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8

 

제 2 장. 발은 현실에, 눈은 멀리에

8

 

토지정리중앙지휘부는 9월 30일 오후 각 도, 시, 군지휘부들에 다음과 같은 전화지령을 내려보냈다.

 

래일(10월 1일) 토지정리전투를 시작하는것과 관련하여 각급 지휘부들은 다음의 사업들을 조직집행할것이다.

첫째, 어제까지 도착한 모든 불도젤들에 한하여 가동가능성여부를 재확인하여 5시까지 보고할것.

둘째, 매 시공단위들은 오늘중으로 해당 포전의 시공지도서를 작성하며 전체 운전수들이 그것을 현지에서 료해파악하도록 할것.

셋째, 정리작업시작시간은 래일 아침 7시. 첫날 전투이고 기술정량을 잡아야 할 필요가 제기되므로 먼저 혹은 늦게 시작하는 일이 없도록 할것.

넷째, 래일 오전실적은 낮 2시에, 오후실적은 저녁일보에 포함시켜 보고할것.

 

분계연선 평강군 전승리를 맡은 연안군돌격대의 불도젤운전수들은 이 지시에 따라 필요한 준비를 갖추고 날이 밝자 발동소리드높이 벌로 나갔다.

항간에서는 평강벌을 닭울이벌이라고 한다. 옛날 어떤 길손이 저물녘에 벌판길에 들어섰다가 방향을 잃고 밤새 헤매던 끝에 새벽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야 인가를 찾았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이름인데 벌이 그만큼 넓다는 소리다.

임성춘은 정리할 논머리에서 불도젤을 세웠다. 작업지령서에 의하면 크고작은 아홉개의 뙈기논을 하나의 300평짜리논으로 만들어야 한다. 생각같아서는 제창 일에 달라붙고싶었지만 꼭 일곱시에 시작하라는 지시가 있었으므로 마음을 눅잦히며 천천히 불도젤주위를 돌았다.

첫전투에 진입한 불도젤운전수들의 마음이 모두 같겠지만 지금 그의 기분은 저으기 앙양된 상태에 있었다. 토지정리로 말하면 일자체가 그의 심혼을 사로잡는것인 동시에 남들에 비한 자신의 우월감과 존재의미를 느낄수 있게 하기때문이였다.

평소 직장생활에서 그는 눈에 뜨이지 않는 사람이였다. 그는 엄중한 과오를 범하고 법적제재를 받은 후부터 자신의 존재의미를 잃어버렸다. 그러한 그도 간혹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며 그때문에 자신의 존재감을 가슴뿌듯이 느낄 때가 있었다. 토지정리나 간석지제방공사처럼 기업소가 통채로 동원되여 일을 경쟁적으로 할 때가 바로 그런 때인데 이즈막에는 공사가 없더니 드디여 기회가 온것이였다. 그것도 얼마나 중요하고 거창한 대상인가.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직접 발기하시고 국방위원회명령으로 관철하는 대상이기에 성춘은 이 영예로운 전투에 참가하게 된것만도 더없는 긍지를 느끼고있었다. 그는 이번 강원도토지정리에서 도적으로는 몰라도 군적으로는 실적에서 단연 앞설 결심이다. 군적이래야 자기네 기업소사람들로 무어진 돌격대이다. 그럴만한 기능과 자신심도 있다. 경쟁자라면 김종활이 하나일것이다. 들리는 말에는 강원도토지정리가 제기되자 종활이는 제일선참으로 당위원회를 찾아가 자원탄원해나섰다고 한다. 여느때도 그러했지만 이번 불도젤수리정비에도 종활이네는 온 가족이 떨쳐나섰다. 종활이는 전기간 집에 들어가지 않고 현장에서 침식을 했다. 불도젤 수리도 성춘이 자기보다 늦었지만 두번째로 끝낼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이번에 입당을 할것이라고 말한다. 그럴만한 일이기도 했다. 남들보다 두배, 세배 일하여 입당을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나는···

나는 그런 희망조차 걸어보지 못한다.

연안에서 떠나던 날 안해와 나눈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것은 환송식이 끝나고 도당책임비서가 앞에서부터 차례로 운전수들과 인사를 나누며 지나간 뒤에 안해가 한 말이였다.

《어마나, 도당책임비서동지가 당신을 아세요?》

《···》

성춘은 머리만 가로저었다.

《그런데 이자 〈성춘동무, 건강해서 일을 잘하오.〉 이러지 않았어요?》

녀자들이란 이렇게 천진하다. 안해는 도당책임비서가 남편의 이름까지 알 정도로 그의 관심속에 있는것을 기뻐하는데 그 관심이 어떤 관심인가 하는것이다. 도당책임비서가 날 아는가구? 왜 모르겠는가. 쌀도라고 불리우는 황해남도의 책임비서가 토지를 류실시킨 과오로 법적제재까지 받은 임성춘이를 과연 모를수 있겠는가.

안해의 얼굴에 기대감이 실렸던것은 순간이였고 임성춘의 심드렁한 표정을 보더니 말을 돌렸다.

《당에서 크게 관심하는 일인데 가서 일을 잘하세요.》

《잘해야지, 중요한 대상이니까···》

성춘은 안해가 무슨 소리를 하고싶어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있었지만 우정 딴소리를 하였다.

그러나 안해는 자기가 우정 피하려는 화제를 기어이 꺼내고야말았다.

《사실 당에서는 입당할 때 과거 같은걸 그리 크게 보지 않는대요. 본인이 현재 일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걸 더 중요하게 보지···》

성춘은 안해에게 《여보, 날 믿소. 내 꼭 일을 잘해서···》하고 믿음을 줄수 없는것이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하지만 입에서는 거친 말이 나갔다.

《여보, 제발 부탁인데 그런 소리 더 마오. 당신이야 알고도 남음이 있질 않소. 내가 나라에 끼친 해가 얼마나 큰지. 그런 내가 감히 바랄걸 바라야지. 난 지금 그저 자나깨나 내 잘못으로 잃어버린 땅을 어떻게 하면 한치라도 보상해놓을가 하는 생각뿐이요. 죄를 지었으면 씻을줄도 아는게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소.》

안해는 그제서야 공연한 소리를 했다는 자각이 드는지 미안한 낯색을 지었다.

《저도 광일이 아버지의 마음은 모르지 않아요. 광야가 아버지가 왜 당원이 아니냐며 그냥 툴툴거리길래···》

광야란 래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아들 삼형제중의 막냉이인데 아버지가 당원이 아닌것을 매우 불만스러워하는 녀석이다. 그 막냉이가 처음 성춘의 가슴을 아프게 긁어준것은 소학교에 입학한지 이틀째되는 날이였다.

그무렵 성춘은 지배인의 지시로 새로 입직한 불도젤운전수들에게 기능전습을 시키고있었는데 그날따라 일찍 퇴근하여 집에 들어서니 밥상에 공책을 펴놓고앉아 숙제를 하던 광야가 자랑스레 말하는것이였다.

《아부지, 오늘 우리 선생님이 아부지들이 뭘하구 당원인가 하는걸 물었어. 그래 난 아부지가 불도젤을 몰구 당원이라 했지 뭐, 맞지?》

한순간 성춘은 보이지 않는 활촉이 날아와 심장에 쿡 박히는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막냉이가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가는것을 보며 대견해하던 전날 아침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였다. 그러나 어린것의 가슴에 실망을 안겨주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애써 웃음을 보였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그럼 아부지 당원이 아니야?》

유치원때부터 령리하다고 소문난 아이라 벌써 맞고 틀린것을 가려낸것이였다.

성춘은 말이 나가지 않아서 고개만 끄덕여보였다. 어린 자식앞에서일망정 자신의 정치적미숙을 인정한다는것이 쉽지 않아서 입을 다물고있는데 철없는것이 더 따지고들었다. 자기 뒤책상에 앉는 아무개네 아버지도 불도젤운전수지만 당원인데 아버지는 왜 당원이 아닌가, 그 애네 아버지 불도젤을 전번에 아버지가 도와줘서야 수리하지 않았는가, 그때 그가 아버지한테 굽석굽석 인사를 하는거랑 봤는데 그래 아버지가 그 사람보다 못하단 말인가.···

이제는 할말이 욕밖에 없어서 막 화를 내려는찰나에 웃목에 앉아서 청년근위대야영에 나갈 준비를 하고있던 맏이 광일이가 눈을 흘기며 쏘아보았다.

《야, 쪼꼬만게 주둥이만 까서 그냥 잴잴··· 빨랑 숙제나 해!》

손우 형인 광복이는 우습게 알고 뻑뻑 대들기도 하지만 맏형앞에서는 쩔쩔매는 놈이라 광야는 당장 볼에 밤알을 물며 공책에 이마를 박았다.

성춘은 맏이가 대견스럽고 고마왔지만 그 시각 그의 가슴속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있었다.

따랏 따 따 따···

어느 불도젤인지 발동이 걸리는 소리에 성춘은 번거로운 생각에서 깨여났다.

시계를 보니 일곱시가 다되였다. 그도 차에 발동을 걸어가지고 작업을 시작하였다. 디젤유에 절어 검스레해진 손으로 조향간을 꾹 틀어쥔채 삽날에 실리는 흙밥의 무게를 느끼는 순간부터 그의 머리속에는 벌써 번거로운 생각이 다 달아나버렸다.

일을 하자, 일을 하여 나라앞에 지은 죄를 다소나마 보상해야 한다!

조향간을 틀어쥔 그의 억센 팔근육이 부르르 떨었다.

×

고산군 금오리를 담당한 평양시 락랑구역돌격대의 고충은 이곳 협동농장일군들이 토지정리와 관련하여 까다로운 요구를 제기하는것이였다. 중앙지휘부에서 일률적으로 지시했고 설계에도 명백히 밝혀진대로 300평짜리 논이 아니라 500평을 만들어달라는것이였다.

락랑구역돌격대책임자인 구역농촌경영위원회 부위원장은 즉석에서 반발하였다.

《건 말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느라면 우린 경쟁에서 꼴등을 면할수 없는데 그거라면 우리가 이곳 관리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해준 대가라고 위안을 가진다칩시다. 기름소요량은 어떡합니까. 그것도 농장에서 변통해준다고 합시다. 하더라도 500평을 하자면 세월이 없습니다. 명년 태양절까지가 목표인데 그때까지 못하는 날에 그 미달책임은 농장이 집니까, 돌격대가 집니까?》

그의 반발에 관리위원장도 할 말이 없는지 한숨만 내쉬였다.

《설사 우리가 그렇게 하자고 해도 우에서 그냥 내버려두지도 않을거구요.》

최인국이 곁에서 껴들었다. 그는 그렇지 않느냐는듯 곁에 있는 홍산옥을 돌아보았으나 홍산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락랑구역돌격대는 설계에 반영된대로 300평을 하는것으로 첫날전투를 치르었다.

그날 저녁이였다. 돌격대가 자리잡은 기계화반 선전실로 관리위원장이 찾아왔다. 그는 혼자도 아니고 집의 로친과 딸까지 달고 그들에게 음식그릇까지 힘에 겹도록 이고 지워가지고 왔다. 리식당에서 푸짐하게 차린 저녁상에 관리위원장의 집에서 내온 음식까지 덧놓으니 그야말로 식탁이 좁을 지경이였다.

《이거 첫날전투를 치른분들한테 인사가 약소해 안됐소만 그래도 한번 찾아보고싶어 왔수다.》

돌격대원들이 보건대 이곳 농장관리위원장은 체구가 작은데 비해 행동거지가 자못 틀스럽고 녀자들처럼 쌍까풀진 눈에 영채가 도는것이 나이가 환갑을 넘어서긴 했지만 아직도 팔팔한 령감이였다.

관리위원장은 딸을 시켜 운전수들에게 술을 한잔씩 돌리라고 하였다. 딸이 수집음을 머금고 술주전자를 들고 식탁둘레를 한바퀴 빙 돌았다.

제대군인이지만 돌격대에서는 제일 막냉이격이라 식탁의 맨 끝에 앉았던 최인국은 관리위원장의 딸이 자기한테 꽃목걸이를 걸어준 처녀라는것을 대뜸 알아보았다. 그는 공연히 기분이 좋아 엉치를 들썩이였다. 다른 사람들앞에서는 방글방글 웃으며 인사를 건네던 처녀가 최인국의 앞에 와서는 부끄러워 어쩔줄 몰라했다. 술을 부어주는 몽금이의 귀뿌리가 발갛게 달아오르는것을 보는 순간 최인국의 얼굴도 지지벌개졌다.

술이 한잔씩 돌아간 뒤 정여삼이 말꼭지를 떼였다.

《···여러분들도 그새 두루 료해는 했겠지만 우리 농장은 1959년 6월에 위대한 수령님께서 몸소 오셨던, 말하자면 오랜 현지지도단위지요. 그 당시 우리 농장이 얼마나 락후하구 조합원들의 생활수준이 한심했는가 하는건 30여년전 일이지만 여태도 입에 올리기 부끄럽수다. 애들이 원족을 갈 때 강낭밥을 부끄러운줄 모르고 싸가지고 갔으니까··· 고산군치고 맨 꼬리는 아니라도 그 어방에 바투 가있었지요. 그러니 수령님께서 얼마나 가슴 아프셨겠소.》

불도젤운전수들은 숙연해지는 마음으로 수저를 들지 못하고 정여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수령님께서 말씀하십디다. 〈동무들, 조합살림이 왜 이렇게 궁색하오? 조합이 조직된지 3년이나 되는데 알곡계획은 한번두 못하고 현금분배는 농호당 350원밖에 안 돌아가··· 분배를 그렇게나 타가지고 조합원들이 어떻게 살아가며 협동화의 우월성을 말할수 있겠소.

동무들은 우선 알곡계획을 하기 위해 힘써야겠소. 알곡생산을 높이는 방도는 땅을 걸구는것이고 땅을 걸구자면 결정적으로 축산을 장려해야 하오.

조합원들의 현금수입은 어떻게 늘이겠는가? 여기 고산군은 과일이 잘되는 곳이요. 산기슭을 돌아가며 과수원만 조성해도 동무네는 돈낟가리우에 올라앉을수 있소.

축산과 과수··· 동무네 조합은 이 두가지를 기본으로 틀어쥐고나가야 하오. 그러면 틀림없이 잘살게 되오. 동무네가 알곡계획도 넘쳐하고 농호당 현금분배몫도 많이 돌아가는 잘사는 조합이 되면 내 다시 오겠소!〉

우리는 수령님의 교시대로 축산을 대대적으로 하면서 과수원조성사업도 적극 내밀었는데 과연 몇해안에 군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조합으로 되지 않았겠소. 조합살림살이에 기름기가 돌기 시작했수다. 일할수록 성수가 났구요. 고기와 과일이 흔하게 되고 현금수입이 부쩍부쩍 올라가자 사람들이 또 다른걸 궁리해내게 됩디다. 그래서 다음번엔 흰쌀밥을 먹자고 논을 풀 작정을 하지 않았겠수. 말하자면 조합자체로 토지정리를 했단 말이우다. 조합자체로 하느라니 무슨 고생인들 아니 했겠소? 그래두 우린 해냈소다. 봄, 가을이면 벌에 뜸막을 치고 거기서 자고 먹으며 순 가래질과 등짐으로 정리했수다. 동삼이라고 손을 놓았겠소? 여러분도 보셨겠지만 여기 앞내벌이 그때 우리가 자체루 한거웨다. 혹 좌중에 벌방에서 나서자란분들이 계시면 웃을지 모르나 여기 고산군에선 말할것도 없고 저기 평강이나 안변 같은데를 제외하고는 강원도적으로도 흔치 않게 넓은 벌이지요. 벌방지대에선 이쪽 논두렁에서 저쪽 논두렁의 사람을 가려보기 힘들다지만 들바람에 벗겨진 모자가 논두렁 몇개를 뛰여넘는다는데가 바로 여기 강원도가 아니요.···

한데 그적에 고생하던 사람들이 이젠 몇 안 남았수다. 지금 관개부원을 하는 사람네 부친이 그때 민청대장을 했는데 그도 작년에 갔구···》

저도 모르게 이야기가 가로 꿰졌지만 정여삼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자감에 빠져 눈앞의 허공을 응시하며 뻐금뻐금 담배연기만 피워올렸다.

돌격대원들은 정여삼의 이야기를 듣는중에 은연중 그의 심정이 리해되면서 왜서인지 불안해오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지금까지 이야기하는것을 보면 자체로도 그만큼 한것을 왜 이번에 좀 더 통이 크게 못해주느냐 하는것 같은데 그의 의견을 존중해줘야 하는가, 무시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각자가 자기의 량심에 묻고있었던것이다.

《참 내 얘기가 빗나갔소. 내가 먼저 간 사람들 이야기나 하자고 찾아온건 아니고··· 어쨌든 우린 30년전에 자체로 땅을 정리했소다. 그 덕에 우리 농장은 이 고산군을 벗어나 도적으로도 그중 잘사는 농장으로 되였지요. 다들 부러워합니다, 고산처녀들은 다 우리 금오로 시집을 오지 못해 안달아하구. 우리 금오사람들에게는 바로 이런 긍지와 자부가 있는거라오. 여러분들은 바로 이 점을 리해해주면 좋겠소이다.》

무엇을 리해하라는것인지 관리위원장의 마감말은 누가 듣기에도 의미가 모호하였다.

《위원장동지의 말씀은 이 금오리의 경우엔 토지정리가 기본상 되였기때문에 더 할 필요가 없다 그 말씀입니까? 명확히 말하면···》

돌격대정치책임자인 박민석이 찍어 물었다.

《뭐랄가, 300평기준으로 할것 같으면 저기 7반과 8반에 있는 다락논 몇뙈기를 내놓고는 뭐 별루 할 필요가 없는것두 사실이지요. 60년대 우리가 정한 기준도 300평이였으니까··· 하지만 정치책임자동문 내 말을 꺼꾸로 리해하고있소다. 내가 말하자는건 자체로 정리했기때문에 다시 할 필요가 없다는게 아니고 이왕 다시 하는바에야 왜 300평수준으로 되짚어가겠는가 하는게오다. 이렇게 나라가 거금을 들여 강원도농민들의 소원을 풀어주자고 하는 마당에서···》

《그럼 관리위원장동진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발전적이라고 한다면···》

《내 실은 중앙토지정리지휘부에 찾아갈 생각이였으나 이러나저러나간에 우리 리의 토지정리주인들이야 여러분들이 아니요. 우선 주인의 마음이 동해야지 우에다 칭원이나 한다고 되겠소. 그래서 오늘 여러분들과 흉금을 터놓자고 온게오다. 나는 동무들이 돌격대계통으로 우에다 제기해서 우리 농장만은 별도로 포전을 좀 크게, 적어도 한 500평은 되게 해줄수 없겠는가 하는거웨다.》

그 말에 누구도 감히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것은 큰 문제다. 관리위원장의 말을 쫓아 정리규모를 거의 배로 늘쿤다는것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모두가 관리위원장의 심정을 리해는 하면서도 선뜻 대답을 못하고있는데 정여삼이 마지막말을 달았다.

《내 이곳에서 관리위원장을 30년 가까이 했수다. 이제는 들어갈 때가 되였구··· 내 들어가기 전에 우리 금오리가 천지개벽이 돼서 맘껏 기계농사를 짓는걸 보구 들어가고싶어 그러니 늙은이의 로망이라고 생각지 말고 여러분들이 어떻게 마음을 합쳐준다면 고맙기 이를데 없겠습니다.》

정여삼의 마지막말은 절절하였다.

최인국은 아까부터 정여삼의 말에 격동되고있었는데 그의 마지막말과 더우기는 고개를 외로 틀며 슬며시 눈굽을 훔치는 그의 딸이 눈에 띄우게 되자 저도 모르게 부르짖었다.

《대장동지, 합시다. 까짓거, 기름만 대준다면 우리가 밤잠을 좀 덜자면 되는 일이 아닙니까?》

《정말 인국동무 말대로 하면 안될가요?》

홍산옥이 옆에서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돌격대장은 착잡한 표정으로 한동안 바재이더니 끝내 고개를 흔들었다.

《건 우리가 여기서 결심할 문제가 못되오.》

그 순간 정여삼은 두눈을 딱 감았다. 다음순간 그는 마지막욕심을 한번 더 들이대보았다.

《저 앞내벌만이라도 500평으로 만들지 못할가요?》

그것마저 거절을 당하면 눈물이라도 나올것 같았다.

박민석이 《위원장동지, 앞내벌만이라면 그건 우리가 무슨 수를 써서든지 하겠습니다. 그러나 리전체를 500평으로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당장 대답하기 곤난합니다. 그러니 여유를 좀 주셔야겠습니다.》하고 대답해주었다.

조마조마해있던 최인국은 박민석의 대답에 후― 하는 한숨이 다 나갔다.

《고맙소, 고맙소. 내 심정을 리해해줘서···》

정여삼은 끝내 눈물을 보이고야말았다. 그러나 인차 자신을 수습했다.

《이거 참 식사중에 사업이야기만 펼쳐놔서 안됐수다. 이래서 로망이라고 하는지, 허허허.··· 여보 로친, 이번엔 당신이 한순배 더 돌리우.》

정여삼의 안해가 활짝 웃는 얼굴로 술주전자를 들고 일어섰지만 관리위원장의 요구를 시원하게 들어주지 못하는 돌격대원들의 무거운 마음때문에 방안의 분위기는 흥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