을 마사버리지 못하면 명년도 태양절까지 강원도토지정리를 결속한다는것은 문자그대로 지상공론이 되고말것이였다.

시간예비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출로는 하나밖에 없었다.

장군님의 말씀대로 800평이나 1 000평에 속하지 못하는 논을 밭으로 전환하면 강원도의 경우 적지 않은 면적이 정리작업권내에서 떨어져나가는데 그것은 그대로 시간을 얻는것으로 될것이였다.

그렇다. 그것이야말로 시간예비가 명백히 보이는 매우 실속있고 현실적인 가능성이다. 론리를 그렇게 세운 조만규는 설계분과에 800평이나 1 000평짜리 포전을 앉히기 힘들어 밭으로 전환하는데 가장 적합한 경사도를 산출해낼 과업을 주었다.

김흥복을 비롯한 설계전문가들이 이틀동안 모여앉아 론의도 하고 원산시안의 여러 협동농장들에 나가 농민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하면서 얻어낸 결론이 3도였다. 다시말하여 경사도가 3도이상되는 지대의 논은 다 밭으로 전환하는 면적에 들어가야 하였다. 그러한 산출적기초가 준비되자 조만규는 각 도돌격대와 설계단위들이 협동하여 경사도가 3도이상인 논들을 모두 조사장악하게 하였으며 공정성과 정확성을 기하기 위하여 도농촌경리위원회 계통으로도 조사장악을 포치하였다.

지금 조만규가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 검토하고있는것이 바로 그렇게 조사되여 올라온 돌격대계통의 집계자료였다.

이윽고 볼것을 다 보고난 조만규는 책상빼람에서 전자수산기를 꺼내 올려놓고 다시 자료를 번지면서 시, 군별 면적을 종합하여보았다. 문자판에 2 198이라는 수자가 기록되였다.

조만규는 실태자료와 전자수산기를 밀어놓고 담배를 피워물었다. 아직 도농촌경리위원회가 자기 계통으로 조사한 실태자료를 보내오지 않아서 단언할수는 없지만 예상했던것보다 밭으로 전환되는 면적이 많지 못한것이 안타까왔다. 그는 송수화기를 들어 도농촌경리위원회에서 재조사장악사업을 책임진 허부위원장을 찾았다. 그리고 그가 나오자 대뜸 추궁으로 들어갔다.

《여보, 동무넨 어찌된거요. 포치한지가 언젠데 왜 아직 재조사자료를 들여오지 않소?》

《부상동지, 이거 늦어서 죄송합니다. 인차 들여가겠습니다.》

《인차라는게 언제요?》

《한시간만 기다려주십시오. 지금 한창 타자중인데 끝나는 즉시로 들여가겠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좋고··· 한데 장악해보니 어때, 밭으로 전환할 면적이 대략 얼마나 되오?》

버석버석 종이장 번지는 소리가 수화기진동판을 울렸다.

《1 603정봅니다.》

《뭐이? 1 600?》조만규는 왼손에 쥐고있던 송수화기를 급히 오른손에 넘겨가며 어조를 높였다.

《여보, 동무네 조사장악을 어떻게 했게 떨어지는 면적이 그것밖엔 안돼?》

이쪽의 반응이 그렇게 부정적일줄을 몰랐던지 허부위원장은 일시 입을 열지 못하다가 늦게야 볼부은 대꾸를 했다.

《부상동지, 그, 그거 어떻게 하시는 말씀인진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우리도 뭐 그리 허술하게 조사하진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해 돌격대에서야 정리해주고 만세를 부르며 툭툭 털고 가면 다지만 우리야 한뉘 그 땅과 씨름해야 할 인간들이 왜 허술히 하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거야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1 600이라는건 어디까지나 보수적이고 본위적인 관점에서 나온 수자지 객관적인 수자는 아니야.》

《아니, 부상동지. 그, 그건 또 어떻게 하시는 말씀입니까? 보수적이고 본위적인 관점에서 나온 수자라니요? 우린 그걸 인정하기 힘듭니다.》

그때 나들문을 퉁! 치고 사복차림에 희읍스레한 양털모자를 쓰고 견장이 없는 장령반외투를 걸친 류광선차수가 문간에 들어섰다. 조만규는 하려던 말을 거두고 허부위원장더러 타자가 되는 차제로 조사자료를 가져오라는 소리만 하고는 송수화기를 놓으며 일어섰다.

《란정리에 나가셨다더니요?》

《지금 들어오는 길이요.》

류광선은 앞상에 다가와 걸상을 꺼내놓고 앉으며 담배부터 요구했다. 란정리에 나가 불도젤운전수들과 시공일군들을 만나느라고 세갑이나 넣고 나간 담배를 말짱 털었다는것이였다.

책상에서 담배와 라이타를 가져오고 재털이를 끌어다 가운데 놓은 조만규는 류광선이 불을 달기를 기다려 저도 한대 피워물었다.

《란정리에서는 일이 어떻게 되고있습디까? 설계가 아직도 선행안됩니까?》

조만규는 정리면적재조사사업을 주관하느라고 나가보지 못한지 여러날 되였다.

《설계는 이젠 안심해도 되겠습데.》

전제를 그렇게 편안하게 놓은 류광선은 담배를 거퍼 몇모금 빨고서야 설계를 안심해도 되는 리유를 설명했다. 시공일군들이 설계원옆에 붙어서서 도면을 독촉하던 때는 지나가고 요새는 그런 긴장성이 더 조성되지 않을만큼 설계가 선행되고있다는것이였다.

《설계는 그렇고 정리작업형편은요? 〈또아리틀〉은 이젠 다 밀지 않았습디까?》

《다 밀다마다··· 정말 멋있소. 포전들이 네귀번듯하고 자를 대고 그은것처럼 줄이 죽죽 맞는게 꼭 장기판 한가진데 란정리사람들 말이 이제 농장원총회에서 이름을 〈영광틀〉로 고칠 계획이라오.》

《그 포전이름이 좋구만요. 〈영광틀〉이라? 하기는 큰 영광이 깃든 땅이지요.》

조만규는 정리면적재조사사업을 빨리 결속하고 란정리에 나가봐야겠다고 생각하였다.

《한데 거 일군이 있더구만.》잠시 동안을 흘리며 묵묵히 담배를 태우던 류광선이 문득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평양시돌격대에서는 락랑구역을 제일 앉아뭉개며 일을 치지 못하는 단위로 꼽았다는데 그렇던 락랑이 이번에 란정리에 와서는 경쟁에서 단연 1등을 하고 벌써 돌아갔소.》

《아니, 전투를 벌린지 보름이 되나마나한데 벌써 철수했단 말입니까?》

조만규로서는 락랑구역돌격대가 일을 잘한다는 소리보다 과제분을 벌써 다 정리하고 철수를 론의한다는자체가 더 반가왔다.

《평양시돌격대장동무의 말을 들어보니 구역당부부장을 하는 돌격대정치책임자가 사람들과의 사업을 잘하는데 있지만 그 사람들이 나가있는 금오리관리위원장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극성이라누만. 이번엔 글쎄 란정리에 집중전투를 나온 돌격대원들을 위해서 농장예술소조까지 보내왔다던지··· 돌격대원들이 그 관리위원장의 열성에 감복이 돼서 빨리 돌아가 금오리토지정리를 끝내자고 하면서 1등으로 끝냈다는거요.》

《금오리관리위원장이라면 나도 좀 압니다. 정여삼이라고 우리가 처음 도농경에 지휘부를 전개했을 때 제일먼저 달려와서 농장이 천지개벽하게 되였다고 좋아하던 사람이 바로 그 관리위원장이니까요. 정리규모를 작게 했다고 제일 불만이던 사람도 그였구 리에 나온 돌격대원들에게 호소해서 500평짜리를 만들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장군님께서 800이나 1 000평을 만들라고 하셨으니 그 관리위원장이 얼마나 좋아했겠습니까.》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에 담배 한대를 다 태운 류광선은 다시 한대 뽑아 불을 붙이더니 정리면적과 개간지실태재조사가 진척되고있는 정형을 문의하였다. 조만규는 금방 허부위원장한테서 들은 소리도 포함하여 설계분과를 통해 조사장악된 수자를 추려 설명해주었다. 류광선은 생각에 잠겨 담배연기만 피워올리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도에서 조사장악한것이 보다 가깝지 않소? 정확성에서···》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란정리에 가서 들은 말이 있길래 하는 소리요. 거기 관리위원장도 그렇고 농민들은 3도이상 지대의 논을 밭으로 전환하는데서 농장마다의 조건을 참고해주었으면 한다오.》

《조건을 참고해달라는건, 그건 다르게 말하면 에누리를 좀 봐달라는거겠는데··· 》

《에누리라기보다 매 농장의 작업반, 분조들에 존재하는 특성을 고려해달라는거지. 란정리만 놓고봐도 포전정리를 800평기준으로 하면 두개 분조는 아예 밭농사만 해야 할 형편이요. 그들의 요구는 배미가 좀 작아도 일없으니 가능한껏 논을 만들어달라는거요.》

조만규로서는 리해되는 점이 없지 않았지만 농민들의 그 요구를 들어주기는 힘들다고 생각하였다.

《개별적인 농장, 분조들의 사정은 그렇더라도 기준에서 벗어지는 면적을 밭으로 전환하는거야 장군님의 뜻이 아닙니까? 전망적으로도 그렇고··· 》

《장군님께선 논을 밭으로 전환하는건 심중한 문제인만큼 농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라는 말씀도 하셨소.》

《그럼 부위원장동지는 농민들의 요구를 다 받아주자는겁니까?》

《받아주는게 옳지 않을가? 장군님께 보고드려서라도···》

《장군님께 보고드릴것 같으면··· 완공기일을 보장하기가 힘들어지는것이 문젭니다.》

《그건 어째서?》

류광선의 순하던 눈길이 대뜸 엄해졌다.

《어짼 어째서겠습니까? 밭으로 전환할 면적이 정리권내에 들어오면 그만큼 시간이 부족되기때문이지요.》

조만규는 재조사자료를 끌어당겨 밭으로 전환되는 면적이 얼마인가를 말해주었다.

《그럼 동무는 농민들의 요구를 무시해버리자는거요?》

《그걸 다 받자했다가는 궁지에 빠지기 쉽습니다.》

조만규의 견해에 동조할수는 없지만 반론도 펴기 힘든지 류광선은 어쨌든 그 문제는 가볍게 이거다 저거다 할것이 못되니 생각해보자고 하며 움쭉 일어나 문간으로 나갔다. 문앞에서 조만규의 건강을 념려하여 위병에는 식사료법이상 없으니 끼때를 잘 지키라고 이르고는 잔등을 감추었다.

그로부터 몇분 안되여 허부위원장이 나타났다. 조만규는 그에게 설계분과에서 장악한 실태자료를 주어 료해시키고 그 시간에 자신은 도에서 조사한 자료를 훑어보았다. 서로 자료를 바꾸어 료해한데 근거하여 조만규는 자기의 의도관철로 들어갔다.

《그래, 보니 어때. 차이가 많지?》

《많습니다.》

인정은 하면서도 받아들이기는 힘든지 허부위원장은 입만 쩝쩝 다셨다.

《왜 그렇게 된것 같애?》

《아까 전화로 말씀하신것처럼 우린 좀 주관에 빠진것 같고 부상동지넨 너무 객관적인것 같습니다.》

조만규로서는 바라던 대답이여서 속으로는 미소를 지었다.

《너무 객관적이라는 말은 매우 공정하다는 소리나 같소. 그런 의미에서 동무네 조사자료는 아주 부정확해서 론의할 가치도 없소. 비상조치를 취해 다시 조사하오, 래일 저녁까지. 그러되 동무가 본 그 자료를 갖구 가서 거기다 맞추는 방향에서 노력하오. 무슨 뜻인지 알겠소?》

《···》

《그렇게 하오.》

허부위원장은 입을 쩝쩝 다시면서도 종시 말은 하지 못하고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