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19

 

제 3 장. 약속하는 대지

19

 

봄날의 새벽.

날이 밝으려면 아직 이른 시간에 평양―원산간 도로를 따라 몇대의 야전승용차가 원산방면을 향해 달리고있었다. 평양을 떠난지 거의 두시간··· 금방 솔재령을 넘어 강원땅에 들어선 야전차들은 미구에 법동군경내도 지나 드디여 원산시내에 들어섰다. 그러나 목적지가 원산이 아닌듯 야전차행렬은 그냥 거침없이 시내를 통과하여 원산시의 남쪽끝인 갈마동에 이르러 안변군과의 경계에서 기다리고있던 승용차를 만나 대렬의 선두에 세우고 다시 행군길을 이어갔다. 기다리고있던 그 차는 류광선차수의 차였다.

날이 밝고있었다.

차창턱에 팔굽을 올려놓은 김정일동지께서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넘기시며 우렷이 떠오르는 벌판에 눈길을 주시였다. 아직 어둠이 다 벗어지지 않아서 땅과 하늘공간이 안개속에 든것처럼 흐릿하다. 그런대로 어슴푸레한 공간속으로 드러나는 곧게 뻗어간 논뚝이며 일매지게 넓고 방정한 포전들은 여기 안변벌토지정리도 철원군마장리나 평강벌에 못지 않게 잘되였음을 예감할수 있게 하였다.

(풍화리란 말이지. 이왕이면 안변벌을 다 볼수 있는 장소면 좋을텐데···)

지금 그이께서는 안변군 풍화리로 가시는 길이였다. 마감단계에 이른 안변벌의 토지정리정형을 료해하실 계획으로 평양에서 떠날 때부터 미리 예견되여있는 로정이였다.

길을 사이에 두고 량쪽으로 갈라져 자리잡은 배화리소재지를 지나 자그마한 다리를 넘어선 야전차행렬은 거의 직각으로 꺾인 갈림길에 들어섰다. 거기서부터 10분가량 더 달려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꺾은 다음 워낙은 달구지가 다니던 길을 급히 넓히고 수리한것 같은 경사길을 따라 나지막한 둔덕우의 공지에 이르러 멈춰섰다.

차에서 내리는 길로 현지일군들과 인사를 나누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몸을 돌려 허리를 짚으며 언덕아래 마을이며 벌을 둘러보시였다. 오면서 이왕이면 안변벌을 다 볼수 있는 장소이기를 바라신바가 없지 않았는데 과연 사계가 사방으로 탁 틔워 안변30리벌을 다는 아니라도 절반은 볼수 있을것 같은 명당자리였다.

벌은 아직 희뿌연 엷은 새벽안개를 포단처럼 덮은채 제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고있었다.

《여기는 정지물산이고 저기 벌끝에 마주보이는 산은 황룡산입니다.》

류광선차수의 설명이였다.

《저기 동쪽에 고산으로 나가는 도로건너편은 수령님께서 여러번 다녀가신바 있는 천삼리땅이고 이쪽 벌가운데 검스레하게 보이는건 동포협동농장 3작업반마을입니다.》

그사이에 있는것이 풍화리땅으로서 경지면적이 1 000정보가량 된다고 하면서 차수는 손을 들어 동서로 길둥그런 원을 그려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여 리해를 보이며 물으시였다.

《불도젤들이 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걸 보니 정리작업은 완전히 끝난것 같구만.》

《예, 사흘전에 다 끝내고 어제부터 이웃리로 지원을 갔습니다.》

《안변군을 어느 도돌격대가 맡았습니까?》

《함경북도와 남포시돌격대가 갈라 맡았는데 여기 풍화리는 함북도돌격대가 정리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해가 떠올랐다. 부채살처럼 퍼져내리는 해살을 받아 벌판을 덮었던 안개바다가 늦도록 잔것이 부끄러운듯 슬금슬금 뭉쳐돌며 꼬리를 사리더니 마침내 벌이 감추었던 자기의 모습을 드러냈다. 봄을 맞아 한껏 젖어 번들거리는 검은 대지, 금방 앗아 베여놓은 두부모처럼 네모방정한 포전들, 자를 대고 그은듯 종횡으로 쭉쭉 뻗어간 논뚝과 수로들, 논판마다에 무둑무둑 쌓여있는 퇴비무지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쁨과 흥분을 억제할수 없으시여 풍화벌을 희한하게 정리했다고, 온 벌이 그야말로 하나의 바둑판같다고, 풍화벌을 청산벌 못지 않게 잘 정리했다고 치하를 아끼지 않으시며 직관판앞으로 가시였다. 그이께서는 창도군과 고산군, 철원군과 평강군을 비롯한 토지정리가 끝난 지역들을 토색으로 표시한 강원도토지정리평면도를 이윽토록 바라보시였다. 그리고 다시 벌판에 시선을 돌리며 감회깊은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지난해까지만 하여도 평강군과 창도군은 물론 벌방지대라고 하는 여기 안변군에도 논두렁과 밭최뚝이 거미줄처럼 뒤엉킨 올망졸망한 논밭들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그 자리에 대규모의 규격포전들이 펼쳐져 옛모습을 찾아볼수 없게 되였습니다. 바로 이런것을 두고 천지개벽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서해벌방지대사람들이 오히려 강원도를 부러워하게 되였습니다.》

흥뜨는 감정의 부름이라 할가 전후에 시인 리용악이 쓴 《평남관개시초》의 한토막이 불현듯 떠오르시였다.

 

변하고 또 변하자

아름다운 강산이여

전진하는 청춘의 나라

영광스러운 조국의 나날과 더불어

한층 더 아름답기 위해선

강산이여 변하자

···

 

지금 그이의 눈앞에 펼쳐진 정리된 풍화벌 아니, 강원땅의 현실은 시인이 그토록 열렬히 바라고 호소한 조국강산의 아름다운 변화··· 문자 그대로의 천지개벽이였다. 그렇다, 오늘 조국은 강원도토지정리로 또 한번 변화의 큰걸음을 힘있게 내짚었다. 그리고 더욱 아름다와졌다. 래일은 조국땅전체가 더더욱 아름다와지리라!

하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이 시각 기쁨과 만족만을 느끼시는것이 아니였으니 일전에 마장리를 돌아보시면서 드셨던 그 생각이 또다시 밀려드시였다.

아, 우리 농민들을 어렵고 힘든 일에서 해방하시려고 그처럼 마음쓰시던 어버이수령님, 수령님께서 생존해계시여 강원땅의 이 천지개벽을 보시였으면 얼마나 기뻐하시였으랴, 얼마나!··· 생각만으로도 눈굽이 젖으며 그리움이 사무친다.

그이께서는 손수건을 꺼내 눈굽을 누르시였다. 그리고 일군들을 향해 돌아서며 힘있게 말씀하시였다.

《강원도 인민들과 각 도돌격대원들, 군인들과 지도일군들이 애국적헌신성을 발휘하여 어렵고 방대한 토지정리를 짧은 기간내에 훌륭히 결속함으로써 농업생산에서 새로운 앙양을 이룩할수 있는 확고한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오늘 강원도에 펼쳐진 이 위대한 전변은 당과 수령의 두리에 일심단결된 우리 군대와 인민의 정치사상적위력과 강위력한 자립적민족경제의 일대시위로서 필승의 신념과 락관에 넘쳐 륭성번영하는 사회주의강성대국을 기어이 일떠세우려는 우리 인민들의 철석같은 의지의 발현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강원도토지정리사업에서 이룩한 성과와 경험에 기초하여 모든 도, 시, 군들에서 토지를 정리하기 위한 투쟁을 힘있게 벌려 국토의 면모를 일신시키고 농업생산에서 획기적전환을 가져올데 대해서와 참관사업을 잘 조직하여 내각과 위원회, 성 책임일군들은 물론 도당책임비서들과 해당 부문 일군들이 와서 보고 경험을 배워가도록 하며 강원도의 모범을 따라 짧은 몇해어간에 전국의 토지를 다 정리할데 대한 과업을 제시하시였다.

《토지정리는 나라의 부강발전을 위한 대자연개조사업이며 만년대계의 애국위업입니다.

우리가 이제 강원도의 토지를 번듯하게 정리하여놓고 그것을 다른 도사람들에게 보여주면 그들이 강원도와 같이 작업조건이 불리한 지대에서도 토지정리를 잘해놓았는데 우리라고 왜 못하겠는가고 하면서 적극 달라붙게 될것입니다. 내가 전번에 고산군 란정리에서도 말했지만 우리가 강원도의 토지를 먼저 정리하는것은 도안의 인민들과 군인들의 식량문제를 푸는것과 함께 토지정리사업에서 본보기를 창조하고 그것을 전국에 일반화하자는데도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이의 선견지명의 말씀에 조만규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가벼운 탄성이 터져나왔다. 사실말이지 토지정리를 책임진 그자신도 처음에는 알곡소출도 그닥 높지 못한 강원도땅에 그렇게까지 품을 들일 필요가 있을가 하고 머리를 기웃거렸던것이다.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땅과 함께 사람을 보신것이였다. 토지정리혁명에 나설 사람들의 정신적인 무장을 생각하신것이다.

그뿐인가. 장군님께서는 토지정리가 나라의 부강발전을 위한 만년대계의 애국위업이라고 천명하시였다. 지금껏 국토건설에 관한 기성관념에 젖어있던 조만규로서는 토지정리가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농촌경리의 기계화를 실현하여 알곡소출을 더 높이기 위한 자연개조사업이라고만 생각해왔었다.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토지정리사상의 정수가 애국에 있다는것을 밝혀주신것이다.

애국, 최대의 애국이 조국과 인민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자기희생적인 헌신에서 표현되는것일진대 이 땅을 제일로 사랑하시는분, 우리 조국을 세상에서 으뜸가는 나라로 빛내이시려고 불철주야 로고와 심혈을 바치시는 우리 장군님이시야말로 애국의 최고화신이 아니신가. 그런즉 주체조선의 만년초석을 더 튼튼히 다지기 위해 우리 장군님 추켜드신 토지정리강령은 세상에 전무후무한 애국강령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조만규는 그 성스러운 애국강령의 기치아래 전국의 모든 토지들이 희한하게 변모될 래일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듯싶었다.

모두들 숭엄한 기분에 싸여있는데 리한철부부장이 앞에 나섰다.

《장군님의 뜻대로 전국적인 참관사업을 잘 조직하도록 하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조만규쪽으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나는 강원도에 이어 올해 가을부터는 알곡생산예비가 많은 평안북도의 토지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그러자면 현재 조직된 강원도토지정리돌격대를 허물지 말아야 합니다.》

조만규는 귀가 번쩍 열리였다.

《사실 저희들은 강원도토지정리를 끝낸 조건에서 각 도돌격대들을 돌려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했댔습니다. 토지를 사회주의적으로 만든다는 의미가 뭔지 인제야 비로소 알게 된것 같은데 돌격대를 해산시키자니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습니다.》

장군님께서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부상동무가 그새 욕심이 커졌구만. 좋은 일이요. 일욕심이 많아졌다는게 얼마나 좋소. 한숨이나 쉬고 앉아서 강성대국이 되기를 기다린다는건 말이 안되오. 다른 모든 사업과 마찬가지로 토지정리도 기계수단과 로력을 집중하여 섬멸전의 방법으로 하나하나 모가 나게 해제껴야 성과를 거둘수 있습니다. 이제 평북도다음에는 황해남도, 그 다음에는 평안남도··· 이런 순서로 나라의 토지를 다 정리하여 이 땅에서 봉건적토지소유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조국땅을 명실공히 수령님의 뜻이 꽃핀 행복의 락원으로 만들자는것이 나의 리상이고 결심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무리 보아도 싫지 않으신듯 풍화벌의 전경을 부감하시다가 일군들을 향해 돌아서시였다.

《이제는 토지정리를 해놓았으니 농촌의 종합적기계화를 실현해야 합니다. 새로 정리한 포전에서 소를 가지고 농사지으라고 할수야 없지 않습니까. 새로 정리한 포전을 보고도 기계화할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은 목석이나 같습니다. 국가에서는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농사일을 기계화하는데 관심을 돌려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류광선을 바라보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강원도토지정리가 끝나면 보내주려고 국방위원회에서 뜨락또르를 100여대 마련한것이 있지 않습니까? 그 뜨락또르들은 국방위원회에서 마련한만큼 인민군대가 기증하는것으로 하는게 좋습니다. 그전에는 사회에서 인민군대에 〈소년호〉땅크를 많이 기증했는데 이번에 인민군대가 사회에 뜨락또르를 기증하는것으로 하면 앞으로 군민관계를 더 두터이하는데서도 좋습니다. 군민대회를 성대하게 열고 뜨락또르와 비료를 넘겨주면 인민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그러면 나도 강원도의 올해농사는 마음을 놓겠습니다.》

지구상의 전쟁미치광이들이 군사비증강에 열을 올리고있는 때에 인민군대가 농촌에 뜨락또르들을 기증하도록 해주시니 세상에 이런 희한한 일이 언제 있어보았던가.

류광선은 다른 대답을 올릴수 없었다.

《알았습니다.》

이제는 떠날 시간이 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마감으로 다시한번 풍화벌을 둘러보시였다. 그새 벌써 높이 떠오른 태양의 빛을 받아 대지는 더욱 싱싱하고 검어진듯싶다. 아직은 금방 정리해놓은 땅에 지나지 않아 봄갈이도 못하고 거름도 펴지 못한 상태이다. 허나 이제 멀지 않아 벌은 푸르러질것이다. 그리고 가을에는 벼이삭이 바다를 이루며 물결치게 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황금파도 물결치는 그 풍요한 가을이 벌써 눈앞에 보이는것 같으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