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19

 

제 2 장. 발은 현실에, 눈은 멀리에

19

 

내각에서 올라온 문건으로 최근 일군들속에서 나타난 법질서위반자료를 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뜻밖의 사실앞에서 일순 놀라움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놀랄수밖에 없으신것은 법질서위반자들속에 다름아닌 황해남도당위원회 책임비서 로영태의 이름이 있는것이였다.

로영태의 잘못은 도농촌경리위원회 책임일군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서면 자기가 책임지겠다면서 자그만치 100대의 《천리마》호뜨락또르를 강원도토지정리에 동원시킨것이였다. 동원일수는 열이틀간, 흥미있는것은 100대의 뜨락또르가 강원도에 갈 때는 2천 500t의 쌀을 실어다주고 돌아오면서는 평강일대에 흔한 니탄 2천 500t을 실어다 협동농장들에서 흙보산비료를 만드는데 효과있게 리용한것이였다.

(이 동무가 강원도토지정리에 관심을 돌리지 않는 점을 비판했더니 이런 식으로 결함을 퇴치했는가?···)

협동농장들에 있는 《천리마》호뜨락또르를 농사와 관련이 없는 일에 쓰지 않도록 하라는것은 어버이수령님의 뜻이다. 수령님의 그 뜻을 받들어 내각에서는 일찌기 필요한 규정을 만들어 하달 시행하도록 했으며 농업부문에서는 그 규정을 어길수 없는 법으로 알고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도당책임비서가 직권을 휘둘러 그 법을 위반해도 아주 큼직이 위반했으니 문제가 아닐수 없었다.

그이께서는 결론을 서두르지 않으시였다. 결론에 앞서 한가지 알고싶은 문제가 있으시여 송수화기를 들어 리한철부부장을 찾으시였다.

《하나 알아봅시다. 로영태동무네가 〈천리마〉호뜨락또르 100대를 강원도토지정리에 동원시킨 사실을 알고있습니까? 》

《예, 압니다.》

《그들이 뭘하느라고 〈천리마〉호뜨락또르를 거기 동원시켰습니까? 그토록 많이···》

그이로서는 잘 리해되시지 않는 문제였다. 부부장이 까닭을 설명했다.

《황해남도가 맡은 평강군일대는 다른데 비해 토질이 굳다고 합니다. 그 동무들이 정리실적에서 뒤꼬리를 차지하게 된 리유의 하나가 그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걸 해결하자면 뜨락또르에 보습을 채워 땅을 갈아엎으면서 불도젤로 미는것밖엔 방법이 없다고 본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래 그렇게 숱한 뜨락또르를 동원시켜 갈아엎은 덕을 좀 보았답니까?》

《덕을 본 정도가 아니라 아예 횡재했습니다. 전달말까지는 꼴찌에서부터 세번째냐 네번째냐 했댔는데 엊그제 조만규부상동무한테 알아보니 이제 며칠어간이면 현재 평남도가 차지하고있는 첫자리를 틀림없이 빼앗을것이라고 합니다.》

《아니, 〈천리마〉호뜨락또르로 갈아번지며 정리하는것이 그렇게도 위력하다오? 하기는 굳은땅을 들춰주니까 불도젤이야 땅짚고 헤염치기겠지.》

《그렇습니다. 게다가 갈아놓은건 웬간히 얼어도 밀기 쉬워서 아마 이제부터 실적을 더 많이 올릴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법질서는 위반했어도 역시 승벽이 세고 제낄 손이 있는 로영태라는 생각이 드시였다.

그이께서 로영태가 범한 실책이 다른 일군들이 저지른 잘못들과는 성격이 다르며 따라서 취급도 달리 되여야 한다고 생각하시였다. 로영태의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한다. 법학에서 말하는 이률배반의 개념으로 설명하면 실책에 대한 책벌의 적용이 모순에 빠질수도 있다. 거기에 2 500t의 쌀을 운반해주고 또 그만한 량의 니탄을 실어다 흙보산비료를 만든것을 덤으로 놓으면 다른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부부장동무, 동무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로영태동무가 협동농장의 뜨락또르를 강원도토지정리에 동원시킨것이 직권을 람용한 잘못된 처사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물음이 다소 뜻밖이기는 하겠지만 미리 알고있던 문제고 보면 무슨 견해가 없지 않겠는데 부부장은 어째선지 대답을 힘들어하는 눈치였다. 그이께서 너무 심각하게 생각말라고, 무기명투표를 하는셈치고 솔직한 의견을 내면 된다고 말씀해서야 부부장은 심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장군님, 외람된 생각인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전 〈천리마〉호뜨락또르를 강원도토지정리에 동원시킨것을 법질서위반으로, 더구나 수령님의 뜻에 저촉되는 일이라고 보고싶지 않습니다. 토지정리가 영농사업과 직접 관련되는 일은 아니지만 수령님의 교시에 따라 협동농장의 뜨락또르들도 영농기가 아닌 봄, 가을이면 원칙적으로 몇정보씩의 토지정리를 하게 되여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이 이 점을 별개의 문제로 보면서 〈천리마〉호뜨락또르를 간석지공사나 토지정리에 동원시키면 자꾸 시비를 거는데 다른 일은 몰라 그 두가지 일만은 농사와 관련이 없는 일로 보면 모순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부장의 견해에 우선 납득이 가시였고 로영태의 위법행위가 다른 일군들의 문제와 질적으로 다르다고 보신것이 틀리지 않았음이 확인되여 마음이 놓이시였다.

그이께서는 문건표지에 속필로 다음과 같이 지시사항을 써넣으시였다.

 

― 제기된 자료들의 정확성여부를 다시 확인한 조건에서 해당 단위 조직에 제기하여 처리하도록 하며 황해남도당 책임비서 로영태동무의 문제는 보류할것.

― 내각에서는 협동농장들이 가지고있는 《천리마》호뜨락또르를 농한기에 토지정리에 동원시키는것의 당위성을 립증해볼것.

 

김정일동지께서 그 문건을 밀어놓고 다른 문건을 집어드는데 책임서기가 들어와 국방위원회 류광선차수가 도착했다고 알려드렸다. 그이께서는 류광선부위원장을 반갑게 맞아주시였다. 고산군 란정리에서 만나신지 보름밖에 안되였지만 오늘 헤여지면 래일 만나고싶어지는것이 가까운 혁명동지들에 대한 그이의 인정세계였다.

《들바람에 그사이 얼굴이 더 탄것 같습니다. 목은 어떻습니까?》

《일없습니다. 며칠전엔 강룡동무네가 일하는 토지정리현장에 나가서 군대들 오락회하는걸 구경하다가 노래를 다 불렀습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예, 괘씸한 녀석들이 제가 제1차 군무자예술축전참가자라는걸 모르고 지명했다가 입을 딱 벌렸지요. 하긴 제가 젊은 녀석들앞에서 너무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대단합니다. 조선인민군 차수가 토지정리전투장에서 전사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는게 얼마나 멋있습니까? 놈들이 알면 아마 까무라칠것입니다.》

《제 노래가 놈들을 까무러치게 만드는 무기라면 제 이제부턴 매일 부르겠습니다.》

《허허허··· 좋습니다. 하지만 후두는 주의해야 합니다.》

그것으로 생활적인 이야기를 끝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류광선이 평양에 올라온 까닭을 물으시였다.

《강질이 보장되지 않은 부속품들때문에 불도젤운전수들이 애를 많이 먹습니다. 아무래도 내각에 가서 한번 을러메야 할것 같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안락의자의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다독이시며 잠시 생각에 잠기셨다가 류광선에게 타협조로 말씀하시였다.

《요즘 나라의 전기사정이 몹시 긴장해지고있습니다. 내각에서도 경제전반을 걷어안고 고생이 많은데 거기 가서 으른다고 강질이 올라가겠습니까? 그 문제는 내가 풀어보겠습니다. 대신 부위원장동무는 다른 과업을 하나 맡아주어야 하겠습니다.》

무관출신의 류광선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몸에 배인 동작을 취했다.

《임무를 주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자리에 앉히시고 다심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이제 보름이면 양력설인데 강원도에 가있는 각 도 돌격대원들을 어떻게 하려고 합니까?》

류광선은 뜻밖의 물으심에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허둥거렸다. 그 문제는 지휘부에서 언제 한번 정식으로 론의해본적이 없었던것이다.

다만 며칠전에 강원도당 책임비서와 이야기하다가 도당과 군당들이 관심해서 타지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돌격대원들이 양력설을 잘 쇠도록 하자고 말해본것밖에 없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대답을 못 올리는 류광선을 이윽히 바라보시다가 자신의 결심을 피력하시였다.

《내 생각엔 돌격대원들을 설전에 집에 보내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작업날자가 긴장하겠지만 다문 한주일이라도 집식구들과 같이 설을 쇠게 해야 합니다. 강원도사람들이 손님건사를 허술히야 안하겠지만 그래도 제 집만이야 하겠습니까. 보냅시다. 그리고 보낼 때 빈손으로 보내지 맙시다. 돌격대원들이 다 부모처자를 거느리고있는 사람들인데 외지에 오래 나와있다가 빈손으로 집에 들어서면 안됩니다. 그러니 해당 부문과 련계해서 모든 돌격대원들이 다문 얼마라도 술이나 당과류 같은것을 들고갈수 있게 해야 합니다. 나는 이 사업을 부위원장동무가 맡아야 마음놓을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제 책임지고 미흡한 점이 없게 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돌격대원들이 불편없이 다녀올수 있도록 렬차편성을 잘하고 가정적으로 애로되는 문제들도 있을수 있으므로 해당 당조직들과 련계를 가지고 풀어주기 위한 사업도 해야 한다고 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화제를 돌려 물으시였다.

《평양시돌격대가 고산군 란정리의 토지정리를 올해안에 끝내자고 집중전투를 벌렸다던데 계획대로 될것 같습니까?》

《지금같은 속도로 나가면 계획한대로 될것 같습니다. 구역, 군돌격대들에서 같은 대수의 불도젤을 가지고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시작했기때문에 그야말로 기세가 하늘을 찌를듯 합니다.》

《그 기세가 란정리의 하늘만이 아니라 온 강원도의 하늘을 다 찌르게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요새 조만규동무는 어떻게 지냅니까? 우리가 란정리에서 토지정리기준을 높이 정해놓은것때문에 의견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류광선은 또 대답을 힘들어하였다.

《장군님, 조만규부상동무가 사임을 제기해왔습니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놀라지 않을수 없으시였다. 아니, 믿어지지 않으시였다. 사임이라니, 그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한단 말인가.

흔히 높은 급에서 책임일군으로 오래 일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이 현실의 요구에 따라서지 못하고있는것을 인정하기 힘들어하며 늙도록 직무를 내놓는걸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 조만규부상이 스스로 해임을 요구했다니 정말 뜻밖이였다.

《동무가 보기엔 조만규부상동무가 왜 사임을 제기한것 같습니까?》

《그 동무가 토지정리를 잘못했다는 지적에 완전히 좌절감을 느낀것 같습니다.

제 그래서 당신같은 비겁분자는 필요없다고 욕을 콱 해주긴 했지만 장군님, 아무래도 그 사람 가지곤 안되겠습니다. 제 이번 기회에 그 사람을 새로 알게 되였는데 병이 들어도 단단히 든 사람입니다. 글쎄 장군님의 사상을 잘 받들지 못해 통이 크게 일판을 벌려놓지 못한것은 그렇다고 쳐도 일단 장군님께서 선을 그어주신 다음에야 골이 열두쪼각이 나는 한이 있어도 관철해야 하는게 일군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사람은 〈난 이젠 낡았다, 능력이 없다.〉 하고 죽어가는 소리만 하는데 속통머리가 그렇게 쭈그렁박같아가지고 어떻게 일을 치겠는지 우려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란정리현지지도와 관련하여 조만규부상이 일이 잘못된 책임을 크게 느끼면서 일정한 고민도 있으리라는것은 예상하신바였다. 그런데 그 고민의 결과가 사표를 내는데까지 이르렀으니 문제가 아닐수 없었다.

조만규의 사임제기를 어떻게 리해해야 옳겠는가. 우리의 의도를 맞추지 못한 단순한 자책감의 발로일가, 아니면 강원도토지정리를 잘못 지휘함으로써 국방위원회 명령집행에 난관을 조성한 책임만으로도 해임처분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 내린 이른바 자학행위이겠는가.

그럴수는 없었다. 그이께서 아시는 조만규는 비판을 좀 받았다고 반발하거나 더우기 퇴직을 떳떳한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선손을 쓰는따위의 용렬한짓을 할 사람은 아니였다. 그가 해임을 제기한것은 본인의 말대로 년로한데다 사업능력과 방법이 낡아서 발전하는 현실에 따라서지 못하고 당에 도움을 줄수 없는 일군이라는것을 실지로 인정했기때문일것이다. 일군이 능력상 당과 혁명에 도움을 줄수 없다고 생각되면 아프더라도 직무를 내놓는것이 옳다. 그렇게 하는것이 당과 혁명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조만규가, 젊어서 그토록 패기만만하고 일솜씨가 여무져 수령님으로부터 동무에게는 무슨 과업을 주어도 안심된다는 교시까지 받았던 그가 벌써 조락의 운명에 처했다는 사실자체를 그이로서는 어쩐지 쉽사리 믿게 되지 않으시였다.

《부위원장동무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조만규동무의 요구대로 사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까?》

류광선은 역시 힘들게 입을 열었다.

《저는 조만규동무의 정신상태로 보아 다시 일어서기 힘들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지금 그 동무는 어깨가 잔뜩 처져가지고 사무실에 들어앉아 한숨만 불며 현장에 나가는것마저 꺼려합니다.》

《그렇다?···》

그이께서는 천천히 창문앞을 거닐며 생각에 잠기시였다. 조만규부상이 정말 다시 일어서기 힘든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그가 그렇게 정신적기초가 허약하고 의지가 박약한 사람이였는가. 수령님을 받들어 그리도 충실하고 매사에 막힘이 없던 사람이···

그이께서는 불현듯 조만규와 처음 알게 된 과거를 상기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조만규를 처음 만나신것은 중학시절 어버이수령님을 모시고 가셨던 어지돈관개공사장에서였다.

모든 힘을 총동원하여 100만정보의 관개면적을 확장할데 대한 당중앙위원회 1958년 9월전원회의 결정을 받들고 기양관개공사와 함께 어지돈관개공사는 당시 수령님께서 전해 12월에 오시여 그어주신 방향에 따라 비상히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있었다.김정일동지께서 보시건대도 반년전에 비해 일이 대단히 많이 진척되고 작업의 기계화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는가 하면 온 공사장에 활력이 차넘치는것이 한눈에 알리시였다. 벌써 륜곽이 잡힌 제방허리에 걸려있는 《모든 힘을 100만정보의 관개면적확장에로!》라는 힘찬 구호, 몰탈통을 걸어든채 푸른 하늘에 원을 그리는 타입장의 기중기팔들, 시퍼런 배기가스를 뿜으며 용을 쓰는 불도젤들, 쉼없이 돌고도는 벨트콘베아, 줄줄이 련결된 토운차를 끌고 달려가고 달려오는 뜨락또르, 굴착기, 골안을 울리고 산발을 뒤흔드는 나팔소리, 북소리···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것은 산과 산사이에 건너맨 쇠바줄을 타고 공중삭도가 부지런히 하늘가를 오가며 흙을 운반하는 광경이였다. 그 공중삭도는 김정일동지에게 깊은 감명을 안겨주었다. 손채양을 하신채 이윽토록 공중삭도를 올려다보시던 수령님께서도 감탄을 금치 못하시며 아주 훌륭하다고, 저게 바로 미제를 타승한 조선사람의 일본새라고 하시면서 저렇듯 대담한 착안을 한 주인공이 누구냐고 물으시였다.

언제건설을 총책임진 도관개건설사업소 지배인이 농업성에서 나와 설계심사를 책임지고있는 조만규라는 부원동무의 착상이라고 말씀드리였다.

수령님께서는 《조만규?》하고 외우시더니 어떤 동문지 현장에 있으면 한번 만나보자고 하시였다. 뒤쪽에 서있던 현지일군들중의 누군가가 바삐 현장지휘부가 있는 제방아래로 뛰여가고 그사이 수령님께서는 시공도앞에서 도관개건설사업소 지배인으로부터 공사진행정형을 청취하시였다.

일이 아주 잘되고있었다. 지금같은 속도로 나가면 7~8월 장마기간을 감안하고라도 공사를 반년이상 앞당길수 있다는것이 지배인의 자신만만한 예측이였다.

그때쯤 조만규를 데리러 갔던 일군이 밤색면직작업복차림에 키가 덜썩 크면서도 단정하게 생긴 젊은이를 달고 나타났다. 청년의 작업복 웃주머니에는 나무로 만든 접이자가 꽂혀있고 손에는 싸리모자가 쥐여있었다. 그런 모습으로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펴는 젊은이를 바라보시던 수령님께서 뜻밖의 말씀을 하시였다.

《가만, 내가 어디서 동무를 본것 같은데?···》

조만규가 군인들처럼 차렷자세를 취하며 대답올렸다.

《수령님,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전선에서 소환하여 외국에 류학을 보내실 때 최고사령부에서 저희들을 몸소 만나주셨습니다.》

《오― 그래 그래, 류학··· 생각나오. 그때 동무는 관개학을 배우겠다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농업을 빨리 복구하는데선 관개건설이 급선무기때문에 관개학을 배우는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관개학을 배웠소?》

《예.》

《아주 잘했소. 한데 조만규동무, 어떻게 산과 산사이에 저런 공중삭도를 놓을 생각을 했소? 초원만 아는 유럽사람들이 저렇게 산을 리용하는 학문은 배워줄리 없을텐데 말이요.》

《수령님, 류학에서 배운것이 아닙니다. 수령님께서 지난해에 오셔서 공사장의 기계화수준을 높이고 새로운 작업방법을 적극 받아들일데 대해 하신 말씀을 관철하는 과정에 생각해냈습니다.》

《그래? 그러니 저 공중삭도는 완전히 우리 식이구만, 우리 식! 아주 좋소. 다른 나라에 가서 학문을 배워도 실천은 저렇게 조선의 실정에 맞게 조선식으로 해야 하오!》

만족한 미소를 띄우신채 다시 손채양을 하고 공중삭도를 올려다보시던 수령님께서는 이윽고 조만규에게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그건 그렇고··· 이젠 동무의 견해를 좀 들어보기요. 여기 언제공사를 책임진 이 지배인동무는 공사를 반년이상 앞당길수 있을것으로 예견하는데 동무 보기엔 어떻소? 지배인동무의 예견대로 될것 같소?》

《수령님, 앞당길수 있습니다. 건설자들의 열의와 적극성의 견지에서 보면 1년정도는 능히 앞당길수 있습니다.》

《1년이나?···》수령님께서는 다소 놀라시였다. 그러나 인차 《하기는 건설자들의 열의와 적극성이 기본이지. 동무 말이 옳은것 같애. 내가 보건대도 지금의 건설속도로 나가면 1계단공사를 명년 모내기철전으로 결속하는것이 그리 어려울것 같지 않은데 지배인동무생각엔 어떻소? 이 동무 말대로 앞당기는 목표를 1년으로 줄잡고 일을 내밀어보지 않겠소?》

《그렇게 하겠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담화를 결속하는 의미에서 조만규에게 제기할것이 없는가고 물으시였다.

조만규가 대답올리였다.

《수령님, 1계단공사를 앞당기고 명년 봄에 모내기를 보장하자면 36in~40in 대형뽐프와 1 800마력전동기생산이 선행되여야 합니다. 제가 알기에 국가계획위원회에서는 아직 그에 대해 론의조차 하지 않고있습니다.》

말씀에 앞서 수령님께서는 공감하는 의미에서 고개부터 끄덕이시였다.

《동무가 문제를 아주 정확히 봤소. 옳아, 공사가 1년 앞당겨지는 조건이면 그에 따른 양수설비생산도 지금부터 서둘러야 하오.》

수령님께서는 수행한 내각일군에게 필요한 지시를 주신 후 두손으로 허리를 짚으며 공사장일경을 둘러보시다 말고 호협하게 말씀하시였다.

《나는 오늘 아주 기분이 좋소. 당의 호소를 받들고 어지돈관개공사가 비상히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있는것도 만족하고 조만규동무를 알게 된것도 기쁘고··· 스물일곱이란 말이지. 좋은 나이요. 그야말로 앞길이 창창하오. 류학을 했다고 아는체 말고 부단히 배우면서 일을 잘하시오. 나는 앞으로 관개건설이나 다른 그러루한 큰 일이 제기될 때면 동무를 찾겠소!》

수령님께서는 이후 수리화를 완성하고 사회주의농촌테제를 실현하는 전기간 자주 조만규를 불러 중요한 과업을 맡기거나 농업분야의 어떤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물으시였으며 조만규는 수령님의 신임에 언제나 드팀없는 실천으로 보답하였다. 그 나날 김정일동지께서도 여러 기회에 조만규를 만나 안면을 익히시였다. 이제는 벌써 10여년전 일로 나라의 토지와 관개시설에 대한 관리가 잘되지 않는 문제와 관련한 수령님의 심뇌를 풀어드리기 위해 그를 농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천거하신분도 다름아닌 그이이시였다. 그렇듯 크게 신임하시던 일군인데 스스로 자신의 무능을 인정하며 사임을 제기해왔으니 그이로서는 실망을 느끼게 되는것을 어쩔수 없으시였다. 그러나 조만규도 그런 결심을 내리기까지에는 나름으로 번민이 컸을것이라는 생각이 필요한 결심을 이끌어냈다. 그이께서는 가볍게 도리머리를 하시며 류광선에게 말씀하시였다.

《난 사임을 승낙하고싶지 않습니다. 그 동무는 수령님의 농촌테제를 관철하는 길에서 공로가 많고 수령님께서 매우 사랑하시던 일군입니다. 지금 어려운 현실만 크게 보고 좀 락후해지긴 했지만 이제 일어설겁니다. 그 동무의 실력이면 아직도 많은 일을 할수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좀 좌절되다보니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있는데 직무에 그대로 두고 우리가 관심을 돌리면 본래의 자기를 되찾을수 있을것입니다. 일을 처음부터 혼자 주관하다싶이 했으니 잘못된 책임을 제가 다 맡으려고 하는것 같은데 그 마음이야 깨끗하다고 봐야지요.》

《장군님, 장군님께서 그처럼 믿고계시는줄도 모르고 그 용렬한 사람은 자기가 앞으로도 장군님의 뜻에 어긋나는 잘못을 범할수 있기때문에 더우기 자릴 내놓겠다는겁니다.》

류광선은 조만규가 앞에 있기라도 한것처럼 격분을 토하였다.

《부위원장동무, 우리는 이번에 토지정리를 하면서 우리 일군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온갖 낡고 좁은 지경도 허물어야 합니다. 우리앞에는 여러 지경이 가로막고있습니다. 그 지경은 앞날에 대한 신념, 일군들에 대한 믿음으로 넘어야 하는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이께서는 선선한 웃음을 지어보이시며 다시 탁자앞으로 다가가시였다.

《내가 란정리에 가서도 말했듯이 우리는 변모된 땅과 함께 새로운 모습의 일군들을 데리고 새 세기 21세기로 들어서자는것입니다. 그러면 내가 왜 토지정리가 처음 제기되였을 때부터 조만규동무를 내세우고 오늘도 선뜻 아픈 매를 들지 못하는가? 조만규동무만 한 사람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그가 요즘 정신적으로 좌절감을 느끼고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있는데 그것은 요사이 적지 않은 일군들속에서 나타나고있는 사상적병집입니다. 발을 현실에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아야겠는데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오히려 그 반대란 말입니다. 오늘의 현실에 자꾸만 눈이 돌아가면서 래일을 내다볼줄 모르는··· 부위원장동무, 우리가 곁에서 조만규동무를 잘 도와줍시다.》

류광선은 장군님앞에 머리를 숙이였다.

《장군님, 전 사실 조만규동무를 다된 고목으로 생각한바가 없지 않았습니다. 장군님의 뜻을 조만규동무에게 전하겠습니다.》

《그 동무에게 말해주시오. 꼭 그전날의 변함없는 그 모습으로 나타나기를 내가 바라고있다고···》

《예, 저부터 시작해서 우리 일군들이 장군님을 받든다고 하면서도 평생 장군님의 부축을 받아야 하구 장군님의 손길에 이끌려다니기만 하니··· 언제면 제발루 걸어서 이런 걱정을 하시지 않게 되겠는지 모르겠습니다.》

《별소리를 다합니다. 그래서 혁명동지가 아닙니까. 우리 서로 도와주고 이끌어주면서 혁명의 길을 같이 갑시다.》

장군님께서는 토지정리를 소극적으로 한 결과 시간을 많이 잃어버린 조건에서 명년 태양절까지 전투를 끝내자면 일군들이 머리를 싸매고 달라붙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제기될수 있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주시였다.

담화가 끝나고 류광선을 바래주시려던 장군님께서는 문앞에서 멈춰서시였다.

《동무를 빈손으로 보내는게 암만 해도 마음에 걸리누만. 뭐가 좀 없더라···》

장군님께서는 문을 열고 책임서기를 찾으시였다.

《전번에 외무성에서 올려온 카세트를 어떻게 했소?》

《제가 건사하고있습니다.》

《가져오시오.》

장군님께서는 책임서기가 가져온 카세트곽을 류광선에게 넘겨주시였다.

《유모아를 만화영화로 만든 카세트입니다. 내가 휴식을 안한다고 재외대표부들에 나가있는 동무들이 보내온것인데 아무리 목석같은 사람도 웃지 않고는 못 배긴답니다.

조만규동무에게 가져다주시오. 내가 주더라고 하면서 신심을 가지고 일하라고 하시오. 토지정리라는 거창한 일을 주관하는 사람의 마음에 주름살이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토지정리를 해서 땅의 주름살도 펴고 그 과정에 마음의 주름살도 펴고···

부위원장동문 병사들앞에서 노래를 불렀다는데 나는 조만규동무가 돌격대원들앞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소식이 오면 기쁘겠습니다.》

《장군님께서 그렇게까지 마음 써주시니··· 조만규 그 사람은 참 행운아입니다.》

류광선은 자기의 말이 언젠가 리한철부부장이 조만규에게 한 소리와 꼭같다는것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