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1

 

제 3 장. 약속하는 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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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설이 다가오자 조옥은 눈코뜰새없이 바삐 돌아쳤다. 한해사업을 총화짓는 년말이기도 했지만 군내 주민들에 대한 명절공급이 아무래도 당초의 계획대로 풍성하지 못할것 같은 조바심이 들어서였다.

게다가 며칠전에 군당책임비서가 부르더니 군에 토지정리를 나온 돌격대원들이 설을 쇠러 집으로 가는데 안변군의 주인들이 그들을 어떻게 빈손으로 보낼수 있느냐고 하는것이였다.

《아니, 이렇게 바쁜 때에 휴가를 보낸단 말입니까?》

사촌오빠인 조만규를 통해 래년 태양절전까지 토지정리를 완수하자면 하루를 천날맞잡이로 해도 모자란다는 소리를 들은 조옥은 책임비서의 말을 어떻게 리해했으면 좋을지 몰라 되물었다.

《장군님께서 아무리 바빠도 그들이 부모처자들과 함께 양력설을 쇠도록 해야 한다고 말씀이 계시였소. 특히 늙은 부모들을 모시고있는 돌격대원들도 많겠는데 술이나 당과류 같은것을 꼭 들려보내야 한다고 말이요. 그러니 우리도 주인으로서 인사가 있어야 할게 아니요.》

조옥은 장군님의 다심하신 그 사랑에 가슴이 뜨거워짐을 금할수 없었다. 그래서 조옥은 그 준비까지 겹쳐 더욱 콩당콩당 뛰여다니지 않으면 안되였다.

오늘도 돼지목장을 거쳐 수산기지까지 점심을 건늬며 다니다나니 사무실에 들어와 의자에 몸을 던졌을 때는 사지가 녹작지근하게 잦아들었다. 하지만 그는 쉴수가 없었다. 조옥은 수산기지에서 실어온 명태를 부리우고나서는 곧추 원료기지로 나갈 결심이였다. 그곳에 아직 3t가량의 강냉이가 남아있는데 오늘중으로 그것을 마저 식료공장에 넣어야 양력설까지 술생산을 끝낼수 있었기때문이였다. 다른 사람을 보낼수도 있었지만 올해의 마지막걸음이라고 할수 있는 이번에 자기가 직접 가서 그곳 원료기지 성원들에게 한해사업도 총화해주고 다음해 농사일도 의논을 해야겠기에 지친 몸을 가까스로 일으켜세웠다. 그는 목도리를 집어들다말고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주춤하고 굳어졌다.

이번에 금오리에 가면 관리위원장에게 톡톡히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원료기지를 내놓으라고 할 때는 살점이라도 떼우는것처럼 이 구실, 저 구실 대며 심기가 불편해하던 정여삼이 막상 농번기가 닥쳐오자 밭갈이도 해주었고 안변에 오는 차편이 생길적마다 생산물도 자진하여 실어다주면서 여러모로 왼심을 써주는것이 고맙기 그지없었던것이다. 무엇을 가지고 가야 성의가 될가 하고 생각을 굴리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며 뜻밖에도 원료기지책임자가 모자를 벗으며 들어섰다.

《아니, 신동무가 어떻게 왔어요?》

《안녕하십니까? 금오리에서 여기로 오는 차편이 있다면서 강냉이를 실어보내지 않겠는가고 그곳 관리위원장이 련락이 온데다가 소장동지를 만나 할 소리도 있어 제가 직접 오고말았습니다. 강냉이는 이번까지 마지막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 막 거기로 가려던 참이였는데 하마트면 어길번 했군요. 참 다행이예요. 밖이 추웠지요?》

《아직 그만하면 괜찮은 편입니다.》

《어서 앉으세요. 그 관리위원장아바이가 정말 고맙군요.》

《예, 관심이 대단히 큽니다.》

조옥은 먼길을 떠나지 않아도 되였다. 그는 송수화기를 들어 창고장에게 실어온 강냉이의 수량을 정확히 계량하여 상업관리소차로 식료공장에 넘겨주도록 사업조직을 하고나서 사업수첩을 펼쳐들었다.

《신동무, 가을걷이때 마지막으로 나가보군 그동안 일이 바빠 못 나가봤는데 안됐어요. 그새 정말 한해농사를 할래기 수고가 많았어요.》

《뭐 제가 수고한게 있습니까. 소장동지랑 밭에 붙어살다싶이하면서 온 종업원들이 다 고생했지요. 그곳 관리위원장아바이도 말합디다. 온 상업관리소가 달라붙어 애를 쓰더니 첫해농사치고 그만하면 괜찮게 지었다고···》

《그 말은 옳아요. 모두 얼마나 애들을 많이 썼어요.》

조옥은 오늘 실어온것까지 포함한 올해의 총적인 생산량을 물었다.

《오늘 실어온것이 3t이니까 다 합치면 29t이 됩니다.》

29t이면 정보당 3. 5t을 조금 넘겼다는 소리다.

조옥은 사업수첩에 수자를 받아쓰고나서 한숨을 쉬였다. 그는 금오리에 원료기지를 받으면서 신간한 땅이고 정여삼관리위원장의 표현을 빈다면 오줌을 누는 바위들도 적잖게 박혀있기에 첫해농사가 시원치 않을것이라는것은 짐작했었다. 그러나 못나도 정보당 4t이상은 걸려서 강냉이를 35t정도는 거둘줄 알았는데 수확량이 자기 생각에 많이 못미치였다.

《35t만 났어도 우리 상업관리소 면목을 세우는건데···》

조옥이 사업수첩을 접으며 혼자소리처럼 뇌이는데 원료기지책임자가 품안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내 책상우에 올려놓으며 《소장동지, 강냉이가 아니래도 면목을 세울수 있습니다.》하는 호기있는 소릴 했다.

《제가 뭘 가져왔나 좀 보십시오.》

조옥은 의아해서 황갈색알갱이가 들어있는 유리병과 원료기지책임자의 얼굴을 번갈아보았다.

《이게 뭐예요?》

《금입니다.》

신동무는 범잡은 포수의 기상이였다.

《금이라니요? 무슨 금이란 말이예요?》

조옥이도 어지간히 놀란 소리를 질렀다.

《소장동지두 금이 금이지 뭐겠습니까. 이건 진짜 금이란 말입니다.》

조옥은 유리병을 끄당겨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사금이 분명했다. 보기에도 100g이 남을듯싶었다.

《이게 어디서 난거예요?》

《글쎄 하늘이 내려보내준거라고 해야겠는지···》

소장의 얼굴에 화색이 피여나자 신동무는 더욱 신바람이 났다.

《소장동지는 우리 원료기지가 있는 그 골안을 무슨 골이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금장골입니다, 금장골···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까? 금이 매장되여있기때문에 금장골이라고 한다 그말입니다.》

그제서야 조옥은 봄철에 원료기지를 받으러 갔을 때 정여삼이 무슨 사금소리를 하며 골이름도 금장골이라고 한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요?》

《그래서 언제부터 벼르고있다가 탈곡까지 다 끝낸 다음 남아있는 우리 다섯명서 흥미삼아 좀 사금잡이를 해봤지요. 며칠동안은 영 소득이 없길래 집어치우구 말가부다 했는데 글쎄 한달전에 맥을 찾았지요. 광산의 광부들이 꿈속에서도 광맥, 광맥하길래 무슨 소린가 했더니 사금이란것두 자기 맥이 있습디다. 그날부터 성수가 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미립이 터서 한사람이 한g은 넉근히 잡습니다.》

조옥은 두눈을 펀히 뜨고 마치도 무슨 꿈을 꾸는것 같았다.

《미리 보고하지 않은건 큰소리를 쳤다가 금맥이 끊어지면 소장동지랑 사람들에게 괜히 실망만 줄것 같아선데 이젠 전망이 확고합니다.》

《그럼 사람만 있으면 사금을 더 잡을수 있다는거지요?》

《그러믄요. 그러나 사람보다는 기계가 더 은을 낼겁니다. 내 그새 두루 그 문세를 알아봤는데 판을 크게 벌리자면 사금기계를 놓아야 합니다. 기계는 거기 금오리와 이웃한 죽근리에 놀고있는게 있습니다. 보상은 좀 해야지만 빌려달라면 주겠답니다. 문제는 거기까지 동력선을 끌기가 곤난한건데 뜨락또르동력만 가지고도 실수률을 몇배 올릴수 있습니다.》

조옥은 점점 흥분되는 자신을 느꼈다. 그는 타산했다. 한사람이 하루 한g 잡는다니 스무명이면 스무g을 잡는다는 소리고 열흘이면 200g이 된다. 200g 가지고는 무슨 일을 벌리지 못한다. 적어도 1㎏은 있어야 한다. 열흘동안에 1㎏이 되자면 백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기계를 놓아야 한다. 기계로 하면 실수률을 몇십배 높일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 대담하게 기계를 놓고 설전으로 어떻게 하나 1㎏을 얻어야 한다.

그러면 안변군에 나온 돌격대원들이 양력설을 쇠러 갈 때 어느 군보다 짝지지 않게 듬뿍 지워보낼수 있다.

《신동무, 이렇게 하자요. 사금기계를 당장 놓아야겠어요. 뜨락또르는 돼지목장에 나가있는 우리 상업관리소 뜨락또르를 래일 오전중으로 보내주겠으니 빨리 기계를 가져다 설치하도록 하세요. 기계를 설치하는데 며칠이나 걸릴것 같애요?》

《약조는 초벌 했지만 실어다 설치한다는게 못해두 한주일가량은 걸려야 돌릴수 있을겁니다.》

《일주일이면 너무 늦어요. 사흘동안에 해야 해요.》

조옥은 기계설치를 왜 그렇게 다그쳐야 하고 왜 또 열흘이내로 1㎏의 금이 있어야 하는가를 설명하였다. 신동무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낮에 밤을 이어서라도 기계설치를 사흘동안에 해내겠노라고 결의하였다.

《정말 고마와요. 신동무가 우리 상업관리소의 큰 짐을 하나 덜어줬어요.》

《이게 다 그곳에 원료기지를 정한 소장동지의 덕이지요.》

신동무는 점잖게 조옥을 앞에 내세웠다.

《그럼 전 이길로 돌아서 가겠습니다.》

《신동무가 오래간만에 나왔는데 집에 들려 하루밤 자고 가라는 말도 못하겠구만요.》

《그런 말씀 마십시오. 우리 아이들에게 사탕과자를 먹이고 토지정리돌격대원들을 위해주는 일이 아닙니까?》

조옥은 책상을 에돌아 벽장쪽으로 가서 꾸레미 하나를 꺼냈다.

《술 몇병과 모내의 하나를 준비했는데 그곳 관리위원장아바이에게 드려주세요. 변변치 않지만 성의로 알고 받아달라고 전해주세요.》

그것은 사실 오래동안 집을 떠나 강원도에 와있는 사촌오빠 조만규한테 한번 찾아가보려고 이미전에 준비해놓고도 짬을 못내 가지 못한것이였는데 정여삼에게 먼저 주자는 결심은 방금전에 선것이였다. 그렇다. 그 관리위원장이 금장골밭을 양보하지 않았더라면 오늘과 같은 횡재도 하지 못했을것이 아닌가. 그보다도 한해농사를 지으면서 얼마나 많은 신세를 졌는가. 아무래도 사촌오빠는 양력설을 쇠러 집에 가겠으니 그전에 한번 찾아가서 인사차림을 하리라 마음먹은것이다.

《그 관리위원장아바이가 이걸 받으면 꽤나 좋아하겠는데요.》

《그저 마음뿐이라고 하세요. 래년도농사도 좀 잘 도와달란다고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신동무가 떠나간 뒤에도 조옥은 금 1키로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화려한 생각에서 깨여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