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17

 

제 3 장. 약속하는 대지

17

 

《성춘동지, 됐어요! 이젠 됐어요! 히야!···》

오후 4시경이라 교대시간이 되자면 아직도 멀었는데 숨을 헐떡거리며 상규가 작업현장에 뛰여들었다.

《상균가?》

도중점검시간이여서 차를 세우고 내려와 랭각수를 보충한 임성춘은 상규가 웨쳐대는 소리엔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이제 토량에 덮여질 오른쪽논두렁의 노란 민들레꽃을 바라보고있었다.

병원에서 충수염수술을 하고 사흘만에 병원을 탈출한 그는 돌격대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불도젤에 올랐었다. 진동이 심할 때마다 수술자리에 아픔이 마쳐왔지만 그런대로 참을만 하였다.

자기가 없는 사이 일자리도 많이 난데다 불도젤의 성능도 별로 떨어진것이 없어 상규가 혼자 고생했으리라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을 금할수 없었다.

상규가 그의 곁에 다가서서 물초롱을 앗아들었다.

《아직 시간이 안됐는데 왜 나왔나?》

《찾아요, 성춘동지를!》

《날 찾는다니?》

《성춘동지, 기뻐하라요. 아니, 만세3창을 부르라요. 성춘동지를 입당시키라고 했대요.》

갑자기 수술자리가 뜨끔해진 성춘은 상규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야, 이거 정말··· 그때문에 벌써 도지휘부에서 정치부장동지가 나왔구 이제 인차 도당책임비서동지두 오신대요, 로영태책임비서동지가요.》

상규는 제 말을 믿지 않는것이 안타까운지 신빙성을 가하느라 도당책임비서의 이름까지 꺼들며 애썼지만 성춘에게는 그것이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듯 했다.

숙소에 돌아왔을 때도 그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상규가 하던 말과 꼭같은 말을 들으며 곁따른 축하의 인사를 받지 않으면 안되였다.

정녕 꿈같은 일이 아닐수 없었다. 그날 저녁 연안군돌격대당세포는 도당책임비서 로영태의 참가하에 임성춘의 입당을 취급하는 당세포총회를 가지였다. 도당책임비서가 김정일동지의 말씀을 전달하였다.

그때까지도 성춘에게는 그 모든것이 꿈속에서처럼 진행되고있었다.

하지만 꿈은 깨기마련이다. 그가 꿈에서 깨여난것은 자신의 입당을 찬성하여 당원들이 엄숙히 들어올린, 디젤유에 절어 하나같이 검스레한 아홉개의 크고 묵직한 주먹들을 보았을 때였다. 그렇다, 이건 꿈이 아니다. 분명 생시이다. 내것이나 다름없는 저 주먹들, 하지만 나보다는 당을 위해 열배나 더 깨끗하고 백배나 더 많은 일을 한 주먹들, 그 억세고 충정스런 주먹들이 지금 나의 입당을 결정하고있다. 나 임성춘의 조선로동당 입당을···

아, 장군님! 장군님의 하늘같은 은총을 입어 지금 임성춘이 두번다시 아니, 세번다시 태여납니다.

낳아준 부모조차 버린 몸을 나무람없이 안아 세상 보란듯이 떳떳이 내세워주었던 그 품이 다시 안길 면목조차 없어 그리움의 눈물을 흘리는줄 알고 또다시 두팔을 벌려 나를 부릅니다!

장군님, 믿어주십시오. 장군님의 해빛아래 다시 태여난 이몸 장군님을 위해 살고 장군님을 위해 죽겠습니다!···

성춘은 울지 말자고 피가 지도록 입술을 깨물었지만 종시 엉엉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어깨를 떨었다.

그의 입에서 눈물에 푹 적셔낸 말들이 토막토막 흘러나왔다.

《여보!··· 광일아!···》

그는 자신이 민망스러웠다. 왜 자기의 입에서는 우리 장군님, 고마운 당에 대한 부름이 아니라 처자들의 부름이 튀여나온단 말인가.···

하지만 그는 자기의 부름속에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백하고 가장 뜻깊은 의미가 깃들어있는줄 몰랐다. 그속에는 자기뿐아니라 온 가정이 대를 이어 장군님의 크나큰 믿음에 보답하자는 심장의 웨침이 깃들어있는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