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6

 

제 1 장. 이 땅, 저 하늘

6

 

아이적에 정여삼은 동네어른들한테서 사내자식이 씨알이 그리 작고 계집애처럼 곱살하게만 생겨서 이담 어디다 쓰겠느냐 하는 핀잔을 가끔 들었다. 그래선지 60이 넘은 지금도 그는 몸이 체소한데다 비록 볕에 타서 살갗이 흙빛이고 볼편은 우물었지만 눈매며 입모습은 여전히 고와서 입심드센 아낙네들이 《깎은 서방님》에 《수파련에 밀동자》라고 하며 뒤에서 욕을 보이기 일쑤다. 생김새부터 워낙 그런 사람인데다 정여삼은 관리위원장이라는 직분에 어울리는 큰소리도 별반 칠줄 모른다. 화가 꼭뒤까지 치밀었을 때조차 기껏해야 《망할놈같으니!》하는 욕을 내뱉는데 그나마 《망할놈》소리가 《마헐늠》으로 변화되여 욕이 별로 아프지 않다.

하지만 금오리사람들은 어른아이 할것없이 누구나 관리위원장 정여삼을 몹시 어려워하면서 그앞에서는 몸가짐을 조심한다. 그 어려움과 조심은 30년 가까이 관리위원장사업을 하면서 농장의 물질적토대를 튼튼히 꾸려놓고 리를 남들이 부러워하는 고장으로 만든데 대한 감사와 존경에 바탕을 두고있다.

오늘도 신새벽에 집을 나선 정여삼은 동네를 한바퀴 돌아본 뒤 남새분조포전을 거쳐 앞내벌로 나갔다. 이마가 훤히 드러나게 모자채양을 밀어올리고 허리뒤에 손을 모아쥔 그는 모내기가 기본상 끝나가는 포전들을 살피며 천천히 두렁길을 걸었다. 때로 논머리에 오금을 꺾고 앉아 물온도를 가늠해보거나 모살이를 끝낸 벼대를 뽑아 새 뿌리가 얼마나 나왔는지를 알아보기도 했다.

그는 만족한 눈으로 엷은 안개밑에서 잠자는 벌판을 둘러보았다. 관리위원장에게 있어 농장의 어느 포전이 더 귀하고 덜 중하랴만 그에게는 이 앞내벌에 류달리 마음이 쓰이며 정도 많이 간다. 한것은 여기 앞내벌이 다른데와는 달리 포전정리를 해서 전반적으로 면적이 크고 땅의 지력도 높기때문이다. 지난 수십년간 농장이 해마다 드티지 않고 알곡과제를 수행한것은 바로 이 앞내벌의 덕이라고 할수 있었다. 리안의 여기저기 널린 뙈기논들은 손모를 내지만 여기만은 기계모를 낸다. 그래도 좀 작은감이 있다. 모내는기계가 서너바퀴를 돌면 또 논두렁을 까고 넘어야 하니 모내기철에 여기 와서 보느라면 오히려 더 답답한감이 들었다.

안개발이 차차 걷히면서 초대봉뒤 먼 동쪽하늘이 불그레 익기 시작하였다. 그때쯤 정여삼은 2작업반포전들이 끝나는 금오천 제방뚝밑에 가있었는데 거기서 스쳐지날수 없는 일과 맞다들렸다. 모내기를 엊그제 한것 같은 다락논 웃배미의 물이 아래논으로 떨어지면서 논고를 야금야금 파먹고있었다. 논고에는 이래서 가마니를 오려 깔아주어야 하는데 다른 논고가 일없는걸 보면 논물관리공이 빠쳐먹은 모양이였다. 보는 사이에 주먹만큼한 흙덩이가 또 떨어져나갔다.

논물관리공을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정여삼은 삽을 메고 나오지 않은것이 후회되였다. 그렇다고 내쳐둘수도 없어 팔을 걷어붙이고 이쪽저쪽에서 논뚝을 뜯어다 막아보았으나 물량이 제법 있어서 막아지지 않았다. 결국 막기를 그만두고 양복저고리를 벗어 호주머니에서 수첩과 담배, 라이타를 꺼내 바지주머니에 넣자 양복을 물에 적셔 논고에 깔았다. 그리고는 물이 밑으로 슴새지 않게 웃쪽모서리를 깐깐히 눌러준 다음 흙을 긁어 적당히 매질까지 했다. 그제야 안심되여 절렁절렁 논물에 손을 씻고 귀로에 올랐다.

정여삼이 길을 바꾸어 마을에 들어선것은 해가 금방 떠오른 7시 20분경이였다. 관리위원회에 들어가볼 생각이 없지 않았으나 내의바람인것을 생각하고 집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뒤에서 누가 찾기에 보니 간밤 관리위원회경비를 선 관개부원이였다.

《경영위원회에서 별난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논면적중에서 농장에서 자체로 정리한 면적과 정리 못한 면적을 가르고 정리 못한 면적은 또 정리가능면적과 불가능면적으로 나누어 불가능면적에 한해서는 해당한 리유를 달아서 오늘중으로 보고하랍니다.》

《경영위원회에서 그걸 장악해서 뭘한대?》

토지정리란 말을 들어본지 너무 오래서 정여삼은 짐작조차 가는것이 없었다.

《그건 경영위원회에서도 잘 모릅니다. 자기네도 도농경에서 지시받기를 중앙에서 요구하는것이기때문에 장악을 책임적으로 해야 한다는 소리뿐이더랍니다.》

《그렇다면 혹시 토지정리를 하자는게 아닐가?》

중앙의 요구이고 정리불가능면적에 리유를 안받침하라는걸로 미루어보면 그런 추측이 도출되였다. 그러나 관개부원의 생각은 달랐다.

《원 위원장동지두, 요새형편에 토지정리가 다 뭡니까? 형편이 지금보다 썩 좋을 때도 못했는데··· 그건 아닙니다.》

《그럼 우에서 왜 그런걸 장악한다고 보나?》

《제 보기엔 정리면적에다 알곡계획을 높이겠다는 의도같습니다. 같은 한정보라도 정리한 논은 아무래도 정리 안한데보다 면적이 알차고 쌀 한섬이라도 더 나오기마련 아닙니까?》

《그래설가?》

관개부원의 말에 일리가 있는것 같지만 납득은 가지 않았다.

《분명 그때문입니다. 다른 리유란 있을수 없지요. 그렇게 되면 우리와 성북만 덧짐을 지는셈으로 됩니다. 어떻게 할가요? 좀 줄일가요?》

고산군치고 자체로 토지정리를 한데가 성북리와 금오리였다. 관개부원의 속생각을 알아차린 정여삼은 얼굴을 찡그리였다.

《땅을 두고 제나름대로 생각을 말쿠면 안돼. 두말말구 토지대장에 있는대루 보고하게.》

정여삼이 멀어져가자 관개부원은 머리를 기웃거렸다.

《그러지 않아두 계획이 빳빳한데 아바인 괜히···》

관개부원과 헤여져 집마당에 들어서니 로친은 어데 갔는지 딸이 부엌에서 동자질을 하다말고 소리친다.

《아버지, 옷은 어디다 벗어놓고 내의바람에 들어와요?》

외딸 몽금은 리소재지 유치원교양원이였다.

딸의 물음에는 대꾸하지 않고 곧추 부엌에 들어가 찬장빼람에서 면도도구를 꺼내며 정여삼은 물었다.

《엄만 어디 갔니?》

《웃말에 병아리 가지러 갔어요, 누가 주겠다고 했다면서···》

몽금은 팔을 걷어붙인채 걸싸게 솥을 부시며 대답하였다.

《병아리야 제가 깨워야지 그렇게 여기저기서 주어다 몇마리나 살리겠니?》

《우리도 안 깨웠나요 뭐, 다 곯아서 그렇지.》

《네 엄마가 하는 일이 그렇겠지 달리 될라구.》

《그럼 가을병아린 아버지가 안기세요. 몇마리 까나 보게···》

거기에는 대꾸없이 정여삼은 거울밑에 매달려있는 가죽에 썩썩 면도날을 문대긴 다음 솔로 비누거품을 일구어 볼에 바르며 일렀다.

《네가 있을 때 엄마가 오면 직접 전하구 안 오면 부뚜막에다 편지를 써놓아라. 점심에 닭을 한마리 잡으란다고··· 》

《닭은 왜요? 손님이 오나요?》

《그럼 내가 몸보신하자구 잡으래겠니?》

《그 손님은 무슨 손님이게 닭까지 잡나요?》

정여삼은 면도를 하느라고 한참 동안을 두었다가 대꾸했다.

《안변손님인데 그럴만한 까닭이 있어서 그러니 잊지 말구 엄마한테 전하기나 해라.》

알겠노라는 소리가 나올줄 알았던 딸의 입에서 뜻밖의 엉뚱한 말이 나왔다.

《안변손님이면 나도 누군지 알수 있어요. 금장골 밭을 보러 오는 안변군상업관리소 소장, 녀자··· 맞지요?》

거울안에서 딸을 바라보는 정여삼의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굳어졌다.

《너 그걸 어떻게 아니?》

《알잖음. 우리 유치원에 서른두명의 〈정찰병〉이 있는줄 모르세요? 우린 관리위원회비밀같은건 하루저녁이면 다 훔쳐낼수 있어요.》

《···》

정여삼은 어이없어 말이 나가지 않았다. 도농촌경리위원회로부터 년전에 새땅찾기를 하면서 개간한 땅 8정보를 안변군상업관리소 원료기지로 달라면 주라는 통지를 받은것이 불과 보름전이고 그에 대해서는 아직 기사장과 리당비서밖에는 모른다. 그런 관리위원회 중대비밀을 유치원에서 코흘리개들과 씨름하는 딸까지도 알고있으니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더욱 놀라운것은 딸의 다음말이였다.

《난 암만 해두 아버지마음을 모르겠어요. 제 땅을 내놓으면서 대접까지 하겠다니··· 아버지, 만일 내가 관리위원장이라면 금장골밭을 안 내놓겠어요. 암만 생각해봐두 우리 농장안에 남의 땅이 있다는게 별나지 않나요. 남의 닭이 우리 집 닭장안에 알 낳으러 들어온것 같은게··· 난 아무래두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아요. 군대에 나간 오빠들두 내 생각과 같을거예요.》

정여삼은 볼에 면도칼을 대다말고 거울속에 비낀 딸의 뒤모습을 놀랍게 쳐다보았다. 몽금의 말은 그만큼 뜻밖이고 의미심장했으며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있었다. 이제껏 철부지로만 알고있었던 딸의 성숙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는 순간이였다.

《고향땅을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너의 마음이 기특하구나. 옳다. 제 사는 고장에 대한 우리 시대 청년들의 관점은 응당 그렇게 서야 바로 섰다고 할수 있다. 내라구 물론 제 땅을 순순히 내놓게 되기까지 생각이 좀 많았는줄 아냐. 살점을 떼놓는것만큼이나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이런것도 알아야 한다. 우리 농장경우엔 농장원 한명당 관리해야 할 부침땅면적이 군적으로는 물론 도적으로도 그중 많은 축에 속한다. 금장골밭을 낀 7반은 로력자가 적어서 더욱 그렇구··· 한여름에 범이 새끼칠 정도로 김이 성해도 손이 미처 돌아가지 못해 다른 작업반로력을 동원하는 형편이 아니냐.》

《로력이야 기계화를 해서 풀 생각을 해야지요. 사람들한테 낡았다는 소릴 들을가봐 걱정이예요.》

몽금의 의젓한 말에 정여삼은 허허 웃고말았다.

《금장골에 기계화? 허허허···그 험한 뙈기밭투성이에 어떻게 기계화를 한단 말이냐. 그래서 가슴이 아프지만 안변에 주는거다. 그 사람들이 농사를 어떻게 지으려는지는 몰라두 그 밭을 내놓아 안변군아이들이 사탕과자를 먹게 된다면 그게 더 훨씬 국가에 리익이 될게구 내 맘두 편할게 아니냐. 난 지금 자식을 세간내는 심정이다.》

사실이 그랬다. 땅문제가 처음 제기되였을 때 정여삼은 펄쩍 뛰였다. 그러다가 도농경으로부터 농경지로 쓸만 한 땅을 묵여둔다는것은 죄악이라는 어마어마한 추궁을 받고서야 마지못해 응하게 된것이다. 때문에 안변군상업관리소장의 속을 어지간히 썩인 미안한감도 있어 체면에 닭을 잡는다, 뭘 한다 하면서 대접준비까지 하는것이였다. 하면서도 알알한 속만은 아직 내려가지 않은 정여삼이였다.

납득이 되였던지, 아버지와 론쟁해야 이길수 없다고 느꼈는지 몽금은 한숨을 호― 쉬며 잠자코 밥가마의 뚜껑을 열어젖히고 밥을 푸기 시작했다.

《알겠어요. 어머니에게 〈사둔님〉대접준비를 잘하도록 이를게요.》

아침밥을 달게 먹고 집을 나서던 정여삼은 대문가에 자기 저고리를 든 2작업반 물관리공이 주눅이 들어 서있는것을 띄여보았다. 정여삼은 다른 소리없이 《저기 빨래줄에 널어놓게.》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관리위원회로 나갔다.

한편 안변군상업관리소 소장 조옥이 부서책임자들의 아침모임을 끝내고 반짐차편에 고산군지경을 넘어선것은 해가 중천에 떠오른 오전 10시 반경이였다.

몸에 잘 어울리는 진회색잠바차림으로 반짐차운전칸에 단정히 앉은 그는 새로 원료기지를 확정하기 위하여 안변군안의 10여개 농장을 편답하던 일들이 선히 떠올랐다. 처음 가본 곳은 남대천가의 원료기지를 넘겨받은 월랑리였다. 그러나 그곳 땅은 전혀 맘에 들지 않았다. 평지밭이고 토질도 괜찮게 좋았지만 몇정보씩 여러곳에 널려져있는것이 문제였다. 결국 월랑리에서는 적지를 찾지 못하고 상음리 5작업반땅을 보게 되였는데 거기는 너무 경사지밭이여서 수확고가 기대되지 않았다. 그래 또 다른 농장들을 톺아보았지만 그곳 땅은 이래 싫고 또 다른 농장밭은 저래 물리치는 식으로 번번이 튀였다.

결국은 도농경에서 주선이 있어가지고야 린접군인 고산군지경안에서 원료기지를 정하기로 하였는데 오늘 가는 금오리가 그 첫 대상이였다.

《저앞에 보이는 산이 망해봉인데 산꼭대기에서 우리 안변 앞바다가 보인답니다.》

운전사의 말에 조옥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산을 바라보았다.

경사면이 느슨한 산자락에 과수원이 널려있고 녀인이 수건을 두른듯 허리에 실안개가 띠오리처럼 감겨져있는 모양새 고운 산이였다.

《산이 그리 높아뵈진 않는데···》

《워낙은 바다가 보이지 않았는데 고망옛적 언젠가 밤새 천둥이 울고 벼락이 친 이튿날부터 보이게 되였다는지··· 》

그 망해봉을 에돌아 얼마간 더 달리니 금오리소재지 마을이 되고 농장관리위원회마당에서 정여삼관리위원장을 만날수 있었다.

《거리상에서 우선 득을 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관리위원회마당에 차를 세워두고 밭을 보러 가면서 하는 정여삼의 인정스러운 말이였다.

《생각했던것보단 많이 가깝군요.》

오면서 그렇게 생각했던바도 있어 조옥은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지만 중요한것은 거리가 아니라 밭이 어떤가 하는것이였다.

《밭이야 이제 보면 알겠지만 별루 기대에 어긋나진 않을게우다. 우리로선 로력이 정 긴장한데다 품이 너무 들어 엄두가 나지 않아 그러지 정말 내놓기 아쉬운 땅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두사람은 골개울이 제법 소리치며 흘러나오는 함지박같이 생긴 넓은 골안에 들어섰다. 개울을 중심으로 골바닥 저쪽이 모래와 자갈서덜인데 비해(게다가 온통 구뎅이투성이였다.) 이쪽은 지대가 얼마간 높으면서 골안을 따라 우불구불 길게 누운 비탈밭이였다. 드문드문 큰 바위도 박혀있는 그 산자드락 비탈밭이 바로 정여삼관리위원장이 내놓기로 작정한 이른바 옥답이였다.

개간지에서 너무 애를 먹었기때문이랄가 밭에 대한 조옥의 요구조건은 사실 지극히 소박하였다. 서덜밭이 아니고 경사도가 그리 심하지 않아서 수확고에 크게 지장이 없으면 되였다. 그러한 낮은 기준으로 보아도 밭은 그닥 마음싸지 않았다. 무엇보다 눈에 거슬리는것은 밭귀에 혹은 밭중간에 떡 박혀있는 크고작은 바위들이였다. 정여삼은 오히려 그 바위돌들을 무슨 귀물이기라도 한것처럼 두둔했다.

《소장동무는 잘 모르시는구만. 밭에 있는 바위돌들은 면적을 조금 축내는 대신〈오줌〉을 누지요. 이게 무슨 소린가 하는건 한해농사만 지어보면 압니다. 바위주변의 이삭이 아무래도 크고 전반적으로 보면 돌이 있는 밭의 수확고가 높으니까요. 》

《그럼 저 바위들은 〈오줌〉을 누라고 우정 박아두었겠습니다?》

《뭐 우정이야 박아두었겠소만 어쨌든 〈오줌〉은 눕니다. 두고보시라니까요.》

조옥은 정여삼이 말하는 바위돌이 《오줌》을 눈다는 소리가 학술적표현으로 변두리효과라는것을 모르지 않았다. 알면서도 쉽게 결심이 서지 않았다. 부소장이든가 누구 하나를 데리고오지 못한것이 내심 후회되였다.

《바위는 그렇다 하고 밭주변에도 그래 저기 개울가에 있는 구뎅들은 무슨 구뎅이들입니까?》

《아, 그 말입니까? 사금구뎅이들이지요. 이 골안에서 옛날부터 사금이 나왔는데 그래서 골이름도 금장골이라고 하지요. 우리 군에서도 여기에 판을 벌리려다가 개울건너 죽근리쪽보다 실수률이 좀 낮은데다 내가 반대를 하는통에 그만두기는 했지만 금이야 없는게 아니지요.》

조옥은 관리위원장의 사금자랑을 귀등으로 흘리며 생각했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밭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대신 교통조건이 좋다. 고산군이라도 안변군의 먼 산골리들보다 훨씬 가깝다.

이 조건을 중시해야 하지 않을가?···

《허허, 결심이 잘 안 서는 모양인데 잘 생각해보슈. 오죽하면 우리가 물러서겠소. 품은 간단치 않을거우다.》

조옥의 결심은 그 순간에 섰다. 관리위원장이 땅금새를 올리는척 하면서도 말끝마다 품을 거드는걸 보아 이쯤하고 손털고 물러서기를 바라는 눈치를 챘던것이다.

오랜 농사군인 관리위원장이 내놓기 아쉬워하는 땅이고보면 더 묻지 않아도 욕심낼만 한 땅임이 틀림없을것이다.

조옥은 앞지르는 생각을 상냥한 웃음으로 가리우며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밭이 그닥 마음싸지 않지만 관리위원장동지를 믿고 우리가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이모저모 많이 도와주세요.》

정여삼은 굳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말만은 호기있게 했다.

《땅이 우리 농장 지경안에 있는데야 내가 어떻게 모른다고 하겠습니까? 농사와 관련해선 안심하시오. 힘자라는껏 도와드리리다.》

《고마워요.》